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바둑 천재 소녀'라고 불리는 나카무라 스미레(14) 3단이 한국에서 프로기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지난 10일 바둑계에 따르면 나카무라 3단은 최근 한국기원에 객원기사 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프로기사협회는 오는 13일 열리는 대의원 회의에서 나카무라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의원 회의에서 승인되면 한국기원에 정식 안건으로 제출된다. 한국기원은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프로기사협회에서 제출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거부당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카무라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는 대의원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중견 프로기사는 "우리가 스미레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라며 "어리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닌 기사가 한국기원에 합류하면 다른 여자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기원은 세계 최강 여자기사로 평가받은 중국의 루이나이웨이(59) 9단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객원 기사로 활동하면서 여자 선수들의 기력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앳된 용모와 뛰어난 재능으로 한일 양국에서 성 대신 '스미레'라는 이름이 애칭으로 불리는 나카무라 3단은 3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뒤 여섯살이던 2015년 한국으로 건너와 4년 가까이 바둑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나카무라가 어린이 바둑대회 등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자 일본기원은 2019년 4월 영재 특별전형으로 입단시켰다. 만 10세에 입단해 일본기원 역사상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 나카무라는 올 2월 여자기성전에서 우승하며 역대 최연소 타이틀 기록까지 수립했다. 현재 나카무라는 올 시즌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순천만국가정원 팀 소속 외국인 기사로도 뛰고 있다. 나카무라가 한국기원의 객원기사로 승인된다면 내년 2월 일본 여자기성 타이틀전을 치른 뒤 건너올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9-11 06:44:04▲ 한국 바둑 1인자의 계보 한국 바둑 1인자의 계보 한국 바둑 1인자의 계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바둑계는 여타의 스포츠 분야와 비슷하게 주로 천재적 스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한국바둑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조남철은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 간 1인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김인에게 1인자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김인은 그로부터 약 10년 뒤 그 자리를 열 살 아래인 조훈현에게 물려준다. 조훈현이 거의 모든 기전들을 독식하던 20여 년의 세월 동안 동갑내기 라이벌 서봉수가 자리를 넘보았지만 ‘바둑황제’라는 별칭의 이창호가 나타나자 무너지고 말았다. 조훈현에게 서봉수, 이창호에게는 유창혁과 같은 2인자들이 때때로 국내기전에서 1인자를 꺾거나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이변을 보였지만, 1인자와의 격차는 무색할 정도로 컸고 그 격차는 끝내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이창호를 왕좌에서 내려오게 할 인물은 이세돌이었다. 한국 바둑계에 춘추전국시대는 없었다. 1인자들은, 다음 세대의 왕이 나타날 때까지 굳건히 왕위를 지키고 있다가 오직 왕이 될 인물에게만 왕좌를 넘겨왔다. /온라인편집부 news@fnnews.com
2015-04-03 07:28:25국내 최다관왕 이세돌(28)이 16개월째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화제다. 3일 한국기원은 이세돌이 프로기사 6월 랭킹에서 9851점을 얻어 9690점의 최철한 9단을 161점 차로 제치고 1위를 지켰다고 전했다. 앞서 이세돌은 지난 5월 김승재 4단과 이지현 초단을 연파하며 순탄한 출발을 보였으나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고수초청전’에서 이야마 유타 9단과 구리 9단에 잇달아 패하며 최하위로 처진데 이어 한국리그에서 최철한 9단에게 무너져 2승3패로 5월을 마감했다. 이에 4개월 연속 랭킹 포인트를 끌어올렸던 이세돌은 5개월 만에 점수가 28점 하락했지만 프로 기사 랭킹은 최근 1년간의 성적을 합산해 매달 발표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점수가 워낙 높아 이세돌이 1위의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 최철한 9단은 월 한달간 2승 1패로 6점이 상승했으나 5개월째 2위의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이세돌의 랭킹 소식에 네티즌들은 "역시 이세돌", "괜히 바둑 천재는 아닌 듯", "당분간은 1위 유지 하겠네", "대단하다 바둑은 잘 모르지만 16개월 1위가 쉬운 일은 아닐 듯"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세돌과 최철한의 뒤를 이어 박정환 9단, 허영호 9단, 강동윤 9단, 원성진 9단이 3~6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타엔 황호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starn@gmail.com 관련기사 ▶ 명동 화재, 10여분 만에 진압해...'인명 피해 없어' ▶ 아이폰5, 6일 공개될까?..신제품-신기술 공개 ‘관심집중’ ▶ 의대생 성추행 파문,휴대전화 촬영까지...성폭행 '부인' ▶ 통신요금 기본료 1000원 인하...소비자 반응은 ‘싸늘’
2011-06-03 18:46:22"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능력이 우리(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며, AI가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창의성을 가지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의성'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AI는 사용자가 텍스트를 제시하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면서 '창작'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AI 시대' 대한민국에 위기이자 기회 국내 대표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AI의 창의성은 데이터를 결합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고 말했다. 다만 "평균적인 인간 수준과 비교하면 놀랍지만, 아직은 탁월한 창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며 "인간의 창의성은 개인적 경험이 만들어내는 뇌의 개성적 연결이 원천인 만큼 인간과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알쓸신잡 등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대표 뇌과학자이자 스타 교수다. 