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방역 꼴등’ 발언을 했다가 이른바 친문 지지자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 사과한 클론 출신 가수 강원래씨를 두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섬뜩한 폭력을 봤다”고 언급했다. 원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서 “고단한 일상을 호소한 한 시민이 비인간적 공격에 시리고 아픈 무릎을 꿇었다”며 “상대방을 비판할 때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이다”고 밝혔다. 이어 “방역기준에 애매함이 많은 것은 대통령과 총리도 인정한 사실인데, 아쉬움을 토로한 사람에게 차마 해선 안 될 표현까지 쓰면서 좌표를 찍어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폭력도 토론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앙념'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태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강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입은 피해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K팝은 1등인데 K방역은 꼴등이라는 발언을 하자 친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장애가 하체에만 있는 게 아니군요” 등 도를 넘어선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강씨는 “죄송하다. 대한민국 국민과 방역과 관련해 열심히 노력해주신 관계자, 의료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치인도 아니고 (간담회가)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자리도 아니었는데, 정치적으로 해석돼 조금은 아쉽다”고 말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인턴기자
2021-01-22 09:15:58'문자 폭탄'일까 '문자 행동'일까. 한 진영에서는 '폭탄'이라고 일컫는 정치현상을 다른 진영에서는 '국민들의 정치참여'라고 해석한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직접민주주의의 또 다른 형태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자유한국당은 문자폭탄 발신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국민의당은 문자폭탄 태스크포스를 구성, 소속 의원들의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 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에 휘말리면서 문자폭탄 논란은 다소 뒷전이 된 듯한 분위기지만 내용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정치 똑바로 해" "밤길 조심해라"문자 세례는 탄핵정국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이 주 타깃이 됐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신 아들도 군대 안 가지 않았느냐'는 문자 세례에 공개 해명하기도 했다. 청문회 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주승용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와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쇄도하는 문자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이들은 받은 문자 내용은 "정치 똑바로 하세요" "수준 올리고 청문회 나오세요" "의원님, 사람 말 듣는 태도 좀 고치세요" "자료 확인은 제대로 하고 질문하는 거냐" "제정신이냐" 등 단순 의사 표현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의원님"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등 도배형 문자도 있다. 의원들 의정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행위다.더 큰 문제는 일부 의원들이 받은 문자에 섬뜩한 표현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뚫린 입이라고 XXX 구분 못하고 막 내뱉네" "X자식아" "X쓰레기" "내 세금 내놔라 XXX놈아" "밤길 조심해라" 등 욕설과 협박부터 "네 마누라를 사창가에 팔아넘긴다 두고 봐라" "네 가족들을 죽인다" 등 표현의 자유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인신공격과 비방이 있다.이에 따라 한국당은 지난달 소속 의원들에게 온 문자 폭탄 수만건 중 지나친 욕설이나 의원과 가족 신변 위협이 포함된 153건을 추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문자폭탄 대상에 여야 구분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주로 야당 의원들에 집중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방침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여당에 첫 폭탄이 쏟아진 것은 지난달 22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저서에서 발견되는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 비하적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 여성의원들과 그같은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후 여성의원들 휴대폰이나 의원 사무실에는 항의 문자와 전화가 쇄도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항의 댓글이 이어졌다.특히 인터뷰를 한 백 의원의 경우 '탁현민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 '일개 행정관에게 왜 그러냐' 등 항의전화가 쉴새 없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백 의원 인터뷰 이후 하루 이틀 정도 의원실이나 당사로 항의 전화와 문자 등이 쏟아졌다. 