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6. 2.부터 1년간 그리고 2019. 3.부터 2022. 2.까지 3년간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전국에 배치된 3,000명이 넘는 판사 중에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는 20명 내외였다. 형사재판 등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판사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소년심판 업무만 전담했던 판사들만 추려보면 그 수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더라도 보통 1년 아니면 2년 정도 담당하다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4년간의 재판 경험을 가진 필자의 경우 소년심판 업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하여 변호사가 된 현재도 다양한 소년 사건 또는 학폭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이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소년심판에서 가벼운 처분을 받는 방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하나 필자가 보기엔 수박 겉핧기 식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학부모들이 그런 광고성 콘텐츠에 현혹될까봐 걱정된다. 소년심판은 형사재판 보다도 직권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다가 소년부 판사가 조사절자, 심리절차 및 집행절차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인으로 몇 차례 소년심판을 보조한 경험만으로는 소년심판에서 각 절차와 최총 처분이 가지는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기 어렵다. 필자도 소년부 판사 2년 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각 기관의 역할, 처분의 효과 및 절차가 가지는 의미 등을 알게 되었다. 제일 무서운 사람들이 어설프게 알면서 그런 지식을 파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10년 정도 일선 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하다가 처음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을 때 놀랐던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반 재판 업무를 하면서는 현장 검증을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외부 출장이 없었는데 소년부 판사가 되니 부임 초기 6개월 간 1주일에 하루씩 외부 출장이 있었다. 왜냐하면 조사기관이나 처분을 집행하는 기관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소년부 판사사 제대로 조사를 명할 수 있고 적절한 처분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비행예방센터, 각종 6호 시설, 수강명령 및 사회봉사 집행기관 등 대략 40곳이 넘는 기관을 방문하였다. 소년원 등은 1년에 한번 정도 방문하였지만 6호 시설 등은 집행감독 차원에서 6개월에 한번씩 방문하였으니 사실 1년 내내 일주일에 하루는 외부 기관 방문 일정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소년심판 업무를 맡기 전 10년 동안 해왔던 판사 생활과는 너무나 다른 다이내믹한 업무가 당시엔 꽤나 생소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늘 꽉 짜여진 틀속에서 햇빛도 보지 못한채 1주일 내내 기록 속에 파묻혀 생활했던 기존 생활과 달리 동료 소년부 판사 그리고 조사관과 함께 소년들이 조사받거나 수용되어 있는 기관들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그 지방 토속 음식점도 탐방하는 등 좋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또 하나 놀랐던 것이 청소년 참여법정 제도였다. 관내 여러 학교 학생들 중에 모범생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선정하여 그들로 구성된 참여인단이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비행소년의 심리에 참석하여 소년부 판사에게 적합한 부과과제를 건의하는 일종의 참여재판 제도였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참여인단의 스펙쌓기에는 좋은 제도였지만 뭔가 금수저 학생이 흙수저 학생을 망신주는 느낌이 들었고, 그러한 형태의 심리를 받는 과정에서 비행소년이나 그 보호자의 프라이버시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제도로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다른 소년부 판사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현재는 거의 사문화된 제도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웠던 제도는 보호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문화제였다. 서울가정법원, 수원가정법원, 인천가정법원, 춘천지방법원 등은 해마다 돌아가면서 아동복지시설에 위탁된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화제를 개최하였다. 이 문화제는 보호소년들로 하여금 문화제를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전의식, 열정 및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왜냐하면 아동복지시설에 위탁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아 본 적이 없어 대부분 자존감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던 수원가정법원에서 주최한 제8회 청소년문화제는 원래 2019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상 2020년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도 여러 제약을 받는 상황이었다. 청소년 문화제를 준비하기 시작하던 시기인 2020. 5.경에는 이 행사가 열리게 될 2020. 11.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도 6개월 뒤에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오프라인 행사를 전제하고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까지 대관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당초 예상과 달리 쉽게 잡히지 않았고 2020. 7.경에 이르러서는 과연 이 행사가 가능할지, 가능하다 해도 과연 실행하는 것이 적절할지 등에 관한 많은 고민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청소년 문화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청소년 문화제가 6호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이 큰 무대를 경험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니 예년처럼 강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진행 가능한 온라인 방식의 행사를 제안했다. 