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호 승객 700여명을 구했던 여객선 선장이 생존자로부터 선물 받은 금시계가 경매에서 27억원에 팔렸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타이태닉호 승객을 구했던 RMS 카르파티아호의 아서 로스트론 선장이 생존자들로부터 선물 받은 티파니의 18K 회중시계가 경매에서 156만파운드(약 27억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 시계는 타이태닉 침몰로 숨진 미국 재계 거물 존 제이컵 애스터의 부인 매들린 애스터 등 3명의 생존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로스트론 선장에 선물한 것이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메들린은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저택에서 로스트론 선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에는 생존자인 메들린과 존 B. 세이어 부인, 조지 D. 위더너 부인의 이름과 함께 '세 명 생존자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담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로스트론 선장은 1912년 4월 15일 새벽 타이태닉호의 조난 신고를 듣고 지중해로 향하던 카르파티아호를 돌려 구명보트 20여척에 타고 있던 700여명의 승객을 구조했다. 그날의 행동으로 로스트론 선장은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의회 훈장을 받았으며 조지 5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18 13:44:49[파이낸셜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A씨가 전날 별세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따르면 A씨는 18세 때 바느질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중국으로 갔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수난을 겪었다. A씨는 1945년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2000년대 초반에야 귀국해 가족과 상봉했다. A씨는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뒤 수요시위와 해외 증언 등에 참여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정의연은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비공개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A씨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8명이 됐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9-07 15:57:11[파이낸셜뉴스] #. 23일 경기도 부천 원미구 중동 소재 한 호텔 앞. 20대 간호대생 A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22일 밤 화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A씨는 7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부산 호텔 화재 사건'을 직접 겪은 생존자였다. A씨는 대학 실습으로 배운 지식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문을 열자 연기가 가득했다. 연기 때문에 다시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수건으로 입을 막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소방대원이 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에 이같이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샤워기로 일산화탄소를 씻어내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이날 A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지난 밤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속에서 버틴 끝에 소방대원으로부터 구조됐던 현장을 증언했다.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서도 황망한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병원 실습·수술받으러 왔다 참변 겪을 뻔"이날 A씨 어머니 B씨는 "지난 22일 오후 7시 40분에 불이 났다고 연락이 오자마자 호텔과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연락해서 구조를 요청하고 곧바로 춘천에서 출발했다"며 "너무 무서웠는데 전화로 구조됐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간호대에 재학 중인 A씨는 부천의 한 병원으로 실습을 왔다가 화재에 휩싸여 변을 당할 뻔했다. A씨는 불이 난 810호와 같은 층에 있는 806호에 머물고 있었다. 이 호텔은 4층이 없는 건물로 이들 호수는 7층에 있다. A씨는 "친구들은 건너편 호텔에 묵고 저 혼자 여기 묵게 됐다"며 "의식을 잃었다가 구급차에서 산소를 마시고 정신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갑작스럽게 번진 화재로 객실에 두고 온 노트북 등을 찾기 위해 유실물 신고를 하기 위해 가족들과 다시 현장을 찾았다. B씨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아이처럼 대처하면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인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들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카자흐스탄인 C씨는 "6층에서 묵고 있다가 탈출하라는 안내를 받고 급하게 나왔다"며 "여행가방을 두고 와서 찾으러 왔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용지물이 된 '에어매트'사망자 대부분은 탈출하다가 숨진 것으로 확인돼 생존자들의 안타까움을 더욱 자아냈다. 특히 소방당국은 사고 접수 4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5분 만에 에어매트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이 논란이다. 부천소방서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는 구조용품이라고 했지만 에어매트로 뛰어 내린 남녀 2명 모두 숨졌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곧바로 남성이 뛰어내려 두 명 모두 구조에 실패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나머지 사망자 5명 중 상당수는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돼 대피 도중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건물 구조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호텔 복도가 좁고 객실 창문이 작아 유독가스가 건물 안에 가득 찼고 열이 축적돼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추정이다. 지난 2003년 준공된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경찰 등으로 꾸려진 수사본부는 이날 합동 화재감식을 진행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 총 33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여간 합동 감식을 벌였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화재 장소로 확인된 8층에 대해 화재 발생 이후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며 "향후 현장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등 수사를 종합해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망한 죽음에 이어진 '오열'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들은 순천향병원 등 인근 병원 6곳으로 분산 이송됐다. 4명의 사망자가 안치된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날 정오쯤 마스크를 쓴 채 병원을 찾은 20대 여성은 핏기 없는 표정이었다. "어떤 심정이시냐"는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안치실로 들어간 다른 사망자 유족은 "아이고 어떡해"를 연신 외쳤다. 경기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 김모씨의 어머니는 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휴대전화로 듣다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김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지난 22일 부천 호텔을 찾았다가 객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함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빈소에 속속 도착한 다른 유족들도 김씨의 황망한 죽음을 믿을 수 없는지 서로 끌어안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김동규 기자