많은 여성 의원들이 이런 일을 겪었고 특히 인터뷰를 직접 한 백 의원은 쏟아지는 항의 전화와 문자로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문자폭탄 보낼거면 국회의원 왜 뽑나"일각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여당 인사 대상 문자 세례가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김부겸 민주당 의원(현 행정자치부 장관)은 하루에만 수천개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의원과 함께 문자메시지를 받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자폭탄이 오는데 맥락도 없이 그냥 내부총질하지 말란다. 이젠 고민도, 정확한 근거도 없이 기계적으로 보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자폭탄이라는 수단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의민주주의인 만큼 선출한 국회의원의 자율성 등을 존중해야 하는데 의견 개진이라고 문자를 일일이 다 보내면 국회의원을 왜 뽑은 건가"라며 "지금 같은 성격의 문자폭탄은 정부를 옥죄는 족쇄나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문자폭탄은 양면성을 지닌 일종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의미의 집단적 의사표시로 본다면 공인의 경우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고 시민들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면서도 "문자폭탄이 지속적으로 업무를 방해한다거나 특정 세력을 위한 조직적 행위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2017-07-06 17:03:21믿고 의지하던 연인이 가해자로 돌변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데이트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으로, 교제 중인 연인 뿐만 아니라 결별 후 일어나는 보복성 범죄, 스토킹 등도 포함된다. 경찰청은 올 2월부터 데이트폭력 사건 전문 수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모든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 근절 TF'를 운영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이 좀처럼 줄지 않아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감금.폭행에 협박 문자까지… 21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9일 형사13단독 이차웅 판사는 상해, 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7)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4월 30일 밤 11시께 동거하던 정모씨(37)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고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이로 인해 정씨는 전치 2주 치료가 필요한 다발성 좌상을 당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죄질이 좋지 않은 점, 이전에도 정씨를 폭행했다"며 "다만 이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정씨가 이씨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이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3)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조치 등을 선고했다. 김씨는 여자친구였던 황모씨(24)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사진과 문자를 잇따라 보낸 혐의다. 김씨는 지난 9월 19일 새벽부터 황씨에게 자살을 시도하는 듯한 사진과 함께 "피나, 됐지?", "난 죽기만 하면 돼", "내가 죽는다는데 내가 너 피해줬어?" 등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나 이제 너 말 잘 들으면서 살면 안 될까?"라며 황씨를 회유하다가 "왜 나만 차단해서 내 연락만 안 받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후에도 황씨 집에 침입하거나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데이트폭력 방지법 재추진.. "처벌 강화해야" 최근 5년간 연인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사람이 300명 가까이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33명이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폭행치사, 상해치사를 포함하면 모두 296명이 연인에게 목숨을 잃었다. 살인미수 피해자도 309명이며 연인에 대한 폭행으로 검거된 인원은 1만4609명이다. 박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데이트폭력 방지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예정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19대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안 된 채 폐기됐다"면서 "간담회 등을 통해 여성단체,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상반기 중 재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을 가정폭력처럼 개념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령이 없어 효과적이고 실효적인 제재가 힘든데다 피해자 보호조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여성단체는 데이트폭력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데이트폭력법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데이트폭력을 중대한 범죄가 아닌 사랑싸움 정도로 보고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트폭력을 가중처벌해 달라는 게 아니라 폭행, 감금 등 혐의를 있는 그대로 기존 법에 적용하고 처벌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트폭력 방지법에 대해서는 "19대 국회 당시 발의안은 보호처분이 주 내용이어서 오히려 기소유예 등을 남발할 여지가 있다"며 "접근금지 명령 등 피해자 보호 조치는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와 관련해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4건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16-12-21 17:42:13보이스피싱 척결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수사당국이 보이스피싱 엄단 발표를 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비웃기라도 하듯 그 피해가 줄어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1965억원으로, 전년보다 35.4% 증가했다. 1인당 피해액도 1710만원으로 50% 이상 늘었다. 