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이 '미궁'으로 변신했다. 여러 개의 통로로 관람객들은 전시의 방향을 쉽게 잃을 수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전시의 묘미다. 길을 잃은 듯한 순간들 속에서도 관람객들은 각자의 길로 전시 공간을 탐험해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얻고 '미궁'을 빠져나온다. 여러 개의 통로로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전(展)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12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방향성의 상실'과 '고립감'을 반영한 것으로, 관람객이 각자 길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국내 및 아시아에서 주목 받는 신예 작가 26명(팀)의 작품 60점을 선보여 밀레니얼 이후 세대의 감각과 시대상을 살펴본다. 그간 아트스펙트럼은 지난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청년 작가 서베이 전시로 시작해 국내 신진 작가 등용문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아트스펙트럼은 수상 제도를 폐지해 경쟁 체제를 탈피하고, 비정형적인 전시의 형태를 실험하는 전환을 꾀한다. 전시의 모티프가 되는 공간은 미국 서부 산호세에 위치한 '윈체스터 하우스(Winchester House)'라는 귀신의 집이다. 윈체스터 하우스는 총기 사업으로 부를 일군 윈체스터 가의 부인이 총기로 사망한 이들의 영혼이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설계한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를 참조한 전시장 마당, 입구, 복도, 20여개의 독립적인 방으로 구성된다.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각 작가의 실천을 밀도 있게 보여줄 뿐만 아닌, 다양한 의미 체계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재고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지역적 맥락과 역사적 유산을 탐구하고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들 가운데 김희천 작가의 '메셔(2018)'는 이번 전시명인 '드림 스크린' 취지에 크게 부합한다. 피부 이식 수술 도구에서 제목을 가져온 '메셔'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신체에 들러붙어 그 존재를 감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범위가 확장되면 세계는 전부 스크린이 될 수 있고, 미래에는 화면 속 신체의 이미지가 신체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중국 작가 보 왕의 '아시안 고스트 스토리(2023)'도 이번 전시장의 미로처럼 유령적 존재의 이동 경로를 따라 긴장 상태에 놓인 홍콩 등 냉전 질서로 개편된 동아시아의 경공업, 이주, 디아스포라의 국면을 다룬다. 이밖에 태국 작가 카몬락 숙차이의 '붉은 연꽃'(2023)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순결이 깨지자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희생시키고, 그녀는 붉은 연꽃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내용의 민간 설화화를 토대로, 믿음의 힘과 사회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다. 즉, 작가는 자신을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상상하고, 사진을 찍어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리움미술관 측은 "드림 스크린은 밀레니얼 이후 세대가 인터넷, 게임, 영화 등 '스크린'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경험을 체화하며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며 "드림 스크린은 허구적지만 보다 깊은 무의식의 영역을 드러내는 '꿈'과 직간접적인 경험을 중개하는 다종다양한 '스크린'을 합성한 표현의 전시"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9-09 18:21:10[파이낸셜뉴스] 리움미술관이 '미궁'으로 변신했다. 여러 개의 통로로 관람객들은 전시의 방향을 쉽게 잃을 수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전시의 묘미다. 길을 잃은 듯한 순간들 속에서도 관람객들은 각자의 길로 전시 공간을 탐험해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얻고 '미궁'을 빠져나온다. 여러 개의 통로로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전(展)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12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방향성의 상실'과 '고립감'을 반영한 것으로, 관람객이 각자 길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국내 및 아시아에서 주목 받는 신예 작가 26명(팀)의 작품 60점을 선보여 밀레니얼 이후 세대의 감각과 시대상을 살펴본다. 그간 아트스펙트럼은 지난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청년 작가 서베이 전시로 시작해 국내 신진 작가 등용문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아트스펙트럼은 수상 제도를 폐지해 경쟁 체제를 탈피하고, 비정형적인 전시의 형태를 실험하는 전환을 꾀한다. 전시의 모티프가 되는 공간은 미국 서부 산호세에 위치한 '윈체스터 하우스(Winchester House)'라는 귀신의 집이다. 윈체스터 하우스는 총기 사업으로 부를 일군 윈체스터 가의 부인이 총기로 사망한 이들의 영혼이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설계한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를 참조한 전시장 마당, 입구, 복도, 20여개의 독립적인 방으로 구성된다.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각 작가의 실천을 밀도 있게 보여줄 뿐만 아닌, 다양한 의미 체계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재고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지역적 맥락과 역사적 유산을 탐구하고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들 가운데 김희천 작가의 '메셔(2018)'는 이번 전시명인 '드림 스크린' 취지에 크게 부합한다. 