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람들을 속여 개인정보나 돈을 뜯는 이른바 '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피싱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그중 일부가 속길 기대하는 '투망식'이었다면, 이젠 특정 개인이나 조직을 정밀하게 목표로 삼는 '작살형'으로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피싱 범죄가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우선 예방 차원에서 스스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112상황실에 "아는 동생 A씨가 납치된 거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신고자는 A씨의 SNS 계정으로 '동생을 납치했으니 돈 3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일본으로 데려가겠다'는 메시지와 청테이프로 A씨의 얼굴과 몸을 결박한 사진을 전달받았다. 신고자는 A씨의 안전이 우려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SNS를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했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지역 경찰과 형사들은 약 4시간 동안 단서를 확보해 A씨의 실거주지를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A씨를 위치추적과 연락을 통해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을 파악한 뒤 해당 연락이 피싱 사기임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을 진짜 납치로 오인해 신고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정 개인을 목표로 한 피싱 범죄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SNS를 통해 개인 정보 수집이 쉬워진 데다가 특정인을 겨냥할 경우 피싱 메시지를 더 정교하게 구성해 낚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감소했지만, 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전년 1451억원 대비 35.4%(514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1인당 피해액 역시 1100만원에서 171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55.5%(610만원) 증가했다. 올해 피싱 피해액 역시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7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피해건수는 1676건, 피해액만 558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올 1~8월 투자리딩방 피해액은 5340억원, 올 2~8월 연애빙자사기 피해액은 545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싱 범죄가 투망식에서 작살형으로 진화하면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보이스, 딥페이크도 등장하면서 범죄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5월 부산에선 AI 딥보이스 기능을 활용해 피해자의 딸과 비슷한 목소리를 만들어 범행에 이용한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 인출책이 검거되기도 했다.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향후 더 큰 피해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1차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등 피싱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투망식 피싱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표적을 정해놓고 사기를 치는 작살형이 가장 유행하고 있다"며 "갈수록 기술이 진화하면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게 된 만큼 예방 차원에서 SNS에 개인정보 공개 행위를 자제하는 등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9-26 15:16:46[파이낸셜뉴스]"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미혼 부모와 아이가 필요한 불임부부를 위해 선의로 했습니다." 인터넷에 양육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미혼모에게 접근한 A씨(37·여)는 경찰 조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돈을 주고 본인 이름으로 아이를 낳게 하고 신생아를 빼돌린 뒤 불임부부에게 아이를 팔아 넘긴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2020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4명의 신생아를 매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A씨는 불임부부를 물색해 5500만 원을 받고 직접 1명의 아이를 임신한 뒤 출산해 넘겼다. 대구지법 제3―2형사항소부(김성열 부장판사)는 13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매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들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범행에 가담한 A씨 남편 B(27)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미혼모, 불법 입양 부부 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이 신체·정서적으로 매우 위험한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A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혐의 뿐만 아니라 과거 접근했던 미혼모에게 재차 연락해 "1000만 원을 줄 테니 난자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며 대리출산을 유도한 혐의(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5명의 아이 중 A씨가 낳은 아이 등 2명은 불임부부 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1명은 해외로 입양됐고, 또 다른 1명은 A씨가 대학병원에서 가짜 산모 행세를 하며 빼돌리려다 미수에 그쳐 현재 위탁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아이를 넘겼던 미혼가정에서 다시 데려갔다. A씨는 지난해 3월 1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낳지 않은 신생아의 퇴원 수속을 밟다가 산모가 아닌 것을 눈치 챈 병원 직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여기에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명의 신생아를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8-13 15:16:14[파이낸셜뉴스] 인천에서 직장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20대 남성이 사흘 만에 골프장 물웅덩이(해저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 25분께 인천시 서구 골프장 내 물웅덩이에서 숨져 있는 20대 A씨를 경찰 드론이 발견했다. A씨는 지난 9일 직장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인천 서구 청라동 일대에서 실종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실종 당일 A씨는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직장 회식을 한 뒤 귀가하는 길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절대 이유 없이 사라질 친구가 아니다"며 "가족과 친구들이 애타게 찾고 있다"고 호소한 바가 있다. 경찰은 회식 장소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A씨 동선을 확인했다. 