현재 언론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된 'AI, 미래 직업을 바꾸다' 기획이 마무리됐다. 구상과 계획을 AI가 맡았고, 기자는 계획에 따라 취재했다. AI가 추천한 인터뷰 대상자를 만났으며 AI가 취재를 권한 미국 시애틀, 시카고 현장을 직접 찾았다. AI의 계획은 100% 온전하지 못했다. AI가 알려준 현장을 직접 찾았지만 해당 정보와는 상황이 전혀 달라 당황하기도 했다. 반면 기대하지 못한 인터뷰가 성사되는 일도 있었다. 그 때문에 AI 제안에 따라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의 생각도 나뉘었다. AI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AI가 진정한 의미의 저널리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이에 취재 후 생각을 담아내기 위한 온라인 좌담회가 파이낸셜뉴스 이진혁, 강명연,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하 일문일답. ―이번 취재의 의미는. ▲이진혁=단연 인터뷰였다. 챗(Chat)GPT 추천에 따라 'AI가 발전된 도시' 미국 시애틀로 떠났다. 그 과정에서 챗GPT는 총 15명을 추천했다. 그중 세계적인 머신러닝 석학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가 포함됐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 요청을 하자 예상과 달리 곧바로 수락 답장이 왔다. 세계적인 석학과의 인터뷰가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다. 이런 의심은 페드로 교수가 이메일로 알려준 시애틀 인근 벨뷰의 한 주택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메일조차 AI가 답장한 게 아닌지' '왜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주택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는지' 등 여러 부분에서 걱정도 많았다. 그렇게 고풍스러운 나무 문고리를 두드리자 한 주택에서 포르투갈 억양을 쓰는 남자가 나왔다. 페드로 교수였다. AI 덕분에 인터뷰가 성사된 셈이다. ▲노유정=오픈AI 홈페이지 하단의 "챗GPT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세요"라는 문구가 그렇게 미워 보일 수 없었다. 시애틀 취재와는 달리 시카고 현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AI로 인해 실업이나 경기침체 등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시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미국 디트로이트'였다. 챗GPT는 제조업이 AI 도입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거라고 답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경제 침체는 미국 자동차 산업 부진과는 연결되지만 AI와 연결은 쉽지 않아 망설여졌다. AI에 디트로이트의 경기침체 원인이 AI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묻자 '그렇지 않다'는 답까지 했다. 결국 AI에 추가 제안을 요청해 연결된 지역이 시카고였다. AI를 믿고 간 시카고마저도 현재 경기침체가 올 정도로 AI의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았다. 심지어 AI는 보잉 본사가 시카고에 있으니 취재해 보라고 했지만 허위 사실이었다. ―AI가 제시한 취재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화두인데. ▲강명연=출장 과정에서 가짜 정보로 고생을 많이 했다. 시카고에서 취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도 10여년 전 관련 대학에 있었거나 아예 이력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후 챗GPT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에게 얻은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은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김동규=AI를 100% 신뢰한다면 업무시간은 크게 단축된다. 알려주는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반면 1%라도 오류가 있다면 AI는 오히려 업무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AI는 후자에 가깝다. AI가 알려준 정보는 100%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사실인 정보라도 검증의 시간을 충분히 거쳐야 활용이 가능하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도 AI 정보를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을 써야 했다. 더구나 챗GPT 기준으로 AI는 정보 출처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출처를 모른 상태에서 AI가 알려준 정보를 검증하는 것은 무척 힘이 드는 작업이었다. ―AI가 취재 과정에서 도움이 된 점은. ▲이진혁=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 AI를 보조적 역할로 한정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취재 과정에서 통계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다. 한글로 된 해외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애틀 취재에서도 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대출, 인구통계 등을 AI를 이용해 구했고 검증에 시간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활용이 가능한 데이터였다. 언어 측면에서 보면 기존 한글이었던 취재영역이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로 확대된 것이다. ―AI의 본질적인 단점은. ▲강명연=AI의 치명적 단점은 완전하지 못하지만 인간처럼 수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 기자라면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새로운 사실이 중요하다면 특정 기사 계획이 있다고 해도 방향성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AI는 과거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사 계획을 스스로 수정하지 못한다. 이는 미래 'AI 기자'는 오보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AI가 대신 기사를 쓰는 시대가 된다면 '오보'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윤리·철학 문제까지 확대될 수 있어 보인다. ▲노유정=AI는 직접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까' '실제로 대체된 곳이 있나'라고 질문했으나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사건을 예측해서 답을 달라는 질문을 던진 셈이었다.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자료와 데이터를 조합해서 연관성 있는 단어의 나열로 답을 제시해 주는 생성형 AI는 답할 수 없을 질문이었다. 이처럼 AI가 만든 기사 계획은 과거에 대해서는 다룰 수 있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논하지 못했다. ―AI의 미래는. ▲주원규=지난 8월 시애틀에서 만난 페드로 교수는 AI의 미래에 대해 "미래는 사람과 AI가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라 AI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페드로 교수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언론산업은 물론이고 모든 노동시장에서 AI를 잘 다루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으로 본다. 최후의 순간이 되면 AI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는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이미 공개된 정보를 가공하는 수준의 기사는 AI로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와 그들이 적은 기사만이 미래에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유정=AI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지만 동시에 인간을 대체하지 못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해 주는 등 기계 수준의 정밀함과 대량의 일처리로 인간을 보조할 수는 있다. 다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직접 사고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이번 취재로 더 굳어졌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11-13 18:49:51<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7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다. AI는 단순 기사 작성 보조 역할을 넘어 뉴스의 생산, 배포, 소비까지 저널리즘 본질을 바꿀 수 있다며 취재를 제안했다. 