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관장 김종해)에서 운영 중인 상설전시실에는 바다와 그 위를 나는 학, 복숭아인 반도를 중심으로 그려진 해학반도도(사진)가 전시돼 있다. 파도가 치며 넘실거리는 바다 위로 학이 날고 있다. 푸른 괴석 위의 커다란 나무 두 그루에는 복숭아가 매달려 있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서왕모의 요지에서 불로장생의 복숭아가 열린 장면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6폭의 병풍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실이나 상류층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면서 처소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했으며, 각종 행사를 기념하는 병풍으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9-05 18:46:20【함양=오성택 기자】 경남 함양군 지리산자락 창원마을이 불로장생 함양 제1호 장수마을로 선정됐다. 함양군은 18일 마천면 창원마을에서 함양 장수마을 선포 및 현판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함양군의 고령인구비율은 31.5%로 경남 평균(15.5%)보다 월등히 높아 이번 장수마을 선포를 통해 100세 시대 농촌마을의 건강하고 모범적인 장수마을 육성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장수문화를 정립한다는 전략이다. 군은 이번 장수마을 선포식을 기점으로 주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학습 및 사회활동, 환경조성 등의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건강위원을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 △건강취약계층과 소외계층 특별관리 △질병예방과 재활 지원 등 건강관리 기반 조성 △벽화그리기 등 아름다운 마을 조성을 통한 관광 인프라 구축 △노래교실·웃음교실 등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기로 했다. 군은 1호 장수마을인 창원마을을 시범마을로 운영한 후, 오는 2020년까지 군내 11개 읍면을 장수마을로 확대해 귀농·귀촌 인구 유입은 물론, 전국 최고의 건강마을 조성으로 차별화된 고품격 관광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마을주민들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익한 건강정보와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며 “전국 최고의 장수마을이 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9-03-18 14:46:32[제주=좌승훈 기자]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제주용암수가 내년 하반기에 중국 프리미엄 생수시장에 제주 용암해수(염지하수)로 만든 기능성 혼합음료를 내놓는다. 음료산업은 건강기능식품·프리미엄 디저트·간편 대용식과 함께 오리온이 글로벌 종합식품화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4대 신사업 중 하나다. ㈜제주용암수는 3000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2만9752㎡ 부지에 기능성 혼합음료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75% 가량 된다. 생산공장에 이어 물류센터 등도 구축된다. 제주 용암해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만드는 삼다수와 취수원이 다르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 암반층에 여과된 후 담수층 아래에 형성된 것으로 미네랄이 풍부해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제주용암수는 내년 상반기 중 제품 출시와 함께 국내 시판을 통해 검증과정을 거친 후, 광저우지역을 시작으로 중국 프리미엄 물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현재 국내 먹는 샘물 제조사는 60개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여서 중국시장에 주력한다는 게 ㈜제주용암수의 설명이다. 중국 생수시장 규모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2000억위안(34조원)으로 국내 생수시장(1조원)의 30배가 넘고, 성장세를 계속하는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불로장생(不老長生·늙지 않고 오래 삶)'을 꿈꿨던 중국 진시황이 사자 서복(徐福)을 시켜 불로초를 찾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제주용암수와 불로장생 콘셉트를 결합해 오리온이 중국서 이룬 초코파이 신화를 음료시장에도 다시 한 번 써 내려 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오리온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9월 제주용암수가 공장 설비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228억원 규모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이에 따라 제주용암수 지분율이 57%에서 86.9%로 높아졌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12-24 13:52:43▲ 사진=이승훈 기자 배우 이다해와 류수영이 유쾌발랄 주말극을 함께 만든다. SBS 새 주말드라마 '착한마녀전'(극본 윤영미/연출 오세강) 팀은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작품을 직접 소개했다. 이날 오세강 PD와 배우 이다해, 류수영, 안우연, AOA 혜정, 배수빈, 라붐 솔빈, 윤세아, 심형탁이 참석해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착한마녀전'은 착한 주부가 전혀 다른 성격의 쌍둥이 동생의 부탁으로 스튜어디스 일을 하면서 이중생활을 펼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다해가 쌍둥이 1인 2역을 맡았고, 항공사를 배경으로 류수영이 파일럿, 안우연이 CEO의 아들, 혜정과 솔빈이 승무원으로 각각 분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이번 작품에 대해 류수영은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소개했다. 