당시 제안한 방식은 모든 6호 시설에 카메라가 투입되는 다원생중계 방식이었는데, 이런 방식의 온라인 행사를 처음 제안했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설령 실행되더라도 매우 조잡한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행사를 준비하다가 업체와의 갈등으로 무의미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녹화 방송 형식으로 진행하자는 등 여러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다원생중계 방식의 온라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던 박종택 전 수원가정법원장님 덕분에 우리 기획 의도에 맞게 행사를 준비해 줄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업체 선정도 쉽지 않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업체를 선정한 뒤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거의 매주 실무단 회의를 진행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여러 난관들에 부딪쳐 좌절하기도 했었지만 최선의 옵션을 준비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택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그 결과 당시 행사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제가 끝난 후 오프라인 행사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았다(나아가 행사장에서의 비행소년의 이탈 문제 등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았다)는 의견을 내주어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 살레시오에 입소했던 아이들이 라디의 “엄마”라는 노래를 불러 다른 시설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문화제에 참여한 판사들, 조사관들 등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였다. 60여 명의 아이들의 목소리도 제각각, 음정도 제각각이었지만 노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목 놓아 외치는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대부분이 엄마를 알지 못하거나 현재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그 아이들의 목청에 더 큰 울림을 느꼈다. 필자도 그 경연을 본 후 참았던 눈물을 몰래 훔친 뒤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 직접 가수 ‘라디’를 만나 이 날의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요즘같이 화창한 봄날이면 문득문득 소년부 판사 시절이 생각난다. 2019년 당시 소년1단독 판사님이셨던 존경하는 윤웅기 부장판사님과 소년2단독 판사였던 필자는 법원 승합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는데 첫 기관 방문 때의 날씨가 지금과 비슷했다. 두 판사가 경기 남부 전체의 소년 사건을 처리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가 법관 인생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보람찬 순간이었다. 가끔 법원 판사님들과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소년심판 업무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특히 집행기관과의 공조가 잘 안되고 6호 아동복지시설의 수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해야 될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처분에 애로 사항이 많다고 한다. 늘어나는 업무량과 점점 각박해지는 각 기관과의 관계 속에서도 묵묵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년부 판사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4-05 10:03:10[파이낸셜뉴스] 내가 변호사가 된 이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변호사하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냐”와 “어떻게 하면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느냐”인데, 오늘은 좋은 변호사를 찾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한다. 일단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면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연락 잘 되며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 주는 변호사가 제일 좋은 변호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친절과 경청 모두 좋지만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왜냐하면 의뢰인은 변호사와 친구하려고 변호사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의뢰인의 사건을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니면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떤 변호사가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여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하면서도 충분한 것처럼 거짓 광고, 과대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법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언론이나 SNS 등에 최고 전문가로 자주 노출되지만 실제 변론 능력은 형편 없는 변호사들을 보았다. 재판장의 입장에서 보면 주장이나 입증이 너무 부족한데도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앵무새처럼 ‘더 할 것 없으니 종결해주십시오’ 또는 ‘적의 판단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그런 변호사들이다. 이런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대동하는 날이면 갑자기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하는 것처럼 변론을 오버해서 하게 된다. 그리고 쟁점과 관련 없는 지엽적인 이슈를 계속해서 건드린다든지, 여기서 했던 주장을 저기서 반복하면서 서면의 양만 늘리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능하면 재판부가 해당 사안을 의뢰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냥 ‘우리 관점으로 봐주세요, 또는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하면 결과가 어떨지 불보듯 뻔하다. 설득력 있는 법리를 구성하고 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필요한 주장, 입증을 하는 것은 변호사가 해야 할 기본 중 기본 역할인데 그 기본마저 안하거나 놓치는 변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함량 미달의 변호사를 피하고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동종업계 해당 분야에 있는 변호사들을 수소문해서 그들에게 선임하려는 그 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해 물어 보는 것이다. 사실 생각보다 법조계가 좁다. 그래서 아는 법조인을 통해 한두다리, 두세다리만 건너면 해당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고 그 변호사에게 선임계약을 체결할 변호사의 평판 조회를 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다. 특히 선임하려는 변호사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라면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로 같이 일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피해야 할 유형은 100% 승소 장담, 집행유예 보장 등 단정적인 결론을 말하거나 광고하는 변호사들이다. 늘 말하지만 ‘소송물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다.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르게 확정될 수 있고, 똑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서도 법리 구성과 진행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된다. 즉 소송 과정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의뢰인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사실관계만으로는 결론을 전혀 예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도 상담 중 100% 결론을 예측하는 변호사는 사실 전문가라기 보다는 점성술사에 가깝다. 따라서 100% 승소율, 집행유예 보장, 징역 1년 이하 보장, 재산분할 기여도 5:5 확보, 위자료 5,000만 원 등을 단호하게 얘기하거나 광고하는 변호사는 거르는 것이 상책이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변호사는 수임만 하고 업무 수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변호사이다. 