2024-08-23 15:42:19Mnet이 선보이는 초격차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아이랜드2' 파이널에 진출할 최후의 10인이 가려진다. 27일(오늘) 밤 9시 30분에 방송되는 Mnet '아이랜드2 : FINAL COUNTDOWN' 10회에서는 파트2의 마지막 관문 '셀프 메이드 테스트'를 펼치는 아이랜더 12인(김규리·김수정·남유주·마이·방지민·손주원·유사랑·윤지윤·정세비·최정은·코코·후코)의 모습과 파이널 무대에 설 최후의 생존자 10인이 공개된다. 앞서 진행된 두 번의 파트2 테스트를 통해 '아이메이트 현장 평가 점수'와 '프로듀서 점수'를 합산한 현재까지의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지원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데뷔조 마지노선인 6위 이내에 들지 못한 지원자들은 어쩌면 '아이랜드2 : FINAL COUNTDOWN'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는 세미파이널 '셀프 메이드 테스트'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아이랜드2 : FINAL COUNTDOWN' 파이널에 진출할 최후의 10인이 베일을 벗는다. 스토리텔러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의 멤버 성한빈의 룰 안내와 함께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파트2 테스트 결과와 '아이메이트 2차 세이브'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생존자 10인과 탈락자 2인이 가려질 예정이다. 여전히 아이랜더들의 점수 차가 큰 폭을 보이고 있지 않은 만큼 이번 세미파이널 무대 결과가 이들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 세계 아이메이트들이 참여한 '2차 세이브 투표' 결과도 오늘 밤 공개된다. 최애 지원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투표는 역대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사상 최다 지역의 투표 참여율을 달성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투표 결과는 한국 지역 50%, 그 외 글로벌 전 지역 50% 비율로 반영되며 집계된 모든 표수는 점수로 환산되어 적용된다. 여기에 2차 생방송 SAVE 투표까지 합산하여 파이널 진출자가 최종 결정된다. 열띤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아이메이트들의 투표가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아이랜드2'는 글로벌 스트리밍 조회수에서도 '보이즈 플래닛',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관련 키워드가 X(구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진입하는 등 화제성 역시 우상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으며,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플랫폼 펀덱스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0권안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랜드2' 공식 플랫폼 엠넷플러스 독점 콘텐츠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방송에 다 담기지 못한 미방송분으로 구성된 쿠키 영상 콘텐츠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아이랜드 세트장 내에 비치된 포토부스에서 지원자들이 직접 촬영한 '네컷포토 콜렉트북'이 글로벌 아이메이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데뷔를 목표로 아이랜더들이 실력과 열정을 쏟아부은 '셀프 메이드 테스트' 무대와 월드클래스 프로듀서 테디(TEDDY)가 프로듀싱하는 초격차 걸그룹 데뷔조의 윤곽이 드러날 최후의 10인 생존자 발표식은 오늘 밤 9시 30분에 방송되는 '아이랜드2 : FINAL COUNTDOWN' 10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Mnet
2024-06-27 10:38:39[파이낸셜뉴스] 암 생존자의 2차암 발생 위험이 첫 암 발생 연령, 성별, 암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최윤영 교수팀(연세대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 교수·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이명지·정인경 교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09~2010년 새롭게 암을 진단받은 성인 암 환자 약 38만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은 1차 암과 2차암 사이 연관성과 전체 암종에 대해 체계적·통합적으로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 생존자의 2차암 발생은 일반 인구의 암 발생과 마찬가지로 위암·대장암·폐암·유방암 등의 다빈도암이 가장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암 발생 연령이 40세 미만인 경우 2차암 발생 위험이 2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1차암 발생 연령이 고령일수록 2차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암종별로 나이, 성별에 따라 특정 2차암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가 확인됐다. 특히 흡연과 관련된 후두암·두경부암·폐암·식도암 등 발생 위험은 해당 암 생존자에게 높게 나타났다. 그 외 일부 유전성 암에 의해 고위험으로 나타나는 암의 조합도 발견됐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생존자의 난소암 위험, 대장암 생존자의 자궁암 위험이 높았으며 남성의 경우 신장암 생존자의 췌장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든 암종의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통합적 분석을 시행한 아시아 첫 연구"라며 "환자의 1차암 발생 연령 및 성별, 암종에 따라 2차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가 확인됐으므로, 맞춤형 암 검진·관리 시스템 개발과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암 조합의 원인·예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5-27 10:28:00[파이낸셜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의 ‘절친’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프랑스 전 축구선수 파트리스 에브라(42)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13살 당시 자신이 겪었던 성적 학대 피해에 대해 알렸다. 에브라는 앞서 지난 2021년 자서전을 통해 성 학대 피해 사실을 처음 밝힌 바 있다. 에브라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사람은 교사였다. 