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대형 수주 산업에 대규모 정책금융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4일 발표한 '수출입은행 정책금융의 전략적 운용방안'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인프라와 원전, 방산 등 전략 수주에 향후 5년간 85조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69개 품목 첨단전략산업 지원 목표금액도 기존 45조원에서 50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 초대형 수주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이 작업의 중추가 될 수은의 역할도 강조했는데 경제외교, 공급망 안보를 적극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재정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수은을 '수출입'을 넘어 '국제협력' 금융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밝힌 대로 지금 글로벌 대외환경 변화 바람은 태풍급이다. 지정학적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첨예하고 자국 우선주의 바람으로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유럽의 극우 돌풍,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가능성도 큰 리스크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유가와 환율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반기 여러 리스크로 미국 달러 강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에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90원을 넘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유가의 경우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 부족 문제로 계속 들썩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비상한 각오와 함께 강한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나마 반도체 산업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수출에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수출 훈풍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야 성장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그래봐야 2%대다. 최악의 저출산 여파로 2040년이면 0%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기 전망이 더 나쁜 상황이다. 새로운 수출 모멘텀을 찾는 것은 당면과제다. 방산, 원전, 건설 등의 수출과 수주를 적극 지원하고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수주 산업에 청신호가 켜지면 국산 설비 업체, 원자재 부품 기업까지 덩달아 수출에 도움을 받는다. 시장도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자원부국인 신흥국, 아프리카, 유럽 등이 그 대상이다. 수주 산업은 그동안 외화를 획득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최근 중동, 유럽 등에서 수주 낭보가 전해졌는데 쾌거가 잇따르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 금융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정책금융과 보증 지원 없이 대형 수주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은이 정책금융 한도 초과로 지원을 못해주면서 폴란드 방산 수출이 좌절될 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까스로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해결됐지만 더 늦었다면 크나큰 국가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수주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금융 지원을 넘어 정부의 선제 대응도 절실하다.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늘리고 폭넓은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기업의 해외 수주전에 큰 힘이 돼야 할 것이다. 민관이 똘똘 뭉쳐 수출시장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한다.
2024-07-04 18:49:28【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창립 28주년 만에 누적 보증공급 50조원을 돌파했다. 경기신보는 19일 창립 28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고, 지역신보 최초 보증공급 50조원 돌파를 축하했다. 경기신보는 지난 1996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1호 지역신용보증재단으로, 지난 2월 16일 전국 17개 지역신보 중 최초로 누적 보증공급 50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경기신보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제위기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오며 경기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또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여건 속에서 '돈맥경화'에 빠진 경기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버팀목이자 서민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적극적인 보증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5조6408억원, 2021년 5조3521억원, 2022년 6조4663억원, 2023년 5조321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보증공급 실적을 기록하며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지원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 경기신보는 경기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위기 극복과 역동적인 재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인 보증지원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경영정보 제공, 자금관리 및 상권분석 등 맞춤형 솔루션에 이르는 경기도 유일의 금융서비스 기관으로의 대전환에 최선을 다할 것 다짐했다. 시석중 이사장은 "경기신보가 도민의 사업 성공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보증지원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경영정보 제공, 자금관리 및 상권분석 등 맞춤형 솔루션에 이르는 금융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기도민이 적시 적기에 경기신보라는 '정책서비스 허브'에서 원스톱 통합정책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대전환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3-19 14:43:41전 세계적인 복합위기 경제상황으로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잠재성장률이 저하되자 정부가 수출로 위기돌파, 재도약하겠다는 정책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최대 5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맞춤형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따르면 3·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시장예상치인 0.1%는 넘어섰지만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로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것이다. ■3고에 대출특례 등 중기 맞춤지원 정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복합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기에 50조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12조원의 맞춤형 자금을 공급한다. 창업초기기업을 위한 우대보증금리대출, 추후 변동금리 전환이 가능한 고정금리 특례대출도 공급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고, 피해기업에 운전자금 특례대출 등을 제공한다. 환율 급변동에 따라 기업은행의 수입신용장 만기연장 승인을 완화한다. 