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중심으로 동서로 펼쳐진 조선의 궁궐과 도성은 대한제국의 쇠락 이후 철저하게 유린됐다. 가장 치욕적인 사건은 조선침략의 거두였던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사당 박문각을 꾸미기 위해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을 떼어간 것이다. 경희궁터 안에는 일본인 고위층 자제들을 교육하기 위한 중학교까지 세워졌다. 심지어 훼손된 경희궁터에는 해방 이후에도 서울시교육청, 서울역사문화회관, 적십자회관 등까지 들어서면서 궁궐의 위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경희궁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의 궁궐인 창덕궁·창경궁을 지칭하는 '동궐'과 대비시켜 '서궐'로 불렸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또한 일제는 경희궁 인근 돈의문(서대문)을 전차궤도 복선화를 위해 허물어 버렸다. 철거한 돈의문의 기와와 목재는 경매에 부쳐졌다. 남은 석재는 도로를 까는 데 썼다. 조선의 심장부인 경복궁터 안에 거대한 조선총독부 건물까지 세워서 민족 정기를 완전히 끊으려 했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해방 이후에도 반세기가 지나 김영삼 정부 시절에야 철거됐다. 경복궁은 복원됐지만 경희궁, 서대문 등의 수많은 옛 유물들은 여전히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성장기에 도심 개발에 먼저 집중하다 보니 대형 유물 복원은 뒷전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문화유산 복원에 한창이다. 도심 박물관인 경주나 로마처럼 서울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역사와 어우러진 정원도시를 꿈꾸고 있다. 도심 개발과 함께 역사 복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역사 복원은 이미 민선 4기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조성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민선 8기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도로가 점령했던 광화문의 월대를 복원했다. 또한 일제가 끊었던 종묘와 창경궁 사이 '왕의 길'을 다시 이었다.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은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 첫 삽을 떴지만 완공하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렸다. 오 시장은 돈의문 복원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돈의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지 않는다. 돈의문이 복원되면 한양도성 사대문이 완벽하게 부활하게 된다. 서울역사박물관~강북삼성병원 사이 왕복 8차로 400m 구간에 지하차로를 만들고 그 위에 돈의문과 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의 '민족 정기 살리기 프로젝트'는 도성 및 궁궐 복원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창덕궁과 종묘, 인사동, 경복궁 등을 잇는 문화 연결고리인 '열린송현 녹지광장'도 조성했다. 경복궁 옆 소나무숲이 우거졌던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대사관의 숙소였다. 다만 복원 중인 역사적인 유적지 인근에 이전에 없던 조형물과 기념관 조성까지 검토되면서 찬반론이 최근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승만기념관을 이곳 송현동 공원으로 검토했다가 타당성을 두고 반발이 일어나자 한발 물러섰다. 또한 서울시는 최근 월대를 복원한 광화문 앞에 100m 높이의 국내 최대 크기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고 밝혔다가 찬반론이 일기도 했다. 인근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조형물들과 조화를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서울시는 광화문 앞 초대형 태극기 조성을 두고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더 수렴키로 했다.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상시 내거는 것이 어렵다면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올해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의 상징물인 개선문에는 초대형 프랑스 국기가 혁명기념일 등에 간헐적으로 내걸리면서 오히려 세계적인 볼거리가 됐다. 꼭 실물 태극기가 아니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브라질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초대형 예수상은 최근 '빔프로젝터 매핑' 기술을 적용해 한복을 입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빔프로젝터 초대형 영상 태극기를 연출해도 좋을 것이다. rainman@fnnews.com
2024-07-24 18:05:13"우리나라는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이제까지 누려왔던 번영과 부흥은 더 새롭고 역동적인 가치관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고 말 것이다.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저서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 본문 일부다. 책을 발간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회의 발전을 위해선 리더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오 시장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다양한 혁신을 시정에 반영하고 있다. 10년 만에 서울시에 재입성한 그는 이전의 경험을 십분 살려 세계 속에 달라진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첫 서울시장 임기 때인 지난 2007년 추진한 한강 개발정책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비롯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고물가시대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민간과 공공이 지역맞춤형 사업을 함께 계획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인 '신속통합기획' 등 새로운 혁신에 거침이 없다. 또한 오 시장은 '서울AI허브(양재)' '디지털금융허브(여의도)' '유니콘 창업허브(성수)' '서울바이오허브(홍릉)' 등 지역별 혁신 특화단지도 함께 추진 중이다. 