오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열리는 'AI월드 2024'에서 '인간과 AI의 공존'을 주제로 파올로 베난티 프란치스코 교황 AI윤리부문 고문과 대담을 나눈다. 그는 뇌인지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뇌'와 'AI'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능의 목적'으로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간은 자연 생태계에서 '생존'하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과의 대규모 협력을 통한 맥락 이해와 섬세한 소통을 위해 뇌가 발달해 왔다"며 "반면 인공지능은 수학천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해온 터라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문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고 데이터들의 수학적 특성들을 놀랍도록 잘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단한 건 AI의 수학적 알고리즘과 엄청난 계산 능력을 인간의 인지적 영역에 적용해 마치 의식과 감정을 가진 존재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 AI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AI 발전은 놀랍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2030년 전후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AI 시대'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산업화 시대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컨설팅 비즈니스는 아이디어 승부가 되고, 수많은 바이오·제약 실험들은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할 인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지만, 평범한 역할을 수행해온 사람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AI 산업은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데이터,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수록 유리한 자본경쟁에 돌입한 만큼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얼마 없다"며 "적은 데이터로 탁월한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인간 뇌를 닮은 AI' 분야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아 우리가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은 AI 발전을 위한 뇌인지과학과의 시너지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빅데이터 기반의 AI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사용, 머신러닝의 개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에 취약점이 있다"며 "뇌인지과학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적은 데이터만으로 놀라운 지적 능력에 도달했는지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거품론? 이미 비즈니스 지형도 크게 변화 저출생·초고령화로 야기된 노동생산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생산성을 늘리더라도 '소비' 시장이 작으면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못하는 만큼 글로벌 마켓으로의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I의 발전에 따른 '윤리' 논란은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AI 수술 전략 실패로 인한 의료사고 책임,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판단을 고민하는 '트롤리 딜레마' 등 AI 발전과 더불어 윤리 문제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정 교수는 "현대 인공지능은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어 AI 윤리 문제는 향후 10년 내에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관, 가치관 확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법률 분야에 적용하는 '리걸테크'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내비쳤다. 최근 강력범죄 양형이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로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며 'AI 판사' 도입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AI가 구체적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진 못하더라도 수많은 유사 판례를 찾아준다거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판례)를 바탕으로 한 접근은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편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판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비서를 판사 곁에 두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2016년에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AI 열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챗GPT가 발표된 2022년 전까지 한동안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챗GPT와 달리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 같은 범용 인공지능 서비스는 구글의 검색엔진처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으로 검색하는 것을 넘어서, AI에 의지해 의사결정을 하는 '의존'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AI는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크게 바꿔 놓은 만큼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과 AI의 공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조사가 다른 AI 간 협업이나 사람들만의 협업보다 인간과 AI가 '원 팀'을 이룰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존재만이 아니라 우리의 협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AI를 팀 메이트로 여기고, 인간과 역할 분담을 정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9-01 18:28:02[파이낸셜뉴스]NH농협은행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을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한국여자바둑리그는 2015년 출범한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프로기전으로 명실상부 한국여자바둑계를 대표하는 대회이다. 이번 개막식에는 박병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등 100여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리그는 지역 연고제를 표방하며, 철원군, 평택도시공사가 새롭게 참가해 7월 1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5개월간에 치열한 경쟁을 이어간다. 