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30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지방 음식점 상호명을 공개한 채 가게 안에서 음식에 대한 혹평을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유튜브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식대학은 지난 11일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OO에 왓쓰유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콘텐츠는 ‘메이드 인 경상도’ 코너의 일환으로, 피식대학 멤버인 이용주가 부산 출신이지만 어렸을 때 잠시 살았을 뿐 해당 지역을 잘 몰라 ‘경상도 호소인’으로 불리는 점에서 착안해 이씨가 경상도 곳곳을 다니면서 자신이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콘셉트다. 피식대학 멤버인 이씨와 김민수, 정재형은 OO 지역을 찾아 지인 추천으로 A 점포를 찾아가 가게 안에서 영상을 촬영하면서 햄버거빵을 먹었다. 이씨는 “한 입 먹었는데 음식에서 사연이 느껴지네"라며 "여기가 롯데리아가 없다 그랬거든? 젊은 아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이걸로 대신 묵는 거야”라고 했다. 정씨는 “서울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 굳이 뭐 OO까지 와서 묵을 음식은 아니야”라고 거들었고, 김씨는 “내가 느끼기에 부대찌개 같은 그런 느낌이야. 못 먹으니까.. 막 이래 해가지고 먹는 거 아니야?”라고 평가했다. 이후 이들은 다른 B 매장에 가서는 “메뉴가 너무 솔직히 특색이 없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아까 그 햄버거가 천상 꿀맛일 거야” 등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B 점포 역시 상호명이 공개됐으며 이들은 가게 안에서 식사를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음식에 대한 혹평을 내놨다. 해당 콘텐츠를 본 네티즌들은 “말 좀 조심해서 합시다. 맛 평가하러 간 게 아닌데 본질을 점점 잊고 있네”, “나도 장사하는데 이 영상은 진짜 자영업자 한 명 담그려고 올린 거 같음”, “아무리 개그 채널이라도 선은 좀 지켜라. 그것도 가게 안에서 대놓고 앞담 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우리 부모님이 이런 꼴 당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맘 찢어질 것 같다”, “너무 무례해서 당황스럽네. 가게 상호명 다 나오는데.. ” 등의 반응을 보였다. '05학번 이즈 백', '한사랑산악회' 등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하나의 개그 프로그램처럼 기능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영미권 유명 토크쇼를 표방한 '피식쇼'가 대세 토크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대세 아이돌 아이브의 장원영과 수학 '일타강사' 현우진이 출연했을 정도인데, 이번 논란으로 어떤 여파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5-15 22:51:22[파이낸셜뉴스]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강지영이 민원 응대 담당 공무원을 향해 “귀찮은 듯 불친절하게 굴었다”는 내용의 ‘저격글’을 올려 논란이다. 강지영은 지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소소한 나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진과 그 일상 속에서 일어난 작지만, 그리 작지 않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강지영은 “옆 창구에 접수하러 오신 어머님을 문득 봤다”며 “창구에 계신 분과 대화하시는 걸 자연스레 듣게 됐는데, 면허를 갱신하러 오셨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님이 ‘나라에서 받는 건강검진 여부’ ‘시력이 0.8이 넘게 나왔느냐’ 등 질문을 받고 계셨다. 어머님은 시력 0.8이 넘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그러자 그분은 퉁명스럽게 ‘오늘 갱신을 못 한다. 아니면 지금 당장 안경을 맞춰오시라’고 했고, 그걸 들은 어머님은 곤란해하셨다”고 전했다. 강지영은 “만약에 내 옆에 어머님이 우리 엄마였고, 안내해주시는 분이 저렇게 귀찮다는 듯 불친절하게 굴고 엄마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을 봤다면 제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요즘엔 키오스크, 수많은 어플 등 때로는 저도 따라가기 힘든 발전 속에 ‘할 줄 몰라서 그런 것뿐인데’, ‘조금만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더 쉽게 알 수 있게 큰 글씨로 된 설명서라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모든 사람 생각이 같을 순 없기에 저를 이해 못 해도 괜찮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을 위한 딸의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고 했다. 강지영의 ‘저격글’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규정을 설명해주는 게 불친절한 것이냐. 뭘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야 하나”고 적었다. 반면 한 네티즌은 “직원분 말투가 얼마나 퉁명스러웠으면 이런 글까지 적었을까”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4-25 06:52:40[파이낸셜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와 아내 한수자씨가 자폐 아들을 지도하던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여론의 질타가 괴로웠다고 거듭 호소했다. 주씨 부부는 4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이 토로하며, 특수교사 A씨의 유죄 판결 이후 심경을 털어놨다. 주씨는 그간의 비난 여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아내 한씨도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돼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주씨는 또 “제일 끔찍했던 장면이 JTBC ‘사건반장’ 보도 장면이었다”며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옆에선 수화(통역)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9살짜리 장애 아동의 행동을 그렇게 보도하면서 옆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수화가 나오는,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느꼈다”고도 언급했다. 