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열대성 폭풍 '트라미'가 필리핀을 덮치며 사망자가 87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트라미가 베트남을 향해 이동하면서 베트남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현지 경찰 당국은 트라미가 몰고 온 폭우로 필리핀 루손섬 남부 바탕가스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49명, 실종자가 11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루손섬 남동부 비콜 지방에서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31명이 익사 등으로 숨졌다. 이 밖에 다른 지방에서도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는 등 AFP 통신이 경찰과 재난 당국 소식통을 바탕으로 집계한 사망자 수는 87명으로 늘었다. 필리핀 재난 당국은 루손섬에서 수백 개 마을이 침수되면서 약 49만5천여명이 대피소나 친척 등 집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또 수많은 주민이 집 지붕 등지에 고립돼 구조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콜 지방의 안드레 디존 경찰국장은 "홍수 물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콜 지방 카마리네스수르주 등지에서 여러 지역이 물에 잠겨 있고 접근하기 어려워 식량·식수가 점차 부족해지고 있으며 아이들이 이미 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비콜 지방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주 관리들과 만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편, 트라미는 루손섬 북부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 베트남을 향해 약 시속 30㎞의 속도로 이동 중이며, 현재 진로를 유지하면 오는 27일 베트남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 기상 당국은 베트남 중부 지역에 폭우가 내릴 것으로 경고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해안 지방에 대해 트라미의 진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경계를 유지하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필리핀 기상 당국은 트라미가 필리핀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남중국해의 고기압 등 기상 요인으로 인해 필리핀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달 슈퍼태풍 '야기'가 필리핀에서 40여명의 사망·실종을 초래한 데 이어 베트남을 강타, 323명의 사망자와 33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26 15:54:27【 양구·청양=김기섭 김원준 기자】정부가 지난달 기후대응댐 신규 조성 후보지 14곳을 발표한 가운데 강원 양구 수입천댐과 충남 청양 지천댐 건설 후보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원 양구군민들은 12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수입천댐 건설 계획에 대한 항의와 규탄 대회를 연데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천댐 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소양강댐과 화천댐, 평화의댐 등 3개의 댐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양구에 또 다른 댐이 건설된다는 것은 양구군민들을 호수에 갇혀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수입천댐 건설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2021년 수입천 상류의 동면 비아리에 댐을 건설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수입천 하류 지역은 이렇다 할 수해를 겪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수입천에는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한 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군수는 또 "양구군 등 소양강댐 주변 지역의 지난 50년간 피해 규모는 최대 10조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환경부는 또 다시 양구군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환경부도 강원도청을 찾아 기자설명회를 갖고 수입천 기후대응댐 건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한강권역은 소양강댐과 충주댐 여유 물량이 부족하고 앞으로 용수 수요 증가 등으로 생활 및 공업 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며 "수입천 하류 방산면은 하천 정비가 미흡해 집중 호우시 홍수 피해가 상존하는 지역"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수입천댐은 댐에서 직접 취수하지 않기 때문에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규제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댐이 건설되면 주변지역 지원 예산이 대폭 확대되고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구군은 정부가 댐 건설을 강행할 경우 기후대응댐 건설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과 공동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충남 청양 지천댐 신규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도 이날 함께 열렸다. 충남 청양군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환경부와 충남도는 지천댐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천댐은 홍수조절용 기후위기댐이 아니라 공업용 물 공급으로 오히려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청양 지청댐 건설과 관련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 부족 문제로 식수까지 걱정해야 하고, 기업 유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계속된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댐 건설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kees26@fnnews.com