모든 경기가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중국, 일본 등 전세계의 정상급 바둑기사들이 참가한다. 특히 15세 일본의 천재기사 스미레 3단이 처음으로 평택도시공사팀의 주장으로 참가한다. 많은 바둑팬들은 한·일 천재소녀 김은지와 스미레의 라이벌 매치를 기대하고 있다. 박병규 수석부행장은 “많은 분들이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기사들의 흥미진진한 대국으로 바둑의 매력을 느끼셨으면 한다”며 “농협은행은 이 대회를 통해 국내 정상급 여성기사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7-02 12:13:49[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한국노벨과학포럼에서 ‘한국 노벨과학상 수상 저해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K팝, K스포츠, K드라마, K푸드 등 실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깊이 있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 포럼에서 토론이슈로 다뤘던 내용 중 아이를 교육시키며 느꼈던 것을 본고에서 언술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포럼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능력강화교육...실패 두려워말아야 전문가들이 제일 먼저 저해요인으로 뽑는 것은 학생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토론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 교육체제가 답을 찾는 것에만 집중된 것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입시에 매달려 답만 찾는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 환경은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 위대한 연구와 발명을 이루어내고 있다. 실패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에디슨의 전구 발명보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라는 이 실패 경험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추격형 국가에서는 남의 나라가 한 것을 베껴서 빨리 응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새롭게 엉뚱한 것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실패를 겪을수 밖에 없다. 그런 실패가 바로 노벨상의 밑거름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고, 실패에 관대한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에 너그러워야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것이고, 그다음 순서로 위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노벨상 수상자로 이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원천과 기반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서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초과학 연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연구 목적을 노벨상 수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노벨상은 부단한 기초과학 연구 노력과 행운이 결합하여 수상할 수 있는 명예일 뿐이다. 이런 부분을 저명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신희섭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노벨상 수상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엔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정도로 엉뚱한 연구만 했다. 노벨상은 열심히 일을 해서만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 엉뚱하게 그리고 즐겁게 연구해야만 자연스레 따라와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장거리달리기...맞춤형 연구, 교육 절실 또 노벨상 수상만을 목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연구 자체를 즐기며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모범생의 장원급제 DNA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장인 DNA를 만드는 것과 같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노벨상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에게 수학과 과학 공부를 강제로 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즐겁게 놀아가면서 자신만의 장인 DNA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노벨상은 장거리 달리기다.필자는 이 포럼에서 65세로 정년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경력과학자들, 석학들이 후배(과학영재들)에게 꼭 필요한 멘토임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MATA 본사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필자의 딸(박원희.36)은 하버드대학교 진학 후 이학계열(미생물학 전공 예정)에서 경제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위해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을 선택할 때, 경제학자 ‘장하성교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스승과 그 분야의 멘토 덕분에 학교와 전공을 잘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그에게는 미생물학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이유가 있다. 과학을 암기식으로 배운 우리나라의 교육으로는 대학교에서 하는 과학실험실이 즐겁지 않았고,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필자의 딸도 한때는 노벨상을 꿈꿨다.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정에 마련된 노벨상 좌대에 훗날 자신의 이름을 남기겠다는 꿈이 하버드대학교 1학년 과학실험실에서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즐긴다는 DNA가 학문적 업적을 남길 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고 고백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분야를 이끌어주는 멘토의 역할이었다. 전공을 바꿀 때도 또 대학원을 선택 할 때도 멘토가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과학은 긴 시간 실험과 연구의 결과에서 나오는 것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딸이 노벨과학상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했기에 도제식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인공지능에 수조 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즘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연으로 학문적 생태계와 교육적인 측면에 미치는 부작용들을 우려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존하니 사고가 사라지고 있다. 