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이탈리아 베니스 아르테노바에서 국내 추상미술 1세대 작가 이성자(1918~2009) 회고전 '지구 저편으로'가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로 오는 11월 24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바르토메우 마리-리바스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기획했고, 이 작가가 활동했던 프랑스와 한국을 제외한 첫 해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이성자기념사업회, 갤러리현대 공동 주최다. 이번 전시에는 '추상', '여성과 대지', '중복', '음과 양, 초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우주' 연작 등 이 작가의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기하학적 도시 풍경을 자연의 요소와 결합하는 다양한 추상화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만큼 자연과 문명의 결합 도시인 베니스에 걸맞는다는 평이 잇따른다. 주요 작품 가운데 '수액의 진주'는 미술계에 입문하고 6년 만에 이 작가의 개성을 찾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부드럽게 반짝이는 진주 빛깔을 연상케 하는 배경 화면 위로 유기체적인 큰 네모, 작은 네모와 원과 선이 부유하며 운율감을 만들어냈다. 이 시기 작업은 작품의 제목까지 작품의 연장선으로 그녀의 초기 추상 회화의 모티브를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단서가 된다. '초월 1월 1'도 현지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나무와 캔버스가 만나고, 캔버스라는 산업물과 나무라는 자연이 만나고, 2차원적인 회화와 3차원적인 조각(나무)이 만난다. 시공간에서 이뤄지는 음과 양의 만남을 이 작가는 '초월'로 본 것이다. 분홍색은 태양이나 남성을, 파란색은 대지나 여성을 의미한다. 나무의 끝은 캔버스를 의도적으로 벗어남으로써 캔버스(회화)를 초월하고 있다. 더욱이 이 나무의 그려진 그림자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연작에서 산이 되고, 바다가 되기도 한다. 이밖에 '용극의 도시 5월'에 등장하는 '일무'(一無)는 한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도 다른 모티브나 괘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무'는 통도사 성파 스님이 이 작가에게 내린 호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결국 우주는 하나고 동시에 무한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바르토메우 마리-리바스 전 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의 작품들을 통해 좌절할 듯 하지만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이 작가 역시 아픔이 있었던 만큼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이 작가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파리에 정착한 뒤 고국에 있는 부모와 자식을 그리워하며 작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22 13:54:02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마련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가 현지에서 주목 받았다. 2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개막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18일 베니스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 개막행사에는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아트디렉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휘트니 뮤지엄 관장 스캇 로스코프트 등 세계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대거 모였다. 또한 영국의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곽훈, 강익중, 이형우 등 역대 참여 작가를 비롯해 김홍희, 김선정 등 국내외 미술 관계자 500여명이 모여 '한국 미술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특별전시에 대해 “최근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미술 작가들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 미술의 위상을 범세계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국립미술관 큐레이터 안나 카타리나 게버스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작가가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개막행사는 1995년 한국관의 개막 전시에서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를 국립국악원 최초의 여성 대금연주자이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인 서승미 교수(경인교대)가 재연하는 것으로 성대하게 시작했다. 다음으로 한국관 건립에 기여한 고 백남준을 오마주하는 퍼포먼스가 뒤를 이었다. 예술위와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기획한 ‘본 죠르노 시뇨르 백’에는 뮤지션 휘, 안무가 이양희, DJ 망이실로 등의 공연이 백남준 아카이브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정 위원장 역시 인사말에서 한국관 건립에 얽힌 백남준과의 일화를 추억하며, 건배사 대신 박카스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제스처로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모든 섬은 산이다’는 내년이면 건립 3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관 역대 전시 참여 작가 36명(팀)의 작업을 엄선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전시다. 2001년 한국관 전시에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던 홍콩 M+ 정도련 부관장은 “당시 새내기 큐레이터에게 한국관은 세계적인 미술 현장의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전시 커미셔너였던 박경미 갤러리 PKM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마이클 주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서도호를 참여작가로 선정해 한국의 정체성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시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관을 장기 후원해온 현대자동차가 공식 후원하고, 신한은행, 에르메스, 러쉬코리아, 대한항공 등 다수 기업이 후원·협찬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22 11:56:53【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이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를 기획했으며, 오는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연다. 