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특수교사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 유예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재판 선고는 지난 1일 이뤄졌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씨 아들은 당시 통합교육을 받던 중 다른 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돌발행동을 해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된 상태였다. 주씨 부부는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씨는 “당시 아들에게 ‘분리가 된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대체행동으로 바꾸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녹음 안에는 학대하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새벽에 녹취를 풀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또 주씨 부부는 몰래 녹음한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거다.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저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라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A씨가 출근하지 못하게 된 이후 해당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7번 교체됐다. 주씨 부부의 신고 때문에 A씨가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이에 주씨는 “결국 백업 교사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학대 혐의로 일을 못한다 해도 다른 선생님이 특수반을 봐주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다른 학부모들과의 갈등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전학을 포기하고 가정에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주씨는 A씨 유죄 선고 당일인 지난 1일 트위치를 통해 “기사가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주호민, 고 이선균 언급하며 괴로움 토로 이와 관련해 주씨는 고(故) 이선균씨를 언급했다. 그는 이선균 사망 소식을 듣고 “그분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말했다. 또 주씨 부부는 판결이 나오기 전 침묵한 이유에 대해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며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고통스러운 반 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교육계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은 경기도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왜곡한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교육 방법이 제한적인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5 07:33:05[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또다시 북쪽에서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다. 마을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몇 년 전에도 짧은 피난 길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이다. 몇 달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곡식이라는 것은 생명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긴 시간동안 곡기를 끊게 되면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가거나, 혹은 죄를 지어 도망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은거하거나, 혹은 깊은 동굴 속에 숨어 들어가 있어야 한다면 굶어 죽지 않으려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을에서는 보통 흉년이 들었을 때는 곡식 이외의 것으로 배고픔을 면해 왔다. 이러한 것들로는 솔잎(송엽), 측백나무잎(측백엽), 둥굴레뿌리(황정), 천문동, 삽주뿌리(출), 마(산약), 칡(갈근), 하수오(백수오), 느릅나무의 껍질(유백피), 복령, 도토리(상실), 밤(율), 연근(우), 잣(해송자), 들깨, 개암열매 등으로 가급적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먹었다. 마을에는 의원이 한 명 있었다. 의원은 “의서에 보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처방들이 있으니 그것을 만들어서 피난 길에 오르면 굶어 죽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 뭘로 만드는 것이 좋겠소?”하고 물었다. 의원은 “검정콩이 좋겠습니다. 모두 집에 있는 검정콩을 모조리 가져오시오. <구황본초>에서도 검정콩은 좋은 구황식품이라고 했으니 피난길에 배고픔을 견디게 하는 효과가 클 것이요.‘라고 했다. <구황본초(救荒本草)>는 명나라때 주숙이 지은 서적으로 ‘검은콩은 굶주림으로부터 구한다. 싹과 잎이 어릴 때 채취해서 데치거나 삶아서 물에 일궈서 쓴맛을 제거한다. 기름과 소금으로 조리를 해서 먹는다. 콩깍지가 생기면 콩깍지를 채취해서 삶아 먹는다. 혹은 두들겨서 얻은 콩을 먹어도 모두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우선 마을에 있는 검은콩은 모두 구해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의원의 지도하에 검은콩 1되의 껍질을 제거하고 관중(貫衆), 감초 각 1냥, 복령, 창출, 사인 각 5돈을 썰고 찧은 다음 물 5잔에 검은콩 등을 함께 넣고 약한 물로 달였다. 물이 다 졸아들면 다른 약은 골라내어 버리고 검은콩만 취하여 진흙처럼 찧어서 가시연밥만 한 크기로 만들었다. 