특히 1억원 이상 뜯긴 피해자가 231명이나 된다. 대출 빙자, 가족·지인과 정부·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갔는데 비중이 각각 30%가량 된다. 20대 이하 피해자가 12%로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충격적이다. 보이스피싱은 불황에 더 기승을 부린다. 온갖 신형 수법으로 진화하며 악성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것이다. 공모주 사전청약, 저금리 생활대출, 온라인 구매대행 등 갖가지 변종이 생겨나고 있다. 무심코 URL을 클릭했다간 피싱 페이지로 연결돼 개인정보를 털리게 된다. 이것이 보이스피싱 등에 다시 악용된다. 최근엔 더 대담해지고 있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사칭해 계좌가 불법 탈세에 연루됐다며 겁을 주면서 이성적 판단이 어렵도록 궁지로 몰아 순식간에 돈을 뜯어가는 사기도 빈발한다. 통신사기 피해액을 환급해 준다며 소액의 돈을 먼저 입금한 뒤 더 많은 돈을 갈취하는 일도 있었다. 보이스피싱은 악질 중의 악질 범죄다. 민관이 함께 대응하지 않고선 척결이 요원하다. 우선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해 법정 형량을 크게 높여야 한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에게 법원이 최고 징역 35년형 1심 선고를 내린 것은 중형 선고의 첫 사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폭력·마약범죄단과 연계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번 잡히면 다시는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6년 실화를 바탕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수익 해외 일자리 유혹에 빠진 청년들을 감금 폭행하는 범죄조직, 경찰의 방관과 소극적 대응,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섬뜩한 현실들이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고액의 아르바이트 유혹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연루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적극적인 수사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 8월부터 은행들은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탐지, 지급정지 등 금융회사의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또 비대면 금융사기 책임분담 기준에 따라 은행이 피해금액의 20~50%를 배상한다. 이를 계기로 은행들이 의심거래를 차단하는 노력과 대국민 예방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도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통합센터를 가동하고 있는데 결과를 보면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처럼 지능화하는 범죄에 역부족인 모양새다. 수사체제를 재점검하기 바란다.
2024-03-07 19:04:29[파이낸셜뉴스] 사생활 논란으로 지옥을 경험했던 배우 김선호가 영화 데뷔작 ‘귀공자’로 완벽한 복귀를 예고했다. 1980:1의 경쟁률을 뚫은 신인 강태주의 선 굵은 얼굴과 순수한 눈빛도 좋다. ‘마녀’시리즈의 김다미, 신시아에 이어 박훈정 감독이 다시 한 번 신인 발굴에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한다. ‘귀공자’는 ‘마녀’시리즈와 ‘낙원의 밤’을 잇는 박훈정 식 추격 액션물이다. 마녀에 이어 귀공자라는 새로운 킬러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론칭함과 동시에 이번에도 고층빌딩 빼곡한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숲이 무성한 외딴 공간과 시간이 멈춘듯한 시골 골목길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 다소 익숙한 설정과 캐릭터지만 배우들의 매력을 살린 한국형 범죄오락영화로 잘 변형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강점은 여전하다. 특히 귀공자는 한국영화 속 기억에 남을 ‘빌런’ 캐릭터로 회자될만하다. 김선호가 연기한 킬러 귀공자는 마치 ‘킹스맨’의 스파이처럼 명품 수트를 차려입고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살인보다 명품 구두에 피가 묻는 게 더 질색인 그는 타깃을 추적하면서도 외모를 신경 쓴다. ‘귀공자’에서 김선호의 트레이드마크인 해맑은 미소와 다정한 말투, 장난스러운 면모는 잔인무도한 킬러와 상반되는 매력 요소로 십분 활용된다. 온몸에 피 칠갑한 섬뜩한 얼굴은 극의 절정에 다다라야 확인할 수 있다.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해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전을 펼친다. 마르코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재벌 2세 의뢰인 한이사(김강우 분)와 필리핀과 한국에서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는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고아라 분)까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가늠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마르코는 살기 위해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고, 구르고, 그리고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진다. 