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웬만하면 자식을 낳지 말라”는 한 부모의 한탄이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의 많은 공감을 얻으며 화제다. "스무살 넘도록 부모의 지원과 희생 당연한줄 안다" 지난 10일 인테리어, 육아, 결혼, 요리 관련 한 유명 네이버 카페에는 ‘자식 낳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개됐다. 높은 조회수와 다수의 댓글이 달린 해당 글은 큰 공감을 얻으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재수생 자녀가 있는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진짜 착하고 성실하지 않은 자식은 스무살 넘도록 뼈 빠지게 희생해야 되고 내 인생이란 없다”며 “사춘기 때 속 썩이고, 공부 안해서 속 썩이고, 부모의 지원과 희생이 당연한 줄 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식들은 부모가 아파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얼마나 이기적인 것들인지 자식 웬만하며 낳지 마라”며 “정말 내 인생이 없다”고 자녀를 키우며 느낀 고충을 털어놨다. "애때문에 뼈 빠지다가, 내 인생 종친다" 한탄 A씨는 이어 “재수에 대학까지 정말 뼈 빠진다”며 “자식 뒷바라지 하다 노후대책도 못하고 정작 재 인생은 종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병든 몸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재수하는 놈 밥 차려줘야 되고 방 하나를 안 치운다. 스물 넘은 대학생도 부모 희생이 당연한 줄 안다. 애들 뒷바라지하다 인생 저문다”며 “자식 안 낳거나 하나만 낳았어야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무자식이 상팔자" vs "애 키우는 기쁨" 찬반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를 위로하고, 또 A씨의 글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말 공감된다. 내 청춘 내 중년도 끝나가는데 눈 감아야 끝날 것 같다” “제 인생 제일 후회되는 것이 자식 낳은 것이다” “자식걱정 아니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딩크족으로 살 것” 등의 반응을 댓글을 남겼다. 반면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있었다. 이들은 "글에 공감한 사람 중에 애 있는 사람을 절반도 안 될 듯", "아이 키우는 기쁨을 모르는 듯" 등의 의견을 남겼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9-18 06:33:22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부모님 말씀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고 한탄했다. 노소영 관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네 뜻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집안에만 가두어 둔 것, 오지 않는 남편을 계속 기다리라 한 것, 여자의 행복은 가정이 우선이라고 우긴 것 미안하다. 너는 나와는 다른 사람인데 내 욕심에”라고 전했다. 노 관장은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 모든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가엾은 어머니. 오늘 가서 괜찮다고 난 행복하다고 안심시켜드려야겠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라도 잘 키우자”고 덧붙였다. 노 관장은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이다. 노 관장은 최근 자택에서 자녀들과 환갑잔치를 한 소식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 존재와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2017년 11월 조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다음 해 2월 조정 불성립 결정을 했다. 합의 이혼이 실패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이 제기한 소송은 4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지만,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하면서 합의부로 이관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노 관장은 지난 2019년 12월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재산 분할 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이혼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42.29%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SK 주식의 18.29%(1297만5472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노 관장이 요구하는 42.29%는 전체 SK 주식의 약 7.73%에 해당한다. 당시 SK 주식 종가 기준으로는 1조3000억여원이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5-11 15:31:34[파이낸셜뉴스] 4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중학생이 성매매 업소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저지르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며 장기 10년 등을 선고했다. 가해 학생 부모는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했다면서도, 아들의 구속 기간이 길다는 취지로 토로했다. 지난 1일 JTBC에 따르면 A군(15)은 4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닷새 전인 작년 9월 29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장 성매매 업소 상담원에게 “여기 OO빌라인데 좀 젊으신 분으로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른 지역에 사는 성인인 것처럼 꾸며 업소 계좌로 예약금을 미리 보내고 여성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은 오지 않았고 결국 범행에 이르지 못했다. 