배가 고플 때면 매번 이 환을 한 개씩 먹는 것이다. 관중(貫衆)은 마치 고사리처럼 생겼다. 우리말로는 회초미라고 부른다. 관중은 늦가을까지도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예로부터 뿌리를 캐서 삶아 먹어서 구충제나 해독제로 사용했다. 옛날에 말이나 소가 꼴풀을 잘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때에는 꼴풀을 끓일 때 관중 1~2매를 같이 삶아 오래도록 먹이면 충(蟲)이 저절로 빠져나왔다. 여기에 감초를 넣어서 해독기능을 높였다. 검은콩과 감초는 감두탕(甘豆湯)의 재료가 되는데, 각 5돈씩 끓여서 먹으면 백약(百藥)과 백물(百物)의 독을 푼다고 했다. 그리고 복령과 창출, 사인을 추가한 것은 곡식을 제외한 이름 모를 초근목피를 먹었을 때 배탈을 막고자 한 목적이었다. 의원은 “이렇게 검은콩으로 환을 만들어 먹으면 피난 길에서 푸성귀를 아무거나 먹어도 종일 배불리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록 평소에는 알지 못하던 이상한 풀이나 나무 종류라도 중독되는 일이 없을 것이요. 그리고 풀뿌리나 나무껍질조차도 마치 밥을 먹는 것처럼 달게 느껴질 것입니다. 의서에는 이 환을 피난대도환(避難大道丸)이라고 했으니 피난할 때 챙기면 길을 크게 밝혀준다는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을 피난대도환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 식구 수대로 나눴다. 피난대도환을 만들다 보니 복령, 백출이나 사인이 모두 동이 났다. 그러자 의원은 “검은콩과 관중 뿌리만을 삶아서 환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검은콩 1되를 곱게 썬 관중 1근과 함께 푹 삶아 검은콩의 향이 진하게 나면 다시 여러 번 뒤집어 펴주고, 관중의 나머지 즙이 다 마르고 나면 관중 찌꺼기는 까불러서 버리고 검은콩만 취하여 빈속에 매일 5~7알씩 먹으면 됩니다. 이 환 또한 며칠만 먹으면 다시는 음식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도가(道家)에서 곡식을 끊고 깊은 산속에서 도를 닦을 때도 검은콩관중환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 환만 있으면 몇 개월 동안 도를 닦는데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고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일종의 단식이나 금식을 하고자 할 때도 먹기도 했다. 사실 검은콩만 익혀 먹어도 곡식을 끊고서도 어느 정도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가능했다. 검정콩을 볶아 익혀서 먹으면 양식을 대신할 수 있었다. 알이 꽉찬 검은콩 21알을 골라 익혀서 주물러서 매일 아침 찬물로 삼키면 된다. 간간이 곡기를 하루정도씩 끊도록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먹으면 그럼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갓난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피난길에는 배고픔도 문제지만 간난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문제였다. 간혹 피난 때 아이들이 울음소리 때문에 적들에게 발각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난 아이들이 울음을 멎지 않을 때는 적들이 들을까 염려되어 길옆에 버리고 가는 부모들까지도 있었다. 어느 부모가 그러고 싶겠느냐마는 주위 사람들의 눈총에 시달려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우는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엄마들은 차갑게 쳐다보는 시선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원은 갓난 아이의 엄마들에게 솜뭉치와 감초 달인 물을 따로 챙겨 주었다. “아이들이 업고서 피난을 갈 때 아이의 입에 감초물을 적셔서 물리시구려. 그럼 아이가 울지 않을 것이요.”라고 안심을 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피난 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적들이 진을 치고 있는 진지 곁을 지나게 되었다. 간난 아이들을 업은 엄마들은 서둘러 솜뭉치를 감초물에 적혀서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단맛이 나는 감초물을 빨면서 소리 내 울지 않았다. 솜 때문에 말소리도 내지 못했다. 솜은 부드러워서 아이의 입이 상하지도 않게 했다. 이렇게 솜뭉치와 감초물이 있어서 안심하고 피난길에 오를 수 있었다. 문제는 배고픔과 지치고 힘듦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식구 수대로 나눈 피난대도환 등을 먹으면서 며칠을 걸었다. 많이들 굶주렸고 지쳐있었다. 그래도 남자나 젊은이들은 견딜만 했으나 너무 어리거나 여자나 노인들은 힘에 부쳤다. 사람들은 달포 정도를 걸어서 산속 깊은 곳으로 왔다. 그곳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난리가 난 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산속이었다. 그곳에는 쌀과 곡식이 넉넉했다. 사람들은 모두 굶주려서 배가 고팠지만 그래도 가장 지치고 허기가 진 사람들에 밥을 얻어 먹이고자 했다. 그때 의원이 나섰다. “잠시 멈추시오. 굶주려 파리해서 죽게 된 사람에게 갑자기 밥을 먹이거나 뜨거운 음식물을 먹게 하면 반드시 죽게 됩니다. 그럴 때는 먼저 장즙(醬汁)을 물에 타서 마시게 한 다음에 식은 죽을 주고 점차 기력을 차리기를 기다려서 점점 죽(粥)과 밥을 먹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흔하게 하는 단식 후에 회복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을 사람들은 산속에 사는 사람들의 배려로 그곳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다가 무사히 자신들의 마을로 되돌아갔다. 의원이 알려준 피난대도환은 나중에 흉년이 들었을 때도 만들어 먹었고, 밥을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쉽게 찌는 사람들에게 식욕을 억제할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검정콩은 여러모로 식량이자 약이 되었다. * 제목의 〇〇〇은 ‘검정콩’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구황본초(救荒本草)> 山黒豆. 救飢, 苗葉嫩時, 採取, 煠熟水淘, 去苦味, 油鹽調食, 結角時, 採角, 煮食, 或打取豆, 食皆可. (산흑두. 굶주림을 구한다. 싹과 잎이 어릴 때 채취해서 데치거나 삶아서 물에 일궈서 쓴맛을 제거한다. 기름과 소금으로 조리를 해서 먹는다. 