특히 여의도 금융허브는 서울이 글로벌 5대 금융도시로 도약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오 시장은 파이낸셜뉴스와 지난 18일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 경제지도의 핵심은 거점별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수준을 도약시키는 것"이라며 "첨단 하드웨어 인프라, 산업별 인재, 투자유치가 연계된 소프트웨어까지 제대로 갖춘 대표 거점을 중심축으로 혁신 산업 인프라를 촘촘히 연결한 '서울첨단산업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서울시의 역할"이라며 "혁신기술 숙성 기반·산업·인재가 모이는 거점을 조성하는 행정력이 더해져야 서울첨단산업지도가 비로소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자본과 글로벌 인재, 기업이 서울로 모여드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밀착형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선 8기 서울시장으로서 임기의 반환점을 앞둔 오 시장을 만나 '혁신'의 가치를 내세워 추진 중인 다양한 정책들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한강에서 리버버스·수상호텔·수상오피스·대관람차 등을 추진 중이다. ▲한강은 평균 강폭이 영국 런던의 템스강이나 프랑스 파리 센강의 4배 이상일 정도로 커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 일상의 공간, 여가의 중심, 성장의 거점으로 서울시민은 물론 세계인의 친수공간으로 한강을 재탄생시키려고 한다. 한강 주변은 정원 같은 숲과 공원과 아름다운 디자인의 건축물이 둘러쌀 것이고, 물 위는 크고 작은 배들이, 상공에는 도심항공교통(UAM)이 여유롭게 오갈 것이다. 다양한 축제와 글로벌 문화행사, 스포츠대회로 시민들에게 풍성한 삶의 질을 선사하는 한강이 될 것이다. 한강 수상의 활성화는 수십, 수백년이 지나며 후대까지 엄청난 가치로 한강을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 대개조'의 큰 틀 아래 권역별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서울 대개조란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 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을 혁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대개조를 통해 일자리·주거·녹지·여가문화가 공존하고 활력과 감성이 넘치는 매력 도시를 실현할 것이다. 권역별 개발로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도시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다. 서남권은 첨단산업과 주거·문화가 어우러진 융복합산업 집적지로, 동북권과 서북권은 상업지역을 확대한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조성해 강남권과 강북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겠다. 동남권은 △직장 △주거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보행친화도시로 변모시켜 글로벌 인재와 기업이 모여드는 곳으로 바꾸겠다.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용산의 경우 국제업무지구를 통해 국제경제혁신축의 핵심으로 조성할 것이다. ―서울 혁신에 민간기업 참여는 어떻게 하나.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의 획일화된 기준 적용은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민간 창의력을 바탕으로 도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민간과 공공이 지역맞춤형 사업을 함께 계획하고 있고, 정비사업의 속도도 대폭 빨라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수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도시공간에 구현하기 위한 용적률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특히 '리버시티' 사업은 총사업비의 57%를 민간 부문이 차지해 재정부담 완화 효과는 물론 민간의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까지 활용할 수 있다. 한강의 잠실마리나, 수상호텔, 여의도 선착장 등도 민간 참여로 추진할 예정이다. 공모지침에 한강이 갖는 특장점, 행정적 지원을 명시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다만 개발이익의 과도한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성도 함께 검토해 민간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도심개발 과정에서 국가유산청과 협의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서울은 천년 고도의 수도로서 주요 국가유산의 26%가 밀집한 동시에 국가의 중추기능도 몰려있는 세계적 대도시다. 국가유산 주변지역의 평면적이고 획일적인 행위제한 및 허용기준이 인근지역을 지속적으로 노후화시켜, 오히려 국가유산의 가치를 감소시키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국가유산을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보존·개발하고 활용하면 역사적 의미와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국가유산과 주변지역의 조화로운 개발을 통해 역사문화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을 마련하고, 관련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종묘 인근의 세운지구처럼 높이 위주의 개발제한 방식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유산인 종묘의 가치를 존중해 그 인접구역은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 보존 개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자 한다. ―역대 정권들이 해결 못한 지상철도의 지하화를 달성할 수 있나. ▲서울에는 71.6㎞의 국가철도와 29.6㎞의 도시철도 등 총 101.2㎞의 지상철도가 있다. 