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립극단은 2020년 첫 공연으로 창단 70주년 기념 창작신작 ‘화전가’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이성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이번 작품은 ‘3월의 눈’(2011), ‘1945’(2017) 등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온 작가 배삼식의 신작이다. 한국전쟁을 코앞에 둔 위태로운 시기를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낸 여인들의 삶을 한 가족의 이야기 안에 담아낸다. ‘화전가’는 여인들이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봄놀이에 관해 읊는 노래를 부르는 명칭이다. 1950년 4월,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한 집에 모인 9명의 여인들이 환갑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떠나기로 하면서 평범하지만 어딘가 먹먹한 하룻밤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우 예수정이 환갑을 맞이해 사랑하는 이들과 아름다운 꽃놀이를 준비하는 ‘김씨’로 분하고 전국향, 김정은 등 내공 깊은 배우들이 함께한다.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고 밝힌 배삼식 작가는 ‘화전가’를 통해 역경 속에서 사람을 보듬어주는 것은 소소한 기억들이라 전한다. 작품은 당대 여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각과 옛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사로 사소하고 무의미한 것들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예매는 1월 30일부터 가능하다. 가격은 2만원 ~ 5만원.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1-29 11:03:35김상열연극사랑회(대표 한보경)는 제10회 김상열연극상 수상자로 극작가 배삼식씨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극단 미추의 상임작가인 배씨는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연극 ‘열하일기만보’, 마당놀이 ‘쾌걸박씨’ 등을 썼으며 지난 6월 선보인 연극 ‘거트루트’에서는 극작과 연출을 겸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는 “배씨가 창작극과 번안극, 뮤지컬과 마당놀이, 동양의 고전과 서양의 비평이론 등 다양하고 이질적인 영역을 자기 식으로 소화하는 단단함을 갖추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상열연극상은 연극인 고 김상열씨를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제4회 김상열연극장학금 수여식과 함께 열리며 10주기 기념 공연 ‘길’도 이날 개막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2008-10-16 17:08:54국립극장은 인사이트모션과 기획공연으로 제작한 '마당놀이 모듬전'을 오는 29일부터 2025년 1월 30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마당놀이 모듬전'은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기념 무대다. 마당놀이 대표작 중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장면을 엮어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손진책 연출을 비롯해 극작가 배삼식, 안무가 국수호, 작곡가 박범훈 등 마당놀이 신화를 일궈온 제작진이 의기투합한다. 또 '마당놀이 스타 3인방'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이 특별 출연해 원조 마당놀이의 흥겨운 매력을 선사한다. 아울러 민은경·이소연·김준수·유태평양·조유아 등 국립창극단 스타 배우들과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배우들도 출연해 신구 세대가 어우러지는 신선한 조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조명디자이너 김창기,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소품디자이너 김상희 등 걸출한 디자이너들도 합세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잔치판을 완성한다. 부채꼴 형태로 설치된 기존 하늘극장 객석에 가설 객석을 더해 관객이 무대를 완전히 감싸도록 했다. 무대 상부에는 지름 19m 천으로 만든 거대한 연꽃 모양 차일(천막)을 설치해 전통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차일을 둘러싼 64개의 청사초롱으로 연말연시의 정취를 돋운다. 무대 바닥 일부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이야기 속 시공간의 변화를 영상으로 표현해 관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공동주최사인 인사이트모션의 김지욱 대표는 "국립극장 대표공연인 마당놀이 제작에 함께하는 것은 단순한 협업 이상의 가치와 상생의 의미가 담긴 뜻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마당놀이 모듬전' 2차 티켓 오픈은 오는 19일 오후 2시 자세한 정보는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07 07:31:16김성녀의 뮤지컬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이 오는 31일부터 11월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극단미추의 공동 주최로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손진책이 연출한 '벽 속의 요정'은 지난 2005년 PMC프러덕션이 기획한 '여배우 시리즈' 일환으로 상연됐다. 50여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김성녀가 1인 30역을 소화하며 명연기를 선보인 작품이다. 초연 당시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과 한국연극선정 2006 공연베스트7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서울 등 전국 34개 도시에서 공연하고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도 초청 공연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렸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일본의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각색해 한국판을 탄생시켰다. 당초 번안을 반대했던 원작자가 한국 공연을 보고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라며 극찬하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계란팔이 장면과 극중극인 그림자인형극 ‘열두 달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07 10:57:42제게는 연극쟁이로서의 꿈이 있었습니다. 한평생 함께 걸어온 대가(大家) 선생님들과 '멋진 연극'을 해보겠다는 꿈. '햄릿'은 10년 전, 이런 대가 선생님들과 시작해 이번에 3번째를 맞이하며 그 꿈을 이뤄준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또한 '햄릿'은 석 달간 총 85회, 4만여 관객을 만나며 대극장 장기 공연이란, 연극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낸 공연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햄릿'은 도입부부터 명연기의 향연이었습니다.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그 한마디만으로 머리칼이 쭈뼛 서게 만든 박정자 선생님의 세월이 담긴 연기. 