과정에서 발생할 신뢰와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사람이 기사를 쓰지 않고 인공지능(AI)이 기사를 제공하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016년 1월 선보인 '아이엠에프앤봇(IamFNBOT)'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언론사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국내 주요 언론사들도 AI 도입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나 상장사 정보, 증권 관련 정보, 스포츠 경기 결과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국내외 언론 산업에 AI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이른바 '열풍'이다. 분위기도 당시와 사뭇 다르다. 빠르게 발전 중인 AI 기술이 뉴스의 생산, 배포, 소비 방식을 포함해 언론 산업 전반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대한 투자도 광범위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신뢰와 윤리 문제는 AI 도입이 아직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신문사 10곳 중 8곳 "AI 도입한다" 11일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속 회원사 23곳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기술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곳(82.6%)이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해 7~9월 전 세계 미디어 기업 임원에 물어봤더니, 87%가 'AI'를 언론사의 기술 및 제품 투자 우선순위로 꼽았다. 언론사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해 우선적으로 실험하는 분야는 '뉴스 생산의 자동화'다. 스포츠 경기 결과, 보고서 요약 정리, 주가 변화 등 일차원적인 데이터 기반 뉴스를 신속하게 작성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렇게 생산된 활자 기반의 뉴스를 영상, 이미지, 음성 등으로 재가공하고 활용하는 구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생성형 AI 기술 도입 현황' 조사에서 신문사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로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 이미지 생성'(68.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에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언론사 개별로 AI에 자신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입력한 이후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기사로 만드는 형식이 가능하다.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은 인간인 기자가 하겠지만 확보된 데이터 또는 정보를 가공해 의미를 찾고 기사를 쓰는 행위까지를 AI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온전한 인간의 영역으로 보였던 '취재' 영역까지 AI가 들어오게 되면 저널리즘은 본질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아울러 AI 도입은 뉴스 배포와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 맞춤형 쇼핑, 영화 추천처럼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다. ■AI가 언론 신뢰 하락을 불러올까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되면서 논란도 불가피하다. AI가 기사 작성에 적극적으로 도입될 경우 윤리 문제가 언론의 신뢰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 기사가 대량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언론사가 하는 어뷰징 형태가 AI 도입을 통해 클릭 수 유도형 어뷰징 기사 생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공해 수준의 정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AI 어뷰징 기사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뉴스가 양산되면서 언론 산업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이 때문에 본격적 AI 도입에 앞서 구성원 간의 논의를 통해 AI 활용 준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AI를 활용 중인 신문사 19개사 중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은 2개사다. 앞으로 이런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우려는 AI 도입에 의해 극복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AI 석학으로 불리는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는 본지에 "뉴스룸에 AI가 도입되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고, AI의 수준이 높아지면 AI가 생성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변화 적응 못 하는 언론사는 '위기' 종합하면 AI 도입 이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 환경과 문화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기존 정보를 학습하는 AI의 구조상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기자들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기자들이 심층 보도나 탐사 저널리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반복·규칙적인 작업은 AI가 맡고 기자들은 심층적인 취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기자 A씨는 "현재 수준의 AI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언론의 AI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미 기본적인 자료 조사는 AI에 맡기는 기자들도 있다"며 "결국 핵심은 AI에 대한 신뢰다. AI가 제공하는 자료나 결과물을 믿을 수 있다면 많은 기자들이 AI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언론사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AI와 기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층 보도로 발전하지 않으면, 언론사 간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단순 클릭 수 유도 기사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시도는 알고리즘이 저품질로 인식할 것이다. 이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챗GPT 4o는 "생성형 AI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기자와 기술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며 "AI를 도구로 활용해 정보의 깊이와 신뢰성을 높인다면, 언론사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저널리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11-11 18:24:35<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 했다. 이번 5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네번째 주제다. AI는 AI 활용 교육이 진행되는 현장을 찾아보고 교육 효과를 확인해 볼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AI 교육의 개선 방향에 대한 취재도 필요하다고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줘. 그걸로 PPT(프레젠테이션 발표자료) 만들어줘." 해당 명령어를 넣자 아무것도 없던 컴퓨터 화면이 순식간에 정리된 PPT 자료로 가득 찼다.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해당 내용을 입력하고 PPT로 만들라고 하자 10분 만에 8쪽 분량의 발표자료가 완성됐다. 본지는 챗(Chat)GPT의 제안대로 연구 플랫폼 기업 '모두의 연구소'를 찾아 교육 현장을 보고 경험했다. 모두의 연구소에서는 업무에 AI를 능숙히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받은 대로 생성형 AI를 이용하자 자료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업무능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다만 국내 AI 관련 교육은 초기 단계인 실정이다. AI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분 만에 완성된 'PPT' 모두의 연구소 강남 캠퍼스를 찾은 때는 지난달 23일이다. AI 기술로 급변 중인 직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하고 기술향상을 돕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소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 '생성형 AI를 활용한 15초 광고 만들기'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교육을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제공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한 박상희 매니저는 '일관성 있는 답변'이 나오도록 명령어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환각은 AI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정보를 내놓거나 완전히 허구의 내용을 만들어내 답하는 현상을 말한다. 