산업화시대 도시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지상철도는 현재 지역 단절과 도시 쇠퇴의 원인이 돼 지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립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지상철도 전체 구간을 장기적으로 지하화하고 지상구간은 녹지·문화·상업 용도로 입체 복합개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와 국토교통부의 노력으로 철도지하화를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서울시도 지역의 주민, 자치구 등 많은 의견을 수렴해 '선제적 철도지하화 주변지역 공간구상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에 국토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제안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과 재정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안전 확보 등 기술적인 대책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철도지하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실~여의도 출퇴근 거리를 30분으로 줄이는 '한강 리버버스' 등 각종 교통정책에 관심이 높다. ▲올해 하반기에 도입되는 '한강 리버버스'는 쾌적하고 편안한 출퇴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한강 명소와 연계로 관광 분야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교통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량 운영을 확대하고, 장기·혈액 긴급 이송이나 의료진 이송 등 긴급 이동을 위한 '응급닥터 UAM' 서비스 등도 강화할 것이다. 최근 출시한 '서울동행맵'에 시각약자를 위한 음성안내서비스 등 기능을 고도화해 교통약자 이동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교통혼잡이 심각한 지역의 교통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 등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시 교통정책은 시민들의 민생, 생활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전국 생활권의 판도를 바꿀 만큼 영향이 크다.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갖춘 서울시는 교통 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김포 골드라인과 강남 출퇴근길 불편이 많았다. ▲서울시는 '수도권 시민도 서울시민'이라는 시정 철학을 갖고 수도권 교통 현안에 적극 대응했다. 김포골드라인의 혼잡은 개화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시간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1개월 만에 조기 개통해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수도권 광역버스 운행대수를 2019년 2956대 수준에서 현재 일일 3217대로 증차했다. 혼잡도 방지를 위해 명동·강남·신논현 정류장 분산 및 노선 조정을 하고 있다. 출퇴근이 고단한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선보인 '서울동행버스'는 약 10개월을 맞는 현재 10개까지 노선을 확대해 호응을 얻고 있다. 승객들의 요청으로 최근 전 노선 퇴근길까지 운행을 시작했다. 도로 용량 등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강 리버버스'는 전원 좌석제,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을 갖춘 채 총 7개 선착장에서 운항한다. 한강 리버버스는 새로운 출퇴근 문화를 정립시키고 한강 수상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혁신을 이끄는 사례로 성장할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30년 만에 행정체계를 개편 중이다. 메가시티는 어떻게 추진되나. ▲메가시티 논의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권역별로 대한민국의 생활권을 혁신시키는 담론이 될 것이다. 수도권 메가시티는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생활권으로의 메가시티가 돼야 할 것이다. 부울경, 광주권, 남해권 등은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권역별 메가시티를 논의해야 한다. 물론 행정권과 생활권을 통합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서울시는 작년 11월 김포시를 시작으로 구리시와 각각 '도시별 공동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다. 메가시티가 주는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심층분석을 선행한 뒤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6-19 19:06:26서울 종묘광장공원에서 남쪽으로 1㎞ 구간에 오래된 상가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세운상가에서 시작해 삼풍상가, PJ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로 이어지는 곳이다. 서울시가 최근 이 지역을 녹지로 만들어 남산과 잇닿게 하고 주변을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상가가 있는 1만1000㎡ 터에는 푸른 숲이 조성되고, 좌우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설 것이다. 세운상가를 비롯한 상가들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잇달아 준공됐다. 이 지역은 원래 '종삼'으로 불리던 사창가였다. 문인들의 글을 보면 명동에서 취한 주당들이 비틀거리며 걸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윤락녀들을 몰아내고 이곳을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맡겨 '스트리트몰'로 탈바꿈시켰다. 공사가 시작될 즈음 광고면에 조감도가 실렸다(조선일보 1967년 8월 20일자·사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개관식에 참석할 만큼 완공된 상가는 장안의 화제였다.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서 서울 중심의 랜드마크 대접을 받았고, 아파트에는 부유층이 입주했다. 서울시는 "하와이 호놀룰루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보다 더 크니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막 완공된 세운상가 6~10층을 국회가 임차해 의원 전원이 입주하는 의원회관으로 쓰려다 호화 사무실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때는 국회가 현재의 태평로 서울시의회 자리에 있을 때였다. 이런 비난과 국회와의 거리 때문에 4년 만에 의원회관은 태평로 국회 옆 코리아나호텔로 옮겼다. 10월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되는 바람에 짧은 기간에 그쳤지만 호텔 방을 의원 사무실로 쓴 것이다. 1975년 국회가 여의도로 옮겨간 뒤 의사당 앞 아파트를 매입, 설계를 바꿔 의원회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의 의원회관이 준공된 것은 1989년 12월이다. 