부실징후 선제대응을 위해 취약기업 재기 지원에 7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사업구조 개편 자금 우대조건 공급, 기업구조 혁신펀드 추가조성, 신속금융지원 확대·상시화, 워크아웃기업 신규자금 공급 등에 나선다. 디지털·초격차 기술 등 혁신산업 육성과 미래성장 지원을 위한 창업·벤처기업 자금공급에 30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벤처대출 시범도입, 창업기업 우대보증, 혁신기업 신용대출 등 담보가치·재무제표가 아닌 미래 성장성 기반의 자금공급이 확대된다. 신산업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 투자자금의 우대보증·특례자금도 공급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기 50조원 지원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위기 속 취약차주 대출지원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일정기간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실수요자에 대해 대환용 '안심전환대출'도 신규 공급한다. 주택가격 4억원,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차주 대상 안심전환대출을 이달 말까지 접수한다. 다음달 7일부터는 신청자격을 완화한 2단계 접수를 시작한다. 주택가격요건이 4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부부 합산 소득도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금리상승기 취약계층 지원효과 제고를 위해 보금자리론·안심전환대출 금리를 동결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금리 동결 신청은 현재 누적 3조9000억원에 달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2-10-27 18:11:15[파이낸셜뉴스] 전세계적인 복합위기 경제 상황으로 우리나라 구조적인 잠재성장률이 저하되자 정부가 수출로 위기돌파·재도약하겠다는 정책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최대 5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맞춤형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시장예상치인 0.1%는 넘어섰지만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로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것이다. ■3고에 대출특례 등 중기 맞춤지원 정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복합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기에 50조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12조원의 맞춤형 자금을 공급한다. 창업초기 기업을 위한 우대보증금리대출, 추후 변동금리 전환이 가능한 고정금리 특례대출도 공급한다.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고, 피해 기업에 운전자금 특례대출 등을 제공한다. 환율 급변동에 따라 기업은행의 수입신용장 만기연장승인을 완화한다. 부실징후 선제대응을 위해 취약기업 재기지원을 위해 7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사업구조 개편 자금 우대조건 공급, 기업구조 혁신펀드 추가조성, 신속금융지원 확대·상시화, 워크아웃 기업 신규자금 공급 등에 나선다. 디지털·초격차 기술 등 혁신산업 육성과 미래성장 지원을 위한 창업·벤처기업 자금공급에 30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벤처대출 시범도입, 창업기업 우대보증, 혁신기업 신용대출 등 담보가치·재무제표가 아닌 미래 성장성 기반의 자금공급이 확대된다. 신산업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의 투자자금의 우대보증·특례자금도 공급된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중기 50조원 지원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위기속 취약차주 대출지원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일정기간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실수요자에 대해 대환용 '안심전환대출'도 신규 공급한다. 주택가격 4억원,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차주 대상 안심전환대출을 이달말까지 접수받는다. 금리상승기 취약계층 지원효과 제고를 위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금리를 동결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금리 동결 신청은 현재 누적 3조9000억원에 달한다. 금리상승기 이자상환부담 증가로 상환애로를 겪는 주담대 차주들을 대상으로 은행권 자체 채무조정 적용대상 확대를 추진한다. 현재 지원하는 실직·폐업·질병뿐 아니라, 매출액 급감, 금리상승 등 원리금 정상상환이 곤란한 차주도 채무조정을 적용한다. 정부는 "상환이 곤란한 차주 기준은 차주의 신용도, 다중채무 여부, 가용소득 대비 상환부담 수준, 매출액 및 소득 변동수준 등 다양한 특성을 종합 검토해 요건 설정한다"며 "내년 초, 은행권 프리워크아웃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2-10-27 15:51:50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중 내건 공약을 분석해 보면 핵심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하고 친기업 정책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2배로 확대하겠다는 정책구상이다. 부동산 세제는 종합부동산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시행할 정책으론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손실보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경제 중심…소주성서 민간·기업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와 '역동적 혁신성장'이 골격이다. 정부·공공이 아닌 기업·민간을 성장의 핵심동력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다른 점 한 가지를 든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규제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설치해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규제 80여개를 즉시 폐지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재정 일자리보다 민간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가 세제, 금융, 제도상의 지원을 해주고 이에 필요한 인재 등을 육성해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적자본', 다시말해 핵심인력의 공급이다. 현재도 매년 대학에서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핵심인력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윤 당선인은 이를위해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예고했다. 초당적인 교육개혁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6년(초등)·3년(중등)·3년(고등)·4년(대학)의 교육체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디지털 전문인력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 경제정책 브레인들의 구상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폐기가 확실시된다. 소주성은 '최저임금 인상, 소득증대, 경제활성화, 일자리 확대'가 핵심이다. 하지만 상당부분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한다. 윤 당선인은 "(소주성을) 40~50년 전 운동권 이념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엉터리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윤 당선인 주변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의 경제브레인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주성을 실패한 경제정책이라며 강한 문제제기를 해온 전문가 그룹 중 한명이다. 공약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민간과 기업으로 경제중심축을 옮겨 잠재성장률을 현재의 2%대에서 4%대로 2배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탈원전 정책' 탈피다. 