또 A군은 한 달 동안 오토바이 7대를 훔쳐 지난해 7월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A군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그가 이러한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도예비죄도 추가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성폭행 하고 "신고하면 딸 해친다" 협박도 A군은 지난해 10월 3일 새벽 논산 시내에서 퇴근 중이던 40대 여성 B씨에게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해 태운 뒤 초등학교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범행 과정에서 B씨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A군 측은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엄청난 죄를 저질러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지만, 평소에는 인사도 잘하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 눈물도 흘리는 아이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13일 대전지법 논산지원 형사합의 1부(이현우 재판장)는 A군에게 장기 10년·단기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 "죄질 극히 불량…엄중한 처벌 필요" 재판부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15살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감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자명하고 회복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 측이 제출한 형사공탁금을 거부했고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피해 여성 B씨는 “2개월 넘게 A군 가족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며 “자식에게조차 피해 상황을 차마 밝히지 못했는데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 하던 일도 그만두고 재취업도 못 하게 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군이 더한 벌을 받길 바란다는 B씨는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A군 부모는 JTBC를 통해 “진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을 못했다. 우리가 그분(피해자)한테 죄송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모인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으니까 이런 행동을 했겠죠”라면서도 “(아들이) 이제 만 15년 살았는데 막말로 내가 5년을 못 보고 못 만진다. 피해자분한테는 (형기가) 짧을 수가 있어도 저는 그 5년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1-02 07:24:47[파이낸셜뉴스] "우리 아이들이 혐오 속에서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40대 가장은두 손에는 해맑은 두 아들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오후에도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 유권자가 오전 대비 많이 늘었다. 임시공휴일을 맞아 투표 겸 외식·나들이를 계획한 가족들이 많았다. 투표소 옆 놀이터와 공원은 뜨거운 햇살에도 아이들과 부모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이들 미래엔 혐오 없길” 차기 대통령 국민 통합 역량 주목 방배2동 제4투표소를 찾은 40대 가장 현모씨는 "아이들이 투표 현장을 경험해봤으면 했다"며 "이번 대선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에게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고 혐오 가득한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방배2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신모씨(27)는 대선 토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토론을 보고 우리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꼈다"며 "비전없는 후보들이 서로 혐오표현을 섞어가며 토론과 유세를 하는 걸 보고 젊은 사람들이 누구를 지지할 수 있겠냐"며 한탄했다. 같은 투표소에서 만난 90대 노부부도 우리 사회의 극단 대립을 걱정했다. 유모씨(90)는 "사회가 옛날 같은 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한국에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안타깝다"며 "젊은 세대가 서로 힘을 합쳐 같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역삼동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갈등 봉합'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땀방울이 맺힌 채 투표소를 찾은 60대 최모씨는 "새로운 대통령은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두루 살피길 바란다"며 "국민들끼리 극단적으로 이념 대립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3일 정오가 지나자 서울시 강남구 한 중학교에 마련된 역삼2동 제5투표소도 유권자들로 발 디딜틈 없었다. 점심시간 이후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는 더 많아져 투표소 밖 계단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무더운 날씨처럼 차기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는 시민들의 뜨거운 의지가 드러났다. 20대 대학생과 아이들에게 투표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30대 부부 등 젊은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어린 자녀에게 "투표소 안에서 아빠가 찍은 사람 번호 크게 소리치면 안돼"라며 유쾌한 당부를 하는 유권자의 모습도 보였다. 쉬는 날 여유로운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다는 직장인 조모씨(34)도 사회 통합을 염원했다. 그는 "성별과 세대 등 우리 사회에 갈등이 너무 심해지고 지난 대선 때부터 갈등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새로운 대통령은 갈라진 사회를 잘 봉합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과 함께 투표소 나들이를 온 여모씨(40대)는 "두 쪽으로 갈라진 사회를 잘 통합해주는 게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기 좋은 미래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공연 할인" "SNS 업로드"...MZ세대 중심 이색 투표 인증 행렬 투표소 앞 이색 인증 장면도 눈에 띄었다. 미리 준비한 투표 인증용지에 도장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유행 탓에 유권자들 일부는 투표를 마친 뒤 핸드폰을 들어 인증 용지를 찍기도 했다. 방배2동 제6투표소에서 만난 김모씨(31)는 "오늘 뮤지컬 공연이 있는데, 미리 배부된 투표 인증 용지에 도장을 찍으면 티켓값을 할인해준다"며 "이런 이벤트들이 투표를 독려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수 그린 '망그러진 곰' 캐릭터에 인증 도장을 찍은 김모씨(23)는 "사전투표 때 친구들이 재밌는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을 보고 귀여워서 따라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도 직접 그린 투표 인증 그림을 업로드했다"며 "재밌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 투표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투표소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평소 좋아하는 ‘헬로키티’ 카드에 도장을 찍은 김모씨(43)는 "손에 찍는 것보다는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늘 넣어다니는 헬로키티 카드에 도장을 찍고 싶었다"고 했다. 대선 본 투표 날인 3일 오후 3시 기준 투표율은 68.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대 대선과 비교해 0.6%포인트(p)높은 수치다. kaya@fnnews.com 최혜림 김형구 기자
