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시각장애인에게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를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의 딸인 소화 박정희 여사의 별세 10주기 기념 수채화 전시회가 인천 중구청 앞 참살이미술관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박 작가가 작고한 2014년에 그린 작품 20점이 선보인다. 특히 작고하시기 며칠 전 그린 ‘김장거리’ 작품은 유작 중에 가장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박 작가의 한 지인은 “자녀들을 장성시키고 60대 뒤늦게 배운 그림을 자신이 직접 가르치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림 그리기를 쉬지 않고 자신에 대한 채찍질과 한편으로 생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미술에 20여 년을 바쳤다”고 회고했다. 유족들은 이번 유고전을 통해 판매한 금액 전액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박정희 작가는 송암 박두성 선생의 차녀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 학교 졸업 후 인천제2공립학교 교사, 화도 유치원 원장을 지냈다. 1997년 제17회 장애인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으며 2010년 한국수채화협회 고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4-07-15 16:20:22한국사에서는 혜종, 공민왕, 문종, 소현세자, 경종, 정조, 고종, 김구, 장준하, 박정희 등의 암살 사건으로 대격변의 바람이 불었다. 세계사에선 링컨, 페르디난트, 라스푸틴, 트로츠키, 히틀러, 간디,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레이건, 사다트 등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큰 변곡점을 맞이하기도 했다. 암살은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비합법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다. 암살의 주체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단독범,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비밀결사, 정부가 은밀히 파견하는 공작원 등 다양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틀어 주요 변곡점마다 암살 사건이 등장했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암살 사건의 원인과 사회적 배경, 행위에 대한 동기 등은 현재 국내외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암살의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조망한다면 유익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암살의 기록 20편이 담겼다. 이들이 등장하는 시대의 암살 사건과 그 막전막후가 작가의 시각으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한국사와 세계사에서 발생했던 실제 암살 사건, 암살설 미스터리, 암살 미수 등을 다뤘다”며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그 전후의 역사도 폭넓게 다뤄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흥미와 지식, 교훈을 동시에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의 추천사를 쓴 조병석씨(여행스케치 리더, 싱어송라이터)는 “암살이라는 상처의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거나 잊히지 않고 언제나 강렬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역사 중의 역사’”라고 했다. ‘역사 중의 역사’인 암살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를 정독해 보기를 권한다. 저자의 다른 저작물인 ‘숙청의 역사'와 ‘정변의 역사’도 함께 읽는다면 더욱 흥미로운 역사 탐구가 될 것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30 15:45:121973년 발표된 황석영 작가의 '삼포가는 길'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떠돌이 노동자와 술집 작부의 인간적 유대감과 애환을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돼 흥행에 실패했어도 제14회 대종상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한국 영화 100선'에 선정됐다. 삼포는 가공의 지명인데, 이 소설의 배경으로 알려진 전북 부안 계화도의 한 포구로 보면 된다. 변산반도 북쪽, 동진강 남쪽에 있는 계화도는 대한민국 1호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됐다. 새만금 방조제의 안쪽이다. 황 작가는 감옥생활을 하다 계화도 간척사업에 동원됐다고 한다. 광고(조선일보 1967년 5월 3일자·사진)에 간척사업의 얼개가 나와 있다. 계화도의 양쪽 끝과 육지를 연결해 방조제를 건설했는데, 길이가 12.5㎞ 정도였다. 매립면적은 4250정보(약 42㎢)로 돼 있다. 간척사업을 완공한 기업은 동아건설로 돼 있고, 대표 최준문이라고 적혀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 기술진도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정도의 난공사를 완공하면서 동아건설은 주목을 받았다. 1920년생인 최준문은 현대의 정주영과 더불어 한국 건설의 1세대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건설회사 직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광복 직후 충남토건사를 설립하고 1949년에 동아건설합자회사로 바꾸어 지방에서 저수지 공사 등을 했다고 전해진다. 6·25전쟁 이후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동아건설의 사세는 커졌다. 동아건설이 급성장한 계기는 중동 진출이었다.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해외사무소를 세워 대형 공사를 잇따라 따내 기술력을 과시했고, 1977년부터 2년간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가 2위까지 올라갔다.