박 매니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무작위 답변이 아니라 일관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AI를 이용한 PPT 제작방법은 간단하다. △데이터의 출처까지 알려주는 생성형 AI인 '퍼플렉시티'에 자료 검색 △생성형 AI 'GPT'에 개요와 내용순으로 자료 정리 요청 △발표 또는 글쓰기 GPT에 프롬프트를 활용해 스크립트 형태로 요청 △PPT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감마'에 내용 입력순이다. 추가로 디자인 생성형 AI를 이용해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 PPT에 넣을 수 있다. 처음 이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이런 과정을 거치자 10여분 만에 발표할 자료와 PPT까지 만들어졌다. 실제 발표하기 위해선 내용 검증, 대본 수정 등 인간이 직접 내용을 보고 정교화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획기적으로 시간이 줄었다. 이 같은 과정을 '개인 맞춤형 생성형 AI'(GPTs)로 만들어 놓으면 매크로처럼 같은 작업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AI 쓰는 사람이 안 쓰는 사람 대체" 이처럼 AI 활용능력을 키운다면 업무의 능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AI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성형 AI 활용 교육이 이제야 첫발을 떼는 단계라는 점이다. 생성형 AI의 대표 격인 챗GPT가 출시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국내에선 생성형 AI가 활발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162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성형 AI'를 쓰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과반(57.4%)이었다. 구체적으로 '생성형 AI를 한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3.4%, '과거 몇 차례 사용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14.0%를 각각 차지했다.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대표는 "AI 대학원이나 대학교 내 AI 학과가 개설되면서 AI 개발자 양성 교육은 이미 초과 공급되고 있는 반면 AI를 활용하는 교육 쪽은 이제야 시작 단계"라며 "(미래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AI를 쓰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에서 AI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서울 AI허브의 박찬진 센터장은 "AI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AI에 대한 정보에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교육기회 확대 필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업무동향지표 2024'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근로자의 75%가 이미 업무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일자리에 신규 진입하거나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동자에게 AI 활용능력은 필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센터장은 "과거에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AI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지식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통해 AI를 활용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AI가 일상과 업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조만간 휴대폰이나 PC에 챗봇 AI가 탑재돼 비서처럼 개개인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특히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는 직무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새로운 직무로 전환할 수 있는 재교육 △빠르게 변하는 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 관련 기술 향상교육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챗GPT는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AI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한 도구 사용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접근을 함께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교육이 확산할수록 AI가 가져다주는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1-05 18:30:50<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인터뷰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세번째 번째 인물이다. AI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를 만날 것으로 제안했다. 현재 AI가 가진 문제점과 갈수록 드러나는 한계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 시카고(미국)=강명연 노유정 기자】 챗(Chat)GPT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사진)를 만날 것을 제안했다. 자오 교수 연구팀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 창작자의 저작권과 창의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연구를 하고 있다. 타임지 선정 '2023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글레이즈(Glaze)'는 자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것이다. 이용자가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의 특수한 노이즈를 게시 작품에 추가해 AI에는 원래의 작품과 다른 외관의 이미지로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모방을 방지하는 것이 글레이즈의 원리다. 자오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한 단계 더 발전한 '나이트 셰이드(Nightshade)'를 선보였다. 이미지에 독약을 묻혀 생성형 AI의 이미지 생성체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나이트 셰이드가 적용된 이미지를 생성형 AI가 학습하면 개를 고양이로, 자동차를 소로 인식하게 되는 등 AI 이미지 인식 등의 작업에 오류가 생긴다. 본지를 만난 자오 교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일부는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해서 그렇지만, 실제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AI 기술과 직업의 변화를 주제로 한 자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생성형 AI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전반적으로 생성형 AI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는 글을 작성하고 이미지나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지만 결과물이 정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고양이 그림들을 주고 학습시키면 그 그림들을 한데 섞어 '약간 달라 보이는' 고양이 그림을 내놓는 식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든 생성형 AI가 결과물을 낸다면 기업에선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AI의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대량해고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원래 고용했던 20명의 아티스트 가운데 19명을 해고하고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AI는 인간처럼 지시를 이해하고 일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남은 아티스트 1명이 20명분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생성형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성형 AI의 본질적인 원리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그대로 외우고, 모방해서 결과를 낸다. 