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감성적이고 연극적인 안무 언어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거의 대표작 ‘워킹 매드(Walking Mad)’가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워킹 매드 & 블리스’는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공연은 특히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인 이상은이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녀가 갈라가 아닌 작품 출연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15년 만이다. ‘워킹 매드’는 음악과 몸의 언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 편의 무언극과 같다. 무대 중앙에 세워진 목재 벽은 마치 거대한 장벽이자 경계, 피난처처럼 다가온다. 무용수들은 이 벽을 때로는 밀치고, 넘으려 한다. 잉거는 이 물리적 장치를 “인간관계의 경계이자 심리적 억압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리스 라벨의 클래식 음악 ‘볼레로’는 단지 배경 음악이 아니다. 반복되는 선율이 점차 고조되며 심리적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초반의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진다. 유머, 유희, 고립, 갈등, 광기, 파열의 에너지가 발산된다. 절정 이후 흐르는 아르보 패르트의 ‘알리나를 위하여’는 작품의 전환점을 이룬다. 감정을 쏟아낸 뒤 찾아오는 고요 속에서 펼쳐지는 2인무는 전반부와 큰 감정의 낙차로 대비를 이루며, 복잡한 여운을 안긴다. ‘워킹 매드’는 2001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를 통해 초연된 이후 세계 유수의 무용단 레퍼토리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공연을 접한 관객들은 “이해하려 하기 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때 울림이 크다”고 평했다.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아시아 초연은 익숙한 음악과 상징적인 무대 장치를 통해 추상적 예술을 일상의 감정으로 끌어낸다. 공연을 통해 잉거는 말하는 듯하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건 누군가의 추상적인 예술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벽 앞에서 갈등하고, 넘어보려 하고, 결국 무너지는 감정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워킹 매드’는 춤으로 그런 인간 내면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14 21:41:16[파이낸셜뉴스] 발레리노 전민철이 ‘발레 꿈나무들의 올림픽’으로 통하는 미국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대상을 받았다. 28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따르면 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에 출전한 전민철(실기과 4년)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결선에서 모든 부문과 연령대를 통틀어 최고의 실력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주는 대상을 받았다. 이는 한국인 무용수로는 역대 다섯 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한예종 무용원 박건희를 비롯해 현재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 무용수인 서희(2003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012년), 영국 로열발레단 솔리스트 전준혁(2016년)이 대상을 받았다.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는 2000년 창설된 이래 해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다. 만 9세부터 19세까지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세계 각국 무용수들이 클래식 발레 부문, 클래식 발레 파드되 부문, 군무 부문, 컨템포러리 부문 등에서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전 세계 1만20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예선을 거쳐 41개국 2000여명을 선발해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있는 스트라즈 센터에서 결선을 치렀다.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 출전한 성재승(19세, 실기과 2년)과 소하은(19세, 실기과 2년)이 1등을 수상했다. 성재승은 발레 시니어 남자 솔로 부문에서도 2등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주니어 남자 부문에서 박큰별빛(솔뫼중 3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1위, 조현준(하안북중 2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주니어 남자 톱12 안에 들었다. 주니어 여자 부문에서 박희훈(인왕중 1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톱12 안에 들었고, 이예원(연신중 2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8 15:03:43[파이낸셜뉴스] 창단 85주년을 맞은 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13년 만에 내한했다. GS문화재단이 새롭게 문을 연 GS아트센터 개관 공연을 위해서다.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발레계의 할리우드’ ABT 기자간담회에는 지난 2022년 ABT 역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수전 재피 예술감독, 베리 휴슨 경영감독이 참석했다. 또 동양인 최초 수석 무용수가 된 20년차 서희를 비롯해 수석 무용수 이사벨라 보일스톤과 안주원, 제임스 화이트사이트 그리고 솔리스트 한성우, 박선미, 코르드 발레 서윤정이 참석했다. "모던 발레 걸작부터 신작 레퍼토리까지, ABT 다양성 맛볼 기회" 재피 감독은 “1996년 무용수로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찾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ABT가 GS아트센터 개관 행사에 초대돼 기쁘다.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조지 발라신, 트와일라 타프 등 시대별 혁신적 안무가의 고전부터 새로운 고전이 될 신작을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는 24~27일 개최되는 공연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공연 'ABT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에서는 ABT가 만들어 온 미국 무용계의 중요한 순간들이 재현된다. 20세기 발레의 혁신가이자 미국 발레의 황금기를 이끈 조지 발란신, 고전 발레와 현대 무용 언어의 경계를 무너뜨린 트와일라 타프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예술적 공감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컨템포러리 안무가로 손꼽히는 카일 에일브러햄까지 주요 안무가들의 작품이 집중 조명된다. 