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었던 ‘바리깡 폭행 사건’의 첫 공판 기일이 진행되었다. 바리깡 폭행 사건은 1년 반 정도 교제하였던 남자친구가 가해자인 사건이다. 가해자는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긴 머리를 바리깡으로 무자비하게 밀었다. 그는 피해자를 나체로 무릎 꿇리고 침 뱉고 소변을 본 뒤, 그 모습을 촬영하는 등 잔혹한 행동을 했다. 머리 밀리고, 폭행당했는데...“피해자 자유의사였습니다”필자는 피해자 변호사 자격으로 공판에 참석했다. 가해자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판 기일 전날까지도 피해자 아버지에게 사죄드린다는 가해자 아버지의 연락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해자는 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몸에 남은 멍 자국 등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한 것이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피해자가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리고 잔혹한 폭행을 당하였음에도 그 안에서 이루어진 성관계, 감금 등은 모두 피해자 자유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재판장께서 가해자에게 “지금 변호인께서 말씀하신 것과 동일한 의견이냐”고 되묻자,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로 가리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가해자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 뻔뻔함에 방청석이 술렁였고, 필자도 화가 치밀어 올라 가해자를 바라보았다. 가해자는 짧은 대답을 마치자 다시 처음과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법정에서 가해자를 향해 “이건 아니지 않냐”며 분노했다. “보복 두려워요” 수차례 공황발작 겪는 피해자현재 피해자는 가족들의 아낌없는 보호 속에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보복을 당할 것만 같은 극심한 공포감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공황 발작 등을 겪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이러한 일을 겪게 된 것이 자신에게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이 했던 말들, 행동들을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피해자는 첫 남자친구였던 가해자를 많이 사랑했던 것 외에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지난 시간을 되짚으며 필요 없는 자기 단속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의 무서운 후유증이다. 폭행, 협박당한다면 사랑이 아니다, 전문가 도움 청해야바리깡 사건과 같은 교제 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가해자의 교묘한 가스라이팅에 장시간 노출이 되어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행동에 원인이 있지는 않았을지 말도 안 되는 자기 검열을 반복하다가 가해자의 폭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더 큰 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 한 가지는 기억했으면 한다. 사랑한다면 폭행하지 않으며,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협박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싫거나 가까운 지인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문 상담센터나 변호사 등을 찾아가 최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 제2의 바리깡 사건을 막는 방법이다. 교제 폭력, 피해자가 겪은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에는 어떠한 폭력도 수반되지 않는다. [필자 소개] 김은정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전담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성범죄 피해자만을 위한 ‘해바라기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염려하는 피해자들의 요청 사항을 고려하여 자체적인 사설 경호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가해자는 일절 변호하지 않는 것이 김은정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9-23 09:38:05[파이낸셜뉴스]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미는 등 폭행·성폭행을 일삼은 20대 남성이 1심 판결 전 법원에 억대 공탁금을 걸었다. 억대 공탁금에 심리기일 연장한 재판부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는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른바 '바리캉 폭행 사건' 가해자 A씨(26)의 선고기일을 오는 30일로 연기했다. A씨가 1심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1억5000만원을 형사공탁하며 재판부가 심리 기일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다.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아도 통상 합의금보다 큰 액수가 공탁된 경우 재판부는 감형참작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의 공탁 직후 감형을 노린 기습공탁이라며 수령의사가 없다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는 경우 선고 직전 합의금을 공탁소에 맡겨 법원에 감형을 호소하는 전략을 말한다. 피해자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는 것, 경종 울려달라" 피해자는 동의서를 통해 "피공탁자는 현재까지도 피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설사 형사공탁을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공탁자에게 밝혀 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공탁자는 본인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공탁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형사공탁을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또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게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려달라"라고 호소하며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 '바리깡 폭행남' 공소사실 대부분 부인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여자친구를 경기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바리캉으로 여자친구의 머리를 미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리캉 폭행남'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라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 9일 진행된 4차 공판에서 "A씨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범행의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1-26 08:06:33[파이낸셜뉴스]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선임병 3명이 후임병을 상습 구타하고 가혹행위와 성고문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13명이 머무는 생활관에서 A병장과 B상병·C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구타하고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인권 침해 행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돼 피해자가 같은달 30일 간부에게 보고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가해자 중 C상병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복도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를 치고 웃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하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상병도 피해자를 자신의 침대로 불러 폭행하고, 이어 C상병이 다시 피해자를 침대로 불러 폭행을 가한 일도 자주 있었다고 센터는 전했다. 센터는 지난달 26일에는 A병장과 B상병이 함께 '격투기를 가르쳐 주겠다'며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뒤 배를 꼬집고, 유두에 빨래집게를 꽂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B상병과 C상병은 샤워하고 나온 피해자의 음모를 전기이발기(속칭 바리깡)로 깎기도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B상병은 이후 다른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피해자더러 성기를 보여주도록 하는 등 성희롱·모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심지어 이날 밤 10시 30분께에는 해병대의 오랜 악습인 '식고문'(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것)까지 벌어졌다"며 "스파게티면과 소스를 더러운 손으로 비빈 뒤 '선임이 해준 정성스러운 요리다, 맛있지?'라며 먹기를 강요해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감사합니다'라며 먹어야 했다"고 밝혔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 사안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해병대 군사경찰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군검찰로 송치됐다. 센터는 "범죄가 반복적, 집단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 간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인권을 운운하며 가해자들을 풀어놓은 것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아전인수식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가혹행위 사건에도 안일한 부대 관리로 인권침해를 방조한 연평부대를 해체하고 부대 진단을 통해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도 확인하라"며 "국방부는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해당 부대는 지난 3월 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4-25 15: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