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 5월. 당시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수많은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꺼낸 카드이다. 지금도 유명한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가 이때 만들어졌다.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버블세븐 집값은 말 그대로 폭등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곳을 집중 타깃으로 한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자 '버블 망령'이 되살아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블세븐'이 문재인 정부 때에는 '노블세븐'으로 계승되더니 현 정부에서는 '버블포'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버블과의 전쟁은 실패로 끝났는데도 정책은 또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버블을 잡기 위한 전쟁은 강남 집값만 더 올려놨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라며 "이제는 '버블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17차례 집값 대책...그리고 '버블세븐' 노 정부 때 등장한 버블세븐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곳을 말한다. 버블세븐 핵심은 이들 집값에 거품이 끼었고, 곧 꺼진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노 정부는 임기 중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과 끝없는 전쟁을 벌였다. 특히 2005년 8·31 대책과 2006년 3·30 대책은 무차별 폭격 수준이었다.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이 주 타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값 통계는 지난 2003년 11월부터 집계되고 있다. 이때부터 노 정부 임기 만료인 2008년 2월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46.36% 상승했다. 서초구도 55.82% 올랐고, 송파구도 46.21% 뛰었다.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도 49.19% 급등했다. 분당·평촌·용인 아파트 시장도 다르지 않다. 안양 동안구(평촌)는 무려 63.57% 폭등했다. 용인시도 56.17% 상승했다. 분당도 45% 이상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노 정부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42.99% 올랐고, 지방은 9.63% 뛰는 데 그쳤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버블세븐은 나중에 정부가 집값이 오를 곳을 찍어준 지역으로 변질됐다"라고 말했다. ■뒤이은 '노블세븐'...결과는 또 실패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하락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상승한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집값 버블과의 대대적인 전쟁에 나선다. 집권 기간 동안 20여 차례 이상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이 한 예다. 대책 수 기준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다. 문 정부 때 등장한 신조어가 '노블세븐'이다. 버블세븐의 확장판이다. 노블세븐은 기존 강남 3구에 강동·용산·마포구와 과천시가 새롭게 포함됐다. 이들 7곳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가용 가능한 모든 대책이 다 등장했다"라며 "집값 상승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블세븐과의 전쟁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마무리된다. 문 정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25.79% 올라 지방(10.55%) 보다 2배 이상 뛰었다. 강남·송파·강동구는 30% 가량 올랐고, 과천시는 상승률이 40%에 육박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34평형)가 34억원에 거래되면 3.3㎡당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노블세븐 전쟁이 3.3㎡당 1억원 시대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21년에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쏟아지면서 예전에 경험 못 했던 '폭등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살아난 '버블포'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현 정부도 이곳 만은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강남 3구와 용산구이다. 지난 2003년 초 정부는 이들 4곳을 제외하고는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다 풀었다. 이들 4곳만 콕 집어 남겨 놓은 것이다. 최근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곳의 아파트 전체를 아파트거래허가제나 다름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버블포'와의 전쟁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을 놓고 보면 실패다. 윤 정부 들어 올 2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5.09%이다. 지방은 무려 -12.27% 변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서울 서초구 아파트값은 7.97% 상승했다. 강남과 송파구도 각각 3.69%, 4.3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버블정책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버블과의 전쟁에서 실패해도 반복되는 이유는 문제가 터지고 나서 단기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방법이 규제 밖에 없으니 역대 정부들이 실패할 줄 알면서도 똑같은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집값이 오르면 큰 문제이고, 누구는 책임져야 한다'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수이든 진보이든 강남 등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을 '죄악'시하는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물가 오르는 것은 감수를 하는 데 집값이 상승하면 큰 문제이고, 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낡은 관념에서 못 벗어나다 보니 버블전쟁, 그리고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버블과의 전쟁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강남 등 정부가 찍어준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만 더 커졌다. 지금이라도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90년대만 해도 강·남북 집값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2000년대 이후 버블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졌다"라며 "강남을 잡을 게 아니라 공급은 계속 늘리고, 동시에 비 강남권과 수도권·지방의 인프라 확충에 더더욱 많은 노력과 재원을 써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중장기적 처방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단기적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역대 정부에서 (중장기 처방이) 계속 소외되고 있다"라며 "핵심은 수요가 있는 지역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2025-04-06 19:18:40[파이낸셜뉴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 5월. 당시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수많은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꺼낸 카드이다. 지금도 유명한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가 이때 만들어졌다.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버블세븐 집값은 말 그대로 폭등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곳을 집중 타깃으로 한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자 ‘버블 망령’이 되살아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블세븐’이 문재인 정부 때에는 ‘노블세븐’으로 계승되더니 현 정부에서는 ‘버블포’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버블과의 전쟁은 실패로 끝났는데도 정책은 또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버블을 잡기 위한 전쟁은 강남 집값만 더 올려놨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라며 “이제는 '버블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17차례 집값 대책...