또 신인 여성 안무가 제다 본드의 작품을 통해 미국 발레계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이번 공연을 위해 16명의 수석 무용수를 포함해 ABT 단원 총 104명이 대거 내한했다. '수석' 서희·안주원 등 5명의 한국 무용수도 무대에 오른다. 특히 솔리스트 박선미는 서희를 잇는 ABT의 새로운 스타 무용수로 꼽힌다. 재피 예술감독은 “전막 발레보다 여러 소품을 묶는 형태를 좋아한다"며 "그렇게 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고전과 함께 소개할 수 있고, 또 다재다능한 무용수의 역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가을 시즌에 초연한 ‘변덕스러운 아들’과 ABT 무용수 출신의 떠오르는 안무가 제마 본드의 신작 ‘라 부티크’도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베리 휴슨 경영감독은 “이번 공연은 한국 관객에게 일종의 맛보기와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며 “수잔 재피 감독이 고심해 짠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연이 ABT가 한국에 다시 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 프란시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를 기리를 의미를 담아 공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피 감독은 이날 다양성을 특히 강조했다. 1939년 루차 체이스와 리처드 플레전트가 설립, 2006년 미국 국립 발레단으로 인정받은 ABT는 창단부터 '다양성 실천'을 추구해왔다. 30년만에 교체된 새 수장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백인 남성의 목소리가 예술계를 이끌었다”며 “앞으론 여성 안무가, 유색 인종의 레퍼토리도 우리 작업에 초대하려고 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한국인 무용수 설렘 표해 "입단 후 첫 한국 공연, 관객들 반응 궁금" 서희 무용수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소개하며 몇 작품을 특별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1947년 ABT가 세계 초연한 조지 발란신의 ‘주제와 변주’다. 그는 “장거리 비행기를 한 뒤 바로 추기에 (기술적으로) 힘든 작품인데 ABT에겐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라 부티크’에 대해선 “안무가로 변신한 무용수가 10년 넘게 알고 지낸 무용수 친구를 위해 만들어 마치 손에 딱 맞는 장갑과 같은 작품”이라며 “완벽한 하모니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벨라와 제임스가 함께 하는 ‘네오’ 무대에 대해선 “10분가량 되는 '파드되'로 역동적이면서도 아시아적인 음악을 사용한 모던발레”라며 “모던발레는 고전발레와 달리 틀이 없어서 캐스트에 따라 작품이 확 달라진다. '네오'가 바로 그런 특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ABT 입단 후 처음으로 대규모 ABT 한국 공연을 하게 된 한국인 무용수들은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안주원은 “입단 후 첫 한국 공연이라 뜻깊다”며 “한국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 공연들로 구성돼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을 둔 K푸드와 K팝 애호가인 이사벨라는 지난 2023년 세계적인 무용수 김기민과 함께 한국 관객을 만난 바 있다. 그는 “한국은 발레 강국”이라며 “한국 가족들에게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2 16:18:50【파이낸셜뉴스 여수=황태종 기자】GS칼텍스 여수공장은 여수에 위치한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오는 24~25일 세계적인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Afanador)' 국내 첫 공연이 펼쳐진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 따르면 예울마루는 시민 삶의 질 향상과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도시에 걸맞은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여수시와 함께 망마산과 장도 일원의 약 70만㎡(21만여평) 부지 위에 조성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GS칼텍스는 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데 150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인 이번에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아파나도르'는 콜롬비아 출신 세계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루벤 아파나도르(Ruven Afanador)의 흑백 플라멩코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으로, 지난 2023년 12월 첫 무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무대는 '아파나도르' 국내 초연이자, 예울마루에서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해외 발레단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동안 국립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국내 주요 발레단의 공연은 예울마루 무대에서 꾸준히 소개돼 왔으나, 해외 발레단의 공식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아파나도르'는 전통 플라멩코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독창적인 예술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으며, 예울마루 관객에게는 일생일대의 새로운 무용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24~25일 오후 7시 30분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진행되며, 티켓 금액은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이다. 