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웬만하면 자식을 낳지 말라”는 한 부모의 한탄이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의 많은 공감을 얻으며 화제다. "스무살 넘도록 부모의 지원과 희생 당연한줄 안다" 지난 10일 인테리어, 육아, 결혼, 요리 관련 한 유명 네이버 카페에는 ‘자식 낳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개됐다. 높은 조회수와 다수의 댓글이 달린 해당 글은 큰 공감을 얻으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재수생 자녀가 있는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진짜 착하고 성실하지 않은 자식은 스무살 넘도록 뼈 빠지게 희생해야 되고 내 인생이란 없다”며 “사춘기 때 속 썩이고, 공부 안해서 속 썩이고, 부모의 지원과 희생이 당연한 줄 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식들은 부모가 아파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얼마나 이기적인 것들인지 자식 웬만하며 낳지 마라”며 “정말 내 인생이 없다”고 자녀를 키우며 느낀 고충을 털어놨다. "애때문에 뼈 빠지다가, 내 인생 종친다" 한탄 A씨는 이어 “재수에 대학까지 정말 뼈 빠진다”며 “자식 뒷바라지 하다 노후대책도 못하고 정작 재 인생은 종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병든 몸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재수하는 놈 밥 차려줘야 되고 방 하나를 안 치운다. 스물 넘은 대학생도 부모 희생이 당연한 줄 안다. 애들 뒷바라지하다 인생 저문다”며 “자식 안 낳거나 하나만 낳았어야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무자식이 상팔자" vs "애 키우는 기쁨" 찬반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를 위로하고, 또 A씨의 글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말 공감된다. 내 청춘 내 중년도 끝나가는데 눈 감아야 끝날 것 같다” “제 인생 제일 후회되는 것이 자식 낳은 것이다” “자식걱정 아니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딩크족으로 살 것” 등의 반응을 댓글을 남겼다. 반면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있었다. 이들은 "글에 공감한 사람 중에 애 있는 사람을 절반도 안 될 듯", "아이 키우는 기쁨을 모르는 듯" 등의 의견을 남겼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9-18 06:33:22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부모님 말씀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고 한탄했다. 노소영 관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네 뜻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집안에만 가두어 둔 것, 오지 않는 남편을 계속 기다리라 한 것, 여자의 행복은 가정이 우선이라고 우긴 것 미안하다. 너는 나와는 다른 사람인데 내 욕심에”라고 전했다. 노 관장은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 모든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가엾은 어머니. 오늘 가서 괜찮다고 난 행복하다고 안심시켜드려야겠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라도 잘 키우자”고 덧붙였다. 노 관장은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이다. 노 관장은 최근 자택에서 자녀들과 환갑잔치를 한 소식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 존재와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2017년 11월 조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다음 해 2월 조정 불성립 결정을 했다. 합의 이혼이 실패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이 제기한 소송은 4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지만,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하면서 합의부로 이관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노 관장은 지난 2019년 12월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재산 분할 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이혼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42.29%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SK 주식의 18.29%(1297만5472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노 관장이 요구하는 42.29%는 전체 SK 주식의 약 7.73%에 해당한다. 당시 SK 주식 종가 기준으로는 1조3000억여원이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5-11 15:31:34[파이낸셜뉴스] 4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중학생이 성매매 업소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저지르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며 장기 10년 등을 선고했다. 가해 학생 부모는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했다면서도, 아들의 구속 기간이 길다는 취지로 토로했다. 지난 1일 JTBC에 따르면 A군(15)은 4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닷새 전인 작년 9월 29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장 성매매 업소 상담원에게 “여기 OO빌라인데 좀 젊으신 분으로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른 지역에 사는 성인인 것처럼 꾸며 업소 계좌로 예약금을 미리 보내고 여성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은 오지 않았고 결국 범행에 이르지 못했다. 