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시마(미에현)=글·사진 송동근기자】일본 열도에서 거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미에현의 이세시마(伊勢志摩). 일본 동서를 이어주는 교차점으로 큰 번영을 누려온 곳이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이스즈가와 강과 울창한 숲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정물화를 그려낸다. 해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문화의 원점이자 고향’이라 불릴 정도. 대표적인 명소는 크고 작은 섬들로 형성된 도바만. 이중 ‘미키모토 진주섬’은 1893년 세계 처음으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펄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지난 1951년 일반에게 공개된 이래 세계각국에서 많은 관광객과 진주관련 전문가들이 찾아들고 있다. ‘진주박물관’과 ‘미키모토 고키치기념관’, 진주가 만들어지는 공정과 공예품, 그리고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진주가 들어 있는 조개를 직접 채취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펄 브리지’를 건너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기념관. 세계 최초로 진주양식에 도전한 창업자 이름을 딴 곳으로 지난 1993년 양식진주 발명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 진주에 관한 흥미로운 영상과 함께 진주에 쏟은 미키모토 고키치의 열정과 그의 고향 이세시마에 대한 애정 등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유품 등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기념관 1층 펄 숍에는 디자인이 독특한 수많은 종류의 진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도바만을 한 눈에 바라보며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2층 레스토랑도 인기. 진주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은 진주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인간과 진주를 생각한다’는 테마로 역사와 과학, 산업 등 각 분야에서 진주가 갖는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수집한 천연 진주가 눈을 즐겁게 한다. 귀한 진주가 탄생되는 과정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밖에 미키모토의 장인의 정성이 담긴 수많은 미술공예품도 감상할 수 있다. 진주와 해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미키모토 고키치가 진주양식을 처음 시작할 당시 진주 채취 작업을 해녀들이 해왔기 때문이다. 게스트 룸에서는 지금도 해녀가 진주를 캐는 솜씨를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데 검 푸른 바다에 해녀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dksong@fnnews.com
2008-09-25 11:04:16【이가(미에현)=글·사진 송동근기자】미에현(三重?)은 땅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면서 날씨가 따뜻해 옛부터 동서지역을 이어주는 곳으로 큰 번영을 누려왔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여, 역사·문화의 유적들이 유독 많이 남아있는 이곳은 일본의 거의 한 가운데(도카이 지방)에 자리해 있다. 그래서 도쿄나 오사카,나고야에서 가는 교통편도 편리하고 교토,나라와도 가까워 해마다 많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다. 현내에서도 오사카와 교토, 나고야의 중간에 위치한 이가(伊賀)는 우에노성을 랜드마크로 교토와 유사한 성시(城下町)의 옛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가류 인술(忍術)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일본에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이가류 인술을 소개하는 닌자(忍者)박물관을 비롯해 하이쿠(俳句·일본 전통 정형시)로 유명한 시인 마츠오 바쇼의 생가, 하이세이덴(俳聖殿) 등, 다양한 일본문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곳이라 하겠다. 하늘을 날아 다니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는 영화나 TV·만화속에 등장하는 초인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의 닌자. ‘닌자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곳은 우에노성을 중심으로 지난 날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는 많은 사적들과 함께 닌자에 관한 역사적 미스테리,그리고 지혜와 위대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닌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전 무사들이 일본의 각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시대에 활약하던 오늘날의 스파이다. 이가류 닌자 박물관내의 닌자 저택에 들어서면 여자 닌자가 둔갑술 등을 보여주며, 옛 닌자가 생활하던 곳과 기상천외한 술법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아울러 이곳 무술체험관과 닌자유래관에서는 실제로 당시의 닌자가 사용하던 도구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거나, 그 사용방법을 배워보며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흥미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닌자 쇼나 수리검 던지기 등 여러가지 체험을 통해 마치 자신이 옛날의 닌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재미와 함께, 방위용 장치를 곳곳에 배치한 흙벽의 건물들과 닌자파크 등 다양한 시설도 흥미롭다. 이곳에서는 특히 쿠노이치라고 불리는 여성 닌자가 장치된 문에 숨어 실제 연기를 해가며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 인술은 기원전 4000년경 인도의 고대문명이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이후 한반도를 거쳐 6세기경에 일본에 전해져 온 병법이라 한다. 이가는 닌자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약 30m의 돌담위에 세워진 우에노성(上野城)으로도 유명하다. 킨테츠 우에노역에서 걸어 5분거리에 있는 이성은 이지역 중심 우에노를 상징하며 3층으로 돼 있는데, 성안에는 요코하마 다이칸을 비롯한 저명 인사가 남긴 천정화가 그려져 있다. 