내가 변호사로 나와 상담하면서 정말 놀랬던 것이 거의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상담하면서 “변호사님을 선임하게 되면 변호사님이 직접 사건을 수행하는 것이 맞나요?”라고 한결같이 묻는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수임한 사건을 내가 핸들링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그런 질문을 하시냐고 되물어보면 의뢰인들은 “예전에 상담했던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다른 변호사가 사건을 수행하고 있다.’’며 ‘저는 변호사님을 믿고 선임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니 꼭 직접 사건을 수행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담할 때는 경력이 화려하고 경험이 많은 변호사가 나와 직접 사건을 핸들링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수임료 입금 후에는 입 싹 닫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규모가 있는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어쏘 변호사에게 서면 작업 초안을 맡길 수는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책임지고 사건을 장악면서 의뢰인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변호사 업계에는 사실 ‘찍새’와 ‘딱새’라는 은어가 존재한다. 찍새는 말 그대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고, 딱새는 실제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인데, 이런 형태의 사건 수임과 수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려면 의뢰인에게 그 업무 분장에 대해 미리 정확하게 알려주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불안하다면 변호사와 선임계약을 체결할 때 정확하게 누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책임지고 수행할 것인지 계약서에 명시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나는 당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믿고 당신을 선임한 것이므로 사건을 꼭 직접 챙겨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미리 계약서에 명시해 놓으면 돈만 받고 잠적하는 변호사들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터무니 없이 낮은 착수금을 받겠다는 변호사도 조심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도 변호사 업무를 직접해보니 사건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을 진행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는데 나와 특별한 관계도 아닌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낮은 착수금을 부르는 경우에는 수임만 하고 사건에 대해 신경도 안쓸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수소문 끝에 좋은 변호사를 찾았으면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그 변호사를 어느 정도 믿고 그의 전략을 따라주는 것이 좋다. 가끔 수소문 끝에 최고의 프로페셔널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선임해 놓고도 그 변호사를 믿지 못한 채 자기 고집대로만 하다가 소송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를 본다. 좋은 변호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송에서 가장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그 변호사가 마음껏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인이 좋은 의뢰인이 되어 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좋은 변호사를 찾는 과정은 명의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간단한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 만성 후두염으로 병원에 갈 때, 심장수술이나 암수술로 병원에 갈 때 자신을 치료할 의사를 찾는 노력이 다를 것이다.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은 경험이 없는 초짜 변호사나 전문성 없는 지인 변호사에게 맡겨도 된다. 능력만 된다면 ‘나홀로 소송’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소송은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이벤트이고 그 소송 결과는 각자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요한 소송을 함께 할 변호사를 찾기 위해선 심장수술 또는 암수술의 최고 권위자를 찾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3-21 10:40:45[파이낸셜뉴스]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비판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번 결정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종래의 선례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은 수사 기록이 법원에 접수된 날로부터 반환된 날까지의 일수를 구속 기간에서 제외하는 실무를 유지해왔다"며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시간, 즉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일 이번 결정대로 수사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 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돼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이 정리됐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이 쟁점이 형사 절차상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구속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종래의 많은 사건에 대해 부당한 구금상태에서의 공판 진행을 이유로 취소해야 할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3-10 15:35:44[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 바른이 고상교·이원호 전 부장판사를 비롯해 총 21명의 변호사를 영입했다고 10일 밝혔다. 고상교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2007년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중앙지법, 춘천지법 영월지원 등을 거쳐 올해 바른에 합류했다. 18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그는 기업 형사, 반부패·금융경제범죄, 건설소송, 재건축·재개발, 금융 송무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고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서이천 코리아냉동창고 화재 손해배상 소송, 삼성전자 직무발명 보상금 사건 등 주요 민사사건을 맡았으며,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제이유그룹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 등 형사사건도 다수 처리한 바 있다. 이원호 변호사(35기)는 2009년 전주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후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안산지원, 전주지법 등을 거쳐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2021년에는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형사단독재판장을 맡아 다수의 형사사건을 담당했으며, 서울중앙지법 건설전담부 근무 당시 강일리버파크아파트 등 여러 아파트 하자 손해배상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또한, 그는 건설 관련 사건을 다수 처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 간사로 활동했고, 2019년부터 2년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가사합의·항소, 민사신청·집행, 법인회생·파산 등 다양한 송무를 경험했으며, 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로 부임해 사법행정 업무에서도 역량을 쌓았다. 