광고를 보면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시공 주체로 나오고 사장 박창원, 부사장 김수근이라고 씌어 있다. 세운상가를 설계하고 시공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정부가 운영하던 엔지니어링 공기업이었다. 1963년 국제산업기술단으로 설립돼 1966년 8월 이 이름으로 바꿔 중요한 사업들을 시행했다. 올해 출범 61주년이 된다. 소양강댐도 이 업체가 설계했다. 1994년 민영화되어 한진건설이 되었다가 현재는 ㈜한국종합기술로 다시 바꾼 종업원 지주회사다. 세운상가를 설계했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2대 사장을 지냈던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은 김중업과 함께 한국의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세계 현대 건축가 101인에 선정됐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한국의 로렌조'라고 칭했다. 로렌조는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를 후원해 예술을 꽃피운 사람이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전쟁이 터져 일본으로 밀항, 도쿄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김수근은 홍익대와 건국대, 국민대에서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김수근의 자취는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세운상가 외에도 서울 불광동성당, 자유센터, 타워호텔, 잠실 올림픽경기장, 샘터 사옥, 공간 사옥, 동숭동 아르코 예술극장, KIST 본관, 문화방송 사옥,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서울지하철 경복궁역, 한계령 휴게소, 국립 부여·청주·진주박물관, 주미 한국대사관저, 경찰청 청사, 서울지법 청사, 워커힐 더글라스 호텔,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등 주요 작품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조선팰리스서울 강남 호텔로 재건축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은 김수근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85년 병상에서 얼개를 그린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유작인 셈이다. 김수근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다고 해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사장으로 공직을 맡기도 했고, 공공건축물을 많이 설계한 김수근으로서는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5-16 18:12:49오는 5일 어린이 날을 맞아 4대궁, 종묘, 미술관 등 국가유산이나 공공기관에서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는 어린이 날을 맞아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세종대왕릉을 방문하는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의 동반 보호자 2인에 대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무료 관람을 실시한다. 4일부터 6일까지는 경복궁 광화문 및 협생문 일대에서 '광화문 인형 탈 파수의식', '갑사 취재 체험'’, '2024년 수문장 교대의식 어린이날 특별행사'가 열린다. ■고궁 행사 다채롭네..다양한 체험 행사도 '광화문 인형 탈 파수의식'은 수문장 캐릭터 인형 명령에 맞춰서 진행되는 의식이다. 파수의식 후 수문장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갑사 취재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는 미래 수문장 임명장과 수문장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수문장 교대의식 어린이날 특별행사'는 사전 예약 없이 모두 무료로 현장 참여할 수 있다. ‘갑사 취재 체험’은 회당 50명 제한이 있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4일 창경궁에서는 '효의 궁, 창경궁에서 정조의 효심을 배우다'가 대온실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참가 초등학생들이 정조 임금의 효 사상을 배우고 '복숭아꽃 효도등'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6일과 내달 2일 경기 구리 동구릉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을 대상으로 세계유산조선왕릉탐험대 행사 ‘건원릉에서 큰 놀이'가 펼쳐진다. 조선시대 왕이 되어 알릉례를 올리고, 정자각과 비각 구조를 파악하는 숫자놀이를 한다. 이후 능침에 올라 조선왕릉에 대한 해설을 듣고 왕릉 구조를 파악하는 과제를 마치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5일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자연유산 연구자의 꿈’이 진행된다. '손으로 느껴보는 천연기념물', '동물, 천연기념물 봄꽃을 아시나요?', '어린이 지질학자', '하늘에서 바라본 명승' 등으로 구성된다. '손으로 느껴보는 천연기념물 동물'은 내부가 보이지 않는 체험상자 속 천연기념물 동물 박제표본을 만져보고 맞추면 동물 포스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천연기념물 봄꽃을 아시나요?'는 노거수 3차원 사진, 영상으로 구성된 천연기념물 식물 연구 성과 특별전을 감상하고, 봄꽃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미술관, 가족 힐링 명소로 '각광'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어린이날 당일인 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어린이미술관에서는 '다섯 발자국 숲'전을 만나볼 수 있다. 자연과 가까이 있는 과천관 특성을 살려 자연과 미술관, 사람, 예술을 연결하는 전시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어린이 작품 전시회 '예술로 조각공원'을 감상할 수 있다. 아르코미술관 50주년전과 연계해 열린 어린이 워크숍 '나의 짝꿍이 되어줘!'에 참여한 어린이 작가 50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평소 예약이 빨리 마감돼 방문하기 힘든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도 어린이날을 맞아 입장객 수를 1800명으로 늘렸다. 4∼6일 사흘간 회차당 100명씩 입장 인원을 늘려, 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곳을 즐길 수 있게 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03 14:02:33[파이낸셜뉴스] 봄의 절정 5월에 서울의 모든 매력을 도심과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찾아온다. 