2025-06-03 14:49:312010년 말 기획 취재차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청년들, 동네 PC방에서 먹고 자며 지내는 청년들을 만났고 일본 정부 관계자와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취재차 만난 일본 경제 전문가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2010년은 일본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일본이 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일본이 충격을 받은 사건은 무엇인가. 우선 1960년대 후반부터 지켜왔던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겼다.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8790억달러로 일본의 5조4740억달러를 앞질렀다. 일본인들을 더 충격에 빠뜨린 것은 삼성전자의 약진이었다. 그즈음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일본 대표 전자기업의 총매출을 앞섰다. 2010년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154조원이었다. 일본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전자업체들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 잡히면서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이런 사실을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0년쯤 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한국의 성공 방정식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우리의 어깨는 한껏 올라갔다.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의 사례를 예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한국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요구하며 이는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 "한국에서는 교사들이 의사나 엔지니어와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교육을 최고의 직업으로 존경한다." 지난 2011년 국정연설에서는 "우리의 인프라는 한때 세계 최고였지만, 이제는 뒤처졌다"며 "한국의 가정은 이제 우리보다 더 나은 인터넷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 원자력발전, 고속철도 등도 거론했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 중 단연코 한국이 가장 앞서 나갔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끈 나라로 불렸다.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 인재양성 및 경제개발 등이 공통된 특징이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네마리 용 중 경제적으로 가장 성장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으며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만 나온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 성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도 가라앉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경쟁력 자체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만의 약진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만은 네마리 용 중 하나였지만 중국의 약진으로 세계 경제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 중 하나로 거듭났다. 올해 대만 최대 IT 박람회인 '컴퓨텍스 2025'의 위상만 봐도 그렇다. 1981년 대만 컴퓨터 부품 전시회로 출발한 컴퓨텍스는 AI 바람을 타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등 전 세계 34개국 14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아시아 최대 기술전시회로 거듭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I 패권'의 핵심은 대만에 있다고 강조했다. 영 리우 폭스콘 CEO가 젠슨 황을 '리더 오브 팀 타이완'(Leader of Team Taiwan)이라고 소개하자 젠슨 황은 "고, 팀 타이완!"(Go, Team Taiwan!)이라고 화답했다. 이제 며칠 있으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번에는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팀 코리아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2010년 일본이 자존심을 잃었던 그 순간, 우리는 정반대로 자신감을 얻었듯이 오늘의 위기도 분명히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pride@fnnews.com
2025-05-26 18:08:17[파이낸셜뉴스]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해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의대생 최모씨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모씨(26)의 살인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자신과 가깝던 젊은 여성을 너무나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은 말로 할 수 없는 끔찍한 수법과 범행 동기를 보였고 그로 인한 유족의 슬픔과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은 너무 가볍고 상식 범위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보면 피고인이 극도로 불안정했고, 이 사건은 치밀한 계획보다는 극단적 행위 성격이 강하다"고 심리 상태를 고려해달라고 피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의 언니는 "최씨와 그의 가족은 단 한 번도 사죄를 구하는 연락을 한 적이 없고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엄벌을 탄원했다. 