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CT0# [용인(경기)=김준석 기자] "출산 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중증시각장애인이 됐습니다. 한 발 한 발을 내딛기가 무서웠습니다. 안내견 케미가 집으로 오면서 출근할 때 남편을 지하철까지 배웅해주는 등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무겁고 두려웠던 발걸음이 가볍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 중인 최경은씨는 19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개최된 삼성의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서 시각장애인 파트너 대표로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 안내견학교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하면서 시각장애인 권익 확대에 나섰다. "불모지서 시작, 이젠 日서 찾아와" 이날 행사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해 이 선대회장의 안내견 사업의 의미를 더했다. 이 회장이 안내견학교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관장도 2017년 이후 6년만에 공개 행사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안내견학교는 이 선대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선 대표 사업으로 선대회장을 추모하고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전 관장은 행사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회장님(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거다"라고 전했다. 행사 초반 영상에서는 199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설립에 주도적으로 나선 이 선대회장의 주요 어록들이 소개됐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와 관습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 복지의 핵심이고, 그것이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라는 신념으로 국내 '불모지'였던 안내견 사업에 나선 바 있다.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안내견학교는 매년 12~15두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8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6두가 활동 중이다. '이재용 시대'에 접어든 삼성은 안내견 사업을 그룹 대표 사회적책임(CSR) 활동으로 삼고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 안내견학교 측은 올해 규모를 기존의 2배 크기로 확장하면서 안내견의 번식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진행했다. 또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장애인을 배려한 청각 교육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양과 질 개선에 나섰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1993년 처음 안내견학교를 시작할 당시 매뉴얼 등이 없이 해외자료에 의지해야 했다"면서 "3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일본에서 안내견학교를 찾아와 조언과 자문을 구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모범"..행사장은 눈물바다이날 행사는 안내견들의 애틋한 사연들로 눈물바다가 됐다. 어린 강아지를 안내견으로 성장시켜 분양하는 자원봉사자인 퍼피워커들은 자식을 입양 보내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특히, 홍 전 관장과 이 회장도 퍼피워커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각계 각층의 인사들도 이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아 안내견학교의 중요성과 장애인 복지에 깊이 공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안내견학교 사업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모범 중의 모범"이라고 극찬했다. 배 원내대표는 "1993년 삼성이 국내 최초로 안내견 학교를 세우면서 우리나라 안내견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면서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국내 현실을 뒤바꾸는 위대한 첫발을 내딛으며 소수 약자인 시각장애인들의 자립과 권익, 인식개선을 위한 삼성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예지 의원은 "안내견학교가 시각장애인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30년의 디딤돌 위에 또 다른 30년의 국가와 경계를 초월하는 가치를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3-09-19 12:53:39【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화상 연설 대신 서면 인사말로 대신한 것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부터 공급망과 기후변화, 철강 등을 놓고 중국을 비판하자, 불편한 감정을 중국식으로 표현했다는 취지다. 시 주석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COP26에 서면 인사말로 다자주의와 선진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동해야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도전에 대처하는 데는 다자주의가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이후 22개월째 해외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30~31일 G20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면서 COP26에서도 같은 방식이 될 것으로 당초 주요 외신은 관측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예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중국의 입장을 이처럼 서면으로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COP20 직전에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중국에게 실망했다”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 공급망을 놓고는 중국을 배제한 채 자국 중심의 동맹 연합을 추진키로 했고, 중국산 철강을 ‘더러운’이라고 지칭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서면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대면이나 (코로나19로 인한)화상 연설과는 또 다른 얘기”라며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OP26 참석을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특징적인 포인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저감 압력에도 기존 목표인 2060년 탄소중립을 바꾸지 않았다. 