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권도장 관장 A씨의 학대로 숨진 4세 아동 B군의 어머니가 학대 행위가 담긴 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11일 JTBC는 지난 7월 경기 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4세 아동이 30대 태권도 관장 A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을 보도하며 A씨의 학대 행위가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A씨는 돌돌 말아 세워놓은 높이 약 124㎝의 매트 구멍에 B군을 거꾸로 처박았고, 폭이 약 20㎝인 구멍에 갇히자 숨을 쉴 수 없게 된 B군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발버둥 쳤지만 A씨는 다른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며 방치했다. 약 27분 동안 방치된 B군은 혼수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B군이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B군의 가족들은 병원 측과 협의해 사건 발생 11일 만에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B군의 어머니는 CCTV 영상을 보도한 JTBC 뉴스 유튜브 채널에 “안녕하세요, B군의 엄마입니다”라며 댓글을 올려 영상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저녁 시간 영상 때문에 심려 끼쳐 죄송하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문을 연 B군의 어머니는 "제가 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런 비극이 나오지 않길 바라고 더 나아가 아동법(아동학대처벌법)이 강화되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몇 명의 아이들이 못다 핀 꽃이 되어야 강화되겠느냐. 제 아들은 하늘의 별이 됐지만 다른 아이들은 행복한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사건이 잊히면 안 된다. (가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만 아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제 아들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A씨는 사건 직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CCTV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다른 아동들 역시 A씨에게 비슷한 학대를 당해온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이에 A씨는 지난 8월 아동학대 살해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의 CCTV 삭제 시도를 근거로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나 인과관계 및 미필적 고의에 대해 문제가 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14 09:22:52【 대전=유선준 기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캔버스 간의 관계, 그리고 '회화'라는 거대한 과거와 역사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고, 신화·고전 기반의 자유로운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upertz)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전(展)을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페르츠는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그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Dithyra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다.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다프네(Daphne), 님프(Nymph), 헤라클레스(Hercules)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프랑스 회화의 시조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숭고한 선과 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성경, 신화, 철학을 통해 풀어내는 푸생의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형상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조각가로 예술 활동을 넓힌 뤼페르츠는 브론즈 조각 위 선명한 원색을 입히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신화를 재해석하며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를 재해석한 주요 작품 가운데 '에우로파와 배(2020)'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에우로파는 '유럽의 기원'이라 불리는 여신으로, 요염하기 보다는 암시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에우로파와 비너스는 바다와 함께 묘사되지만 뤼페르츠는 배경에 호수를 그려 넣고, 낡은 조각배를 추가했다. 이는 그의 작업실 주변 풍경을 작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 앞에는 죽은 소의 두개골을 커다랗게 그려 넣어 인간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을 배치해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내비쳤다. 뤼페르츠의 연작 회화인 '다프네(2020)'도 그의 끈질긴 고전 재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붉은 천을 걸친 사람은 도망치는 듯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뻗은 팔에서 나뭇가지가 솟아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다. 다프네라는 요정이 아르테미스를 흠모하는 상황에서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에게 반해버린 궁술의 신 아폴론이 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이에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나를 다른 존재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아버지는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했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월계관을 만든다. 뤼페르츠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대다수 작가와 달리,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순간 만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신화 속 절세미인인 다프네를 울퉁불퉁 뒤틀린 덩어리로 표현해 남다른 미적 관점을 구현한 것이다. 이밖에 '숲 속의 기도(2017)'는 형태와 색채, 구도 간의 조화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뤼페르츠는 이 주제 의식과 무관한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치고자 했다. 즉, '사람들이 모여 기도한다'는 내용이나 인체의 재현 보다 숲 속의 인물들이 배열된 구도와 이때 발생하는 조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숲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의 모티프는 그저 '형상'일 뿐,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게 아니라고 헤레디움 측은 설명했다. 