석탄발전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여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성 자체는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해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변화된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원전 10기는 2030년까지 허가받은 운전기간을 마치게 되는데, 이를 바로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소상공인 회생에 50조윤 당선인 정책공약 중 경제부문 첫번째는 코로나 극복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이다. 요약하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다. 윤 당선인은 50조원 넘는 재정자금을 확보해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긴급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 각 분야 재건을 위해 5조원 이상의 특례보증을 통해 저리대출자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임대료 나눔제도'도 제안했다. 임대료를 임대인, 임차인, 국가가 3분의 1씩 분담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다. 소상공인 회생을 위한 50조원도 올해 두번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 마련이 불가피해 재정건전성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친기업'정책을 예고하면서 기업 세제 지원,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감세 공약은 넘쳐나지만 증세 언급은 거의 없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재정 악화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 미래성장의 아킬레스건이고 국제기구에서도 지적하고 있다"며 "재정확대보다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활동을 북돋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가재정관리를 위한 재정준칙도 코로나 때문에 진전이 없었는데, 새 정부에서는 초기부터 논의를 해야하고 (재정이) 필요하면 (장기적 계획에 따라)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2-03-10 18:18:49[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선거 중 내건 공약을 분석해 보면 핵심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하고 친기업 정책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2배로 확대하겠다는 정책구상이다. 부동산 세제는 종합부동산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시행할 정책으론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손실보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 경제 중심…소주성서 민간·기업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와 '역동적 혁신성장'이 골격이다. 정부·공공이 아닌 기업·민간을 성장의 핵심 동력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윤 당선인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다른 점 한 가리를 든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규제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개혁전담기구를 설치해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규제 80여개를 즉시 폐지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재정 일자리보다 민간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가 세제, 금융, 제도상의 지원을 해주고 이에 필요한 인재 등을 육성해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적자본', 다시말해 핵심인력의 공급이다. 현재도 매년 대학에서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핵심인력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윤 당선인은 이를위해 대대적인 교육 개혁을 예고했다. 초당적인 교육개혁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6년(초등)·3년(중등)·3년(고등)·4년(대학)의 교육체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디지털전문인력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 경제정책브레인들의 구상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은 폐기가 확실시 된다. 소주성은 '최저임금 인상, 소득증대, 경제활성화, 일자리 확대'가 핵심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한다. 윤 당선자는 "(소주성을) 40~50년 전 운동권 이념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엉터리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윤 당선인 주변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자의 경제브레인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주성을 실패한 경제정책이라며 강한 문제제기를 해 온 전문가 그룹 중 한명이다. 공약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민간과 기업으로 경제중심축을 옮겨 잠재성장률을 현재의 2%대에서 4%대로 2배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예상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탈원전 정책' 탈피다. 석탄발전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성 자체는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해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변화된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경북 울진군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신한울 3·4호기(1400MW급)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공사계획 인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교체되면서 건설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원전 10기는 2030년까지 허가받은 운전기간을 마치게 되는데, 이를 바로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공약집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원자력 정책'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을 조속히 확정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 소상공인 회생에 50조…건전재정 난제 윤 당선인 정책공약 중 경제부문 첫 번째는 코로나 극복 긴급 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이다. 요약하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다. 윤 당선인은 50조원을 넘는 재정자금을 확보해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긴급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 각 분야 재건을 위해 5조원 이상의 특례보증을 통해 저리대출자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임대료 나눔제도'도 제안했다. 임대료를 임대인, 임차인, 국가가 3분의1씩 분담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다. 소상공인 회생을 위한 50조원도 올해 두번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마련이 불가피해 재정건전성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친기업'정책을 예고하면서 기업 세제 지원,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감세 공약은 넘쳐나지만 증세 언급은 거의 없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재정악화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 미래성장의 아킬레스건이고 국제기구서도 지적하고 있다"며 "재정확대보다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활동을 북돋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가재정관리를 위한 재정준칙도 코로나 때문에 진전이 없었는데, 새 정부에서는 초기부터 논의를 해야하고 (재정이) 필요하면 (장기적 계획에 따라)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2-03-10 14:20:57[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지난 2년 반 동안의 재정운영 성과와 2020년도 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설명드리고,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질서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잘 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기 위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시대에 역동적으로 대처하며 발전해왔습니다. 