배수빈과 심형탁은 전작을 함께 한 오세강 PD에게 직접 섭외됐다. 첫 주연에 나서는 안우연은 "오디션 때 첫사랑 얘기를 했다. 열심히 하겠다. 많은 사랑을 받고 저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4년 만에 국내 드라마에 복귀하는 이다해는 "한국 작품을 늘 하고 싶었는데 중국에서 연기를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착한마녀전'은 욕심이 났던 작품"이라며 "주부 역할도 잘 할 수 있다고 작가님을 설득했다. 1인 2역이지만 쌍둥이라서 이질감이 보이지 않도록 하려 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활동을 겸하고 있는 신혜정과 안솔빈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를 선보인다. 신혜정은 "대본리딩을 했을 때 솔빈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언을 해주기보다 같이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대본을 맞춰주면서 서로에게 응원을 해주는 관계"라고 말해 연기력을 기대케 했다. 이다해는 "밝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수영은 "저희 드라마를 보시면 많이 웃어서 불로장생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시청을 독려했다. 안우연은 "시청률 25% 돌파 시 마이클 잭슨 댄스 영상을 찍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웃음을 자아냈다. '착한마녀전'은 오는 3일 오후 8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hostory_star@fnnews.com fn스타 이호연 기자
2018-03-02 15:26:42해피투게더 김지민(사진=DB) 김지민이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는 아버지의 일화를 공개했다. 7일 방송되는 KBS2 ‘해피투게더3’에는 팔랑귀 때문에 각종 사기를 당한 김광규, 인터넷쇼핑의 중독자 김지훈, 남의 말을 쉽게 믿어버린다는 김지민, 알고보니 중고사이트 마니아인 장미여관의 육중완, 예능계 대표적 팔랑귀 천명훈이 나와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다. 특히 김지민은 남의 말을 철썩 같이 잘 믿는다며 “팔랑귀도 유전이다. 부모님도 다 귀가 얇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녀는 “아버지는 불로장생을 위해 30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해 온 적 있다”며 “아버지의 지인분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누에가루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고 말해서 그 제품을 구매해왔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김지민은 “그 뒤로 아버지가 우리가 밥 먹으면 그 위에 누에가루를 뿌려준다”라며 “진짜 안 죽고 싶으셨나보다. 근데 그 뒤로 잔병치레가 더 많아졌다”고 반전 결말을 고백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한편 ‘해피투게더3’는 7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ju-hui3@starnnews.com임주희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3-11-07 21:33:51[광명=강근주 기자] 경륜이 오는 10월15일 출범 24돌을 맞는다. 그동안 벨로드롬을 누빈 선수는 1기 111명을 시작으로 작년 훈련원을 졸업한 23기까지 총 11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1기 원년 멤버는 7명, 2기는 8명, 3기는 4명이 벨로드롬을 밟고 있다. 경륜 원년 ‘달리는 보증수표’로 꼽히던 은종진, 2기 4대천왕 중 황제 조호성 등은 이제 경륜의 레전드가 됐다. 영원할 것 같던 ‘은륜 스타’도 나이에 따른 체력적 열세. 각종 부상 후유증, 개인사로 벨로드롬을 떠났다. 이는 냉혹한 승부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3기 김우병(46) 선수는 세월도 비켜갔다. 김우병은 남강중-영등포공고 시절 잠깐 선수로 뛰었다. 성적이 신통치 않아 실업팀 입단이 좌절됐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남달라 각종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며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결국 경륜 3기로 프로 선수가 됐다. 훈련원 성적은 42명 중 8위로 언뜻 보면 준수하다. 그러나 3기는 역대 기수 중 최약체로 평가받을 만큼 비 선수 출신이 많아 ‘외인부대’ 별칭도 얻었다. 국가대표 출신이 즐비한 2기나 아마에서 프로로 직행한 젊은피가 많은 4기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여서다. 특히 김우병은 신장 168센티에 몸무게 70kg도 안돼 경륜 팬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김우병은 전매특허인 선행 전법으로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선발급에선 강자, 우수급은 복병으로 성장해 나갔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 ‘꾸준함’이다. 그동안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로 경륜 그랑프리는 물론 각종 대상 경주를 휩쓸며 벨로드롬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지성환, 현병철, 동기 중 수석으로 졸업한 ‘도로 제왕’ 용석길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선발급으로 추락했고 상당수 국가대표 출신도 성적 불량으로 벨로드롬을 떠났지만 김우병은 장수하고 있다. 이들 선수가 한창 잘 나갈 때 김우병은 한 번도 이들과 경기를 같이 하지 못했다. 