피부 이식 수술 도구에서 제목을 가져온 '메셔'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신체에 들러붙어 그 존재를 감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범위가 확장되면 세계는 전부 스크린이 될 수 있고, 미래에는 화면 속 신체의 이미지가 신체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중국 작가 보 왕의 '아시안 고스트 스토리(2023)'도 이번 전시장의 미로처럼 유령적 존재의 이동 경로를 따라 긴장 상태에 놓인 홍콩 등 냉전 질서로 개편된 동아시아의 경공업, 이주, 디아스포라의 국면을 다룬다. 이밖에 태국 작가 카몬락 숙차이의 '붉은 연꽃'(2023)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순결이 깨지자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희생시키고, 그녀는 붉은 연꽃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내용의 민간 설화화를 토대로, 믿음의 힘과 사회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다. 즉, 작가는 자신을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상상하고, 사진을 찍어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리움미술관 측은 "드림 스크린은 밀레니얼 이후 세대가 인터넷, 게임, 영화 등 '스크린'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경험을 체화하며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며 "드림 스크린은 허구적지만 보다 깊은 무의식의 영역을 드러내는 '꿈'과 직간접적인 경험을 중개하는 다종다양한 '스크린'을 합성한 표현의 전시"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9-09 10:30:22[파이낸셜뉴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6일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라고 한 과거 발언에 대해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2009년 당시 발언에 대한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질의에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며 "당시 그런 식으로 행동한 것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쌍용차 파업 사태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고된 900여명과 외부 세력들이 자살 특공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금은 쌍용차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엔 내가 많은 조언도 하고 노력을 했음에도 결국 너무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상하이 자동차가 철수했다"며 "그때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남기고 간 붉은 유산', '죽음의 굿판' 등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는 "광화문 광장에 추모공간을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8-26 18:33:41[파이낸셜뉴스] 풀무원녹즙이 혈당 케어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과 저당 유산균음료를 한 병에 담은 융복합 건강기능식품 '당슬림 엑스투'를 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슬림 엑스투'는 혈당 케어 건강기능식품과 저당 유산균음료를 한 병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당슬림 엑스투' 제품 뚜껑 부분의 코로솔산은 바나바잎에서 추출했으며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주면서 식약처 일일 섭취량의 100%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반식품인 병에는 풀무원이 특허받은 김치 유래 식물성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PMO 08를 담았다. 여기에 토마토, 비트, 당근 등 붉은 채소로 은은한 단맛과 새콤한 맛을 내 남녀노소 모두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톡톡 씹히는 치아씨드로 영양과 포만감을 함께 담았으며 1병 기준 식이섬유는 5g, 당 4g으로 설계한 '고식이섬유·저당' 제품으로 건강하게 음용할 수 있다. 풀무원녹즙 이도현 PM은 "젊은 성인 남녀를 중심으로 혈당 케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간편하게 혈당 케어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당슬림 엑스투'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융복합 건기식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8-23 15:43:46[파이낸셜뉴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프레스티지 위스키 '로얄살루트(Royal Salute)'가 이탈리아 왕국의 유산과 전통, 장인 정신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로얄살루트 26년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 피니시(Royal Salute 26 YO - Amarone Wine Cask Finish)'를 출시한다고 24일 밝혔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되며 탄생한 로얄살루트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아 왕실이 있던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특별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로얄살루트 26년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 피니시'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왕국에 대한 헌정으로 선보이는 26년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다. 로얄살루트가 보유한 최상의 26년 원액을 브랜드 최초로 이탈리아 최상급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에서 피니시하여 풍미와 희소성 모두 극대화했다. 