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나나(사진=해당방송캡처) ‘룸메이트’의 나나가 운전에 도전하면서 허당의 면모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15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에서는 송가연과 함께 차를 몰고 장을 보러 나온 나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나나는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고 운전에 나섰지만 차량이 출발함과 동시에 경보음이 계속 울려 결국 집 근처 차량정비소를 찾았다. 이어 차량의 상태를 보기위해 차에 탑승한 정비사는 사이드브레이크 경보등이 켜진걸 보고 “사이드 걸고 온 것 아니냐?”라고 경보음의 원인을 단번에 해결했다. 너무나 허무한 원인에 송가연은 “끝난거냐? 차에는 문제가 없는 거냐?”라고 물었고, 정비사는 “괜찮다. 문제없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전화 통화로 인해 뒤늦게 사이드 브레이크가 문제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나는 “원래 사이드 미러가 잠겨있는 거냐?”라고 묻는 등 엉망진창 허당의 모습을 보여 거듭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나는 “전에 탔던 차와 위치가 달랐다”라고 변명해 허당면모를 이어갔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afei@starnnews.com김동주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6-15 17:51:34“혹한땐 사이드브레이크 사용 금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생기는 고민거리 중 하나는 자동차 관리다. 자칫 급하게 운전을 해야 할 경우 운행을 못할 수 있는 낭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겨울철 자동차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 해답을 16일 AJ렌터카가 운영하는 순회정비브랜드 AJ카디안디투디가 몇 가지 제시했다. 먼저 겨울철에는 습관적으로 채우던 사이드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AJ카디안디투디의 조언이다. 케이블을 감싸고 있는 고무가 찢어져 수분이 들어가면 잘 마르지 않는데, 날씨가 추울 경우 결빙돼 해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드브레이크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사이드브레이크 레버를 세게 올렸다 내렸다 반복한다. 그러면 언 부분이 떨어져 풀릴 수 있다. 따라서 응급처치를 하고 가까운 정비소에서 케이블을 교체하면 된다. 겨울철에는 연료별 차량 관리도 필수다.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은 온도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겨울철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부탄의 비율을 낮춘 동절기용 LPG를 사용해야 한다. 시동을 걸 때는 엔진을 예열한 뒤 출발하고, 주행 후 시동을 끌 때는 LPG 스위치를 오프로 바꿔 연료 내 잔류가스를 모두 태운 뒤 저절로 시동이 꺼지게 해야 한다. 디젤의 경우는 영하 18도까지 문제없는 동절기용 경유를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공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부 주유소에선 영하 24도까지 견딜 수 있는 혹한기용 경유를 공급하는 만큼 강원도 등 내륙 산간지방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미리 혹한기용 경유주유가 가능한 곳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겨울철에는 운행 후에 연료탱크의 경유 온도가 상승해 있기 때문에 연료가 적을 경우 내·외부 온도 차로 인해 연료 탱크 내 수분이 생기게 된다. 후에 시동 불량 및 엔진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겨울철에는 연료를 가득 채워 수분을 방지하는 것도 디젤차량 관리 방법 중 하나다. 아울러 엔진오일, 부동액, 타이어 점검은 기본이다. 특히 워셔액의 경우는 여름용을 사용하면 앞 유리에 성에가 낀 것처럼 시야를 가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시중에서 판매하는 워셔액은 메탄올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화기에 가까이 두어서는 안되며 화재 시 워셔액을 부으면 폭발할 수도 있으니 절대 가까이 두거나 부어서는 안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2012-11-16 17:00:59[파이낸셜뉴스]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굴러가던 화물차를 경찰이 순찰차로 가로막아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알려졌다. 1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17일 오후 3시30분께 비산지구대 소속 권경석 경위와 이성민 경사는 교통사고 발생 112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향하던 중 1t 화물차가 앞 범퍼로 경차를 들이받은 채 비탈길을 역주행하며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차량 주행 방향에 놀이터가 있었는데, 놀이터에는 주민과 아이가 다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두 경찰관은 접촉 사고가 난 줄 알고 정차 명령을 했으나 주행을 멈추지 않자 순찰차 운전석 부위로 화물차가 밀고 내려오던 경차 앞부분을 충격해 막아 세웠다. 