에브라는 13세 때 등교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생님 집에 머물렀는데 그때 성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프랑스 리그앙 AS모나코에서 뛰던 24세 때 에브라는 경찰로부터 해당 교사의 혐의를 묻는 연락을 받았지만 사회적 반향이 두려워 증언하지 못했다. 에브라는 2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5 라이브’에 출연해 과거 사건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그 교사는 나의 감수성과 신뢰를 나에게서 빼앗아갔다”며 “그래서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아무도 믿지 못해 몇몇 매니저들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에브라는 “그 교사는 나에게서 평범한 것들을 앗아갔지만 내 존엄성을 가져가진 못 했다”며 “나는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말했다. 에브라는 어린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오늘날 수십억명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챔피언스리그나 프리미어리그 등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 두 명 중 한 명은 종류는 다르더라도 폭력을 경험한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통계로 드러났다”며 이 현실을 바꿔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에브라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을 비롯해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구단 역사상 가장 뛰어난 레프트백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국내 축구 팬들에게는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과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며 팬들에게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03 16:31:04[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테러 당시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며 당시의 참혹함이 드러나고 있다. 7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인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장에 들이닥친 테러범들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이(58)는 테러범들이 '침착한' 모습으로 혼비백산한 관객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범이 '산책하러 나온 것처럼' 공연장 로비를 조용히 걸어 다니며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몸을 피하자 따라들어와 사격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며 "산책을 나온 듯이 걸으며 총격을 가했다. 한명은 탄약이 떨어지자 멈춰서서 침착하게 탄약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2층 카페에 있었던 안드레이 부부는 2층 기둥 뒤에 숨었고 "그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당시의 두려운 심정을 설명했다. 직원들이 무대 옆 비상구를 열어 사람들을 공연장 안으로 안내했지만, 테러범들까지 따라들어온 게 문제였다. 총성이 계속됐고 두번의 폭발음이 들리더니 갈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누군가는 "불이야"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이 부부는 다행히 주차장으로 몸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그들이 우릴 봤다. 한명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고 죽은 척 했다.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테러범이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며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아이는 죽었다"고 테러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시작 몇 분 전에 발생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총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리야 무라비요카(38)는 당시 남편과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중이었다. 그는 공연 시작 5분 전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며 "아마도 밴드가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남편이 도망쳐 숨으라고 말했고, 다행히 살아남았다. 7살짜리 딸과 크로커스 단지 내 호텔에 머물고 있던 다리아는 보안요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처음엔 방에 몸을 숨기고 옷장을 밀어 문을 막았다. 그러나 탈출하기로 마음먹고는 보안요원의 안내로 뒷문을 통해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보안요원은 당시 테러범들이 여전히 건물 안에 있으며 근거리에서 총격을 가하고 있다"며 "그들이 눈치 못 채게 우리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33명이다. 시신 수색이 진행 중이고, 생존자 중에 위중한 사람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4 20:33:32[파이낸셜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그 가족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 법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2차 가해'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서울고법 민사20-2부(홍지영·박선영·김세종 부장판사)는 7일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가족 등 55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처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위자료를 유지하면서도 신체 감정을 받은 생존자 6명에 대한 배상 인정액을 높였다. 원고 측이 주장한 후유장애를 인정한 것이다. 이들 6명은 1심에 비해 배상액에 200만~4000만원가량 늘었다. 다만 "군 기무사 사찰 등으로 인해 2차 피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들은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결정된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에 나선 생존자와 그 가족이다. 당시 특별법에 따라 단원고 생존 학생 59명과 일반인 생존자 78명에게 한명당 6000만에서 7000만원의 배상금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 사건 원고들은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배상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섰다. 2019년 1월 1심은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이 퇴선 유도 조치를 소홀했던 점 등에서 직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생존자 본인 1명당 위자료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단원고 학생 생존자의 부모·형제자매·조부모는 400만~1600만원, 일반인 생존자의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는 200만~3200만원이었다. 