콩깍지가 생기면 콩깍지를 채취해서 삶아 먹는다. 혹은 두들겨서 콩은 얻어서 먹어도 모두 좋다.) <동의보감> 〇 避難大道丸. 黑豆 一升 去皮, 貫衆, 甘草 各一兩, 茯苓, 蒼朮, 砂仁 各五錢, 剉碎, 用水五盞, 同豆慢火熬煎, 直至水盡, 揀去藥, 取豆擣如泥作芡實大, 磁器密封, 每嚼一丸, 則恣食苗葉, 可爲終日飽. 雖異草殊木, 素所不識, 亦無毒甘甛, 與進飯粮一同. 一方, 黑豆一升, 貫衆 一斤細剉, 同煮豆香熟, 反覆令展盡餘汁, 簸去貫衆, 只取黑豆, 空心, 日啖 五七粒, 任食草木無妨, 忌魚肉, 菜果, 及熱湯. 數日後, 不復思食. (피난대도환. 껍질을 벗긴 검정콩 1되, 관중, 감초 각 1냥, 복령, 창출, 사인 각 5돈을 썰고 부수어 물 5잔에 콩과 함께 약한 불에 물이 사라질 때까지 졸인다. 약을 골라내고 콩을 질게 찧어 검실만 하게 환을 만들어 사기그릇에 밀봉한다. 이것을 1알씩 먹고 식물의 싹이나 잎을 마음대로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부르다. 비록 평소에 알지 못했던 이상한 풀이나 나무라도 독이 없어지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달다. 또는 검정콩 1되, 관중 1근을 얇게 썰어 콩내가 날 정도로 함께 달이고 반복해서 눌러 남은 즙을 다 뺀다. 키로 까불러서 관중을 제거하고 검정콩만 취해 하루에 5~7알씩 빈 속에 먹는다. 초목의 싹이나 잎을 마음대로 먹어도 무방하지만, 생선, 고기, 채소, 과일, 뜨거운 물을 피한다. 먹은 지 며칠이 지나면 음식 생각이 나지 않는다.) 〇 避難止小兒哭法. 用綿作一小毬略, 使滿口而不致閉其氣. 以甘草煎湯, 或甛物, 皆可漬之, 臨時, 縛置兒口中, 使嚥其味, 兒口有物實之, 自不能作聲, 而綿軟不傷兒口. 盖不幸而遇禍難, 啼聲不止, 恐爲賊所聞, 棄之道傍, 哀哉. 用此法, 活人甚衆, 不可不知. (피난 갈 때 소아의 울음을 멎게 하는 방법. 솜을 작고 둥글게 뭉쳐서 입에 채우되, 숨이 막히지 않게 한다. 그리고 감초 달인 물이나 단 것으로 적신다. 위험할 때 아이의 입에 묶어 놓아 그것을 빨게 한다. 아이의 입에 물건이 채워져 있으니 저절로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고 솜은 부드러워서 아이의 입이 상하지도 않는다. 불행히 난리를 만나 울음이 멎지 않을 때는 적들이 들을까 염려되어 길 옆에 버릴 때가 있으니, 아! 슬프구나. 이 방법을 써서 많은 사람을 살렸으니 이것을 모르면 안 된다.) <의림촬요> 〇 黑豆. 炒熟,以棗肉同搗之,爲麨,可以代粮. 左元放救荒年法. 擇取雄黑豆三七粒,生者,熟挼之,令煖氣徹豆心,先一日不食,次早以冷水呑下. 魚肉菜果,不復經口,渴則飮冷水. 初雖小困,十數日後,體力壯健,不復思食矣. (검은콩. 볶아 익혀서 대추육과 함께 찧어서 밀기울처럼 해 먹으면 양식을 대신할 수 있다. 좌원방의 흉년 구휼법. 튼실한 검은콩 날것 21알을 골라 익혀서 주물러 따뜻한 기운이 콩의 가운데까지 뻗치게 한 다음 먼저 하루는 밥을 먹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찬물로 삼킨다. 생선이나 고기, 나물, 과일은 다시는 입에 대지 말고 갈증이 나면 찬물을 마신다. 처음에는 조금 괴로워도 십 수일 후에는 체력이 강건해지고 다시는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1-16 14:22:17[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일상 뒷편에 숨겨진 문제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이는 사회에 전하는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파이낸셜뉴스] "모든 사람이 나를 공격적으로 쳐다보는 줄 알아서 못 나갔어요. 16년 만에 사람 많은 곳에 처음 와봐요." "4년 동안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살았는데, SNS에서만 보던 일상을 나도 누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은둔형 외톨이들이 한 단체가 주최한 모임에 나가, 연신 행복해하며 한 마디씩 내뱉은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하루로 남았다.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은둔형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관계는 물론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과도 심리·정서적 관계를 단절하고 고립된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을 칭한다. 이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무욕구와 무기력에 휩싸여 집 밖을 나갈 힘조차 없어서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방 안에서 보낸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은둔형 외톨이가 복지 사각지대의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떠올랐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혼자 고립되어 있다가 극단 선택을 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7~8월 19~39세 청년 중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54만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조사에 응한 2만1360명 가운데 75.4%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26.7%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성인이 된 직후부터 은둔을 시작했던 A씨는 은둔 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살아야 할 이유, 살면 좋은 이유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숨 쉬듯 의문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이렇듯 스스로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 극단적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취업, 대인관계, 가족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좌절하고 배제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됐다고 토로했다. B씨는 취업 실패 때문에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첫 직장에서 상사와 갈등을 겪다 자신감이 떨어진 채로 퇴사했다. 이후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열등감이 B씨를 사로잡았다. 다시 취업하려 해도 첫 직장의 안 좋았던 기억 때문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고, 그때부터 집 밖으로 나오기가 두려워졌다. 