2024-08-12 18:27:04【양구·청양=김기섭 김원준 기자】정부가 지난달 기후대응댐 신규 조성 후보지 14곳을 발표한 가운데 강원 양구 수입천댐과 충남 청양 지천댐 건설 후보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원 양구군민들은 12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수입천댐 건설 계획에 대한 항의와 규탄 대회를 연데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천댐 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소양강댐과 화천댐, 평화의댐 등 3개의 댐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양구에 또 다른 댐이 건설된다는 것은 양구군민들을 호수에 갇혀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수입천댐 건설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2021년 수입천 상류의 동면 비아리에 댐을 건설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수입천 하류 지역은 이렇다 할 수해를 겪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수입천에는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한 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군수는 또 "양구군 등 소양강댐 주변 지역의 지난 50년간 피해 규모는 최대 10조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환경부는 또 다시 양구군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환경부도 강원도청을 찾아 기자설명회를 갖고 수입천 기후대응댐 건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한강권역은 소양강댐과 충주댐 여유 물량이 부족하고 앞으로 용수 수요 증가 등으로 생활 및 공업 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며 "수입천 하류 방산면은 하천 정비가 미흡해 집중 호우시 홍수 피해가 상존하는 지역"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수입천댐은 댐에서 직접 취수하지 않기 때문에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규제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댐이 건설되면 주변지역 지원 예산이 대폭 확대되고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구군은 정부가 댐 건설을 강행할 경우 기후대응댐 건설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과 공동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충남 청양 지천댐 신규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도 이날 함께 열렸다. 충남 청양군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환경부와 충남도는 지천댐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천댐은 홍수조절용 기후위기댐이 아니라 공업용 물 공급으로 오히려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청양 지청댐 건설과 관련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 부족 문제로 식수까지 걱정해야 하고, 기업 유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계속된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댐 건설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4-08-12 15:38:58[파이낸셜뉴스]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국 상습 물 부족 지역 10곳에 지하수 저류댐을 설치한다고 16일 밝혔다. 지하수 저류댐은 땅속에 소규모 댐을 만드는 것이다. 땅 밑에 보(차수벽)를 만들어 지하수를 가두고, 그렇게 모은 물을 활용해 각종 용수로 쓴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소규모로 시범 설치했던 관련 사업을 최근 내륙 물 공급 취약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이작도(2020년)와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2021년), 완도군 보길도(2023년)에 사업을 추진해 주민 식수를 공급해 왔다. 특히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은 지난해 극한 가뭄 때 주민 8000여 명이 5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용수(12만t)를 공급해 큰 도움을 줬다. 환경부는 그간 시범사업으로 지하수 저류댐 효과를 확인한 만큼 올해 설치 사업 대상지를 10곳 추가했다. 신규 대상지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욕지도),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덕적·소야도),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충청남도 청양군 남양면,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충남 보령시 주산면, 전남 완도군 소안면(소안도)이다. 이 가운데 욕지도와 덕적도, 양동면은 상반기에 착공한다. 나머지 7곳은 설계를 진행한다. 더불어 지하수 저류댐 설치 유망지 10곳도 추가해 지형과 지질, 규모, 수량 등을 상세히 조사해 설치를 늘려갈 예정이다. 이들 대상지(후보지)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4월 의결한 ‘영산강·섬진강유역 중·장기 가뭄대책’과 6월 공고한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등에서 유망지점으로 제안한 곳이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지하수를 활용하기 위해 ‘지하수자원 확보시설 중장기전략’을 수립했다. 