당시 원고 76명 중 21명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고, 55명은 항소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2-07 18:11:50"세 살 무렵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등에 업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가 몇 년 뒤 덕성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 이후 엄마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덕성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안종환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협의회) 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 불리는 덕성원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곳에서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곳에 수용됐던 피해생존자는 형제복지원·영화숙·재생원 등 부산 부랑인시설과 마찬가지로 상습적인 폭력과 강제노역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덕성원은 1952년 동래구 중동에 정착했고,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에 폐원한 아동보호시설이다. 아직까지 덕성원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수십여년만에 모였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협의회에 접수된 덕성원 관련 피해 건수는 40여건이다. 안 대표는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형제복지원과 재생원, 형제원 등의 피해자들이 본인들의 피해를 용기 있게 말하고, 국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당시 겪은 피해에 대해서 비로소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인 심모씨는 수용시설의 참혹한 삶이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씨는 "덕성원 재단은 어른이 돼 덕성원을 나간 원생들을 상대로 사기까지 쳤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몇억원씩 빌린 뒤 아직 갚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제라도 국가와 부산시가 이런 문제를 살피고, 철저히 조사해서 어린아이들이 겪었던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이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 권한을 가진 진화위에서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위는 내년 5월 만료될 예정인 활동 기간이 1년 연장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접수사건 2만 92건 중 처리 완료된 사건이 53%에 불과해 미처리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서다. 이들은 현재도 미처리 사건이 많은 상황이라 조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덕성원 사건을 직권조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이들은 정부에 피해 입증을 위한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덕성원에 거주했던 아동들의 자료를 적극 발굴해 달라"면서 "덕성원 피해자들의 사건이 진화위에 접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2-05 18:50:42[파이낸셜뉴스] "좋은 시간 보내려 갔다가 사고 당한 게 죄라니요.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안나와야 되는것 아닌가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20대 여성 김모씨의 이야기다. 그는 당시 지인들과의 모임을 하기 위해 이태원에 가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은 '2차 가해'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가 한 일이라면 그날 이태원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식사하며 시간을 보낸 것 뿐"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평소 가족들이랑 영화도 보고 다니고 놀러 다닐 것 아닌가. 단지 휴일에 그곳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집 주변 먹자골목도 못 가"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 20분께 김씨는 인파에 휩쓸려 골목으로 딸려갔다. 김씨는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사고가 난 골목으로 들어가는 초입 부근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신음소리와 비명이 이어졌다. 30분 뒤인 오후 10시 50분께 경찰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여 길을 내주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나마 골목 안쪽까지 밀려 들러가지 않았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다만 전신근육통으로 일주일 내내 전신에 파스를 붙였다고 했다. 살았다고 해서 김씨가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3주에 1번씩 병원에 내원해 정신과 진료받고 있다. 김씨는 "집 주변에 먹자골목이 있는데 그곳도 못 가겠다"며 "한번은 하필 그쪽에서 약속이 있어 가다가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신이 멍해지고, 이 장소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손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쿵쿵쿵 뛰는 게 느껴졌다"며 "지금도 최대한 번화가는 피해 다닌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몸을 압박하는 느낌이 들면 불안하다고도 했다. 김씨는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도 다 버렸고 옷 가게의 좁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불안할 때가 있다"며 "일회용 마스크보다 조금 도톰한 정도인 KF94 마스크도 숨이 답답한 느낌 때문에 못 썼다"고 했다. "현장에서 본 경찰 1명 뿐"..."왜 이태원 참사를 천안함과 비교하며 욕하나"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몸과 마음이 다친 부분은 치유의 과정에 있다. 하지만 정작 김씨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의 '말'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말이 계속해서 상처로 남는다는 것. 김씨는 "주변 사람들한테 '유가족이랑 민주당이랑 한패 아니냐'는 소리도 들어봤고 살아났다고 글을 올리니 자랑하냐는 댓글도 달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놀러 나갔다가 사고 당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유독 상처가 된다고 했다. 김씨는 "천안함이랑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천안함은 당연히 우리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거니까 당연히 추모하고 기억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우리 피해가 잊혀야 되는 이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당신들도 이런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2차 가해자에게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게 예상되는 축제라면 누군가 가서 교통 통제해야 했다"며 "현장에서 본 경찰은 단 한명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에 제가 겪은 사건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이게 너희 잘못이냐' '아니냐' 이런 정쟁거리로 삼지 말고 다시 참사가 나지 않을 대안을 여야가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3-10-27 23:5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