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풀어 오르고 촘촘히 맺힌 금속 타원구들이 화려한 은빛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욕망에 찬 혹처럼 금방 터질 모양새였다. 단단한 금속에서도 미적 유연함이 돋보였다. 동시대 사회 구조에 깃든 현대인의 기계적인 정교함과 현혹적으로 아름다운 예술행위를 결합해 온 중견 조각가 김병호 작가의 개인전 '탐닉의 정원(Lost in Garden)'이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다음달 8일까지 열린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조성한 '정원'에 자신의 조형 원리를 빗대는 그는 총 15점의 금속 모듈을 조형의 기초 단위로 활용해 3차원 공간 안에서 구성의 미학을 탐구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전시장에선 김 작가가 '문명의 혹'이라고 부르는 금속 타원구 형태의 조각들을 조명한다. 방사형의 은빛 조각 '57개의 수직 정원(2024)'은 이른바 '문명의 혹'으로 불리는데, 둥근 금속 타원구가 직선형 구조 위에 빼곡히 맺힌 찬란한 형상을 선보인다. 시야에 가장 먼저 포착되는 것은 빼곡히 돋아난 빛점의 집합이다. 주위의 광원을 반사하는 찬란한 금속 타원구들이 관람객들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부풀어 오른 구체에서 출발해 그것을 지탱하는 선형의 기둥을 지나 원자재인 금속의 표면을 가늠하게 되는데, 인간이 문명을 이룩했지만 욕망도 함께 동반된다는 메시지가 담긴 듯하다. 지하 1층 천장부터 늘어뜨린 가는 줄에 거대한 몸을 맡긴 채 공중에 뜬 모습으로 가로로 놓인 '수평 정원(2018)'도 바닥 면에 드리운 다채로운 그림자가 관람객들을 현혹한다. '수평 정원' 속 조형의 얼개를 이루는 직선들이 선형적 도시 풍경을 상징하는 도상이라면,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덩어리들은 비선형의 변종이자 현혹적 미감을 추구하는 욕망의 발현이기도 하다. 1층에는 두 개의 형태로 구성된 회전형 기계 형태의 작품 '두 개의 충돌'이 전시된다. 거울 같은 은빛과 흑연 같은 먹빛의 표면을 지닌 두 모듈이 각자의 회전축을 중심 삼아 상반된 방향으로 회전하지만 절대 만나지 않는다. 규격화된 철재는 곡선을 품은 형태로 재가공됨에 따라 생산 체계 속 부품으로써의 기능성을 잃었지만 새로운 구조 내에서 작동하는 미적 가치를 획득했다. 3층에서는 평면 및 선의 조형성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네 점의 '정원의 단면(2024)' 연작은 공간에 서거나 누운 자세를 취한다. 무광택의 검은색 피막을 입은 조각들은 전시 공간과 대비를 이루며 곡면의 조형성을 강조한다. 평면성을 극대화해 단면의 두께를 강조한 일련의 조각들은 타원구 형태에서 느껴지는 입체적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는 김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특히 단면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해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상을 절단하고 평면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각적 탐구를 의미한다. 아홉 번의 관찰(2024)'은 은빛과 검정의 원판들이 겹겹이 쌓여 구성된 평면적 조형성이 돋보인다. 서로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아홉 개의 단면은 반사와 투영을 통해 평면에서 입체적 형태로 변화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323개의 가시(2024)'는 선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으로, 다양한 형태와 질감으로 마감된 금속 조각들이 공간 내에서 고유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김 작가에게 있어 예술 작품이란 규범, 규칙과 체계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품과 유사성을 지니는 대상"이라며 "그의 작품세계는 합리주의에 기반해 구축된 문명사회 속 인간의 삶과 심리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도록 한다"고 전했다. 한편, 그의 대규모 개인전은 올해 홍콩과 중국 선전에서도 예정돼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1-06 10:08:22전통한복 및 생활한복 브랜드인 옷재가 2024 우수문화상품 한복 분야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으며 이를 기념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고 6일 밝혔다. 2024 우수문화상품은 디자인, 문화콘텐츠, 식품, 한복, 한식 등 5개 분야에서 한국적 가치를 담은 상품을 발굴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기획된 공모전이다. 선정된 상품에는 K-리본 마크가 부여되며, 이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공식 인증의 의미를 가진다. 옷재는 이번 공모전에서 ‘소색 설빔 누비 저고리’로 한복 분야 우수문화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제품은 전통 평면 재단 방식과 현대적인 입체 패턴 기술을 결합해 편안하면서도 미학적 가치를 구현한 생활 누비 저고리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기념해 옷재는 11월 29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순라길 웨이브스페이스에서 기획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소색 설빔 누비 저고리’를 포함한 옷재의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며, 팝업스토어는 한국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콘셉트로 꾸며져 한복과 연말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특히 플라워 아티스트 루시안과 협업해 서정적이고 단아한 누비 저고리 크리스마스 트리도 선보이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옷재는 전통 한복과 생활 한복을 제작하며, 한국 고유의 미를 기반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한복 전문 브랜드다. 