특선급 경기는 김우병에겐 그저 꿈의 무대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들 선수는 김우병과 동갑이거나 오히려 적다. 장수하는 비결은 꾸준함이다. 데뷔 초인 1996년 김우병은 승률이 11%, 연대율 22%였다. 가장 좋을 때는 2012∼2013년으로 승률 27%, 연대율 45%다. 올해 시즌 성적은 승률 19%, 연대율 41%를 기록하고 있다. 20년 넘게 별반 차이가 없는 성적표다. 경기 내용은 더욱 알차다. 경륜 선수는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선행 같은 자력 승부에서 마크 추입 같은 기교파로 변신한다. 경륜 선수로는 이미 환갑을 넘겼으나 김우병은 자력 승부로 따낸 입상률이 50%나 된다. 이는 남의 도움 없이 순수 본인의 힘으로 달성한 성적이라 더욱 값지다. 덕분에 과거 김우병이 올려보던 선수들이 지금은 김우병 뒤에 붙어가려 애쓰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웬만한 경주에서 위치 선정 또한 큰 어려움이 없다. 실력 있는 노장으로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쯤 되면 ‘세월에 장사 없다’는 속언이 김우병에게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같은 등급 내에서 꾸준한 성적을 그것도 같은 전법으로 20년 간 유지하는 선수는 거의 전무하다. 아들-조카뻘 후배들이 ‘어디 불로초라도 드시냐’고 농담을 던질 만하다. 당연히 불로초는 없다. 몸에 해로운 일을 삼가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꾸준한 연습만이 비결이다. 특히 경륜을 통해 얻은 훈련 방법이나 체력 관리는 그만의 노하우 중 핵심 결정체다. 김우병는 1기 허은회, 장보규에 못지않은 최장수 선수로 남기를 희망한다. 현재 추세라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경륜 전문가는 대체로 “경륜에선 개인능력 만큼 연대가 승패를 좌우하는데, 김우병은 흔한 인맥조차도 없다. 이런 불리함을 넘어서 한결같은 성적을 내는 모습은 벨로드롬에 꼭 필요한 보석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8-09-22 11:31:49[파이낸셜뉴스] 액티브 ETF의 명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TIMEFOLIO 글로벌안티에이징바이오액티브 ETF’를 오는 7월 2일 신규 상장한다고 26일 밝혔다. ‘TIMEFOLIO 글로벌안티에이징바이오액티브 ETF’는 KEDI 글로벌 불로장생 바이오 지수를 비교지수로 하는 액티브 ETF이며 고령화사회에서 만성질환이 되어가고 있는 비만과 당뇨, 치매 및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글로벌 탑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요 투자종목으로는 글로벌 탑 비만치료제인 젭바운드, 오젬픽을 만드는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와 키트루다를 보유한 글로벌 탑 항암제 기업인 머크, 떠오르는 차세대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인 바이킹테라퓨릭스,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등 다양한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파마리서치, 휴젤 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ETF의 운용역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이정욱 부장은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며 건강한 장수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며, 최근 비만과 치매가 건강한 노후를 위해 극복해야할 질병으로 그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할 만큼 비만과 당뇨 치료에 대한 관심도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60%이상을 미국이 차지하고 덴마크, 독일 등 유럽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빅파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는 만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고 기술력, 재무 건전성 등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서 시의 적절하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리서치를 통해 운용하는 액티브 ETF가 가장 적합한 투자상품이다” 라고 설명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4-06-26 11:13:1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에 한 의원이 있었다. 그 의원은 붉은 색 광물인 주사(朱砂)를 약으로 많이 사용해서 난치병 환자를 치료했다. 주사는 단사(丹砂)라고도 한다. 주(朱)자나 단(丹)자는 모두 색이 붉다는 의미다. 의서에 보면 주사는 심(心)에 들어가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심신안정 효과가 있는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이나 주사안신환(朱砂安神丸)과 같은 처방에 주사가 들어간다. 환약 이름에 단(丹) 자가 쓰인 것은 귀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보통 주사가루를 입혀서 색이 붉은 것들이다. 연금술사들도 주사를 많아 사용했다. 연금술사들은 “만약 장생하여 늙지 않고 명(命)을 보호하고 신(神)을 안정시키고자 할 때는 단사(丹砂, 주사)를 먹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주사를 이용해서 불로장생약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민간에서도 주사를 먹었다. 또한 귀신을 물리친다고 믿어서 부적의 붉은 글씨를 쓰는데도 사용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주사는 황화수은 화합물로 수은을 제거해서 사용해야 했다. 주사에 포함된 수은을 제거하는 것을 수비(水飛)한다고 하는데, 수비하는 과정은 무척 까다롭고 수고로운 작업이다. 