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 A씨가 내리막길에 주차한 뒤 사이드 브레이크를 깜빡하고 채우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이 굴러 내려가는 것을 본 A씨는 이를 멈추기 위해 운전석 부근을 붙잡고 뛰었으나, 이미 속도가 붙은 차량을 정차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경차에는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져 있었지만 화물차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함께 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권 경위와 이 경사가 해당 장면을 목격하고, 순찰차를 이용해 사고를 예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순찰차 운전석에 탑승했던 이 경사는 어깨와 허리, 무릎 등을 다쳐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사는 "차량이 놀이터 쪽으로 계속 진행하는 걸 보고, 순찰차로 막아 세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시민들이 무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을 내리막에 주차할 경우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드시 채우고, 핸들을 돌려 바퀴 방향을 바꿔 놓거나 버팀목을 갖다 대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9-11 10:28:28<26>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으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한달여간의 우즈벡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국경을 넘는다. 타슈켄트에서부터 앞으로의 경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우리가 원한 최선의 경로는 우즈벡 남서쪽의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 이란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투르크메니스탄 가는 방법이 쉽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는 3~5일짜리 경유(Transit)비자가 있었다는데 발급이 중단된 듯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타슈켄트에 있을때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을 찾아가 한시간을 기다려 겨우 직원을 만나 물어보았는데 초청장이 있으면 몰라도 외국인 입국이 금지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한 이란도 까르네(무관세 통행증)가 필요하며 대행사 등을 통해 미리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꽤 많은 돈이 드는 것 같았고 운이 나쁘면 돈을 내도 입국이 안될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쪽 경로는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북쪽으로 카스피해를 돌아 가야했는데 국경지나는 것을 최소화하기위해 일단 카자흐스탄에 재입국해서 카스피해 연안의 악타우에서 배에 차를 실어 아제르바이잔으로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구글 맵에 누쿠스에서 악타우까지는 약 1000km거리에 14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하지만 경험상 +3~4시간이다. 압둑의 아버지께서 이 구간의 길이 매우 안좋고 국경 전엔 주유소나 마을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주셨다. 까브리가 캠핑카이니 숙소나 마을이 없어도 아무데서나 쉬고 밥을 해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어제 시내에서 주유소 두 곳을 찾아갔었는데 디젤이 없었다. 가는 길에 살 수 있겠지 했는데 허름한 주유소를 하나 찾아내어 들러봤지만 역시 디젤은 없었다. 더 가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나올까봐 다시 누쿠스로 돌아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사막 한가운데 있는 식당겸 트럭 휴게소를 발견했다. 현지분들께 번역앱을 동원해 경유를 파는 가까운 주유소를 물어본다. 러시아어를 쓰는지 페르시아어를 쓰는지 우즈벡어를 쓰는지 모르니 번역앱도 무용인 경우가 많다.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니 황당하게도 여기에서 디젤을 판다고 한다. 품질이고 가격이고 따질 상황이 아니다. 디젤이 있다는게 반가와 당장 30리터를 달라고 했다. 직원 두분이 말통에 담은 디젤을 가져와 까브리 연료통에 넣어주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이정도면 국경 지나 베뉴까지도 문제 없다. 누쿠스에서 멀어지니 사방이 평평하고 누런 사막이 시작되고 도로 상태가 안좋아진다. 와아...단언컨대 지금껏 경험한 최악의 도로다. 아스팔트를 몇십년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게 되었다. 구겨진 옷의 주름이 잡히듯 쪼글쪼글한 아스팔트에 바퀴가 반이상 빠질듯한 크고 깊은 구멍이 계속 이어진다. 길이 얼마나 안좋은지 도로 옆에는 차들이 아스팔트 길을 피해 맨땅으로 다녀서 만들어진 흙길도 보인다. 차라리 흙길이 나을까 싶어 우리도 한번 가보았는데 울퉁불퉁 차가 미친듯 요동치고 흙먼지가 엄청나게 날려서 딱히 나을 것도 없다. 엉망인 도로탓에 사람도 차도 생고생이다. 