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뇌 표면에 전자패치를 붙여 간질 등 뇌질환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손동희·신미경 연구위원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김형민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함께 '환자맞춤형 뇌질환 제어 전자약 기술' 구현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패치는 얇은 비닐 랩 같은 형태로 복잡한 뇌 곡면에 균일하게 밀착해 뇌파를 측정한다. 이렇게 뇌 표면에 부착된 전자패치는 음압 진동에도 안정적으로 고정돼, 잡음 발생을 억제하고 대뇌피질전도를 고품질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간질, 즉 뇌전증이 있는 쥐에 전자패치를 붙여 실험했다. 그결과, 전자패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에 이식된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뇌파를 측정했다. 이 패치는 발작 하기 직전에 나오는 고주파 신호를 정밀 포착해 간질 증상을 막는 초음파 자극을 가동했다. 뿐만아니라, 초음파 자극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발작성 뇌파를 왜곡 없이 감지해냈다. 이때 치료 효과가 충분치 않으면 자극 조건을 즉각 조정해 발작 증상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손동희 연구위원은 "이 전자패치 개발로 개별 환자의 뇌 신경 활동을 최초로 실시간 계측할 수 있게 돼 맞춤형 뇌질환 치료기술에 한 발짝 다가섰다"며 "향후 난치성 신경질환의 정밀 진단 및 개인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는 차세대 전자약 핵심기술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환자맞춤형 뇌질환 제어 전자약 기술'을 전자공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11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9-19 11:09:04[파이낸셜뉴스] 19일 새벽 뉴욕 맨해튼의 명소인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들이 하나둘씩 블루스크린이 됐다가 꺼졌다. 항공 서비스는 큰 타격을 입으며 대혼란에 빠졌다. 항공 분석 회사인 '시리움'에 따르면, 19일 전 세계에서 예정된 11만개 이상의 상업 항공편 중 5000여개가 취소됐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 구조 서비스인 911 신고가 먹통이 되고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는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 물류, 자동차 업체들도 피해를 봤다.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는 단말기가 몇시간 동안 먹통이었다고 밝혔고,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이것(IT 대란)이 자동차 공급망에 발작을 일으켰다"고 알렸다. MS의 클라우드를 쓰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피해도 속출했다. 독일 내무부, 아랍에미리트 외무부, 뉴질랜드 의회가 IT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알렸고, 파리올림픽의 경기 티켓 판매도 지장을 받았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에서는 벤치마크 지수인 FTSE MIB 지수 산정이 약 32분간 지연됐다. JP모건체이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장애를 일으켰고, 스타벅스에서 모바일 주문·결제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AP, 로이터, AFP 통신 등이 이번 최악의 IT 대란을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으로 18일(현지시간) 오후 7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하면서 전 세계 항공, 금융, 미디어, 의료, 물류, 공장 가동, 행정 등 주요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바이러스 백신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맥아피(McAfee) 전직 임원들이 2011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설립한 보안 소프트웨어 선도 업체로 전 세계 보안 시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유례없는 IT 대란을 야기한 보안업체로 낙인 찍히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IT 대란'이 정상화되는 데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IT 대란으로 인한 장애가 복구되는데 몇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공인 IT 기관인 BCS의 한 소속 연구원은 "컴퓨터가 블루스크린과 무한 루프에 빠지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복구가 어려울 수 있고 복구에 수일 또는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블루스크린은 MS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에서 '치명적인 오류 발생' 등과 같은 메시지와 함께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현상을 뜻한다. 반면 시아란 마틴 전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최고경영자는 적대적 사이버 공격과 달리 이번 IT 장애 문제는 이미 식별이 됐고 해결책도 제시됐다며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빅테크 중심 클라우드 시장...