로얄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고급스러운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와인 캐스크 숙성이라는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이탈리아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담아냈다. 특히 이탈리아의 럭셔리 와인으로 꼽히는 아마로네 와인의 장인 정신에 주목했는데 그중에서도 베네토 지방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와이너리이자 와인 전문지 '디켄터'가 선정한 '죽기 전에 마셔야 할 와인 100선'에 오르기도 한 '달 포르노 로마노(Dal Forno Romano)'의 캐스크에서 피니시를 완성했다. 최고급 스카치 원액만을 엄선해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에서 피니시한 로얄살루트 26년은 독특한 색을 띠는 것은 물론,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진하고 달콤한 풍미를 자랑한다. 잘 익은 자두, 라즈베리의 진한 과실향과 계피, 생강의 스파이시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과즙이 풍부한 붉은 사과와 다크 체리, 수제 살구잼의 달콤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입안에 가득 퍼지며 진한 여운이 오래 이어진다. 플라곤(병)과 패키지에도 고급스럽고 진한 아마로네 와인의 색과 풍미를 담았다. 제품이 담긴 세련되고 생동감 넘치는 진보라색의 플라곤은 아마로네 와인의 강렬한 풍미의 원천인 진한 포도색상에서 영감을 받아 생생하게 표현했다. 연보라색의 패키지에는 베네토 지역의 건축과 장식, 도시의 매혹적인 풍경, 동·식물 등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풍부한 문화를 정교한 일러스트로 아름답게 그려 넣어 상징성을 더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6-24 15:28:10사람 사는 곳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배산임수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마을이 풍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들이 건강장수하는 곳에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연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곳을 우리는 '블루존(Blue Zone)'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자들은 장수요인에 관심을 갖지만, 인류학자는 그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있다. 백세인의 세계 평균을 남녀로 대별하면 1대 8이다. 할매 여덟에 할배 하나가 인류라는 종이 보여주는 백세인 수명 상태다. 여자가 오래 산다. 한국은 1대 13 정도 된다. 이 숫자는 한국의 남자들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한국 남자들이 잘살지 못하고 있다는 단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 간단히 요약하면 '꼴통'이 일찍 죽는 살림살이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인구 150만명의 섬)는 1대 2이고, 그중에서도 올리아스트라와 누오로의 산간마을은 1대 1의 비율을 보여준다. 2008년에 내가 찾아갔던 피라스 댁 부부 합의 나이가 200세였다. 이웃집도 그렇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잘살아라' 하던 주례사가 실천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피라스씨의 동생 안드레아(96)는 날마다 아침이면 부인이 준비해 준 물과 도시락을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그의 뒤를 따르는 60마리의 양이 하얗게 무리를 이루면서 고요한 산자락에 목가적 풍경을 연출한다. 하루 종일 양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거름에 돌아오는 목동 할배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목동 생활의 핵심을 알고 싶어서 하루는 안드레아를 따라나섰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양들이 한 마리씩 그의 앞으로 "메에에~" 하면서 달려나갔다.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이 붙어 있고, 점호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점호가 끝나면 동네가 발아래로 보이는 널따란 바위가 있는 곳에 도달하여 점심을 먹으면서 양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양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는다. 무리 중에 덩치가 크고 누런색 갈기가 길며 뿔이 위로 솟구친 수놈이 두 마리 있다. 안드레아는 양들의 족보를 꿰고 60마리 양의 혈통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어느 놈이 흘레의 주인공이었는지를 놓쳤다고. 농담도 잘하는 사르데냐 남성들이었다. 정기적으로 출하되는 양의 숫자와 산으로 다니는 양의 숫자가 항상 일정하다. 안드레아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양의 숫자를 늘리지 않는다. 조합으로 출하 후 판매가 완료된 통보가 오면, 그는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으로 가서 통장의 입금액을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사르데냐 산간의 올리아스트라에 사는 멜리스 집안의 106세로부터 79세까지 여덟 남매의 연령 합이 742세라는 뉴스는 사진과 함께 세상의 전파를 탔다. 그 옆 동네인 페르다스데포구 마을에는 아홉 남매의 연령 합이 828세라고. 중요한 것은 남매들의 성장 과정에서 아무도 사망한 사람이 없다는 것. 그들의 직계 자손들은 모두 180여명. 마음 편히 사는 모습의 구극 풍경 아닌가. 인간 오복 중 장수가 으뜸이라고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보다는 편안히 사는 모습이 한 수 위가 아닌가. 이것이 살림살이의 문제다. 행복지수를 왈가왈부하지만, 풍성한 가족 숫자에 비극 장면 없는 사르데냐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장수 연구자들이 이들의 식단으로부터 만들어낸 이름이 소위 '지중해 식단'이란 것이다. 올리브, 포도주, 치즈, 발효빵 그리고 프로슈토(돼지고기를 숙성시킨 이탈리아 햄) 등이다. 나의 친구 루치아노는 치즈 중에서도 으뜸인 카수마르주를 자랑한다. 