브랜드는 결혼, 일상,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삶의 순간을 한복으로 담아내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오지영 대표 디자이너는 “소색 설빔 누비 저고리가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한복이 가진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4-12-06 13:31:46세계적인 서예가 운학 박경동 고희전이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박경동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과 윤석열 대통령의 명패를 제작한 작가다. 여초 김응현을 사사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일본, 미국 등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박경동은 대형 붓을 잡고 1시간40여분 동안 787자의 한시(漢詩)를 써내려가 한국기록원에서 인증하는 세계 기록보유자가 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작은 '떨림의 미학'을 구현했다. 그에게 '떨림'은 필(筆)로 시작해 문장과 스승의 눈빛을 거쳐, 기록으로 남김과 몸으로 이어진다. '떨림'이라는 단어 하나에는 박경동의 몸·마음과 예술가로서의 총체성을 담고 있다. 시간이라는 물리성, 창작자로서의 끝없는 창신(創新)을 향한 막막함과 간절한 심리성, 기록을 남기는 예술작품으서의 역사성과 영원성이다. 박경동은 "먹을 갈고 붓을 잡으면 항상 나의 손은 떨림"이라면서 "이번 전시는 한국 여류 작가의 애환과 그리움을 담은 시와 한용운 선생의 '추야몽(秋夜夢)', 나의 부족한 자작시 몇 수를 주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26 11:53:41국립오페라단이 내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초연한다. 1920년에 처음 상연된 이 작품은 후기 낭만주의 성격이 짙다. 유려한 멜로디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상시키는 3관 편성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음향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로맨틱한 음악으로 '대비의 미학'을 보여주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은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의 전체 미학 중 하나가 바로 대비 효과에 있다"면서 "죽음과 삶, 정신적 사랑과 관능적인 사랑, 엄격한 세계와 삶의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작품이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코른골트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브뤼주'를 원작으로 23세때 작곡한 '죽음의 도시'는 남자 주인공 '파울'이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비롯해 그녀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하며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만나게 되지만 사랑과 신의를 요구하는 아내의 환영에 시달리다 결국 마리에타의 목을 조른다. 이후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도시'는 말러와 유사한 낭만주의적 선율과 함께 상실감에 따른 주인공의 절규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최상호 단장은 "이 작품이 초연부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아마도 (1920년대 당시) 자신들의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거대한 오케스트라 위에 하나의 서사가 활짝 펼쳐지는 경험과 동시에 상실감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독일 지휘자 로타 쾨닉스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가 이끈다. 로타 쾨닉스는 오스나브뤼크 극장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빈 주립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부터 베르크까지 폭넒은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또 줄리앙 샤바스는 마그데부르크 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을 역임하며 현대 오페라 제작으로 오페라계에 이름을 알렸다. '죽음의 도시'의 하이라이트는 파올이 마리에타를 머리카락으로 죽이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샤바스 연출은 "마리에타는 죽은 후에도 무대 위에 등장할 예정이다. 