대학 강의실의 열띤 토론이 사라지고,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 적는다면 우리에게 노벨상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암기가 아닌 사고를 가르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랜 기간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본 연구자들이 많아야 한다. 노벨상을 의식하지 않는 연구를 해야 노벨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가희 문학박사 /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 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3-06-23 23:49:08[파이낸셜뉴스] 2019년 9월 일론 머스크와 마윈이 상하이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토론을 나눴다. 마윈 역시 이전까지 알리바바를 창업한 전설적인 기업가로 존경을 받고 청년들의 멘토 역할도 했다. 하지만 해당 토론 이후 일론은 '천재 혁신가'로, 마윈은 '우연히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얻는데 그쳤다. 토론의 주제가 인공지능(AI), 뉴럴 링크, 화성 탐사 등 마윈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님과 중학생 정도의 토론을 보는 것 같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특이점을 넘어선 AI의 위험성에 대한 주제에 마윈은 "자기는 컴퓨터(AI)와는 체스와 바둑을 두지 않는다"거나 "AI는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등의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놨다. 내연 기관차 시대를 끝내고 전기차 시대를 열고, 인간의 뇌와 AI를 결합해 정보를 전송하고, 스타링크를 통해 전세계를 연결하고, 화성을 개발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 시대를 연다는 생각이 모두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 천재 한 명이 과거에 수만명, 수십만명의 몫을 했다면 현재는 그 이상의 몫도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이러한 천재가 나올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저보면 적어도 2023년 현재는 매우 부정적이다. 아니, 지금의 한국에서는 마윈과 같은 사업가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기초과학보다 '보다 높은 수입'이 우선시되는 현실 최근 우연히 '아파트투미'가 만든 하나의 통계표를 봤다. 제목은 '2022 의대 진학률 상위권 고등학교 TOP 30'였다. 1위 휘문고·서울 강남구 대치동·151명, 2위 상산고·전북 전주시 완산구·126명, 3위 세화고·서울 서초구 반포동·96명. 이런 식으로 고등학교와 주소, 의대에 진학한 학생의 숫자가 나와 있는 표였다. 한국의 천재들(혹은 될 수 있었던 천재들)은 모두 의대에 간다. 수년전 봤던 한 칼럼에서 1%의 천재들은 물리학, 수학 등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의사라는 직업은 지능 상위 5%~10% 정도 되는 사람이 택해도 충분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수백명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도 소중하지만, 위대한 과학적 발견과 성취는 전 인류에게 그 혜택을 나눠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는 '보다 높은 수입'에 초점이 맞춰져 정신과, 피부과 선호 현상이 지나친 상황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10여 년전 한 대학의 공개 강연에서 도서관에서 토익 문제집을 풀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토끼 무리'가 생각난다고 했다. 수십 마리의 토끼 무리에게 사자가 달려오는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기 보다 무리 속에 파묻혀 떨고 있는 토끼 무리 말이다. 대학생들 입장에서야 불안한 현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 하에서 택할 수 있는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 토익 문제를 열심히 풀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 또, 한국의 천재들이 모두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인풋 대비 아웃풋(수입)이 가장 뛰어난 직업을 택하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합리적 선택을 하는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사회의 보상 시스템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천재들은 의사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천재들은 기꺼이 나사에 들어가고, 테슬라에도 들어간다. 그만큼의 보상이 뒷받침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교육, 혁신을 만든다 지난 2월 27일 28일 양일간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1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열렸다. 급변하는 대전환기의 시대 문화예술 교육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조명하는 토론회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장덕진 서울대 사화학과 교수겸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한국에서 어쩌면 천재를 발굴하고 교육할 수 있는 하나의 힌트를 던져줬다. "서울대에 도서관이 9곳, 책이 520만권 있다. 본관인 중앙도서관과 분관인 사회과학 도서관, 법학 도서관 등등이다. 학생들의 대출 패턴을 보면 음대생은 음대도서관에서, 생명공학과 학생은 공학도서관에서만 책을 빌린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최첨단 분야의 훌륭한 학자는 많이 나오지만 노벨상은 안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혁신이나 커다란 부가가치는 대게 서로 다른 분야들 사이에 놓여 있다. 서울대 도서관은 지난 8년간 학생들의 250만권의 대출 이력을 빅데이터 분석해 분야를 넘나들며 독서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할 계획이다. 향후 3~4달 후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머스크 이전에 아이폰을 만들며 혁신의 아이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는 "내 인생의 전환점은 파이포그래피 수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학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 수업을 들으며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명상을 통해 분야를 넘나드는 사유를 확장해 혁신을 이룩한 것이다. 