10~20km밖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마저 악성 구간을 피하려고 가다서다를 반복해야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12시간을 왔는데 국경은 아직 한참 남았고 날은 어두워져버렸다. 마땅히 쉴 곳도 없어 밤에도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가는 것이 위험한 것을 넘어 공포스럽기 까지 했다. 그냥도 12시간을 운전하면 어마어마하게 피곤할텐데 길 상태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운전한 탄이 기절할 정도로 힘들어 한다. 공터고 뭐고 아무것도 없지만 도로를 조금 벗어나 흙바닥 위에 차를 세웠다. 사막의 추위에 수많은 별들도 눈에 안들어온다. 무시동 히터를 켜고 전기요를 의지해 잠을 청해보았다. 밤새 추위와 싸우다 살아서 눈을 떠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아침기온 영하 7도. 체감은 -10도가 훨씬 넘는 듯 무섭게 춥다. 오늘은 꼭 국경을 넘자! 하며 기운차게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화이팅하며 출발한지 30분도 채 안되어 갑자기 도로위에서 시동이 꺼졌다. 어제 거친 도로에 종일 시달리느라 까브리가 병이 난걸까? 추운 날씨에 오그라든 손으로 겨우 점프용 예비 배터리를 연결해보았다. 여전히 시동이 안 걸린다. 어제 넣은 경유가 문제일까? 영하의 날씨에 얼어버렸나? 궁여지책으로 휴대용 버너를 차 아래에 놓고 연료통을 데워보려 했지만 영하의 세찬 바람에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전화한통으로 견인 출동 서비스를 불렀을텐데. 막막했다. 도로위에서 차가 멈춰버렸다. 배터리 점프도 해보고 연료통도 데워보지만 소용없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해결될지도 모르겠지만. 바이칼호에서 우리가 견인을 해주었던 생각이 났다. 우리가 견인을 받아야하는 일이 생길줄은 몰랐는데. 이 길을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시동이 안 걸리니 히터도 안되서 추위에 덜덜 떨며 마냥 기다린다. 한참만에 대형트럭이 한대, 두 대 서주었는데 언어 소통이 안되어 결국 그냥 가버리고 망연자실 그저 착한 사마리아인같은 분이 나타나시기를 빌고 또 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가 멈춘지 3시간이 지났을때 드디어 생명의 은인이 나타나셨다. 크고 힘세보이는 대형트럭도 여러대 그냥 지나갔는데 정작 우리를 도와준 것은 딱 봐도 수십년은 된 듯한 낡은 밴 뒤에 달구지까지 매단 차. 길이 너무 험해서 섣불리 견인해주겠다 나서지 못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분은 우리차를 보자마자 견인줄을 준비해서 달구지와 까브리에 묶는다. 이제 살았다 싶고 너무너무 감사하다. 드디어 밴이 끄는 대로 까브리가 움직인다. 서너시간 만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밴 기사님이 운전을 매우 잘하시는 분이었다. 길이 워낙 험해서 그냥 가기도 위험한 길을 우리 1톤 트럭을 매달고 잘도 가신다. 하지만 험로에 앞차가 언제 급제동을 할 지 알 수 없기에 탄이는 초긴장모드로 오른팔에 심한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수없이 잡아당겨야 했다. 30분쯤 지나 탄이 약간 여유가 생겼는지 "개인적으로는 대형트럭보다 밴 사이즈의 차가 견인해주어서 따라가기가 훨씬 나아"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견인줄이 툭 끊겼다. 헉. 탄이 크락션을 울려 신호를 한다. 밴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다시 견인줄을 까브리에 묶는다. 길이 험해 견인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니 견인줄이 끊어지는 것 쯤은 당연하다 싶다. 끈이 무지 오래된 듯 낡기도 했다. 앞차는 길이 조금이라도 좋다 싶으면 막 달린다. 그러면 오래된 아스팔트에서 자갈들이 탁탁 소리를 내며 마구 날라온다. 이미 금간 앞유리가 완전히 깨져버리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게 중요하다. 천천히 가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끈에 묶인 채 앞차에 매달려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참 가다가 길에 서있는 승용차 앞에서 밴이 차를 멈추었다. 어리둥절 내려보니 역시나 고장차량이다. 이미 한대를 구조해 견인중이면서도 또 다른 어려운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신가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 이 차량은 앞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빠져 길에 놓여있는데 타이어를 연결하는 쇠부속이 부서진듯 했다. 밴 기사님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무슨 조치를 한 후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두어시간이 지나 국경 근처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훨씬 지났지만 나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탄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밴기사님께 식사대접이라도 하겠다며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 후 차 고칠 곳을 물어보니 근처에는 정비소가 없다고 한다. 이대로 견인된 채 국경을 넘을 수 있을까? 밴기사님과 식당주인분이 나와 까브리를 이리저리 살펴보신다. 퓨즈 박스도 열어보고 엔진룸도 열어보고 그러더니 견인 중 시동을 걸어보잔다. 탄이 안해본 게 아니어서 별 기대는 안되었지만 두분이 봐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 고마와 밴의 달구지는 빼고 우리차를 직접 묶어 견인하며 식당사장님이 우리차를 운전하였다. 