강태주는 캐스팅 직후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복싱부 고등학생들과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입부 복싱신과 추격신에서 그가 들인 노력의 시간이 엿보인다.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재벌 2세 악역 김강우는 마치 막가파와 같은 폭력을 휘두르다가 절정의 순간, 예상치 못한 대사와 리액션으로 웃음도 자아낸다. 프로가 저걸 못 잡나? 총 놔두고 왜 힘들게 뛰지 싶은 순간도 있지만 이건 볼거리가 필요한 영화니까. 의외의 착한 반전과 김선호 팬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6-08 19:44:37[파이낸셜뉴스]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인 '태움' 문제를 다룬 '인플루엔자'가 오는 25일 국내 개봉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된 '인플루엔자'는 신예 황준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태움'은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인 ‘태움’ 문제를 팬데믹과 맞물려 뚝심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한 지방 소도시의 병원을 배경으로 신종 전염병에 맞닥뜨리게 된 두 신규간호사를 통해 우리 사회 폭력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그 섬뜩한 전염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인플루엔자'는 태움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 문제의 원인을 사실적이고 밀도 있게 그려냈으며, 병원내 괴롭힘 ‘태움’을 넘어 이제 막 간호사가 된 두 여성을 통해 우리사회의 구조적 폭력의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열악한 간호계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해 의료계의 반응도 주목된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폭력의 대물림을 만들어내는 구조화된 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8-09 09:14:26[파이낸셜뉴스] “결국 넌, 니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부터 죽이고 말거야” ‘마우스’ 이승기가 또다시 텅 빈 눈빛을 드리운 채 서슬 퍼런 공격을 가하는, ‘핏빛 엔딩’으로 역대급 위기를 발발시켰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11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7%, 최고 6.5%,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4%, 최고 5.9%를 기록했다. 또한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수도권 평균 3.0%, 최고 3.5%, 전국 평균 3.4%, 최고 3.7%를 기록하며 또다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극 중 정바름(이승기 분)은 우형철(송재희 분)을 죽였다고 자수했지만, 사건 현장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단 듯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우형철의 사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때 우형철의 휴대전화 위치가 파악됐고, CCTV 분석 결과 사건 당시와 같은 옷차림을 한 우형철이 밀항자들 사이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정바름은 키우던 새를 제 손으로 죽인 기억을 불현듯 떠올렸고, 우형철 사건 역시 뇌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환각이 아닌 실제 자신이 벌인 일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정바름이 다시 자수를 하려던 순간 정바름이 갖고 있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전화 속 사내는 우형철 시체가 왜 사라졌는지 궁금하냐고 묻더니 모든 일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성요한(권화운 분)에게 살해됐다고 알려진 대니얼리(조재윤 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바름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대니얼리는 우형철과 비슷한 체격의 누군가 우형철 코스프레를 하고 CCTV에 찍힌 것이라며, 살인마 성요한의 전두엽이 정바름 뇌의 상당 부분을 잠식했고, 우형철을 살해함으로써 마치 스위치가 켜지듯 내재된 살인 충동이 깨어났으며,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대니얼리는 “이미 깨어나 버린 살인 본능을 다른 쪽으로 푸는 건 어떻겠냐”며 우형철을 죽였듯 상위 1% 싸이코패스인 프레데터를 처단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그럼에도 정바름이 자수 의사를 굽히지 않자, 대니얼리는 “내 말 듣는 게 좋아”라는 말과 함께 서늘한 눈빛을 드리우며 “그렇지 않으면 넌 결국 니 가족이나, 니가 사랑하는 사람부터 죽이고 말 거야”라는 섬뜩한 경고로 정바름을 얼어붙게 했다. 대니얼리의 말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는 살인 충동에 괴로워하던 정바름은 대니얼리에게 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 분)의 타액과 일반인의 타액이 묻은 칫솔 여러 개를 가져가 대니얼 리가 진짜 프레데터를 찾아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 단박에 강덕수의 칫솔을 골라낸 대니얼리는 “프레데터는 한 번 범죄를 일으킨 이상 반드시 같은 범죄를 일으킨다”며 서둘러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고무치(이희준 분)가 오봉이(박주현 분)에게 접근했던 강덕수에게 폭력을 휘둘러 유치장에 갇힌 가운데, 마찬가지로 강덕수를 응징하러 나선 정바름이 유서를 쓴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강덕수를 목격해 응급실로 이송했다. 