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불거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한 통신조회 사찰 논란과 관련 '사회적 공론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6일 오전 법무부 출근 길에 기자들에게 "과거 수십만건씩 검찰, 경찰에 의해 소위 영장 없는 조회가 있었다"며 "아무 문제 제기가 없이 이뤄지다가 이번 공수처 수사에서 대상이 검찰과 언론인이 되니까 사찰 논란이 벌어졌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논란이 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인,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 법무부도 어떤 대안을 만들어 제시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인 공세가 아니면 훨씬 좋은 사회적 공론화 계기가 될텐데 두고봐야 한다"며 "훨씬 더 건강한 논쟁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검사장급 인사 등과 관련해 '후보군을 정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며 "컨셉을 잡는 시점"이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사찰 주장에 대해 "사찰이 아니다"며 "검찰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게 59만7000건, 경찰에서 한 게 187만건이고 저희가 135건"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1-06 11:18:51'드루킹 사건' 파장이 네이버 아웃링크 전환으로 집중된 가운데 정부가 포털 뉴스 서비스의 이같은 전환 방식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또 정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 수위를 넓히는 입법화를 추진키로 했다. 과학기술정통부 최영해 인터넷융합정책국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포털 댓글과 뉴스편집의 사회적 영향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포털 뉴스 서비스를) 인링크 또는 아웃링크로 할 지는 이미 생태계가 구성돼 있고 인링크가 사용자 경험에서 편의성이 높다"면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네이버가 원점 검토한다고 했으니 사업자가 충분히 검토하고, 입법,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루킹 사건 이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포털 뉴스 사업자의 아웃링크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신문법 등을 발의했다. 신경민 의원도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로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아웃링크하는 것이 맞고 조작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며 아웃링크 서비스 전환을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다만 신 의원은 "언론사의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도 안다"고 부연했다. 신문법을 소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뉴스 포털 서비스의 아웃링크 전환에 대해선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정부 입장을 피력하겠다고 했다. 문체부 김성일 미디어정책국 국장은 "인링크와 아웃링크 논의는 장단점이 동시에 있는 것 같고 개선할 부분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며 "독자, 언론협회 등 단체와 의견을 교환하고 중요사항을 체크하면서 발의된 법안을 어떻게 제도화, 입법화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통해 직접적인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선 법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 최 국장은 "자동처리프로그램은 형사처벌 하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법무부와 필요시 협의해서 규제 범위를 구체화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8-05-02 16:03:57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기조중 하나인 공론화위원회 설치 근거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 크고, 국론분열 가능성이 높은 핵심 국정현안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라는 논의의 테이블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종의 민간 배심원제 같은 성격의 공론화위를 아예 법적으로 명시해 다양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려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 7월 시작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500명의 시민참여단이 3개월에 걸쳐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쳤고, 지난달 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15일 공공갈등의 원활한 조정 및 해결을 위한 '국가공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는 정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게 되고 편익을 누리는 사람과 손실을 입는 사람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들 간의 이해차이가 모두 극심한 갈등으로 심화되는 것은 아니나 이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적시에 관리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확산되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게 전 의원의 판단이다. 실제 4대강 보 개방, 반구대 암각화, 밀양 송전탑 등의 사업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갈등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2013)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82조∼24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2016)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GDP가 0.2%p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국가공론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위원회가 총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인 사업 등에 대해 공공토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며, 결과에 대해 국가가 적극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 골자이다. 전 의원은 "갈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될 경우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도 크다"며 "공공갈등의 효과적인 예방 및 해결을 통해 사회통합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17-11-15 15:37:50건설 재개냐 중단이냐를 두고 우리 사회를 둘로 분열시켰던 '신고리 5·6호기' 문제가 시민들의 참여 하에 민주적 숙의 절차를 통해 20일 재개로 결정됐다. 시민을 대표하는 471명의 참여단은 양분된 우리 사회의 여론을 하나로 결정하기 위해 무려 89일동안 숙의과정을 거쳤고 4차례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방사선 폐기장 부지 선정이나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드 방어체계 배치 등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던 여러 이슈들이 있었지만, 갈등의 해결하는 방식은 이같지 않았다. 