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광주시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강기정 시장은 이날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당시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 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 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 홍보 설명회'가 열렸으며,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 '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했는데,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다채롭고 폭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면서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 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30여개 국가의 파빌리온에서는 각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지난 14회 때 9개국 파빌리온이 열린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각국의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전역을 세계미술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4-19 15:26:09【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이번 특별전시처럼 대규모로 할 수 없더라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와 더불어 병행 전시가 가능하도록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특별전시가 18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서 개막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주최한 이번 개막식에는 정 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한국관에 참여해 특별상을 수상한 강익중 작가,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들과 예술감독들,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형식 주밀라노 총영사,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등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 등 300여명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 1995년부터 운영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으며, 이를 기념한 특별전은 이날부터 오는 9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를 주제로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 36명(팀)의 예술 작업을 담았다.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지난 30년간 생산된 작업을 통해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로 나간 그동안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신작으로는 인공지능(AI) 도슨트와의 대담을 통해 전시 주제를 인문학적·기술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이완의 '커넥서스: 섬 속의 산'(2024), 생동하는 반고체 물질로 이뤄진 김윤철의 '스트라타'(2024),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수호자들'(2024), 사운드 경험을 공간적으로 확장한 김소라의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2023~202424), 예술적 협업자들과의 기억을 다룬 이주요의 'Outside the Comfort Zone'(2024), 전통과 문명을 재해석하는 황인기와 문성식, 성낙희의 회화 등이 포함됐다. 또한, 최근 멕시코에서 펼친 퍼포먼스를 사진 설치 작업으로 담은 김수자의 '바늘여인-자오선'(2023) 등도 관객들과 만났다. 아울러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비구니가 참여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던 곽훈의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1995), 수만 장의 졸업앨범 사진을 벽지로 구성한 서도호의 2001년 본전시 참여작 'Who Am We?'(2000), 한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삶을 담은 정연두의 2005년 한국관 전시작 '상록타워'(2001) 등 역대 한국관 참여 작품들도 현재의 관점으로 재연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특별전을 통해 원로 작가와 신진 작가가 서로 만나고, 신진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들을 만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한국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이어 향후 특별전시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 특별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새롭게 신진 작가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계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처럼 대규모로 전시할 순 없더라도 한국관 전시와 더불어 병행 전시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장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한국관이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중 협소한 편이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스토리가 많다"며 "이번 특별전시를 통해 대한민국 미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1995년 한국관 개막 전시에 참여한 서양화가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가 이번 특별전시에서는 국립국악원 최초의 여성 대금연주자인 서승미 경인대 부총장의 연주로 재연됐다. 서 부총장은 "대금은 나라의 경축, 화해, 소통의 메시지를 주는 악기"라며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한국 작가들이 모였는데, 이번 퍼포먼스가 대금을 통해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19 14:20:40【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색채 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 없다."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백(1916~2002) 지난 17일(현지시간) 2024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을 사흘 앞두고 현장에서 미리 만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 유영국 개인전 '무한 세계로의 여정'은 진한 색감의 향연이었다. 특히, 그림 대부분이 산과 관련된 그림이 많았다. 가을 노을에 깊어만 가는 산, 봄을 연상케 하는 청록한 산 등 색감에 따라 같은 산이라도 매력은 달랐다. 이번 전시에는 유 화백의 엄선된 회화 29점과 11점의 석판화 및 주요 아카이브 자료들이 함께 소개됐다. 그가 자연과의 관계를 정제된 회화 형식을 통해 탐구한 만큼 그의 예술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회화 작품들에 큰 초점을 맞췄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산과 관련된 그의 주요 유화 작품 22점이 눈에 띄었다. 유 화백은 자연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힘을 잘 담아내기 위해 전통적 동아시아 풍경화의 삼원법(대지에서 산을 올려다보는 고원법, 위에서 여러 겹의 산맥을 내려다보는 심원법, 그리고 멀리에서 산을 바라보는 평원법)의 가능성을 탐구했고, 이번 전시 작품에 투영했다. 특히, 산 작품에서 보이는 강렬한 원색에서 더 나아가 풍부한 중간색의 구사가 단연 돋보였다. 대표작 가운데 1999년 절필작인 'Work'는 단순히 붉은 색감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노을이 비치는 상황에 따라 산의 깊은 모습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점점 깊은 산골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줘 색채의 풍부감을 더 한다. 1961년작인 또 다른 'Work'는 색감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듯 하지만 녹색이 붉은 색에 교차되는 모습을 표현해 색감의 화합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7년작인 'Work'는 짙은 다른 산 작품과 달리, 밝은 색인 노란색 등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밝은 햇빛이 비춰 일차원적인 산이 아닌, 산의 능선이 여러 겹으로 보인 듯한 산의 깊은 진중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큐레이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 화백의 작품 특징은 공간감을 크게 한 덕분에 작품 내에 뭔가 더 있을 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며 "유 화백은 살아 생전 산이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니라 연구의 대상이라 생각하셨다. 