식당 주차장을 한바퀴 돌기도 전에 "부릉~"하며 시동이 걸렸다. 나는 옆좌석에 앉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야~!"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얼떨떨한 얼굴로 탄이가 다가온다. 이럴수가! 까브리가 다시 살아났다!! 눈물이 날 정도로 까브리 엔진소리가 반가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엔진을 끄고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안 걸린다. 다시 밴으로 견인해서 시동을 걸었더니 다행히 또 걸렸다. 두분 모두 이대로 운전하고 가되 정비가 가능한 곳까지 가기 전에는 절대로 시동을 끄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말은 안통해도 무슨 이야긴지 너무 잘 알것 같았다. 2시간 이상을 무시무시한 험로를 견인해주신 밴기사님을 탄이는 꼭 안아드리고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국 과자등 선물과 사례로 100달러를 드렸다. 더 달라면 더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탄이는 왜 자기가 했을때는 안됐을까 매우 의아해했지만 어쨌든 시동이 걸린 것을 신통방통해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6시간만에 시동이 걸려 까브리가 다시 스스로 움직여서 다니는 것이 너무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식당에서 약 30분정도 더 가니 국경사무소가 나왔다. 우즈벡에서는 여행자가 어디에 묵었는지 거주지 증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는 곳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서류를 준비해왔는데 국경에서는 아무도 보자고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좀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준비해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국경에 서있는 차들 맨 뒤에 줄을 서니 앞에 낯익은 밴이 보인다. 먼저와서 줄서고 계시는 우리 은인. 카자흐스탄 국경수비대 분들이 웃으며 반겨주셨다. 국경에서 나 혼자 또 내려서 걸어가야 할 것을 각오하고 핫팩과 옷등 추위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었는데 차에 그냥 타고 있으라며 친절히 배려해주셨다. 국경에서 이런 환대는 처음이다. 탄이 차에서 내려 서류작업을 하고 돌아와서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며 보여준다. 와, 꽤 멋진 남자향수다. 수비대의 젊은 친구 한사람이 계속 정말 잘 도와주었고 마지막엔 이 것까지 선물해줬다고 한다. 그 친구 말고도 한국 자동차 등록증이 생소하다보니까 하나 둘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어 차근차근 물어보고 굉장히 호의적으로 수속 밟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덕분에 무사히 기분좋게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경통과는 항상 스트레스 받고 힘든 일이었는데 오늘은 여러모로 감동이었다. '일희일비'라고 나쁜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것 같다. 어제부터의 고생을 조금 위로받는 듯 했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니 길이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 어제 종일, 그리고 아침에도 그 악몽같은 험한 길을 비틀대며 지나와야했는데 비단결같은 아스팔트가 진심 감동스럽다. 다음 목적지인 베뉴에 가서 차도 고치고 숙소도 잡아야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QMehVDxsPGQ?si=zf30tAbmRBYQu1wt>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14 10:51:49[파이낸셜뉴스] 여왕의 대관식은 완벽했고, 깔끔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이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경기에서 허빙자오(세계랭킹 9위, 중국)를 2-0( 21-13, 21-16)으로 꺾고 28년 만에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날 금메달로 안세영은 세계선수권,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서 올림픽 금메달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허빙자오와의 상대전적을 9-6으로 격차를 벌였다. 안세영은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 이어 또 다시 허빙자오를 꺾었다. 초반에는 약간 불안했다. 초반부터 허빙자오에게 공격을 많이 허용했다. 허빙자오의 양사이드 공격을 많이 허용했다. 초반에 3-5까지 뒤처지기도 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현란한 헤어핀, 드롭샷, 하이클리어, 그리고 양 코너로 들어가는 날카로운 스매싱이 어우러지며 6-6까지 따라갔다. 안세영은 직선 코스와 대각선 코스를 이용해서 허빙자오를 흔들었고, 9-8로 안세영이 역전에 성공했다. 첫 번째 리드를 잡아내는 순간이었다. 안세영의 가장 큰 장점은 그물망 같은 수비력과 체력이다. 안세영은 허빙자오의 드롭샷과 푸쉬 공격을 모조리 받아내며 상대의 범실을 유도했고 11-9로 첫 번째 브레이크 타임을 맞이했다. 안세영은 15-12에서도 엄청나게 긴 하이클리어와 드롭샷의 향연에서 20구 가까운 랠리를 승리하며 기선을 잡았다. 