지인들이 연락해 와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집에서 매일 누워 게임하고 영화 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그렇게 B씨는 4년을 세상과 단절한 채 살다가 현재는 지원 단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복 중이다. C씨는 원하지 않았던 오랜 해외 생활로 대인관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둔하게 됐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사업을 따라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됐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C씨에게 언어와 문화 장벽은 친구를 만드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그렇다 할 친구 한 명 만들지 못하고 학창 시절이 지나갔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때부터가 더 큰 문제였다. 한국에서도 C씨는 이방인처럼 여겨진 것이다. 결국 C씨는 대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휴학한 채 긴 은둔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가족관계 때문에 은둔을 시작하게 된 경우도 많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지지보다 성적 관리와 취업만을 강요받거나 사회에서의 실패를 가정 내에서도 '의지 부족' 등으로 평가받으며 비난받은 경우다. '고립·은둔 청년'에 드는 사회적 비용 7조5000억 고립·은둔 청년을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재단법인 청년재단은 청년 고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측정하고 청년의 고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 연구를 기획,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집계된 고립·은둔 청년 비율(3.1%)을 인구 총조사에 나타난 청년 인구에 적용할 경우 고립·은둔 청년 인구는 34만명으로 추산됐다. 연구 결과, 고립·은둔 청년 34만명(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게 연간 약 7조5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비용(비경제활동·직무성과 저하·비출산) 7조2000억원 △정책비용(국민기초생활보장·실업급여 등) 2000억원 △건강비용(질병·조기사망·작업손실) 최대 435억원 등으로 추산됐다. 박주희 재단 사무총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고립청년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 등 지원사업을 시행하면 단기 비용은 증가하지만 청년 고립이 완전히 해소될 경우 1인당 연간 약 22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청년의 고립 해소를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더 많은 청년을 행복하게 하는 길일뿐 아니라 미래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라며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할 정책전달체계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 80%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방법은? 흔히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둔형 외톨이는 세상이 두려울 뿐이지,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 욕구는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8%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은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비영리 민간단체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더유스' 김재열 대표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구나' '사회는 어쩌면 안전한 곳일지 몰라'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회복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더유스를 통해 은둔 생활을 마치고 단체 후원까지 약정한 D씨가 그 대표적 사례다. D씨는 더유스가 진행한 은둔형 외톨이 모임에 매주 세 번씩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김 대표를 비롯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김 대표는 D씨에게 믿을만한 사람을 연결해 주며 직업 체험도 알선해 줬다. D씨는 그곳에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센터를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됐다. 더 놀라운 것은 D씨가 더유스를 후원하고 싶다며 매달 정기 후원을 약정한 것이다. D씨는 당시 후원 이유에 대해 "매번 받기만 하지 않고,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와 주고받은 전화·문자만으로도 회복 사례 누군가와 주고 받은 전화와 문자만으로 회복된 사례도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제자와 은둔형 외톨이 E씨를 연결해주며 매주 연락하면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나고 E씨 부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 대표가 자신의 자녀를 살렸다며 감사하다는 전화였다. E씨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일상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회복됐고, 이후 대학교 생활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친구 만들어주기'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일부 대책에 허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정서적 교류와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찾아가서 만나고 시간과 재정을 들여 오랜 시간 애정을 쏟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들에게 상담사를 붙여준다. 