글자 그대로 '썩은 치즈'인데, 염소 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치즈 통에 파리(모스카 세사리아)를 넣으면 파리가 치즈 속에 알을 낳고, 구더기가 성장한다. 커다란 붉은 눈에 등이 까만 색으로 반질거리는 파리다. 구더기가 치즈를 먹고 배설하면서 변형된 냄새 고약한 치즈다. 루치아노는 카수마르주에 사르도의 장수 비결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장수음식'이라고 선전하는 데는 상업 냄새도 진동한다. 음식은 몸에 들어가면 영양으로 전환된다. 영양은 균형이 기본이자 으뜸인 게 상식이다. 된장과 막걸리가 그렇듯이 발효음식이 좋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백살이 넘은 아르지올라스씨가 자신이 만든 포도주를 한 병 건넨다. 상표가 아르지올라스(Argiolas)다. 그와 동갑내기인 음악대학의 이혜구 선생께 전달하는 심부름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늘상 반주로 포도주를 즐기셨다. 두 분께서 극락이나 천당에서 함께 포도주로 환담하시면서 소생을 말씀하시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 사르데냐도 먼 옛날에는 대단한 전쟁을 치렀던 모양이다. 30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유적으로 알려진 누라게(Nuraghe)는 돌로 지은 철통 같은 요새형의 마을로 섬 전체에 빼곡하게 남아 있다. 누라게의 비밀은 아직도 해독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눈에 보아도 전투시의 방어용 촌락이다. 사르데냐의 깃발에 검은색 얼굴이 찍힌 것을 증거로 하여 사르도의 기원을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북쪽의 페니키아에 두고 있다는 주장은 바다를 격해서 엄청난 전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전쟁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는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가 그렇게 진행되어 왔음에 대해서 참으로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 한반도에 고통을 주었던 섬나라 일본 땅에 고질적으로 뿌리 박힌 군국주의의 유산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식민지 경험의 피해를 당했으면, 최소한도 당한 만큼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를 위한 책임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책임이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연구의 심화가 우리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살림살이와 함께 천착되어야 할 문제다. 사르데냐 사람들의 편안히 사는 모습이 내 주변의 모습과 엇갈리는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5-27 18:53:59연 명장 '리기태' 방패연이 혜원 신윤복 작품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전시됐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원장 이일열)은 한·불 다양한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하여 한국의 놀이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을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10월 5일까지 전시된다. 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민속놀이 연날리기 등 신윤복의 조선시대 풍속도에 나타난 풍류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전통 놀이, e-스포츠로 대표되는 현재의 놀이, IT 기술을 접목한 놀이, 가상 세계에서 즐기는 콘텐츠 등 미래의 놀이까지 소개한다. 이번 전시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 국가유산청, 국립기메동양박물관, 한국연협회, 리기태연보존회, 국가유산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간송 미술관, LG전자, NH농협, 아모레퍼시픽, ID KAIST, ㈜범주 등이 협업했다. 리기태 방패연 명장(한국연협회·리기태연보존회 회장)의 방패연도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리기태 명장은 19세기 조선시대부터 3대째 한국 전통연을 계승해 오고 있는 장인이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전 세계의 소규모 장인 공방을 조명하는 ‘2023 보테가 포 보테가스(Bottega for Bottegas)’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한 언론사는 “리기태 명장의 방패연은 압도적인 크기뿐만 아니라 마치 ‘탈’을 연상시키는 익살스러운 표정도 눈길을 끈다"면서 "동시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의 변화를 담은 듯한 눈썹의 눈의 조화,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검은색, 붉은 색과 푸른빛의 사용, 대지와 태양을 연상시키는 초록과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현대 추상 회화 같다"고 표현했다. 또 "무엇보다 한지와 대나무살로 팽팽하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의 모습에서 중력을 거스르려는 자유와 해방감을 읽을 수 있다"면서 "연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을 나는 경험을 대신할 수도 있고, 희망을 담아 올려보낼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연협회·리기태연보존회 회원들의 방패연 작품도 전시됐다. 한지와 대나무로 만든 과학적이고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전통 방패 연이 서양인들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250년 전 신윤복의 혜원 화첩에 잠들어있던 한양의 풍경을 디지털 기술로 되살려낸 미디어아트 작품도 보여진다. 간송미술관은 18세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대표작인 '혜원전신첩(국보 135호)'에 수록된 작품들을 대형 이미지로 확대 해 혜원의 붓 터치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의 가상현실 영화를 통해 조선시대의 일상생활을 판소리와 함께 몰입하여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문화원은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협력하여 전통과 미래 놀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말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 25점도 선보인다. 