경고등 한편 전 세계가 IT 대란을 겪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 경고등이 커졌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인터넷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자원과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31%로 가장 높고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가 25%로 뒤를 잇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도 11%를 차지한다. 이들 기업 3곳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빅테크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번 사고와 같이 클라우드 업체에서 발생하는 장애는 자칫 전 세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20 13:08:04[파이낸셜뉴스] ‘타이타닉’ OST를 부른 세계의 디바 셀린 디온(56)이 강직인간증후군 증상을 겪는 모습이 공개됐다. 27일 아마존 스트리밍 플랫폼 프라임 비디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아이 엠: 셀린 디온(I Am: Celine Dion)’ 말미에는 셀린 디온이 강직인간증후군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겨졌다. 간병인은 디온에게 그의 손을 꽉 쥐어보라고 말하며, 산소 스프레이를 뿌려 호흡 곤란을 완화하려고 한다. 다큐멘터리 제작 중 경련 일으킨 셀린 디온 다큐멘터리 감독 아이린 테일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중에 갑자기 생긴 일이었고 이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을지 말지 이야기했다”며 “디온은 이 장면을 보더니 삭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디온은 17년 동안 강직인간증후군을 앓았던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관절이 너무 심하게 굳을 때는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고, 실제로 한 번 부러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릴 수 없다면 걸을 것이고, 걸을 수 없다면 기어갈 것”이라며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 목소리는 내 인생의 지휘자다”라고 무대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근육이 강직돼 경련이나 발작.. 걷기 힘들어질 수도 강직인간증후군은 근육 강직이 진행되고 반복적인 근경련이 있는 질환이다. 근육 강직은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로, 환자에 따라 강직의 정도가 다르다. 환자들은 초기에 보통 등과 다리에 불편함을 느끼고 경직, 통증 등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이 경직되면서 자세가 비대칭해지고, 경련이나 발작을 겪기도 한다. 근경련은 주로 다리에서 발생하며, 심할 경우 호흡근에서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강직인간증후군이 진행되면 근육을 통제하기 힘들어져 휠체어나 지팡이가 필요하다. 이 질환은 보통 40~50대에 처음 발생하며, 드물게 소아기나 노년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강직인간증후군은 100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병원인 안밝혀져.. 자가 면역 질환 가능성 강직인간증후군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자가 면역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프랑스 루앙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강직인간증후군 환자 다수에게는 GAD(glutamic acid decarboxylase) 항체가 발견됐다. GAD는 GABA(gamma-aminobutyric acid)라는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을 만들 때 필요하다. GABA는 근육을 생성시키고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 물질이다. 따라서 GAD 항체에 의해 GABA가 부족해질수록 강직인간증후군 발병 위험이 커진다. 환자 대부분은 스트레칭, 마사지, 온열 치료 등을 진행해 근육에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 그리고 근육 강직과 근경련의 진행을 조절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등 약물을 사용하면 항경련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직인간증후군 환자의 예후는 다양하다. 증상이 가벼우면 진행을 늦추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하지만 증상 조절이 어려우면 여러 근육의 통제를 잃으면서 호흡 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6-28 06:23:45[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조선의 14대 왕인 선조(宣祖)는 평소 편두통을 앓고 있었다. 고질적인 편두통으로 간혹 내의원의 침의(鍼醫)들에게 침을 맞곤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선조는 편두통이 발작할까 봐서 항상 불안했다. 어느 날, 선조는 침의(鍼醫)인 허임(許任)을 찾았다. 10여년 전에 선조는 지방 순행을 할 때 허임이 동행하면서 3일 간격으로 침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효과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임은 당시 고향인 나주에 내려가 있었다. 선조는 신하들에게 “허임은 침을 잘 놓아 일세(一世)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침의인데, 자기 마음대로 고향에 물러가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신들은 그를 궁으로 불러 모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만약 짐에게 뜻밖에 침을 쓸 일이라도 있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하니 내의와 제조(提調) 등은 그 직책을 다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내의원 신하들을 문책했다. 