뤼페르츠는 "저에게 한국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역사도 깊은 나라라서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도전 과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2024-10-03 18:29:12"올 초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기념 앨범도 발매했는데, 한국에서 평소 나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토스카'를 하게 돼 더욱 특별하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무대를 앞두고 전격 내한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지난 8월 30일 '토스카' 기자회견에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리사이틀이나 콘서트로 한국을 종종 방문했지만 전막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2012년 정명훈 지휘자와 호흡한 야외 오페라 '라 보엠'이후 12년만이다. 1992년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으로 데뷔한 게오르규는 올해 '안젤라 게오르규 푸치니 오페라 작품집'을 발매했다. 수록곡을 직접 큐레이션한 그는 "모든 소프라노는 언젠가 토스카가 되는 꿈을 꾼다"며 "특히 토스카는 오페라 디바고 푸치니는 제 목소리에 잘 맞는 작곡가 중 한 명"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또 "토스카뿐 아니라 '투란도트' '나비부인' 등 푸치니 음악은 대중을 사로잡는 데 탁월하다"며 10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로 유명한 '토스카'는 19세기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프리마돈나 토스카는 정치범으로 수감된 연인이자 화가 카라바도시를 구하기 위해 악한 경찰서장 스카르피아를 살해하지만, 결국 연인을 구하지 못한 슬픔에 투신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는다. 이번 공연은 게오르규와 김재형, 사무엘 윤이 호흡한다. 게오르규와 사무엘 윤은 지난 2016년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토스카'를 공연한 바 있다. 또 함께 토스카를 맡게 된 이탈리아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의 주역 임세경은 김영우, 양준모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표현진 연출은 "두 팀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며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색깔을 가진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다보니 두 팀의 색깔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게오르규 역시 "같은 오페라라도 매 공연 다르다"며 "모든 가수들의 목소리와 그동안 받은 교육· 문화, 캐릭터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시대적 배경은 원작의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시대에서 세계대전인 20세기 무렵으로 바꿨다. 표 연출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며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쟁에 승자는 존재하는가, '토스카'를 통해 전쟁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9-02 19:19:11[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를 맞은 15일 진상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온전한 진상규명과 확실한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만,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을 허망하게 떠나보내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하늘에서 유독 사납고 맹렬한 울음을 쏟아냈던 그 날, 우리는 눈물로 열 네 명의 귀한 생명을 떠나보냈다"며 "국가가 국민을 지킬 책임을 다했더라면, 1년 전 오송의 7월 15일은 ‘비가 많이 왔던 평범한 하루’로 기억됐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시민의 출퇴근길을 성실히 책임졌던 747번 버스기사 아버지. 일찍 부모님을 여윈 탓에 유달리 여동생을 아꼈던 다정한 오빠. 텃밭을 가꾸며 행복한 노후를 즐길 꿈에 부풀었던 아내. 우리 국민의 평범한 일상이 폭우에 휩쓸려가는 사이, 국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오송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제방이 넘치려 한다'는 시민들의 외침은 무시당했고, 당국은 홍수경보에도 지하차도의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선 오직 자력으로 폭풍우를 헤치고 '각자도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치와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이미 올해에도 장마로 인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더 이상 기후로 인한 폭우가 일상이 된 만큼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여 빈틈없이 국민의 안전을 살피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다시 한 번 희생자 분들의 영면을 기도한다"며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견뎌오신 유가족들, 그날의 참혹했던 기억으로 빗방울 소리에도 쉬이 잠들지 못하실 생존자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7-15 11:58:57울산 축구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명을 내고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의 이같은 비극적 선택의 결말은 실패임이 자명할 사실"이라며 "역설적 결과를 거둔다 해도 그건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 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 희생의 대가"라고 덧붙였다. 이임생 이사는 "울산이 원하는 대로 의논하겠지만 울산을 계속 이끌어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시즌 중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K리그와 울산 팬들께는 시즌 중 클럽을 떠나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축구 팬들은 불과 며칠만에 말을 바꾼 홍 감독에게도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30일 당시에도 "클린스만 감독을 뽑았던 협회가 과연 제대로 학습이 된 것인지 궁금하다" 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며 완강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고작 일주일만에 감독직을 수락했고 울산을 떠나게 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7-08 17:04:44[파이낸셜뉴스] 임현택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5월 1일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제42대 집행부 인선을 완료했다. 29일 의협은 "임 당선인을 필두로 제42대 집행부는 전문가로서 의사와 의협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와 예측을 토대로 현안을 해결하고 국민과 회원에게 신속·정확·신뢰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의협으로 거듭나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법조계·의료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해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고, 유일한 법정 의료단체로써 공식적인 움직임을 활발히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당선인은 "회원 권익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위해 단순 회원지원 응대에서 벗어나 시스템화된 민원 응대를 제공하고, 대회원 법률 서비스 지원 또한 로펌 수준으로 향상 시켜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의협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비극적 사태가 불러온 각박한 의료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 의료계에 희망과 자긍심을 안겨줄 수 있도록 압도적인 회무 성과를 보이겠다"고 부연했다. 