이는 유엔(UN)의 2050년과 10년 차이가 난다. 중국은 G20에서 탄소중립 시점 합의에도 반대했다. 이로 인해 G20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합의에 실패한 채 폐막한 상황이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내놓을 별다른 입장이 딱히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 주석은 다자주의와 선진국 책임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부실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뉘앙스를 취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이, 뒤늦게 탄소 배출이 늘고 있는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동맹국 결집에 대한 반격으로 다자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사설에서 “미국의 이런(대중국 압박) 행보가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COP26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서 “COP26의 성공 관건은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1-11-02 14:26:07영화 '식구'가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담으며 남다른 의미를 선사한다. '식구’는 가족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빠 순식(신정근 분)과 여린 엄마 애심(장소연 분), 그리고 씩씩한 딸 순영(고나희 분)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도중 불청객 재구(윤박 분)가 들이닥치면서 시작된 불편한 동거를 그렸다. 가방을 짊어지며 금방 떠날 것 처럼 행동했던 재구가 어느 순간 이들의 삶에 깊이 자리잡으며 세 식구의 평범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점차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재구는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는 세 식구와 가족이 되고 싶은 재구가 팽팽히 맞서며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보는 이들을 몹시 불편하게 한다. 장애인들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소외감과 외로움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현실은 참담하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관점은 주관적이지 않다. 각자 만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대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가족을 지키려는 자와 가족이 되고 싶은자의 감정적 대립이 불편함을 배가시킨다. 또한 이 영화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 역시 긴장감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력에 비해 다소 부족한 개연성을 드러낸다. 관객을 설득하기에 인물의 행동과 감정선은 관객이 따라가기 벅찰 만큼 쉴새없다. 또한 윤박이라는 배우의 임팩트 강한 연기로 완성되는 재구의 이중적 면모는 극의 섬뜩함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소아성애자를 암시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공포감까지 고조시킨다. 관객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임영훈 감독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전과자인 재구는 지적장애인 부부인 순식과 애심 보다 더욱 사회적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 작품을 바라봤을 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재구이며 피해자는 순식과 애심이다. 거친 욕설 뿐만 아니라 폭력까지 당하며 급기야 월급 통장을 내미는 이들은 객관적 약자다. 재구가 현실을 도피하는 것, 순식에게 기대는 상황은 약자의 행동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구가 그들을 얼마나 '위했는지'에 무게를 뒀다. 극 말미 순식의 분노가 터지며 이야기는 종결을 맺지만 재구의 반성 어린 눈물 역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 이야기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을 야기한다. 한편 극의 연출적 장치들이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 어린 아이의 비명과 어른의 폭력,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이들의 고함. 이 영화는 소외계층의 불편함을 확장시키며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그려낸 영화 '식구'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2018-07-05 15:55:54저마다 직업에는 그 나름대로의 윤리강령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정 직업군에는 더 높은 윤리적 가치를 요구한다. 대표적 직업군에는 군인과 공무원 그리고 최근 의정갈등을 빚고 있는 의사 등이 있다. 이들 직군에 높은 윤리의식을 부여하는 이유는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성과 본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바로 사명감이다. 군인에게는 '군인복무규율'이, 공무원에게는 '국가 공무원 복무규정', 의사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등이 있다는 것은 일반인조차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에선 윤리의식과 사명감보다는 금전적 이익과 편의를 좇아 직업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 안타깝다. 우선 군인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명예·충성·용기'를 핵심으로 하는 복무규율을 준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군인들이 고된 최전방 근무를 기피하고, 안락한 후방이나 복지 수준이 높은 기관으로 전출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위급 장교가 전방부대 근무 대신 편한 교육기관이나 외교업무로 전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전투력 약화와 조직 내 사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사명감 대신 개인의 편의와 안전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국가안보에 지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공직사회에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금 혜택만 바라고 공직에 입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이 업무강도가 높은 부서나 현장 근무를 기피하고 편한 부서로 이동을 선호하면서 행정서비스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행정고시 출신 5급 사무관 사이에서 유행하는 '중국산고기'가 이를 대표적으로 알려준다. 