40년 동안 작품 스타일의 다른 단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19 12:52:07【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Korean rice balls are the best." (한국 주먹밥, 최고예요) 지난 18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허름한 한 건물. 300여명의 외국인이 건물 안팎에 서성이며 연설이 끝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전시장에 비치된 주먹밥 재료들에 눈길이 쏠려 있었다. 이날은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조망하고 민주, 인권, 공동체 정신의 열린 담론을 제안하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이 베니스 현지에서 221일 대장정에 들어간 날이다. '마당-우리가 되는 곳'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인 니콜라 부리오 등이 참석했다. 전시는 그간 축적된 아카이브 자료들과 소장품,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품들이 공명하면서 광주비엔날레가 30년 동안 지향해온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마당'으로서의 여전히 지속돼야 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막식 관계자들의 기조 연설이 끝나자 주먹밥을 만드는 행사 테이블로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강 시장과 정 위원장은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나눠주며 주먹밥의 유래를 설명했다. 강 시장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게 주먹밥"이라고 강조하자 외국인들은 그제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어머니들이 주먹밥을 담았던 유물인 '양은 함지박'이 소개되자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관람객인 이스벨라 마리아나(에콰도르)는 "주먹밥도 맛있었지만 주먹밥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슬픈 광주의 사연도 인상적"이라며 "여러모로 뜻 깊은 행사"라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비엔날레 현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먹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을 사전에 듣고 전시장에 몰렸다"며 "광주 정신을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한편,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개괄하고 비엔날레의 주요한 변화를 살핀다. 역대 전시 포스터를 포함해 예술 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 주제, 참여 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지도 등 광주비엔날레가 그간 구현해 온 열네 번의 전시 '마당'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세 명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그 시작부터 지향해 온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또 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광주비엔날레 지난 30년간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소장 자료들이 전시됐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과 연계해 베니스 현지에서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통해 다시 한번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며 "221일 개최 기간 동안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생성되는 의미 있는 전시이자 '마당'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19 11:18:11[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는 20~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 위치한 자르디니 공원에서 개최되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한국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고 19일 밝혔다. 현대차는 한국관 전시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와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 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를 공식 후원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돼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국제 미술 전시로 비엔날레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전시와 함께 개별 참가국이 직접 기획하는 국가관 전시를 개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2년마다 진행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한국관을 후원하며 전 세계 문화예술계에 한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와 이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 전시도 함께 후원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 관객들이 한국 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후원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LA 카운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많은 관객이 예술을 경험하고 현대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방침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4-04-19 10:54:48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이 18일 오후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계기 특별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예술인들과 관계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19일부터 오는 9월 8일까지 베니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개막식에는 1997년 한국관에 참여해 특별상을 수상한 강익중 작가를 비롯한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들과 예술감독들,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형식 주밀라노 총영사,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등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날 전병극 차관은 축사에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그동안 세계적인 한국 작가를 배출해 한국미술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산해왔다”며 한국관의 역할과 30주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교류 협력이 더욱 깊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한 뒤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들과 예술 감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별전은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를 주제로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 36명(팀)의 예술 작업을 담았다.