선조는 불시에 침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침의 허임을 곁에 두고자 한 것이다. 평소 편두통 발작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실력있는 침의를 곁에 두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1604년(선조 37년) 9월 23일 가을밤. 초경말(初更末) 경에 선조는 평소 앓고 있던 편두통이 갑자기 발작했다. 초경말이면 밤 9시가 거의 다 된 시간으로 어의들은 이미 퇴청을 한 이후다. 선조는 “속히 의관을 들라 하라.”하고 명했다. 내시는 당직 중인 의관에게 전교하여 속히 침치료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사실 편두통이라는 것이 머리가 깨질 것처럼 그 통증을 견디기 힘들고, 심한 경우 눈도 뜨기 어렵고 구토까지 하면서 한번 발작하면 실신까지 하기도 해서 실로 가벼운 증세가 아니었다. 내의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직 중인 승지는 걱정스러운 나머지 “의관들만 입시(入侍)하는 것보다는 당직 중인 승지와 사관(史官)이 함께 입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선조는 “지금까지 침은 많이 맞아 보지 않았던가. 짐은 지금 침을 맞으려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갑자기 발작을 했는지 궁금하여 증세를 상의하려고 하니 승지 등은 입시할 필요가 없다.”라고 다시 전교를 내렸다. 그러자 승지는 당황해하면서 “지금 허임(許任)이 이미 내전 밖 합문(閤門)에 와서 대령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선조는 굳어진 얼굴에 안도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미소를 띠더니 “허임을 속히 들여 보내도록 하라.”하고 명했다. 선조의 앞에는 이미 허준(許浚)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준은 당시 선조의 어의(御醫)였다. 선조는 허준에게 “지금 내 편두통에 침을 놓는 것에 해서 공의 생각은 어떠한가?”하고 묻자, 허준은 “지금 상의 증상은 긴급한 상태로 탕약을 달여서 복용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또한 증상이 자못 심각하니 상례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몇 명의 침의에게 여러 차례 침을 맞으셨고 그 효과가 지속되지 않아 송구합니다만 그래도 침의들은 반드시 먼저 침을 놓아 기운이 소통시켜야만 통증이 감소될 것이라고 합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선조는 “그럼 공이 한번 침을 놓도록 하시오.”라고 명했다. 그러자 허준은 “소신은 침의가 아닌 약의(藥醫)이기 때문에 침의들의 침으로 응급처치를 한 후에 탕약을 대령해서 올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 침의 허임이 대령해 있사오니 침치료는 대신 허임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허임 또한 말하기를 경맥을 소통시키는 침법을 사용한 후에 아시혈(阿是穴)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하오니 소신이 보기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라고 했다. 그때 마침 허임이 도착했다. 선조가 허임에게 물었다. “아시혈(阿是穴)은 어디에 위치한 혈자리인가?” 그러자 허임은 “아시혈은 어느 한 곳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픈 곳을 찾아서 혈자리를 삼는 것입니다. 아시혈은 환자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자리로 하늘이 정해준다고 해서 천응혈(天應穴)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병증에도 좋지만 특히 두통에는 아시혈에 침을 놓으면 아주 효과가 빠릅니다.”라고 고했다. 선조는 허임의 말을 듣고서는 서둘러 어서 병풍을 치도록 명하였다. 선조의 야밤의 편두통 발작으로 왕세자 또한 입시해 있었다. 선조는 왕세자와 함께 침의, 의관은 방안에 머무르게 하고 제조(提調) 이하는 모두 방 밖으로 나가 있도록 했다. 침의인 남영(南嶸)이 허임과 상의해서 혈자리를 정한 후에 허임이 침을 들어 올렸다. 허임은 깊은 숨을 한번 몰아 쉬고서 심지(心志)를 곧게 하고서는 후두부의 풍지혈(風池穴), 측두부의 두유혈(頭維穴), 전두부의 본신혈(本神穴)에 침을 놓았다. 이 혈자리들은 좌우 양쪽에 모두 한 개씩 있는데, 아프다고 하는 쪽의 반대쪽에 침을 놓았다. 일명 우병좌치(右病左治), 좌병우치법(左病右治法)이다. 그리고 환측(患側)에는 통증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아시혈을 찾아 침을 놓았다. 모두 10번 숨을 내쉴 동안 침을 꽂아 놓았다. 10번 호흡지간(呼吸之間)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선조의 편두통은 서서히 줄었다. 허임은 침을 제거했다. 선조의 깨질듯한 편두통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빠질 것 같은 눈은 편해졌고 구역감도 멎었다. 잠시 후 약방이 문안하니, 선조는 “평안하다.”라고 전교하였다. 이렇게 폭풍우와 같았던 밤이 지났다. 허임의 침을 맞은 선조의 편두통은 이후 다시 재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조는 당시 침을 맞을 때 관여했던 약방 도제조, 제조, 도승지, 내의원 신하들에게 궁의 마구간에서 기르던 말 1필씩을 하사했고, 침의 허임 등에게는 직급을 한단계씩 높이도록 했다. 당시 어의였던 허준도 잘 길들여진 숙마(熟馬) 1필을 받았다. 이에 허임은 6품의 직에서 당상관(堂上官)으로 전격적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당상관으로까지 승격이 지나치다고 간쟁(諫爭)하는 신하들이 있었다. 신하들은 “침의 허임은 6품의 관원으로 단지 침을 놓았다는 하찮은 수고로움으로 인하여 갑자기 당상관으로 승진함에 신들이 보기에 직책이 분수에 넘쳐 지나치오니 거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청했다. 그러나 선조는 간언(諫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이란 것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고통을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마웠던 것이다. 