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36억달러짜리 대수로 공사에 참여해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서울 반포지하상가를 만든 기업도 동아건설이다. 1977년 최 창업주의 아들인 최원석이 일찍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여느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동아건설도 업종을 다변화해 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 아파트 건설에도 손을 뻗치고 대한통운과 시티백화점, 동해생명 등 물류·유통·보험업 등에까지 진출해 1987년에는 동아그룹의 전체 종업원이 3만명을 넘어섰다. 재계 순위도 10위로 10대 그룹에 들었다. 동아건설은 한강 원효대교를 건설해 국가에 무상 기부하고, 월성과 울진의 원전을 짓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원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영능력을 보여주었지만,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4차례의 결혼과 4차례의 이혼으로 세간의 구설수에 오른 최 회장의 사생활도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첫번째 부인은 미스코리아 출신이었고, 펄시스터즈 출신인 배인순씨 등과도 재혼한 것은 항간에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동아건설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김포매립지 문제였다. 1978년 박정희 정부는 식량 증산을 위해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에 간척사업권을 줬는데 현대는 서산, 동아는 김포에서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였다. 10여년의 공사 끝에 동아건설은 약 1500만㎡의 매립지를 소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인천 서구 쪽 매립지에 놀이공원을 만들 계획을 세워 주거·상업용지로 변경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이 이곳에 시설투자를 하겠다며 방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농지로 개발된 매립지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특혜라며 절대 허가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동아 측은 헐값에 매립지를 넘겼고, 외환위기 이후 몰아닥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그룹이 붕괴되고 말았다. 동아건설은 간척으로 흥해 간척으로 망한 셈이다. 그 간척지는 농지로 쓰이지 않았고, 나중에 택지로 개발돼 현재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가 들어서 있다. 그때 허가를 받았다면 동아그룹의 운명도 바뀌었을 것이다. 최 회장은 말기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4-18 18:27:25[파이낸셜뉴스] 10월 케이옥션 경매에 장욱진과 박수근 등 근대미술 거장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옥션은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본사 경매장에서 10월 경매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장욱진의 1989년작 '새'(추정가 1억5000만~2억원)를 선두로 박수근의 1956년작 '가족'(5억~8억원), 이중섭의 1956년작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원)과 은지화 '아이들'(3500만~1억2000만원) 등 총 93점 약 65억원어치가 출품된다. 특히, 1950년대 제작된 박수근의 경매 출품작 ‘가족’은 황갈색이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지만, 인물들의 옷이 노랑, 빨강 계열로 표현돼 있어 한결 다채로운 느낌의 작품이다. 화면에서 보이는 형태의 굵은 외곽선과 인물과 배경 간의 선명한 대비는 이 시기를 전후해 나타나는 특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고민하던 작가의 탐구 정신이 느껴진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장욱진의 작품 ‘새’는 1989년 작으로 말년을 보냈던 용인 신갈(마북리) 시대의 작품이다. 이 시기 작품은 점차 환상적이며 관념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파격적인 구도와 자유로운 표현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밖에 이우환의 150호 대작 '조응'(6억5000만~9억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15-VII-69 #88'(4억2000만~6억원), 정상화 '무제 94-2-5'(2억8000만~4억원), 하종현 '접합 17-54'(2억5000만~3억2000만원) 등 추상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해외미술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An Homage to Mangold'가 5억5000만~7억원에, 사라 모리스의 'Japanese Bend'가 8000만~3억원,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작품 'Temple of Dendera'가 8000만~1억8000만원에 출품된다. 