또 A군은 한 달 동안 오토바이 7대를 훔쳐 지난해 7월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A군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그가 이러한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도예비죄도 추가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성폭행 하고 "신고하면 딸 해친다" 협박도 A군은 지난해 10월 3일 새벽 논산 시내에서 퇴근 중이던 40대 여성 B씨에게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해 태운 뒤 초등학교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범행 과정에서 B씨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A군 측은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엄청난 죄를 저질러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지만, 평소에는 인사도 잘하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 눈물도 흘리는 아이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13일 대전지법 논산지원 형사합의 1부(이현우 재판장)는 A군에게 장기 10년·단기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 "죄질 극히 불량…엄중한 처벌 필요" 재판부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15살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감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자명하고 회복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 측이 제출한 형사공탁금을 거부했고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피해 여성 B씨는 “2개월 넘게 A군 가족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며 “자식에게조차 피해 상황을 차마 밝히지 못했는데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 하던 일도 그만두고 재취업도 못 하게 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군이 더한 벌을 받길 바란다는 B씨는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A군 부모는 JTBC를 통해 “진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을 못했다. 우리가 그분(피해자)한테 죄송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모인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으니까 이런 행동을 했겠죠”라면서도 “(아들이) 이제 만 15년 살았는데 막말로 내가 5년을 못 보고 못 만진다. 피해자분한테는 (형기가) 짧을 수가 있어도 저는 그 5년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1-02 07:24:47[파이낸셜뉴스] #경기 남부에 거주하는 A씨는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의 영어·수학 학원비로 65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아이가 둘이라 학원비 부담에 시달리던 A씨는 문득 주변 학부모들이 학원비로 얼마를 지출하는지 궁금해져 수소문하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또래 학부모 B씨는 수학·과학·영어 학원비로 178만원을 지출하고 있었고, 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 C씨는 학원비로 월 2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한탄했다. 학원비 65만원 정도면 평균이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가 학부모들마저 덮치고 있다. 자녀들의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카드사들의 업황 악화로 인해 생활혜택을 제공하던 '알짜 카드'는 줄줄이 단종되며 생활 속에서 부담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연회비 0원으로 보육·쇼핑·생활요금·교육·육아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국민행복카드'를 포함해 '혜자 카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비는 12만원 증가했는데...'알짜카드'는 사라져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모들의 양육 부담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17세 아동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43만5500원으로 지난 조사 기간(2018년)인 5년 전(31만6600원)보다 약 11만8900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당장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39조9644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연회비 부담이 비교적 적으면서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알짜 카드'는 최근 3년 간 크게 감소했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2021년에 단종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167종, 42종이었다가 지난해 405종, 53종까지 뛰었다. 신용카드만 놓고 보면 142.5% 증가한 수치다. 결국 서민 부모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연회비가 0원 내지 5만원 이내인 동시에 자녀 양육에 필요한 생활 속 혜택을 제공하는 '생활 특화 카드'가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 신한·삼성·KB국민·롯데·BC·우리·하나카드 등에서 발급하는 '국민행복카드'가 대표적이다. 해당 카드는 소지할 경우, 출생신고 이후 200만원을 지원하는 ‘첫만남이용권’ 바우처를 지급받을 수 있어 인지도가 높다. 실제로 KB국민 행복카드의 발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4분기 대비 올해 1·4분기 발급량이 29.9% 증가해 이를 뒷받침한다. ■'연회비 0원'의 행복, 국민행복카드 각 사별로 혜택이 다양하다는 점 또한 국민행복카드의 인기를 견인했다. KB국민 행복카드의 경우 단체보험 무료가입 혜택에 더해 키즈카페와 문화센터 등 교육업종 이용 시 월 최대 2만원 범위 내에서 결제금액의 5%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신한 국민행복카드도 어린이집 및 유치원 부모 분담금, 학원 업종,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에서 10%를 할인해준다. 삼성카드의 국민행복카드 V2는 카드사 중 가장 높은 할인율인 7% 쇼핑 할인율을 제공한다. 