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상류에 자리한 가평 자라섬. 쌀쌀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라섬에서 생태와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야외설치미술전이 오는 10일부터 2월1일까지 열린다. 야외 설치미술 작가들의 모임인 바깥미술회(운영위원장 김광우)가 29년째 이어온 정기전으로 이번 전시회 주제는 ‘씨알 하나·Ssial’이다. 바깥미술회는 지난 1981년 ‘겨울, 대성리 31인전’을 개최한 이래 자라섬으로 그 활동영역을 넓혀 ‘바깥미술 운동’을 전개해 왔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해외작가를 초청,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바깥미술전에는 구영경, 김광우, 김언경, 박형필, 왕광현, 최운영, 하정수 등 바깥미술회 회원 7명을 비롯해 김단회, 김해심, 문병탁, 정혜령, 백성근, 이기준, 임충재, 유재홍, 한학림, 최영옥, 이칠재, 박봉기, 이종균, 김용민 등 초대작가 18명이 참가해 씨알 하나가 상징하는 생명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자연 속에 설치해 놓을 예정이다. 특히 참여 작가에 키무라 카츠아키, 에가미 히로시, 요시노 쇼타로, 다카시 이케자와 등 일본 작가 4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바깥미술회는 그동안 대성리를 중심에 두고, 마깥미술회의 현장을 생태비평이 맥놀이 치는 장소들로 확장해 왔다”면서 “저항과 전위, 생태성이 바깥미술 씨알의 본질이라면, 그 양태는 씨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설치적·현장적·행위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자라섬을 산책하면서 북한강이나 근처에 설치해 놓은 다양한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부대행사로는 소원을 적은 종이 태우기, 나무목걸이 만들기 등 관람객 체험 행사와 사물놀이 공연이 진행된다. 017-282-8925.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2009-01-06 09:19:45【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1980년대 태동한 울산 민중미술 1세대로서 40년간 활동 중인 정봉진 작가의 일대기를 다룬 아카이브 전시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민중미술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인 ‘정봉진 일·꿈·삶 그리기’ 전시회가 27일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울산민예총과 ㈔울산민미협은 정봉진의 소장 자료집, 전시 문서, 사진, 작품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울산노동역사관의 협조를 받아 8개월에 걸쳐 정리한 자료를 위탁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이번에 전시하게 됐다. 1970년대 학성중학교, 울산공고를 다닐 때부터 지역과 전국 미술대회 수상을 하며 그림 실력을 뽐냈던 정봉진은 1982년 청우동인회 전시를 거쳐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1985년 민중미술을 표방한 '바닥미술회' 결성과 첫 전시를 가졌다. 그 뒤로 ‘동트는 새벽’, ‘울산미술인공동체’, ‘울산민미협’까지 올곧게 한 길을 걸어온 궤적을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시대별 정봉진 작가의 주요 작품과 함께 밑그림과 판화 원판 그리고 다양한 준비 자료와 전시자료도 공개된다. 장르를 넘어 춤, 국악, 연극, 문학 등 울산 문화 예술계와 함께 호흡해온 시간도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정봉진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주도한 윤은숙 작가는 “정봉진 작가의 삶과 예술 기록은 개인에 머물지 않고 울산예술의 들여다보는 창이다”라며 앞으로 지역 작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입체적인 전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봉진은 한국민예총이 수상하는 '2023년 민족예술인상' 수상하며 후배와 동료 예술인들에게 그 공을 인정받았다. 한편 이번 아카이브 전시는 8월 10일까지 열리며 기간 중 7월 15일과 22일에는 정봉진 작가와 함께하는 목판화 찍기 체험도 진행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6-27 11:18:01한국 대표 럭셔리 뷰티브랜드 설화수가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을 18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한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은 우리 전통 문양 중 행복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나비, 새, 꽃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동시대 작가들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이를 재해석한 이번 전시에서는 섬세한 아름다움의 요소인 전통 문양이 일상적 공간인 ‘집’ 안에서 감각적으로 재창조된다. '미시감각: 문양의 집'은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전통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건축 분야의 김이홍을 비롯해 공간기획 박성진, 드로잉 강주리, 패브릭 김진진, 인테리어 백종환, 패션 분야의 이다은과 조은애, 영상 최경모 작가가 참가했다. 