바른에서는 상사·기업송무 그룹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바른은 대유위니아그룹에서 11년간 경영지원, 사업관리, M&A 등 다양한 부서에서 법률·경영 리스크 자문을 담당했던 이형진 변호사(42기)를 비롯해 권혁준(변호사시험 9회), 한재언(10회), 황지혜(11회), 이동현(12회), 김수정(12회) 등 경력 변호사와 13명의 신입 변호사까지 총 21명을 새롭게 영입했다. 김도형 바른 대표변호사는 "법원과 기업, 로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의 합류로 바른의 송무 및 자문 분야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핵심 인재 영입을 통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3-10 11:44:25[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 태평양이 박현규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정혜은 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10일 밝혔다. 박현규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금융범죄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0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창원지검 진주지청, 광주지검 등에서 근무했으며, 2015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서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담당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상장 심사, 상장 폐지 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부장검사,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검사를 역임했고,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기획관으로 가상자산 및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를 맡았다. 그는 태평양 형사그룹의 금융증권 범죄조사대응팀과 조세범죄수사대응팀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정혜은 변호사(35기)는 2006년 판사로 임관해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광주지법, 수원지법 등을 거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행정·형사·민사·도산·가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뤄온 그는 앞으로 태평양 가사분쟁팀 팀장으로서 상속·이혼 관련 업무를 맡는다. 특히 정 변호사는 지난 10여년간 이혼·상속재산분할·성년후견·소년보호 등 가사 사건을 폭넓게 처리해왔으며, 아동학대처벌법 시행규칙 제정, 양육비 산정기준 개정, 주석 민법 개정 작업 등에 참여해 후견제도 연구와 개선에도 기여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며 실무관행에 해박하다는 평을 쌓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수봉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독보적 전문성을 보유한 박현규, 정혜은 변호사의 합류로 금융조세 및 가사 사건 대응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의 일체화 된 협업을 통해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3-10 11:09:58[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 화우는 이오영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9기), 박정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31기), 박동복 전 수원고등법원 고법판사(35기)를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했다고 4일 밝혔다. 서강대학교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오영 변호사는 2000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청주지법에서 도산과 신청 담당 판사, 서울고법에서 건설전담부 판사, 울산지법에서 영장 담당 부장판사, 수원지법에서 형사항소부 부장판사를 역임하며 각급 법원에서 민사, 형사, 신청, 도산 등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하다가 올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퇴직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4년간 서울중앙지법 건설전담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며 부동산·건설 관련 재판을 전담해 왔고, 2023년 건설전문법관으로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건설감정매뉴얼의 집필위원과 법관들이 주로 참고하는 건설재판실무편람의 집필위원장을 맡아 저술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등 부동산·건설 쟁송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박정대 변호사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회사법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대법원 형사근로조 재판연구관으로 노동행정 사건 등을 전담하면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간사를 역임했고,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각 행정합의부 근무,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재임기간 3년을 합쳐 총 7년간 행정사건을 담당했다. 서울행정법원 노동·산재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박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에서 발간 예정인 '행정소송의 이론과 실무'의 집필 및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행정·노동 재판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박동복 변호사는 경찰대학 출신 법조인 가운데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대학 16기를 수석 졸업하며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교육파견을 통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헌법 분야 법학석사를 취득하며 4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최근 4년간 수원고법 고법판사로 재직하며 형사·민사·행정 등 다양한 송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두각을 드러내 온 인물이다. 박 변호사는 창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수원고법 등을 거치면서 중요 형사재판부를 여러 차례 담당해 형사사건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대학 출신 판사로서 수사대응 감각과 역량도 겸비한 형사 사건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법원에서 엘리트 판사들이 거치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3-04 14:55:00[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 YK는 송각엽(사법연수원 31기)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와 김택형(40기)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했다고 4일 밝혔다. 