일종의 상징적인 죽음을 만들어내려고 한다"면서 "공연을 보다 보면 현실과 꿈, 환각 사이에 끝없는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섬뜩한 스토리와 반대되는 따뜻한 위로의 아리아는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막에서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파울이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2막에서 선보이는 바리톤의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음악임에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유에 대해 국립오페라단 측은 "성악가들에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파울 역은 B플랫, A음이 가득한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데다 강한 체력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마리·마리에타 역은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맡는다. 프랑크·프리츠 역엔 바리톤 양준모·최인식, 브리기타 역엔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줄리에트 역엔 소프라노 이경진, 루시엔느 역엔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빅토랭 역엔 테너 강도호, 알베르 백작 역엔 테너 위정민이 출연하며, 가스통 역은 임재헌이 맡아 팬터마임을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에서도 선보인다. '죽음의 도시'는 5월 25일 오후 3시 국내 최초 오페라 전용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4-22 20:17:19【 밀라노(이탈리아)=김동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탈리아 장인들과 협업한 제품을 앞세워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뜨겁게 달궜다. 다만, 양사의 유럽 공략 디자인 전략은 차별화 포인트가 뚜렷했다. 삼성전자는 본질과 혁신, 조화라는 디자인 철학을 통해 '공존의 미래'를 강조했다. 반면, LG전자는 최첨단 기술에 프리미엄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정밀함의 미학'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공존의 미래' 선보인 삼성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역사적 장소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을 들어서자 우주선과 잠수함 등 첨단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전시물이 고객들을 맞이했다. 고객들을 따라 내부로 들어서자 '공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삼성전자의 푸오리살로네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전 세계 180개국 37만여명이 참여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실내 전시관의 '살로네 델 모빌레'와 장외 전시인 '푸오리살로네'로 구성된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푸오리살로네에 참가한 삼성전자 전시관은 크게 5가지 공간으로 구성됐다. 처음 3개관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추구하는 디자인 지향점인 '본질'과 '혁신', '조화'를 담았다. 최은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프로는 "큐브 안에 움직이는 빛의 구체들이 고객과 교감하고, 이를 통해 형체와 질감을 형성하는 것을 표현했다"라며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서서히 결합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네 번째 공간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며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미디어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무한한 긍정의 가능성을 표현한 마지막 공간에서는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실제 제품에 접목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도자기 브랜드 '무티나', 목재 브랜드 '알피'와 협업해 탄생한 비스포크 제품들은, 장인들이 빚어낸 질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노태문 사장은 "삼성은 1996년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정립했다"며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술 혁신과 동반됐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혁신 경험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이 삼성 제품에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인의 손길' 강조한 LG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차로 20여분 이동하자 LG전자가 밀라노에 마련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찾을 수 있었다. 기존에도 운영하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디자인 위크를 맞아 장인들과 협업한 이벤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입구에는 이탈리아 종이접기 장인 루이자 오노프리가 만든 4000여개의 종이꽃이 고객들을 반겼다. '정밀함의 미학'을 주제로 꾸며진 전시관에 들어서자 1층 정중앙에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트렌드에 주목해 LG전자와 협업해 만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언더카운터 모듈형 냉장고였다. 