씨름, 줄다리기, 제기차기, 그네뛰기 등 작품에서 생생하게 묘사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전통 놀이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풍속을 소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일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세계인의 축제 파리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번 특별전이 프랑스 관객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 놀이의 전통과 미래를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문화원장은 "이번 특별전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오늘과 미래에 이르기까지 세시풍속을 떠나 한국인 삶의 중심으로 하는 놀이 문화를 폭넓게 기획됐다"고 덧붙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23 11:37:19[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복판 인민대회당에서 5일 개막된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시진핑 시대의 지향점과 특징, 그리고 중국의 체계잡힌 일사분란함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시진핑 정부가 '시진핑 1강 체제' 속에서 2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이룬 성취와 나아갈 목표를 국민들과 세계에 발신하고 강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바코드와 안면인식 등으로 신속하고 간결하게 이뤄진 출입 관리는 중국이 자랑하는 디지털인프라의 성취를 새삼 실감케 했다. 정기국회 격인 전인대의 개막식이던 5일, 베이징의 한 가운데인 톈안먼 광장 안에 위치한 행사장 인민대회당과 주변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붉은 깃발들이 진눈깨비 속에서도 힘차게 나부꼈다. 인민대회당 주변의 교통 통제로 대부분의 기자들은 시내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중국 당국이 마련한 대형 버스를 타고 톈안먼 광장 안까지 들어오거나 행사장에서 1000m가량 떨어진 곳부터 차에서 내려 걸어 입장했다. 바코드와 안면 인식 등으로 간단 신속하게 입장 톈안먼 광장 입구에 세워진 차단막에 서 있던 경찰관은 기자의 대회 출입증에 인쇄돼 있는 바코드를 터치한 뒤 바로 입장시켰다. 인민대회당 출입구를 기자가 통과하자 앞 쪽 스크린에 기자의 얼굴 사진이 나왔다. 출입증과 스크린이 연동되고 있었다. 3000명이나 되는 기자들이 등록하고 전인대 대표들만도 2900명 가까이 됐지만 긴 줄서기 없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인민대회당 1층 로비는 오전 8시도 되기 전에 기자와 참석자들로 가득했다. 로비 한쪽에 마련된 '레드카펫' 을 둘러싸고 개막식에 앞서 오전 8시부터 30여분 가량 출근길 문답으로 불리는 '도어스테핑'이 전인대 일반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퉁웨 치루이(체리)자동차 회장, 가오지판 톈허광넝 대표, 가오중창 공군항공병 부참모장, 류촨젠 중국민용항공비행학원 기장, 항칸 윈강연구원장, 허위링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안양분소 부소장 등 6명이 '(전인대) 대표통로'에 선 자세로 기자들과 약식 문답을 주고 받았다. 기자들은 누가 이 즉석 인터뷰장인 대표통로에 나올 지 사전에 알지 못했지만 이날 '엄선된 6명'은 시진핑의 신시대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과 목표를 잘 보여줬다. 대표적인 국영 전기자동차(EV)회사인 치루이 자동차 회장, 태양광과 자동제어 최첨단 충전기기들을 제조하는 톈허광넝 대표. 신흥미래산업에 대한 육성, 디지털기술과 실물경제의 심층적인 융합을 통한 디지털경제의 혁신적 발전 등 이날 리 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강조된 산업 분야의 지향점을 이 두 회사 대표들은 잘 설명했다. 가오 톈허광넝 대표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자립 등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첨단기술의 자체개발과 독립에 대한 성과를 자랑했다. 이어 나란히 서서 인터뷰에 응한 두 고고학자들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속에서 중국 문명의 원류에 대한 보호와 연구 성과를 전했다. 허위링 부소장은 중화문명의 원류라는 은허지역에 대한 발굴연구 성과를 부각시켰고, 항칸 원장은 윈강 석굴 보호와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두 항공인들은 영공 수호와 안전 확보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전했다. 리창 총리, 중화민족주의 내세운 시진핑 문화사상 강조 리창 총리는 '시진핑 문화사상'을 깊이있게 학습하고 관철할 것을 강조하면서 전국문화재 전면조사, 무형문화 유산에 대한 보호와 전승 계획 등 중화민족의 위대성을 드러내고 응징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밝혔다. 1층 로비의 '대표통로'는 개막식 직후에는 장관들이 나와 선 채로 답변하는 '부장통로'로 바뀌었다. 과학기술부·수리부·농업농촌부 등 3명의 장관이 그동안의 과학기술의 돌파와 성과, 중국 전역을 연결하는 수리 시설 건설, 양식 안전의 강조 속에서 사상 최대의 양식 수확량 등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성과와 목표를 전세계에 발신했다. 이날 부장 통로에서 선 인허쥔 과학기술부장은 기술 자립을 누차 강조하면서 과학 영재와 전국 주요 연구실에 대한 육성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재정부의 전인대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올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10% 늘린 3708억위안(약 68조661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책정했다. 