하나 국민행복카드는 어린이집, 유치원 결제금액 중 본인부담금을 매월 1만원, 월 1회 할인해주고 롯데 국민행복카드는 병원·약국·산후조리원 업종 이용 시 5%, 어린이집 보육료 및 유치원 유아학비 결제금액 중 본인부담금 1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할인한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전월 카드이용액의 5%를 한도 없이 할인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BC 국민행복카드는 정부 바우처 서비스 중 기저귀∙분유∙생리대 등의 사용처가 국민행복카드 참여 카드사 중 가장 많으며, 친환경 멤버십 서비스인 그린카드 멤버십 서비스를 기본 탑재해 친환경 제품 구매 시 에코머니를 적립해주며, 우리 국민행복카드 S2는 웅진씽크빅, 교원빨간펜 등 학습지 업종에서 7%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이 외에 연회비가 0원인 카드로는 KB국민 스타트럭 카드(화물 유가보조금 카드)와 경차 유류세 환급 및 주유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롯데카드의 '경차 smart(스마트) 롯데카드' 등이 꼽혔다. 저렴한 연회비로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카드로는 모임 특화형 카드인 'KB국민 위시 투게더 카드(연회비 7000원)', 페이북 머니 적립카드인 'BC 고트(GOAT) 카드(연회비 국내 1만2000원)', 병원·관리비 혜택 카드인 하나 '원더 LIVING 카드(연회비 1만9900원), 관리비·공과금 할인카드인 롯데 'LOCA 365(로카 삼육오)' 카드(연회비 2만원) 등이 제시됐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6-10 15:28:51모란흠향(牡丹歆饗). 방금 열린 모란꽃 봉오리 속으로 들어간 벌 한 마리가 나오지 않는다. 가까이 코를 대고 들여다보니 꽃술들 가운데 나둥그러진 벌 한 마리. 모란 향에 기절했다. 마당에 핀 모란이 재건축 과정에서 용케 살아남아서 스무 송이나 꽃봉오리를 맺었다. 개나리가 옆에서 노랑 꽃잎을 아직도 달고 있는데. 자연의 혼돈이 목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본다. 모란의 시계가 자연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 선거판의 혼돈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잡을 것이지만, 자연의 혼돈은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 것인가? 아무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혼돈의 정도를 말해주는 지표다. 40년 전부터 나는 이러한 문제를 강연과 논문으로 소리 높여 거론했다. 자연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모델로 살아보자는 일종의 생태환경운동이었다. 30년 전에는 '똥이 자원이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냐"는 항의도 끊임없었고, '똥'을 입에 담는다는 조롱도 어지간히 뒤따랐다. 그래서 20년 전에는 다시 '똥도 자원이라니까'라는 제목의 책을 발행했다. 전자는 출판사 사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후자의 출판사 대표는 난색을 표시한 적도 있었다. 자연질서를 거스르는 삶이 가져올 파탄이 우리 집 마당에서만이 아니라 이제는 전 지구적으로 총체적인 자연에서 드러나 있다. 일부에서는 '지구탈출' 시험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모두 돈방석에 앉은 자들의 돈놀음일 뿐. 인류에게 적용되는 것은 무상(無常)과 필멸의 질서다. 군비경쟁과 인공위성 제작 과정에서 생산되는 엔트로피는 생각도 않는 것이 세계 과학계의 현실이 아닌가. 그 돈이면, 살림살이의 터전이 눈앞에서 수몰로 진행되고 있는 태평양 섬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 텐데. 학생들과 함께 뉴기니 섬을 찾은 적이 있다.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거대한 섬은 유럽이 식민지를 확장하던 시기 책상 위에서 삼등분으로 나뉘었고, 네덜란드와 독일 그리고 영국 차지가 되면서 외부지배의 가시밭길 역사가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부분적으로 점령했던 일본은 이 섬을 신야마토(新大和)라고 작명하는 포부도 보였다. 태평양을 '대동아해'라고 개명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었다. 이 섬은 토레스해협을 격하여 호주 대륙과 마주 보고 있다. 그 토레스해협의 가운데 위치한 트로브리안드 섬에서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의 명작이 탄생했다. 내가 간 곳은 그 반대편 동북쪽의 비악섬이었다. 파푸아로 불리는 이 지역은 무장독립단체(OPM)의 활동을 탄압하는 인도네시아 군대가 주둔하는 곳이었다.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을의 풍광은 야자수 그늘이 울창하고,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그곳 마을에서 여아가 탄생하면서, 아내의 이름을 여아의 이름으로 승계받아도 좋겠는가 하는 요청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인 움베르또의 딸 이름이 '누미'다. 이제 14세가 되었을 것이다. 해변가의 도로변으로 돌 무더기들이 쌓여 있었고, 한쪽에서는 긴 모래사장에 돌담 쌓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시멘트를 보조해주고, 주민들이 동원돼 산으로부터 돌을 운반하고 인부들이 해안벽을 치고 있었다. 파도가 센 날은 바닷물이 마을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파푸아 사람들의 묘지는 집 주변의 마당이다. 오래전 작고한 조부모의 묘소와 최근 사망한 부모님 묘소들이 마당에 즐비하다. 밤에는 묘소마다 등불을 밝힌다. 그것이 악령 출현을 막기 위한 방법이란다. '까르와르'로 불리는 악령은 잘못된 조상신이라고.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까르와르'는 개의 행동에 의해서 인지된다. 개는 '까르와르'를 볼 수 있다고. 그래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아, 까르와르!"라고 소곤대면서 몸을 움츠리는 시늉을 했다. 조상 묘소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에 함께 있다. 묘소 주변은 시멘트로 되어 있고, 무덤과 무덤 사이에 밧줄을 걸어서 빨래를 널기도 하고, 아이들은 묘소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숨바꼭질도 한다.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죽은 자'의 집인 묘소가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고, 그렇게 해서 올라오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서 길고 긴 해안가에 돌담 시멘트를 구축하고 있었다. 태평양에 산재한 섬들 중에서도 바누아투 쪽이 해수면 상승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섬의 3분의 1이 잠기기 시작했다고 바누아투 총리가 유엔에 호소한 지가 오래되었다. 비악 사람들은 "산 사람은 산으로라도 도망을 가면 되지만, 조상들은 그대로 수장될 운명"이라고 한탄한다. 