또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운보 김기창의 '농악'(5500만~7000만원), '미인도'(350만~1000만원), 이인문의 '하경산수도'(2700만~6000만원), 청전 이상범의 '설경산수'(350만~600만원), 소정 변관식의 '산수도'(800만~4000만원) 같은 회화 작품과 박정희의 '이웃사촌'(1000만~2500만원), '씩씩하고 바르게 나라의 보배'(800만~2500만원), 백범 김구의 '백의단심'(800만~2000만원) 등 글씨, 조선시대 백자호(700만~1200만원), 백자상감연화문대접(350만~800만원) 같은 도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경매 프리뷰는 14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열린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13 16:04:19[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64)의 책이 국내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벌써 중쇄에 들어갔고, 과거 포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던 극단들도 잇따라 재공연을 검토 중이다. 13일 출판계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욘 포세를 선정한 뒤 주요 온라인 서점 판매 순위 상위권에는 그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예스24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5일간 욘 포세의 저서 전체 판매량은 올해 연간 판매량의 5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해외문학 부문에서 희곡작가의 작품이 오른 건 이례적이다. 욘 포세의 기존 번역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아침 그리고 저녁'은 지난 2019년 출간된 뒤 현재 소설부문 판매 3위권 안에 들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국내 번역 출간된 욘 포세의 희곡 '가을날의 꿈 외'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부문 3위에 올랐다. 희곡은 연극인이나 극작·드라마 전공자들을 제외한 일반 독자층이 매우 얇은 장르라 이 정도 순위는 아무리 노벨문학상 수상자라 해도 국내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지만지드라마 브랜드를 보유한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발표 이튿날인 지난 6일 하루에만 두 희곡집 합쳐 700여권의 주문이 몰렸다. 출판사 측은 한글날 연휴에도 제작부서를 풀가동했고, 연휴 이후에도 주문이 폭주해 4000부를 외주 물량으로 추가 확보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연극계에서는 포세의 희곡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포세의 희곡 중에서는 '가을날의 꿈'(송선호 연출·2006), '겨울'(김영환 연출·2006), '이름'(윤광진 연출·2007), '기타맨'(박정희 연출·2010), '어느 여름날'(윤혜진 연출·2013), '나는 바람'(송선호 연출·2017), '누군가 올거야'(윤혜진 연출·2019) 등이 국내 무대에 올랐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13 09:57:48▲정기원씨 별세·이영희씨(삼진제약 오송공장 이사) 빙부상=23일 이천병원, 발인 26일 오전 8시30분. (031)630-4478 ▲박성길씨 별세·박진아 은하 승환씨(작가) 부친상·송치호씨(한양증권 홍보담당 상무) 빙부상=23일 국립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발인 25일 오후 3시30분. (031)900-0444▲류한덕씨 별세·김지용씨(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변인) 빙부상=22일 광주 북구 그린장례문화원, 발인 25일 오전 7시20분. (062)250-4455 ▲강종기씨 별세·윤영석씨(강원 춘천경찰서 후평지구대 경감) 빙부상=23일 쉴낙원 김포장례식장, 발인 26일 오전 7시. (031)449-1009 ▲박정희씨 별세·정광훈씨(전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장) 모친상=24일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15분. (032)517-0710
2023-08-24 18:27:08[파이낸셜뉴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처음 제정된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10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따르면 최근 제기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폐지 의견과 관련해 그간 예술상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미술계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단은 폐지 이유나 어떤 의견들이 나왔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재단은 박서보 화백의 후배 예술가들을 지원하려는 취지에 공감해 제정한 이 상이 폐지됨에 따라 향후 각계의 의견을 들어 시상 제도를 보다 발전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박서보 예술상이 폐지됨에 따라 올해 박서보 예술상 시상금 1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은 기지재단에 반환된다. 미술계와 시민단체들은 재단 측이 박서보 화백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상을 제정해 폐지까지 한 데 대해 지탄하고 있다.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 시민의 정서를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는 채 대회 주최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를 비롯한 예술인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민을 배반하고 광주 정신과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박서보 예술상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화가 박서보는 1960~70년대 모더니즘 미술의 상징"이라면서도 "그는 1960년 4·19혁명에 침묵하고 5·16군부정권에 순응했으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유신정권 관변미술계의 수장이었는데, 모더니즘 계열의 미술권력자로서 박서보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의 첫 수상자는 엄정순 작가에게 돌아갔다. 최근 광주비엔날레는 “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여리게’ 주제에 부합한 작가에게 주어지는 박서보 예술상 수상자로 엄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5-10 15:57:53[파이낸셜뉴스]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는 배우 박호산은 평소 대본에 메모하는 습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쳇말로 대본이 까맣다. 