드론 등을 이용해서 공촌천 인근을 비롯해 청라 전체지역을 수색했고 A씨를 발견하게 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사망 원인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4-08-13 09:53:20[파이낸셜뉴스] 게임회사 홍보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지목된 애니메이터를 온라인에서 모욕한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재수사하기로 한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로 비방성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미흡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방 목적 없다 해도 형법 적용했어야"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애니메이터 A씨가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말 불송치하면서 비방성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는 구성요건 중 하나다. 피해자가 특정됐는지와 함께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쟁점으로 작용한다. 경찰은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하더라도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작성자들은 A씨가 문제가 된 그림을 그렸다고 특정했지만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고소인이 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 자체는 맞다"며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비방 목적이 전제되기 때문에 경찰의 판단대로라면 비방과 관계 없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형법에 대해 송치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법리 해석 능력 부족"작성자들이 A씨를 그림을 그린 당사자로 오인한 데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경찰은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한 모욕이 A씨를 향한 게 아니라고 평가했다"며 "그러나 당시 그림을 그렸다고 추정한 사람에 대한 비방의 고의를 가졌다면 그 사람도 비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뒤늦게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담당 수사팀도 변경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수사 미숙이 불러온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변호사는 "수사는 사건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판단 미숙이 불러온 일"이라며 "수사 종결권이 주어진 경찰의 법리 해석과 적용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8-12 16:19:29[파이낸셜뉴스] 법원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 6명에 대한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새 이사의 임기 시작은 오는 26일까지 잠정 정지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낸 새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오는 26일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심리와 종국결정에 필요한 기간 동안 신청인을 포함해 임기 만료 예정인 방문진 이사들과 그 후임자로 임명된 자들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어 잠정적으로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집행정지란 정부 기관이나 행정청이 내린 처분의 집행 또는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법원의 명령이다. 이날 재판부가 권 이사장 등의 집행정지 신청을 정식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새 이사들의 취임일인 13일 전까지 사건을 검토하기가 촉박한 만큼 최소한의 심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직권으로 잠정적 조처를 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초 심문기일을 이달 9일로 정했다가 피신청인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19일로 늦췄다. 심문기일 이후 오는 26일 이전까지는 최종적으로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이에 권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이사들은 '2인 체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8-08 17:49:22[파이낸셜뉴스]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관원인 5세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태권도 관장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 오미경)는 지난 7일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A씨(38)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 20분께 경기 양주시 덕계동의 한 태권도장에서 돌돌 말아 놓은 매트 사이에 B군을 거꾸로 넣어 27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직전 B군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때리고 B군을 안아 약 60회가량 과도한 다리 찢기를 반복한 후 벽에 세워진 매트 위에 B군을 매달리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군이 "살려 달라", "꺼내 달라"고 외쳤지만 A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태권도장 사범이 꺼내줘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또 관장실 내 설치된 CCTV 화면을 통해 B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무 조치 없이 장시간 방치했다. 더구나 A씨는 유소년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을 소유하고 아동 체육학을 이수한 이력이 있어 응급조치가 가능했지만 막상 B군이 혼수상태로 발견된 이후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폐쇄회로(CC)TV를 삭제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이에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살해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복구된 CCTV 화면을 분석해 A씨가 범행 전 B군을 때리는 등 추가 피해 정황도 확인해 공소장에 학대 행위도 포함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B군이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B군의 가족들은 병원 측과 협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4-08-07 17:30:43[파이낸셜뉴스] "지속적으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모씨(37)가 범행 동기라며 한 진술로 알려졌다. 백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피해자의 어깨 등을 벴으며 A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이 '전신 다발성 자절창(흉기에 의한 상처)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냈다. 백씨는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9살과 4살 아들을 둔 가장으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백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1시간 여 만에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6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백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백씨는 취재진에게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자 그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습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을 했는지'를 묻자 백씨는 "네"라고 답했다. 