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이 각각 4월 총선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를 노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미측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과학법 시행 중 우리 기업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벌였다. 정부에 따르면 양측은 북한이 우리 총선과 미 대선을 겨냥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북핵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고위급 교류와 전략소통 등 외교적 공조와 핵협의그룹(NCG)를 통한 핵 기반 확장억제를 강화키로 했다. 약 2년 남은 현행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다시 체결키 위한 협상도 조기에 착수한다는 게 정부의 전언이다. 올 11월 대선에서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 협상대표도 이미 내정한 상태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맡았던 이태우 전 주시드니 총영사가 협상에 나선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조현동 주미대사가 미 대선 결과 대비를 위해 미 의회 상·하원 의원 80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 중임을 전했다. 조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면담해 IRA와 반도체법 시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을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장관은 회담 직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반도체법·IRA 관련 우리 기업이 미국 내 투자비와 기여 수준에 상응하는 대우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우리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했고, 반도체법 관련해선 미 상무부에서 조만간 발표하는데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29 15:32:42[파이낸셜뉴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1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시행 과정에 윤석열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재계가 반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날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마친 후라 주목된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 IRA에 관해 “한미 간 협력이 필수적이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저희에게 우려를 주저함 없이 아주 명확하게 표현을 잘해줬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확실히 이해하고 앞으로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IRA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중국을 위시한 일부 국가 소재 해외우려기관(FEOC)에게서 조달하면 안 된다.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미 정부를 상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이 2022년 기준 전 세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FEOC 규정 적용 2년 유예를 요청했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다만 “핵심광물 공급망 다양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저희 행정부의 우선순위다. 팬데믹에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한두 국가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하지 않겠지만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추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IRA를 통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국가의 기업보다도 한국 기업이 기회로 가장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가 IRA로 오히려 득을 봤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우리 기업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여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검토가 끝난 뒤에는 최대한 빨리 펀딩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의도”라고 말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키 위해 보조금 390억달러와 R&D(연구·개발)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현재 지원이 이뤄진 건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두 곳뿐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인텔과 대만의 TSMC에 더해 삼성전자도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전날 SED에서 반도체법을 겨냥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조속히 받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미 재계가 공개 반발해 주목이 쏠리는 플랫폼법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 법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평가가 없다는 게 페르난데스 차관의 입장이다. 전날 SED에서도 플랫폼법은 공식의제로 오르지 못했다. 플랫폼법은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미 플랫폼기업들도 적용 대상이라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성명을 내고 나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무역 합의를 위반케 한다”며 “공정위는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미 정부도 자국 기업 규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차관도 공식입장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협력과 투명성 보장, 이해관계자들과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친구들과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도 온라인 브리핑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피드백 기회를 가지도록 한국 정부를 독려한 게 우리가 한 일”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법에 대해 코멘트 하듯 우리도 플랫폼법에 대해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서 미 상공회의소 요구처럼 미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01 17:00:12[파이낸셜뉴스] 올해 첫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가 1월 31일 열렸다. 주요 의제가 공급망 협력인 만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과학법 논의가 이뤄졌다. 최근 미국 재계가 공개적으로 반발한 국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도 거론됐을지 주목이 쏠렸다. 이날 외교가에 따르면,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8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의에 참석했다. 강 차관은 우선 IRA를 두고 “지난해 12월 1일 미측이 발표한 해외우려기관(FEOC) 잠정 가이던스 관련 우리 정부 의견서와 우리 업계의 입장이 있다”며 “공급망 현실을 고려하는 합리적 이행 규정이 마련되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IRA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중국을 위시한 일부 국가 소재 FEOC에게서 조달하면 안 된다.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과 산업통산자원부는 최근 이런 상황을 담은 의견서를 미 재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고, 현대차는 “중국이 2022년 기준 전 세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FEOC 규정 적용 2년 유예를 요청했다. 또 강 차관은 반도체법을 겨냥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조속히 받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키 위해 보조금 390억달러와 R&D(연구·개발)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현재 지원이 이뤄진 건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두 곳뿐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인텔과 대만의 TSMC에 더해 삼성전자도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법은 미 재계가 반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플랫폼법에 주목이 쏠렸다. 이 법안은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앞서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성명을 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무역 합의를 위반케 한다”며 “공정위는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외교부에 따르면 플랫폼법은 이날 공식 의제로 오르진 않았다. 