정부안을 밀어붙이는 식이 대다수였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나서야 '재검토'가 이뤄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중단을 두고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선봉합한 것은 획기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이 "공론화는 갈등관리라는 사회적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며 "정부의 최종 정책결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 한국 사회는 그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됐다. 세계은행이 국가별 거버넌스 지수(WGI)와 지니계수를 활용해 사회갈등지수를 도출해 국제 비교한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7번째로 사회적 갈등 수준이 높았다. 또 평균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9~2013년 기간 중 OECD 29개국의 사회갈등지수와 경제성장과의 관계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록 경제성장은 더뎠다. 연구원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만 된다고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만약 주요7개국(G7) 평균 수준까지 개선됐을 경우엔 0.3%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구원이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2016~2020년 기간 2.7%지만, 사회적 갈등 수준이 기대만큼 완화된다면 3%대 잠재성장률 달성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론회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관건은 앞으로다. 이번 결정이 '중단' 쪽에 기울어있던 정부안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발표에 앞서 "이 보고서 발표는 시민을 대표하는 참여단 471분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공론화위의 결정이 건설재개로 나오면서 정치권의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그간 공론화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구성이라며 중단 결정을 한다면 대통령이 국정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7-10-20 15:13:28포털의 자의적인 뉴스 지배력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해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권의 '포털 길들이기' 공세를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야권은 김 대표가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표현의 자유 보고인 포털을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포털 뉴스의 미래에 대해 정치적 논쟁을 배제하고 철저히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언론사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포털이 우리 사회, 특히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왜곡·편향·과장된 뉴스 등 포털 뉴스의 중립성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특히 "포털의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광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 사례는 한계를 넘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포털의 특성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생각은 없고, 자의적이고 편중적인 뉴스 선택권을 갖고 있는 만큼 어느 매체보다 중립성을 띠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김 대표는 "국민의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젊은 층의 포털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며 "포털은 뉴스 구성에서 언론사와 기사를 선택하고 제목까지 수정하는 등 사실상 새로운 유형의 언론으로 기존 언론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와 기사를 선택하고 제목을 수정하는 포털의 대표적 사례로 2위 업체인 '다음'을 두 차례나 거명했다. 그는 "포털은 기사의 단순한 전달자 역할을 넘어 가치 판단의 영역인 편집과 배포 기능을 가진 만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향성 문제는 엄중히 다뤄야 한다"면서 "뉴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네이버, 다음은 시가총액이 높다. 이처럼 큰 권익을 누리는 만큼 사회를 향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공론화하는 한편 포털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포털 공정성 관련 대책을 세우라고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고 김영우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함께 단순히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만 다룰 게 아니라 포털의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도 주요하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포털이 지금 언론의 영역에 들어갔으면서도 언론의 책임 의식을 느끼지 않고 너무 편향적으로 (한다)"면서 "뉴스는 편집이 가장 중요한데, 과연 편집의 기능에 대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문제가 제기될 시점이 이미 지났다. 너무 늦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둔 포털 길들이기' 아니냐는 야당 등의 공세에 대해선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여러분도 포털 뉴스를 보면 느끼는 게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15-09-09 15:17:08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너무 많이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높지 않은 구조"라며 "장시간 노동을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 삶의 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것"이라며 "주 4.5일제는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실험적으로 시행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공론화와 공감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바뀌면서 불신이나 긴장감이 완화된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일부 복귀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2학기 중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의료단체가 환영 성명을 냈더라. 그것도 하나의 희망적인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구조개혁은 공감대 없이 추진하면 오래 못 간다"며 "갈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 국회가 중심이 되는 공론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 문제에 대해서는 "추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면서도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 우선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그런 흐름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균형회복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5-07-03 18:25:54[파이낸셜뉴스] 금한승 신임 환경부 차관(사진)이 시장메커니즘, 에너지 혁신에 기반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29일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금 차관은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이 수레의 앞뒤 바퀴처럼 함께 가야한다"면서 "사회·경제 구조의 저탄소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선제적인 구조개혁이 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친환경 에너지 체계로 전환해 탄소중립과 지역경제 활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을 강조했다. 