학생(초등 4학년부터 대학생까지)은 전석 30%, 4매 이상 구매 시 25%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티켓 예매 및 자세한 사항은 예울마루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은 1978년 창단된 스페인의 대표 무용단으로 클래식 발레부터 플라멩코, 민속 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 작품을 충실히 재현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해석과 혁신적인 안무를 통해 스페인 무용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무용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는 유럽 현대무용계의 거장이자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안무 스타일로 국제적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 장르 간 경계를 과감히 넘나들며, 정적인 사진 속 순간들을 역동적인 무용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무대 전체를 관통하는 블랙&화이트 미학은 플라멩코 특유의 강렬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 관계자는 "이번 작품은 전통 플라멩코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된 동작과 무대 연출을 통해 새로운 플라멩코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사진이라는 시각 예술과 플라멩코 춤이라는 공연 예술이 만나 관객에게 신선하고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5-04-16 10:59:32[파이낸셜뉴스] '왕자호동'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문병남 M발레단 예술감독이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10일 M발레단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가 서울 중앙대학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1일이며, 한국발레인·국립발레단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1984년 조선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10년간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다. 이후 국립발레단에서 지도위원, 상임안무가, 부예술감독을 역임했다. 국립발레단의 부예술감독으로 재직하던 2009년 국가브랜드사업 1호 작품인 '왕자호동'을 재안무했다. '왕자 호동'은 2011년 이탈리아의 산 카를로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돼 세계 무대에 진출한 한국의 전막 발레 작품으로 남았다. 고인은 생전 “발레와 한국적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다”며 “한국무용의 장점인 팔동작과 발레 특유의 발동작을 결합해 아름다운 몸짓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5년 M발레단을 창단해 꾸준히 창작 발레를 선보였다. 안중근 의사의 삶과 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오월바람', '처용'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발레 작품을 발굴했다. 생전 한국 발레계에 공헌한 공로로 1987년 문화부장관상, 1988년 문화체육부장관상, 2018년 한국발레협회상 대상 등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10 10:46:0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K문화가 세계적 유행이 된 것과 더불어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발레 작품에서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전통 문학을 바탕으로 한 발레 작품을 통하여 국내외에 우리의 전통 문화와 한국 발레의 가치를 알리려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고, 발레라는 서양의 춤과 한국적인 소재와 감성을 결합하여 많은 창작 발레가 제작되어 왔다. 대표적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과 허난설헌, 유니버셜발레단의 심청과 춘향을 들 수 있다. 2009년 제작된 '왕자호동'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신비한 북 자명고를 둘러싼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국경을 초월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국가 간의 전쟁, 사랑, 배신을 테마로 하여 기존의 서정적인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강렬한 전쟁 장면으로 막을 연다. 강렬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고구려인의 기백이 느껴지는 웅장한 남성 무용수의 군무 외에 다양한 부족들의 춤, 태권무 등 전통적인 춤의 요소가 결합된 군무를 볼 수 있다. 안무, 연출, 음악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제작되어 한국적인 고유의 정서가 작품에 나타난다. 전통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한국적이면서도 서양 발레 음악의 형식에 맞는 음악으로 작곡되었으며, 특히 한국 전통 음악의 수제천 형식을 바탕으로 거문고, 생황, 나발, 박 등 한국 전통악기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여 동서양이 공존하며 이질감이 들지 않는 발레곡으로 작곡되었다. 의상은 고구려 벽화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고 무대디자인 또한 고구려 고분에서 영감을 얻어 그 시대의 문양과 궁전, 소품 등을 통하여 고구려와 낙랑국을 재현하였다. 왕자호동은 화려한 무대미술과 웅장한 음악, 한국적인 정서가 깃든 작품으로 발레 고유의 테크닉과 양식을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감성을 표현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017년 초연된 '허난설헌-수월경화'는 빼어난 글솜씨를 가졌지만 여성의 재능이 인정받기 힘들었던 조선 중기에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아름다운 시로 풀어내 당대 문인들의 극찬을 받았던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아름답고 가혹했던 삶의 일대기를 발레화한 작품이다. '수월경화'는 '물에 비친 달, 거울에 비친 꽃'으로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손으로 잡을 수 없다는 뜻으로, 그녀의 작품 중 '감우'와 '몽유광상산' 두편의 시를 발레화하였다. 전체적으로 무대 연출과 의상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한국화를 그려놓은 듯 여백의 미를 형상화한 절제되고 단아한 무대와 의상이 돋보인다. 허난설헌의 아름다운 시를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그녀의 섬세한 감정을 한국적인 감성으로 풀어나간 작품이며, 한국적 아름다움을 환상적으로 접목한 작품이다. 허난설헌의 시에 등장하는 잎, 새, 난초, 바다, 부용꽃 등 다양한 소재를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하였고 의상은 전통 한복의상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성을 더했는데 무용수의 움직임과 함께 어우러져 무대 위에서 더욱 아름답고 처연해 보인다. 