그리고 '버블세븐' 노 정부 때 등장한 버블세븐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곳을 말한다. 버블세븐 핵심은 이들 집값에 거품이 끼었고, 곧 꺼진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노 정부는 임기 중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과 끝없는 전쟁을 벌였다. 특히 2005년 8·31 대책과 2006년 3·30 대책은 무차별 폭격 수준이었다.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이 주 타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값 통계는 지난 2003년 11월부터 집계되고 있다. 이때부터 노 정부 임기 만료인 2008년 2월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46.36% 상승했다. 서초구도 55.82% 올랐고, 송파구도 46.21% 뛰었다.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도 49.19% 급등했다. 분당·평촌·용인 아파트 시장도 다르지 않다. 안양 동안구(평촌)는 무려 63.57% 폭등했다. 용인시도 56.17% 상승했다. 분당도 45% 이상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노 정부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42.99% 올랐고, 지방은 9.63% 뛰는 데 그쳤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버블세븐은 나중에 정부가 집값이 오를 곳을 찍어준 지역으로 변질됐다”라고 말했다. ■뒤이은 '노블세븐'...결과는 또 실패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하락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상승한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집값 버블과의 대대적인 전쟁에 나선다. 집권 기간 동안 20여 차례 이상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이 한 예다. 대책 수 기준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다. 문 정부 때 등장한 신조어가 ‘노블세븐’이다. 버블세븐의 확장판이다. 노블세븐은 기존 강남 3구에 강동·용산·마포구와 과천시가 새롭게 포함됐다. 이들 7곳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가용 가능한 모든 대책이 다 등장했다”라며 “집값 상승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블세븐과의 전쟁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마무리된다. 문 정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25.79% 올라 지방(10.55%) 보다 2배 이상 뛰었다. 강남·송파·강동구는 30% 가량 올랐고, 과천시는 상승률이 40%에 육박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34평형)가 34억원에 거래되면 3.3㎡당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노블세븐 전쟁이 3.3㎡당 1억원 시대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21년에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쏟아지면서 예전에 경험 못 했던 '폭등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살아난 '버블포'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현 정부도 이곳 만은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강남 3구와 용산구이다. 지난 2003년 초 정부는 이들 4곳을 제외하고는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다 풀었다. 이들 4곳만 콕 집어 남겨 놓은 것이다. 최근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곳의 아파트 전체를 아파트거래허가제나 다름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버블포’와의 전쟁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을 놓고 보면 실패다. 윤 정부 들어 올 2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5.09%이다. 지방은 무려 -12.27% 변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서울 서초구 아파트값은 7.97% 상승했다. 강남과 송파구도 각각 3.69%, 4.3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버블정책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버블과의 전쟁에서 실패해도 반복되는 이유는 문제가 터지고 나서 단기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방법이 규제 밖에 없으니 역대 정부들이 실패할 줄 알면서도 똑같은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집값이 오르면 큰 문제이고, 누구는 책임져야 한다'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수이든 진보이든 강남 등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을 '죄악'시하는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물가 오르는 것은 감수를 하는 데 집값이 상승하면 큰 문제이고, 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낡은 관념에서 못 벗어나다 보니 버블전쟁, 그리고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버블과의 전쟁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강남 등 정부가 찍어준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만 더 커졌다. 지금이라도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90년대만 해도 강·남북 집값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2000년대 이후 버블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졌다"라며 "강남을 잡을 게 아니라 공급은 계속 늘리고, 동시에 비 강남권과 수도권·지방의 인프라 확충에 더더욱 많은 노력과 재원을 써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중장기적 처방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단기적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역대 정부에서 (중장기 처방이) 계속 소외되고 있다”라며 “핵심은 수요가 있는 지역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5-04-04 08:55:27[파이낸셜뉴스] 어린이들이 목욕할 때 사용하는 스프레이형 버블 클렌저(거품세제)가 분사제로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해 폭발과 화재 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국소비자원은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어린이용 버블 클렌저 40종을 조사한 결과 40종 모두 분사제로 LPG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LPG는 버블 클렌저 분사 시 세정제 성분의 거품과 함께 용기 밖으로 배출되며 욕실과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 면에 축적된다. 소비자원과 가스안전공사는 밀폐된 장소에서 어린이용 버블 클렌저를 분사한 후 전기 스파크에 의한 화재·폭발 가능성을 재현한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LPG가 약 90g 충전된 제품은 10초 연속 분사 후, 약 40g 충전된 제품은 20초 연속 분사 후 각각 스파크를 발생시켰을 때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두 기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린이용 버블 클렌저 제조·판매사업자에 LPG 등 가연성 가스를 대체하는 분사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가연성 가스가 함유된 제품은 불꽃을 향하거나 화기 부근에서 사용하지 말고, 밀폐된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반드시 환기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버블 클렌저 등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에 가연성 가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선 주의사항 등을 표시하면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에 관련 부처에 어린이 제품에 가연성 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등 안전관리 방안 마련을 요청하기로 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29 09:35:11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에 힘입어 형성되었던 제1차 벤처 붐은 3년도 못 가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사그라들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는 기나긴 시간을 동면 상태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벤처 건전화 조치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벤처투자를 위축시켰으며, 뒤이은 이명박 정부도 벤처 창업과 투자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2000년 버블 붕괴 이후 우리나라 벤처생태계가 10년 이상 긴 빙하기를 겪고 있었지만,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벤처생태계는 곧바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페이스북, 트위터, 와이컴비네이터와 같은 신세대 벤처기업과 투자회사들이 2005년을 전후해 활발하게 창업한 것이다. 