의원은 먼저 주사를 유발에 넣고 잘게 깨서 갈아냈다. 그러고 나서 자석으로 철가루를 제거했다. 그 다음에는 유발에 물을 채워 넣은 후 물과 섞여 있는 주사를 절구공이로 곱게 빻았다. 물을 넣지 않고 갈아내면 열에 의해서 수은이 기화되면서 호흡기로 흡입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 실명을 할 수도 있다. 유발에 물을 넣고 주사가루를 아주 곱게 빻으면 현탁액처럼 섞인다. 이때 위로 뜬 것들을 깨끗한 그릇에 옮겨서 침전시켜 말린다. 말린 주사에 다시 물을 넣고 갈아 주는데 이렇게 걸러내서 말리는 과정을 7번 반복한다. 그러면 수은독성이 제거된 수비주사(水飛朱砂)를 얻을 수 있다. 의원의 약방에는 환자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로 정신이 없거나 미친 것 같고,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벌렁거리고 깜짝깜짝 잘 놀라는 환자들이 많았다. 의원은 수비주사를 처방해서 명의라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의 의원들은 명의가 도대체 어떤 약을 쓰는지 궁금했다. 어느 날 한 의원이 명의에게 “의원님은 대체 어떤 비방이 있기에 그리 심약한 환자들이 처방만 하면 낫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그러나 명의는 “제 처방은 별것이 없습니다. 주사를 수비해서 사용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그 붉은 주사 말씀인가요?”하고 놀랐다. 이 말을 들은 의원들은 자신들도 수비주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돈에만 관심이 있고 용렬했기에 정성을 가하지 않고 수비를 대충 대충했다. 그래서 이들의 수비주사에는 수은이 여전히 그대로 함유되어 있었다. 심지어 만들어 놓은 수비주사가 없으면 주사를 불에 구워서 그냥 곱게 갈아서 가루내어 사용하기까지도 했다. 수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제대로 수비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원들은 그들이 만든 수비주사를 환약에 넣어 환자들에게 처방했다. 그런데 이 처방을 복용한 환자들은 얼굴빛이 붉어지고 가슴이 불타는 듯했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 아팠고 복통과 함께 구토, 설사도 있었다. 오랫동안 복용한 환자들의 입안에는 구창(口瘡)이 가득했다. 바로 수은중독이었다. 의원들은 명의를 찾아 항의를 했다. 한 의원이 “당신이 알려준 방법대로 주사를 환자들에게 처방했더니 화염(火炎)과 같은 부작용이 심해서 모두들 더 큰 병을 얻었다고 아우성이니 이를 어쩌란 말이요?”라고 하면서 삿대질을 하면서 항의했다. 그러나 명의는 의원들이 수비주사를 대충 만들어 처방했다는 것을 알고 “당신들은 어쩌자고 제대로 수비도 안된 주사를 함부로 약에 넣었단 말이요. 주사는 오독(五毒) 중에 하나요. 주사에는 대열(大熱)한 독이 있어서 수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사는 심신을 진정시키고 길러 주지만 수비를 하더라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새로운 병이 생길 뿐입니다. 자칫 황천길로 갈 수도 있소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의원들은 깜짝 놀랐다. 의원들은 겁이 났다. 한 의원이 벌벌 떨면서 “그렇다면 해독을 시키는 처방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오. 제가 처방한 주사를 먹고서 환자들이 죽을 것 같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라고 사정을 했다. 명의는 “그렇다면 돼지고기를 먹이도록 하시오. 의서에 보면 돼지고기는 맛은 시고 성질은 차서 특히 주사의 독을 억누르고 열독을 누르고 수은중독으로 인한 풍증(風症)을 풀어주고 흙구덩이 속의 나쁜 기운에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고 했소이다. 요즘 유황도 많이 먹는데, 돼지고기는 또한 유황의 독을 푸는 효과도 있소이다.”라고 했다. 과거에는 허리나 음부의 냉증, 다리가 차고 아프며 힘이 없을 때, 근골을 튼튼히 하고 양기를 키우고자 유황을 먹었다. 유황도 성질이 아주 뜨겁고 독이 있다. 그래서 유황도 곱게 살아서 수비해서 써야 했다. 그러나 제대로 수비를 안하거나 너무 많이 복용하면 독성이 생긴다. 명의는 이어서 “주사독으로 열이 나고 매우 위독할 때는 살찐 기름진 돼지고기 5근, 파와 염교 각 반 근을 삶아서 먹거나 국을 만들어 먹게 하면 좋소. 이렇게 하면서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면서 열독이 설사로 빠져나오는 것이요.”라고 일러주었다. 돼지고기에는 아연, 셀레늄과 함께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중금속을 흡착해서 배출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황함유식품도 중금속 배출효과가 있어 파, 염교, 마늘, 양파, 콩, 계란 노른자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명의가 돼지고기와 함께 파와 염교를 함께 삶아 먹으란 것도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러자 또 다른 의원이 “돼지고기는 가난한 집안은 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돼지비계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명의는 “돼지비계도 좋소이다. 돼지비계는 장위를 매끄럽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부종에도 좋고, 주사나 석웅황과 같은 독을 제거하고 제반 간독(肝毒)을 제거하면서 풍열(風熱)을 제거하고 폐를 촉촉하게 하기 때문에 갑자기 목이 쉬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상기가 되면서 기침이 나는 것에 특효하오. 특히 광물성 독과 흙 속의 독을 제거하는데 좋아서 요즘처럼 토우(土雨)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돼지비계를 일부러라도 먹는 것이 좋소.”라고 했다. 토우(土雨)는 흙비로 요즘의 황사비에 해당한다. 명의의 설명을 듣고서 한 의원이 의아해하면서 “많은 육류 중에 하필 돼지고기만 그런 효능이 있다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명의는 “돼지는 수(水)에 속하면서 성질이 차서 화열(火熱)을 제거하고 열독을 씻어내는 효능이 있기 때문인 것이요. 