관람객들은 일상 공간인 ‘리빙룸’, ‘다이닝룸’, ‘베드룸’, ‘파우더룸’, ‘라이브러리’에서 전통 문양의 미시 세계 속에 빠져들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현대미술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나비와 새, 꽃은 이번 전시 소재에 영감을 준 고미술작품 ‘호접도10폭병풍’, ‘화조영모도10폭병풍’,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에서 비롯됐다. 설화문화전은 2003년 전통문화 후원을 위해 발족한 ‘설화클럽’부터 이어져 온 설화수의 문화메세나 활동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전통을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세대 간 소통을 실현하는 취지로 진행하여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19-10-17 09:27:22[양평=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양평 소재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오는 6월21일부터 8월18일까지 연꽃문화제를 개최한다. 연꽃은 뛰어난 수생정화능력을 가진 식물이다. 세미원은 한강물을 맑게 하고자 연꽃을 주로 식재해 여름이 되면 6만2000평 야외정원에 연꽃이 가득 피어난다. 매혹적인 홍련과 단아한 백련,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이 개발·기증한 페리연꽃을 비롯해 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수련, 아기자기한 노랑어리연꽃, 국내에서 발견된 희귀종 가시연꽃,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의 큰 잎을 가진 빅토리아 수련, 국내에서 세미원만 보유하고 있는 희귀 수련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올해 연꽃문화제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선보인다. △연꽃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스탬프 투어 △인증샷 이벤트, △소원지 쓰기 △플리마켓(주말) △토요음악회 △연꽃문화체험교실 △천연가죽 공예, 자개 공예 체험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연꽃문화제는 양평 향토 기업인 지평주조와 함께하는 포토존과 스탬프 투어를 준비해 행사에 보다 적극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야외 정원에선 이재형 라이트아트 전시, 김명희 흙인형 전시,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전시 ‘알록달록한 상상’, 한중미술협회 초대전, 녹색미술회 깃발 전시 등이 열린다. 특히 밤 10시까지 야간개장을 진행해 여름밤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달빛을 머금은 연꽃을 감상하는 것도 세미원 연꽃문화제를 즐기는 방법이다. 연꽃문화제 기간 동안 세미원은 휴관일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9-06-25 02:49:28[양평=강근주 기자] 양평에 위치한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人·蓮(인·연)’을 주제로 연꽃문화제를 6월22일부터 8월19일까지 연다. 사람과 연이 만나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이번 연꽃문화제에서 진행된다. 연꽃은 뛰어난 수생정화능력을 가진 식물이다.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은 한강물을 맑게 하는 연꽃을 주로 식재해 여름이면 6만2000평 야외정원에 연꽃이 가득 피어난다. 관람객은 조선 홍련이 피는 홍련지, 연못을 가로지르는 외돌다리가 인상적인 백련지,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이 개발·기증한 연꽃이 피는 페리기념연못, 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 ‘수련이 가득한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조성한 사랑의 연못 등 크게 네 곳의 연못에서 연꽃과 교감할 수 있다. 게다가 ‘물의 요정’이라 불리는 수련 여러 종도 세미원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연꽃문화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연꽃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스탬프 투어 인증샷 이벤트 △소원지 쓰기 △작가 공방 체험 프로그램 △토요음악회 △전통놀이 한마당 △연꽃문화체험교실 △천연가죽 공예, 자개 공예 체험 △interactive art 체험 △캐리커처 행사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또한 야외정원에선 △조영철·이재형 작가의 라이트아트 전시 △김명희 흙인형 전시 △녹색미술회 깃발 전시가 열리고, 연꽃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선 △현대미술작가회 전시(6월16일~7월6일) △권성녀 민화초대전(7월7일~31일) △백준승 초대전(8월1일~19일)이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세미원은 연꽃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밤 10시까지 개장하기 때문에 여름밤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달빛을 머금은 청아한 연꽃을 보고 그윽한 연잎 향에 빠지면 ‘내가 신선인지, 신선이 나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8-06-28 22:18:26▲ 청전 이상범 하경산수/지본담채 68×34.5cm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8). 