인간처럼 의미를 이해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1+2'의 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생성형 AI는 '1+2=3'으로 표시한 수많은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했기 때문에 '1+2' 뒤에 '=3'을 넣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반면 인간은 '1' 또는 '2'라는 숫자의 개념과 '+'라는 사칙연산의 의미를 이해해 '3'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수많은 '그림'이라는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써의 인간의 그림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데이터 조합'이 만들어낸 '그림'은 인간이 보기에 어색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생성형 AI의 작동원리를 생각하면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생성형 AI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많은 기업이 이미 생성형 AI를 도입했고, 디자이너들을 해고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 제품의 질이 나빠졌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결국 비용이 절감되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AI를 이용한 회사가 단기적으로 비용을 낮추면서 경쟁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 모두가 지는 게임이다. 실제로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회사들도 망해가고 있다. 대용량 컴퓨터, 빅데이터 센터를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를 처음 만든 스타트업이고, 그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인데도 거의 파산 직전이다. 또 전력이나 냉각수 등의 자원도 필요하다. 누군가 생성형 AI에 질문을 하나 할 때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생성형 AI가 아닌 다른 AI는 인간 일자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AI를 탑재한 차량은 1㎞ 전방에 있는 보행자를 인식해 서행할 수 있고, 의사들은 AI를 이용하면 엑스레이 사진만 보고 암이라는 것을 진단할 수 있다. AI는 세탁기처럼 인간이 원치 않는 일을 대신 해줄 것이다. 지금 당장은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법률적 상담이나 간단한 회계 처리 같은 일들은 AI로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중요한 법률적 판단이나 회계 분석은 AI가 처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문제는 이런 업무는 경험을 통해 숙련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변호사들은 처음 일을 배울 때 법률 보조 업무를 하는데 AI가 일을 대신하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된다. 나중에 정식 변호사가 돼도 실무에 필요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일하게 될 수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1-03 18:20:39<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4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세번째 주제이자 두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침체로 이어진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코로나19와 AI 기술 도입으로 시카고에서는 기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시카고(미국)=강명연 노유정 기자】 "시카고의 오래된 고층빌딩 일부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기업이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런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도시 변화에 대해 연구 중인 루이스 베텐코트 시카고대 진화생태학 교수의 이야기다. 챗(Chat)GPT의 제안으로 본지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찾아 베텐코트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AI 도입에 따른 영향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문의하자, 시카고 구도심인 '라살 거리'로 동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찾은 라살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말이라 직장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수의 관광객만 종종 보였다. ■상품거래소 앞 불 꺼진 사무실·상가 라살 거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가다. 곡물과 금, 원유 등 원자재를 거래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를 비롯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대형은행 노던트러스트 본사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가의 침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부터 시작됐다. 거리두기와 기술발전이 재택근무를 늘리면서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공실률은 가파르게 올랐다. 베텐코트 교수는 "코로나19와 함께 AI 등 기술이 사무직, 회계를 비롯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변화에 맞춰 도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어 어려움(공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메타,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베텐코트 교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재택 이후 직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AI가 사무직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른 도시 변화를 통해 AI가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평일에 다시 찾은 라살 거리는 빈 사무실이 더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거리 양옆으로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 5~10개 층이 전부 불이 꺼져 있기도 했다. 식당이나 은행 등 매장 대신 임대광고가 붙어 있는 1~2층 상가도 절반 가까이였다. 점심시간에 찾은 CBOT 역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브래드포드 앨런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22.5%를 기록했다. '루프(Loop)'로 불리는 중심업무지구(CBD)는 25%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10%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올해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평균 임대료는 꾸준히 하락세다. 일리노이 주정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경비원 A씨 역시 "불 꺼진 층은 모두 공실"이라며 "주정부 직원 일부는 재택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안다. 대부분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들 AI로 대체" 시카고를 떠나거나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2021년 수천명의 직원 등 본사 운영인력 대부분을 줄이거나 도시 밖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는 시카고의 대표 고층건물인 윌리스타워에 입주해 있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본사를 옮긴 보잉, 타이슨푸드(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도 코로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사무실 규모를 줄였다. 