중국산고기는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민원인 응대업무가 많거나 공무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처를 말한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역시 높은 사명감이 요구된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이 수익성 높은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몰리며 공공의료 분야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 대신 수익성이 높은 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선택은 지방 의료공백을 심화시키고, 중증질환이나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사 본연의 사명감이 금전적 이익에 의해 흔들릴 때, 사회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의정갈등의 불씨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의대 증원 확대에 앞서 직업적 소명보다는 개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양상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공성을 띠는 직업들이 사명감을 잃고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할 때다. 국방력 약화로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지고, 의료공백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으며,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돼 시민들의 불편이 커진다. 또한 이런 행태가 만연할 경우 젊은 세대에게 나쁜 본보기가 되어 사회 전반에 '책임감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위험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직업의 선택에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 모든 탓을 이들에게 돌릴 순 없다. 그렇기에 국가인 정부가 사명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고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위험이 큰 직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의 현실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사명감을 실천하는 직업인들을 존경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이 같은 노력 없이는 직업인들의 이기적인 선택을 막을 수 없으며,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정신도 되살릴 수 없을 것이다. kjw@fnnews.com
2024-10-28 18:09:0822대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범야권의 입법정책이 어떻게 흐를지 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 등 범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192석을 거머쥐었다. 각 쟁점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고,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무력화할 수 있다. 입법 속도가 포르쉐급으로 빨라질 수 있다. '검찰개혁'도 민주당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다. 민주당은 5가지 검찰개혁 방안을 공약에 못 박았다.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절차법을 개정하며, 검사의 기소재량권 남용을 막는 사법 통제장치를 만든다는 내용과 함께 변호인 비밀유지권 법제화, 법조 일원화 등을 나열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법조계에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조국 대표의 '기소청' 발언이다. 검찰의 수사권한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미 과거의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여러 차례 검찰의 힘을 뺐다. 몇 가지를 나열해 설명한다. 지난 2022년 1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피의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의자가 재판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면 신문조서 전체의 증거능력이 사라진다. 같은 해 5월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수사 개시권한을 경제·부패 2가지 영역으로만 줄였다. 이를 흔히 '검수완박'이라 한다. 이에 앞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삭제됐다.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경찰 수사지휘권이 없고, 수사영역이 줄어든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 넘어오기 전까지는 사건을 인지할 수도, 사건에 개입할 수도 없다. 사건은 경찰에 쌓여가지만 경찰 수사인력이 확충되지 않으면서 사건 처리기간은 점점 지연되는 추세다. 법조계에선 검수완박으로 인해 '수사의 오너십'이 해체됐다고 지적한다. 경찰수사관-경찰수사과장-검찰수사과장-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 순으로 이루어진 범죄 수사 컨베이어벨트가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맡는다. 검사는 추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수사 전문이 아닌 기소 전문 조직으로 변했다고 자조하고 있다. 피의자 신문조서 동의 절차는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312조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 훌륭한 방어장치는 재판지연을 위한 범죄자들의 '마스터 키'가 되어가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치밀하게 꾸밀수록, 피의자는 재판 단계에서 신문조서를 부인할 가능성이 커진다. 쉽게 말해 검찰이 기소할 증거로 만들어 놓은 내용의 일부가 무효화되는 것이다. 재판 자체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최윤희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 검사는 지난달 29일 형사법포럼에 참가, "개정 형사소송법 이후 재판 장기화는 물론이고 범죄 실체 규명에도 적잖은 지장이 생기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공범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까지 부인할 수 있어 총책이나 교사범 등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배후인물을 처벌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부조리한 검찰 수사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일부 부작용을 바로잡고자 시스템을 갈아엎는 데는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성준 대전고법 판사는 한국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최근 '빨대사회'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는 "검사의 수사권한이 상당 부분 박탈된 이후 국제 사기범죄 조직을 운영하는 수괴들은 아무 걱정 없이 각종 범죄의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게 됐다"며 "국회의 신속한 결정으로 인하여 수사와 형사재판이 결코 정의로울 수 없게 됐다"고 일갈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의원들은 입법 추진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ksh@fnnews.com