모두가 혼란에 휩싸인 사이, 강덕수가 전자발찌를 끊어내고 경찰의 눈을 따돌린 후 도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오봉이는 강덕수가 자신인 척 유나를 유인해낸 정황을 확인, 강덕수의 목표가 애초부터 자신이 아닌 유나였음을 깨닫고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였다. 유나를 납치한 강덕수를 찾아 나선 오봉이는 비 내리는 억새숲에서 강덕수를 발견했고, 유나가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에 처하고 말았다. 오봉이가 꼭 쥐고 있던 강덕수의 바지춤을 놓치고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찰나, 오봉이 눈앞에 의문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어 나타난 정바름이 텅 빈 눈빛을 한 채 오봉이를 내려다보다가 바닥의 무언가를 사정없이 내려친 후 억새숲 사이로 쇠줄을 질질 끌고 가는 충격 엔딩이 펼쳐져 모골이 송연해지는 긴장감을 안겼다. 그런가하면 고무치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강덕수 어머니의 진술서를 통해 풀려난 뒤 오봉이를 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내달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는 기습 공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고무치를 공격한 사람은 누구일지, 그리고 의도는 무엇일지,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이승기 자아 분열 때마다 휙휙 돌변하는 표정 연기 진짜 소오름” “무치랑 봉이 좀 행복하게 해주세요” “화났다가 슬펐다가 스토리에 완전 이입된다. 한 시간 그냥 순삭” “우형철은 누가 그랬고 대니얼은 왜 안 죽었지? 반전이 진짜 끝도 없네!” “궁금해 죽겠다. 다음 주까지 또 언제 기다려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4-09 08:41:40[파이낸셜뉴스] OCN 토일 오리지널 ‘경이로운 소문’이 마지막까지 통쾌한 악귀 사냥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24일(일) 종영했다. 이날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평균 11% 최고 11.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역대 OCN 오리지널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OCN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에서도 평균 8.7% 최고 9.3%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과 함께 OCN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카운터즈는 절대악 신명휘(최광일 분)를 응징하는 끝판전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한방을 날렸다. 특히 카운터즈의 끈끈한 우정이 소문(조병규 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난 믿어. 아저씨를 누나를 그리고 우리를 나는 믿는다고”라는 믿음이 가족 같은 동료들을 지키고자 하는 소문의 능력을 또다시 레벨업시켰다. 완벽한 악귀 소환과 함께 소문은 꿈에 그리던 엄마(손여은 분) 아빠(전석호 분)와 재회했고, 카운터즈는 전 멤버 철중(성지루 분)과 만나며 시청자들을 폭풍 눈물 흘리게 했다. 이후 카운터즈는 융인즈의 제안으로 한달 동안 전국 순찰을 돌게 됐고, 마지막까지 국수도 팔고 악귀도 잡는 경이로운 활약을 이어가며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에 부패한 사회악을 통쾌하게 응징하며 대리만족을 선사한 ‘경이로운 소문’이 남긴 것을 되짚어봤다. ■OCN 최초&최고 경이로운 기록 ‘경이로운 소문’은 국수도 팔고 악귀도 잡는 ‘현대판 저승사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사이다 전개로 한국형 히어로물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을 완벽히 매료시켰다. 이에 2.7%로 시작했던 ‘경이로운 소문’은 6회에 종전의 OCN 최고 시청률 ‘보이스2’의 7.1%를 넘어서는 7.7%로 OC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에 힘입어 ‘경이로운 소문’은 단 12회만에 시청률 10.6%을 기록, OCN 개국 이래 최초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는 물론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며 시청률 새 역사를 썼다. ■조병규-유준상-김세정-염혜란 NEW 인생캐 경신+캐릭터 착붙 호연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의 카메라 안팎을 오가는 끈끈한 케미와 호연이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조병규는 일진에게 찍힌 고등학생에서 전무후무 카운터 특채생 ‘소문’으로 열연하며 ‘조병규만의 소문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감정의 연금술사답게 풍부한 연기로 캐릭터의 서사와 희로애락을 실감나게 풀었고 폭발, 좌절, 분노까지 완벽한 완급 조절로 믿보배의 클래스를 확인시켰다. 유준상은 카운터 최강의 괴력 소유자 ‘가모탁’을 소화하기 위해 체지방 3%까지 감량하는 노력과 함께 원테이크 액션도 완벽히 소화하는 액션 마스터로 감탄을 이끌었다. 여기에 동료의 배신에 분노하고 연인의 죽음에 오열하는 탄탄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악귀 감지율 100% 인간 레이더 ‘도하나’를 연기한 김세정은 걸크러시 넘치는 액션으로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액션씬을 남겼다. 시니컬한 표정 뒤에 숨겨진 가슴 아픈 가족사와 혼자 살아남게 된 것에 죄책감을 안고 사는 눈물 연기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또한 카운터즈의 리더이자 유일한 치유 능력자 ‘추매옥’을 완벽하게 소화한 염혜란은 든든한 리더십과 카운터즈를 제 자식처럼 극진히 아끼는 모성애로 극에 몰입도를 높였다. 