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과거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극복하고 올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미국의 애플과 대만의 훙하이정밀(폭스콘), 중국의 샤오미, 일본의 소니 등이 내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달리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이미 공장을 사서 위탁생산을 시작했다. '애플카' 연말부터 프로젝트팀 재가동 애플 정보를 미리 내놓기로 유명한 대만의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근 조사 결과 애플이 올해 안에 새로운 '애플카' 프로젝트팀을 꾸릴 것이다"고 적었다. 미 애플 전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궈밍치의 조사에 대해 애플 내부가 아닌 애플에 공급하는 업계에서 취합한 정보라고 추정했다. 같은날 미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캘리포니아주 교통국 자료를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시험용으로 등록한 차량이 69대이며 최근 15명을 새로 고용해 테스트 드라이버 숫자를 180명으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시험 주행 규모는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담당하는 웨이모가 1057명의 드라이버 및 285대의 차량으로 진행하는 수준에 비하면 작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애초에 차를 직접 만들 계획이었으나 2016년에 결국 테슬라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7년 발표에서 자동차 개발을 인정하면서 완성차보다는 자율주행 통제 시스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지난해 1월 애플이 애플카를 만들어줄 완성차 업체들과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협상은 결국 완성차 업체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애플카를 개발하던 핵심 인력들이 연이어 퇴사했으며 업계에서는 애플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애플카 개발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러한 관측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포드의 핵심 엔지니어링 임원이었던 데시 우즈카셰비치를 영입하며 애플카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았다고 시사했다. 현재 궈밍치를 비롯한 TF증권 관계자들은 애플이 2025~2027년 사이에 애플카를 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의 신차 구매자 20만명이 평가한 자동차 브랜드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해 테슬라를 앞질렀다. 대만·중국·일본 기업들도 '맹추격' 애플을 제치고 벌써 전기차를 만드는 IT 기업도 있다. 미 전기 트럭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인 로드타운모터스는 9월 29일 발표에서 전기 트럭 '인듀어런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은 오하이오주의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된다. 로드타운모터스는 지난해 11월 자금난을 이유로 자사의 오하이오주 공장을 폭스콘에 팔았다. 폭스콘은 협력관계인 다른 미 스타트업 피스커의 전기차도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애플의 스마트기기 제조사로 유명한 폭스콘은 2019년에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이후 대만 최대 자동차 그룹인 위롱과 합작으로 전기차 브랜드 '폭스트론'을 출범시켰다.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장착한 폭스트론은 2023년에 첫 양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폭스트론의 전기 SUV '럭스젠 n7'의 사전 예약은 1만대 이상 주문이 몰리면서 이달 조기 종료됐다. 폭스콘은 지난해 태국석유공사와 합작으로 태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합의했고 2024년부터 5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등 다른 제조사에 고전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도 지난해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같은해 9월 전기차 자회사인 '샤오미기차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샤오미자동차는 베이징 근교에 본사와 공장을 세우고 2024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을 시작해 생산 능력을 연간 30만대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는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며 "누군가는 우리가 이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그는 "경주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며 샤오미에게도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샤오미 외에 바이두, 알리바바 같은 중국 IT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인도에서 먼저 전기 스쿠터를 출시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경쟁자가 있다. 소니는 지난 3월 발표에서 혼다 자동차와 협력해 전기차 산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안에 ‘소니·혼다모빌리티 주식회사'라는 합자 회사를 설립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혼다가 자동차 생산을 전담하면 소니는 자율주행 기술 및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9-30 09:23:57소프트웨어(SW)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가 미래 신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완성차는 물론 국내 전자·정보기술(IT) 업계의 합종연횡과 기술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엔진 중심이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에 이어 SDV의 등장으로 산업 간 경계 허물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SW인재 모시는 車업계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SDV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HW)를 먼저 설계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구동할 SW를 개발했다면 이제는 SW를 차량개발 과정의 최우선에 두고 HW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바꾸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SDV 시대의 도래로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주기적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 테슬라, 중국 샤오펑과 같은 전기차 업체들은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을 통해 SDV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여기에 도요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OS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OS는 스마트폰처럼 무선으로 차량 SW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적용에 필수다. OTA로 업데이트만 해도 차량 수리·관리부터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하고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현대차그룹이 SDV 전환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SW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를 더 이상 HW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할수록 계속 좋아지는 인공지능(AI) 기계로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차는 남양연구소 조직을 크게 2개로 분리하고, SW와 자율주행 개발을 전담하는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를 신설했다. AVP본부장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송창현 사장이 맡았다. ■삼성·LG 전자업계도 SDV '정조준'국내 전자업계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래 먹거리로 전장(자동차 전자부품)을 점찍고 사업 확대에 나섰다. 양사는 단순 전기차(EV) 부품 제조를 넘어서 SDV 통합솔루션 공급업체로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DV 주도권 확보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았다. 지난 1월 양사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 협약'을 했다. CES 2024에선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활용, SDV 플랫폼을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SDV 분야까지 협업에 나서면서 동맹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2025년 SDV 플랫폼 완성을 목표로 다방면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LG전자도 현대차·기아의 신형 제네시스 GV80 차량에 LG 웹OS를 탑재하면서 SDV 시대를 겨냥한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외 연구개발(R&D) 역량을 SDV에 결집하고 있다. 국내 R&D 조직뿐만 아니라 인도 벵갈루루와 베트남 하노이·다낭에 위치한 전장 R&D연구소를 통해 SDV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연구 끝에 올해 CES에서는 SDV 기술을 집약한 콘셉트카 '알파블'을 공개, 화제를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SW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SW·AI·알고리즘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의 종속업체인 '모빌리티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SW가 미래 모빌리티를 좌우하면서 전자·IT기업과 자동차 업계의 이종결합으로 앞으로 애플카, 구글카, 샤오미카, 삼성카, LG카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최종근 기자
2024-02-22 18: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