대한의사협회 제42대 집행부는 오는 5월 2일 첫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회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4-29 13:37:33"사춘기 시절 (영국 첩보소설가)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읽고 심하게 반했었다. 그의 소설엔 '스마일리'라고 공작 계획을 짜는 스파이 마스터가 나온다. 마치 영화감독처럼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게 진짜인 것처럼 아주 디테일하게 모든 걸 설계한다. 필요한 예산도 따고, 상대를 속일 배우도 캐스팅하고. 제가 영화감독이 된 것과 스파이 소설을 좋아한 것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박찬욱 감독(사진)이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후 두 번째 글로벌 시리즈를 내놨다. 지난 15일부터 쿠팡플레이를 통해 독점 공개되고 있는 HBO 드라마 '동조자'다. 두 작품은 냉전시대 스파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전 스파이 이야기 '동조자' '동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중첩자 경계인의 딜레마를 그린 이 작품은 "베트남전과 그 참상을 남다른 관점으로 제시한 전쟁소설의 새로운 고전" "매혹적인 스파이 소설이자 정체성에 관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가 제작한 7부작 드라마는 박찬욱 감독이 쇼러너를 맡아 제작과 각본·연출까지 전 과정을 지휘했다. 박 감독은 지난 18일 '동조자' 기자간담회에서 "스파이가 주로 활동했던 냉전시대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냉전시대는 끝난 듯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남한사회 역시 여전히 이념갈등이 격렬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역시 (베트남처럼) 이념 투쟁을 겪었고, 내전 배경에 강대국이 있었다. 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변상련의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프랑스와 베트남 혼혈인 이중첩자 '캡틴'(호아 수안데)은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군인이자 북베트남이 심어 놓은 간첩이다. CIA 공작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발탁된 비밀요원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캡틴'의 자백으로 시작된다. 드라마는 원작에 마치 대위가 쓴 자술서(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화면 정지'와 '되감기'와 같은 영화적 장치로 개성을 더했다. 또 박 감독 특유의 유머와 미국 대중문화가 곳곳에 녹아들어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웃픈' 상황과 경쾌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박 감독은 "문학적 장치에 영화적 기법을 결합했다"며 "특히 코미디에 신경 썼다. 배우의 얼굴, 공간 등 영상 요소를 활용해 어떤 상황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요소로 코미디를 활용했다. 논리적이지 않고, 불쌍하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유머가 소설과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원작의 "아이러니, 패러독스"를 살렸다. 그는 "배우들에게도 강조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겉과 다른 안의 의미를 항상 생각해라. 각색 과정에서도 부조리성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혼혈이자 이중간첩인 주인공 캡틴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1인4역 '동조자'는 기존 베트남전 소재 유명 작품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여전히 권력욕을 놓지 않고 도망쳐온 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남베트남 군인들,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구출자' 미국인들, 그 사이 두 얼굴의 남자로 살아가는 나(캡틴)와 남·북베트남을 상징하는 두 친구에 관한 우정 그리고 고도의 정치·사회 풍자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 감독은 "원작소설 속 다양한 인물을 다 등장시키고 그들의 매력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배우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아시아에서 베트남계 배우를 포함해 일반인까지 몇 천명을 오디션 봤다. 장군 역 배우는 디즈니사 웹디자이너 출신으로 연기가 처음이다. 베트남 유명 영화 감독도 출연했다. 그들을 믿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다행히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많이 누렸다"며 뿌듯해 했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을 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그는 "각각 CIA 요원·교수·영화감독·하원의원 등 네 얼굴이 알고 보면 미국의 기관·자본·시스템 등을 상징하는 미국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존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역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글로벌 OTT에서 인기다. 박 감독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친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사회는 다인종 국가인데도 그동안 특정 집단·인종의 목소리만 대중문화에 담아왔다. 반성이 너무나 늦었지만 생기고 있고, 또 소수집단이 힘을 갖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또 그걸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억달러(1400억원)가 넘는 쇼(드라마)에 처음 보는 베트남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대사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가 사용된다.