부모세대가 이룩한 경제적 토대 위에, 아들딸 세대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립했습니다. 우리가 책임 있는 중견국가, 민주국가로 성장한 것은 모든 세대, 모든 국민의 땀방울이 모아진 결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개인의 가치가 커지고, 인권의 중요성이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가야 할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을 모을 때입니다. 수십 년 동안 못해왔던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에서 불과 100일 만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맞잡았고, 국민들의 응원으로 잠재되어 있던 우리 과학기술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우리의 의지가 모아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됩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합니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합니다.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습니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입니다. 최근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세계적 경기하강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늘리라고 각 나라에 권고했습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를 재정 여력이 충분해서, 재정 확대로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나라로 지목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26위에서 크게 올라갔고,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 원 축소하여 재정 여력을 비축했습니다. 내년에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 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었고 민간이 확산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우리 경제가 대외 파고를 넘어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께서도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때까지 재정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내년도 확장예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재정은 국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특히,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더 활력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네 가지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 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첫째, 우리 경제의 ‘혁신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힘’은 땅속에 매장된 ‘유전’보다 가치가 큽니다. 혁신역량이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창의를 북돋고, 도전을 응원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에 의해 미래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집니다. 전 세계가 ‘혁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를 국정과제로 삼고, 신성장 산업전략, 제2벤처붐 확산전략, 수소경제 로드맵, 혁신금융 비전 등을 추진하며 혁신역량을 키우기 위해 투자해왔습니다. 그 결과, ‘혁신의 힘’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치인 3조4천억 원에 달했고, 올해도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설법인 수도 지난해 10만 개를 돌파했고 올해 더 늘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 수도 2016년 2개에서 올해 9개로 늘어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혁신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2벤처붐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 ‘혁신의 힘’을 더욱 키울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 1조7천억 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성장 산업에 3조 원을 투자하고,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에도 2조 1천억 원을 배정하여 올해보다 크게 늘렸습니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투자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무역금융을 4조 원 이상 확대하고 기업투자에 더 많은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습니다. 지역에서부터 혁신과 경제활력이 살아나도록생활 SOC,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 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보듬고, 갈등을 줄이며, 혁신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누리게 될 때, 국가사회의 역량도 더불어 높아집니다. 그것이 포용입니다. 공정은 혁신과 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입니다.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청년·여성·신중년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포용국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왔습니다. 그 결과, ‘포용의 힘’이 곳곳에 닿고 있습니다. 먼저,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고령화의 영향으로 계속 떨어져서 걱정이던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되었습니다. 근로장려금 확대 등의 정책효과로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소득이 더욱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까지의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8월과 9월 취업자 수가 45만 명과 34만 명 넘게 증가하여, 연간 취업자 증가 수가 목표치 15만 명을 크게 웃도는 20만 명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용직 비중도 올해 평균 69.5%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50만 명 이상 늘어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자리의 질이 더 좋아져야 하고,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합니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보강하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 7만9천 가구가 추가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고, 고용보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 20만 명에게 한국형 실업부조로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본격 시행하겠습니다. 