선조는 허임을 무한신뢰했다. 허임은 1570년(선조 3년)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관노비였으며 그의 모친은 사노비였다. 허임은 어려서 부모님이 병환에 시달렸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함에 한을 품고 의학에 뜻을 두었다. 선조 때에 신하들은 허임이 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신임을 얻은 것에 시기, 질투한 것이다. 그러나 허임의 침치료 실력은 당대 최고였으며 신묘하다고 칭송되었다. 허임은 평생 환자의 병환으로부터 고통을 없앤 것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죽을 사람을 살려낸 경우도 많았다. 의관에서 시작했지만 선조의 침의로 인정을 받으면서 광해군 때 이르러서도 지방의 관직을 여러 곳 거쳤다. 1609년(광해군 2년) 허임은 한때 고향인 나주에 내려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 광해군은 내의원으로 들도록 재촉하는 전교를 여러 번 내렸지만 모두 거절했다. 허임은 선조 때에도 궁에서 다른 신하들의 중상모략에 시달렸기 때문에 다시금 반복되는 것이 끔찍했다. 사실 전교를 거절했다는 것은 어명을 거역한 것이다. 신하들은 허임이 군부(君父)를 무시했다면서 잡아다 국문해야 한다고 했지만, 광해군은 허락하지 않고 그대로 두도록 했다. 허임이 선왕 때 공을 세웠다는 이유에서였다. 1644년(인조 22년) 허임은 말년에 자신의 침구 경험을 정리한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 편찬했다. 당시 나이는 75세였다. 그는 서문에 “나는 우둔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나 어려서 부모님이 병환을 앓아 의학에 전념하게 되었고, 오랜 세월 노력하여 의학의 문호를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제 노쇠하여 바른 치료법이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염려되어 평소에 듣고 본 것을 가지고 대충 편을 묶고 차례를 만들었다. 감히 옛 사람들의 저술에 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생 동안 노력하여 마음으로 얻은 것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자가 마음을 쏟는다면 급한 환자를 구하고 목숨을 살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책을 만든 이유를 적었다. 이 책을 통해서 허임의 침구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침구학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의 침법이 중국이나 일본의 침법에 대해서 탁월할 효과가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 <침구경험방>은 그 근거가 되고 있고 조선의 침술을 알리는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중 조선 최고의 침의라면 허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제목의 〇〇은 허임(許任)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조선왕조실록(선조실록)> 宣祖 37年 9月 23日. 初更末, 上所患偏頭痛急發, 傳于直宿醫官, 欲爲受針, 入直承旨啓曰: “醫官等, 獨爲入侍未安. 入直承旨及史官, 竝入侍何如?” 傳曰: “非受針也, 欲問證勢, 承旨等勿入.” 又啓曰: “許任, 已到閤門矣.” 傳曰: “入來.” 二更三點, 入侍於便殿, 上曰: “施針如何?” 浚曰: “證勢緊急, 不可拘於常例. 屢度受針, 似爲未安. 而針醫等每曰: ‘必施針, 消散熱氣, 然後痛勢’ 可歇云, 而小臣則不知針法. 渠輩所言, 如此故啓之矣. 許任常言, 引經後, 可以進針於阿是. 此言似有理.” 上命設屛, 王世子及醫官, 入侍於房內, 提調以下, 皆在房外. 南嶸點穴, 許任執鍼, 上受鍼. (조선왕조실록 선조 37년 9월 23일. 1경 말에 상이 앓아 오던 편두통이 갑작스럽게 발작하였으므로 직숙하는 의관에게 전교하여 침을 맞으려 하였는데, 입직하고 있던 승지가 아뢰기를, “의관들만 단독으로 입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니 입직한 승지 및 사관(史官)이 함께 입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니 전교하기를, “침을 맞으려는 것이 아니라 증세를 물으려는 것이니, 승지 등은 입시하지 말라.”하였다. 또 아뢰기를, “허임이 이미 합문에 와 있습니다.”하니 들여보내라고 전교하였다. 2경 3점에 편전으로 들어가 입시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침을 놓는 것이 어떻겠는가?”하니 허준이 아뢰기를, “증세가 긴급하니 상례에 구애받을 수는 없습니다. 여러 차례 침을 맞으시는 것이 송구한 듯하기는 합니다마는, 침의들은 항상 말하기를 ‘반드시 침을 놓아 열기를 해소시킨 다음에야 통증이 감소된다.’고 합니다. 소신은 침놓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마는 그들의 말이 이러하기 때문에 아뢰는 것입니다. 허임도 평소에 말하기를 ‘경맥을 이끌어낸 뒤에 아시혈에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말이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하였다. 상이 병풍을 치라고 명하였는데, 왕세자 및 의관은 방안에 입시하고 제조 이하는 모두 방 밖에 있었다. 남영이 혈을 정하고 허임이 침을 들었다. 상이 침을 맞았다.)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 〇 鍼灸經驗方序. 전략. 愚以不敏으로 少爲親病하야 從事醫家하야 積久用功하야 粗知門戶러니 及今衰老하야 仍恐正法之不傳하야 乃將平素聞見하야 粗加編次하야 先著察病之要하고 幷論轉換之機하야 發明補瀉之法하고 校正取穴之訛하며, 又著雜論若干하고 且記試效要穴及當藥하야 合爲一卷하니 非敢自擬於古人著述이 只爲一生苦心을 不忍自棄니 覽者若能加之意則庶於救急活命에 或有少補云爾라. 河陽許任識. (침구경방서. 전략. 나는 우둔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나 어려서 부모님이 병환을 앓아 의학에 전념하게 되었고, 오랜 세월 노력하여 의학의 문호를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제 노쇠하여 바른 치료법이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염려되어 평소에 듣고 본 것을 가지고 대충 편을 묶고 차례를 만들었다. 