안세영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섣불리 스매싱을 하면서 공격을 하지 않고 좌우의 드롭샷으로 상대를 흔들며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며 안세영이 21-13으로 첫 번째 세트를 가져왔다. 8강과 4강에서는 계속 첫 세트를 잃고 시작했으나, 결승전에서는 첫 세트를 따냈다. 두 번째 경기도 안세영의 페이스로 진행됐다. 안세영의 끈질긴 수비에 상대는 기가 질렸다. 계속 범실이 나오며 5-2까지 앞서 나갔다. 하지만 안세영의 범실이 계속 나오며 경기는 5-5로 시소게임으로 진행됐다. 안세영은 빠르게 네트 앞을 점령하며 한 타이밍 빠른 푸쉬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안세영은 2세트도 11-7로 앞서며 진행됐다. 하지만 허빙자오가 추격에 나서며 경기는 12-11로 다시 팽팽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다시 허빙자오의 범실이 나오며 경기의 흐름은 19-14로 바뀌었다. 남아있는 점수는 단 두 점. 하지만 안세영은 특유의 드롭샷과 헤어핀으로 상대를 휘저으며 어렵게 금메달을 완성시켰다. 안세영의 금메달로 대한민국은 11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런던의 영광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5 18:46:41[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도로에서 정화조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이 작업 차량에 치여 숨졌다. 1일 부산경찰청에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8분께 부산시 동구 수정동의 한 도로에서 A씨(40대)가 정화조 작업을 하던 도중 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당시 A씨는 2.5t의 작업 차량을 도로에 주차하고 정화조 작업을 진행했다. 차량은 정차 상태였으나 도로의 경사로 인해 점차 밀리면서 작업하던 A씨와 부딪혔다. A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인목을 설치하지 않고 사이드브레이크를 건 상태로 차량을 주차하고 동료 작업자 없이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2024-07-01 15:26:06[파이낸셜뉴스] 사이드미러에 거울 대신 카메라가 있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감안해야 했던 기존 차와 달리 뒷차를 왜곡 없이, 그리고 사각지대 없이 비춘다. 눈·비·햇빛 등 사이드미러를 볼 수 없던 변수도 줄어든다. 사이드미러가 운전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시야 이동 시간도 짧아진다.지난 21일 탑승한 아우디 Q8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자식 사이드미러였다. 기존 제품과 달라 낯선 느낌도 있었지만, 운전 후 '막연한 불안함'은 '강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우선 사이드미러가 운전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덕에 머리는 고정하고 곁눈질로 빠르게 뒷차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일부 사각지대가 있는 거울식 사이드미러보다 확실히 위험도를 낮춰주는 느낌이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씨 영향도 받지 않았다. 서울~여주를 가는 짧지 않은 길, 1시간 30여분 만에 새 사이드미러 적응이 끝났다. Q8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은 아우디가 새롭게 내놓은 전기차 모델 중 하나다. 아우디는 해당 모델을 비롯, Q8 50 e-트론 콰트로, Q8 55 e-트론 콰트로,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 SQ8 스포트백 e-트론 등을 페이스 리프트(디자인 변화) 방식으로 출시했다. 아우디가 2018년 e-트론을 통해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뒤 6년 만의 신차다. 이번 변화는 크게 △전자식 사이드미러 △간결한 엠블럼 적용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설계 등 외관과 △배터리 용량 확대 △회생 제동 브레이크 적용 △재활용 소재 사용 등 내관으로 나뉜다. 특히 아우디의 상징인 4링이 기존 입체 형태에서 2차원 평면 형태로 바뀐 점이 새롭다. 아우디는 이번 e-트론 시리즈에서 4링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아우디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디자인도 바꿨다. 예를 들면, 차량 하부에 휠 스포일러를 장착해 주변의 공기 흐름을 분산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아우디에 따르면 e-트론 일반형 기준 공기저항계수(Cd)는 0.28Cd에서 0.27Cd로 줄었다. 이를 통해 전비를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아우디 설명이다. 내관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배터리 용량 확대다. 아우디는 Q8 55 e-트론 콰트로와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프리미엄, SQ8 스포트백 e-트론에 기존 95킬로와트시(kWh)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114kWh 규모 리튬이온 배터리를 넣었다. 덕분에 복합 기준 최대 200㎞대였던 운행거리가 300㎞ 이상으로 늘었다. 회생 제동 브레이크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전기 유압식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 기술을 사용해 기존 브레이크 시스템 대비 제동거리를 최대 20% 줄였다"고 설명했다. e-트론 좌석 벨트 버클의 플라스틱 커버 부분에는 플라스틱 소재 제조업체 리온델바젤과 함께 만든 재활용 소재도 포함됐다. 