빈칸에 지우고 덧붙인 글자가 빼곡하다.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연극 ‘오셀로’ 이야기다. ‘오셀로’는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으로 오는 5월 12일~6월 4일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앞서 “연극 ‘오셀로’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3막3장). 12일 개막을 한달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인 박호산을 만났다. 그는 “연습 시작하고 한 달 가까이 연출, 배우들끼리 모여앉아 대본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홉이 일상 용어를 쓴다면 셰익스피어 언어는 다 시와 같아요. 그 문학적인 문어체를 어떻게 대사처럼 들리게 잘 바꿔 배우 입에도 붙고 관객들 귀에도 잘 들릴게 할까? 직역한 대본을 놓고 최적의 단어를 찾고 입으로 뱉어봤다 이상하면 또 바꾸는 작업을 반복했죠. 동시에 방대한 셰익스피어 언어를 간추리는 작업도 병행했죠.” 그러니까 번역과 축약과 무관하게 여전히 셰익스피어다운 언어로 인물들의 감흥과 정서를 전달하는 게 목표다. 17세기 문학작품이 21세기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시대 감성도 신경 쓴 부분이다. 그는 “여성에 대한 묘사가 올드하다. 그 부분을 어떻게 조심스레 바꾸면서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을지 고민하느라 텍스트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젠더 감수성’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그냥 (남녀 평등은) 상식이다”라고 응수했다. 작업 과정이 다소 지난하게 들린다고 하자 그는 “이것이야말로 연극하는 재미”라고 답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을 할 때 팀워크가 좋으면 정말 재밌습니다. 물론 자유롭게 낸 의견을 정리하는 조연출은 힘들겠지만(웃음)” 공연 하는 재미?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희대의 악인 이아고에게 속아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결국 살해한다는 이야기다. 요즘으로 따지면 유럽으로 이주한 ‘흙수저’ 출신 유색인종이 최고의 무관 자리에 오르고, 승진에 실패한 소시오패스 성향의 부하가 온갖 계략을 꾸며 여럿 사람의 인생을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오셀로를 오늘날 무대로 소환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오셀로 캐릭터의 개연성이다. 그는 오셀로가 너무 쉽게 이아고의 말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오셀로의 대사 중 자화자찬이 많아요. 캐릭터의 무게감이 떨어져서 대사를 많이 줄여 말을 아끼는 사람으로 만들었죠. 또 이방인이 그렇게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남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봤어요. 같은 대사라도 말의 뉘앙스를 달리해 늘 경계하고 속이기 어려운 인물로 잡았어요. 그래야 오셀로를 속이는 이아고의 캐릭터도 더 강해질 것이고, 오셀로의 낙폭 역시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오셀로에게 아내 데스데모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첫사랑 같은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난생 처음 정서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거죠. 질투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라 이 낯선 감정들에 미숙했을 것 같아요.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고, 그저 내 감정을 따라가다 파멸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오셀로는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와 같습니다. 마냥 고결하지도, 미련하지도 않은 오셀로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4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환되는 고전의 매력에 대해서는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봤다. “세익스피어는 늘 인간을 다루죠. 어떻게 보면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인물의 정서나 감정이 중요하죠. 스토리를 통해 주제나 교훈을 드러내기보다 인물의 정서나 느낌을 (현대의 관객들과) 공유하는 게 더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 같습니다.” 공연하는 즐거움도 전했다. 흔히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 그리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한다. 박호산은 공연을 하는 이유로 "작품 전체를 만지는 힘? 안는 힘, 그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느껴지는, 마치 지휘자와 같이 공연장의 공기를 만지는 힘이 너무 좋습니다. 조정하는 게 아니고요.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공기의 흐름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분업화가 잘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자신이 맡은 캐릭터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연극을 하는 재미다. 그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자체가 놀이입니다." 한편 오셀로 역에는 동갑내기 배우 박호산과 유태웅이 캐스팅됐다. 오셀로의 기수장이자 질투의 화신 이아고 역은 ‘양손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손상규가 맡는다. 귀족 브라반티오의 딸로 오셀로와 사랑에 빠진 데스데모나 역에는 이설,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에는 이자람, 원로원 의원이자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브라반티오 역은 이호재가 맡는다. 