교육의 공정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고3부터 시작한 고교무상교육을 내년에는 고2까지 확대하고, 내후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하여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청년 임대주택 2만9천 호를 공급하고, 청년층 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아질수록 사회는 더욱 성숙하고 발전합니다. 고령화의 대안이기도 합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대해, 소득세 감면 지원을 더 넓히겠습니다. 고령화시대의 어르신은 더 오래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고, 일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습니다. 공익형 등 어르신 일자리도 13만 개 더해 74만 개로 늘리고 기간도 연장하겠습니다.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내년부터 저소득층 어르신 157만 명에 대해 추가로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와 특례신용보증을 대폭 늘리는 한편,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도 크게 늘려 총 5조5천억 원 발행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미래, ‘평화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입니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합니다.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국방비를 내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습니다.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하는 한편,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고 지지와 협력을 넓혀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공 외교와 ODA 예산을 대폭 늘려 평화와 개발의 선순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4대 강국과 신남방, 신북방과 같은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증액하겠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습니다.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입니다. 공정경제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 기반입니다. 그동안 갑을문제 해소로 거래관행이 개선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협력을 이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힘쓰며 현장에서 공정경제의 성과가 체감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 할 것입니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고,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과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공정채용과 채용비리 근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채용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도 높은 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드렸습니다.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습니다.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국민들뿐 아니라 대다수 검사들도 바라마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큽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입니다.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민생’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미룰 수 없습니다.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3법’과 기술 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도 시급히 처리되어야 합니다.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등 많은 민생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민 안전과 재난대응 강화를 위한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과 청년, 여성들을 위한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등 안전관련 법안들과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도 계류 중입니다. ‘민생’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야당에서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납세제도 개혁,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여야정이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습니다.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여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이뤄낸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습니다.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재 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정기국회를 맞이한 만큼,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조속히 매듭짓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여, 20대 국회가 ‘민생국회’로 평가받길 기대합니다. ‘혁신의 힘’, ‘포용의 힘’, ‘공정의 힘’, ‘평화의 힘’을 키우고 ‘함께 잘 사는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가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부터 실현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끝>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19-10-22 10:48:34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2008. 10. 27 대통령 이 명 박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휩쓸고 있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들께서 얼마나 불안해하고 고통을 받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금리 부담이 늘어나 가계 부담에 한 숨 짓는 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가지고 있는 주식 값이 폭락해 실의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 자금 부족 때문에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중소기업인의 심정을 압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직장인의 걱정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좌절감도 안쓰럽습니다. 국민들의 고통은 저에게도 뼈저린 아픔입니다. 그럴수록 저는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소명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합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습니다.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합니다. 10년 전에는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금융위기였습니다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선진국에서 촉발된 지금의 금융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도 10년 전과는 달라야 합니다. 국제 공조에 적극 나서면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 위기를 올바로 극복하면, 한국 경제는 크게 살아날 것입니다. 