가뭄피해와 용수 부족 예상 지역 등을 고려해 전국 지하수 저류댐 유망지 80곳에 대한 설치 우선순위를 설정했다. 환경부는 지하수 저류댐뿐만 아니라 산간 지역에 계곡수를 모을 수 있는 샌드댐을 설치한다. 지하수 확보를 위해 물이 많은 시기 지표수를 땅속에 인공으로 채우는 등 다양한 지하수 확보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고응 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그동안 섬 지역 시범사업을 통해 지하수 저류댐 물 공급 효과를 확인한 만큼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극심한 가뭄에도 물 부족 지역 주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1-16 12:25:53[파이낸셜뉴스] 수협재단은 지난 21일 롯데칠성음료가 지원한 생수 6만병을 어업인에게 기부했다고 22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가 기부한 생수는 수협 회원조합을 통해 지속적인 식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진도, 완도, 통영 등 도서지역 어업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기부행사에 참여한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번 생수 지원을 통해 식수가 부족한 어업인들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동진 수협재단 이사장은 "최근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에게 소중한 식수를 지원해 준 롯데칠성음료에 감사하다"며 "롯데칠성음료의 따뜻한 마음과 소중한 물품이 섬마을 곳곳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부행사에 앞서 Sh수협은행과 롯데칠성음료는 양사 공동 사회공헌활동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해양 생태계 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가치 제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와 협력 관계를 맺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양사 공동 해안 환경정화 플로깅을 비롯해 우리 바다를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1-22 09:36:44【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신세계와 한국섬진흥원(KIDI)이 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섬 지역 주민들에게 먹는 물을 기부했다. 광주신세계는 9일 완도군청에서 한국섬진흥원과 '먹는 물 기부 릴레이' 행사를 열고 2ℓ들이 생수 1만병(1000만원 상당)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기부된 물은 완도군 넙도 섬 주민 560여 명에게 고루 나누어질 예정이다.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먹는 물 기부 릴레이'는 행정안전부가 지자체·공공기관·민간기업 등과 협업해 가뭄의 심각성을 알리고 물 기부를 통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안전 문화를 조성하고자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공공기관은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생수 또는 자체 생산하는 물을 대상 지역에 직접 전달하면 되고, 유관기관, 단체, 기업 등과 연계해 합동 기부도 가능하다. 또 일반 국민(개인, 단체)은 적십자사 또는 재해구호협회에 개별 연락을 통해 기부금을 기탁하면 된다. 기부 대상 지역을 지정·요청할 수 있으며 영수증 발급도 가능하다. 이번 '먹는 물 기부 릴레이' 대상지인 완도의 경우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내린 비로 섬 지역 제한급수가 단계적으로 해제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섬 주민들이 먹을 식수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완도지역이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보이면서 넙도는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1일 급수 6일 단수'의 제한급수가 이어져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넙도 주민의 급수원인 넙도제 저수율은 한때 1.7%로 떨어질 만큼 물 부족이 심각했고, 이번 비로 저수율은 약 10% 올랐지만 완도지역에서 여전히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광주신세계와 한국섬진흥원은 섬 주민의 식수 부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취지로 '물 기부 릴레이'에 동참했다. 앞서 양 기관은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을 위해 지난해 9월 28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섬을 걸으면 섬 주민들에게 식료품이 배달되는 '한국 섬 신세계 도장찍기 챌린지'를 공동 추진한 바 있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은 "최근 단비가 내렸음에도 항상 식수와 물 부족 걱정을 떠안고 있는 섬 주민들에게 이번 행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광주신세계를 비롯한 지역 대표 기업과 함께 ESG 경영을 실현해 모두가 소외받지 않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동훈 광주신세계 대표는 "섬 주민들은 항상 식수와 물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면서 "우리의 도움으로 물 걱정에서 잠시라도 벗어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5-09 16:39:26【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전남지역 광역 상수원 저수율이 24.8%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4일 특단의 가뭄 대책을 지시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재난종합상황실에서 가뭄대책 상황 보고회를 주재하고 기상 상황에 따른 단계별 특단의 용수 공급대책을 세워 도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절수기 