단시간의 상담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돕는 건 공공기관보다는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민간단체와 협력해야만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 누구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은둔형 외톨이를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누구나 힘들 때 도망가고 싶고 숨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처럼, 언제든 나 또한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1-09 14:34:37[파이낸셜뉴스] “소리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면서 사람을 찔렀다” “뛰어다닐 때에는 마치 신나 보였다” “여긴 정말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흉기 난동 피의자 최모(23)씨는 흉기를 휘두르기 전 모닝 차량을 몰고 서현역 앞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이후 최씨는 차량을 역사 앞에 세워둔 채 오후 5시55분쯤 백화점으로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특히 당시는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지하철역에 몰린 상황이어서 행인들이 많았고, 그래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서현역과 연결된 서현AK프라자를 방문했던 주민 문모씨(44)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피의자가 1층에 차를 대고 지하 1층 내려와서 두 명을 찌르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육교에서 사람을 또 찔렀다”며 “소리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면서 흉기를 휘둘러대는 모습이 누가 보면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AK플라자 백화점 입구의 한 의류 매장 직원이라는 20대 A씨는 “난동을 피해 여러 명이 도망치는 걸 봤다”며 “오후 6시8분쯤 백화점에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우르르 뛰쳐나오기에 한 여성분 손을 잡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칼부림 났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현AK프라자에서 근무하는 차씨는 이날 오후 6시쯤 퇴근하다가 흉기 난동 사건 소식을 들었다. 그는 “퇴근하다가 갑자기 소란스럽고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놀라서) 9층까지 도망갔다”고 설명했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다수 목격했다는 20대 여성 A씨는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제 눈 앞에서 벌어지니까 무섭다는 마음보다는 화가 먼저 났다”며 “옷이 피로 물든 피해자들이 여기저기에 누워 있고 목격자들이 저마다 신고를 하고 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대피하라고 말하는 데도 ‘딸이 저기 있는데 어떻게 대피하느냐’고 말하는 피해자 부모도 있었다”며 “현장 상황은 모두가 어찌할 줄 몰라 어수선했고 사람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고 알렸다. C씨는 트위터에 바닥이 혈흔이 묻어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서현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밖에 있는 분들은 나오지 말라”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적잖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6시쯤 피의자 최모씨가 서현역AK플라자 여러층을 오가며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애초 최모씨는 자동차를 타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치었고, 이후 차에서 내려 쇼핑몰로 이동한 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의 연속 범행으로 피해를 피해를 본 부상자는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모두 14명이다. 또 다른 교통사고 피해자 2명은 각각 머리와 무릎을 다쳐 치료받았다. 나머지 1명은 가벼운 부상으로 현장에서 처치받았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20대 여성과 60대 여성이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5분께 최씨를 발견해 현행범 체포했다. 최씨는 ‘불상의 집단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하며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현병 등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최씨의 정신 병력을 확인하고 있다. 마약 간이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그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8-03 23:17:05【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만의 틈새 없이 촘촘한 통합돌봄 서비스가 오는 4월 본격 시작된다. 광주광역시는 돌봄이 필요한 위기의 순간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한 돌봄의 손길이 시민에 닿을 수 있도록 오는 4월 1일부터 돌봄에 돌봄을 더한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28일 시청 잔디광장에서 5개 자치구와 함께 '광주다움 통합돌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선포식은 시민들에게 전국 어디에도 없는 광주만의 돌봄체계인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서비스 시작을 알리고,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행정과 민간 주체들의 참여 의지를 모으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김이강 서구청장, 김병내 남구청장, 문인 북구청장, 박병규 광산구청장, 강은미 국회의원, 광주시의회 정무창 의장과 조석호·박미정 의원, 광주다움 통합돌봄 전담팀(TF) 위원, 지역사회 협력기관 관계자, 동 행정복지센터 사례관리 담당 공무원, 민간 수행기관 돌봄 종사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광주 청년 크로스오버 밴드 '비담'의 공연을 시작으로, 추진경과보고, 사업에 대한 시민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 상영, 시-구 업무협약,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하나하나 완성하자는 의미를 담은 퍼즐 퍼포먼스 등 순으로 진행됐다. 