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의 신용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토지신탁에 이어 최근 KB부동산신탁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KB부동산신탁사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대손 관련 비용이 커지면서 큰 폭의 당기순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개발 시장의 업황 저하로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이 부실화됐다. 나이스신용평가 윤기현 연구원은 "시중금리 및 공사비가 급격히 올랐다"면서 "부동산 개발 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저하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관련 우발채무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관련 익스포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과 충당부채를 적립했다"면서 "이에 따라 대손 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KB부동산신탁의 대손비용률은 2022년 2.2%에서 지난해 19.7%로 급등했다. 늘어나는 신탁계정대도 부담이다. 신탁계정대는 부동산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로 시공사가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어지면 신탁사가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공사비 등을 조달한다. 그러나 시공사가 나중에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사의 손실이 된다. KB부동산신탁의 3월 말 기준 신탁계정대 잔액은 7866억원이다. 2022년 말(2423억원)보다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이보다 앞서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도 역시 추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강등했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하고, 수익률도 악화일로에 있어서다.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 잔액은 4458억원으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가장 많다. 계열 건설사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여윤기 연구원은 "계열사 동부건설, HJ중공업에 대한 재무 지원 가능성,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투입, 매입약정 현황 등 우발부채 부담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동부건설은 올해 1·4분기 186억원의 영업적자, HJ중공업은 지난해 1082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신용도 위기는 이들의 자금 조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용 강등으로 한국토지신탁은 같은 달에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겪어야 했다. 동부건설이 지난 12일 발행한 전자단기사채 3개월물의 금리는 연 9.50%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일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연 5~6%)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4-06-20 18:29:58[파이낸셜뉴스] 부동산·건설업 재무 건전성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2배 넘는 상환능력 취약 기업 비중이 부동산업의 경우 63.0%, 건설업이 4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국내 부동산 및 건설업 재무 건전성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업 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중간값 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2010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2022년 345.6%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3년 295.4%로 다소 하락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2021년 137.1%로 10년 연속 130%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128.6%, 2023년 115.9%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해 2023년 말 1.08을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3분위수 기업 이자보상비율이 2016년 10.7에서 2023년 3.1로 하락해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도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의 경우 2000년대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진행됐다가 2010년대 이후 부채비율이 다시 증가해 2023년 말 기준 110.5%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2023년 말 174.7%로 양호한 수준이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223.7%)과 비교하면 49.0%포인트(p) 하락했다. 건설업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23년 2.7로 부동산업보다는 양호하나, 2017년(12.4)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증가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데 비해 최근 건설업 영업이익률이 둔화하며 수익성은 낮아진 영향이다. 상환능력 취약 기업이 보유한 대출금 비중도 부동산업과 건설업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당시보다 높았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대출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과 건설업이 각각 44.2%, 46.6%로, 전체 대출금 절반 정도를 상환능력 취약 기업이 보유 중이다. 부채비율 기준(부채비율 200% 초과) 상환능력 취약 기업 비중도 부동산업이 63.0%, 건설업이 49.7%로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당 업권 기업 재무 건전성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수준보다도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상환능력 취약 기업 보유 부채 비중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취약 기업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6-09 14:11:10[파이낸셜뉴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작을 알린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채권 사기 발행과 연차 보고서 허위 기재 문제로 중국 증권 당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규모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헝다부동산 채권 사기 발행 및 정보 공개 위법 사건에 대해 처벌 결정을 내렸다”면서 시정 명령과 경고, 벌금 41억7500만 위안(약 800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증감회는 또 헝다부동산 전 회장이자 실제 지배인 쉬자인에게는 최대 4700만위안(약 90억원)의 벌금과 증권시장 평생 진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헝다부동산은 2019∼2020년 매출을 미리 인식하는 방식으로 매출·이윤을 허위로 늘려 거래소 시장 공개 발행 채권이 사기 발행되게 했고, 공개 연차 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증감회는 지적했다. 또 헝다부동산에는 정기 보고를 일정대로 공개하지 않는 점과 중대 소송·중재 사건을 규정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 만기 도래 채무 상환 불능 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증감회는 헝다부동산의 채권 사기 발행 행위에 대해 모집 자금의 20%에 해당하는 벌금을, 정보 공개 위법 행위에 대해 최고 벌금을 부과해 채권시장 통일적 법 집행이 시작된 이래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감회는 관련 부동산 중개기관에 대한 조사도 추진 중이라며 이번 단속이 다른 업체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쉬 회장이 1997년 광둥성에서 설립한 헝다는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 신사업 투자 등이 역풍을 부르면서 부채가 쌓였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원하던 당국이 자금을 끊으면서 2021년 말 역외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헝다의 현재 부채는 2조3900억 위안(약 443조원)에 달한다. 쉬 회장은 지난해 9월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5-31 19:03:14[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부산시도 위기에 처한 지역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시는 14일 시청 회의실에서 부산 건설업계와 금융권 및 유관 공공기관과의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공사비 상승에 따른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임경모 시 도시균형발전실장을 주재로, 부산의 각 건설협회 관계자들과 부산은행 상무,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 금융기획실장, 부산신용보증재단 보증지원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회의에 참석한 대한건설협회 김태하 사무처장은 △부동산 PF평가시 건전 지역업체 사업성 검토 △건설수요 활성화 및 대출금리 인하 등 실질적 지원 요청 △공공공사 조기발주 및 내년도 SOC 예산 확대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서 확인 강화 등을 시에 건의했다. 