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유명 관광지 나라현 사슴 공원을 찾았다가 '사슴 고추 테러범' 누명을 썻다는 한국인 대학생의 사연이 전해졌다. 7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가족들과 일본여행을 갔다가 수만 명한테 '사슴 고추 테러범'으로 욕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 3일 '사슴 공원'으로 유명한 일본 나라현 나라 공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슴 한마리가 다가와 기념품이 담긴 봉투를 물었고, 이로 인해 봉투 안에 있던 영수증과 관광 팸플릿이 바닥에 흩어졌다. 이에 A씨가 사슴이 물고 있던 봉투를 간신히 빼앗은 순간, 한 일본인 남성이 다가와 소리를 지르더니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한다. A씨가 "사슴이 봉투를 훔쳐 갔다. 일부러 준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자 일본인 남성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 A씨는 온라인에서 '사슴 고추 테러범'이 됐다.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윽박지르던 일본인 남성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동물 학대범'이라며 A씨의 사진을 올린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과거 민폐 콘텐츠로 유명했던 유튜버 '헤즈마류'였다. 그는 점원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발하거나 사람을 괴롭히는 등 민폐 행위를 하는 영상을 제작해 일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39도 고열에 노마스크로 일본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나라 공원에서 사슴을 학대했다는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 헤즈마류는 게시글에서 "한국인이 사슴에게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다"며 "사슴이 구토하고, 입에 거품을 물며 경련을 일으킨 뒤 쓰러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다시는 공원에 오지 않길 바란다. 체포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슴 발 옆에 고추로 추정되는 물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 글은 X에서 2만1000회 이상 공유되며 빠르게 확산됐고, 일본 내에서는 "일본인이 싫어서 사슴을 괴롭히는 거냐", "공원에 중국인과 한국인은 입장시켜선 안 된다", "이 한국인한테 고추를 먹이자" 등 A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러한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A씨는 "도대체 청양고추가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 당시 있던 곳은 흙바닥이었다"라며 "아스팔트 위에 놓인 고추 사진은 날조된 사진이다. 일본에 고추는 반입 자체가 안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 A씨가 봉투를 뺏으며 사슴과 찍힌 사진과 헤즈마류가 고추사진과 함께 올린 사진의 바닥은 전혀 다르다. 헤즈마류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A씨는 이미 얼굴이 공개되어 여행 내내 두려움 속에 지내며 숙소에만 머물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헤즈마류의 주장을 인용한 글들이 사실처럼 퍼지면서 A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사람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시선이 느껴지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가족여행이 이런 날조로 고통스러워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07 15:5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