리 총리는 이와 관련, "과학기술에 대한 자립과 자강력을 높이기 위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전국적인 자원 동원을 위한 새 시스템의 강점을 활용해 혁신 역량을 전면적으로 높일 것"이라면서 '신형 거국체제'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개발 강화,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주요 과학기술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도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강조됐다. AI와 양자컴퓨팅, 반도체 등에 대해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막고 있는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 속에서 과학기술 자립은 시진핑 주석의 주요한 화두가 된 상태이다. 리 총리도 이날 고품질 발전과 첨단 과학기술의 자립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개막식 내내 해외 언론인들의 중국의 성장률 목표 등 경제 정책에 주로 관심을 뒀지만, 중국 당국자들은 과학기술의 자립과 공급망 및 산업생태계 전략에 대한 방향과 자신감을 역설하고 있었다. 시진핑을 핵심으로 한 당의 영도 강조 도어스테핑은 코로나 기간 화상으로 진행됐다가 지난해 '위드코로나' 선언과 함께 대면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일부 취재진에게만 전인대 개막식을 공개해 올해는 모든 취재진을 다 받아준 3년만의 첫 회의였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장쑤성 전인대 대표단을 만나 자리에서 "'고품질 발전'과 현대화를 촉진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계속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윈난성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 당 중앙위원회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 보고를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강한 영도 아래"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해 사용하면서 시진핑 1강 체제를 다시 확인시켰다. 오는 11일 예정된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 심의와 관련, 리훙중 전인대 부위원장은 "국무원이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견지하고 당과 국가의 지도 사상, 특히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만큼 정부 수장인 총리 위상은 낮아지게 된다. 전인대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예년보다 사흘 정도 일정이 단축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중국 전역에서 국회의원 격인 대표 2872명이 참석해 리창 총리의 업무 보고를 듣고, 지역별, 직능별 토론회 등을 가졌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3-06 12:53:4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회복을 위해 문화재 복원 사업 및 각종 관광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피라미드 복원을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역사 전문가들은 이집트 정부가 탁상 행정으로 문화재를 망친다고 주장했으며 인터넷에는 피사의 사탑도 다시 펴라면서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집트 정부, 피라미드 외장재 복원 추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정부가 추진하는 ‘멘카우레 피라미드’ 복원 공사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멘카우레 피라미드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고원의 ‘3대 피라미드’ 가운데 높이가 65m로 가장 작은 피라미드다. 기원전 2510년에 건축되었으며 완성되지 못하고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피라미드의 내부는 석회암으로 건축되었고 석회암과 화강암을 외장재로 사용해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건설 당시 피라미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하단 16개 층은 붉은 화강암으로 마감했으며 나머지 윗부분은 석회암으로 마감했다. 현재 피라미드의 외장재 대부분은 사라져 계단 모양의 내부 자재가 밖에 노출되어 있다. 하단의 화강암 마감의 경우 7개 층만 일부 남아있다. 피라미드 주변에는 마감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강암 덩어리들이 지금까지도 흩어져 있다. 이집트의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려 피라미드 주변에 흩어진 화강암을 모아 원래 있던 자리에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이집트와 일본의 전문가 연합이 1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후 피라미드의 3분의 1을 덮고 있던 화강암 마감재를 복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원 사업에 약 3년이 소요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에는 이미 인부들이 피라미드 하단에 화강암 마감재를 설치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해외의 한 누리꾼은 해당 영상에 대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펴는 작업은 언제 하느냐”라고 조롱했다. “벽돌 대신 벽지를 바르는 것은 어떠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집트 아랍 과학기술해양운송대학교의 모니카 한나 고고학·문화유산 학장은 복원 소식에 “불가능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집트 문화유산 관리들의 부조리를 언제쯤 멈출 수 있겠냐"라면서 "복원에 관한 모든 국제 원칙은 이런 식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고학계 인사들이 나서 이번 공사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부실 복원 우려 이집트 기자 미스르 공과대학의 이브라힘 모하메드 골동품 복원학 부교수는 피라미드 근처에 떨어져 있는 화강암들이 원래 피라미드 재료였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암석들 대부분이 연마를 거치지 