시는 정책적인 부산업체 지원을 요청했고, 부산은행은 어려운 시기에 지역업체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상담을 약속하는 한편, 보증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역이전 기업인 만큼 시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시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건의 사항과 부동산 관련 정부발표 등을 적극 검토해 지역건설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현장 점검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5-14 14:19:25[파이낸셜뉴스] 책임준공을 비롯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약정서의 불공정 조항이 현 PF 위기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부동산 PF 약정의 공정성 제고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보고서를 통해 PF 약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시행사와 시공사(건설사), 금융기관 등 사업 참여자 간 수익 및 위험 분담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PF는 시공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얻으면서 대부분의 위험을 지는 구조로 20여년 간 운영돼 왔다"며 "이러한 특징이 지금의 위기를 발생시킨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책임준공 약정은 시공사가 건축물 준공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약정된 기간 내 준공하지 못할 경우 책임이 면제되는 사유를 전쟁이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에 국한하고 있다. 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 자재 수급의 장기간 지연, 노조 파업 등의 예외 사유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책임준공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용되는 주요 약정서에 중첩적으로 규정돼 있는 조항 중 하나다. 채무인수와 공사비 조정 불인정, 대물변제, 유치권 포기 등의 조항과 함께 시공사들의 부실위험은 가중되는 상황에서 2년전 하반기 이후 급격히 나빠진 사업여건과 맞물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시행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건설사는 자기 자금을 투입해 정해진 기간 내 준공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하루라도 준공기간이 경과할 경우 시행사와 함께 PF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기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건설사의 대량 도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산연은 "현실에서 이뤄지는 PF 약정 내용은 민법,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률에 비춰 불공정한 거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PF 약정 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해당 업권에 행정지도의 형태로 이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약정 내용의 비합리성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PF 협약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금융기관과 시행사, 건설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협약내용 개정 등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4-04-09 07:47:34[파이낸셜뉴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준공 등 건설사에 집중된 리스크 부담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이날 ‘건설·부동산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금융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돼 왔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는 이러한 부동산 금융화 현상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부동산 금융화 비중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73%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2015년 49%, 2020년 67%에서 상승한 것이다. 그는 "경제의 금융화가 진행되면 금융화된 자산의 거래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성 확대 등으로 투자자 손실과 거시경제 불안이 촉발될 수 있다"며 "지금의 위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외부 충격 최소화를 통한 자산시장의 불안정 요인 발생 억제와 △ 적절한 모니터링 △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사업 참여자들 간 합리적 위험분담을 유도해야 한다"며 과도한 책임준공과 채무인수, 공사비 인상 불인정 등 건설사에 위험을 집중시킬 수 있는 현 대출약정 내용에 대한 사전 규제 마련 및 사후 통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로 우량 건설사들이 부도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를 새롭게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4-04-02 13:38:56[파이낸셜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사 대량 부실 사태가 빚어졌던 2009∼2010년 당시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 권한을 보유한 은행, 증권 등 6개 금융업권이 보유한 PF 직접 대출의 총 잔액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 대출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 PF 규모는 202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인 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보고서는 "2010년 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됐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사태가 빚어졌다"며 "현재의 PF 위기는 구조 측면에서 당시와 유사하지만, PF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부동산 PF 시장의 금융참여자가 다양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방식이 확대됐다는 점을 들면서 실물 부문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호작용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거와 달리 손실 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 위험이 집중된 점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공급 주체와 신용보강 주체 모두 부실을 충분히 스스로 흡수하지 못해 일부 부문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 원가의 급격한 인상으로 시행사와 건설사 입장에서 할인 분양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현 상황을 이같이 진단하면서 PF 위기와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향후 부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태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금융권의 손실 흡수력 보강과 회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적 유동성 지원 장치 마련, 미분양 해소를 위한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 강화와 일부 부처에 분산된 위기 대응 시스템의 강화·효율화 등을 제안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회복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 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불안이 촉발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4-02-20 15:42:24[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로 중견 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발생했던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 금융 당국은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일부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금융계 전체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상업 부동산 대출에 흔들리는 NYCB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미 지역 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신용 등급을 ‘Baa3’에서 ‘Ba2’로 2단계 낮췄다. 그 결과 NYCB의 신용 등급은 투자부적격(정크) 구간으로 떨어졌다.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일 NYCB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BBB-는 피치 기준에서 아직 정크가 아니지만 1단계만 더 내려가면 정크 구간이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NYCB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뉴욕의 사무실·다세대 부동산과 관련한 예상치 못한 상당한 손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 역시 2일 하향과 관련해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 구체적 조치를 담은 지난해 4·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고 알렸다. 