둘은 한국 근현대 전통회화를 대표하는 거목이며 영원한 맞수로 꼽힌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미감과 정서를 현대화시키고자 애썼다는 점에선 서로 비슷하지만, 그 작가적 삶이나 표현기법 면에선 많이 달랐다. 청전과 소정의 대표작을 모아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특별전 '요산요수(樂山樂水)'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대동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자연의 산수화를 그들의 내면을 표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화제(畵題)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한 전시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청전과 소정 우선 청전 산수의 전형적인 특징은 묵직하고 푸근한 향토미를 자아내는 우리의 산하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특유의 친근감이다. 작품에는 늘 도포 입은 노인들이나 농부의 흥겨운 모습이 등장해 한국인 특유의 여유와 해학이 넘쳐난다. 반면 소정의 작품은 진한 먹을 묻힌 마른 붓질의 반복으로 짙고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념 속에 이상화한 산수가 아니라 현실의 산수를 그린 실경산수화를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소정과 함께 겸재 정선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변관식은 정선 이후 금강산 그림을 가장 잘 그린 작가로도 손꼽힌다. 작가의 삶은 그림에 고스란히 배어나기 마련이다. 청전과 소정 역시 동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지향했다. 청전이 현실주의 모범생 같은 삶 속에서 안온하고 순응적인 농촌풍경들에 매료됐다면, 기개가 넘치는 강렬한 그림들을 그렸던 소정은 작품을 닮아 구속받길 싫어해 일생 동안 저항적이고 방랑벽이 심했다. 그래서일까. 평생 야인을 자처한 소정의 그림은 부드럽고 평온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청전의 그림에 가려 생전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 소정 변관식 옥류천/지본담채 51×39.5cm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전형 창조-청전양식 청전 이상범이 산수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0대 후반 그림 입문 초기 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스승인 심전(心田) 안중식을 만나면서부터다. 그의 호 청전(靑田)도 '청년 심전'이란 뜻이다. 하지만 고전적 규범을 답습했던 안중식과 달리 동서미술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산수화법을 현대화시키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서양화의 원근법이나 음영법을 동양의 전통회화 기법과 과감히 접목해 특유의 조형기법을 완성해냈다. 청전은 30대에 최고의 작가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예술가로서 첫 번째 황금기를 맞는다. 1926년부터 10년 가까이 신문사 미술기자로 활동한 시절이다. 신문의 수많은 삽화·컷·기행 스케치 등을 통해 서양화식 조형기법을 체득했으며, 삽화작업에 참여한 연재소설만 40편이 넘을 정도였다. 반면 해방 이후 40·50대는 고난의 시기였다. 신문사 재직시절의 경력으로 인해 친일작가로 몰려 194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설시 심사위원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1950년대 초 드디어 한국 산수화풍의 새로운 전형이라 평가받는 특유의 '청전양식'을 만들어 작가적 입지를 재확인시킨다. 한편에선 그의 독창적인 작품제작기법을 일명 '대나무 잎 터치기법'이라고도 부른다. 마치 문인화의 사군자에서 빠른 손놀림의 붓 터치로 대나무 이파리를 그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산천초목이나 물결도 그의 붓만 거치면 경쾌하고 명랑한 리듬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 빠른 속도감과 생동감에 보는 이까지 절로 신나게 한다. 대부분 정겨운 시골풍경인 청전의 작품들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주 어린 나이에 상경한 자신의 향수에 대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가로로 길게 구성된 평온한 들녘이나 그 길을 따라 소를 몰고 가는 이름 모를 농부, 그 모습은 영락없이 대자연에 순응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청전은 주로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많이 그렸다. 아마도 두 계절은 나무들과 잡풀을 속필로 처리하는 청전 특유의 준법을 나타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년인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여름 풍경도 적지 않게 남겼다. 짙은 녹음을 풍부한 농담과 깊은 먹빛으로 담아낸 여름풍경에서 수묵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화면 전경에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이 보이고, 중간에 소를 몰고 가는 농부, 그 뒤로 산성과 누각과 먼 산을 차례로 배치하는 전형적인 3단 구성을 이룬다. ■화단의 못 말리는 외골수-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과 함께 '근대 한국화단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 소정 변관식. 