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도 노이다공장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 의전차 참석하면서 항소심 출소 후 5개월 만에 첫 공식행보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첫 만남이 재계와 실질적 소통의 신호탄이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 경영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상고심이 진행 중이고, 해외행사라는 점에서 일회성 공식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용, 한.인도 경협 기여위해 참석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민항기를 타고 인도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열린 노이다공장 증설 준공식에 삼성전자 대표로서 문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준공식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이 부회장과 1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라 재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 부회장으로서도 지난 2월 항소심에서 풀려난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현장경영에만 몰두해 왔다. 출소 후 첫 출장인 지난 3월 22일부터 17일간은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을 돌며 인공지능(AI) 관련사업들을 집중 점검했다. 5월 초에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선전으로 출국해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 왕추안푸 회장을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대표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부품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열흘간은 홍콩과 일본을 돌며 삼성전자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장사업 관련 파트너사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인도 출장이 출소 후 네 번째 해외출장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인도 출장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대외 공식행사에 부담을 느껴 고심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 인도 사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 행사이고, 양국 경제협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석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대외경영 행보 본격화는 미지수재계는 이번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노동친화적인 현 정권의 친기업 행보에 상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위축돼 있는데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의 총수와 만나는 건 삼성을 넘어 재계 전체와 현실적인 대화와 정책 반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의 현장 애로를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소통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 부회장이 노이다공장 준공식을 통해 대외 행보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매출 200조원이 훌쩍 넘는 삼성전자 수장으로서 운신 폭이 넓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 등 급변하는 대외 경영환경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 확대는 삼성전자에 긍정적 요소"라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건 이 부회장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번 행사가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이 덜한 해외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본격적 대외행보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최갑천 기자
2018-07-09 17:29:50문재인 대통령이 5박6일간 인도·싱가포르 방문일정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인도방문 둘째 날인 9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며칠 전 "기업과 소통에 나서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후 만나는 첫 기업인이다. 인도는 인구가 13억명에 달하고, 최근 연 7%대 고속성장을 보이면서 포스트차이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6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노이다에 인도 최대 스마트폰 공장을 지었다. 스마트폰 생산 가능대수가 월 1000만대로 2배 늘어나는 인도 스마트폰 신공장은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왜 안 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듯이 못 만날 이유가 없다. 이 부회장이 무슨 큰 범죄를 짓고 도피 중인 인물인가? 법원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 실적둔화로 위기감이 팽배해지는 삼성전자의 혁신성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 이 부회장을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계와의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규제와 기업 때리기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이 보여주고 있다. 성장은 둔화되고, 일자리는 대통령의 탄식까지 나올 정도로 고용참사를 빚었다. 이미 포성이 울린 미·중 무역전쟁은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에 독불장군이 없듯이 정부가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 없다. 설사 할 수 있어도 함께 손잡고 갈 파트너가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재계와 소통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이번 인도·싱가포르 방문길에는 이 부회장 외에도 많은 기업인이 동행했다. 기업인들을 해외순방 때만 만나서는 안 된다.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늘릴 수만 있다면 귀찮을 정도로 자주 만나야 한다.
2018-07-08 17: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