2024-04-14 19:28:58이름만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설이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다. 일부 지부 건물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건물 간판도 볼 수 없다. 법무와 복지와 보호를 하는 곳이라니. 수십년 전 어떤 기관의 대공분실 같은 시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필자는 11월 초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 동부지부에 들렀다. "한번 가보라"는 회사 임원의 권유 때문이었다. 시설에는 출소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직원들은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이다. 출소자들은 이곳에서 헤어디자인, 네일아트, 한식요리 등을 배운다. 한때 '갱생보호공단'이었던 이 시설은 어감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건물 간판을 달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있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까지 본지 사회부가 연재했던 '주홍글씨 벗는 사람들'이라는 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회 복귀를 위해 직업훈련을 받는 출소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조용히 출소자들을 돕는 공단 인력뿐 아니라 바라는 것 없이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주방용 가구 제조업체인 강선국 퓨전테크 대표는 2011년부터 출소자를 고용하기 시작해 현재 직원 절반이 출소자라고 한다. 평소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인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엠씨스퀘어'라는 학습보조기를 만들었던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는 2000년에 서울 송파구의 2층 양옥을 기부했다. 본인이 보유한 건물도 아니다. 개인 돈으로 3억6000만원을 마련해 이 집을 구했다. 남편에게서 부족한 돈을 일부 꾸었다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임영현 대표는 "그냥 돕겠다는 마음 가지고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중독이 됐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포털에 노출된 기사를 보면 비판적 댓글이 주를 이룬다. 굳이 죄 지은 사람들을 왜 도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죄 지은 사람들' 중에는 '김근식' 같은 상습 성폭행범도 있다. 하지만 죄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척점에 있지 않다. 대개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경우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다 정상적 환경이었다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가능성도 충분했다는 얘기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 '위대한 개츠비' 첫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모든 사람들이 너 같은 환경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굳이 윤리 문제가 아니더라도 출소자 지원은 꼭 필요해 보인다. 이들에게 경제적 자립능력이 생길수록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굳이 출소자를 돕는 데 따뜻한 마음일 필요는 없다. 그들을 돕는 일이 우리를 돕는 일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사회부장
2022-12-19 18:16:20한국소비자법학회와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방문판매법 개정 심포지엄' 종합토론에서는 방문판매법 개정을 둘러싼 각계의 시각 차이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직판 산업계, 소비자 단체, 정부 관계자로 이뤄진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판법의 한계점과 개선 필요점, 방판 산업구조의 개선 사항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먼저 업계에서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규제들을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어원경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부회장은 "2014년 도입된 방문판매법 시행령 제20조와 2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후원수당 지급기준 변경시 3개월 이전 통지의무의 규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을 제정하던 당시 업계에서 개선 요청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공정위의 검토 의견을 듣지 못했다"면서 "공정위가 시행령의 각종 규제 사항에 대해 취지를 살려 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다단계 판매에 있어서 소비자와 판매원의 구분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부회장은 "공정위에서 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다단계 판매사 120개사에 등록된 판매원 수가 730만3322명인데, 수당을 지급한 판매원이 139만1300명"이라면서 "판매원 중 80%가 소비자형 판매원"이라고 말했다. 이들 소비자형 판매원은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업체의 회원이 된 경우다. 어 부회장은 "공정위에서 이와 관련된 지침과 고시를 마련해 소비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회원과 판매 회원을 구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도 방문판매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단계 판매'라는 명칭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방문판매원들의 판매 양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판매원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고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알고 싶어한다"면서 "명확한 과정에 의해 제품 판매가격이 결정돼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방판법 시행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김수주 특수거래과장은 "그간 방판법에 대해 소비자 정책 측면에서 사전적, 예방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왔다"면서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발표가 진행된 만큼 여러 의견들이 합리적으로 검토돼 반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이정은 기자
