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4년이 됐지만 관련 사고가 연평균 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사망사고임에도 사건별로 실형이 5년 이상 차이가 벌어져 처벌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식이법 이후 어린이 11명 '사망'18일 경찰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 첫해인 지난 2020년 이후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총 11명이다. 지난 2020년 3명의 어린이가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2021년 2명, 2022년 3명, 2023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올해도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스쿨존인 한 이면도로에서 40대 운전자가 좌회전 중 4세 A군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도로는 의무로 설치돼야 할 어린이보호 안내 표지판·과속방지턱·울타리 등의 안전시설 설치도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미처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06건이 발생했다. 연평균 500건에 달한다. 5년 vs 12년..."기습 공탁 반영"민식이법 시행 이후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은 실형 기간이 5년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기습 공탁이 양형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어 여전히 법원이 처벌에 관대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언북초 인근 스쿨존에서 9세 이동원군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의 가해자 40대 B씨는 1심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지난 2월 대법원 판단까지 거친 끝에 원심을 깨고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앞두고 이뤄진 총 5억원의 '기습 공탁'을 양형에 참작한다고 설명해 논란이 됐다. 이군의 가족은 재판 과정에서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에 '대전 스쿨존 사망사고'의 1심 재판부는 공탁을 양형에 반영치 않으면서 이군 사건에 비해 높은 형량을 적용했다. 지난해 대전에서 스쿨존 음주운전으로 9세 배승아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60대 C씨는 지난 16일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은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다른 피해자들도 모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위 금원을 형사공탁한 점을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법부도 과거에 비해 어린이 교통사고·음주운전·뻉소니 등에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는 방향성을 보이고는 있으나, 좀 더 체계적으로 일관되게 고려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공탁의 경우 상당 부분 감형에 고려된다면 재산의 유무로 형량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04-18 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