이번 위기가 끝나면 각국의 경제력 순위가 바뀔 것이고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이 상황에 대처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과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 저는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외화 유동성 문제는 지금 보유한 외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금년 1월에서 9월까지 유가 폭등과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경상 수지 자본 수지가 모두 적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는 26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약 8%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4/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외환 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입니다. 작년에 600억 달러에서 금년에 1,000억 달러로 석유 수입에만 약 400억 달러가 더 쓰였습니다.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내리고 있고, 만일 내년에 이런 수준이 유지된다면 상당한 국제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원화 유동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preemptive) 충분하며(sufficient) 확실하게(decisive) 유동성을 공급할 것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입니다.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세계 대공황 이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주식이 가장 낮은 가격이었을 때 두려움 없이 산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믿어야 합니다. 이 저력을 믿고 고통 분담과 협력하는 자세로 침착하게 행동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희망의 출구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세계적 실물 경제 침체에 대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예산 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수출 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도 실물 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에게 감세 및 재정 지출 확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 지원도 늘릴 것입니다. 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합니다. 세계는 지금 ‘낮은 세율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세율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도 세금을 내렸습니다. 감세에 소극적이던 일본까지 합류했습니다. 내년에 13조 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입니다. 정부의 이런 재정 기능 강화에 국회도 적극 호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예산안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마련됐습니다. 그로 인해 작은 정부 기조에서 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되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단시간에 진화가 가능합니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금융기관간 외화차입금 보증 한도 1000억 달러는 사실상 다 쓰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 우리 은행들이 돈 구하기도 쉽고 금리부담도 줄어듭니다. 반면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들이 돈 구하기 쉽고 금리부담을 줄이는데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안에서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우리는 바깥으로 글로벌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난 주말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서 저는 신국제금융질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기존의 금융체제로는 더 이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사시에 대응할 능력도 미흡합니다. 사전 사후 감시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신금융질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11월 15일 워싱턴에서 긴급히 개최될 20개국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도 저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개편을 포함해 전향적인 방향으로 국제공조가 이루어지도록 앞장 설 것입니다. 아울러 한중일을 비롯해 동북아의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에 대해 긴밀한 공조체제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이제 합의가 이루어져 실천에 옮겨지면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세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통해 새롭게 형성될 국제금융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해선 결코 안 됩니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각국이 관세장벽을 높여서 세계 경제가 더 악화되고 회복이 늦어졌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 자국 방어에만 치중해 축소 균형 쪽으로 세계 경제가 옮겨가는 사태는 막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시련과 도전을 도약과 웅비의 자양분으로 삼아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시련 앞에 강하고, 도전 앞에 용감합니다. 대한민국만큼 어려움 앞에서 모두가 힘을 합친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외환위기 때 장롱 속의 금붙이를 꺼내 나왔던 그 손, 방방곡곡에서 몰려들어 검은 태안반도를 씻어낸 그 손이 바로 대한민국을 구해냈습니다. 품앗이와 십시일반(十匙一飯), 나아가 위기를 만나면 굳게 뭉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현재에 매몰되면 미래가 없습니다. 위기를 핑계로 내일을 위한 숙제를 미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내일을 대비하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선진일류국가의 꿈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소명입니다. 후손들을 위한 역사적 숙명입니다. 이럴 때 나라 체질을 개선하고 사회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규제개혁과 저탄소 녹색성장, 그리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과감한 규제개혁은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지름길입니다. 규제가 줄어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세계표준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와 결별해야 합니다. 이른바 ‘국민 정서’를 빌미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있는 ‘덩어리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금융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전한 감독 기능의 강화를 무조건 규제 강화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는 결코 출항할 수 없습니다.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 됩니다.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순 없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그 대신 옥석을 제대로 가리는 신용평가기능과 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위험이 두려워 규제를 풀지 말자는 것은 선수 다칠까봐 경기에 내보내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정부는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엄밀히 구분할 것입니다.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의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입니다. 반면에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습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도 착실히 추진하겠습니다. 