어쩌면 문화와 예술 교육의 역할도 각각의 분야들 사이에 끊어진 다리를 연결해 섬이 아닌 세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하에서 가장 먼저 없어지는 수업이 체육과 음악과 같은 수업이라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고영선, 신영준이 쓴 '완벽한 공부법'에 보면 '운동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캘리포니아대 칼 코트만 교수는 우리가 운동할 때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BDNF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고 기존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뇌 신경인 시냅스의 연결을 촉진한다. 쉽게 말해 운동하면 똑똑이 세포가 증가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그의 자전적 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83페이지에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아울러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뇌 내에서 태어나는 해마 뉴련의 수는 유산소운동을 통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유산소운동이란 수영이나 조깅 같은 장시간에 걸친 적당한 운동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태어난 뉴런도 그대로 두면 28시간 뒤에는 별 쓸모도 없이 소멸해버립니다. 정말 아깝지요. 하지만 막 태어난 뉴런에 지적인 자극을 주면 그게 활성화해서 뇌 내의 네트워크와 이어져 신호 전달 커뮤니티의 유기적인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학습과 기억 능력이 높아집니다. 어쩌면 적절한 체육과 문화 예술 교육은 바로 표가 나지는 않지만 의사가 되는 것보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더 뛰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2023년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듣기 좋은 말로 바꿔 말하면 "체육 수업, 문화 예술 수업을 더 많이 하면 아이가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어 부자가 되는데 더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2-28 19:19:19“인공지능이 인류의 마지막 기술일 수 있다!” 세계적 석학 스티븐 호킹 박사는 AI에 관해 아주 짧지만 명확한 경고의 메시지를 반복하여 전한 바 있다. 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위즈니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수장들도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닉 보스트롬, 스튜어드 러셀, 프랭크 윌첵, 맥스 태그마크 등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 유수의 대학교수들도 “인공지능이 인류 사상 최대의 성과인 동시에 최후의 성과이자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역시 인공지능(AI)이다. 이미 우리는 2016년 알파고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목격했다. 그 후로 정부는 물론 기업과 대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의 엄청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앞다퉈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2021년 AI 챗봇 ‘이루다’ 사건은 인공지능을 섣부르게 다루면 우리에게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도 알게 됐다. 저자 김명주 교수는 인공지능 윤리의 권위자로 2018년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Seoul PACT>를 만들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속도를 법에 맡기거나 소수의 전문가가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발전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담론을 최대한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AI는 양심이 없다>를 통해 인공지능이 열어줄 미래에 대한 올바른 방향 제시와 함께 구체적인 준비도 수반돼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의 대전환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문제 상황에 대해 소수의 전문가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지다. 저자는 미래에 인공지능에게 배신당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찾고자 했다. 이 지혜를 ‘윤리’라는 단어 안에 함축했다. 윤리는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사람에게 요구된다. 그리고 이 윤리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양심’으로 인하여 발현한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양심’이 없다.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등장하는 윤리적인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것이다. 책 제목도 이렇게 정해졌다. <AI는 양심이 없다>은 인공지능이 이미 흔들어대거나 조만간 흔들 이슈를 사례별로 정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책의 1장 “‘죽음’을 흔드는 AI”에서는 고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과 디지털 유산을 통해 디지털 부활이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사후 디지털 고용과 명예훼손, 사자의 퍼블리시티권과 경제적 이득, 프로파일링과 잊힐 권리, 사망자 계정과 사후 프라이버시 등 고인의 죽음을 흔드는 손으로서의 AI 문제를 다룬다. 2장 “‘존재’를 흔드는 AI”에서는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아나운서, 가상 가수, 아바타와 메타버스 등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가상 인간의 출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신뢰성 문제와 디지털 윤리에 대해 논한다. 3장 “‘신뢰’를 흔드는 AI”에서는 이루다와 알파고부터 시작하여 왓슨, 콤파스, 버추얼휴먼,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신기술인 인공지능이 가져온 혁신의 이면에 드러난 차별과 편견, 의인화와 위조, 적대적 공격과 불신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다룬다. 마지막 4장 “흔들림 너머 AI 바로 보기”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왜 윤리가 필요한지,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법보다 올바른 윤리가 먼저 형성되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써 ‘인공지능 윤리’의 원칙과 각 분야에서 적용해야 할 윤리 기준들이 무엇인지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우리 안에 자리 잡아온 인공지능 이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우려에 대해 구체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가 흔들림 없이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의 맥을 잡아준다. 