광주시는 서비스 개시를 위해 5개 자치구, 시의회와 함께 전담조직 및 예산을 확보하고, 운영지침 마련, 조례 제정, 보건복지부와 신설 협의, 돌봄콜 개통, 사례관리 담당자 전문교육, 민간 제공인력 사전교육, 13개 협력기관(단체)과 업무협약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광주시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홍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고 오늘날 시민의 자유는 서로 돌봄을 통해 지켜진다"면서 "광주시장으로서 가장 우선적인 책무는 시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돌아보며 돌보는 것인 만큼 돌봄의 책임을 개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시민 곁에서 신속하고 따뜻하게 돌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돌봄을 통해 자랐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생을 마감한다"면서 "돌봄은 내일을 위한 투자이자 우리 부모의 삶, 가족의 삶, 미래 나의 삶을 지키는 일인 만큼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시작이다"라고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시작을 응원했다. 한편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빈틈없는 전 생애주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망 구축이 목표다. 시민 누구나 질병·사고·노쇠·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때 소득·재산·연령·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비용은 기준중위소득 85% 이하 소득자의 경우 연간 150만원 한도 내에서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고, 초과하는 시민은 본인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민의 신청이나 동행정복지센터의 선제적 의무방문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사례가 접수되면 동 사례관리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확인한다. 이후 1대 1 맞춤 돌봄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전문기관과 협력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민간 협업 체계로 운영된다. 우선적으로 기존 제도권 돌봄서비스 연계하되, 기존망에서 부족한 틈새에는 '광주+돌봄(가사·식사·동행·건강·안전·주거편의·일시보호 7대 분야)' 서비스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는 '긴급돌봄' 서비스를 지원해 광주만의 틈새 없이 촘촘한 돌봄망을 완성하게 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3-28 17:40:03[파이낸셜뉴스] 자신이 딸에게 사준 아파트에서 쫓겨나 집 문 앞에서 20일 가까이 숙식을 하는 80대 할머니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운 탓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A씨가 바깥 생활을 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부터였다. 동네 주민은 그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자곤 했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비밀번호가 바뀐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으로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같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이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라고 A씨에게 통보하고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밝혔다. 집주인은 "옛날에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지"라고 탄식했다. 이날 A씨는 집주인의 도움으로 딸과 통화했다. 그러자 딸은 "그게 다 할머니(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였다.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는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하지만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싸웠고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A씨의 지인은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딸과 함께 사는 2년간 밥도 따로 먹고 목욕도 목욕탕 가서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이인철 변호사는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여기를 떠나시는 거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8-22 06:52:46[파이낸셜뉴스]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놀았다가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부터 신고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놀다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너무 황당해서 청원을 올린다"며 "얼마 전 아이들이 인천 