송각엽 변호사는 2002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광주지법 및 인천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최근까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조세, 노동 및 보건 관련 사건을 담당했다. 그는 지난 2013년 '대도'로 불린 조세형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절도)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조씨는 1970~1980년대 부유층과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인 인물로, 2013년 4월 서울 서초동 빌라에 침입해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했던 송 변호사는 "국내외에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외에도 공수처 수사 기록 공개, 방통위원장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류삼영 전 총경 정직처분 취소 청구, 대한체육회장의 직무정지 통보 집행정지 사건, NH투자증권 대표 문책경고 처분 취소 소송, 제약사들의 약제급여 목록 개정 고시 취소 사건, 대형병원 요양급여 관련 소송 등에서도 중요한 법적 판단을 내렸다. 김택형 변호사는 2005년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로 근무하던 중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1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동부지법, 대전지법, 수원지법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 및 형사 재판을 담당하며 마약, 환경, 식품, 보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형사 사건과 집행 및 신청 사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 시절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인 어머니가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딸의 논문을 대리 작성시키고 허위 논문 실적과 봉사활동 내역 등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자료로 사용한 사건을 담당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피고인의 부정행위를 엄중하게 판단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유명 연예인의 마약류 투약 사건, 유명 정치인 관련 위증 사건, 대기업 회장의 국회의원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고위 공직자의 뇌물 수수 사건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여러 사건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3-04 10:54:52[파이낸셜뉴스] 매년 2월은 법원 인사 시즌이다. 그래서 2월의 법원은 매우 어수선하다. 인사를 앞두고 법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임지를 예측해 보기도 하고 동료 법관들의 사직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전보 대상이 아닌 법관들도 자신이 근무하는 법원에 어떤 법관들이 전입해 올까 궁금해하면서 혹시 다른 법원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이른바 ‘벙커’ 또는 ‘벙키’ 법관이 자신이 근무하는 법원에 전입하여 업무에 영향을 줄까 으레 걱정하기도 한다. 인사 발표가 나게 되면 동료들의 영전을 축하해주느라 그리고 비선호 임지로 전보된 선후배 법관들을 위로해 주느라 정신없던 지난 2월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다. 대부분의 법관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한 법원에서 2-3년 정도 근무하면 다른 법원으로 옮겨야 한다. 요즘에는 법관 인사가 인사발령일 기준 4주 정도 전에 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인사발령일 2주 전에야 자신의 다음 임지를 알 수 있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2주 만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이 어느 지역으로 갈지 미리 알 수 없기에 인사 발표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새로운 임지에서 거처를 구하게 된다. 그래서 거주지가 확정될 때까지 1달 이상을 모텔 등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판사는 대담하게도 미리 자신이 가고 싶은 임지 근처에 집을 구해 놓는 경우도 있다. 미리 집을 구해 놓으면 혹시 법원행정처에서 사정을 봐줄까 해서 그렇게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임대차계약 계약금을 몰취 당하는 등 곤욕을 치룬 법관들도 본 적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법관이 지방권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법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법관으로 오래 근무하다 보면 원치 않은 시점에 지방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보통 법관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되기 전에 4년 정도 지방 근무를 하게 되고, 부장판사가 된 이후에도 정년에 이를 때까지 2년 내지 3년의 지방 근무를 두 번 정도 더 하게 된다. 특히 지방법원 부장판사 정도 되는 연배가 되었을 때는 자녀들이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방권으로 전보 시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경우 전보 대상 법관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만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법관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퇴근 후에 자유롭게 취미생활도 할 수 있어서 지방 근무가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법관들은 한창 자녀들에게 신경 써 주어야 할 시기에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외롭게 지내야만 하는 지방 근무를 매우 힘들어했고, 특히 여성 법관들의 경우 더욱 그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법관 인사는 다른 어떤 회사나 공공기관보다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법원은 매일 어떤 결론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인지 판단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형평에 어긋나는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법관마다 개별 인사 마일리지가 있어서 많은 법관들이 선호하는 임지에 자주 배치되었던 법관들은 향후 비선호 임지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즉 비선호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법관들은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고, 선호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법관들은 마일리지가 적게 쌓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마일리지를 법원행정처 인사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로 보인다. 필자의 경우 17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했었는데 그 중 대전에서 3년, 그리고 성남지원에서 2년을 뺀 나머지 12년은 모두 수원에서 근무하였다. 