페르난데스 차관도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이날 가시적인 협의 결과가 도출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1-31 17:07:36[파이낸셜뉴스]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상업용 전기차 요건을 비롯 잔여 쟁점도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13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대진 통상차관보는 이날 방한 중인 라민 툴루이(Ramin Toloui) 미 국무부 경제·기업 담당 차관보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다.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만남도 한미 간 경제통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차관보는 "올해 IRA상업용 전기차 요건과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등에서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했다"며 "앞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분야에서 협력하고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등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미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법과 수출통제를 이행할 때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만큼 국무부 차원의 관심과 협조도 당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9-13 11:25:17[파이낸셜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측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 등과 관련한 한국의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 미 행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18일 기재부는 추 부총리가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류 쿤 중국 재정부장(장관)을 잇달아 면담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옐런 장관과 만나 IRA와 반도체법 관련해 미국 측의 지속적인 소통 노력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한국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을 전달했다. 또 미 행정부가 한국의 요청사항들에 대해 세심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또한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 결과를 문의하고, 최근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 향후 한·미·일 3국 간 경제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대(對)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향후에도 미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류 쿤 중국 재무장관과도 양자 면담했다. 부총리가 중국 재무장관과 대면 양자 면담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면담에서 양국이 교역·투자 등에 있어 상호 중요하고 밀접한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교류,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국 재무당국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경제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7-18 11:07:03[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일련의 정책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며 한국도 혜택을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제한한 정책이 동맹인 한국에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냐라는 미국측 기자의 질문에 "중국에 피해를 주려고 설계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공급망이 취약해지면서 미국이 반도체를 구하기 힘들었던 상황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반도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법으로) 미국에서 상당한 경제 성장을 창출하고 있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있다"라며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SK뿐 아니라 삼성과 다른 산업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난 윈윈(win-win)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감축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방안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바이든은 "한국 기업은 잘해낼 수 있다. 가치 있는 파트너다"라며 "우주·기술·의학 분야까지 더 교류를 많이 하고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누릴 것이고, 한국이 잘 해내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다. 한국은 작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 희망을 가진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다"라고 답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4-27 07:39:03[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세부지침을 두고 한국 기업들과 미국 정부의 치열한 심리전이 예고되고 있다. 미 정부가 보조금 신청 기업들에게 현금 흐름, 수율(양품 비율), 판매 가격 등 민감한 영업 정보 제공을 요구했지만 '제안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사절단으로 참석이 유력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미 정부와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월 31일(현지시간) 접수가 시작된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사전의향서 제출을 늦추며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금 신청 및 심사 과정에서 기업들의 정보 제출 수위를 협의하기 위해 신청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현지 시설투자에 큰 도움이 될 보조금 신청을 고민하는 건 미국 상무부가 사전신청서 작성 백서에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사전신청서에는 "세부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신청 기업들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Use of this CHIPS financial model tool is not a requirement for the CHIPS optional pre- application submission"는 단서를 남겼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거란 게 중론이다. 2년 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때는 업무협조 요청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엔 25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이 달려있다. 더욱이 상무부는 세부지침에 "세부 정보가 부족한 신청서는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보조금 지급) 검토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를 잘 아는 삼성이 보조금 신청을 하겠다, 안 하겠다는 입장을 보안에 부치며 심리전을 최대한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달부터 미 정부와 우리 기업간 세부지침과 관련한 협의에 들어가더라도 예상보다 보조금 신청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세부지침이 나온 이후 삼성전자는 "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결정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을 계획 중인 SK하이닉스도 보조금 신청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 뒤 "공장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보조금 신청 여부는 더 고민해 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계는 오는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참가가 유력한 이 회장과 최 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방미 일정 중 미중 반도체 갈등과 까다로운 보조금 신청 조건이 물밑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가드레일 등 최근 미국의 정책 발표 기조는 과하게 요구한 뒤 협상을 통해 숨통을 트여주는 식이라 보조금 신청도 퇴로를 열어둘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미국을 방문하면 좋은 방안이 나올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3-03-31 17:17:32[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관련해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배려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청사에서 타이 대표를 접견하고 이같이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 발표 과정에서 양국간 긴밀히 협의해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IRA, 반도체 지원법 등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와,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기업이 보조금 지급을 받으려면 10년간 중국 등의 일부 지정된 투자 금지 등이 담긴 반도체 지원법은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CHIPS ACT) 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엑셀파일 형태로 제출하게 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과도한 수준의 정보제공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고려를 요청했다. 