카운터즈의 물주 안석환(최장물 역), 카운터즈와 돈독한 공조 체제를 이룬 ‘융인즈’ 문숙(위겐 역), 김소라(김기란 역), 은예준(우식 역), 이찬형(권수호 역) 모두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이홍내-옥자연-최광일 등 누구 하나 빼놓기 아쉬운 원석 발견 ‘경이로운 소문’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는 이홍내, 옥자연, 최광일 등 원석의 발견이다. 이홍내는 극중 ‘4단계 악귀’ 지청신으로 분해 무분별한 살인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카운터즈와 대척점을 이룬 완전체 악귀이자 소문 부모의 원수로 시청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6회 소문과 지청신이 과거 기억에서 펼친 빗 속 맞대결과 지청신이 희번득한 눈으로 소문, 도하나를 응시하던 섬뜩한 모습은 명장면으로 손꼽히기 충분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지청신 악귀 소환은 뜨거운 관심사였다. ‘3단계 악귀’ 백향희로 분한 옥자연은 기괴하고 소름 돋는 웃음 소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매력, 강렬한 액션으로 전에 없던 여성 악귀를 만들며 눈도장을 찍었다. 김세정과 함께 한 5회 엘리베이터 액션씬은 현재까지도 손꼽히는 화제의 장면. 또한 최광일은 오로지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 찬 중진시장에서 극 후반에는 지청신의 악귀가 스며들어 카운터즈와 끝판전을 펼치는 절대악 신명휘로 안방극장의 분노를 일으켰다. ■소문 완전체 성장+카운터즈 뜨거운 연대+휴머니즘 ‘경이로운 소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타이틀 롤 소문의 성장이다. 일진에게 찍힌 고등학생에서 전무후무한 카운터로 성장하기까지, 시청자들은 마치 소문의 부모가 된 것처럼 소문의 성장에 웃고 위기에 안타까워하며 완전체가 되어가는 과정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카운터즈가 쌓아가는 특별한 연대와 위기 앞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시너지는 소문의 경이로운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진한 육수에 말아낸 잔치국수가 영혼마저 따스하게 위로하는 것처럼 휴머니즘이 짙게 깔린 판타지 액션의 원작 매력을 살리면서 각 캐릭터가 자신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극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답답한 현실에 시원한 카운터 펀치 날리는 우리 동네 히어로 ‘경이로운 소문’이 그리는 악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이다.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법한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사내 갑질, 각종 권력형 비리 등 카운터즈는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악을 상대로 싸우는 생활적 히어로를 제대로 보여줬다. 히어로적 파워를 뽐내는 순간에도 지구 평화보다 친구의 친구, 약한 아이, 신입 사원의 꿈을 걱정했고 그런 답답한 현실에 시원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활약에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1-25 08:11:38노래 '도로남'의 가사처럼 한때 '님'이였던 남녀가 '남'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두 부부의 밑바닥을 드러낸 불륜극을 심리스릴러로 풀어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화제다. 6%대에서 출발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지난 11일 방송분(6회)에서 무려 21%를 돌파했다. JTBC 드라마 중 'SKY 캐슬'의 시청률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대사에 발끈한 남성 시청자가 온라인에 게시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지선우의 행동을 예로 들며 이혼소송에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조언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웰메이드' 불륜 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의 BBC 화제작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정덕현 방송칼럼니스트는 "불륜 소재라고 다 막장은 아니다"라며 "불륜은 고전문학에서부터 꾸준히 다뤄온 소재로 이 스테디셀러를 통해 얼마나 색다른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불륜을 소재로 완성도 있게 인간과 사회탐구를 한다면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부의 세계' 속 불륜극의 양상이 부부 간의 대결 구도, 난타전처럼 구성돼 있는데, 이걸 아주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극처럼 풀어낸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정석희 칼럼니스트는 드라마 자체는 "비현실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들 때문에 불편하다"면서도 "고급스럽게 포장된 두 부부의 대립, 여주인공의 의상이나 인테리어 등 볼거리가 많은 게 인기 요인"이라고 봤다.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맞서는 '독한 여자'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PD는 앞서 "원작 여주인공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실제 그가 연출한 '부부의 세계' 속에서 남편의 불륜에 대처하는 지선우의 행동은 과거 한국 여성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지선우는 '독한 여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가부장제에 정면 도전한다. "며느리의 완벽한 성격이 불륜의 빌미를 제공했으니 남편의 불륜을 용서하고 받아주라"는 병상의 시어머니에게 지선우는 "죽지 말고 아들이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라"면서 과거의 관습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남편의 '바람둥이 회계사' 친구의 유혹을 받아들인 도발적 행동도 단순히 복수용 '맞바람'과 결이 다르다. 