또한 벚나무 명소로 유명한 이곳 주변의 우에노공원과 더불어 천수각 3층 전망실에서는 우에노의 거리와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 이가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런 볼거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 이가의 쇠고기는 일본내에서도 유명한 코베우나 마츠자카우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대부분 어느 음식점을 가나 스키야기,석쇠구이,샤부샤부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명품 수준의 고기 맛과 함께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이가쌀로 빚은 술은 이가여행에 특별한 맛을 더해준다. /dksong@fnnews.com ■사진설명=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30m 돌담 위에 세워진 이가시의 우에노성. 이곳 천수각 3층 전망실에서 바라보는 우에노의 거리 풍경이 운치를 자아낸다. ■여행메모 -항공/철도/자동차 서울(인천)에서 츄부국제공항(나고야)까지 JAL(약 2시간소요) 공항에서 자동차 전용도로 이용 이가시까지 1시간 55분 오사카시내 JR 또는 킨테츠로 이가시까지 1시간 30분(약 80km) (자동차로) 교토에서 2시간, 나라에서 1시간, 도바에서 2시간 소요 철도로는 도쿄에서 5시간 30분,오사카에서 JR 또는 킨테츠로 2시간 소요 나고야에서 1시간(JR/킨테츠 이용),도바에서 약 1시간 30분 나고야(메이테츠버스 센터)에서 미에교통고속버스로 1시간 30분소요 도쿄(시나가와 버스터미널)에서 미에교통고속버스로 약 8시간 오사카에서 관광버스로 1시간 30분(히가시우메다역이나 신오사카역북구 출발) -관광안내 (사)이가우에노 관광협회(www.iganinja.jp) 문의 (0595)26-7788 미에현 관광국 관광·교류실(www.welcome.kankomie.or.jp) (059)224-2847 이가류 닌자박물관 입장료/ 어른 700엔,어린이 400엔(09:00∼17:00까지 운영,입관은 16:30). 문의 (0595)23-0311 이가철도 우에노시역에서 걸어 5분거리 킨테츠 레일패스(KINTETSU RAIL PASS):킨테츠 전철의 모든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 킨테츠 전철 특급승차권 3장이 첨부(5일간 유효)된 것으로 요금은 어른:3500엔 어린이:1750엔. 구입문의 투어박사(www.tourbaksa.com) 070-7017-0211. (일본) www.welcome.kankomie.or.jp 킨키니혼투어리스트 (03)3255-7137
2008-02-14 16:04:03[파이낸셜뉴스] 일본 미에현의회 소속 한 여성 의원이 시청 화장실에 생리대를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8000여건의 살해 협박을 받았다. 현지 매체 마이니치신문 등은 1일 "미에현의회 요시다 아야카 의원(27)이 지난달 엑스(전 트위터)에 올린 글로 인해 8000여건의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시다 의원은 3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갑자기 생리가 시작돼 곤란했다"며 미에현 쓰시 시청 화장실에 생리대가 비치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요시다 의원은 "집에 돌아갈 때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화장지처럼 생리대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행정 당국이) 준비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후 미에현의회 사무국에는 "요시다 의원을 살해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성 이메일이 대량으로 들어왔다. 협박 메일은 28일부터 31일까지 8000건 이상 접수됐다. 메일은 1분 간격으로 지속해 발송됐고, 발신처는 동일한 주소로 돼 있었다. 요시다 의원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며 "심한 공포 때문에 의원 활동하는 데 있어 위축되는 느낌"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내 주장이 살해 예고까지 받을 정도였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살해 협박 관련해 요시다 의원은 쓰시 경찰에 피해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4-02 07:11:45【 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린 US스틸의 일본제철 인수 금지 명령에 대해 "미일 간 투자에 대해 일본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6일 미에현 이세시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인수 금지 명령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왜 안보 우려가 있는 것인지 미국 정부로부터 정확히 말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앞으로 관계는 지금 말한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이달 20일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가장 적절한 시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소수 여당으로서 야당과 대연정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있으며 대연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당과의 대연정 가능성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말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씀드렸을 뿐 어떤 목적을 위해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2024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30년 만에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발사 빈도가 매우 높고 횟수를 거듭할 수록 기술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1-06 15:34:02#. 61세의 하라다 시게루씨는 13일 아침 일찍 아오모리현 히라카와시 농업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한다. 5년간 건설부서에서 부장을 지낸 그는 60세에 정년을 맞이한 뒤에도 '조정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으로 다시 일하고 있다. 민원인이 들어와 농업 보조금 상담을 요청하자 하라다씨는 차트를 펼치고 차분히 설명을 시작한다. 그의 설명은 단순히 서류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나 절차상의 팁까지 담겨 있다. 그때 한 젊은 직원이 다가와 예산배정 기준에 대해 묻자 하라다씨는 곧바로 필요한 서류를 찾아 함께 검토해보자며 자리를 권한다. 그는 직원이 놓치기 쉬운 세부사항을 짚어주고 한발 더 나아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은 고령화로 숙련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퇴직자와 경력(중도) 채용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시행한다. 