서울 곳곳에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 미식도 즐길 수 있다. 서울시는 5월 1~6일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서울페스타 2024(SEOUL FESTA 2024)'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인조이 올 댓 서울(Enjoy All That Seoul)'을 주제로 빛나는 서울의 매력을 시민과 전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개막 파티가 열리는 서울광장, 대규모 로드쇼가 진행되는 광화문광장, 한국의 미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노을 공원을 비롯해 명동·한강공원 등 서울 전역에서 개최한다. 한강드론라이트쇼(4월 27일, 5월 6일, 잠실한강공원), 서울서커스페스티벌(5월 4~5일, 노들섬), 궁중문화축전(4월 27일~5월 5일, 5대궁·종묘) 등 다채로운 연계 행사도 열린다. 특히 올해 3회차를 맞아 그간 K팝 콘서트 중심의 관람형 행사를 넘어 서울만의 다양한 매력을 여러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관광·문화 참여형 축제로 진행한다. 서울광장에는 3일간 다양한 파티존이 꾸며진다. 1일 개막파티를 시작으로 서울의 문화, 공연 등을 즐기는 '블라썸파티(2~3일)', 뷰티·댄스 실력을 뽐낼 수 있는 'K-스타 챌린지(2~3일)'가 차례로 열린다. 광화문광장은 누구나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존(놀이터 공간)으로 바뀐다. 서울의 문화, 패션, 뷰티, 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스타일 로드(5월 1~6일)', 대규모 종합퍼포먼스 '서울로드쇼(5월 4일)'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상암동 노을공원에는 '피크닉존'을 마련했다. K-바비큐와 각종 한식을 맛보고 또 지역 특산물도 만나 볼 수 있는 '고기 굽굽 피크닉 in 서울'이 4~5일 열린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서울페스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바비큐 체험 외에도 미식토크쇼(5월 4일), 노을콘서트(5월 4~5일), 서울거리공연(5월 4~5일) 등을 마련했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노을공원에서 열리는 축제 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드론, 서커스, 전통문화 등 18개의 행사가 펼쳐진다. 김태욱 서울페스타 2024 총감독은 "올해 서울페스타는 서울의 도시 매력과 특유의 흥을 담은 종합축제로 서울 전역이 축제장이 되는 글로벌 도시축제에 걸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서울페스타는 서울을 대표 봄맞이 축제로 서울의 문화와 매력을 한자리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올해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진 서울페스타를 찾아 빛나는 서울의 매력을 한껏 체험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4-22 13:42:27[파이낸셜뉴스] 서울·부산 등 대도시권 원도심 정비 사업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기존 풍부한 인프라에 더해 주거·업무·상업시설들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 세운지구 등 4대문 개발 사업 속도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부산·대전 등 대도시권 원도심에서 대형 개발 사업이 속속 진행 중이다. 서울의 경우 업무·상업시설이 혼재된 4대문 안팎의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종로구 종묘에서 중구 퇴계로에 걸쳐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세운지구는 옛 세운상가를 비롯해 상업, 업무, 숙박시설이 밀집돼 있다. 개발 사업을 통해 업무, 주거, 문화 시설들이 새롭게 들어선다. 종로구에 따르면 오피스 단지와 1만여 가구의 주거단지가 들어서며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들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심형 임대주택도 함께 공급할 계획이다. 또 4대문 인근에 위치한 서대문구에서도 도심과 접한 영천구역에서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경희궁 유보라'가 분양에 돌입했다. 지난 5일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24.4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부산 도심 한복판에 해당하는 부산진구, 동구 일대도 개발이 한창이다. 서면 일대 상업 시설과 부전역 등 교통 인프라 이용이 수월한 곳이다. 부산진구의 핫 이슈는 단연 부산시민공원 일대 개발이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시민공원 촉진4구역이 지난 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촉진3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했고, 촉진2-1구역도 1월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재개발을 통해 향후 시민공원 일대에는 약 1만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민공원에서 남쪽으로 서면을 지나면 북항재개발 배후지역으로 꼽히는 동구 범일동 일대가 나온다. 대규모 항만시설, 철도 관련 시설로 인해 노후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북항 개발과 함께 변화가 본격화된다. 동구 범일동 일대에는 좌천범일 통합지구 개발, 미55보급창부지 등의 개발이 추진된다. 대전 원도심 3만5000가구 공급 대전의 원도심으로 꼽히는 중구, 서구 곳곳에서도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중구 일대는 대전도시철도 1호선, KTX서대전역 등 우수한 교통환경은 물론 향후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 이상 된 현장만 따져도 약 3만5000가구의 아파트들이 새롭게 들어선다. 