지선우는 이웃의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그를 역이용해 이혼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빼낸다. "여자도 욕망이 있으나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바람을 피지 않는다"며 따끔한 일침도 가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내연녀의 부모 집에 남편과 함께 찾아가 모든 사실을 폭로하는 장면도 파격적이다. 6회에서는 남편의 불륜에 그의 자식을 죽인 메데이아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장면도 연출된다. 부모의 폭력 현장을 자식에게 직접 보여준다는 점이 못내 불편하지만, 동시에 이 장면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이 이룬 것을 지키려면 목숨까지 걸고 맞서야 함을 드러낸다. 지선우의 환자이자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민현서(심은우)와 지선우 간의 연대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직업과 나이는 다르지만, 극중 남성들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원작도 그렇지만 여성들이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며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는 지선우와 민현서의 연대, 가족주의의 붕괴, 폭로되는 부유층의 허위 등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평했다. ■"자극 넘어 의미망 만드는 게 관건" 창작진에 대한 신뢰도 한몫한다. '부부의 세계'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짚는데 일가견이 있는 주현 작가가 극본을 쓰고, 강은경 작가('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가 만든 창작집단 글Line이 '크리에이터'로 함께한다. 증권사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주 작가는 '을들의 반란'을 소재로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그린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를 썼다. 모완일 PD는 김남주의 부활을 알린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2018)를 통해 사회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린 미스터리 멜로를 선보인 바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두 작가의 전작들을 볼 때, 매회 충격적 전개와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극적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의미망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맞바람 장면에서 김희애가 주도권을 쥐는 등 권력 관계가 뒤바뀌는 장면이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부부의 세계'는 부부가 파탄에 이르며 끝난 원작의 시즌1과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룬 시즌2를 합해 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4-13 20:08:03노래 ‘도로남’의 가사처럼 한때 ‘님’이였던 남녀가 ‘남’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두 부부의 밑바닥을 드러낸 불륜극을 심리스릴러로 풀어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화제다. 6%대에서 출발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지난 11일 방송분(6회)에서 무려 21%를 돌파했다. JTBC 드라마 중 ‘SKY 캐슬’의 시청률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대사에 발끈한 남성 시청자가 온라인에 게시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지선우의 행동을 예로 들며 이혼소송에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조언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웰메이드’ 불륜 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 불륜은 국내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배우 장서희를 한류 스타로 만든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2007)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더 유명해진 JTBC 월화드라마 ‘밀회’(2014)까지 아침, 저녁, 주말 드라마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VIP’도 백화점 상위 1% 고객을 관리하는 직장 이야기에 남편의 불륜녀가 누구인지 맞추는 추리식 전개로 눈길을 끌었다. ‘부부의 세계’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로 활약 중인 김희애의 출연작만 봐도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 등이 있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의 BBC 화제작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정덕현 방송칼럼니스트는 “불륜 소재라고 다 막장은 아니다”라며 “불륜은 고전문학에서부터 꾸준히 다뤄온 소재로 이 스테디셀러를 통해 얼마나 색다른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불륜을 소재로 완성도 있게 인간과 사회탐구를 한다면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부의 세계’ 속 불륜극의 양상이 부부 간의 대결 구도, 난타전처럼 구성돼 