2022-11-10 13:39:19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지 8년6개월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재난안전시계는 멈췄다. 세월호 희생자와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죽은 게 아니고 죽임을 당했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사실상 없었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작동을 하지 않았고 재난안전 부처들은 책임회피와 책임전가 등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주어진 권한만 누리려 하고 책임과 의무는 소홀히 하는 전형적인 권력형 조직의 한계다. 자기가 맡은 직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당시 재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된 장관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고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로 부처가 쪼개지는 수모를 당했다. 안행부는 현재의 행정안전부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 들어 각 부처 지휘 감독의 한계로 국민안전처를 행안부로 다시 흡수해 지금의 행안부로 개편됐다. 그런데 변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재난안전에 대한 희박한 인식 속에 여전히 컨트롤타워 기능에 한계점이 노출됐다. 재난의 전문성을 위해 차관급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직을 신설했지만 이번 참사에서 보듯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늑장보고와 책임회피, 유체이탈화법 등 이태원 참사를 축소하는 당국자들의 인식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국민애도기간도 논란거리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애도는 애도가 아니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그 과정을 공론화하지 않는 국가 독점 애도는 폭력이다. 정부 관료와 지자체장들이 직무에 대한 개념은 물론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인식이 한심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대응책 마련은 새로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를 비롯해 민간 영역까지 안전에 대한 강조가 봇물을 이루며 안전문화 확산이라는 신조류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로 모든 게 원점으로 회귀했다. 역사적으로 안전의 적은 규제완화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규제 등 사회적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 속에 벌어진 일을 상기하라. 이걸 깨달은 게 세월호 사건 이후인데 10년도 안돼 또다시 규제완화가 마치 요술방망이 처럼 부활하고 있다. 규제완화는 안전의식을 허물어뜨려 사회적 인프라에 균열과 붕괴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세월호 때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규제완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억지논리가 다시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규제완화도 전방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또다시 우리는 충분한 예방과 대비로 막을 수 있는 인재에 대해서도 힘을 쏟지 못하는 기형적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 사회의 안전판이 무너지면 규제완화로 얻은 모든 이익도 자연 소멸한다.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규제를 더 강화하고 촘촘한 제도 정비와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에디터
2022-11-09 18:09:14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개선한 글로벌 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오일메이저인 셸(Shell)이다. 셸은 1990년대 그린피스에 의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다국적 모니터 단체가 꼽은 세계 10대 악덕기업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의 명성이 크게 하락하자 셸 경영진은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했다. 셸은 우선 사업장이 존재하는 지역주민 설문 등을 통해 회사 인식 및 문제점 등을 파악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사회발전을 위해 지역주민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기업 현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후 셸은 단계적으로 고객.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했다. 2008년 국제투명성기구로부터 '동종업계에서 재무성과를 가장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환경 문제로 셸을 고소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르티네스는 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했다. ■사회공헌 리더 경영자 늘어 1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총수와 기업 대표들이 사내 사회공헌 리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롯데 비자금 수사와 총수 일가의 분쟁으로 기업이미지가 추락한 롯데그룹은 사회공헌을 오너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설립한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롯데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15년에 장학.복지재단 활동 및 여성.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에 약 1300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집행했다. 