그는 "동생은 제가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 위로해 주고 조언해 줬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하나뿐인 동생이었지만 사람의 탈을 쓴 추악한 괴물 때문에 지금은 세상에 없다"고 한탄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 연인 관계이던 A씨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려간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와 A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최씨는 2개월여 만에 A씨를 다그쳐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A씨는 미국 유학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를 알게 된 A씨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과 함께 헤어지라고 하자 최씨는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측은 첫 공판에서 불안장애와 강박 등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으나 감정 결과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살해 고의는 확정적으로 보이고, 범행 방법도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지만 구형량보다는 낮은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5-16 19:57:47[파이낸셜뉴스] 장모님의 권유로 아내까지 다단계 사업에 빠져 부부 간 갈등이 빚어졌다면 이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 키우고 싶다는 남편 1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제보한 남성 A씨는 다단계 사업에 빠진 아내와 이혼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자신을 결혼 10년 차라고 밝힌 A씨는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으며, 결혼생활 내내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다단계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장모님이 아내에게도 권유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아내에게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렸으나 아내는 이미 장모님의 설득에 넘어갔고, "학벌도 필요 없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며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일로 A씨는 아내에게 크게 실망했으며 부부 사이의 대화도 거의 끊어졌다. 그래도 가끔 말이 오갈 때마다 A씨는 그만두라고 계속 설득했고, 아내는 "이미 투자한 돈이 있어 빠져나올 수 없다"라고 답해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A씨는 “아내가 다단계 사업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혼하고 제가 아들을 키우고 싶다”라며 “다단계 사업 행사장과 교육장을 오가는 생활이 아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한탄했다. 이혼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이혼은 싫다면서도, 여전히 다단계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고 전한 A씨는 “아내가 곧 돈이 알아서 들어올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한다”라며 이러한 내용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이혼하게 된다면 아들을 키울 수 있는지 물었다. 변호사 "다단계만으로 이혼 사유 안돼... 구체적 행동 있어야" A씨의 사연을 들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형창 변호사는 "다단계 회사들은 주로 전업주부들을 공략한다“라며 ”출산하고 육아하는 여성들은 경력 단절과 정체성 상실을 겪는다. 경제활동 욕구와 낮은 진입장벽은 다단계에 빠질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하는 다단계 사업이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혼 사유로 주장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단계 사업에 빠져 큰 빚을 지거나 가정을 방치하거나 인간관계가 단절될 경우, 또 다단계 물품을 집에 쌓아둬 주거 공간을 침해하거나 등 결혼생활을 파탄 낼 만한 구체적 행동을 했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가 질문한 친권과 양육권에 대해서는 "결혼 생활 동안 아내와 함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아들과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면 A씨에게 유리한 사정이 된다“라며 ”아내가 다단계 사업에 빠져 양육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으로 근로소득을 얻고 있는 A씨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양육비와 관련해 "이혼을 하더라도 비양육자는 부모로서 아이의 양육에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 소득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양육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이혼 후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왔을 시, 아내의 다단계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소득이 없을지라도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헤어질 결심]을 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헤어질 때는 '지옥을 맛본다'는 이혼, 그들의 속사정과 법률가들의 조언을 듣습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5-13 11:16:45[파이낸셜뉴스] 아들을 괴롭힌 학생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하려던 50대 남성이 오히려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사연이 알려졌다. 괴롭힘 현장 도착한 아버지, 리더 허리띠 붙잡아 지난달 30일 JTBC '사건반장'에 이 사연을 제보한 50대 A씨는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 아들의 전화를 받고 구하러 갔다가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25일 밤 아들과 친구들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또래 학생과 자퇴생 무리로부터 당장 특정 장소로 오라는 협박성 연락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경기도 광주의 한 PC방 인근 사거리로 향했다고 한다. 