참고로 유황독은 돼지고기 좋지만 오리고기를 끓여서 먹어도 도움이 됩니다. 오리고기 또한 냉성으로 열독을 푸는 효과가 있소이다.”라고 했다. 의원들은 서둘러서 주사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에게 돼지고기와 파, 염교 등을 넣어 삶아 먹게 했다. 그랬더니 상열감이 줄고 얼굴이 붉은 것이 가라앉았으며, 설사를 하고 나더니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았던 흉격과 장위의 열기도 사라졌다. 실제로 옛날에는 주사를 약으로 함부로 사용해서 주사독(朱砂毒), 단사독(丹砂毒), 유황독(硫黃毒)에 관련된 내용이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해독하는 방법이 필요했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해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도 수비주사를 약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조심해야 한다.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도 일을 마치면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경험에 의한 식이요법이었겠지만 일리가 있는 해독법이다. 요즘에도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을 하거나 봄철 황사가 많이 부는 날에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비웃을 일이 아니다. * 제목의 ○○은 ‘돼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活幼心書> 水飛硃砂. 先以碎石引去鐵屑, 次用水乳缽內細杵, 取浮者飛過, 淨器中澄清去上余水, 如此法一般精製, 見硃砂盡乾用. (수비주사. 먼저 자석으로 철가루를 제거하고 그 다음 물을 써서 유발에서 절구공이로 곱게 빻는다. 물에 뜬 것을 취해서 깨끗한 그릇에 옮겨서 침전시키고 물을 따라 낸다. 이와 같은 것이 일반적인 정제법인데, 주사가 보이면 말려서 쓴다.) <본초강목> ○ 丹砂. 身體五臟百病, 養精神, 安魂魄, 益氣明目, 殺精魅邪惡鬼. 久服通神明不老. (단사. 신체와 오장의 온갖 병을 치료하고, 정신을 기르고 혼백을 안정시키며, 기를 북돋우고 눈을 밝게 한다. 요사한 귀신과 사악한 악귀를 죽인다. 오래 복용하면 신명이 통하여 늙지 않게 된다.) ○ 朱砂鎭養心神, 但宜生使. 若煉服, 少有不作疾者. 一醫疾, 服伏火者數粒, 一旦大熱, 數夕而斃. (주사는 심신을 진정시키고 길러 주지만 생으로 하여 사약으로 써야한다. 제련하여 복용하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적다. 어떤 의원이 질병을 앓자 단사를 불에 복하여 몇 알을 복용하였는데, 하루 지난 아침에 심한 열이 나다 며칠 뒤에 죽었다.) ○ 豭猪肉. 酸冷無毒. 壓丹石, 解熱毒, 宜肥熱人食之. 補腎氣虛竭.千金 療水銀風, 並中土坑惡氣. (숫돼지고기. 맛은 시고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단석약의 독을 억누르고, 열독을 풀어주므로 비만하고 열이 나는 사람이 먹으면 알맞다. 신기가 허하거나 고갈된 것을 보해 준다. 수은 중독으로 인한 풍증을 풀어 주고 흙구덩이 속의 나쁜 기운에 중독된 것을 풀어 준다.) ○ 脂膏. 煎膏藥, 解斑蝥ㆍ芫靑毒.別錄 解地膽ㆍ亭長ㆍ野葛ㆍ硫黃毒ㆍ諸肝毒, 利腸胃, 通小便, 除五疸水腫, 生毛髮. 利血脈, 散風熱, 潤肺. 入膏藥, 主諸瘡. (돼지비계. 맛은 달고 성질은 약간 차고 독이 없다. 졸여서 고약을 만들어 쓰면 반묘나 원청의 독을 풀어 준다. 지담, 정장, 야갈, 석유황의 독을 풀어 주고, 여러 가지 간의 독을 풀어 준다. 장위를 매끄럽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오달과 수종을 제거하고, 모발을 나게 한다. 풍열을 흩어 내며, 폐를 자윤한다. 고약에 넣으면 여러 가지 창을 주치한다.) <동의보감> ○ 豚肉. 性寒一云涼, 味苦, 微毒. 解熱. 療水銀風, 壓丹石毒. (돼지고기. 성질이 차고 서늘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며 약간의 독이 있다. 열을 풀어준다. 수은 중독과 단석의 독을 치료한다.) ○ 石硫黃. 性大熱, 味酸, 有毒. 主心腹積聚, 邪氣冷癖, 腰腎久冷, 冷風頑痺, 脚冷疼弱無力. 堅筋骨, 壯陽道, 除頭禿惡瘡, 下部䘌瘡, 殺疥癬蟲. 凡使, 熔化入麻油中, 或入童便中浸七日, 細硏水飛用. (석유황. 성질이 아주 뜨겁고 맛은 시며 독이 있다. 명치의 적취와 사기, 냉기가 뭉친 것, 허리와 신의 오래된 냉증, 냉풍으로 감각이 없는 것, 다리가 차고 아프며 힘이 없는 것에 주로 쓴다. 근골을 튼튼히 하고, 양기를 돋우며, 머리가 벗겨지는 것과 악창, 음부의 감닉창을 없애고, 개선충을 죽인다. 쓸 때는 녹여서 참기름에 넣거나 동변에 7일 동안 담갔다가 곱게 갈아 수비해서 쓴다.) ○ 硫黃毒. 令人心悶, 取猪羊熱血飮之. 又宿冷猪肉, 及鴨肉羹冷食之. 又黑錫煎取汁飮之. 又生羊血飮之. (유황에 중독되어 가슴이 답답할 때는 돼지나 양의 뜨거운 피를 마신다. 또, 하룻밤 동안 식힌 돼지고기나 오리고기의 국을 차게 먹는다. 또, 납을 달인 물을 마신다. 또, 살아 있는 양의 피를 마신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4-17 16:59:00[파이낸셜뉴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듯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불어올 때면 따뜻한 밥 한 끼가 유독 생각나곤 한다. 최근 바쁜 현대인들은 큰 그릇 하나에 여러 재료를 넣어 편리하고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는 ‘솥밥’의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한방내과 전문의 강만호 원장은 대표적인 솥밥 메뉴인 스테이크·전복·장어 솥밥의 경우 겨울철 면역력 향상과 기력회복에 효과적이지만 양념장∙버터 등 조미료가 과할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및 나트륨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22일 조언했다. 스테이크 솥밥에 올라가는 쇠고기는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기혈을 보강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식재료다. 