마약검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평소 도검을 소지하고 다녔나' ,'직장에서 불화가 있었던 게 사실인가' 등의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했다. 백씨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돌출 행태를 보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백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인 자료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8-06 15:41:36[파이낸셜뉴스] 지난 2일 오전 5시 10분께 경찰에는 '누군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은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였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시에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같은 날 오전 8시 50분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도로에서 70대 남성 피의자 A씨를 붙잡았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발견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오전 6시 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새벽 근무를 하던 서울 중구 용역업체 소속 60대 여성 청소노동자였다. 피해자는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홀로 근무하다가 피습당했다. 피해자와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무직인 A씨는 동자동 쪽방촌 인근 여인숙에 살면서 노숙 생활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 시신 부검 결과 다발성 자창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지난 5일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출석 당시 A씨는 혐의 인정 여부와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 물음에 연신 "몰라요"라며 취재진을 향해 "찍지 말라"고 했다. '범행도구를 어디서 준비했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말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서울 중구청은 사건 발생 이후 관할 청소노동자들의 구역을 '2인1조'로 재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가 피습당한 지하보도를 혼자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4-08-05 16:56:24[파이낸셜뉴스] 지적장애가 있는 동창을 상대로 7년간 8800여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최근 준사기,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2022년 10월 중·고등학교 동창인 B씨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금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으로, 학창 시절에 특수학급에 소속되기도 했다. A씨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내역을 결제해 달라"며 B씨가 대신 결제하게 했다. 아울러 계좌이체, 카드 결제, 휴대폰 소액 결제, 온라인 문화상품권 결제, 카드대출금 교부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총 404회에 걸쳐 8800여만원을 가로챘다. 그는 지적장애가 있는 B씨를 이용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며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소개받은 여성 행세를 하며 B씨와 대화했고, 이후 "여자애가 죽었다", "여자 어머니가 너를 고소해서 벌금을 내야 한다" 등이라 겁을 주며 B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아울러 A씨는 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을 B씨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도 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에 본인 명의가 아닌 B씨의 명의로 송금하기 위해 B씨에게 이체를 강요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리를 분별하거나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의 상태를 악용해 약 8800만원을 취득했다"며 "피해자에게 피해자 계좌를 이용한 송금을 강요하고,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기까지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이용한 점 등 경위와 내용에 비춰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의 가족은 피고인으로부터 손해배상 받는 것을 거부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8-02 17:30:03"" [파이낸셜뉴스]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음란물 유통을 주도하고 자회사 매각 대금 등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양진호 전 미래기술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검찰과 피고인 측이 모두 불복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검은 양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도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 선고를 하지 않고 일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상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양 전 회장 측도 항소심에 불복해 지난달 3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항소심은 피고인이 수백만 건에 달하는 음란물 유포 행위를 방조한 범행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익이 검사가 구형한 추징 금액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추징 선고를 하지 않았다"며 "본건 범죄수익 규모는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회장의 횡령액과 음란물 판매 등으로 얻은 이익을 고려해 총 512억원을 추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음란물 판매 수익이 피고인에게 귀속됐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고 피해 회사가 횡령액 등으로 인한 피애액 중 상당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등을 이유로 추징을 하지 않았다. 항소심도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사용한 쿠폰과 포인트 등은 회사가 무료 지급한 것이고 해당 결제는 26만건에 달해 이 사건 범죄 수익이 검사가 구한 추징액보다 상당 부분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 전 회장은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음란물 유통을 조직적으로 조장·방조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2019년 8월 구속기소됐다. 양 전 회장은 자회사 매각 대금 등 8개 법인 자금 167억원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차명 통장 등으로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한편 그는 2018년 12월 상습폭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로 기소됐고, 2021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지난해 6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경우 양 전 회장의 형량은 총 12년이 된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8-01 18: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