저 역시 객석에 앉아 그 전율을 함께했습니다. '햄릿'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스태프진의 노고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이번 연출 해석은 참 파격적이었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여,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긴 숨'을 내뱉으며 시작하고 끝맺는 연출은 물론 죽은 선왕이 자신의 독살 장면을 지켜보고, 햄릿이 죽인 폴로니어스가 스스로 일어나 걸어 나가며, 죽은 오필리어가 싸우는 햄릿과 오빠 레어티즈의 모습을 지켜보는 죽은 자가 삶의 순간에 혼재된 연출. 이번 손진책 연출가의 연출 방향은 아직도 고전 '햄릿'에 새로운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해 낸 듯합니다. 시처럼 아름다웠던 배삼식 작가의 텍스트도 인상 깊습니다. 이미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평이 난 천재 극작가의 각색은 대본 그 자체만으로 완성도 있는 예술작품이었습니다. 무대미술가 이태섭의 거울을 활용한 압도적인 무대 역시 연출가의 해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명작이었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왕 역을 연기한 이호재, 전무송 배우를 비롯해 연극계의 전설이신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김재건, 손봉숙 배우들은 물론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이항나, 박윤희와 같은 중견 배우들. 그리고 강필석, 이승주, 이충주, 루나와 같은 젊은 배우들까지 전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햄릿' 안에서 탄탄한 앙상블로 석 달을 함께하였습니다.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낸 배우들. 모두가 명배우였고, 대가들이셨습니다. 특히나, 저는 걸그룹 f(x) 출신의 루나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을 큰 수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필리어 역을 통해 보여준 연기는 그의 데뷔 무대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들린 연기였습니다. 스타 배우로 탄생한 루나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나의 모든 대사는 끝났다. 모든 것이 지나갔다. 이제 남은 건 침묵뿐." 이 문장은 박정자 배우님이 마지막 공연 커튼콜에서 '햄릿'의 대사를 인용해 하셨던 인사말입니다. 그 말처럼 이제 '햄릿'은 모든 공연을 끝내고, 침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평생 꿈꾸었던 연극 그 자체이던 공연 '햄릿'. 아직도 끝났음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연이란 긴 숨을 쉬기 위해선, 이런 침묵의 시간 역시 견뎌내야겠지요. 매일이 '즐거운 꿈'이었습니다. 비록 이번 '햄릿'은 마지막 날숨을 내뱉으며 떠나갔지만, 또 다른 해에 긴 들숨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에도 함께했던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햄릿'을 함께 했던 권성덕, 윤석화 선생의 빠른 쾌유와 공연 합류를 기원해 봅니다. ■약력 △61세 △서울예술대 한국무용 △단국대 대중예술대학원 석사 △제6대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총감독,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총감독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가천대 초빙교수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빌리엘리어트, 마틸다, 댄싱섀도우, 햄릿 제작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2024-10-01 18:18:21셰익스피어 고전은 연극계의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누가 연출하고 연기하는지에 따라 보는 맛이 다르다. 올해는 이호재·전무송·박정자·손숙 등 6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부터 연극배우 출신 스타 연기자 황정민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햄릿'은 연극계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손진책 연출의 세번째 시즌 무대라면, '맥베스'는 황정민과 아내 김미혜 프로듀서가 설립한 샘컴퍼니가 여섯번째로 선보이는 연극 작품이다. ■'햄릿' 박정자·손숙 등 연극계 베테랑 한자리 "'햄릿'은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영광인 것은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햄릿 역 배우 이승주) 내달 개막하는 '햄릿' 세 번째 시즌은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남명렬,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등 공연계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햄릿에 더블 캐스팅된 강필석, 이승주를 필두로 오필리아 역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이 장장 80일 동안 불멸의 고전을 무대에 올린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에 이태섭(무대), 정영두(안무), 박명성(프로듀서) 등 공연계 스타 제작진이 함께한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역에 합류한 박지일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대 전설적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이나 다름없다.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막내 루나 역시 "연극을, 그것도 '햄릿'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손진책 연출은 앞서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했다. 그는 "한 SF소설가가 쓴 책의 서문에 '지구에 다녀간 생명이 천억명. 현재 1인당 30명의 유령을 등에 지고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속 인물들이 마치 사령(死靈)처럼,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언급하며 "메인 대사며 주제인데,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삶을 다시 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많은데 공연 기간이 연극치곤 다소 길다는 물음에 "좋은 작품을 믿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다"며 "훌륭한 대가들과 함께 하니, 객석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달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황정민, 탐욕의 끝 쫓는 연극 '맥베스' 영화 '서울의 봄'에서 '탐욕왕'을 연기했던 황정민이 이번에도 탐욕의 끝을 쫓는 인물로 분한다. 연극 '맥베스'로 다시 무대에 서는 황정민은 지난 10일 제작발표회에서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지만 연극 작품을 할 때 너무 힐링이 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맥베스'는 샘컴퍼니가 여섯번째로 선보이는 연극 작품이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깬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는 '해롤드&모드'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파우스트' 등을 줄줄이 히트시켰다. 이번 '맥베스' 역시 황정민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등 베테랑 배우들의 원캐스트 출연으로 화제에 올랐다. 