창작 발레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지젤, 호두까기 인형 같은 우리가 잘 아는 클래식 발레작품이 아닌 다소 실험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클래식 작품에 비해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매해 수많은 창작 발레가 제작되며 그중 대중의 사랑을 받고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모두 갖춰진 창작 발레는 지속적으로 공연되어 언젠가는 클래식 작품으로 당당히 불릴 것이다. 예전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도 그 시대엔 창작 발레였고, 혹평을 받았다. K문화가 유행하고 한국의 발레 수준이 높아진 만큼 한국 발레가 기획 단계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미래지향적 안목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수성과 한국적 색감을 가지고 창작 발레를 제작한다면 우리의 발레 작품도 머지않아 세계 발레단에 수출될 날이 올 것이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2025-04-09 18:04:22[파이낸셜뉴스] 세종문화회관이 '세종 어린이 발레아카데미' 강좌를 새롭게 연다고 11일 밝혔다. 어린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이번 강좌는 발레를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부터 발레 경험이 있는 어린이까지, 6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발레 수업은 오는 12일부터 6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며, 참가를 원하는 어린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세종 어린이 발레아카데미'에는 2024년 '대한민국 최고무용가상'을 수상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이 명예예술감독을 맡아 강의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개강 및 종강 수업을 직접 지도한다. 주강사는 독일 함부르크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 등에서 활약한 발레리나 이산하, 보조강사로는 실력파 발레리나 김서윤이 참여한다. 어린이들은 첫 수업시 레벨테스트를 통해 각자 실력에 맞는 반에 배정된다. 발레의 기초를 다루는 레벨1은 오전 11시부터, 기초를 바탕으로 더 다양한 동작을 익히는 레벨2는 오후 1시부터 각각 75분간 진행된다. 각 수업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20명 정원으로 진행한다. 강의는 모두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이뤄지며, 매 수업에 라이브 피아노 반주가 더해진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3-11 07:01:20[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는 안중근의사숭모회·안중근의사기념관이 오는 15~1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안중근 의사를 주제로 한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을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보훈부는 광복 80주년과 안중근 의사 순국 115주기를 맞아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정신과 평화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 국가유공자와 유족,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근무자,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 위원, 2030자문단 등을 초청할 예정이다.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은 15일 공연장을 찾는다. 미래세대의 참여 확대를 위해 중·고등학생과 대학·대학원생을 대상으로는 티켓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번 공연이 조국독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셨던 의사님과 애국선열들의 뜻을 기억하고 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안중근 의사의 유언인 "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오"를 모티브로 2015년 창작됐다. 죽음을 앞두고도 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꿈꿨던 안중근 의사의 삶과 철학을 담았다. 특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일회성 창작작품에 그치지 않고 다년간 음악과 안무, 연출을 수정·보완했다. 이 때문에 해외 라이선스 작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발레계에 새로운 축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안중근 역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 발레리노와 윤전일 댄스 이모션 예술감독 겸 안무가 맡는다. 안 의사의 아내 김아려 역에는 김리회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장윤서 2024년 코즐로바 국제발레콩쿠르 여자부문 은상 수상자, 그리고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는 김순정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등이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3-10 12:09:41[파이낸셜뉴스] 본격적인 공연 시즌을 맞아 주목할만한 무용·발레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한 해 동안 공연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무용·발레 공연은 클래식 음악이나 콘서트, 뮤지컬, 연극에 비해 관객층이 좁다. 하지만 컨템퍼러리 발레 또는 융복합 씨어터극 형태로 관객 저변을 넓히려는 예술단체의 노력이 작품의 수준과 공연 횟수로 뒷받침되며 꾸준히 호응도를 높여가고 있다. 마침 지난달 발레리노 박윤재(16)가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해 무용 장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오는 4월 개관하는 GS아트센터 등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 선보일 주요 기대작들을 살펴봤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올해 창단 2년차를 맞은 서울시발레단이 세계 발레계를 선도하는 안무가들과 협력해 4개 공연, 총 7개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데카당스(3월 14~23일, M씨어터)'로 2025 세종시즌의 포문을 연다. '데카당스'는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들을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콜라주 작품으로, 지난 2000년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이 초연한 이래 매 시즌 각색과 재창조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서울시발레단 버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안무와 시즌 무용수들의 개성 넘치는 앙상블, 독특한 움직임 언어인 '가가(Gaga)'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시발레단은 이어 '무용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요한 잉거의 2개 작품 '워킹 매드&블리스(5월 9~18일, M씨어터)'를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더블 빌 공연인 '유희웅x한스 판 마넨(8월 22~27일, M씨어터)'과 '한스 판 마넨x허용순(10월 30일~11월 2일, M씨어터)'을 공연한다. 8월 무대에서는 한스 판 마넨의 새로운 라이언스 작품인 '5탱고스'를 관람할 수 있다. '일무'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서울시무용단도 2편의 신작을 내놓는다. 