일본의 지방 공공기관들이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대대적 인사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러한 고령 직원을 재교육·활용하는 방식의 채용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하라다씨의 사례처럼 한번 은퇴했던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현장으로 돌아'와 젊은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노하우는 사라지지 않는다 히라카와시는 지난 2006년 3개의 정촌(한국의 시도군에 해당)이 합병해 탄생했다. 당시 직원은 500명 정도였으나 고령 직원의 퇴직이 겹치던 시기로 2023년 직원 수가 30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커진 조직의 관리직은 20%에서 40% 이상으로 증가한 반면, 실무를 보는 부·과장 수는 60%에서 40%로 감소해 업무에 차질이 많았다. 청년 사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중간급 이상의 비율은 감소해 베테랑의 역할이 절실해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히라카와시는 올해부터 60세 정년을 맞는 베테랑 관리직들을 위한 3가지 새로운 직책인 '조정관'(부장급), '추진관'(참사급), '전문관'(과장급)을 신설했다. 일본의 현행 제도에서 60세 이상은 관리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직책은 퇴직 후에도 고령 직원들이 기존 직무경험을 살려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라다씨처럼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실무 지원뿐 아니라 후배 양성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세 직책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관리 스페셜리스트'다.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인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노하우를 조직에 계승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히라카와시 총무과 관계자는 "제도상으로는 퇴직자를 과장이나 과장보조로 임명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새 직책을 만들면서 젊은 직원들의 승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숙련된 경험을 조직에 남기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첫해인 올해는 하라다씨 1명으로 시작됐다. 시는 내년부터 직책마다 2~3명씩을 충원할 계획이다. ■50대 은퇴요? 아직 현역입니다 일본 도도부현(일본 행정구역)과 정령지정도시(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는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세대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경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도도부현과 정령시의 경력 채용은 2489명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절반 이상인 23개의 도도부현과 정령시의 70%에 해당하는 14개시가 채용을 늘렸다. 이 중 도쿄도는 올 4월까지 가장 많은 326명의 민간 경력 채용을 통해 조직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이어 홋카이도 115명, 효고현 90명, 가나가와현이 87명을 고용했다. 정령시 중에선 나고야가 최다인 107명, 요코하마가 93명이었다. 요코하마는 민간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적성 검사를 도입해 경력 입사자들이 공공기관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채용 횟수도 연중 2회로 늘려 사회 경험이 있는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미에현은 다른 지자체 출신 퇴직자는 물론 민간 및 중앙정부 출신 인재에게까지 경력직 문호를 개방했다. 미야기현도 예상보다 많은 퇴직자 발생에 따라 경력 채용을 늘려 조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닛케이는 "은퇴자를 재고용하는 지자체 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시행 착오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조직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km@fnnews.com
2024-11-13 18:00:21【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규슈에 큰 타격을 입힌 10호 태풍 '산산'이 예상된 진로를 바꿔 혼슈 중부를 향해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 강도는 점차 약해지고 있으나 곳곳에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산산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혼슈 중부 아이치현 남쪽 해역에서 서서히 중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태풍 중심기압은 998hPa(헥토파스칼)이며 태풍 중심 부근에서는 최대 풍속 초속 18m, 최대 순간풍속 초속 25m이다. 기상청은 산산이 혼슈를 향해 서서히 북상하다 2일께 열대 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대기 상태로 혼슈 중서부에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혼슈 중부 아타미시에는 이날 오전 8시까지 72시간 동안 평년 8월 강우량의 3배에 달하는 640㎜의 비가 내렸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는 같은 기간 강우량이 439.5㎜였다. 기후현, 미에현 등지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주변 지역 주민을 상대로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2일까지 나고야가 있는 도카이 지방에 최대 200㎜,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긴키 지방에 최대 150㎜, 도쿄와 주변 지역에 최대 12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태풍 산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6명, 실종 1명, 부상 127명이다.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미야자키시에서는 주택 860여 채가 파손됐다. 고속열차 신칸센 등 철도, 도로 교통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시즈오카현 미시마역과 나고야역 사이 운행이 이날 중단됐고, 혼슈 서부 산요 신칸센은 운행 편수가 감소했다. 