연출가 양정웅과 프로듀서 김미혜, 무대미술·조명디자이너 여신동 등 유명 창작진의 참여,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와의 협업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정웅 연출은 이날 "2004년 제 개인적인 해석을 담아 동양적인 맥베스를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셰익스피어 비극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정통에 가깝게, 또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우 김소진은 맥베스를 파멸로 몰고 가는 '레이디 맥베스'를 열연한다. 맥베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뱅코우' 역은 배우 송일국이 맡았다. 송일국은 "지금 있는 국립극장은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이고, 그때가 배우 인생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억에 남는 연극으로 2016년 국립극장에서 관람한 '햄릿'을 꼽으며 "당시 매우 벅찬 감동을 주었던 공연장에 발을 디딘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설레고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요시다 유니가 참여한 '맥베스' 공식 포스터도 이날 공개됐다. 뒷지퍼가 열린 블랙 원피스는 살인을 부추기는 검(劍)의 형상을, 가슴 디자인은 맥베스가 쓰게 될 왕관을 떠올리게 한다. 공연은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4-05-13 18:25:20[파이낸셜뉴스] “‘햄릿’은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작품이죠. 하지만 그보다 더 영광인 것은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에 새로 합류한 배우 이승주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승주는 “연습실에서 경이롭고 놀라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처음에 제안을 받고 선뜻 하겠다고 못했다. 두려웠다. 중압감이 컸다. 내 그릇이 되나, 하루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깨지더라고, 어떤 형태로건 (내 그릇을)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캐스팅해줘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햄릿’ 세 번째 시즌은 60년 경력의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을 비롯해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이항나와 같은 각종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햄릿에 더블 캐스팅된 강필석, 이승주를 필두로 양승리, 이충주, 정환, 이호철 그리고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이 장장 80일 동안 불멸의 고전을 무대에 올린다. 배삼식이 극본을 쓰고 손진책이 연출하며, 이태섭(무대), 정영두(안무), 박명성(프로듀서) 등 공연계 스타 제작진이 함께한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역으로 새로 합류한 박지일도 이날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 사실에 감격해하며 “이 시대 전설적 배우와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가슴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습실에 가면 호재형, 무송이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와 함께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이나 다름없다. 열기가 뜨겁다”며 즐거워했다. 오필리어 역에 캐스팅된 막내 루나 역시 “연극을, 그것도 ‘햄릿’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다시 합류한 햄릿 역의 강필석은 “당시에는 부담감이 커 정신을 못 차렸는데, 지금은 연습실 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선생님들과 어떻게 무대를 만들지 고민중”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손진책,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 손진책 연출은 앞서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했다. 그는 “한 SF소설가가 쓴 책의 서문에서 '지구에 다녀간 생명이 천억명이다. 지금 현재 1인당 30명의 유령을 등에 지고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속 인물들이 마치 사령(死靈)처럼,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언급하며 “메인 대사며 주제인데,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삶을 다시 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햄릿’은 지난 2016년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9명의 배우가 28회 공연 전회를 매진시켰다. 이어 지난 2022년 초연의 원로 배우는 조연과 앙상블로 물러서고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을 포함한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여 15명의 배우가 세대를 뛰어넘는 연극을 완성했다. 세 번째 시즌인 올해는 주요 배역을 더블캐스팅하는 등 24명의 배우로 늘어났다.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많은데 공연 기간이 연극치곤 다소 긴 80~90일에 달한다는 지적에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줄줄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함께 붐업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과거 뮤지컬 '아이다'를 8개월간 장기 공연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뮤지컬 6개월 장기공연은 다반사가 됐다"며 "이번 연극을 3개월로 도전한 것은 흥행을 확신해서라기보다 좋은 작품을 믿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다. 훌륭한 대가들과 함께 하니, 객석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2년 후에 이 식구들이 다시 뭉쳐서 '햄릿'을 하지 않을까. 고전은 영원히 고전이면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울림을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의 공통언어다. 돈키호테와 같은 박명성 대표에게 감사하다. 신시컴퍼니도 끝까지 살아 남아서 '햄릿' 또 하고, '갈매기'도 하면 좋겠다. 출연료 안받아도 좋다”며 프로젝트에 애정을 표했다. 한편 이번 공연의 수입 일부는 고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07 18:01:47"초연 당시 (배역)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노인을 흉내 내기보다 소리로 표현하는 리어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소리꾼 김준수(33·사진)가 2년 만에 다시 늙은 왕 리어로 돌아왔다.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 중인 그는 "그 어떤 연기보다 리어의 감정에 집중하는 순간에 자연스러움을 느꼈다"며 50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캐릭터에 몰입한 비결을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재창조한 국립창극단의 '리어'가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리어'는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고,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한승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 작품. 