금 차관은 "홍수로 인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태세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싱크홀 등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에는 소관을 따지지 않고 모든 관계부처와 협력해 해신속하게 대응하겠"고 전했다. 한편 금 차관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2050 장기감축경로 등미래 기후 청사진도 국민들과 함께 만들겠다"면서 "정책의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도모하는 기후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5-06-29 12:33:11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의 나침판이 될 국정과제를 만드는 기획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약 두 달 동안의 활동을 통해 국가경영의 철학과 비전을 정립하고, 외교안보에서 민생경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100대 핵심 추진과제를 도출하게 될 것이다. 대선에서 발표되었던 각종 공약과 정부 관료들이 마련한 실행방안을 토대로 국정과제가 만들어진다. 물론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되어 반영될 것이다. 역대 정부가 만든 국정과제 계획서를 살펴보면, 국정기획 과정에서 피해야 할 몇 가지 오류들이 드러난다. 첫째는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대선 과정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포함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정책이어야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특정 정파나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여 제시된 공약 중에서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은 걸러내거나 장기적인 논의 과제로 돌려야 한다. 노동, 재정, 교육, 복지 등 사회 분야 공약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산업, 지역개발 관련 공약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도치된 국정과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중소기업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는 약속어음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지급기한이 6개월 이상 장기로 발행된 어음은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연쇄부도 위험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이 정책의 원래 의도는 중소기업 납품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비율을 높여서 어음할인에 따른 금융비용과 연쇄부도의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구매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하고, 은행이 대금을 중소기업에 선지급하는 상생결제 제도나 매출채권 팩토링과 같은 어음 대체결제 수단을 보급함으로써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약속어음 폐지를 국정과제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이후 정책은 약속어음 발행과 유통을 억제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대선 공약을 국정과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약이 제기된 배경과 목적을 잘 살펴 수단이 목적을 대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약의 실행방안에 대한 행정부 관료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정책의 개혁적인 목표는 사라지고, 과거 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과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첨단산업 육성 공약은 과거와 같은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으로는,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따라서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는 정부의 R&D 지원 이외에 모험자본 투자와 테스트베드 조성 등 다양한 혁신정책 수단의 조합이 필요하다. 관료들의 계획에만 의존할 경우 담대하고 창의적인 국정과제 기획을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모든 과제에 대해 실행 수단과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정기획위가 마련하는 계획서가 국정운영의 나침판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국정과제가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때 참고할 만한 것이 1981년 경영컨설턴트 조지 도란이 제안하여 기업 경영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 SMART 원칙이다. 여기서 S, M, A, R, T는 구체적인 목표(Specific), 측정 가능한 목표(Measurable), 할당 가능한 목표(Assignable), 현실적인 목표(Realistic), 달성 기한을 설정한 목표(Time-bound)의 알파벳 첫 글자를 의미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가 SMART 원칙을 적용하여 작성한 국정운영 계획서를 주권자에게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2025-06-19 18:15:35눈부신 백사장 너머 1000여개 섬을 품은 푸른 바다가 투명하게 일렁인다. 출장지의 풍광은 천국에 비길 만한데, 수몰이 임박한 평균 해발 1.5m의 현실을 떠올릴수록 부서지는 파도는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기후위기로 나라를 떠나야 하는 상황, 불타는 석양 아래로 몰디브가 가라앉는다. 가뭄과 폭우, 산불과 사막화는 더 이상 국지적 재난이 아닌 전 지구적 일상이다. 사계절 뚜렷한 금수강산도 예외일 수 없다. 대형 산불과 불규칙한 장마가 반복된 지 오래, '대구 사과'는 아득한 추억이 됐고, '동해 오징어'를 쫓는 어선들의 엔진은 식어간다. 올해 198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성적표도 나오기 전에 추가 상향 압박을 감당해야 할 판이다. 헌법재판소는 2031~2049년 세부 목표를 법에 명시하라고 결정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과학과 합리성, 사회적 공감대, 강한 리더십이 필수다. 역사와 산업 구조에 따라 접근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제조업 기반인 우리 사정은 더 난해하다. 올해 초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공직 시절 기후 정책이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을 거쳐 힘겹게 추진되는지 경험했기에 책임과 부담이 크다. "하자"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하자"라는 설득이 쉽지 않다. 두터운 데이터와 치밀한 계획에 기반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철강, 제지, 기계, 시멘트 산업의 주역은 중견기업이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핵심 주체라는 뜻이지만, 오직 성장의 연속을 통해 존립을 이어 온 터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금과 기술력, 정보, 인력 모두 부족하다. 연구개발(R&D)·설비투자·금융·세제 지원,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새 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에 흩어진 권한을 통합해 정책 집행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다. 로드맵에는 탈석탄(2040년), 산업단지 RE100, 탄소세 도입까지 포함됐다. 