또한 인간이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대했던 근간을 인공지능이 하나씩 흔들어댈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며, 예상되는 흔들림을 정확하게 직시하면서 이 흔들림을 넘어설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본격화되지 않은 기술이기에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윤리적 상상력과 함께 머리를 맞댈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공지능 제품 또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이용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AI는 양심이 없다>를 통해 AI 시대를 맞아 갖춰야 할 시각과 자세를 미리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2022-04-21 15:48:31[파이낸셜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강력한 작품 제작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서 본격 행보에 나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글로벌OTT부터 TV, 스크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일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 약 20편 이상의 드라마, 영화를 기획, 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독창적 크리에이티브와 스토리텔링, 탁월한 기획 및 연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작품 라인업을 갖추고,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드라마, K무비의 열풍을 이을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차별화된 제작 경쟁력을 갖춘 자회사들과 자체 작품 기획개발 역량을 보유한 본사 내부의 전담 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 톱크리에이터 중심의 스튜디오 체제를 공고히 하며 프리미엄 콘텐츠IP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왔다. 크리에이터들이 작품 제작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프라,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작품 IP의 기획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글로벌향 슈퍼IP를 기획, 제작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글로벌 스튜디오로서 기초 토대를 마련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높이며 독보적인 영상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엔터산업 내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올 봄 SBS '사내맞선',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tvN '군검사 도베르만' 등으로 TV드라마 열풍을 일으킨데 이어 더욱 풍성한 드라마 제작 라인업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각기 다른 장르와 매력으로 시청자 팬층을 확보하며 월화드라마 1,2위를 다퉜던 '사내맞선', '군검사 도베르만'을 비롯해, 글라인 선영 작가가 집필한 JTBC '기상청 사람들'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힐링 로맨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일 '어게인 마이 라이프', '경성 크리처', '최악의 악' 등 화려한 드라마 라인업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동명 웹툰 웹소설 원작의 '사내맞선'으로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크로스픽쳐스는 카카오웹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공동제작을 맡았다. 박서준과 한소희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는 강은경 작가의 '경성 크리처', 한중일 마약 거래 트라이앵글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시작된 잠입 수사를 다룬 범죄 액션 드라마 '최악의 악' 등도 제작될 예정이다. 트렌디한 감각의 카카오TV 오리지널 라인업들도 기대를 모은다. '결혼백서', '빌린 몸', '아쿠아맨' 등 로맨스코미디부터 판타지 미스터리, 청춘 성장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카카오TV 오리지널 미드폼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진욱과 이연희가 주연을 맡은 '결혼백서'는 30대 커플의 결혼 준비 과정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현실 공감 로맨스로 올 상반기 공개된다. 상견례부터 혼수 준비, 신혼집 구하기까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예비부부들이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밀접한 현실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깊숙이 다가갈 예정이다. 우연히 고등학교 최강 '아싸'와 '인싸'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학원 로맨스 '빌린 몸', 9년째 우정을 이어 온 지성준과 신나루의 청춘 성장물인 '아쿠아맨' 등도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다. 특히 '빌린 몸'은 남윤수, 박혜은, 려운 등 글로벌 라이징 스타들의 만남으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외에도 '바니와 오빠들'을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강력한 오리지널 스토리IP를 원작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의 기획, 제작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OTT에서 공개될 시리즈 '수리남'과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벌써부터 K콘텐츠 열풍을 이을 텐트폴 작품으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영화사 월광이 제작하며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첫 드라마 시리즈다. 남미의 한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민간인 사업가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유연석, 조우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BH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지음과 공동제작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도 올 상반기 시청자들을 만난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로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사상 초유의 인질강도극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장윤주 등 화려한 캐스팅을 비롯해 드라마 '손 더 게스트', '보이스', '블랙'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스크린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 라인업도 탄탄하게 갖췄다. '브로커', '헌트', '야행', '리멤버', '승부', '엑시던트' 등이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먼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등 화려한 캐스팅 조합을 자랑하는 영화 '브로커'는 최근 올 6월 개봉 소식을 알렸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 송강호부터 상현의 파트너 동수 역 강동원,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 역 배두나,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 역 이지은, 수진과 함께 브로커를 쫓는 후배 이 형사 역 이주영까지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기대가 높다. 