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지난 30년간 생산된 작업을 통해 한국미술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간 발자취를 확인한다 한편, 올해 60회째를 맞이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20일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열린다. 한국관도 같은 기간 동안 운영되며 구정아 작가가 참여한다. 구정아 작가는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IES)라는 타이틀로 '한국 향기 여행'(Korean scent journey)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오도(Odor)’는 향기, ‘라마(Rama)’는 드라마를 뜻하며, 후각 효과를 활용한 시청각 예술을 말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4-19 07:42:07【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이번 한국관은 향(香)으로 사색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구정아는 "이번 전시는 향을 이용해 관객의 기억과 이야기를 소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7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2024 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한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꾸미는 한국관도 이날 개관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세계 최대·최고의 미술전인 만큼 한국관이 세계인에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작품성 등 의미는 국가 이미지에 큰 역할을 한다.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이번 한국관 전시는 구 작가가 단독 개인전으로 참여하고,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y)'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에 대한 설문을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진행, 전세계 참여자들의 사연 약 600편을 수집·분석했다. '오도라마'는 향을 의미하는 '오도'(odor)에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로, 향은 1996년 이래 구 작가의 광범위한 작업 범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다. 이번 전시도 향을 테마로 한 만큼 한국관에 들어서면 은은한 향기와 마주친다. 구 작가가 설치한 검은 형상의 캐릭터 '우스(OUSSS)'의 입에선 2분마다 한 번씩 연기(향)를 뿜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태아의 형태인 '우스'가 본인의 피조물이라고 밝힌 구 작가는 "이번 한국관 전시를 위해 3개월간 전세계 참여자들의 사연 약 600편을 수집했다"며 "이중 도시 향기, 밤 공기, 사람 향기, 짠내, 함박꽃 향기, 공중목욕탕, 햇빛 냄새, 안개, 장독대, 밥 냄새, 장작 냄새 등 16개 범주로 분류된 사연을 선정해 '한국의 냄새 풍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구 작가는 향이 기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집중하며 우리가 공간을 감지하고 회상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향의 본질을 탐구하며 분자를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 대한 그의 관심은 비물질주의, 무중력, 무한, 공중부양이라는 작업 주제로 확장되는데, 전시장에 놓인 설치작품도 이같은 주제를 반영한 것들이다. 구 작가는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며, 굳이 작품을 이해하기보다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며 "사실 비엔날레 기간에 관람객들이 볼 전시가 너무 많으니, 한국관에 와서는 조용하게 사색하며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관 전시를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도 “600여편의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으로 시작된 이번 한국관 전시는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향과 기억이 공간과 사유하는 깊은 인상을 오래도록 남기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관이 우리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플랫폼이 돼왔음을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332명(팀)이 초대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는 한국 작가로 여성 조각가 김윤신(81)과 이강승 작가(46)가 초청됐다. 또 작고 화가 이쾌대(1913∼1965)와 장우성(1912∼2005)의 작품도 본전시에서 소개됐다. 본전시에 초청된 김윤신 작가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하며 남미를 주요 기반으로 활동했다.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를 톱 등으로 다듬어 재료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조각 작업을 하면서 조각적 아이디어를 반영한 회화와 판화 작업도 하고 있다. 또 한국과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이강승 작가는 서구·백인·남성·이성애 중심의 주류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잊힌 소수자의 존재를 발굴해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밖에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전시에는 처음 참가하는 베넹과 에티오피아, 동티모르, 탄자니아 등 4개국을 포함해 총 88개국이 참여한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올해도 국가관 전시에 불참한다. 대신, 러시아 국가관은 볼리비아가 올해 사용한다. 이스라엘은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벌어졌으나, 이탈리아 문화부가 이를 거부해 국가관 전시에 참여 중이다. 이른바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날부터 오는 11월 24일까지 7개월간 이어진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18 13:56:09모두투어는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낭만적인 여름 이탈리아로 떠나는 베니스 전세기 특별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6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베니스 왕복 직항을 이용하며, '이탈리아 일주'와 '이탈리아&스위스 일주' 상품으로 구성됐다. 대표 상품인 '이탈리아 완전 일주 9일'은 노쇼핑, 노옵션에 전 일정 4성급 호텔 숙박으로 보다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바티칸 시국을 비롯해 인기 관광지인 돌로미테, 피사, 산마리노 공화국, 판테온 신전 등을 방문한다. 특전으로는 로마 벤츠 투어와 베니스 수상택시·곤돌라, 피오렌티나 티본 스테이크 등 현지 특식을 제공한다. 조재광 모두투어 상품본부장은 "최근 장거리 노선 항공 공급석 증가로 인해 유럽과 미주 지역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인기 여행지의 항공 좌석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여름휴가 계획을 미리 세우고 있는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3-29 17: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