실제로 동의보감에는 ‘소화기를 보하고 힘줄, 뼈, 허리, 다리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게다가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말처럼 쇠고기에는 비타민B,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의 함량이 높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겨울철 몸이 쉽게 차가워지는 사람들의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테이크 솥밥 못지않게 전복 솥밥의 인기도 높다. '바다의 산삼’ 등으로 불리는 전복은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찾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의서인 ‘의림찬요’에도 ‘심장을 보하고 간장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돼있는 등 예전부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또 전복은 심장질환 예방을 도와주는 오메가-3의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신진대사 개선 및 겨울철 면역력 증강에 탁월하다. 단, 어패류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자칫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어 솥밥의 장어는 스태미너 향상을 위한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한의서 ‘향약집성방’에 따르면 ‘피로를 풀고 부족함을 보한다’고 전해진다. 장어는 실제로 비타민A 함량이 100g당 1137㎍(마이크로그램)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는 삶은 달걀(67㎍)에 비해 약 17배 더 많은 수치다. 이외에도 혈류를 활발하게 해주는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과 아르기닌도 많아 최근 유독 피로감이 심했다면 기력 회복을 위해 장어 솥밥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게 첨가하는 조미료를 주의해야 한다. 솥밥 양에 비해 너무 많은 버터를 추가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당 소화가 어려운 한국인들의 특성상 소화에도 좋지 않다. 또 함께 구비된 양념장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솥밥에 간이 돼있기 때문에 과한 첨가는 위장에 부담을 주거나 혈중 나트륨 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1-22 10:08:1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중국 한(漢)나라 때, 전한 시대의 황제인 무제(武帝)는 신하들과 함께 동쪽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 순행(巡幸)을 떠났다. 그러던 중 태산(泰山)에 다다랐을 무렵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을 등지고 해가 태산에 걸쳐져 있는 터라 마치 노인의 몸에서 석양의 노을빛이 나는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노인의 등에서 몇 척이나 되는 빛이 뻗어 나오는 것이었다. 마치 등에 큰 등을 하나 달고 있는 듯했다. 무제는 괴이하게 여기면서 노인에게 다가가 “그대는 도술(道術)을 닦았는가?”하고 물었다. 노인은 무제가 한눈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 것을 알아채고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면서 “이렇게 밭을 일궈서 살아가는 노인네가 무슨 도를 논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무제는 “그럼 어떻게 해서 그대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노인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자신에게 빛이 난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런 질문도 처음 받아 봤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신하들은 도대체 노인에게서 무슨 빛이 난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빛은 무제의 눈에만 띈 것이었다. 옛말에 천금부전(千金不傳)이라고 해서 아무리 많은 대가를 주더라고 그 사람이 적합하지 않으면 전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에 노인은 무제가 보통 사람이 아니기에 자신의 비밀을 자세하게 전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노인은 “저는 오래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85세까지 살아 머리는 새하얗고 치아는 듬성듬성해서 늙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한 도사가 대추와 물만 마시면서 곡식을 끊는 방법과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도사의 말대로 베개를 만들어 베었고 곡식을 끊고서 대추와 물만 먹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지금 나이가 이미 85세가 넘었고 과거 84세 때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제는 예전에 85세 때라는 있었던 일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노인은 이어서 “그 베개를 베고 자니 몸이 다시 젊어지더니 백발이 검게 변하고 빠진 치아가 다시 생기며, 하루에 300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80세인데 사람들이 그리워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곡식을 먹은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신묘한 베개의 힘으로 늙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베개를 신침(神枕)이라 부릅니다. ”라고 했다. 