수장된 조상의 까르와르들은 악령으로 돌변할 것이고, 악령에 시달려야 할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암담한 미래다. 파푸아 사람들은 그야말로 자연에 해를 끼치면서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들의 살림살이는 탄소의 '탄'자도 모르는 방식이다. 기름때가 바닷가의 돌바위에 여기저기 시커멓게 달라붙었다. 태평양을 지나는 선박들과 해상사고로부터 방출된 기름들이 파푸아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위협한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 방식이 저지른 죄과를 엉뚱한 파푸아 사람들이 받고 있다. 알래스카의 이누이트도, 히말라야의 네팔과 랩랜드의 사미 사람들도, 아마존의 인디오들도 모두 기름 한 방울 안 만져보고 기후변화의 일차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서울의 누미가 비악의 누미를 생각한다. 모란흠향이 한 달이나 빨라진 서울 살림을 걱정하는 것이나, 비악 마을의 무덤들이 수장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나 다 부자들의 탄소배출 때문에 일어난 결과인데. 이렇게 잘못 돌아가는 문제는 누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어 가고 있는 현상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고, 피해자도 속속 확인됐다. 피해보상을 위한 입법체계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가진 자'들의 행패를 바라보면서 속수무책인 나를 한탄한들 무슨 소용일까. 그래, 우리는 '법대로' 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입증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도 분명하게 확정된 상태이거늘, 입법체계의 한계를 저주만 하고 있을쏘냐. 국제법이라는 법체계가 적용될 수 없는 대상이라면 우주법이나 세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인류일원론과 공생론에 대한 철학 빈곤의 비극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5-13 18:24:43[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을 맞아, 파이낸셜뉴스는 일상 뒷편의 숨겨진 문제들을 찾아 연속 보도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현주소를 비춰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제작한 '2024 대한민국 보고서'가 10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1. "고객에 치이고, 불경기에 치이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 월급 주는 날마다 마이너스 통장 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네." -10년 차 프랜차이즈 제과점 업주 박모씨(60) #2. "사업 20년 만에 이런 경기 처음이에요. 지난달엔 일한 날이 이틀 밖에 안돼요.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사장들이 많아요. 저희는 그나마 임대료가 안 나가서 다행이지" -20년 차 주방 인테리어 시공업체 사장 홍모씨(51) #3.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드네요. 손님들도 요즘 저가 커피만 찾아요. 작년 1월부터 흑자 난 적이 없다니까요. 부모님 도움으로 꾸역꾸역 살고는 있지만, 이게 맞나 싶네요" -창업 5년 차 개인 카페 운영 선모씨(30)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그야말로 최악 경기"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6일 서울의 '젊은 상권'으로 꼽히는 신촌과 이대 앞 상가 골목엔 임대 안내판이 붙은 빈 점포들이 즐비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과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과거 이대 앞 골목 곳곳에 늘어져 있던 화장품 가게와 옷 가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상가 전체가 비어있는 곳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상가들 사이로 시민들은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들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 증가율과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건수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대변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불황인데, 임금·임대료·원자재값 '트리플 급등'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세 가지는 임금, 임대료, 원자재값 인상이다. 인천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 중이다. 불경기와 인건비 등이 이유다. 박씨는 "임금이 너무 올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본사에 주는 돈과 임대료, 알바비까지 도대체 내가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객들은 빵값이 너무 올랐다고 하지만 원료값이 워낙 올라서 벌 수가 없는 구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바를 안 쓰는 것뿐이다. 알바를 안 쓰고 내가 일하면 그게 내 월급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가는 수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본사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줄자 본사에서는 제품 할인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점주들은 손해를 떠안게 된다. 본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선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9년에 문을 연 선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너무 오른 인건비로 아르바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부업까지 한다며 한숨이다. 선씨는 "손님들도 힘드니까 저가 커피집만 찾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써서 커피 맛을 떨어뜨릴 수도 없고, 커피값도 올릴 수 없으니 악순환"이라고 한탄했다. 십수년간 신촌을 지키고 있는 대형 고깃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근무했다는 조모씨(54). 