여기에 무용·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 오가는 안무가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고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리어를 맡는 등 드림팀이 꾸려지면서 초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셰익스피어 비극과 창(唱)의 한 서린 울부짖음이 최상의 조화를 빚어냈다'는 호평도 얻었다. 김준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농익은 소리와 깊어진 연기로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1막 후반부 증오와 광기, 파멸의 소용돌이 속 리어가 독창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리어의 분노와 배신, 허망, 다양한 감정들이 폭발하는 신이기 때문에 가장 힘이 들고 에너지가 배가 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위해서 1장부터 쌓아가는 리어의 감정선에 집중합니다. 그랬을 때 1막 후반부에 터지는 독창의 에너지가 배가 되더라고요. 2막 후반부에 (막내딸) 코딜리어를 다시 만나 지난 후회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노래하는 신이 있습니다. 그 신은 할 때 마다 눈물이 나고 가장 인간적인 리어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에 와닿습니다.” 또 전통 창극과 차별화된 매력을 묻자 “전통 창극은 다섯바탕(흥보전,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각각의 맛이 있다면 ‘리어’는 다섯 바탕의 맛을 다 느껴볼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며 ‘답했다. 한편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무대도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18 19:36:43“초연 당시 (배역)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노인을 흉내 내기보다 소리로 표현하는 리어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소리꾼 김준수(33)가 2년 만에 다시 늙은 왕 리어로 돌아왔다.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 중인 그는 “그 어떤 연기보다 리어의 감정에 집중하는 순간에 자연스러움을 느꼈다”며 50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캐릭터에 몰입한 비결을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재창조한 국립창극단의 ‘리어’가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리어’는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고,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한승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 작품. 여기에 무용⸱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 오가는 안무가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고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리어를 맡는 등 드림팀이 꾸려지면서 초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셰익스피어 비극과 창(唱)의 한 서린 울부짖음이 최상의 조화를 빚어냈다’는 호평도 얻었다. 김준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농익은 소리와 깊어진 연기로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1막 후반부 증오와 광기, 파멸의 소용돌이 속 리어가 독창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김준수는 이 장면에 대해 “리어의 다양한 감정들이 폭발하는 신이기 때문에 가장 힘이 들고 에너지가 배가 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위해 1장부터 쌓아가는 리어의 감정선에 집중합니다. 그랬을 때 독창의 에너지가 배가되더라고요. 2막 후반부에 (막내딸) 코딜리어를 다시 만나 지난 후회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노래하는 신이 있습니다. 그 장면은 할 때마다 눈물이 나고 가장 인간적인 리어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에 와닿습니다.” 또 전통 창극과 차별화된 매력을 묻자 “전통 창극이 다섯바탕(흥보전,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각각의 맛이 있다면 ‘리어’는 다섯 바탕의 맛을 다 느껴볼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리어’는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어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무대도 자연스럽게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총 20t의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18 13:38:43[파이낸셜뉴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한 작품 ‘리어’가 초연 2년만에 돌아온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에 따르면 ‘리어’가 3월 29일~4월 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지난 2022년 초연 당시 서양 고전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하고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했다. 국립창극단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원작을 보면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세상은 어질지 않다)’이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린 배 작가는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물의 철학을 근간으로 한 극본에 맞춰 무대도 자연스럽게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했다. 배우들은 15cm 높이의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린다. 등장인물이 온몸으로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으로 튀고 흩어지는 물이 감정을 배가시키고, 극 후반부 왕국을 놓고 벌어지는 수상전투 장면에서는 천둥과 뇌우를 표현한 조명이 어우러져 비장미와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왕과 그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은 막내딸 코딜리어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으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이소연이 첫째 딸 거너릴을, 왕윤정이 둘째 딸 리건을 연기한다. 에드거 역의 이광복, 에드먼드 역의 김수인 등 열다섯 명의 소리꾼이 극한의 에너지와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한편, 창극 ‘리어’는 오는 10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바비칸센터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08 08:3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