미술 분야 역시 AI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PAFA)가 올해 초 폐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시카고에 있는 미국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 College) 역시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이 학교들은 코로나 이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미술가들이 설 자리를 빼앗은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게임회사 등이 고용하던 유명 예술가들이 AI로 대체돼 직업을 잃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와 학생들 역시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미국예술아카데미 인근 드폴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화를 전공하는 엘라 시메카(20)는 "영화계에서도 AI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며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편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산업과 교육 제도를 망가뜨릴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시카고의 한 금융회사에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채린씨(31)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료조사는 이미 AI가 도와주고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AI가 계속 좋아지면 디자이너는 뭘 해야 하나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챗GPT 4o에 묻자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지였지만, 기술변화가 가져온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고용구조와 공간 사용패턴도 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카고가 AI 등 기술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11-03 18:20:29<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인터뷰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두번째 번째 인물이다. AI는 미국 시애틀을 방문 과정에서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 석학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 주립대 명예교수를 만나 AI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제안했다.【파이낸셜뉴스 시애틀(미국)=주원규 이진혁 기자】 "인공지능(AI)에 대한 어설픈 규제는 재앙을 불러온다." 챗(Chat)GPT의 제안에 따라 본지가 지난 8월 27일 미국 시애틀 벨뷰에서 만난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과학 분야의 최고 영예인 SIGKDD 혁신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세계적 컴퓨터과학 석학인 도밍고스 교수는 현재 유럽 등에서는 AI에 대한 강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규제는 AI가 가진 위험성이 과대평가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AI를 능숙히 활용하는 사람 또는 국가와 규제 등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 또는 국가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음은 AI기술과 직업의 변화를 주제로 한 도밍고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AI가 일자리와 직업에 미칠 가장 큰 변화는. ▲모라벡 패러독스(Morabacks'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인간에게 어려운 고차원 인지작업은 AI에 쉬운 반면 인간에게 쉬운 감각적·운동적 작업은 AI에 어렵다. 단순노동 직업 등이 AI의 발전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는 학위가 필요한 그런 직업들이 자동화되고 있다. 가장 전문적이고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법률가나 의사도 대체될 수 있다. 창의성 역시 대체 가능하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AI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을 평가한다면.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AI가 더 잘할 수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맞춰 시스템이 개편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AI 사용은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가 못하는 일을 대체하고 그 시간에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는 AI를 직업과 직무에 사용하는 사람들 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미래는 사람과 AI가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라 AI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AI 기술산업에 너무 많은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유럽은 강한 규제로 AI 산업 성장이 가로막히면서 미국과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도입 시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당시 미국의 경우 주별로 별도의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든 주에서 각기 다른 규제가 적용되니 복잡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이에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합된 하나의 규제를 만들어 일괄 적용했다. 이후 인터넷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AI도 인터넷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AI 사용법과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교육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정부가 AI를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파악한 뒤 어떤 부분을 규제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AI가 인터넷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 것으로 보나. ▲오픈소스와 클로즈소스를 둘 다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자는 오픈소스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AI가 위험하다, 어떻게 사용될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에서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발전한다. 다만 여전히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AI가 잘못 작용하는 것보다 안전장치를 잘못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AI가 악한 마음을 품고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위험한 AI는 멍청한 AI다. 에러가 많고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기술 발전이 더디면 AI가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 AI를 완전히 컨트롤하려 드는 것은 멍청한 AI를 만드는 길이다. ―지금 한국의 독자들이 AI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AI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배워서 자신의 직무와 업무에 어떻게 사용할지 배워야 한다. 많은 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직업에 녹여내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기회의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직업을 잃을 수도 있고, 밀려날 수도 있다. 비즈니스와 의학을 예로 들자면, AI를 발명하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의학에 접목하는 것보다 지금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의학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배워야 한다. 그래야 시대를 따라가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시니어급 직무를 가진 사람들은 AI를 접목하는 분야에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이진혁 기자