먼저 병을 살피는 요지를 보이고 아울러 때에 따라 치법을 변화시키는 기틀을 설명하였으며, 보사의 방법을 밝히고 취혈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또 이런저런 의론을 약간 적고, 써보고 효과를 본 중요한 경혈들과 합당한 약들을 기록하여 한 권으로 묶었다. 감히 옛 사람들의 저술에 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생 동안 노력하여 마음으로 얻은 것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자가 마음을 쏟는다면 급한 환자를 구하고 목숨을 살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양 사람 허임 적다.) 〇 頭面部. 偏頭痛하고 目䀮䀮不可忍風池 頭維 本神에 患左治右하고 患右治左호대 皆留鍼十呼하야 引氣면 卽差니 神效오. (편두통이 있고 눈이 아득하여 견딜 수 없는 경우풍지 두유 본신을 쓰는데,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을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을 치료한다. 모두 10번 숨 내쉴 동안 유침하며 기를 끌어 땅기면 곧 나으니 매우 효과가 좋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8-02 15:21:45'4대강 정비사업'. MB정부 때 일으킨 사업으로 공식적으로 2009년 7월에 착공했다. 20년 전까지는 아니지만 족히 14년이 지난 오래전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4대강에 대한 논쟁은 여름철 장마가 올 때마다 효과가 있다 없다를 놓고 싸우다가 결국 현 정부와 전 정부 간 책임을 따지는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이번에도 역시 4대강 사업을 되돌린 전 정부의 책임론과 이를 반박하는 여야의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보 해체가 수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접어두더라도 적어도 이런 논쟁이 벌어진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를 철거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추진 과정은 이미 여러 차례 감사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점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는 어차피 정권의 입맛대로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겠냐고 반박하겠지만, 그렇다면 지난 정부에서 내린 결정도 그런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4대강 사업'에서 설치한 보가 수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이를 철거하기로 한 전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다른 편에서는 핏대를 세우고 덤벼든다. '나의 아무개는 틀릴 리가 없다. 이건 모함이다'를 외치며 소위 실드치기가 쏟아진다. 요즘 많이 쓰는 '발작 버튼'이 눌렸다는 건 이런 모양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비난과 비판은 명백히 다르다. 흠집과 결함을 책잡아 깎아내리는 게 비난이다. 적어도 객관적 근거를 들이밀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고깝게 들릴지언정 비판으로 봐야 한다. 전 정부가 4대강 보의 철거나 유지를 따져보기 위해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구성하면서 특정 성향 인사들로만 채웠다. 사실은 누군가의 주관적 주장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이후 금강 유역의 세종보, 공주보, 영산강 유역의 죽산보 등 3개 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와 승촌보 등 2개 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판을 상대하는 방법은 같은 방법으로 논리를 제시하고, 상대의 비판에 내용을 비판하면 된다. 목놓아 고함 지르고 삿대질을 퍼붓는다고 부족한 논리적 허점이 채워지지 않는다. 이번 호우로 생명을 잃은 분들이 47명, 실종자는 3명에 달한다. 아직도 장마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란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해묵은 4대강 책임론으로 삿대질 싸움이 벌써 시작된 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다. 비판받는 쪽에서 이를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참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들이 했던 일이 논리로 방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4대강 논쟁은 다음 정권에서도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업이 끝난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져서다. 정쟁으로는 해법이 없다. 이제 한 발짝씩 물러나 진정하면서 상대를 논리로 설득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경제부장
2023-07-24 18:16:08[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해협 발언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극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대만 해협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낸시 팰로시 미국 전 하원의장 등 국제 리더들의 대만 해협 발언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美국무부 "대만 문제 해결 위해 한국과 협력"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중국의 비난에 대한 질문에 "미국은 대만인의 바람과 이해관계와 일관되게 양안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과 파트너와 조율을 통해 할 것이며 물론 한국은 그런 국가 중 하나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포함해 