상반기에는 한국춤의 뿌리인 장단과 속도의 변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피드(4월 24~27일, S씨어터)'를, 하반기에는 민속·궁중·교방무 등 다양한 전통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미메시스(11월 6~9일, M씨어터)'를 초연한다.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일무'는 8월 21~24일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예술의전당은 여름 시즌 유니버설발레단과 손잡고 클래식 발레의 정수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7월 19~27일, 오페라극장)'를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위대한 음악과 프티파, 이바노프의 천재적인 안무가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웅장한 군무부터 발레리나 한 명이 연기하는 오데트(백조)와 오딜(흑조)까지 고전 발레의 미학을 온전히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오페라극장에서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7월 30일~8월 1일)' 공연이 이어진다. 예술의전당과 에투알클래식이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박세은, 아망딘 알비슨, 블루엔 바티스토니, 마티외 가니오, 제르망 루베 등 에투알 10명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공식 등재된 작품을 연기한다. 지난 2000년 3월 개관 이래 국내 컨템퍼러리 공연 시장 개척에 앞장서 온 LG아트센터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레전드는 반드시 LG아트센터 무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비적인 작품 4개를 2025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지난 1995년 초연돼 세계 무용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든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6월 18~29일)', 20년 만에 내한하는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7월 4~6일)',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부퍼탈 탄츠테아터(11월 6~9일)',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11월 14~16일)' 등이다. 이중 '카네이션'은 LG아트센터가 역삼동에서 개관했을 당시, 개관 페스티벌에서 소개한 작품으로 25년 만에 내한한다. '탄츠테아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현대무용계의 흐름을 바꾼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초기 대표작으로, 수천 송이 카네이션이 끝없이 펼쳐진 무대 위에서 인간과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GS그룹 출범 20주년 맞아 오는 4월 24일 개관하는 GS아트센터는 약 두 달간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개관 공연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클래식부터 컨템퍼러리까지(4월 24~27일)'에서는 고전에서 모던, 컨템퍼러리에 이르는 미국 무용계의 중요한 흐름을 소개한다. 또 기획공연인 '예술가들' 시리즈를 통해 현대무용 안무가로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 3개를 소개한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4월 30일~5월 1일)', 라 베로날 컴퍼니의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와 '죽음의 무도(5월 17~18일)'를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3-10 11:43:47[파이낸셜뉴스] 세종문화회관은 '2025 세종시즌' 개막작으로 서울시발레단의 '오하드 나하린-데카당스'를 오는 3월 14~23일 M씨어터 무대에서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 '데카당스'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여러 작품을 발췌해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그의 독창적인 안무와 예술세계를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무용단마다 작품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 '데카당스'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서울시발레단 버전의 '데카당스'는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 7편을 유연하게 엮어낸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무용수들이 의자를 활용해 펼치는 군무부터 유머와 즉흥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까지 새로운 구성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펼쳐 보인다. 한편,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2년차를 맞아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손잡고 올해 총 4개 공연, 7개 작품을 준비했다. 3월에 이어 '요한 잉거-워킹 매드&블리스'(5월 9~18일), '더블 빌-유회웅×한스 판 마넨'(8월 22~27일), '더블 빌-한스 판 마넨×허용순'(10월 30일~11월 2일) 공연이 차례로 이어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025 세종시즌 라인업 발표와 함께 공연 구독권과 패키지가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발레단은 '데카당스'를 시작으로 세계적 안무가들과 협업하며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2-26 14:3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