이에 타이 대표는 반도체지원법과 IRA 관련,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간에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타이 대표는 "한미동맹 70주년에 진행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통해 양국이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창출해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측에선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헤더 헐버트 USTR 비서실장, 크리스토퍼 윌슨 USTR 대표보가, 우리 측에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최상목 경제수석,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이 배석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3-03-30 21:49:34미국 정부의 과도한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급 조건에 자국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 14명은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불필요하고 당파적인 반도체 보조금 조건을 즉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서한을 지난주 보냈다. 이들은 보조금 기준은 당초 의회가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한 의도와 정반대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부 조항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원들은 수익이 예상치를 넘을 경우 지급된 보조금의 최대 75%를 환수하도록 명시한 '초과이익 공유제'는 실효성 없는 대표적인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수익 전망을 부풀릴 것이라며 이익 압류에 대한 발상은 의회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질타했다. 자사주 매입 금지, 보육시설 설치, 노조 설립 의무화 등의 조건도 반드시 수정돼야 할 조항에 넣었다. 누가 봐도 타당하고 공정한 제안이다. 지난해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조항으로 현대차는 막대한 미국 투자에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전기차 판매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하원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이를 지적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매콜 위원장은 "IRA가 동맹국에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 무엇인지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매콜은 미국 의회의 외교정책을 다루는 핵심 인물이다. 말의 무게가 다르다. 매콜은 하원 대표단을 꾸려 다음 달 초 일본, 한국, 대만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우리 정부가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과 함께 매콜에게 적극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비판은 바이든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우리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이가 다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철석같이 그 약속을 믿고 투자 결정을 한 기업들의 뒤통수 때리기였다. 러몬드 상무장관은 30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공개됐던 불공정한 조건을 그대로 제시했다. 웨이퍼 수율을 비롯해 분기별 생산능력, 수익 전망, 제조 비용 등을 엑셀 파일에 기록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영업기밀을 고스란히 다 내놓으라는 의미인데 이대로라면 기업들이 보조금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양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협상력을 키워 어떤 형태로든 개선된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는 윤 대통령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더 과감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반도체지원법(K칩스법) 후속 조치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23-03-30 18:18:25[파이낸셜뉴스] 반도체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5% 넘게 확대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이전 기술을 활용한 구형 반도체 생산 역시 10% 이상 늘릴 수 없다. 다만 웨이퍼 당 반도체 생산 개수를 확대하는 것은 생산능력 확대로 포함되지 않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보조금 받으면 중 생산능력 확대 제한 미국 상무부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미 반도체지원법 시행규정을 공개했다. 워싱턴이그재미너 등 외신에 따르면 상무부 시행령에 따라 미 반도체법의 보조금을 받은 업체들은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할 수 없다.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외국 업체는 물론이고 인텔 같은 미 업체들도 이 규정을 적용 받게 된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한 이같은 시행령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중국내 생산시설을 5% 이상 확대할 수 없다. 상무부는 그러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 공동 연구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못박았다. 미 반도체법은 미국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 혜택을 중국이 간접적으로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이후 10년 간 중국을 비롯해 미국의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국가에서는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에는 그동안 받은 보조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상무부는 시행령에서 실질적인 확장은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중대한 거래는 규모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인 경우로 규정했다. 중국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대에 1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1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경우에는 첨단반도체는 생산능력을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확대할 수 없다.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확대는 포함 안돼 범용 반도체 기준도 정했다. 로직반도체는 28나노미터(nm, 10억분의1m), D램은 18나노미터, 그리고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정의했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려 할 경우 새 시설 건설, 새 반도체 제조 능력추가 등을 통한 생산능력 확장이 5%까지만 허용된다. 로직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10월 상무부가 발표한 14나노미터에 비해 기준이 강화됐지만 D램, 낸드플래시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력 생산품목 기준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날 상무부 시행령 발표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일단 안도하게 됐다. 적어도 최악은 피했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들은 반도체법의 '실질적 확장'에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한 생산능력 확장이 포함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상무부는 시행령을 설명하면서 기술개발로 웨이퍼 한 장을 통해 생산하는 반도체가 늘어나는 것은 생산능력 증대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능력 기준은 반도체 제조시설의 경우 월별 웨이퍼 수, 반도체 패키지 시설의 경우 월별 패키지 수로 규정했다. 중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3-22 02: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