우리의 공동 번영과 안보(에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인도·태평양의 우방과 동맹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어느 국가든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공급·발전을 돕는다면 여러 안보리 결의의 확실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대만 해협 문제 언급한 尹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막말 쏟아내는 中외교 당국자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한 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최근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시도한다'는 등의 언급을 듣는다면서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위배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친 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인용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왕 대변인의 부용치훼 발언에 대해 "아무 데나 주둥이 놀리지 말라 하는 그런 비속어 비슷한 사자성어"라며 국내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중국 측 반응이 격렬하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中의 발작버튼' 대만 해협 문제, 왜?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직결된 것이어서 중국 정부가 핵심 이익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3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대만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안 관계를 남한 관계에 빗대 중국 측이 이 같이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 대변인은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이외에도 많은 국제 사회 리더들이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전화에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 또 2021년에는 막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만 국책연구원 주최 포럼에 참석해 당시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일본에도 일이 생겼다"며 일본과 미국 안보 동맹에 대만의 국가안보는 일본, 미일 동맹과 한 배를 탔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화춘잉 외교부 당시 대변인은 이에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3-04-22 13:06:55[파이낸셜뉴스] 기업들의 금리 발작에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이 지난 8월 이후 올스톱됐다.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ESG 회사채 금리도 국고채 금리를 따라 덩달아 뛰면서 ESG 채권의 차별적 매력 요소가 반감된 탓이다. 그나마 신용도가 AAA급인 은행, 공기업들만이 ESG 채권 발행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9일 채권평가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발행하는 ESG 회사채는 올해 8월을 마지막으로 발행이 멈췄다. 같은 달 24일 발행된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국남부발전의 녹색채권(회사채)이 마지막이다. 다만 은행과 공기업 등이 특수채 성격의 ESG 채권 발행을 이어갔다. 지난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3.5%를 넘어서면서 신용 리스크가 비교적 큰 회사채 시장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발행·투자 모두 엄두가 나지 않은 시장 환경에 이미 투자자들은 ESG 채권 발행을 조기에 멈췄다. 김 연구원은 "결국 ESG 채권 내 일반 회사, 여전채 발행은 점차 줄고 공사채 및 은행의 발행이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전체 ESG채권 발행잔액(204조원)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규모는 21조원으로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지속가능연계대출(SLL)과 지속가능연계 채권(SLB) 시장이 ESG 채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훈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2020년 12월 현대차와 현대커머셜이 선제적으로 달러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2021년 1월 롯데제과, 올해 9월 신한은행이 달러 SLL으로 차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SKT, 한국철도공사, CJ제일제당이 SLL을 통해 원화로 차입에 나섰지만 올해는 원화 대출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SG 채권과 달리 규제의 역할을 하게 된 분류체계(Taxonomy)에 대한 부담감도 존재하지 않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다양한 규제 조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반ESG 산업으로 치부받고 있는 다양한 산업들의 조달 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2-10-07 16:17:23[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광폭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발작'이 하루 뒤에 나타났다. 5월 금리인상 당시와 같은 주식시장 흐름이 되풀이됐다. 