규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산은 이달 27일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효고현 도요오카시에서 하려던 강연회를 취소했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2일로 예정했던 정책 발표회를 5일로 연기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전날 아베 신조 전 총리 묘소를 참배하려 했던 일정을 미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9-01 11:05:19[파이낸셜뉴스] 일본 내 온라인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거짓 정보 중에는 특히 대지진 징조라는 이른바 '지진운'(地震雲) 사진, 일시를 특정해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하는 글이 늘었다. '지진운' 검색 사례 급증…"정확한 지진 정보 예측 불가" 요미우리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진운' 검색 사례가 미야자키현 지진 발생일인 8일부터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8∼10일 미에현,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순으로 지진운 검색 비율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자체는 모두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형 지진인 '난카이 해곡 대지진' 피해 예상 지역이다. 아울러 엑스(X·옛 트위터)에는 '8월 10일에 거대 지진이 옵니다', '8월 11일은 난카이 해곡 지진 예정일' 같은 글이 퍼졌고, 그중에는 전날까지 조회 수가 200만 회를 넘은 것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으로도 지진 발생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일본 기상청은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세계에서 1904∼2014년 일어난 규모 7 이상 지진 1천437건 중 7일 이내에 규모 7.8 이상 강진이 재발한 사례가 6회라는 점을 감안해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평소보다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결론을 근거로 2019년 운용을 시작한 임시 정보를 처음 발표했으나, 정확한 지진 발생 시기는 예측할 수 없어 대비를 강화해 달라고만 호소하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홈페이지에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미리 안다는 정보는 헛소문"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해 시기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기무라 레오 효고현립대 교수는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큰 지진이 있을 때마다 지진이 다시 올 것이라는 거짓 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기무라 교수는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가 나온 상황이어서 (거짓 정보를) 믿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며 "냉정하게 받아들여 확산에 가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각 변동 관측 안 돼…임시 정보 해제 방침" 기상청은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매일 오후 난카이 해곡 대지진 예상 진원지의 지각 변동 상황 등을 담은 상세한 정보를 발표하고 있으며, 전날도 "특단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진 활동과 지각 변동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15일 오후 5시에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해제할 방침이다. 한편, 임시 정보 발표를 계기로 일부 지자체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피 경로를 안내하며 지진 발생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임시 정보 이후 고치현, 아이치현, 와카야마현, 가고시마현 등 4개 광역지자체가 피난소 총 139곳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8∼9 규모의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이 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파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오사카와 나고야를 중심으로 최대 420만 명이 귀가하지 못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이 신문은 수도와 교량 내진 작업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아 위기 대응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8-13 07:03:29【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1년 8개월 만에 감산을 끝내고 생산 라인을 정상화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7일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지난 6월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가동률을 100%로 정상화했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이 회사는 2022년 10월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한 때 감산 규모는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기타카미 공장의 신규 라인의 가동 시기도 당초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됐다. 감산 해제는 시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어서다. 키옥시아는 지난 1·4분기 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4분기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적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실적이 회복되면서 투자 자금 수혈에도 숨통이 트였다. 일본의 시중 은행들은 조만간 만기가 도래하는 5400억엔(약 4조7355억원) 상당의 대출을 재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또 2100억엔 규모의 추가 대출 한도를 설정해 운전 자금에 보태기로 했다. 키옥시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공동으로 첨단 메모리 제품 양산을 위해 총 7290억엔(약 6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경제산업성이 3분의 1가량인 최대 2430억엔(약 2조1300억원)을 보조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자금은 키옥시아가 마련해야 한다. 