보급 등 물 절약 방안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김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전남의 가뭄 상황에 대해 중앙부처를 비롯해 도민들의 걱정이 많다"면서 "현재 상황으로는 오는 6월 말까지는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비가 오지 않아 불안해하므로 도민들에게 도의 물 공급 상황 및 향후 대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보조수원 확보 등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심각단계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파악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각 가정에 절수 샤워기 보급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물 절약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당부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선 지난해 누적 강수량 844㎜(평년 대비 61%), 올해 누적 강수량 93㎜(평년 대비 73%)를 기록하는 등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광역 상수원 저수율은 24.8%(주암댐 21.4%, 수어댐 67.2%, 평림댐 30.5%, 장흥댐 29.8%)이며, 지방 상수원도 41.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완도 5개 도서지역은 수원지의 저수율이 낮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한 급수를 하고 있다. 실제로 넙도는 2.0%, 금일 척치는 6.4%, 금일 용항은 3.3%, 소안은 6.2%, 노화·보길은 14.0%다. 전남도는 그동안 생활용수가 부족한 완도·신안 등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운반급수, 해수담수화 시설, 관정 개발, 병물 보급, 비상연계관로 설치 등에 예산 144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 중 보조수원 개발이 완료되면 넙도, 금일 등 4개 섬의 식수난이 해소돼 섬 지역 용수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전남도는 앞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의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보성강 댐 발전용수를 주암댐으로 공급하고 있다. 전남도는 또 영농기 대비 농업용 저수지 물 채우기, 관정 개발, 저수지 준설, 양수장 설치 등에 60억원을 투입해 노지작물 생장기 및 모내기에 이상이 없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 TV광고, 캠페인, 마을방송,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한 지속적인 물 절약 홍보활동으로 도민 1인당 20%의 물 절약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물 절약 행동요령은 수도 밸브 수압 저감(40% 절감 효과), 샤워시간 절반 줄이기(50%절감), 빨랫감 모아서 세탁(30% 절감), 양치컵 사용(70% 절감), 양변기 수조 물병 넣기(20% 절감) 등이 있다. 한편 전남지역에는 지난 23일까지 이틀간 평균 21㎜(최고 여수 34㎜, 최저 함평 11㎜)의 단비가 내렸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3-24 17:36:18프랑스 보르도 와인중에는 라벨에 멋진 범선이 그려진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 보르도 생 줄리앙 지역의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샤또 베이슈빌(Chateau Beychevelle)'과 그라브 뻬삭-레오냥 지역의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샤또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Chateau Malartic Lagraviere)'입니다. 베이슈빌은 1600년대 초 프랑스의 유명한 해군 제독이자 공작 지위를 가진 에페르논(Epernon)이 소유했던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당시 배들은 그의 영지 옆을 지날때 배의 돛을 절반 정도 내려 존경과 충성심을 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돛을 내리다'라는 뜻의 '바수 부아(Baisse Voile)'에서 와인의 이름 베이슈빌이 왔습니다.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 라벨에도 노란색 바탕에 멋진 범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1700년대 영국 해군을 상대로 연승을 했던 마우레스 드 말라르틱 백작의 범선입니다. 말라르틱 백작은 캐나다와 모리셔스 제도의 식민 총독을 지낸 프랑스의 저명인사였습니다. 당시 식민도시였던 캐나다의 말라틱(Malartic)시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입니다. 베이슈빌과 말라르틱 라그라베이르는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의 국력을 상징하던 귀족들이 소유했던 유명 와이너리였지만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 일반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비운의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사실 프랑스 시민혁명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프랑스 시민혁명, 근대 세계사를 바꾸다 근대 이후 바다의 주인을 떠올리면 누구나 영국의 '로열 네이비(Royal Navy)'를 먼저 꼽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시민혁명 이전에는 프랑스 해군이 영국 해군 못지 않게 강했습니다. 프랑스 해군은 1690년 영국 앞바다 비치헤드(Beachy Head)에서 영국 해군에게 궤멸적인 패배를 안겼으며, 1700년대 후반에는 미국 독립전쟁을 도와 체서피크(Chesapeake) 해전에서 영국 해군을 대파합니다. 영국은 이 패전으로 미국을 놓아주게 됩니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은 나폴레옹 황제 시대인 1805년 트라팔가(Trafalgar) 해전에서 영국의 명장 넬슨이 이끄는 영국 해군에게 전멸을 당하게 됩니다. 