영종도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입주민 회장한테 붙잡혀 가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전화도 받지 않고 귀가하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주민이 아닌 어린이들만 골라 경찰에 놀이터 기물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폐쇄회로(CC)TV를 봐도 그런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처벌 할 수 없다는게 맞는 것인지 제발 도와달라"고 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에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이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부모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10일 오전 7시 10분 현재 41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2021-11-10 07:15:48[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 유승민 전 의원이 5일 '부모의 육아휴직 3년으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저출생(저출산) 해결 공약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고 육아에 대한 부모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비대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육아의 경제적 부담 덜기 △엄마, 아빠 모두에게 육아의 시간적 부담 덜기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 등 3가지를 원칙으로 삼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육아휴직을 3년으로 확대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3회에 걸쳐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부모보험 도입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고 했다. 1년차 유급휴직에 더해 2, 3년 차에도 통상임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고용보험 재정의 부족분은 정부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병원이나 의원에서 출산할 경우, 입원에서 퇴원까지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난임부부의 지원대상과 범위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공립·직장어린이집을 확충해 아동의 70%가 공공보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등학교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기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1~6학년의 정규교육 시간을 오후 4시로 단일화하고, 돌봄교실을 4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한다. 유 전 의원은 '육아휴직 3년'의 현실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업의 문화도 바꿔야 하지만 기업에서 상시적으로 대체인력을 쓸 수 있는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안정자금, 대체인력자금 등으로 기업의 비용적 손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5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게는 정부가 더욱 세세하게 대안을 마련해,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육아휴직 제도를 강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모든 걸 법으로 개입해 바꾸긴 어렵다"며 "사회적으로 정부가 아빠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면, 여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노동관계법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갔다는 이유로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고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난임부부 지원 대상과 범위 확대 방안에 대해선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중위소득 180% 이하인 가구에 하고 있는데, 경제적 부담으로 버거워 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며 "중위소득의 180% 이하로 할 게 아니라 전체소득을 보면서 그중 80%까지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원금도 올리는 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여가부는 고유의 영역과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사고가 나도 말 한마디 못하는 여가부가 언제 이런(저출산) 문제를 신경쓰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페미니즘' 관련 발언에 대해선 "윤 후보가 페미니즘과 저출생 문제를 연관시키는 발언을 한 거 같은데 제 생각하고는 조금 결이 다른, 오히려 반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윤 후보의 정확한 워딩과 진의를 몰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제가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고 남자든 여자든 부당한 차별 만들지 않겠다고 하는 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양성평등을 실현하면 할수록 저출생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 그 상징 단어가 독박육아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당 초선모임 강연 중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연장하는 데 악용해선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1-08-05 20: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