2024-10-31 18:15:27<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3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두번째 주제이자 첫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가장 급변하고 있는 도시로 미국 시애틀을 지목하며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과 AI에 의한 사회의 변화를 시애틀에서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파이낸셜뉴스 시애틀(미국)=주원규 이진혁 기자】 지난 8월 26일 방문한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뜨거웠다. 'MS 캠퍼스'는 축구장 300개 크기에 버금가는 약 60만5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 120여개의 건물에는 5만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MS는 최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캠퍼스 확장과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AI 관련 새로운 부서들이 주로 입주할 예정이다. MS 직원 A씨는 "캠퍼스에 있는 모든 직원의 최고 관심사는 AI"라며 "AI가 우리의 새로운 주력 상품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시애틀로 몰려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MS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도 둥지를 틀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서 개발자들도 속속 들어오면서 글로벌 AI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시애틀은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미국 노년층의 휴양지로 부르기는 더 이상 어려울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제2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가 이해됐다. ■시애틀 성장 배경 'AI'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워싱턴주 시애틀·터코마·벨뷰 지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395억7100만달러 △2019년 417억9900만달러 △2020년 419억7500만달러 △2021년 451억6400만달러 △2022년 462억2500만달러로 5년 사이 16.82% 증가했다. 미국 전체에서 지난 2018~2022년 5위의 기록이다. 일등 공신은 역시 'AI'였다. 본지가 찾은 MS 본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찾는 '방문자센터·스토어'에서도 AI와 관련된 홍보가 한창이었다. 전시관에는 MS가 AI 서비스를 어떻게 접목시켜 이용하는지 설명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방문자들을 상대로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의 기능을 직접 보여줬다. 직원 얼킨씨가 "한국어로 요리법을 소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코드를 짜달라"고 말하니 코파일럿이 금방 코드를 내놨다. 그는 "코파일럿은 배우기도 매우 쉽고 일반인들에게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방문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코파일럿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시 7번가와 블랜차드 거리 사이에 자리 잡은 아마존의 도심 정원 '바이오스피어(Biosphere·생물권)'와 무인상점 '아마존 고'에서도 AI 기술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고에서는 AI가 자동으로 고객이 집은 물건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처음 경험한 사람에게는 특별하지만 이미 시애틀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인근 정보기술(IT) 업체에 종사 중인 니콜씨는 "아마존 아이디 등록만 하고 물건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며 "인근 직원들이 가볍게 음료수를 사러 많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0년부터 시애틀을 포함해 미국 워싱턴주에 총 17조원을 투자했다. 후속 효과는 일자리 24만개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 막는 제도 혁파해야" AI 덕분에 시애틀은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IT 도시로 성장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급여 비교 사이트(levels.fyi)에 따르면 시애틀은 지난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급여가 두번째 높은 도시로 집계됐다. 1등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가 차지했다. 특히 시애틀 주민들은 빅테크 성장과 함께 수많은 인재가 모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도시에 젊은 활력이 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애틀에서 20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박정준 샤인플로 대표는 "MS와 아마존의 성장이 자연스럽게 인근 스타트업 성장을 이끌었다"며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서도 캠퍼스를 짓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개발자 풀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성장의 배경에는 워싱턴 주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유효했다. 워싱턴 주정부는 주세금을 걷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 유치에 인센티브를 가진다. 아울러 민관협력을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워싱턴 주정부의 민간 유치 사업자인 브라이언 수랫 그레이터 시애틀 파트너스(GSP) 대표는 "빅테크 기업이 시애틀에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다"며 "주정부는 그런 행운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는 제도가 있다면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AI를 흥미롭게 보면서도 두려운 측면으로도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AI가 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AI 확대로 이룬 성장에는 어두운 부분도 존재했다.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의 확장과 기술 산업의 발달로 인해 부유한 기술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샌드위치집을 운영하는 지나리씨는 "최근 렌트비가 매우 올라 단골들이 먼 지역으로 이사를 떠나고 있다"며 "다운타운 내부에 노숙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워싱턴주립대학교를 졸업한 유학생 조수경씨도 "시애틀 다운타운과 부촌인 벨뷰 등에서 렌트비가 최근 들어 급격히 올랐다"면서 "학교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터코마와 이사콰 등지로 자리를 옮긴 지인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챗(Chat)GPT 4o에 묻자, "AI를 중심으로 한 시애틀의 성장은 단순한 산업 확대를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적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부동산 문제와 같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챗GPT 4o의 견해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10-31 18:15:07<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2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첫번째 주제다. AI는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기는 직업을 비교하고 새로 생기는 직업의 특징에 대해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인재상에 대해서도 취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가 동시에 일손을 놓은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이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생존권'이었다. 