그 직후 애플이 모바일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채널을 융합한 플랫폼 벤처가 창업해 시가총액 1조원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창조경제 육성을 내걸었고, 창업과 벤처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창업지원 시설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에 설치했으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R&D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벤처캐피털의 연간 투자액은 2조원을 넘어서 버블 붕괴 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벤처 창업과 투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시각이 여전했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는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벤처투자 펀드에 대한 출자예산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R&D 지원예산을 대폭 증액함으로써 벤처 육성 정책을 지속했다. 여기에 저금리하에서 풍부해진 민간의 유동자금이 더해지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1년 역대 최대 규모인 7조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풍부한 자금과 더불어 청년 인재들이 벤처기업에 몰리면서 제2의 벤처 붐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컴퓨팅과 같은 IT 기술의 혁신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한 것도 플랫폼 서비스 분야의 창업과 유니콘 벤처의 성장을 촉진했다. 이 시기에 22개의 유니콘 벤처가 탄생하면서 서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는 세계 5위권으로 성장했다. 20년 만에 형성된 제2의 벤처 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과 더불어 금리가 인상되고, 주식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벤처캐피털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2023년 투자액은 5조3000억원으로 2021년 최고액 대비 2조원 이상 줄었다. 올 상반기 투자는 회복세이지만, 벤처 지원예산을 축소한 윤 정부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잠재성장률 1%대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동력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다. 제2 벤처 붐으로 창업과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생산 및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봐도 10% 미만이다.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려면 벤처생태계의 크기를 지금보다 3배로 키워야 한다. 벤처투자 펀드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자를 대폭 늘리고,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세제감면이 시급하다.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책도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약력 △58세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 박사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 비서실 중소벤처 비서관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서울시 혁신성장위원회 부위원장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2024-09-19 18:59:42[파이낸셜뉴스] 최근 반도체 종목이 조정을 받으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AI 거품론'이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AI 거품론은 AI 시장 본격 개화 전에 시기상조로 판단된다”며 “우려에 따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견조한 실적 전망을 고려할 때 실체가 없던 닷컴버블과 차원이 달라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전 세계 점유율의 97%를 차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39% 성장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선두업체가 없는 추론(Inference)용 AI 반도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플롯폼 등이 자체 AI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이용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DRAM) 역시 내년 4·4분기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능력을 늘리기가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D램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은 온디바이스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기존보다 메모리 탑재량이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추론 영역으로 확대되는 AI 시장도 D램 공급 부족을 심화할 요인”이라고 했다.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2021년 하반기 이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역시 2018년 하반기 이후 최대인 16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08-16 14:46:18[파이낸셜뉴스] #OBJECT0# 미국 빅테크들의 주가 조정으로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 증권사들이 "버블이 아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장 막대한 투자나 높은 밸류에이션 모두 '버블'을 거론할 정도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빠른 수익성을 위해서는 일반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킬러앱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13일 NH투자증권 임지용 연구원은 "AI 버블 논란, 그리고 수익성 논쟁이 한창"이라며 "AI 인프라 지출은 상당한데 현재까지 두드러진 성과는 딱히 없고, 실질적으로 AI로 인한 수익이 지출을 커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AI는 버블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막대한 투자 규모나 높은 밸류에이션 모두 과거 버블 때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매출의 14~15%를 설비투자에 쓰고 있고, 증가분의 대부분이 AI를 위한 서버 투자"라며 "시가총액 상위 테크기업은 과거 인터넷 사이클 시기, 즉 1997~2001년에도 평균적으로 매출의 15.8%를 자본지출에 투입한 바 있다"고 짚었다. 