녹색성장은 자원빈국이자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환경위기와 자원위기에 대응하면서, 이를 경제발전의 계기로 삼는 일석이조의 슬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녹색성장은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환경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선순환의 성장을 지향합니다. 녹색성장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환경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경제정책입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브랜드를 높이는 외교정책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국토와 도시, 건축과 교통, 국민의 일상생활과 의식주를 바꾸는 생활혁명입니다. 녹색성장은 선진국들이 이미 들어선 길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ASEM 정상회의에서도 국제금융위기 대책과 함께 녹색성장이 의제로 다루어졌습니다. 비록 산업혁명의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환경혁명의 수소시대만큼은 우리가 앞서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의 지방행정체제는 구한말 농경문화시대에 그 골격이 짜였습니다. 그 결과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행정계층을 줄이고 자치단체를 통합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도 인구규모와 구조 변화, 교통·통신발달 등을 반영해 지방행정체제를 다시 짤 때가 됐습니다. 그동안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에 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정서의 차이로 인해 말만 무성했을 뿐 실천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번만큼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합니다. 정파 이익을 초월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지난 8개월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600여 건의 개혁법안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 중 150여 건의 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나머지 450여 건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것입니다. 이러한 개혁법안들은 ‘경제살리기, 생활공감, 미래준비, 그리고 선진화’ 등 4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새 정부가 정성껏 준비한 법안들을 심사하는 사실상의 첫 국회입니다. 국정과제를 실천하려면 법제의 정비가 불가피한 만큼, 4대 개혁법안들이 하루빨리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정과제의 추진에는 예산의 뒷받침도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규모는 209조 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7.2% 증가한 수준입니다. 내년도 기금 규모는 78조 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8% 늘어나게 됩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능력 확충’,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 ‘녹색성장과 안전한 사회 구현 등 미래대비 투자’에 중점을 두고 짰습니다. 예산안의 각 분야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보다 22.7% 늘어난 4조 2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벤처기업의 창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습니다. 2013년까지 글로벌 청년리더와 미래산업 청년리더 각 10만명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 지원도 강화하였습니다. 둘째,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R&D 투자에 올해보다 10.8% 늘어난 12조 3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R&D 투자는 2012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늘려 나가겠습니다. 셋째, 지역발전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하여 올해보다 7.9% 늘어난 21조 1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특히,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에는 내년부터 모두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넷째, 교육예산은 올해보다 8.8% 늘어난 38조 7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고등학생 이하는 학자금을 낼 수 없는 경우 전액 지원하는 등,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다섯째, 맞춤형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9.0% 늘어난 73조 7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을 각각 확대했습니다. 어려울수록 정부는 서민 생활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여섯째, 지속가능한 발전과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올 해보다 23.7% 늘어난 3조 8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그린·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보급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공무원 보수와 정원을 모두 동결하였습니다. 이는 사상 초유의 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 나가겠습니다. 예산이 확정되어야 재정집행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조속히 예산을 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갈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난국을 슬기롭게 돌파하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도 한 축을 담당해주셔야 합니다. 정파의 차이를 넘어 국익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에 초당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 여와 야가 흔쾌히 힘을 합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도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처리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밀려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이번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18대 국회가 훗날,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이끈 위대한 국회로 길이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저와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나라의 어려움 앞에서 늘 그러셨듯이 다시 한 번 힘과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지금이야말로 국익을 먼저 생각할 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노와 사의 화합만큼 더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도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 억수같이 장대비가 퍼부어도 구름 위에는 언제나 찬란한 태양이 빛나기 마련입니다. 이 고비를 대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위기를 딛고 발전해 온 우리 역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6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서겠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함께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08-10-27 10:3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