또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는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으로 절친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 이후 20여년만의 만남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쫓는 형과 그 사건의 단서가 자신의 소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베스트셀러 작가가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치열한 추격을 시작하는 범죄 드라마 '야행'은 하정우, 김남길이 주연을 맡았다. 이성민, 남주혁의 '리멤버'는 친일파에게 모든 것을 잃은 80대 노인이 복수를 준비하고 감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담은 이병헌, 유아인의 '승부'는 '군도 민란의 시대',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연출을 맡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동명의 홍콩 영화를 리메이크한 '엑시던트'도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이 진행중이다. '엑시던트(가제)'는 청부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조직이 새로운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은 주인공을 맡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외에도 현재 기획, 개발을 마친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공개 플랫폼을 확정짓고 곧 제작에 돌입할 예정으로 올 한해 20여편 이상의 작품을 기획,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의 장르, 플랫폼, 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톱크리에이터들의 독창적 제작 역량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체계적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등 미디어 IP사업 경쟁력이 결합해, 혁신적 시너지로 콘텐츠 IP의 확장과 진화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장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콘텐츠사업본부장은 "카카오엔터와 산하 제작 자회사들간의 협업은 물론 독보적 역량을 갖춘 크리에이터들간의 공동제작 등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의 작품 기획·제작 역량과 마케팅, 유통 등 탄탄한 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톱 크리에이터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작품에 집중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작품들을 선보이며 국내외 시청자들에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새롭고 과감한 시도와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여 글로벌향 슈퍼IP 기획, 제작에 주력, K콘텐츠를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4-13 18:34:19롯데는 2000년대 들어 두 차례 암흑기를 경험했다. 2001년부터 4년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역시 바닥을 헤맸다. 2019년엔 승률 0.340으로 10위에 그쳤다. 그해 롯데는 최악이었다. 팀 타율 10위(0.250), 팀 평균자책점 10위(4.83), 팀 최다실책 10위(114개). 어느 부문 하나 정상이 없었다.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갈렸다. 성민규 신임 단장은 외국인 타자로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다. 의외였다.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것은 큰 것 한 방이다. 마차도는 유격수다. 당시 롯데의 바람은 "타격은 리그 평균, 수비만 잘 해주면 된다"였다. 수비는 잘했다. 타격은 평균 이상이었다. 마차도는 타율 0.279, 홈런 12개를 때려냈다. 2020년 롯데는 7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바닥권이었다. 2021년엔 8위로 한계단 하락했다. 팀 타율은 1위였다. 팀 홈런은 6위. 그러나 평균자책점 10위(5.37)로 마운드가 흔들렸다. 댄 스트레일리(10승 12패, 4.07), 앤더슨 프랑코(9승 8패, 5.40) 두 외국인 투수와는 재계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 딕슨 마차도(29)는 붙잡아야 한다. 마차도가 떠나면 내야는 다시 불안해진다. 펀치력을 지닌 외국인 타자의 경우 '모 아니면 도'다. 삼성의 피렐라(0.286, 29홈런)처럼 대박도 있지만 LG 라모스(0.243, 8홈런) 같은 쪽박도 있다. 바꿨다가 잘하면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 되지만 못하면 바가지 욕을 감당해야 한다.지난겨울 신본기를 KT로 내보내 마땅한 대체 유격수도 없다. 배성근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새로 뽑은 윤동희, 한태양 등은 지금부터 키워야 한다. 결국 대안이 없다. 마차도를 안고 갈 수밖에.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삼성 이학주(31)다. 충암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렸고 시카고 컵스로부터 그 가치를 115만달러(약 13억5000만 원)나 인정받았다. 이학주는 삼성과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눈 밖에 났다. 출장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성적도 시나브로 나빠졌다. 급기야 삼성은 가을 야구를 치르며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그렇다고 임의탈퇴로 풀어줄 리는 없다. 오래 전 얘기지만 이학주는 한대화를 연상시킨다. 당시 OB(두산)에선 한대화를 골칫거리로 여겼다. 성적도 기대 이하이고, 훈련 태도도 못마땅했다. 해태로 옮긴 한대화는 최고의 3루수로 거듭났다. 그와 이학주를 직접 비교할 순 없다. 다만 이학주를 영입하면 마차도를 내보낼 공간이 생겨난다. 잘만하면 일석이조를 노릴 수도 있다. 대신 외국인 거포를 데려와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가 예상되는 이대호(39)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학주와 외국인 타자의 동반 부진이다.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이는 꼴이 된다. 그렇더라도 매력적인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이학주의 교환 비용이 바닥이어서 더 그렇다. 바둑에선 불리할 땐 승부수를 띠운다. 암흑기의 롯데로선 앉아서 당하기보단 뭔가 해보는 편이 낫다. 가만있으면 내년도 바닥이다. texan509@fnnews.com
2021-11-22 17: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