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놀랍고, 너무 늦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22 18:16:05[파이낸셜뉴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한 작품 ‘리어’가 초연 2년만에 돌아온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에 따르면 ‘리어’가 3월 29일~4월 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지난 2022년 초연 당시 서양 고전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하고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했다. 국립창극단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원작을 보면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세상은 어질지 않다)’이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린 배 작가는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물의 철학을 근간으로 한 극본에 맞춰 무대도 자연스럽게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했다. 배우들은 15cm 높이의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린다. 등장인물이 온몸으로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으로 튀고 흩어지는 물이 감정을 배가시키고, 극 후반부 왕국을 놓고 벌어지는 수상전투 장면에서는 천둥과 뇌우를 표현한 조명이 어우러져 비장미와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왕과 그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은 막내딸 코딜리어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으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이소연이 첫째 딸 거너릴을, 왕윤정이 둘째 딸 리건을 연기한다. 에드거 역의 이광복, 에드먼드 역의 김수인 등 열다섯 명의 소리꾼이 극한의 에너지와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한편, 창극 ‘리어’는 오는 10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바비칸센터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08 08:37:10상사에게 잘 보이려다 오히려 큰 실수를 한 하급 공무원의 소심한 행동은 답답하다 못해 나중에는 애잔하다('재채기'). 한없이 착한 가정교사의 저자세를 지적하던 고용주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임금을 깎는데, 연신 고개를 숙인 채 부당한 처사를 묵묵히 감내하는 가정교사의 모습에선 임금 노동자의 비애가 느껴진다('가정교사'). '치과의사'에서는 겁이 많은 사제가 하필 경험 없는 치과 조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고전적인 웃음을 안긴다. 각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작가'는 중간에 "웃음의 잔인함"에 대해 언급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는데, 희비극은 이렇듯 동전의 양면과 같다. 6일 개막한 닐 사이먼의 코미디 명작 '굿닥터'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다음달 12일까지 공연된다. '굿닥터'는 안톱 체홉(1860~1904)의 익살스런 단편들을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작가 닐 사이먼이 각색한 옴니버스 극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체홉의 단편을 닐 사이먼이 각색한 '재채기' '가정교사' '치과의사'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 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와 닐 사이먼의 오리지널 작품 '늦은 행복' '오디션' 등 총 8개 챕터를 선별해 선보인다. 연극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는 한 작가(김수현 분)가 글쓰기를 포기하려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관객들에게 하나둘씩 펼쳐 보이는 구성을 취한다. 김승철 연출은 6일 개막을 앞두고 열린 프레스콜에서 "'굿닥터'는 연극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올해 서울시극단의 기조에 부합하는 작품"이라며 "원작에 대한 애정과 체홉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체홉은 젊은 시절 의학도였고 집이 몰락해 학비를 벌려고 단편소설을 쓰며 생계를 유지했다"며 "시공간적 배경이 19세기라 당시 느낌이 나지만, 고전의 힘을 믿는다. 100년 전 작품이나 주제가 보편적이라 동시대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디극이나 단지 웃기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갈등과 어려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인간애를 담고자 했다. 그는 "관객들이 때론 웃는 한편 씁쓸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공연이 끝나면 각 에피소드 속 인물에게 연민이나 사랑, 격려의 마음과 인간애를 느끼길" 바랐다. '재채기'에서 소심한 하급 공무원을 연기한 이승우는 이날 "압축과 비약이 많아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궁극적으론 웃음을 줘야하는데, 고민에 빠진 나 자신을 보면서 지금 맞게 가고 있는지 싶어 많이 울었다"고 토로했다. 신진아 기자
2023-10-09 18:25:11【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오는 10월까지 31개 시·군에서 위기가구 발굴 홍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사각지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7일 오후 2시 30분 양평 물맑은양평체육관, 9일 오전 11시 의정부신세계백화점 2·3층 광장, 12일 김포 북변환승센터 김포 5일장 등 31개 시·군과 함께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의 발굴과 제보 활성화를 위한 현장 홍보활동을 한다. 도가 선정한 홍보 장소는 주민이 많이 왕래하는 역, 재래시장을 비롯한 문화공연 행사, 체육대회가 예정된 지역 등이다. 도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도민을 찾아 제보하기 위해 모집 중인 '경기도 희망 보듬이', 긴급복지 핫라인, 긴급복지 콜센터 등을 적극 알린다. 도는 '수원 세 모녀 사건' 재발 방지와 위기 도민 복지권 보장을 위해 현재 민관협력으로 △천주교·불교·기독교, 홍보물 게시 및 복지 사각지대 발굴·제보 교육 △경기도약사회, 도내 약국에 홍보물 스티커 제작·배포 △공인중개사협회, 공인중개사 대상 홍보물 배포 △소상공인연합회, 누리집 배너와 회원 대상 전단지 및 카카오톡 홍보 △경기도교육청, 누리집 공지 사항 등록과 학부모에게 앱으로 홍보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 장기 요양 등급판정 조사 때 발굴·제보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경기북부본부, 전기 검침 시 발굴·제보 △사회복지 기관·단체, 사회복지업무 수행 중 발굴·제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희망보듬이 참여 희망자는 온라인 경기민원24 또는 전자우편, 우편(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도청로 30, 경기도청 복지사업과), 방문 접수 등으로 편한 경로로 신청할 수 있다. 위기 이웃을 발견하면 경기도 긴급복지 위기상담 핫라인과 콜센터로 제보하면 된다 김능식 경기도 복지국장은 "이웃과 더불어 서로를 돌보고 챙겨 살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발굴·제보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09-06 09: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