지하로 내려가자 LG전자가 밀라노 건축디자인 그룹 M2 아틀리에와 협업해 첫 선을 보인 '와인 캐빈'이 자태를 뽐냈다. 360도 회전형 구조에 하단에는 와인 셀러, 상단은 와인 잔을 전시·수납하는 공간과 시가 박스로 구성됐다. 성재욱 LG전자 키친솔루션 해외영업팀장은 "요리는 온도 제어의 정밀함이 가장 중요한 만큼, 주제를 '정밀함의 미학'으로 정했다"라며 "일주일에 3번 쿠킹 스쿨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프리미엄 빌트인 디자인과 철학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4-16 02:58:41초암다실의 미학 / 후루타 쇼킨 / 민족사 '초암다실의 미학'은 초암 다실의 미학적 구조를 통해 '다선일미'(茶禪一味,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를 체험하도록 하는 안내서다. 초암다실은 다다미 4장 반(약 2평)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 4장 반을 우리나라 고시원 정도의 작고 더 이상 싸게 구할 수 없는 방으로 비유하고 있다. 초암다실은 선(禪)을 지향하는데, 선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無)'를 자각하기 위함이다. 만사를 내려놓고 집착을 끊을 때, 아만(我慢)과 아집을 버리고, 무아의 경지에 다다를 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도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 좁은 게 좁은 것이 아니고, 넓은 게 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는 아집을 타파하고 곧 선을 깨닫게 되는 방법이라 말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1-16 16:53:04"전통의 친환경 옻칠 공예는 '기다림의 미학'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습도를 유지한 가운데 많게는 열번 정도 덧칠을 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남 김해에서 대성옻칠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후암 천병록 옻칠 공예 명장은 8일 "모든 것이 빨리빨리로 통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직 우리 전통의 옻칠만은 기다림의 연속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천병록 옻칠 명장은 '오동나무의 옻칠방법과 이를 이용한 생활용품'과 '가구용 경량패널 및 그의 제조방법'이라는 특허도 보유 중이다. 천 명장이 손수 제작한 천연 옻칠 오동나무 연잎모양 접시와 직사각 접시, 차 받침, 자그마한 찻상 등은 소품을 모으는 마니아층과 커피나 전통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여행을 온 일본 관광객에게까지 소문이 나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정도다. 부산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은 지난달 초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전시회'에 대성옻칠공방이 부스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까지 찾아 30여가지에 이르는 천 명장의 오동나무 옻칠 공예품을 골라 대거 구매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천 명장은 "하나의 오동나무 옻칠 소품의 경우 나무를 직접 깎아 디자인하고 모양을 낸 뒤 살균을 위해 겉을 불에 살짝 태워 깨끗하게 씻은 다음 보름에서 길게는 20일 정도에 걸쳐 옻칠을 해 말리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진다"면서 "가볍고, 시간이 가도 변질이 없는 데다 까만 소품에 맛깔스러운 음식을 올려놓을 때 새로움을 더해 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명장이 손수 만든 옻칠 공예품은 무엇보다 친환경 생활을 즐기려는 애호가들의 기호에도 안성맞춤으로 마니아층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천 명장은 "오후 8시부터 새벽까지 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 갖가지 오동나무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정해진 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익혀온 감각을 바탕으로 작게는 네번에서 여섯번, 많게는 열번까지 울지 않도록 가급적 얇게 옻칠을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천 명장은 오동나무 소품·공예품 제작뿐만 아니라 수집된 옛날 장롱이나 반다지, 대바구니 등을 옻칠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옻칠 공방을 통해 거듭 태어난 옛 대바구니는 도자기나 빵 같은 간단한 음식 종류를 담는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무형문화유산 옻칠장으로 등록돼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 명장은 오래된 고택을 옻칠을 통해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에도 전념하고 있다. 