무제는 노인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 베개가 있으면 자신도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베개의 비밀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무제는 “그 베개를 어떻게 만들었단 말인가. 어서 신침을 만드는 방법을 말해 보시게나.”라고 재촉하며 물었다. 노인은 신침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5월 5일이나 7월 7일에 산에서 측백나무를 잘라 베개 모양을 만듭니다. 길이는 1자 2촌, 높이는 4촌으로 하고, 1말 2되가 들어갈 정도로 속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운데가 붉은 측백나무로 두께가 2푼이 되게 뚜껑을 만드는데, 뚜껑은 헐겁게 하지 않으면서 여닫을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뚜껑에 좁쌀을 넣을 수 있는 크기로 구멍을 만드는데 1줄에 40개씩 3줄로 모두 120개를 뚫습니다. 그 다음 나무통 속에는 32가지 약재를 넣습니다. 그 중 24가지는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하고, 8가지는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八風)에 상응합니다. 먼저 천궁, 당귀, 백지, 신이, 두형(杜蘅), 백출, 고본, 목란, 천초, 계피, 건강, 방풍, 인삼, 길경, 백복령, 형실(荊實), 육종용, 비렴(飛廉), 백자인, 의이인, 관동화, 백미, 천초, 미무(蘼蕪)로 해서 모두 24가지 약재를 1냥씩 준비해서 통에 넣습니다. 이것은 24절기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독이 있는 약재로 오두, 부자, 여로, 조각, 강초(𦬣草), 반석, 반하, 세신 등을 8가지 약재를 각 1냥씩 준비합니다. 이것은 팔풍(八風)에 상응합니다. 독이 있는 8가지 약재는 먼저 채워 넣은 24가지 약재 위에 올려서 채워 넣습니다. 이렇게 모두 32가지를 약재로 나무 베갯속을 채운 후 나무 뚜껑을 닫고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들어 씌운 후 사용하면 됩니다. 신침 뚜껑에 120군데의 구멍을 뚫는 이유는 그 안의 32가지의 약재 그 냄새를 맡으며 베고 자고 함이 목적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활력이 생기고 정기(正氣)가 되살아나는 이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죽 주머니로 한번 더 베갯잇을 만들어 씌워 놓았다가 사용할 때면 가죽 주머니를 벗겨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시 감싸 놓습니다. 가죽 주머니는 약재의 향과 기운이 달아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제는 “그럼 신침의 효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노인은 “이것을 베고 잔 지 100일이 지나면 얼굴에 광택이 생깁니다. 1년이 지나면 몸에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이 하나씩 나으면서 몸에 향이 나기 시작합니다. 4년이 지나면 백발이 검게 되고 빠진 치아가 다시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집니다.”라고 답했다. 무제는 이제야 노인이 85세에 그 베개를 만드는 비법을 받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보이는 노인의 얼굴은 50세쯤 되어 보였기에 지금의 나이가 180세라는 말은 믿기지 않았지만, 신하들을 시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노인의 말이 사실이었다. 무제는 고마움의 표시로 노인에게 비단 1필을 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인이 받지 않고 말하기를 “신험한 비방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전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저를 알아봐 주셨기에 전했을 뿐입니다. 임금과 신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습니다. 자식이 도를 듣고서 부모에게 아뢰는 것이니 도의상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저는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침으로 무병장수하셔서 세상에 더욱 선(善)한 통치를 행하시길 바랍니다.”라 하였다. 그러자 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단 대신 여러 가지 약을 하사하였다. 무제는 궁으로 돌아왔다. 궁으로 돌아온 무제는 자신의 최측근인 동방삭(東方朔)을 들라 하였다. 사실 노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방삭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하였기에 “그대는 혹시 신침(神枕)이라고 아는가?” 그러자 동방삭은 “황제께서 어찌 신침을 물으십니까? 신침은 옛날에 여렴(女廉)이 옥청(玉靑)에게 전했고, 옥청은 광성자(廣成子)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에게 전했습니다. 근래에는 곡성도사(穀城道士) 순우공(淳于公)이 이 약베개를 베어서 100살이 넘어도 백발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집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순우공이라는 도사가 노인에게 신침법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과정에 누가 있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 무제는 동방삭에게 “그 신침법이 이제 나의 귀에 들어왔다. 나는 오늘 태산 아래의 한 노인에게서 신침법에 대해 자세하게 전해 들었다. 그대는 내가 신침을 만들어 베면 나도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동방삭은 “어찌 신침이라고 해서 모든 병을 막아 장수를 장담하겠습니까? 세상에 그런 베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동방삭은 무제의 사치를 간언(諫言)하기도 할 정도였기에 아첨하는 신하가 아니었다. 