있는데, 이걸 아주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극처럼 풀어낸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정석희 칼럼니스트는 드라마 자체는 “비현실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들 때문에 불편하다”면서도 “고급스럽게 포장된 두 부부의 대립, 여주인공의 의상이나 인테리어 등 볼거리가 많은 게 인기 요인”이라고 봤다. ■남성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맞서는 ‘독한 여자’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PD는 앞서 “원작 여주인공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실제 그가 연출한 ‘부부의 세계’ 속에서 남편의 불륜에 대처하는 지선우의 행동은 과거 한국 여성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지선우는 ‘독한 여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가부장제에 정면 도전한다. “며느리의 완벽한 성격이 불륜의 빌미를 제공했으니 남편의 불륜을 용서하고 받아주라”는 병상의 시어머니에게 지선우는 “죽지 말고 아들이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라”면서 과거의 관습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남편의 ‘바람둥이 회계사’ 친구의 유혹을 받아들인 도발적 행동도 단순히 복수용 ‘맞바람’과 결이 다르다. 지선우는 이웃의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그를 역이용해 이혼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빼낸다. “여자도 욕망이 있으나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바람을 피지 않는다”며 따끔한 일침도 가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내연녀의 부모 집에 남편과 함께 찾아가 모든 사실을 폭로하는 장면도 파격적이다. 6회에서는 남편의 불륜에 그의 자식을 죽인 메데이아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장면도 연출된다. 부모의 폭력 현장을 자식에게 직접 보여준다는 점이 못내 불편하지만, 동시에 이 장면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이 이룬 것을 지키려면 목숨까지 걸고 맞서야 함을 드러낸다. 지선우의 환자이자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민현서(심은우)와 지선우 간의 연대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직업과 나이는 다르지만, 극중 남성들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원작도 그렇지만 여성들이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며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는 지선우와 민현서의 연대, 가족주의의 붕괴, 폭로되는 부유층의 허위 등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평했다. ■“자극을 넘어 사회 들여다보는 의미망 만드는 게 관건” 창작진에 대한 신뢰도 한몫한다. '부부의 세계'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짚는데 일가견이 있는 주현 작가가 극본을 쓰고, 강은경 작가(‘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가 만든 창작집단 글Line이 ‘크리에이터’로 함께한다. 증권사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주 작가는 ‘을들의 반란’을 소재로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그린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를 썼다. 모완일 PD는 김남주의 부활을 알린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2018)를 통해 사회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린 미스터리 멜로를 선보인 바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두 작가의 전작들을 볼 때, 매회 충격적 전개와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극적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의미망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맞바람 장면에서 김희애가 주도권을 쥐는 등 권력 관계가 뒤바뀌는 장면이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부부의 세계’는 부부가 파탄에 이르며 끝난 원작의 시즌1과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룬 시즌2를 합해 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된다. 6회에서 이미 시즌1의 결말에 이른 ‘부부의 세계’는 내연녀와 결혼해 고향에 다시 돌아온 지선우의 전남편이 복수를 예고하면서 두 부부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예고했다. “이혼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라는데, 이혼 후에도 그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지선우의 앞날이 우려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주현 작가는 앞서 “지선우의 감정선을 쫓아가면서 주변인물들과의 감정적 부딪힘, 엇갈림 사이를 따라가는 드라마”라며 “지선우가 가지고 있는 파격과 압도적인 힘이 이 드라마의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배우 김희애도 “이토록 독하고 강하며, 인간의 밑바닥 내면까지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었을까”라며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무궁무진하고 끝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4-13 12: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