천 명장은 "종택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고택의 경우 페이트를 칠하고 벗겨지면 또 칠하는 작업보다 곰팡이를 방지하는 살균 효과까지 뛰어난 전통방식의 옻칠을 통해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 같은 목조 건축물은 옻칠하기에 적합한 습도가 유지되는 여름철에 해서 3년 간격으로 세번 정도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성옻칠공방을 운영하는 천 명장은 옻칠을 한 알록달록한 예쁜 팔찌와 신발 깔창에다 옻잎을 말려서 만든 옻차까지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옻이 가진 특유의 독성을 특허기술로 제거해 만들어 본격적인 시판에 앞두고 있는 옻차는 마시기에 부드럽고 위장질환과 혈액순환 개선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명장은 "지금까지 김해에 있는 공방으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나 관련 전시회에 참여해 만든 소품을 주로 판매해 왔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면세점 입점 등을 통해 판로를 넓혀 나가는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5-08 18:56:20[파이낸셜뉴스] "전통의 친환경 옻칠 공예는 '기다림의 미학'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습도를 유지한 가운데 많게는 열번 정도 덧칠을 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남 김해에서 대성옻칠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후암 천병록 옻칠 공예 명장은 8일 "모든 것이 빨리빨리로 통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직 우리 전통의 옻칠만은 기다림의 연속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천병록 옻칠 명장은 '오동나무의 옻칠방법과 이를 이용한 생활용품'과 '가구용 경량패널 및 그의 제조방법'이라는 특허도 보유 중이다. 천 명장이 손수 제작한 천연 옻칠 오동나무 연잎모양 접시와 직사각 접시, 차 받침, 자그마한 찻상 등은 소품을 모으는 메니아층과 커피나 전통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여행을 온 일본 관광객들까지 소문이 나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정도다. 부산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의 경우 지난달 초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전시회'에 대성옻칠공방이 부스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까지 찾아 30여가지에 이르는 천 명장의 오동나무 옻칠 공예품을 골라 대거 구매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천 명장은 "하나의 오동나무 옻칠 소품의 경우 나무를 직접 깎아 디자인하고 모양을 낸 뒤 살균을 위해 겉을 불에 살짝 태워 깨끗하게 씻은 다음 보름에서 길게는 20일 정도에 걸쳐 옻칠을 해 말리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진다"면서 "가볍고 시간이 가도 변질이 없는 데다 까만 소품에 맛깔스러운 음식을 올려놓을 때 새로움을 더해 준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명장이 손수 만든 옻칠 공예품은 무엇보다 친환경 생활을 즐기려는 애호가들의 기호에도 안성맞춤으로 메니아층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천 명장은 "오후 8시부터 새벽까지 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 갖가지 오동나무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정해진 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익혀온 감각을 바탕으로 작게는 네번에서 여섯번, 많게는 열번까지 울지 않도록 가급적 얇게 옻칠을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천 명장은 오동나무 소품·공예품 제작 뿐만 아니라 수집된 옛날 장롱이나 반다지, 대바구니 등을 옻칠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옻칠 공방을 통해 거듭 태어난 옛 대바구니의 경우 도자기나 빵 같은 간단한 음식 종류를 담는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무형문화유산 옻칠장으로 등록돼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 명장은 오래된 고택을 옻칠을 통해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에도 전념하고 있다. 천 명장은 "종택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고택의 경우 페이트를 칠하고 벗겨지면 또 칠하는 작업보다 곰팡이를 방지하는 살균 효과까지 뛰어난 전통방식의 옻칠을 통해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같은 목조 건축물은 옻칠하기에 적합한 습도가 유지되는 여름철에 해서 3년 간격으로 세번 정도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성옻칠공방을 운영하는 천 명장은 옻칠을 한 알록달록한 예쁜 팔찌와 신발 깔창에다 옻잎을 말려서 만든 옻차까지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옻이 가진 특유의 독성을 특허 기술로 제거해 만들어 본격적인 시판에 앞두고 있는 옻차는 마시기에 부드럽고 위장 질환과 혈액순환 개선에도 효험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명장은 "지금까지 김해에 있는 공방으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나 관련 전시회에 참여해 만든 소품을 주로 판매해 왔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면세점 입점 등을 통해 판로를 넓혀 나가는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5-08 12:23:43【파이낸셜뉴스 평택=장충식 기자】 경기도 평택시는 오성면 신리에 복합농업체험공간 '공간미학(米學)'이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01년 이후 운영 중단으로 방치돼 있던 버섯재배사를 리모델링한 '공간미학(米學)'은 2020년과 2021년 경기도 공모사업인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총 3개 동, 연면적 807.28㎡의 규모로 건립됐다. 1동은 관리사무소로 회의 공간 및 관리사무실이 마련되어 있고, 2동은 마을 역사 전시관으로 신리 마을의 역사에 대한 전시 및 특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2층으로 이루어진 3동은 복합농업체험관으로 1층에는 ‘쌀’을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 및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2층에서는 지역 농산물 및 가공품 판매·전시를 할 계획이다. 