이러한 솔직함 때문에 무제가 동방삭을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동방삭의 말을 듣고서 무제가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자, 동방삭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와 같은 밖에서 들어오는 외인(外因), 두 번째, 칠정(七情)과 같은 감정으로 안에서부터 병을 일으키는 내인(內因), 세 번째, 음식이나 외상 등으로 인한 병의 원인이 되는 불내외인(不內外因)이 있사옵니다. 외사는 대부분 양맥(陽脈)으로 침범하기 때문에 신침은 목뒷덜미로 사기가 침범하는 것을 막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칠정을 다스려서 내인을 제거하고, 음식을 조절해서 불내외인을 막아야 황제께서 원하시는 불로장생을 이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무제는 그래도 동방삭이 신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노인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베개는 만들어서 베기 시작했다. 그러나 궁에는 산해진미가 많았기에 곡식을 끊고 대추와 물만 마시는 것은 제대로 따를 수 없었다. 또한 성질은 다혈질이며 불같아 화(火)를 다스리는 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무제가 신침의 효능을 봤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무제의 재위 기간은 54년으로 이 기간은 중국 역사상 청나라의 강희(康熙), 건륭(乾隆)을 제외하고 가장 길었다. 무제가 내인과 불내외인까지 다스릴 수 있었다면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제목의 ○○은 신침(神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동의보감> 神枕法. 昔, 泰山下, 有老翁, 失其名字. 漢武帝, 東巡, 見老翁, 鋤於道傍, 背上有白光, 高數尺. 帝怪而問之, 有道術否. 老翁對曰, 臣, 昔年八十五時, 衰老垂死, 頭白齒豁. 有道士者, 敎臣服棗, 飮水, 絶穀, 幷作神枕法. 中有三十二物, 其中二十四物, 善, 以當二十四氣, 其八物, 毒, 以應八風. 臣行之, 轉少, 白髮還黑, 墮齒復生, 日行三百里. 臣今年一百八十矣, 不能棄世入山, 顧戀子孫, 復還食穀, 已二十餘年, 猶得神枕之力, 往不復老. 武帝視其顔狀, 常如五十許人, 驗問隣人, 皆云信然. 帝乃從受其方, 作枕, 而不能隨其絶穀, 飮水也. 중략. 武帝, 以問東方朔. 答云, 昔女廉, 以此方傳玉靑, 玉靑以傳廣成子, 廣成子以傳黃帝. 近有穀城道士淳于公, 枕此藥枕, 年百餘歲, 而頭髮不白. 夫病之來, 皆從陽脉起, 令枕藥枕, 風邪不侵人, 宜矣. 又雖以布囊, 衣枕上, 當復以韋囊, 重包之, 須欲臥枕時, 乃脫去之. 詔賜老翁匹帛, 老翁不受曰, 臣之於君, 猶子之於父也. 子之知道, 以上之於父, 義不受賞. 又臣非賣道者, 以陛下好善, 故進此耳. 帝止而更賜以諸藥.(신침법. 옛날에 태산 아래 어떤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한나라의 무제가 동쪽으로 순행하다가 길가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을 보았는데, 그의 등에서는 몇 척이나 되는 흰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무제가 괴이하게 여겨 도술을 닦았는지 물었다. 노인이 “제가 오래전 85세이었을 때 노쇠하여 거의 죽을 것 같았고 머리는 희고 치아는 듬성듬성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도사가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며 곡식을 끊는 방법과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베개 속에는 32가지 약재를 넣습니다. 그 중 24가지는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하고, 8가지는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에 상응합니다. 그것을 베고 자니 다시 젊어져서 백발이 검게 변하고 빠진 치아가 다시 생기며, 하루에 300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80세인데 자손이 그리워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곡식을 먹은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신묘한 베개의 힘으로 늙지 않고 있습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 얼굴을 보니 50세쯤 되어 보여서 이웃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무제가 그 방법대로 베개는 만들었으나 곡식을 끊고 물을 마시는 것은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중략. 무제가 동방삭에게 물으니, 그가 “옛날에 여렴이 옥청에게 전했고, 옥청은 광성자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황제에게 전했습니다. 근래에는 곡성도사 순우공이 이 약베개를 베어서 100세가 넘어도 백발이 되지 않았습니다. 병이 올 때는 모두 양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약베개를 베면 풍사가 사람에게 침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들지만 가죽 주머니로 다시 감싸 놓았다가 베개를 베고 잘 때만 벗겨내야 합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노인에게 비단 1필을 상으로 내렸는데 노인이 받지 않고 말하기를 “임금과 신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습니다. 자식이 도를 듣고서 부모에게 아뢰는 것이니, 도의상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저는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폐하가 선행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만두고 다시 여러 가지 약을 상으로 내렸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2-30 10: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