키옥시아는 2020년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았으나 미중 무역 갈등과 시장 악화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WD와 사업 통합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회사는 이르면 연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IPO를 재추진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6-17 13:40:05【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에서 구급차가 길을 잘못 들어 도착이 늦어져 환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14일 신문에 따르면 전날 요코하마시 소방국은 80대 여성을 이송 중 요코하마 신도에서 경로를 잘못 들어 의료기관 도착이 약 13분 늦어졌다고 발표했다. 여성은 이송 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 도착 후 사망이 확인됐다. 구급대는 13일 오전 8시 14분, 신고를 받고 토츠카구내의 복지 시설에 출동했다. 42분에 구급차로 이송을 시작했지만, 요코하마 신도의 분기점에서 잘못된 경로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바른 경로라면 분기점에서 3분 만에 도착했지만, 잘못된 일로 13분 지연돼 병원에는 9시 14분에 도착했다. 시 소방국에 의하면 이송 전부터 여성에게 의식은 없었다. 구급차 내에서 심정지 상태가 확인되어 심장 마사지 등 구명 처치가 실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송처 의사는 "도착의 지연이 여성에게 준 영향은 불명"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운전하고 있던 구급대의 20대 기관원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장 등 나머지 2명은 여성의 처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호도가야 소방서의 모리야츠카사 서장은 "가족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는 유료 구급차 도입을 앞두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는 올해 6월부터 '구급차를 이용했지만 입원하지 않는 환자'에게 7700엔을 징수한다고 밝혔다. 물론 교통사고, 공무원 부상, 주치의의 의뢰에 따른 긴급 수송, 공공 의료의 적용을 받는 환자는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또한 이송된 환자가 병원에 하룻밤도 머물지 않을 때는 담당 의사가 결정해 요금 징수 여부를 결정한다고 시청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관할 소방서에 따르면 2022년 1만5539건의 이송 사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56.6%는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 경미한 사례로 집계됐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5-14 07:09:29도쿄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에서 고양이의 '집사', 개 반려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통 집들이 한국보다 작은 데다 입양부터 키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입양부터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애완동물 숍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 입양하는 데만 200만~300만원은 싼 편입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품종은 1000만원을 웃돌기도 한답니다. 여기다 예방접종을 비롯한 각종 의료비와 사료값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도쿄 중심가에서 개를 키우면 부자'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래도 반려동물에 대한 일본인의 사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현재 약 1600만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있다고 추계되는데요. 이는 일본의 15세 미만 인구(1435만명)보다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볼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캣 맘'입니다. 한국에서는 캣 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 있잖아요. 일본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국민성 영향인지 캣 맘을 볼 수 없습니다. 또 철저한 등록제 덕분에 도심의 길거리에서는 유기견, 유기묘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반려견은 '충견 하치코(ハチ公)'이라고 불리는 개입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오타테시에서는 하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동상에 헌화한 한 초등학생은 "하치는 소중한 사람을 계속 기다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한 쪽 무대에서는 하치와 같은 아키타 한마리가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벤트를 열어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유난을 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하치코를 캐릭터화하고,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본이 사랑하는 '하치', 100살 되다 지난해 100살을 맞은 하치는 자타공인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개'일 겁니다. 한국에 돌아온 백구(1993년에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약 300㎞의 거리를 되돌아 진도로 돌아온 진돗개)가 있다면 일본엔 하치가 있습니다. 일본 전통 아키타 품종인 하치는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인 1923년 11월 10일에 아키타현 오타테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사망한 주인을 시부야역 앞에서 끝까지 기다리다 죽은 '하치(ハチ)'에게, 충성심이 높다는 의미에서 '공(公)'을 붙여 '하치코(ハチ公)'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하치는 생후 50일 정도에 도쿄 시부야에 살고 있던 우에다 에이자부로 도쿄대 교수의 집에 입양됐습니다. 당시 우에다 교수는 시부야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쿄대학으로 출퇴근했습니다. 하치는 항상 역앞까지 교수를 배웅하고, 다시 주인이 올 때까지 시부야역에서 기다리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1925년 우에다 교수가 도쿄대에서 급사한 이후에도 하치는 10년 가까이 교수가 살아있을 때처럼 시부야역에 교수를 마중 나왔습니다. 