뉴욕증시 3대지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 하루 뒤인 16일(이하 현지시간)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며 폭락 마감했다. 5월에도 4일 0.5%p 금리인상 당일 상승했던 뉴욕증시는 이튿날인 5일 뒤늦게 '긴축발작'이 일어나 폭락한 바 있다. 대형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만선이 무너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넘게 폭락했다.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 급락했다. 이날 폭락세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약세장 흐름이 강화됐고, 다우지수는 이전 고점인 사상최고치에 비해 19% 급락해 약세장 진입을 코 앞에 뒀다. CNBC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전일비 741.46p(2.42%) 하락한 2만9927.07로 마감했다. 2020년 11월 사상처음으로 3만선을 돌파했던 다우지수는 이날 지난해 1월 4일 이후 1년 5개월여만에 처음으로 3만선 밑으로 추락했다. 다우지수는 올 1월 5일 기록한 사상최고치 3만6952.65에 비해 19% 하락하며 약세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빠진 것으로 간주한다. S&P500지수는 123.22p(3.25%) 급락한 3666.77로 미끄러졌다. 1월 4일 기록한 사상최고치 4818.62에 비해 24%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453.06p(4.08%) 폭락한 1만646.10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1월 22일에 기록했던 사상최고치 1만6212.23에 비해 34% 폭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 넘게 폭등했다. 3.33p(11.24%) 폭등한 32.95를 기록했다. 어비바엔베스터스의 수전 슈미트는 주식시장이 뒤늦게 미 경기침체를 예상하면서 하루 늦게 '긴축발작'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슈미트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한 번에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어제는 연준이 사람들의 예상대로 움직여" 주식시장이 환호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해 매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대응수준이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슈미트는 이어 그러나 이제 "투자자들은 이같은 대응이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전날 0.75%p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제기됐던 1%p 금리인상은 없었던 점에 안도하며 급등했지만 16일에는 뒤늦게 광폭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폭락했다는 것이다. 기술주들을 비롯해 대부분 종목들이 폭락했다.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는 모두 각각 4% 가까이 급락했고, 테슬라는 8% 넘게 폭락했다. 테슬라는 700달러 진입을 포기하고 이날 59.70달러(8.54%) 폭락한 639.30달러로 주저앉았다. 한편 국제유가는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일비 배럴당 1.30달러(1.1%) 뛴 119.81달러,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27달러(2%) 급등한 배럴당 117.58달러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06-17 05:56:08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사진)이 연준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6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언제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라며 연준의 대응이 늦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버냉키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연준을 이끌면서 유례없던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했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강력한 양적완화를 펼치면서 미국 경제가 빠르게 반등했으나 회복후에도 이어왔으며 완화 축소가 늦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의 연준이 왜 완화조치 철회를 늦게 했는지 이해를 한다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버냉키는 연준 이사회 소속이던 파월이 지난 2013년 연준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충격을 경험하면서 갑작스럽기 보다는 점진적 대응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를 한다고 밝혔다. '테이퍼 탠트럼'은 버냉키 당시 의장이 양적완화(QE)를 끝내겠다고 밝힌 것에 신흥국의 돈이 미국으로 몰리고 신흥국 주가가 폭락하는 등 혼란이 발생한 것을 뜻한다. 버냉키는 연준의 물가 대응에 대한 신뢰도와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앞으로 주택가격 등 여러 분야에서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낙관했다. 버냉키는 이날 저서인 "21세기 통화정책" 출간에 맞춰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발생도 경고했다. 그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최소 약간 더 올라가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예고했다.