과제가 어려운 만큼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영국은 2023년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를 신설했지만, 에너지 안보와 기후목표 간 정책 일관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부처 간 정책조율을 위한 독일 '기후 캐비닛'의 성과도 멀리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눈에 띄는 조직 신설보다 어젠다의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정책의 원리를 다시금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비용 문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요소다. 에너지 전환, 산업 재편, 인프라 투자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의 부담 주체와 분담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결정이 가격 시그널을 왜곡해 에너지 효율과 저탄소 투자를 저해한 전기요금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기후위기 대응의 해법은 단일하지 않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지만 원전과 가스 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마침 대통령은 기저전력으로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에너지믹스를 강조했다. 이념에 휘둘린 극단적 접근이 아닌, 공동체의 동의에 기반한 실효적 방편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사라지는 순간, 인류는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균형잡힌 과감한 대응, 국민의 신뢰를 얻는 '도전적이되 실현가능한' 새 정부의 기후 정책을 기대한다.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2025-06-17 18:12:35【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3000원이면 되는데 3만원이나 주고 택시를 타고 다녀왔어요. 시내버스 운행 중단이 며칠 더 계속됐으면 어찌했을까 싶었습니다." 지하철이 없는 울산에서 지난 7일 토요일 하루 동안 이뤄진 시내버스 파업은 어린이, 중·고교생, 여성, 노인, 휴일 출퇴근 직장인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매우 큰 불편을 주었다. 사실상의 사회재난이었다. 단일 대중교통 체계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번 사태를 두고 울산시민들은 도시철도 건설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제성만 강조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승인까지 23년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 없이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곳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시내버스 파업하면 고래를 타야 하냐?"라는 조롱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현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일 대중교통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 중인 도시철도(트램)의 추진은 녹록지 않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예타의 턱을 넘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겨우 1호선 착공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29년 개통 예정으로 현재 시공업체를 선정 중인 울산 도시철도 1호선은 지난 2023년 8월에서야 예타(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했고,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2024년 9월 국토부의 최종 사업승인을 얻었다. 울산에서 도시철도 건설이 공론화된 지 23년 만에 성사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최소 4호선까지 건설되어야 대중교통수단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울산 도시철도 2호선부터는 예타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예 조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올해 초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10월쯤 다시 신청할 예정이지만 장담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도시철도라면 최소한 동서남북을 잇는 축이라도 건설되어야 하는데, 동서를 가로지르는 1호선만으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라며 "북구와 남구를 잇는 2호선의 예타 통과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울산 도시철도 2호선이 놓이는 구간은 현대차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으며 북구는 지난 21대 대선 결과 울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 비수도권 예타 폐지 한목소리 울산 도시철도의 가장 큰 목적은 교통약자로 분류되면서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초중고생, 노인, 여성의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하고 울산지역 기업체 직원들의 출퇴근 수단 확충에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타 제도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울산에서는 약 10년 전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때 예타 조사의 비합리성이 도마에 올랐다. 조사가 서울과 수도권 주민 위주로 진행됐고 당시 설문 내용 중에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지역에 건립하려고 하는 데 당신은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나요?”라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으로 부정적 답변을 유도했다며 사업 무산을 위해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최근 비수도권 예타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이 같은 논란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5월 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19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에서 예타 제도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김 시장은 “현재 예타 제도는 수도권 대비 인구가 적은 지방의 경우 경제성 지표에서 불리해 지역 발전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예타 전면 폐지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개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같은 달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임원단 간담회에서 비수도권 대상 사업에 대한 예타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강 시장은 "올해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자치권·재정권은 여전히 부족하고, 인구감소 등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사업비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중립적 기준에 따라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과 정보화 사업의 예산 낭비와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그간 정부는 지역 간 균형 발전과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를 적극으로 반영하기 위해 예타 제도를 개선해왔다. 최근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자 지난해 12월에는 정보화 사업 R&D 분야의 경우 예타를 전격 폐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예타 면제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6-14 19: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