해당 장소에는 학생 30~40명이 모여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아들과 친구들에게 일대일로 싸우라고 강요했다. 싸움에 휘말린 친구가 다치자 아들은 아버지인 A씨에게 “큰일났다, 친구가 맞고 있다”라며 전화했고 이에 A씨가 아내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A씨와 그의 아내를 둘러싸고 위협했다. 리더로 보이는 학생은 “아저씨 뭐예요?”라며 자기가 피우던 담배를 A씨 입에 갖다 대는 등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때리려면 시원하게 때려라. 난 너 하나만 잡으면 된다"라면서 그 학생의 허리띠를 붙잡았다. "성추행 신고하겠다" 합의 종용하는 문자에.. '공갈죄' 맞고소한 아버지 이후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학생들이 도망치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날 A씨는 자신이 붙잡았던 학생에게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라며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를 받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해당 학생은 지난 밤 A씨가 자신의 허리띠를 꽉 붙잡은 걸 두고 "왜 제 중요 부위를 만지냐? 성추행하시는 거냐"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A씨가 "내가 널 성추행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라고 반박하자 학생은 "아저씨 생각이 그러시면 따로 연락할 거 없고 경찰서에서 보자"면서 실제로 A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더구나 학생 부모도 사과는커녕 성추행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의 부모는 "왜 애들 많이 있는 곳에서 우리 아들을 성추행했냐. 내 아들은 남들 다 보는 데서 신체 부위가 잡힌 채 창피를 당했다"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고, 성추행의 증거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냈다고 한다. 해당 영상에서 A씨는 "사람 봐가면서 까불어라"라고 하자 학생이 "까부는 게 아니라 아저씨가 XX를 만지는데 어떻게 까부냐"라고 대꾸했다. 학생의 말에 A씨가 황당하다는 듯 "그래, 내가 XX 만졌다"면서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훈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학생 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했다. 어린 학생이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고 부모는 여기에 동조하는 이 상황에 너무 분통 터진다"라며 "세상이 무섭게 변한 것 같다"라고 한탄했다. A씨는 해당 학생을 공갈 혐의로 맞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5-02 08:10:49"예전엔 한복집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손님 없이 마감하는 가게가 많아요." 지난 3일 부산진구 범일동 부산진시장에서 만난 김말연 부산진시장 주단부 부녀회장(60대)은 매대에 놓인 한복 원단을 정리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설 연휴가 끝난 시장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오가는 손님도 드물었다. 한복 수요 감소로 인해 전통 한복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한복 소비 감소로 점포 수 40% 뚝 부산진시장은 서울 동대문시장,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전국 3대 혼수 전문시장으로 꼽힌다. 1913년 조선 방직공장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섬유·의류 중심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한복, 폐백용품, 예단 상품 등을 한자리에서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한복을 찾는 손님이 급감하며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변했다. 김 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한복 관련 점포가 250여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150여개로 줄었다"며 "손님이 오지 않으니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산진시장의 한복점 상인들은 "결혼식 한복 수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위치한 범일동에는 예식장이 몰려 있어 결혼 시즌이면 한복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혼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한복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30년 넘게 한복점을 운영한 정호선씨(70대)는 "예전에는 부모들이 '결혼식엔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신랑·신부가 직접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복을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한복은 구매비용이 부담되고 보관도 번거롭다 보니 대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대여 수요마저 줄어 한복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 있는 한복 한복이 국내에서 점점 외면받는 가운데 정작 외국인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20년째 부산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 안나씨(40)는 이날 아기 100일 잔치를 준비 중인 친구 부부와 함께 한복점을 찾았다. 그는 "고려인 남편이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고, 좋은 품질의 한복을 직접 보고 살 수 있어 부부가 만족했다"고 전했다. 그가 방문한 가게의 이인섭씨(50대)는 "외국인, 특히 일본인 관광객이 한복을 많이 찾는다"며 "반면 한국 젊은이들은 한복을 입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유학생들이 귀국할 때 가족 한복을 사 가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들이 한복을 더 반기고 관심을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전통시장 변화 시도부산진시장 내 한복 상인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맞춤 한복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지자 대부분의 점포들이 대여 서비스를 병행하며 운영 방식을 바꿨다. 