2010년 수원지방법원으로 전보되기 전에는 수원에 단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었기에 내가 수원에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단지 당시 거주지(분당)에서 제일 가까운 법원을 찾다가 수원지방법원으로 가게 되었고, 서울 쪽으로 전보될 시기에는 출·퇴근의 편의를 이유로(아침 시간에 분당에서 서울 쪽으로 가는 교통은 좋지 않지만, 분당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교통은 원활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계속 근무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 수원가정법원이 개원하면서 가사소년전문법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고, 운 좋게 선발됨으로써 그렇게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지방 근무도 최선호 지역인 대전에서 마쳤고, 같은 법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혜택도 보았기 때문에, 만약 ‘인사 마일리지’라는 것이 있다면 나의 인사 마일리지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내가 계속 법관으로 근무했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2024년 2월 수원가정법원에서 만 5년 간의 가사소년전문법관을 마치고 수도권에서 아주 원거리에 있는 비선호 법원으로 전보되었을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장기근무법관 제도의 도입, 스마트워크의 확대 등을 통해 법관들의 잦은 인사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근무법관에 선발되면 다른 법원으로 전보될 걱정 없이 같은 법원에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기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법관들도 미국처럼 같은 법원에 평생 근무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장기근무법관 제도를 점차 확대하면서 대부분의 법관을 장기근무 법관으로 운용하고, 신규 법관 임용은 공석이 생긴 법원만 시행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해마다 인사 시즌이면 성실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여러 법관들이 사직하곤 하는데 물론 다들 각자의 개인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원치 않는 시기에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지방으로 내려가서 근무해야 하는 경향 교류 근무 방식도 사직의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의 경우에도 이것이 주된 사직 이유였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필자에게 법관으로 근무했을 때와 변호사로 일할 때의 장단점을 자주 묻곤 하는데 물론 각 직업의 장단점은 모두 존재하지만서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근무지의 안정성이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늘 인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어느 한 법원에 적응할 만하면 또 다른 법원으로 전보되어야 하는 처지가 늘 신경쓰였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안하다. 사법부가 많은 경험과 연륜을 가진 노련한 법관을 잃는 것은 법원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도 큰 손실이므로, 법관들에 대한 인사가 최소화되고 가능하면 법관들이 평생 한 법원에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2-07 13:54:30[파이낸셜뉴스] 평소 알고 지낸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받고 골프채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사업가 B씨 등 2명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A씨는 2019년 2월 지인 B씨로부터 골프채 세트와 과일 선물 세트 등 총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는데, A씨에게 유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B씨로부터 "사건 확인 좀 해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고 수차례 법원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해 B씨의 사건을 검색·조회한 혐의도 받았다. B씨가 건넨 골프채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가짜' 판정을 받았다. 1심은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법정구속 여부를 물어보는 등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B씨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 8개월이 지난 시점에 골프채 등을 교부한 점에 비춰 보면, 알선 명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심에서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을 혐의에 추가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형사사법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권한 없이 다른 기관 또는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2015년 사건을 조회·검색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면소 판결을 내리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A씨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감봉 3개월에 징계부가금 100여만원 처분을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1-08 10:11:12[파이낸셜뉴스] 내달 법관 인사를 앞두고 윤준(64·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장을 비롯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들이 연달아 사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원장과 서울고법 강승준(58·20기), 김경란(55·23기) 부장판사가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고법판사 일부도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장은 1990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수원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겸임, 수원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베테랑 판사'로 꼽힌다. 윤 원장은 윤관 전 대법원장의 장남으로 대법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표를 제출한 강 고법 부장판사와 김 고법 부장판사도 '엘리트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 고법 부장판사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법원행정처 인사1·3담당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장,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을 지냈다. 김 고법 부장 역시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관의 꽃'이라도 불리는 고법 부장판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기 각 법원 판사가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뽑는 '법원장 추천제' 도입으로 과거에도 대거 이탈한 바 있다. 아울러 '김명수 체제'에서 서울고법에서 5년을 근무하면 지방에서 3년을 근무하도록 한 것도 고법 부장판사들의 이탈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정기인사에서는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고법 부장판사도 법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는 상태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5-01-03 13:2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