중구에서는 문화2구역, 문화8구역, 용두2구역, 대흥4구역 등 문화동과 용두동, 대흥동 일대에서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서구는 도마동과 변동 일대에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개발을 통해 들어선 새 아파트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거주와 재테크를 겸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호도가 높다"며 "최근 주택시장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해 곳곳에서 사업이 지연돼 새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정비사업 의존도가 높은 원도심 새 아파트들의 희소성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24-03-15 15:13:31【파이낸셜뉴스 경기=노진균 기자】 경기 고양시 산하 고양문화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을 인구 108만 특례시에 걸 맞는 경기북부 최대 문화예술 거점으로 기능하는 원년으로 삼고 '2024 핵심 5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17일 재단에 따르면 올해는 글로벌 명품도시 '특례시'에 걸맞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양한 장르의 매력적인 사업을 전개하며 시민 문화예술 수요를 충족시켜 나갈 전망이다. 5대 과제로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확보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고양호수예술축제 및 고양행주문화제 육성 △지역 예술인 육성 및 시민 문화예술사업 확대 △도시 곳곳 찾아가는 문화예술 확대 △공공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운영 기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연중 세계적인 수준의 굵직한 공연과 전시올해 1월 '조수미의 신년 스페셜 콘서트'를 시작으로 정명훈/조성진과 도쿄필하모닉, 선우예권과 파리 챔버 오케스트라, 손열음과 고잉 홈 프로젝트, 르노 카푸숑·이진상·한재민과 스위스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 사라 장 등 클래식 스타들의 대거 무대에 오른다. 또한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 K심포니 시리즈',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신구/박근형/박정자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등 국내 최고 단체들도 고양을 찾는다. 한편, 고양어울림누리 개관 20주년 페스티벌에서는 20주년 기념 창작음악극 '사랑이 지나가면'을 비롯하여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와 '웃음의 대학'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 작품도 매주 만나볼 수 있다.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서는 오는 3월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독일 新라이프치히 작가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의 전시가 열린다. 구상에서 추상까지, 모더니즘 회화부터 판화, 조각, 콜라주 등 다양한 장르와 기법을 넘나드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서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기획전 '온 가족 행복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고양호수예술축제와 고양행주문화제를 글로벌 브랜드 육성'고양호수예술축제'는 메인 공간을 호수공원으로 집중해 특화시키고, 대형 해외축제와 연계한 개·폐막작 섭외, 드론 및 불꽃놀이 확대 등 핵심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고양행주문화제'도 개·폐막작을 강화시키고 인기 프로그램인 '투석전' 외에도 신규 놀이를 추가하는 등 정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또한 먹거리 장터, 그늘막 쉼터 등을 보강하여 다양한 즐길거리와 이용 편의를 제공한다. 고양시 문화역량을 끌어 올리는 지역 예술인 육성 및 시민 문화예술사업을 확대한다.올해에도 지역예술인 지원사업 '고양문화다리'가 진행되며, 미술분야는 공모로 선정된 중진 및 청년 작가 9인의 전시 '고양아티스트 365'가 진행된다. 대표적인 시민 교육 프로그램 '어울림문화학교'와 '아람문예아카데미'가 지속되며, '아모아스튜디오'로 특별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는 어린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트렌디한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연중 지속된다. 특히 고양생활문화센터의 생활문화 활동공간 지원사업과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생활문화축제 등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생활문화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도 전개한다. 도시 곳곳을 찾아가는 문화예술 확대고양시 공식 거리예술단체 '고양버스커즈' 활동무대인 공식 버스킹존을 일산동구 와 일산서구 외에 덕양구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버스커즈 페스티벌 등을 신규 런칭하고, 고양시 주요 행사 연계 및 지원도 재개한다. 특히 국내 대표 화훼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성공의 위해 문화예술 공연과 지원도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한편, 차량 지원 위주였던 찾아가는 콘서트 차량 운영사업은 자체 기획 공연을 제작해 첫 선을 보인다. 공공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운영 기반 강화올해 고양어울림누리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설비노후화에 따른 후속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재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고양시립 아람미술관도 본격적으로 시립미술관으로서 기능을 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으로서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내부 청렴도 및 외부 만족도를 개선하는 등 운영의 내실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백기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024년은 우리 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라며 "임직원들과 함께 미래상을 숙고하며 고양특례시의 성장에 발 맞춰 경기북부 최대의 문화예술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전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1-17 16:01:31글로벌 K-POP 아티스트가 총출동한 한영수교 140주년 특집 '코리아 온 스테이지 인 런던(CP 송준영 / 연출 고국진)'이 지난 23일 KBS2에서 방송됐다. 