조씨도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손님이 많이 줄었다. 그전에 손님 100명이 왔다면 지금은 70~80명 정도 오는 것 같다. 예전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불경기 처음인 MZ사장 '직격탄'...대출 연체율 급상승 경기 악화에 고금리까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부터 경고음이 켜졌다. 나이스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335만8499명이 총 1109조6658억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과 비교해 1년 사이 대출자는 8만4851명(2.6%), 대출잔액은 27조400억원(2.5%)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의 연체금액(3개월 이상)은 18조2941억원에서 27조3833억원으로 49.7% 급증했고, 평균 연체율도 1.69%에서 2.47%로 약 0.8%포인트 뛰었다. 특히 사업 경험이나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 증가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30∼39세)가 62.5%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이어 60세 이상 58.0%, 50∼59세 56.0%, 40∼49세 43.7%, 29세 이하 36.1% 순이다. 연체율은 29세 이하(6.59%)에서 최고치를 보였으며, 30대가 3.90%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3.61%)·50대(2.95%)·60세 이상(2.51%)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연체율은 낮아졌다. 이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20·30세대 젊은 자영업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 의원은 "젊은 층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급증하는 대출과 취약한 상환 능력을 감안할 때 이대로 방치하다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적극적인 자영업자 부실 채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너도나도 커피집, 치킨집... 소상공인 경쟁 격화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불황 때 구조조정을 하면 퇴직자들이 나와서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을 하는데, 이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전년(656만8000명)보다 10.1%(723만2000명) 늘었다. 자영업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연 소득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2018년 2136만원에서 2019년 2115만원으로 줄어들었고, 2020년 2049만원, 2021년 1952만원, 2022년 1938만원으로 집계됐다.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 결국 폐업의 길로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거나 사망할 경우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도 크게 늘어,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공제금 지급 건수는 8만4459건이었으나 2021년 9만9388건으로 올랐고, 2022년 9만7850건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2023년 11만9626건으로 상승했다. 공제금 지급액은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7900억원이던 지급액이 2023년에는 1조5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 이후에 경기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복합적인 위기에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임대료, 이자비용 등 여러 비용이 올라갔지만 매출은 감소하고 정체됐다"며 "여기에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수수료 문제도 발생하는데, 예전엔 크지 않았던 비용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경우 비용은 고정성이고 매출은 변동성이라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정책적인 실패와 코로나 등으로 악화됐다"며 "당시 정부에선 재난지원금 등을 조금씩 지원해 줬지만 코로나 여파와 내수 침체로 인해 살아나지 못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내수부양·대출정책 함께 추진해야"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차 본부장은 내수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수를 낮추는 게 결국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것"이라며 "금융권 입장에서는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회수가 안 되기 때문에 이자비용 등을 축소시키거나 대환대출 정책 등 금융 관련 정책들을 유연하게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새출발기금, 배드뱅크 등으로 채무 조정은 했지만 영업 활성화 등에 대한 것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소상공인 이자 비용을 은행에서 이자 환급해 주고, 대환대출도 해주고 있지만 그거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며 "소비 활성화 또는 소상공인의 매출 촉진 방안 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본부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등 고정된 지출에 대한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인건비도 좀 더 적절하게 업종별 구분을 해 (인건비를) 많이 줄 수 있는 업종과 업종별로 구분해서 구조적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화 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희망통장이나 안심통장 등 희망을 주는 통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3-05 20:28:21[파이낸셜뉴스] 시부모님으로부터 '시댁 가까운 곳으로 이사오라'는 요구를 받아 당황스럽다는 며느리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시어머니가 '시댁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아들 셋 중 막내인 남편과 결혼한 A씨는 "시어머니가 결혼 초반에 며느리들 기강 잡으려고 효도 경쟁을 시켰고 합가를 종용했지만 그러다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어머니가) 아들 셋이나 장가보냈는데 아무도 자신들을 모시겠다는 며느리가 없어서 인생을 헛살았다고 한탄한다"며 "막내며느리인 내가 제일 마음이 약해서 본인들을 받아줄 사람으로 점찍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시어머니는 평소 A씨를 향해 "(너를) 혼내면 한마디도 못 하고 울기만 할 것 같다" "앞으로 초등학생, 유치원생 자녀들을 봐주겠다" "우리도 너희 집을 자주 가고 너희도 우리한테 자주 오면 좋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시부모님 모시는 며느리의 감동 스토리' 등 글을 A씨의 카톡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댁에서 오는 전화도 잘 안 받고 말도 최소한으로 하는 등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A씨는 "지금까지 시어머니의 요구를 무시해왔는데 이젠 정말 내 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글을 읽고 "남편이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은데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6 05:19:55[파이낸셜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와 아내 한수자씨가 자폐 아들을 지도하던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여론의 질타가 괴로웠다고 거듭 호소했다. 주씨 부부는 4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이 토로하며, 특수교사 A씨의 유죄 판결 이후 심경을 털어놨다. 주씨는 그간의 비난 여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아내 한씨도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돼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주씨는 또 “제일 끔찍했던 장면이 JTBC ‘사건반장’ 보도 장면이었다”며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옆에선 수화(통역)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9살짜리 장애 아동의 행동을 그렇게 보도하면서 옆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수화가 나오는,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느꼈다”고도 언급했다. 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특수교사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 유예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재판 선고는 지난 1일 이뤄졌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씨 아들은 당시 통합교육을 받던 중 다른 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돌발행동을 해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된 상태였다. 주씨 부부는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씨는 “당시 아들에게 ‘분리가 된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대체행동으로 바꾸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녹음 안에는 학대하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새벽에 녹취를 풀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또 주씨 부부는 몰래 녹음한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거다.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저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라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A씨가 출근하지 못하게 된 이후 해당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7번 교체됐다. 주씨 부부의 신고 때문에 A씨가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이에 주씨는 “결국 백업 교사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학대 혐의로 일을 못한다 해도 다른 선생님이 특수반을 봐주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다른 학부모들과의 갈등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전학을 포기하고 가정에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주씨는 A씨 유죄 선고 당일인 지난 1일 트위치를 통해 “기사가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주호민, 고 이선균 언급하며 괴로움 토로 이와 관련해 주씨는 고(故) 이선균씨를 언급했다. 그는 이선균 사망 소식을 듣고 “그분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말했다. 또 주씨 부부는 판결이 나오기 전 침묵한 이유에 대해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며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고통스러운 반 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교육계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은 경기도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왜곡한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교육 방법이 제한적인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5 07:33:05[파이낸셜뉴스]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특수교육 특성을 간과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인디스쿨 정책연구팀 교육관련법연구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는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아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인디스쿨은 “다양한 행동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명확하고 단호한 