신 회장 역시 롯데문화재단 설립, 롯데액셀러레이터 설립, 청년희망펀드 지원 등에 약 27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딱딱하고 무거운 철강회사 이미지를 사회공헌을 통해 개선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봉사 주간(볼런티어 위크)'을 맞아 지난해 5월 서울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직접 펼쳤다. 포스코봉사단 창단일인 5월 29일을 전후로 1주일간 전 세계에 있는 봉사단은 각 지역에서 재능나눔과 봉사활동을 매년 전개한다. 또 포스코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나눔의 토요일'로 정해 월평균 5000여명의 직원이 복지시설 등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임원들도 매달 포항과 광양.경인 지역 1~4차 협력 중소기업을 방문, 경영상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법률.세무.인사노무 등 전문분야 조언을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평균 임직원의 일인당 봉사시간은 29시간에 달한다"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포스코에는 지역사회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말했다. 전투기를 제작하는 국내 대표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회공헌을 통해 다소 폐쇄적으로 느껴지는 방산업체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있다. 사원 주도의 지난해 3월 설립한 봉사단체의 봉사단장을 하성용 대표이사가 직접 맡았다. KAI 나눔 봉사단은 직원들이 자금을 모금하고 직접 현장 봉사활동까지 나서는 참여형 사회공헌 단체다. 하 사장은 "나눔 봉사단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소외된 이웃에게 진정 어린 사랑을 전해 모든 국민으로부터 박수와 존경을 받는 사회공헌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 제품을 재난 현장에 투입해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과 칭하이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현지법인은 구조팀 파견뿐 아니라 피해복구 장비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강물이 범람해 수만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두산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밥캣 40여기를 제공, 피해를 복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면세사업자 선정기준에 사회공헌 점수 정부는 사회공헌을 기업의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신사업 평가기준으로까지 확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세특허 사업이다. 정부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회공헌 점수를 높게 채택했다. 그 덕분에 면세점이 특혜사업이라는 인식을 불식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된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은 이미 각종 사회공헌 공약을 내걸었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020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예산을 편성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특허권 취득 시 5년 누계 예상 영업이익의 20%인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3500억원을 베팅해 서초.강남 지역 일대를 '문화.예술.관광의 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안태호 기자
2017-01-18 17:43:47"식물공장 속 딸기에는 발광다이오(LED)가 켜지면 낮이고 꺼지면 밤이다. 동남아시아처럼 딸기를 키우기 어려운 기후의 나라에 진출하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푸드위크 2024' 현장에서 만난 스마트팜 기업 퍼밋 이주원 이사의 말이다. 퍼밋 홍보 부스에는 직접 품종을 개발한 딸기들이 자라고 있었다. 모듈에 걸린 딸기들이 LED 속에서 더 붉게 빛났다. 이 이사는 "한국산 딸기는 당도와 품질이 뛰어나지만 잘 무르는 특성상 수출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인도네시아 등의 식물공장에서는 딸기를 365일 재배할 수 있어 값이 비싼 여름 딸기를 통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와 코엑스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푸드위크 2024 전시의 핵심은 '수출'과 '푸드테크'였다. 행사에 31개국, 1054개 기업이 참여했다. 홍문표 aT 사장은 개회사에서 "식품 수출은 대한민국의 식품영토를 세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푸드테크가 새 수출 유망 품목으로 주목받는다"며 "이번 행사에서 새 식품 산업이 기후변화, 고령화, 식량위기를 어떻게 해결하고 삶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푸드위크 주제는 '삶에 변화를 주는 푸드테크'다. 음식 기술이 사회문제 해결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 관련 기업은 물론 로봇기업도 참여했다. 로봇기업 뉴로메카는 부스에 로봇 팔 인디7을 전시했다. 사람을 돕는 협동로봇인 인디7은 커피를 내리는 걸 넘어 치킨까지 튀길 수 있다. 박영천 뉴로메카 상무는 "최근 지방 학교에서 급식 조리원 구인난이 심각하다. 인디7은 포항고등학교에 도입돼 대용량 급식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맛의 표준을 유지해줄 직원을 찾기 어려워 미국 교촌치킨 직영점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푸드위크는 브랜딩과 아이디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K푸드 수출 실적이 급증하고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외국인 바이어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월 기준 농식품 수출 누적액은 81억9000만달러(약 11조4046억원)로 역대 최대다. 세계인 입맛을 겨냥한 한식 제품도 있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텅앤그루브조인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유지영 대표는 장 브랜드 '케이첩'을 부스에 전시했다. 유 대표는 외국인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한국의 장을 외국인 시선에서 새롭게 개발했다. 그는 "모양이 예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고 제형이 두꺼운 고추장이 아닌 해외여행 기념품같이 틴케이스에 든 고추장을 생각했다"며 "외국인 식습관에 맞게 소스처럼 묽게 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11-20 18: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