이 스토리가 아사히신문에 실리면서 하치는 충견으로 일약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1934년 기부금이 모여 청동상이 세워졌고, 화려하게 제막식도 열렸습니다. 청동상은 사실 하치가 살아 있을 때에 세워진 것이죠. 하치의 '충성'이라는 이미지가 당시 일본 제국주의 선전에 딱 맞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치는 11살이 되던 그 이듬해에 죽었습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던 일본의 전세가 급격하게 꺾이던 때입니다. 전쟁 중 자원 조달에 시달린 일본군은 급기야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던 하치의 청동상마저 군수물자로 공출했습니다. 종전 하루 전인 1945년 8월 14일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하치코 동상은 1948년 종전기념일(8월 15일)에 연합군 총사령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워진 두번째 동상입니다. 하치의 두번째 동상은 패전국으로 전락한 일본의 부흥이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하치의 사후 도쿄대학 농학부에서는 병리해부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부검도 흔하지 않던 시절, 단순한 개 한 마리가 아니라 '국민 개'로서 당시 하치가 얼마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는지 가늠케하는 대목입니다. 부검 결과 심장과 간에서 사상충이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복수가 고여 고통 받았고, 결국 사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위에서는 닭꼬치의 꼬챙이가 3, 4개 발견됐는데, 이 꼬챙이에 의해 소화기관이 손상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검 후 하치의 시신은 박제돼 국립과학박물관에 지금도 보존돼 있습니다. 하치 동상은 하치가 태어난 오타테시에도 하나 더 있습니다. 시부야역 동상과 비슷한 시기에 세워졌지만 이 동상 역시 태평양전쟁 당시 쇳물로 녹여졌다가 1987년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워진 것입니다. 2012년에는 우에다 교수의 고향인 미에현 쓰시의 긴테츠히사이역 앞에 우에다 교수와 하치가 마주 보는 모습의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논밭에서 日트렌드의 성지로 하치가 다녀간 100년의 시간 동안 시부야 일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했습니다. 동상이 된 하치는 같은 자리에서 일본의 변화를 목도했습니다. 지금 시부야는 일본의 유행을 선도하는 화려한 문화 일번지인데요. 1885년에 일본 철도 시나가와 선(현재의 JR 야마노테 선)역이 개업했을 무렵의 시부야는 전원 지대였습니다. 당시 시부야역의 하루 이용객이 당시에는 겨우 십여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현재 하루 26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 유명한 스크램블 교차로를 오가면서 시부야역을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곳이 얼마나 변모했는지 실감이 납니다. 특히 일본의 부흥을 세계에 각인시킨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은 시부야에도 전기가 됐습니다. 그 때 도로 교통망,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현재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1971년 11월에는 시부야 폭동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미군 주둔을 인정한 오키나와 반환협정 조인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대가 폭도화해 기동대 등을 화염병과 쇠파이프로 습격한 사건입니다. 1973년 시부야는 대표 쇼핑몰인 '파르코', 1979년 '시부야 109'가 잇따라 문을 열자 유행에 민감한 10~20대가 모이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발전했습니다. 1980년대 시부야 캐쥬얼 스타일을 뜻하는 '시부카지', 'DC브랜드' 등 이른바 일본의 버블패션이 각광을 받았고, 진하고 검은 얼굴 화장을 드러냈던 '갸루패션'에 이르기까지 시부야는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과 음악이 탄생하는 무대로 탈바꿈했습니다. 요즘 시부야-하라주쿠가 젊은이들의 패션 성지가 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1987년에는 영화 '하치 이야기'가 개봉하면서 잠시 기억에서 밀려났던 하치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9년에는 미국에서 리처드 기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등 하치의 스토리는 해외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하치코 동상은 만남의 장소 뿐만 아니라 방일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로 큰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거긴 꼭 가야돼", 더 '힙'해진 시부야, 외국인·기업 '핫플'로 이제 시부야는 방일 외국인 10명 중 6명이 찾는 국제적인 관광 도시가 됐습니다. '2022년도 국가·지역별 외국인 여행자 행동 특성' 조사에 따르면 방일 외국인이 방문한 도내의 장소(복수 회답)는 시부야가 58.4%로 가장 많았습니다. 방문 장소 중 가장 만족한 장소로 응답률이 높았던 곳도 시부야였습니다. 특히 시부야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긴자를 누르고 1위가 돼 명실상부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자리잡았습니다. 시부야에서는 최근 100년를 내다보는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2020년에 걸쳐 '시부야 스트림' '시부야 솔라스타' '시부야 후쿠라스' '미야시타 공원' 등의 상업 시설과 사무실이 연달아 개장했습니다. 향후 '시부야 사쿠라 스테이지' 등도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들도 시부야로 모이고 있습니다. 시부야구는 지난해 8월까지 미국, 한국, 스웨덴 등에서 11개사를 유치했습니다. GMO 인터넷그룹, 사이버 에이전트, 구글 일본법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특유의 문화가 발산되고,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선순환이 시부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다시 얼굴을 바꾸는 시부야를 향해 언론들은 '잘한 재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시부야는 옛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충견 하치만은 한 자리에서 변함 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11-13 13: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