인공지능(AI)이 작가 대신 대본을 쓰고 배우의 연기를 대체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배우 동반 파업으로 할리우드 제작현장은 멈췄고 경제적 손실은 50억달러로 추산됐다. AI 기술 발전과 현장 도입에 따른 전통적 직업의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 사례와 같이 가장 늦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창의적 부문까지 AI의 침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직업에 AI 기술이 접목되고 대체된다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상당수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른바 '신직업'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AI를 관리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할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직업의 탄생과 몰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간도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인간이 AI에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창의력·비판정신·협력·소통 등 비기술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라지는 8300만개 vs 나타날 6900만개 직업 29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8300만개의 인간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 사무직, 비서, 은행원, 우편서비스 사무원, 출납원·매표원, 데이터 입력원 등 '실수 없는 반복업무'가 대표적이다. 그 대신 WEF는 AI 도입으로 69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 계산하면 1400만개의 직업에 더 이상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 탄생하는 일자리의 특징이다. WEF는 △AI·기계학습 전문가 △비즈니스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AI 기술을 관리·고도화·활용하는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상당 부분 현실이 된 분야도 있다. 자동화된 생산공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는 자동차 부품 분류부터 조립까지 로봇이 담당한다. 조립된 차체를 옮기는 것도 로봇이 한다. 차량 생산 이후 결함을 찾는 것은 AI 몫이다. 약 4만4000㎡(1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9만2000㎡(2만8000평),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된 생산시설에서 사람이 일하는 곳은 디지털커맨드센터라는 HMGICS의 종합상황실뿐이다. 이곳에서는 20여명의 인력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진행상황을 관리·감독하는 데 집중한다.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된 부문은 연구개발(R&D)과 같은 창조적 업무다. HMGICS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해 반복적인 업무는 AI 도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R&D처럼 창의적 업무나 AI를 관리·감독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래엔 '융합형 인재' 필요 역사적으로 과학적 진보와 기술의 발달은 고용시장 판도를 바꿨다. 17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는 산업혁명으로까지 연결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숙련공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AI가 만들어낼 기술혁명도 이와 유사한 파급효과가 예상되지만 차이점은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홍직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AI 기술은 기존의 자동화 기술과 달리 비정형화된 업무와 인지적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며 "기존 자동화 기술이 주로 저소득·저학력 인력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AI 기술은 고소득·고학력 직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특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술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서비스 산업의 수출, 특히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유의미한 관계를 보인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가 있다"며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고용시장 규모를 키울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AI와 노동시장 변화'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AI 기술 발달이 가져올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변화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처럼 뛰어난 외국어 능력이나 과학적 지식, 숙련된 기술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관측이다. 미래에는 이른바 '융합형' 인재가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 또 전문가들은 AI가 도입된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기술적이면서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장은 "AI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향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존에 주어진 것 이외의 일은 해결하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은 (사람이) 크리에이티브(창의적인·Creative), 크리티컬(비판적인·Critical), 컬래버레이션(협력·Collaboration), 커뮤니케이션(소통·Communication)이란 '4C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AI 기술 발달'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이들은 대기업 종사자 등일 것이고, 취약계층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따라서 국민경제 규모를 확대하고 확대된 국민경제에서 나오는 과실이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게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챗(Chat)GPT 4o는 이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AI 기술 발전은 전통적인 직업군뿐만 아니라 창의적 직업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대비해 각 분야의 기술뿐 아니라 문제해결력과 같은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조합해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는 답변을 내놨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0-29 18:17:44<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 했다. 이번 5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네번째 주제다. AI는 AI 활용 교육이 진행되는 현장을 찾아보고 교육 효과를 확인해 볼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AI 교육의 개선 방향에 대한 취재도 필요하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줘. 그걸로 PPT(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 만들어줘." 해당 명령어를 넣자 아무것도 없던 컴퓨터 화면이 순식간에 정리된 PPT 자료로 가득 찼다.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해당 내용을 입력하고 PPT로 만들라고 하자 10분 만에 8쪽 분량의 발표자료가 완성됐다. 본지는 챗(Chat)GPT의 제안대로 연구 플랫폼 기업 '모두의 연구소'를 찾아 교육 현장을 보고 경험했다. 모두의 연구소에서는 업무에 AI를 능숙히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받은 대로 생성형 AI를 이용하자 자료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업무 능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다만 국내 AI 관련 교육은 초기 단계인 실정이다. AI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분 만에 완성된 'PPT' 모두의 연구소 강남 캠퍼스를 찾은 것은 지난달 23일이다. AI 기술로 급변 중인 직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하고 기술 향상을 돕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소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 ‘생성형 AI를 활용한 15초 광고 만들기'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교육을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제공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한 박상희 매니저는 '일관성 있는 답변'이 나오도록 명령어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환각은 AI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정보를 내놓거나 완전히 허구의 내용을 만들어내 답하는 현상을 말한다. 