거의 '학살을 당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의 뼈저린 패전이었습니다. 이 단 한번의 패전으로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나폴레옹 시대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영국 해군을 쉽게 물리쳤던 프랑스 해군에게 불과 십여 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789년 프랑스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정부가 들어섭니다. 이들 혁명세력은 귀족을 악마처럼 여겨 닥치는대로 단두대에 올렸습니다. 어느 나라나 왕정시대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과 장교들은 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모조리 처형당하거나 지위를 잃게 되자 프랑스 해군의 전투력이 급락했던 것이었습니다. 트라팔가 해전은 프랑스 해군과 영국 해군이 맞붙은 게 아니라 프랑스 해군이 전투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다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학살당한 전투였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양으로 나오며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지배한다는 것은 바로 '세계의 주인'을 의미했습니다. 1492년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고 바다를 지배했던 시기에는 '아르마다(Armada)'가 있었습니다. 펠리페 2세가 편성한 무적의 해군 아르마다는 이름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1588년 자만에 넘친 모습으로 영국을 침범한 아르마다는 영국의 화공과 태풍에 생각지도 못한 참패를 당하고 주요 식민지이던 네덜란드마저 독립을 허용하게 되면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스페인이 사라진 이후 1600년대 초 대양 해권을 쥔 나라는 네덜란드였습니다. 인도양과 대서양을 오가는 향신료 무역과 해양 물류를 휩쓸며 바다를 경제적으로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항해조례'를 트집삼아 네덜란드에 전쟁을 걸고 결국 160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립니다. 네덜란드가 운영하던 북아메리카 대륙 등 모든 식민지와 대양의 헤게모니를 차지한 영국은 이 때부터 제국주의 틀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유럽대륙에는 프랑스가 있었습니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강력한 영국의 경쟁자로 등장해 제국주의 패권을 놓고 1688년부터 100년 넘게 전쟁을 벌이지만 프랑스에서 갑작스런 시민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주저앉고 맙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유럽 이전엔 명나라가 바다의 주인이었다 유럽이 대항해시대를 열며 바다를 지배한 것 같지만 앞서 바다를 호령한 '바다의 왕자'는 명나라 였습니다. 명나라는 3대 황제 영락제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28년 동안 '정화 함대'를 띄워 인도양과 남아프리카 지역까지 샅샅이 훑고 다닙니다. 8000톤급 초대형 선박 60여 척과 소선 100여 척을 거느린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함대의 중심이 되는 기함은 '서양보선', '서양취보선' 등으로 불렸는데 그 크기가 길이 150m, 넓이 60m에 달했습니다.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할 당시 탔던 배의 길이가 30m 정도였고, 1800년대 세계 최강이던 영국 해군의 배가 2000톤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큰 배였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항공모함 수십 척과 구축함 등이 인도양 앞바다를 휩쓸고 다닌겁니다. 가히 명나라 제국은 진정한 바다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인도양은 세상의 모든 부와 물산과 기술이 집약돼 있던 중국과 인도가 있는 말 그대로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유럽이 1400년대 말 대양으로 나온 것도 바로 명나라가 지배하는 인도양으로 향하는 뱃길을 찾아 나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도양을 호령하던 압도적인 제국 명나라는 돌연 1433년 이런 헤게모니를 다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가 다시는 바다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헤게모니가 서양으로 넘어가며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게 됩니다. 대양을 나와 아시아에 도착한 유럽 세력들은 주인없는 인도양 바다를 서서히 유린하며 제국주의의 꽃을 피웁니다. ■바다의 무법자 해적선, 그 안에는 민주주의 꽃이 근대 바다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습니다. 해적입니다. 바다에서 다른 선박을 공격해 재물을 탈취하는 무법자들이지만 해적은 18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가 돈 받고 면허를 내주며 관리하던 합법적인 군사조직이었습니다. 해양 경쟁이 시작되던 당시 어느 나라도 영토는 통제했지만 영해까지는 국가 권력이 닿을 수 없었습니다. 민간조직인 해적이 다른 나라 선박을 공격해 약탈을 해오니 정부는 수익금의 일부를 챙길 수 있는데다 상대국의 군사적, 경제적 힘을 약화시킬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해적들도 사익을 추구하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즉, 국가가 직접 권력을 휘두르면 해군이 되고, 사적인 집단이 폭력을 휘두르면 해적이었던 것입니다. 앞서 1588년 당시 스페인 아르마다를 패퇴시킨 영국 해군 지휘관이 그 유명한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였습니다. 드레이크는 당시 세계 최강의 해상국가이던 에스파냐 선박과 항구를 공격해 이름을 날린 해적입니다. 1579년에는 아메리카에서 금은보화를 싣고 오던 에스파냐 상선을 약탈하고 선장에게 약탈명세서까지 써줬던 대담한 인물입니다. 