특수교사의 생활지도는 교육적 접근을 넘어 학생의 안전과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은 모호성으로 인해 학생 또는 학부모 ‘기분상해죄’라는 한탄 섞인 이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아울러 “불법적으로 녹음된 파일을 증거로 인정한 이번 판례는 대법원 판단에 반할 뿐 아니라 ‘학교 내 촬영·녹음은 사전에 허가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교육부 고시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2심 재판부는 교사의 생활지도가 위축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민 아들 정서적 학대' 혐의 특수교사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곽용헌 판사)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유예 기간에 자격정지 이상 처벌을 받거나 이전에 자격정지 이상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되면 유예한 형을 선고하게 된다. 앞서 A씨는 2022년 9월13일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수업 중 주씨의 아들 B(9)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발언은 주씨의 아내가 아들 외투에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녹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해당 사건 쟁점이었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학대 등 범행에 방어할 능력이 없어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서는 학대 정황을 신속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이 사건 학습실에는 CCTV도 없었고 자폐성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이 피고인으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어서 말로 이뤄지는 정서적 학대 특성상 녹음 외에는 법익을 방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피해 아동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것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곽 판사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이고 그 과정에서 ‘너’, ‘싫어’라고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해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 의존도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여 위와 같은 표현은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며 “전문성을 가진 특수교사인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을 찾은 주씨는 선고 후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당연히 반갑거나 기쁘지 않고 무거운 마음일 뿐”이라며 “이 사건이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와 특수교사 간 어떠한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4 10:23:59【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는 1일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인정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씨 등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은 "녹음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몰래 녹음은 교육현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주씨는 법원 판결에 대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특수교사를 복직시키며 '현장의 특수성'을 강조했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특수교사 유죄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며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먼저 주씨는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선고 공판을 아내와 함께 방청한 뒤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주씨는 특히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방송을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사건의 쟁점인 '몰래 녹취한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강하게 대립했던 임 경기교육감은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법원이 선고한 것은 이해하지만, 궁극적으로 유죄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특수학급 선생님들을 비롯해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신 모든 선생님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판결은 경기도의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며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며 "교실 안에서 장애학생이 남을 공격하거나 자해를 해도, 밖으로 뛰쳐나가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수학급뿐만 아니라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선생님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 교육감은 "특수교육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지면, 특수학생이 받는 공교육 혜택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특수학생과 그 가정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다"며 "그래서 이번 판결은 특수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선생님·학생·학부모 간의 신뢰감으로 유지해온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2-01 13: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