아우디는 이번 변화와 함께 가장 큰 강점인 '사륜구동(콰트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산길 등 험한 길을 운전할 때 큰 도움이 된다"며 "진흙, 돌길에서 바퀴 하나가 빠지거나 들려도 다른 바퀴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4-06-23 15:52:55[파이낸셜뉴스] 학원가의 내리막길 도로에서 제동장치가 풀린 트럭이 굴러 내려가는 것을 목격한 30대 남성이 차량에 올라탄 뒤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시민 이희성씨는 지난 4월 10일 오후 2시50분께 광주시 태전동 소재 자신이 일하는 회사 건물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운전자 없이 비탈길을 돌진하듯 내려오는 1t 트럭을 목격했다. 당시 트럭 운전자 A씨(60대)는 비탈길에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세워둔 채 차에서 내렸고 이후 차가 스스로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1톤 트럭 화물적재함에 물건도 실려있어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챈 A씨가 조수석 쪽에서 달라붙어 차량을 멈춰 세우기 위해 뛰어 내려가고 있었으나, 이미 상당한 속도가 붙은 트럭을 정지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트럭은 길가에 주차돼 있던 SUV 차량을 부딪치고도 멈추지 않았다. 트럭을 멈춘 것은 이씨였다. 그는 내리막길을 무방비 상태로 달려가는 트럭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가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타 브레이크를 밟았다. 사고 현장 도로는 학원가로, 주변에 학원 차량이 많이 다녀서 자칫 트럭이 경사로를 계속 내려갔다면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슬한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이로 인해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이 씨의 왼쪽 발목이 골절됐다고 한다. 이 씨는 "잠깐 쉬는 시간이 나서 1층에 커피를 마시려고 내려와 언덕에 서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트럭 뒤에서 끌려다니고 있었다"라며 "어떻게든 저 트럭과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했다. 이어 “지금 와서 보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혹시나 아이들이 뛰쳐나왔으면 어떻게 됐을지 끔찍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일도 아니었고, 하나의 추억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용감한 행동으로 추가 사고를 막은 이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10 17:23:23한국의 전체 주택 거주자 중 64%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통계청·2022년 기준). 아파트는 관리인력을 고용해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아파트를 지키는 보안요원은 '경비원'이라는 직책으로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명찰을 달았지만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까다로운 민원을 감내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잇따르는 경비원 감축 추세는 더 큰 불안요소로 꼽힌다. 파이낸셜뉴스는 동행취재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살피고 대안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지난달 24일 오전 7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A씨의 하루는 인수인계로 시작한다. 전날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집을 비우는 등 공유할 내용이 있으면 확인해둔다. 강남 아파트 특성상 좀도둑들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쌓인 우편물을 비워두고 집 앞 신문을 거둔다. ■"담당라인 2개로 늘어"전달사항은 올해부터 두 배로 늘었다. 경비원이 76명에서 32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결과다. A씨는 "담당라인이 1개에서 2개로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업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 수십명의 보안요원 인건비는 적지 않은 요소다. 인건비 부담과 첨단 보안서비스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경비원을 감축하는 아파트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대근무자를 보낸 A씨는 초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아파트 마당 청소에 나선다. 