여기에 실험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박정희가 연출을 맡는다. 시노그래퍼(무대미술가) 여신동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의상 디자이너 김환 등 젊은 창작진들이 합세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4-26 18:16:14'장미 화가'로 널리 알려진 김인승(1911~2001)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변화를 화면에 담는 인상주의 기법과 고전주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조화롭고 안정적 구도를 채택해 독자적인 미감을 완성했다.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장미와 모란을 많이 그려 '장미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초기에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1911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난 김인승은 일본 도쿄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고, 졸업하던 해인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나부'로 최고상을 수상하며 화단에 본격 데뷔했다. 이 시기 그는 탄탄한 데생 실력을 바탕으로 서양의 사실적인 미술 기법을 도입, 섬세한 붓질로 인물과 사물 등 대상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그린 인물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의 정확한 묘사인데, 특히 그는 인물화의 본질은 인간의 성격 표현에 있다고 여겼기에 얼굴 묘사에 집중했다. 또 다른 특징은 엄격한 고전미로, 그의 작품은 화면을 전부 활용하는 안정적이며 짜임새 있는 구도와 색채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말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돼 치열한 경합 끝에 3억2500만원에 낙찰된 김인승의 1955년 작품 '도기를 다루는 소녀(사진)'에는 이러한 인물화의 특정이 잘 나타나고 있다. 소녀의 이국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작가의 탄탄한 묘사 능력과 깔끔한 색채, 안정감 있는 화면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한편, 인물화에 관심이 많았던 김인승은 유명인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는데, 일반에 전면 개방된 청와대 세종실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중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의 작품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2023-03-06 18:08:47[파이낸셜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우리당 전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주진우 (전) 기자의 성향과 맞을 것 같다"며 장 후보의 과거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장 후보가 이름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2012년쯤에 이 대통령에 대해 '금융사기범' 출신 대통령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주 전 기자는 "저도 금융사기범이라고는 얘기 못한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대통령을 하신 분 중 누가 금융사기범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이력이 있냐"고 물었고, 주 전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이다. 그분이 그렇게 얘기했나. 저하고 좀 비슷했다"고 인정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 당시) G20에 대한 장 후보의 평가를 보면 'G20, fXXX off!!!'라고 해서 영어로 욕을 했다. 반(反)이명박적인 생각이 강했다"며 "주 기자와 언제 얘기할 기회가 된다면 관심사가 일치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어제(2월 28일)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연설하면서 (장 후보 발언을) 소개했는데 '독재자 박정희', '독재자의 딸 박근혜', '영남꼴통'이라는 말을 써서 보수세력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후보가 관심을 받게 되면 과거 이력을 사람들이 찾아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게 많이 나오고 있다"며 "반론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저격했다. 그는 "장 후보가 사실 지금 선거 타이틀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윤석열의 1호 참모'인데 (과거에는) '윤석열과 한동훈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마케팅을 3년 만에 뒤집어서 윤 대통령의 1호 참모라고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장 후보의 과거 웹소설에 대해선 "장 후보가 '여의도 정치하는 젊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엄마 카드로 생활하냐'며 집단으로 깠고, 본인은 '자랑스럽게 돈 벌어서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작가 생활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층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할 때 왜 이렇게 조폭과 이름이 같이 나오냐며 곤란을 겪게 했는데 장 후보는 '묘재'라는 필명을 쓰면서 전설의 주먹이라는 조창조씨의 자서전인가 회고록을 집필하셨다"며 "왜 그런 걸로 돈을 벌고 살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3-01 19: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