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파월 의장이 이달초 기준금리 0.5%p 인상과 함께 앞으로도 이 같은 폭으로 올릴 것이라고 예고한 것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 199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1994년 2월까지 12개월동안 7차례 인상을 통해 금리를 두배인 6%까지 끌어올렸다. 이중에는 0.5%p 인상 2회, 0.75%p 한차례도 포함됐다. 미국 연준은 지난 1965년과 1984년, 1994년 세차례 경제를 연착륙시켰다. CNN비즈니스는 연준이 앞으로 수개월내 침체에 빠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물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경제를 냉각시키려 할 것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소 파월 의장에 비판적이었던 래리 서머스 전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연준의 정책이 미 경제를 오히려 경착륙시킬 가능성이 100%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장도 연착륙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2-05-17 18:03:00미국이 올해 안에 돈풀기 전략을 축소한다고 시사하면서 신흥시장의 돈줄이 갑자기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3년 발생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긴축발작' 사례를 언급하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신흥시장 국가들이 버틸 수 없다고 경고했다. 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긴축발작 문제를 재차 경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10년 전후로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으며 2013년 테이퍼링을 예고했다. 신흥시장에서는 테이퍼링과 동시에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예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하게 돈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증시가 추락했다. 이러한 긴축발작 결과 당시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순매도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다시 시작했지만 이를 축소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고피나스는 2013년의 긴축발작이 재발하는 상황을 경고했다. 그는 "신흥시장은 전보다 큰 역풍에 직면했다"며 "신흥시장 경제가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고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변경에 따른 긴축발작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과 현재를 비교하며 물가상승과 부채라는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피나스는 긴축발작으로 신흥시장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 뒤이어 가파른 물가상승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상승과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세계적대유행(팬데믹)이 벌어지고 있다"며 물가가 오른다는 예상이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물가상승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IMF는 지난 7월 발표에서 미국이 빠른 속도로 돈줄을 죄고 신흥시장의 백신 보급이 계속 어렵다면 2025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4조5000억달러(약 5240조원)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테이퍼링으로 돈줄을 죄기로 결정한 이상 곧바로 금리까지 올릴까봐 걱정하고 있다. 과거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마우리스 옵스펠드는 이자가 오르면서 팬데믹으로 막대한 빚을 냈던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대형 신흥시장 경제의 정부 부채 비율은 2020년 기준 GDP 대비 52.2%에서 60.5%까지 늘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중저소득 신흥시장이 타격을 입는다며 "달러를 빌리는 조건이 나빠지고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팬데믹 와중에 힘든 국가들에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IIF에 의하면 2020년 2·4~4·4분기 동안 3600억달러 이상의 해외 자본이 신흥시장 증시와 채권 시장에 흘러들었다. 고피나스는 2013년의 파국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국과 시장이 매우 분명하고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에 대해 "당시 버냉키의 성명에는 테이퍼링 직후에 금리가 오른다는 암시는 없었지만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와 섞여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7일 화상 연설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진전된다면 연준이 올해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테이퍼링의 속도가 금리 인상 시기를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의 척도가 되는 물가상승률 목표(2%) 달성 여부를 계속 지켜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해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미 증시는 연설 당일 1%포인트 안팎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8-30 18:2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