이날 MC를 맡은 배우 공승연은 친동생이자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정연과 영상 통화를 하는 신선한 오프닝으로 이목을 모았다. 공승연과 정연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이날 아티스트 라인업을 소개했고 시작부터 현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첫 무대의 포문을 연 가야금 연주자 야금야금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Cupid', 'Super Shy', 'I AM' 등 글로벌적인 인기를 끌었던 K-POP 메들리를 준비해 색다른 느낌의 공연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연주에 맞춰 떼창으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싸이커스가 'DO or DIE', '도깨비집', 'HOMEBOY' 무대를 선보였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Queen)의 'We Will Rock You'를 재해석해 압도적인 밴드 사운드를 선사했다. 또한 'Break the Brake', 'PLUTO', 'Freakin' Bad' 무대를 선보이며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이영지는 '나는 이영지' 무대로 포문을 연 뒤 '파이팅 해야지', 'Smoke', 'NOT SORRY'를 부르며 혼자서도 현장을 꽉 채웠다. 잔나비는 '투게더!', '전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무대로 현장을 록 페스티벌로 물들였다. 또한 잔나비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헨리 무디(Henry Moodie)와 비틀스(The Beatles)의 'Hey Jude' 무대를 꾸미며 음악적 케미를 입증했으며, 헨리 무디는 'drunk text'로 감성 무대를 선사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돌아버리겠다', 'Crying', '뭣 같아', 'One and Only' 무대를 선보이며 자유분방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매력을 발산했다. 피원하모니는 '태양을 삼킨 아이 (Look At Me Now)', 'Back Down', 'JUMP', 'Follow Me'를 부르며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기로 현지 팬들을 열광케 했다. 스테이씨는 'RUN2U', 'Bubble', 'Teddy Bear', 'Poppy'까지 국내외 큰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으로 독보적인 틴프레시 매력을 발산했고, 영국의 대표적인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로 변신해 'Wannabe' 스페셜 무대를 펼쳤다. 에이티즈는 '해적왕', 'Say My Name', 'BOUNCY', 'Eternal Sunshine', 'Guerrilla' 무대를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에이티즈는 "한영수교 140주년 역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해준 것 같아서 영광이다"라며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에이티즈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전 출연자가 등장해 방탄소년단의 'Dynamite'를 함께 부르며 현지 팬들과 가깝게 소통했다. 한영수교 140주년 특집답게 이날 방송에서는 다채로운 무대와 영상이 공개돼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국과 영국이 함께 걸어온 140년 여정부터 백성을 자식처럼 생각했던 조선 왕의 발자취를 따라 조선 왕조의 최초 궁궐 경복궁, 종묘, 남한산성, 수원화성 등이 공개됐다. 또한 서울의 문화재이자 관광지인 덕수궁, 숭례문, 광장시장, 한국의 집, 한강공원, 남산의 아름다운 전경도 공개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안겼다. jisoomovie@fnnews.com 박지수 기자 사진=KBS2 '코리아 온 스테이지 인 런던'
2023-11-24 14:01:23지난 주말 우여곡절 끝에 100년 만에 복원한 광화문 월대를 다녀왔다. 월대를 복원하면서 전통 바닥돌인 박석을 깔지 않고, 황토를 발라놓은 게 마음에 걸렸다. 월대 안팎이 황토 일색이다.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황토는 주로 공원에 시공하는 범용 바닥재가 아닌가. 황토 포장의 품격과 격조가 문제다. 박석은 얇고 편평한 화강암 재질의 돌판이다. 두께는 보통 12㎝이고, 넓이는 구들장이나 빨래판의 두 배 정도다. 박석은 5대 궁의 월대와 안뜰, 종묘의 진입로와 정전의 월대 등에 쓰였다. 박석은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지만 불규칙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이 뛰어난 우리 고유의 바닥돌이다. 강화도산이 유명하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의 조성과 재구조화를 놓고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었다. 반대론자들도 광장은 수용하되 월대 복원의 필요성은 의심했다. 월대 복원은 그만큼 논쟁적 사안이었다. 이제 찬반을 떠나 복원의 가치와 완전성에 의문이 생길 판이다.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한 월대의 권위와 전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심의 중추 교통로인 세종대로와 율곡로~사직로를 틀어막은 뒤 월대 놓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그 난리를 친 지금까지의 사회적 비용과 공사 과정의 불편이 심사를 뒤틀리게 한다. 경복궁과 광화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맛집'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올라갔다. 역시나 주변 아스팔트 도로와 황토 콘크리트 속에서 월대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20년 가까이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난리 블루스'를 쳤는가 싶을 정도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가가 인정한 월대와 박석의 미학은 이번 광화문 월대 복원 과정에서 철저하게 거부됐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찾은 그는 "이같이 장엄한 공간은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곳을 굳이 말하라면 파르테논 신전 정도?"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가 우주의 기운과 영감을 느낀 곳은 정전과 박석이 촘촘하게 깔린 월대였다. 