겨울엔 청소할 게 많지 않지만 눈이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A씨는 "평소엔 괜찮지만 폭설이라도 오면 쌓인 눈을 쓰는 게 주업무가 된다"며 "외제차가 많은 아파트 특성상 빙판길이 되면 곤란해진다"고 했다. A씨는 이날 담배꽁초를 정리하고 낙엽을 쓸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구축 아파트 특성상 차를 밀어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외제차는 아예 바퀴가 굴러가지 않아 힘을 써야 하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체결돼 있는 경우 빨리 연락해 해결해야 한다. 마당 청소를 끝낸 시간은 오전 9시. 이때부터 30분씩 밖에 서서 근무한다. 이 또한 경비원 수가 줄어들면서 생긴 변화다.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고육책인 셈이다. 검은색 유니폼 위에 엑스자 반사판이 붙은 형광주황 조끼도 새로 지급됐다. 중간중간 주민과 택배기사가 오면 라인 입구 현관을 열어줘야 한다. 택배기사가 어느 세대에 배달 가는지도 체크한다. ■바깥근무 서자 5분 만에 오한기자가 A씨와 함께 아파트 건물 맞은편에 섰다. 5분 만에 오한이 들었다. 춥지 않냐고 묻자 A씨는 "옷을 많이 입어서 괜찮다"고 했다.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는 경비원들 단체대화방에 '날이 춥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라는 팀장의 메시지가 온다. 야외근무를 쉬엄쉬엄 서라는 암묵적인 지시다. 30분씩 두 번 밖에서 근무하니 점심시간이다. A씨는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두고 끼니를 해결한다. 식비가 부담돼 밖에서 사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오후엔 재활용품을 정리한다. 건물당 1개씩 배치된 재활용 공간은 작년까지 3~4명이 하루씩 돌아가며 담당했지만 인원이 줄어 미화원들의 업무로 바뀌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꼬박 24시간이다. 7시에 퇴근한 근무자와 2교대로 돌아가며 업무를 본다. 교대근무를 서는 경비원은 모두 60대 이상이다. 아파트가 한산한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취침시간이 있지만 꼬박 18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은 세전 250만원. 일이 많아진 대신 월급도 30만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잘 웃어야 하는 직업"궂은 일보다 사람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경비는 잘 웃어야 하고, 말주변도 좋아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식구끼리도 까칠한 사람이 있는데, 이 많은 입주민 중에도 성격이 제각각인 건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잘못한 게 없어 보여도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에게는 철없는 가족, 손주라고 생각하고 잘 받아준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면서 "명절마다 떡을 돌리거나 선물을 주는 주민도 있어 그럴 때 마음이 녹는다"고 전했다. 반면 배달기사, 택배기사와는 종종 부딪친다. A씨는 "나한테 왜 반말하냐고 언성을 높이는 청년이 있었다. 삭여야 하는데 안 될 때도 있다. 그래도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세상이 그렇게 됐다. 육체적인 것보다 마음에 상처가 된다. 경비 한다고 무시하나 생각이 들더라도 참아야지"라며 말을 흐렸다. 24시간 근무하지 않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잠자리가 불편한 점 때문에 자녀들도 이직을 적극 권유한다. 쿠팡물류센터에 지원해 보기도 했지만 뽑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인원이 감축돼도 여기 남았다는 사실로도 안도한다"면서 "더 편하고 돈도 적게 주는 직장이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 계속 남고 싶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2-12 18:25:28<편집자주> 한국의 전체 주택 거주자중 64%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통계청, 2022년 기준). 아파트는 관리인력을 고용해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아파트를 지키는 보안요원은 ‘경비원’이라는 직책으로 상주중이다. 이들은 명찰을 달았지만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까다로운 민원을 감내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잇따르는 경비원 감축 추세는 더 큰 불안요소로 꼽힌다. 파이낸셜뉴스는 동행취재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살피고 대안을 조명해본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7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A씨(66)의 하루는 인수인계로 시작한다. 전날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집을 비우는 등 공유할 내용이 있으면 확인해둔다. 강남 아파트 특성상 좀도둑들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쌓인 우편물을 비워두고 집 앞 신문을 거둔다. "담당 라인 2개로 늘어"전달사항은 올해부터 두 배로 늘었다. 경비원이 76명에서 32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결과다. A씨는 "담당 라인이 1개에서 2개로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업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 수십명의 보안 요원 인건비는 적지 않은 요소다. 