박 매니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무작위 답변이 아니라 일관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AI를 이용한 PPT 제작방법은 간단하다. △데이터의 출처까지 알려주는 생성형 AI인 '퍼플렉시티'에 자료 검색 △생성형 AI 'GPT'에 개요와 내용 순으로 자료 정리 요청 △발표 또는 글쓰기 GPT에 프롬프트를 활용해 스크립트 형태로 요청 △PPT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감마'에 내용 입력 순이다. 추가로 디자인 생성형 AI를 이용해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 PPT에 넣을 수 있다. 처음 이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이런 과정을 거치자 10여분 만에 발표할 자료와 PPT까지 만들어졌다. 실제 발표하기 위해선 내용 검증, 대본 수정 등 인간이 직접 내용을 보고 정교화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획기적으로 시간이 줄었다. 이같은 과정을 GPTs(개인 맞춤형 생성형 AI)로 만들어 놓으면 매크로처럼 같은 작업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AI 쓰는 사람이 안 쓰는 사람 대체할 것" 이처럼 AI 활용 능력을 키운다면 업무의 능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AI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 문제는 국내에서 생성형 AI 활용 교육이 이제야 첫발을 떼는 단계라는 점이다. 생성형 AI의 대표격인 챗GPT가 출시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국내에선 생성형 AI가 활발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162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성형 AI'를 쓰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과반(57.4%)을 넘겼다. 구체적으로 '생성형 AI를 한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43.4%, '과거 몇차례 사용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14.0%를 각각 차지했다.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대표는 "AI 대학원이나 대학교 내 AI 학과가 개설되면서 AI 개발자 양성 교육은 이미 초과 공급되고 있는 반면 AI를 활용하는 교육 쪽은 이제야 시작 단계"라며 "(미래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AI를 쓰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에서 AI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서울 AI허브의 박찬진 센터장은 "AI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AI에 대한 정보에 대해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교육 기회 확대 필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업무동향지표 2024'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근로자의 75%가 이미 업무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일자리에 신규 진입하거나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동자에게 AI 활용 능력은 필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센터장은 "과거에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AI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지식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통해 AI를 활용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AI가 일상과 업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조만간 핸드폰이나 PC에 챗봇 AI가 탑재돼 비서처럼 개개인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특히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는 직무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새로운 직무로 전환할 수 있는 재교육 △빠르게 변하는 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 관련 기술 향상 교육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챗GPT는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AI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한 도구 사용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접근을 함께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교육이 확산할수록 AI가 가져다주는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0-28 22:43:40<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인터뷰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첫번째 인물이다. AI는 지난해 11월 'AI와 노동시장 변화'란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 구성원을 만나 볼 것을 권했다.[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과 노동시장 변화'란 보고서 냈다.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해 담겼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보고서를 낸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의 책임자인 이홍직 부장(사진)은 지난 17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AI가 바꿀 미래 일자리와 관련해 한국은 '서비스 산업 수출'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넘지 못했던 '언어의 장벽'을 AI를 이용하면 넘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장은 "AI 기술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서비스 산업의 수출, 특히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가 있다"며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고용 시장의 규모를 키울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발달한 AI 기술을 활용하면 서비스 산업의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생·고령화의 대안 중 하나가 AI가 될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력이 줄겠지만 AI 기술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 이 부장은 "AI 기술의 발달이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국민경제의 규모를 확대하고 확대된 국민경제에서 나오는 과실이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게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부장은 AI가 불러올 고용 시장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와 활용 능력의 차이가 개인 간, 기업 간, 국가 간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고 전망 때문이다. 그는 "AI 기술의 발달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BIS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우려하는 문제"라고 했다. 관련해 공공부문의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부장은 "AI 기술이 발달이란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이들은 대기업 종사자 등일 것이고 취약계층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공공이 나서서 취약계층이 AI 기술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무한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제도적으로 이를 우리 사회가 수용할지 안 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규제를 추가하면 AI 기술은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0-28 14:5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