파르테논 신전과 비견된 종묘의 장엄함이 바로 월대와 박석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박석에 대한 찬사를 읊었다. 일찍이 유 전 청장은 "그동안 박석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과 미학을 폄하해왔는데, 이것을 복권시키고 싶었어요. 수소문한 결과 강화에 박석광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채취해 2010년 8월 15일 경복궁 광화문 월대 복원에 사용하게 됐답니다. 박석의 부활이었지요"라고 말했었다. 박석이 다시 사망한 꼴이다. 15세기 세종실록에도 "돌을 채취하여 쌓고, 양쪽 곁에 난간석을 둘러야 하며, 강화도산 전돌로 바닥을 포장해야 한다"고 광화문 앞 월대 조성과 박석 사용을 요청하는 상소문이 등장한다. 광화문 월대를 복원한다기에 박석이 바닥돌로 쓰일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가 월대와 박석에서 전통미를 느끼듯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미를 느낄 것이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아름다운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이런 건축물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한다"고 프랭크 게리가 말했듯.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한양도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서울시 조직에 한양도성도감과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지만 서두르다가 등재에 실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의 화룡점정인 광화문 월대를 제대로 복원할 기회를 잡았지만 조악한 불량품을 만드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고유 전통미를 나타내는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란 여덟 글자가 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유감스럽지만 현재의 광화문 월대는 누추하고, 광화문광장은 미완성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고문
2023-10-25 18:28:48서울시가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그동안 잊혀진 세운상가를 세간의 화두로 만들었다. 세운상가가 사라진 구상도를 본 전문가들은 세운상가의 보존과 철거의 당위성을 두고 다시 논쟁하기 시작했다. 세운상가는 새로운 계획의 중요한 열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세운상가라는 열쇠로 열려는 문 너머의 세계가 어떨지 고민하기보다 열쇠 자체만 따지고 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 해야 할 질문은 세운상가가 사라짐으로써 꾸게 되는 새로운 꿈은 무엇이지, 잃어버리는 소중한 것은 무엇인 지다. 세운상가 철거를 통해 얻게 될 새로운 미래는 어떤가? 기존 서울 원도심에 없었던 대규모 녹지가 생겨난다. 북악과 종묘에서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연결되고 1㎞의 선형 공원이 생긴다. 인접 민간 부지에서도 녹지공간을 확보해 지상의 15%에 달하는 녹지공간이 대중에게 개방된다. 서울 원도심의 녹지율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뉴욕이 26.8%, 런던 구도심이 14.6%임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공원녹지를 통해 도시가 살아나고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녹색의 공간뿐 아니라 새로운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을 수반한다.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주요 원도심은 앞서 도시재생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시민들이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세운지구는 다른 원도심 비해 더욱 낙후된 지역으로 머물러 있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단순히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문화적 활력이 넘치는 원도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어떠한 청사진도 완벽한 정답일 수는 없다. 무언가 얻게 된다면 당연히 무언가 상실할 위험도 존재한다. 계획을 통해 잃는 논쟁의 대상은 계획의 열쇠인 세운상가다. 세운상가가 근대 한국건축의 기념비적인 건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외 여러 사례로 볼 때 물리적으로 세운상가 전체를 보존하는 것만이 그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아닐 수 있다. 온전한 보존을 위해서는 10년 전 안전등급 D를 받은 위험건물에 대한 대책부터 필요한데, 과연 보존을 위한 보전만이 대안인 지에 대한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세운상가 자체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그곳에 자리 잡은 독특한 '메이커 문화'라는 의견도 있다. 비록 지금의 세운상가는 과거 가전 생산기지로서 역할은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생산 공방이 남아있다. 최근에 입주한 예술가와 스타트업도 새로운 메이커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세운상가는 산업 생태계를 담는 그릇일 뿐, 세운상가가 사라진다고 공방과 장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생태계를 옮겨 담는 일은 업체를 이주시키는 일과는 다르기에 섬세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지만, 세운상가의 철거가 생태계의 소멸로 귀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운지구를 둘러싼 논의의 쟁점이 건물 철거냐 보존이냐, 변화냐 유지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두 극단 사이에는 수많은 대안과 나은 미래가 잠재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운상가는 이제 기념비가 되어버린 과거의 꿈이다. 실패한 과거에 대한 부정은 또 다른 위험을 수반한다. 과거의 누군가 꾸었던 꿈을 지키기 위해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꿈을 꿀 권리까지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2023-09-06 1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