않았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에 외장재를 설치하기 전에 연마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하메드는 연마를 거치지 않은 돌들을 지금 연마해 설치하거나 석재를 고치는 행위가 "처음 피라미드를 미완성으로 내버려뒀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작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 대학의 살리마 이크람 이집트학 교수는 이번 공사가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화강암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합리적인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불분명한 벽돌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현재의 피라미드가 화강암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YT는 관광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여러 복원 사업과 함께 이번 멘카우레 피라미드 복원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아랍의 봄’으로 불린 2011년 민주화 시위와 이어진 치안 불안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집트의 관광 산업은 2019년에 겨우 살아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무너졌고 2022년에야 조금씩 회복됐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관광 부문 투자액을 전년 대비 20% 늘린 3억달러(약 3969억원)로 책정하고 각종 관광 기반시설 확보에 나섰다. 현재 이집트 정부는 알렉산드리아 그레코 로만 박물관 재개관, 카르낙 신전 열주실과 왕가의 계곡 복원,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개관 등 대규모 관광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한편 와지리는 이번 복원 사업의 초기 단계에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일본 파트너가 전적으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2-02 11:10:47[파이낸셜뉴스] 23일 뉴욕 유엔총회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충남 공주에서 열린 '2023 대백제전'을 찾아 충남 민심을 살폈다. 4박6일의 유엔 순방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와도 악수를 나눈 뒤 충남 공주시 금강신관공원에서 열린 '2023 대백제전' 개막식 행사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4박5일동안 49개의 외교 행사를 마치고 고단한 몸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제 고향에 오니까 힘이 난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조치원역, 공주 터미널을 거쳐 금강을 건너 봉황동 큰집에 간 기억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1년6개월 전 작년 3월3일 대선 직전에 공산성 광장에서 보여주신 공주, 부여, 청양, 충남도민 여러분의 뜨거운 함성이 지금도 제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유산은 아시아 문화발전을 이끌어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DNA가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대백제전이 백제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축제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 제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제가 선거 때도 이곳 공주 부여를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 문화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면서 "실천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대덕을 국내 방위산업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었음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그것을 기점으로 해서 대덕과 충남지역이 우리 미래산업의 거점이 되었다"면서 충남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모빌리티 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지난 7월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로 지정된 천안 아산과 지난 3월 신규 국가 첨단 산업단지로 발표된 천안·홍성에 대한 추진 방침도 재확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일본 측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백제 문화가 일본 고대문화와 긴밀한 교류를 하면서 일본 고대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다들 알고 계시죠"라면서 "그래서 오늘 대백제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주한일본 대사님, 시즈오카현 지사님, 나라현 지사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축사 후 윤 대통령은 이어진 멀티 불꽃쇼를 청년 등 충남도민들과 함께 관람했다. 이후 붉은 하트 모양의 불꽃쇼를 보며 함께한 도민들과 박수를 치며 환호한데 이어 주변의 도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도민들의 사진 요청에도 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에선 정진석·홍문표·이명수·성일종·장동혁 의원이, 지방자치단체에선 김태흠 충청남도지사, 조길연 충남도의회 의장,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 대사와 가와카쓰 헤이타 시즈오카현 지사, 야마시타 마코토 나라현 지사, 이와타 구니오 나라현 의회 의장, 오쿠니 마사히로 나라현 의회 총무경찰위원장, 추조 카즈오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등이 초청됐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3-09-23 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