하지만 평생 안정적인 삶을 살았던 청전과 달리 생전의 소정은 못 말리는 화단의 외골수이자 야인으로 정평이 났었다. 1956년 국전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그는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파벌싸움이 끊이지 않자, 점심식사자리에서 냉면 놋대접을 심산 노수현의 얼굴에 집어던져 눈두덩을 찢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급기야 당시 신문에 국전심사의 불공정성을 폭로한 글을 기고한 후 다시는 국전 심사위원을 맡지 않고, 재야 화가로서 야인생활을 고집한다. 겉으론 거칠고 어딘가 미숙해 보이지만 힘이 넘치는 소정의 화풍은 1976년 작고한 이후에야 '가장 한국적인 화풍'이라고 재평가받는다. 소정이 한국적 산수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23년 화우(畵友)인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 등과 뜻을 모아 그룹 동연사(同硏社)를 만들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주된 관심사는 오랜 전통처럼 만연하던 중국식 관념산수와 일본화풍을 탈피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역동적이고 질박한 터치, 파격적인 구도, 해학적인 인물상 등이 어우러진 강한 생명력은 소정의 주된 특징이다. 또한 먹을 엷게 찍어 윤곽을 만들고 그 위에 먹을 중첩되게 올리는 적묵법과 진한 먹을 퉁퉁 튀기듯 찍어서 선을 파괴하는 파선법은 '소정화풍'이라 불린다. 조선 왕조 마지막 화원이었던 조석진(趙錫晉)의 외손자이자 한의사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란 소정은 11세에 벌써 서화미술원에 입학해 그림을 시작한다. 그 후 1925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수묵화풍을 접하기도 하지만, 귀국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경을 사생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찾아내고자 평생을 바쳤다. 단소를 잘 불었던 소정은 '그림에도 장단과 가락이 있어야 한다'며 그림에 음악적 풍류를 담고자 노력했다. 평소 전국의 산야를 방랑하면서도 특히 수차례 다녀온 금강산에 대한 애착이 강해 그를 소재 삼은 명작을 많이 남겼다. 한편, 공아트스페이스 특별전 '요산요수(樂山樂水)'전에는 청전과 소정의 일부 비공개 작품 포함, 총 42점을 선보이고 있다. (02)735-9938. /hyun@fnnews.com미술칼럼니스트
2011-01-06 17:09:41근현대 한국화의 영원한 맞수 청전과 소정(사진 2장) ---청전 이상범 하경산수/지본담채 68x34.5cm ---소정 변관식 옥류천/지본담채 51x39.5cm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8). 둘은 한국 근현대 전통회화를 대표하는 거목이며 영원한 맞수로 꼽힌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미감과 정서를 현대화시키고자 애썼다는 점에선 서로 비슷하지만, 그 작가적 삶이나 표현기법 면에선 많이 달랐다. 청전과 소정의 대표작을 모아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특별전 ‘요산요수(樂山樂水)’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대동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자연의 산수화를 그들의 내면을 표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화제(畵題)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한 전시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청전과 소정 우선 청전 산수의 전형적인 특징은 묵직하고 푸근한 향토미를 자아내는 우리의 산하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특유의 친근감이다. 작품에는 늘 도포 입은 노인들이나 농부의 흥겨운 모습이 등장해 한국인 특유의 여유와 해학이 넘쳐난다. 반면 소정의 작품은 진한 먹을 묻힌 마른 붓질의 반복으로 짙고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념 속에 이상화한 산수가 아니라 현실의 산수를 그린 실경산수화를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소정과 함께 겸재 정선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변관식은 정선 이후 금강산 그림을 가장 잘 그린 작가로도 손꼽힌다. 작가의 삶은 그림에 고스란히 배어나기 마련이다. 청전과 소정 역시 동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지향했다. 청전이 현실주의 모범생 같은 삶 속에서 안온하고 순응적인 농촌풍경들에 매료됐다면, 기개가 넘치는 강렬한 그림들을 그렸던 소정은 작품을 닮아 구속받길 싫어해 일생동안 저항적이고 방랑벽이 심했다. 그래서일까 평생 야인을 자처한 소정의 그림은 부드럽고 평온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청전의 그림에 가려 생전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전형 창조-청전양식 청전 이상범이 산수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0대 후반 그림 입문 초기 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스승인 심전(心田) 안중식을 만나면서부터다. 그의 호 청전(靑田)도 ‘청년 심전’이란 뜻이다. 