전통 한복 문화를 되살리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장 상인들은 성년의 날을 맞아 20세 청년 110명을 초청해 한복 체험행사를 열었으며, 신혼부부 10쌍에게 무료 한복 대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젊은 층이 직접 한복을 입어보도록 유도해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김 회장은 "한복 체험 기회는 늘었지만,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진시장 상인들은 "한복이 다시 결혼식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한복을 입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전통 문화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한복 착용 장려정책이나 미디어 홍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일본은 기모노를 전통문화로 인식하고 성년의 날,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입는다"며 "우리도 한복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진시장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시장 내 인프라 개선과 상인들의 서비스 질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한복이 단순한 전통 의상이 아니라 현대적인 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2025-02-06 18:36:28"제사도 안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지난 20일 부산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자갈치 시장과 맞닿은 이곳에서 민어와 돔을 말리며 하루를 시작한 신용식씨(80·여)는 이렇게 말했다. 5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신 씨는 "명절 대목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제수용 생선인 조기, 민어, 도미 같은 품목이 날개 돋친 듯 팔렸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이날,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자갈치 시장과 충무동 골목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과거에는 명절을 준비하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일보다 조금 더 붐비는 정도였다. 상인들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보이소"라고 외치며 호객했지만, 정작 지갑을 여는 이는 드물었다. ■차례 음식도, 매출도 절반고물가와 경기 침체는 시장의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양모씨(59)는 "도매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돈을 안쓴다"라며 "차례를 지내는 집이 줄면서 2마리 사던걸 1마리만 사 간다"라고 말했다. 대신동에서 제수용 조기를 구매하러 온 조혜옥씨(75·여)는 "농산물은 농사짓는 친척으로부터 받고, 생선도 작년에 비해 비싸진 않지만 필요한 양만 구매했다"라고 귀띔했다. 청과물 판매도 상황은 비슷했다. 충무동 골목시장에서 야채와 과일을 파는 고순용씨(63)는 "평소라면 명절을 앞둔 시기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70만 원도 힘들다"라고 했다. 그는 "배와 사과 같은 제수용 과일은 여전히 찾는 손님이 있지만, 예전처럼 박스 단위로 사 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조기와 민어의 가격은 마리당 각각 8000원과 1만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대구 가격은 1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배 역시 지난해 5000원이었던 가격이 올해는 9000원까지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명절 선물 세트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샤인머스캣과 만감류 같은 고급 과일의 판매가 증가했다. ■단골과 '2세대 아지매'만 남은 시장 자갈치 시장은 고령화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상인 대부분이 60~80대에 이르고, 부모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2세대 아지매'들이 그나마 시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젊은 층의 손님이나 관광객의 유입은 크게 줄었다. 10년 전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김모씨(60대·여)는 "요즘은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상권이 죽었다"라며 "젊은 세대나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으니 시장의 활기가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 음식 같은 먹거리나 예쁜 풍경을 만들면 관광객이 올 텐데, 지금의 자갈치 시장은 그런 매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변화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과 신속 배송에 익숙해졌고,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은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예전에는 전국에서 자갈치 시장을 찾아왔지만, 이제는 인근 동네 시장보다도 못하다"라며 현실을 한탄했다. ■정부 대책이 필요하지만 한계 명확 부산시는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해 수산물 비축 물량을 푸는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양씨는 "상품권이나 할인 행사를 하긴 하지만,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서 큰 효과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달 중 개장을 앞둔 '자갈치아지매시장'은 상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다. 현대적인 시설과 먹거리 쇼핑존을 통해 젊은 세대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이지만, 상인들은 시설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자갈치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단순히 할인 행사나 시설 개선을 넘어, 젊은 세대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인들은 자갈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오늘도 손님들을 향해 외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2025-01-21 18:2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