밸류에이션 역시 닷컴 버블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 연구원은 "닷컴 버블 시기 대장주 시스코의 5년 평균 밸류에이션이 37배, 최고 수준 밸류에이션이 132배였다"면서 "반면, 엔비디아는 2019년~2023년 5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 수준, 현재는 오히려 최근 조정을 반영해 30배 초반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AI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고수하면서도 수익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LS증권 차용호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빅테크 업체들에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일반적인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킬러앱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도 "누구도 AI 기술을 통해 어떤 킬러앱이 등장할지 쉽게 예측해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AI의 비용 방정식이 변화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킬러앱이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2024-08-13 15:51:50【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2024 워터버블 페스티벌'이 10일 오후 1~6시 울산 중구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젊음의거리상인회가 주최·주관하고, 울산 중구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후원하는 행사다. 행사장은 거품 파티가 펼쳐지는 '버블존', 물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워터 슬라이드존', 물총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존', 유아용 미니 풀장이 마련돼 있는 '유아존' 등으로 구성된다. 해적 퍼레이드, 물총 대결, 포토존, 댄스 공연, 마술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나만의 배' 만들기 체험, 나눔 장터 등 부대행사도 열린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도심 속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며 잠시나마 더위를 날려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8-09 12:54:55조정기에 들어선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양상이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테마에 올라탄 상승세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과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어서다. 다만, 매그니피센트(M)7으로 대표되는 기술주 집중 현상이 완화되면서 그간 소외돼온 섹터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AB자산운용 이재욱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7월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간담회'를 열어 "현재 (M7 등이 겪고 있는) AI 조정을 버블로 보진 않는다"며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성을 가속화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M7 중심의 증시 상승세가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특성 섹터) 집중 현상 후엔 정상화가 일어났다"며 "거시경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만큼 추가 조정보다 랠리를 일으키는 방식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7-31 18:11:27[파이낸셜뉴스] 조정기에 들어선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양상이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테마에 올라탄 상승세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과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어서다. 다만, 매그니피센트(M)7으로 대표되는 기술주 집중 현상이 완화되면서 그간 소외돼온 섹터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AB자산운용 이재욱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7월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간담회’를 열어 “현재 (M7 등이 겪고 있는) AI 조정을 버블로 보진 않는다”며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성을 가속화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결국 (AI로) 돈을 벌어야 한다”며 “해당 기업이 얼마나 AI와 관련돼 있고, 수익성을 수치화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수익성 모델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닷컴 버블과는 비교된다”며 “현재 AI기업들은 건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M7 중심의 증시 상승세가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특성 섹터) 집중 현상 후엔 정상화가 일어났다”며 “거시경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만큼 추가 조정보다 랠리를 일으키는 방식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6월 말 기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은 22%에 불과했지만 성과 기여도는 62%에 달한다. 나머지 490개(38%)가 해낸 것의 2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집중도가 풀리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 했던 영역으로 자금 유입이나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선을 돌릴 곳은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진 우량 성장주’다.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됐을 뿐 아니라 기업의 실적이 장기적으로 양호해야 한다. 이 매니저는 “결론적으로 우량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헬스케어 등이 고령화, AI 혁신 등과 맞물리며 유망할 것”이라며 “M7과 이외 종목들 간의 실적 격차가 향후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7-31 13:23:20"한씨는 청주 한씨밖에 없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관련주를 두고 한씨 성을 가진 후배가 한 말이다. 지난 총선 기간, 아니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계속된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의 주가 급등을 비웃는 한마디다. 한 대표와 같은 성이라는 이유로,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같은 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정치 테마주는 비단 한 대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실질적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아니다. "친분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는 '애매한' 이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가 됐다. 해리스의 가치관과 공약, 과거 행보가 '증권가 지라시'로 작성돼 시장에 뿌려졌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종목은 iMBC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남편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박영선 관련주인 iMBC가 인맥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iMBC가 박영선 관련주로 꼽히는 배경도 황당하다. 한 주식토론방에서는 "박 전 장관이 MBC 기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2920원에 거래되던 iMBC 주가는 25일 장 중 3980원까지 급등했다. 단 5거래일 만에 36% 넘게 오른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 18일 하루 1900만원에 불과하던 iMBC의 개인 거래대금은 사퇴 직후인 22일 4억7200만원으로 24배 넘게 급증했다. 외국인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18일 하루 거래량이 200만원 순매도에 그쳤으나 24일에는 2억7800만원 순매수로 거짓말처럼 늘었다. 금융당국은 수차례 인맥 테마주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한국거래소는 테마주 근절을 위해 시장감시 차원에서 '해명공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절차를 마련한 지 오래다. 중장기적 가치투자의 부재로 단기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는 우리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투자는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다. 자율성을 훼손할 수는 없다. 그러나 2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같이 유의미한 증시 버블도 개인이 주도했다. 버블에도 격이 있다. dschoi@fnnews.com
2024-07-29 18: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