하지만 고전적 규범을 답습했던 안중식과 달리 동서미술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산수화법을 현대화시키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서양화의 원근법이나 음영법을 동양의 전통회화 기법과 과감히 접목해 특유의 조형기법을 완성해냈다. 청전은 30대에 최고의 작가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예술가로서 첫 번째 황금기를 맞는다. 1926년부터 10년 가까이 신문사 미술기자로 활동한 시절이다. 신문의 수많은 삽화·컷·기행 스케치 등을 통해 서양화식 조형기법을 체득했으며, 삽화작업에 참여한 연재소설만 40편이 넘을 정도였다. 반면 해방 이후 4·50대는 고난의 시기였다. 신문사 재직시절의 경력으로 인해 친일작가로 몰려 194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설시 심사위원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1950년대 초 드디어 한국 산수화풍의 새로운 전형이라 평가받는 특유의 ‘청전양식’을 만들어 작가적 입지를 재확인시킨다. 한편에선 그의 독창적인 작품제작기법을 일명 ‘대나무 잎 터치기법’이라고도 부른다. 마치 문인화의 사군자에서 빠른 손놀림의 붓 터치로 대나무 이파리를 그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산천초목이나 물결도 그의 붓만 거치면 경쾌하고 명랑한 리듬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 빠른 속도감과 생동감에 보는 이까지 절로 신나게 한다. 대부분 정겨운 시골풍경인 청전의 작품들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주 어린 나이에 상경한 자신의 향수에 대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가로로 길게 구성된 평온한 들녘이나 그 길을 따라 소를 몰고 가는 이름 모를 농부, 그 모습은 영락없이 대자연에 순응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청전은 주로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많이 그렸다. 아마도 두 계절은 나무들과 잡풀을 속필로 처리하는 청전 특유의 준법을 나타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년인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여름 풍경도 적지 않게 남겼다. 짙은 녹음을 풍부한 농담과 깊은 먹빛으로 담아낸 여름풍경 에서 수묵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화면 전경에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이 보이고, 중간에 소를 몰고 가는 농부, 그 뒤로 산성과 누각과 먼 산을 차례로 배치하는 전형적인 3단 구성을 이룬다. ■화단의 못 말리는 외곬 수-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과 함께 ‘근대 한국화단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 소정 변관식. 하지만 평생 안정적인 삶을 살았던 청전과 달리 생전의 소정은 못 말리는 화단의 외곬 수이자 야인으로 정평이 났었다. 1956년 국전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그는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파벌싸움이 끊이지 않자, 점심식사자리에서 냉면 놋대접을 심산 노수현의 얼굴에 집어던져 눈두덩을 찢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급기야 당시 신문에 국전심사의 불공정성을 폭로한 글을 기고한 후 다시는 국전 심사위원을 맡지 않고, 재야 화가로서 야인생활을 고집한다. 겉으론 거칠고 어딘가 미숙해 보이지만 힘이 넘치는 소정의 화풍은 1976년 작고한 이후에야 ‘가장 한국적인 화풍’이라고 재평가 받는다. 소정이 한국적 산수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23년 화우(畵友)인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 등과 뜻을 모아 그룹 동연사(同硏社)를 만들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주된 관심사는 오랜 전통처럼 만연하던 중국식 관념산수와 일본화풍을 탈피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역동적이고 질박한 터치, 파격적인 구도, 해학적인 인물상 등이 어우러진 강한 생명력은 소정의 주된 특징이다. 또한 먹을 엷게 찍어 윤곽을 만들고 그 위에 먹을 중첩되게 올리는 적묵법과 진한 먹을 퉁퉁 튀기듯 찍어서 선을 파괴하는 파선법은 ‘소정화풍’이라 불린다. 조선 왕조 마지막 화원이었던 조석진(趙錫晉)의 외손자이자 한의사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란 소정은 11세에 벌써 서화미술원에 입학해 그림을 시작한다. 그 후 1925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수묵화풍을 접하기도 하지만, 귀국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경을 사생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찾아내고자 평생을 바쳤다. 단소를 잘 불었던 소정은 ‘그림에도 장단과 가락이 있어야 한다’며 그림에 음악적 풍류가 담고자 노력했다. 평소 전국의 산야를 방랑하면서도 특히 수차례 다녀온 금강산에 대한 애착이 강해 그를 소재삼은 명작을 많이 남겼다. 한편, 공아트스페이스 특별전 ‘요산요수(樂山樂水)’전에는 청전과 소정의 일부 비공개 작품을 포함한 총 42점을 선보이고 있다. (02)735-9938. /hyun@fnnews.com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2011-01-06 1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