정장선 시장은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농촌 체험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공간미학이 복합농촌체험공간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농촌문화체험공간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03-21 12:44:33"모방이란 회화, 조각, 시예술(時藝術)에서 각기 똑같이 만족의 한 요인이다."-아리스토텔레스. K-스컬프처 작가에게 어떤 사유로 조각의 길을 걷고 있는지 물으면 어린 시절 비누나 점토로 기가 막히게 사물을 모사해 내는 능력을 발휘했다는 경험을 공통으로 이야기한다. 자연이나 사물을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며 이 중 시각적 표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시각예술 분야로 입문하게 된다. 이처럼 가시세계를 조각으로 미메시스(모방)한 양식이 구상조각이며 추상조각에 대립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필자는 한참 전 어린 생각에 석굴암 본존불상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더 대단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었었다. 석조과정에서 화강암에 쇠정이 깨져나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이탈리아 대리석은 연두부, 우리 화강암은 콩 입자가 살아있는 딱딱한 메주라는 것을 인식하고 표피적인 기교를 동일 비교 선상에 놓은 무지함으로부터 미립이 트였다. 비단 재질의 상이함만이 아니다. 서양의 해부학적 인체접근과는 다르게 숭고의 필터를 통해 정각(正覺)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현현한 이상적 사실주의라는 것을 수학하며 깨달았다. 1946년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에 최초로 조각전공이 개설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소학부에서 배우는 인체조소 방법은 1920년에 동경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복진(1901~1940)이 근대 구상조각의 포문을 열며 전파한 서구식 모델링 기법이다. 커리큘럼을 마스터한 한국의 구상조각가들은 동양철학에 서구식 조형원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한 것이다. 근대 조각의 1세대인 김경승, 윤승옥, 윤효중 등에서 2세대인 백문기, 김정숙, 전뢰진, 윤영자, 민복진, 김영중, 송영수, 배형진, 오종욱, 최기원, 최만린 등으로 구상조각이 면면히 이어지던 중 현대조각이라는 견장을 얹은 추상조각이 미술계를 쓰나미처럼 휩쓸었다. 2세대 중 상당수는 인체 구상에서 출발하였지만, 비정형 앵포르멜(informel)을 통해 추상조각으로 점차 방향을 전환하였다. 지난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권진규(1922~1973)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가 개최되었다. 권진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살아생전 구상조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33㎡ 남짓의 작업실에서 혼을 불사르며 작업을 했을 시절 도둑이 들어 그의 흉상 한 점을 훔쳐 간 사건이 있었다. 그는 작품이 귀중품으로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도난당한 조각이 시궁창에서 발견됐고 도둑이 버렸다는 사실에 그는 크게 낙담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높은 가치를 가진 작품의 작가가 생전 겪은 에피소드는 웃음보다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예술 분야가 어려운 환경 속에 있지만 조소예술은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더 고단하다. 타 분야보다 더 넓은 작업공간, 다양한 물성, 공구상 수준의 도구, 육체적 노동을 수반해야 하는 특성에 유해한 화학물질과 분진은 덤으로 주어진다. 열악한 환경에도 고군분투하며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고찰하고 시도해온 한국의 구상조각은 정부의 지원, 기업 메세나의 후원에 힘입어 공공미술로서 도심 곳곳에서 조우할 수 있다. 이런 부흥책으로 해외 선진국에서도 도시미관을 연구할 때 한국을 성공예시로 들고는 한다. 또 차세대 구상조각가들은 계보가 아니더라도 태도로 구상의 형식을 규정하고 한국 고유의 주체적 미학을 투영해 해외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의 병풍을 헤치고 나아가 예상 낙찰가보다 높은 가치로 인정받는 등 K-스컬프쳐의 영광을 재촉하고 있다. 소통과 공감을 배태한 한국의 구상조각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한류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리라 믿는다. 김하림 조각가·㈜아트플렛폼 대표
2022-07-28 18: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