인건비 부담과 첨단 보안서비스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경비원을 감축 하는 아파트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대 근무자를 보낸 A씨는 초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아파트 마당 청소에 나선다. 겨울엔 청소할 게 많지 않지만 눈이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A씨는 "평소엔 괜찮지만 폭설이라도 오면 쌓인 눈을 쓰는 게 주업무가 된다"며 "외제차가 많은 아파트 특성상 빙판길이 되면 곤란해진다"고 했다. A씨는 이날 담배꽁초를 정리하고 낙엽을 쓸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구축 아파트 특성상 차를 밀어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외제차는 아예 바퀴가 굴러가지 않아 힘을 써야 하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체결돼 있는 경우 빨리 연락해 해결해야 한다. 마당 청소를 끝낸 시간은 오전 9시. 이때부터 30분씩 밖에 서서 근무한다. 이 또한 경비원 수가 줄어들면서 생긴 변화다. 기존에는 라인마다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초소가 절반 이상 비었다.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고육책인 셈이다. 검정색 유니폼 위에 엑스자 반사판이 붙은 형광주황 조끼도 새로 지급됐다. 중간중간 주민과 택배기사가 오면 라인 입구 현관을 열어줘야 한다. 택배기사가 어느 세대에 배달 가는지도 체크한다. 바깥 근무 서자 5분만에 오한기자가 A씨와 함께 아파트 건물 맞은편에 섰다. 5분 만에 오한이 들었다. 춥지 않냐고 묻자 A씨는 "옷을 많이 입어서 괜찮다"고 했다.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는 경비원들 단체대화방에 '날이 춥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 라는 팀장의 메시지가 온다. 야외 근무를 쉬엄쉬엄 서라는 암묵적인 지시다. A씨는 "경비원을 줄이고 이제 체계를 정비하는 단계다.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비가 오거나 한여름 땡볕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30분씩 두 번 밖에서 근무하니 점심시간이다. A씨는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두고 끼니를 해결한다. 식비가 부담돼 밖에서 사먹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한 번씩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 정도다. 아파트 지하 공간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기본 물품이 갖춰져 있었다. 오후엔 재활용품을 정리한다. 건물당 1개씩 배치된 재활용 공간은 작년까지 3~4명이 하루씩 돌아가며 담당했지만 인원이 줄어 미화원들의 업무로 바뀌었다. A씨는 "아주머니들이 아직은 서툴러 우리도 들여다 봐야 한다. 매일 하거나 이틀에 한번씩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꼬박 24시간이다. 7시에 퇴근한 근무자와 2교대로 돌아가며 업무를 본다. 교대 근무를 서는 경비원은 모두 60대 이상이다. 아파트가 한산한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취침시간이 있지만 꼬박 18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은 세전 250만원. 일이 많아진 대신, 월급도 30만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잘 웃어야 하는 직업"궂은 일보다 사람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경비는 잘 웃어야 하고, 말 주변도 좋아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식구끼리도 까칠한 사람이 있는데, 이 많은 입주민들중에도 성격이 제각각인건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잘못한게 없어 보여도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에게는 철 없는 가족, 손주라고 생각하고 잘 받아준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웃는 얼굴엔 침 못 밷는다"면서 "명절마다 떡을 돌리거나 선물을 주는 주민도 있어 그럴때 마음이 녹는다"고 전했다. 반면 배달기사, 택배기사와는 종종 부딪힌다. A씨는 "나한테 왜 반말하냐고 언성을 높이는 청년이 있었다. 삭여야 하는데 안될 때도 있다. 그래도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세상이 그렇게 됐다. 육체적인 것보다 마음에 상처가 된다. 경비 한다고 무시하나 생각이 들더라도 참아야지"라고 말을 흐렸다. 24시간 근무하지 않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잠자리가 불편한 점 때문에 자녀들도 이직을 적극 권유한다. 쿠팡물류센터에 지원해보기도 했지만 뽑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중간 중간 여유 시간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며 "야간 근무는 자주 돌아오니 뭘 배우려고 해도 월수금, 화목토 일정하게 수업을 듣는 활동을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인원이 감축돼도 여기 남았다는 사실로도 안도한다"면서 "더 편하고 돈도 적게 주는 직장이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 계속 남고 싶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2-12 11:5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