미 뉴욕 교외에 위치한 NYCB는 전국에 약 40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NYCB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여 자산가치가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넘어가는 중형은행으로 성장했다. NYCB의 비극은 지난 1월 31일 주가가 37% 폭락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같은날 NYCB는 지난해 4·4분기에 2억52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은행이 설정한 대손충당금은 5억5200만달러로 지난 10년간 누적치보다 많았으며 시장 전망치의 10배를 웃돌았다. NYCB는 가뜩이나 시그니처은행 인수로 손실이 늘어난 데다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관련 대출로 막대한 충당금을 설정해야 했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미 CNN은 지난달 보도에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대로 인해 지난해 4·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19.6%로 역대 최고치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자 및 건물주들은 수요 급감으로 궁지에 몰렸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 참여했던 은행들 역시 돈을 떼이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NYCB의 경우 시그니처은행 인수 때문에 중형 은행으로 분류되어 충당금 설정이 엄격해진 것도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끼쳤다. NYCB의 일부 주주들은 6일 연방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NYCB 주가는 전날보다 22.3% 급락한 4.1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美 금융당국 "관리 가능, 금융위기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기는 비단 NYCB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아오조라은행은 지난 1일 발표에서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비해 324억엔(약 290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은행의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18억9000만달러 가운데 7억1900만달러가 부실 대출로 알려졌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4·4분기 미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억2300만유로(약 1758억원)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는 시그니처은행 등 채권에 대량 투자했던 중형 은행들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연쇄 파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4일 미 CBS 방송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NYCB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대형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본 결과 관리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집중 노출되어 있는 지역 중소형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이미 알고 있던 문제라며 국제적인 금융 위기의 전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웨드부시증권의 데이비드 치아베리니 지역 은행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매체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NYCB 문제가 "최악의 사태"에 직면한다면 업계 전반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연준이 계속해서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여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어 그러한 경우에는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급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은행들이 통제가능하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2-07 16:09:49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 대부분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자금 지출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더 큰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PF 총 익스포저를 202조6000억원 규모로 집계했다. 앞서 건산연은 국내 PF 대출잔액 약 130조원 중 최대 부실규모가 7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수치는 지난 2023년 6월말 기준으로, PF 유동화증권과 새마을금고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산연에 따르면 2023년 12월말 기준으로 전 금융권과 유동화 증권을 포함하면 금융권 직접대출 160조5000억원, PF 유동화증권 42조1000억원 등이다. 직접대출은 은행이 44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사(43조5000억원), 여신전문사(26조1000억원), 새마을금고(15조7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유동화증권은 등록이 5조원 정도다. 비등록(자산유동화계획을 등록하지 않고 발행한 증권)은 37조1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PF 대출 중 약 50~60% 가량이 부실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PF 익스포저를 감안하면 최대 부실 규모가 200조원의 절반인 100조원 가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산연은 이번 위기가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건설·금융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PF 대출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1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PF 규모가 과거보다 월등히 커서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 당시 없었던 책임준공 확약 이행에 따른 자금 지출이 늘고 있는 것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책임준공확약은 금융권이 PF 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에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여러 부담을 떠넘기는 계약이다. 기한 내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시행사 채무까지 보증한다. 부도나 문을 닫은 건설사 대부분이 책임준공 확약에 따른 자금난으로 도산을 맞았다. 김 연구원은 "상당수 건설사가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책임준공 의무이행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면서 현재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더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1·10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과감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울러 '책임준공 확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1-23 18:09:48[파이낸셜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위기가 건설 업계는 물론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태영건설발 부동산 PF는 예외적 상황이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인식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PF를 비롯한 건설사 위기는 고용-금융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영향은 물론 하청 업체와 분양자들로 피해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종합적이고 치밀한 대응 방안 마련과 실행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부채와 부실로 자금 조달 여력마저 악화된 상황이 향후 경제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 요소를 살펴보면, 이미 문제가 된 태영건설의 경우 자기 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374%에 달한다. 이와 같이 자기 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는 대형 건설사가 여러 곳이다. 또 지난해 종합 건설 기업 폐업 건수는 518건으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300건대를 유지하던 폐업 건수가 폭증한 것이다. 아울러 외부 감사를 받는 건설 업체의 평균 부채 비율은 144.6%로 나타났다. 전체 외부 감사 기업 부채 비율 82.9%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전체 폐업 건설사 중 절반 이상이 지방 건설사로 나타나고 있으며 월 1~2건 수준이던 건설사 부도 업체 수가 지난달에는 8곳으로 급증했는데 이 중 6곳이 지방 건설사였다. 홍 원내대표는 “부동산 PF 문제를 방치하다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땜질식 돌려 막기에서 벗어나 이익의 사유화와 손해의 사회화를 막기 위한 부실 정리와 사업 재구조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4-01-15 09:5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