당시 영국은 백년전쟁에서 패한 후 변방의 작은 섬나라로 살던 시기입니다. 훗날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드레이크에게 기사 작위를 내리고 스페인이 영국을 쳐들어오자 그를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해 스페인 아르마다 함대를 막아냅니다. 영국을 '신사의 나라'가 아니라 '해적의 나라'라 비아냥 대는 말이 여기서 나온듯 합니다. 해적들은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무법자였지만 그 내부에서는 어느 집단보다 민주주의를 중시하고 잘 지키는 조직이었습니다. 배와 관련해 어떤 현안이 발생하면 모든 승무원이 표결을 통해 처리했습니다. 또 약탈을 통해 재물이 생기면 n분의 1로 나눴습니다. 또 전투 중 부상을 당하면 절대 버리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해주고 배당도 똑같이 했습니다. 만약 죽게되면 그 부인에게 배당을 했습니다. 일반 배의 선원들은 해적선에 약탈을 당하게 되면 너도나도 해적이 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해적선은 인원이 많아 노동 강도가 훨씬 덜했고 민주주의와 평등주의가 지켜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식회사, 보험의 시작도 배였다 대항해 시대 길이 30m의 작은 배에 의지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누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모험이었습니다. 대양의 거친 파도에 맞서 막막한 두려움을 안고 거친 바다로 전진한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겁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배 안에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테니스 코트 크기보다도 작은 좁은 공간에 수개월 동안 갇혀있다보니 괴혈병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괴혈병은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해 비타민C가 부족하면 생기는 병입니다. 배가 출발할 때는 깨끗한 식수와 여러 식자재를 가지고 나가지만 불과 몇주가 지나지 못해 다 떨어져 선원들은 그 이후엔 염장고기, 말린 생선을 먹었습니다.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하니 대개 4주 정도가 지나면 입천장이 헐고 붓기 시작해 피가 나고 이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혈변을 보며 고열과 심한 갈증에 시달리다 갑자기 죽게 됩니다. 이후 영국의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실어 선원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면서 괴혈병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그 이전까지 선원들에게 괴혈병은 수시로 마주하는 폭풍우와 거센 파도보다도 무서웠습니다. 먼 바다로 나가는 선원들이 온갖 위험에 시달렸지만 이를 뒤에서 후원하는 투자자들도 매우 큰 위험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유럽에서 출발한 배는 대서양으로 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가 있는 인도양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너무도 길고 위험한 항로여서 배가 한 번 출항해 돌아오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물론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수익률이 적어도 400%가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서양으로 떠난 배 중 절반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큰 돈을 들여 무역 선단을 꾸려 바다로 보냈는데 풍랑을 만나 배가 좌초되거나, 돌아오는 길에 해적에 약탈을 당하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투자금을 다 날리게 되는 일 이었습니다. 이런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주식회사입니다. 출항에 앞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예치금 증서를 나눠준 후 나중에 배당을 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게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 회사입니다. 이어 해상무역의 손실 위험을 다수에게 분산시키는 보험이 등장합니다. ■와인에서도 대항해 시대의 강단이 느껴져 크리스토퍼 콜롬부스(Christopher Columbus),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와 함께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주인공의 얼굴이 새겨진 라벨의 와인을 꺼내듭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 끼안티 클라시코(Castello di Verrazzano Chianti Classico)입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근엄한 얼굴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베라짜노 성의 주인이자 위대한 탐험가인 '지오반니 다 베라짜노(Giovanni da Verrazzano)'로 지금의 뉴욕과 북미대륙 동해안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낮선 이름이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평가가 완전히 다릅니다. 1964년 뉴욕 브루클린과 스테이튼 섬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만들어졌는데 시민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베라짜노 대교'로 이름 지을 정도로 베라짜노에 대해 각별히 생각합니다. 매년 개최되는 뉴욕마라톤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95%, 까나이올로(Canaiolo) 5%를 섞어 만드는 베라짜노는 잔에 따라보면 산지오베제 와인의 전형적인 루비빛을 띠며, 감칠맛 나는 붉은 계열의 과실향이 아주 좋습니다. 입에 넣어보면 산미가 아주 좋으며 타닌이 적절하게 무게를 잡아줍니다.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등 국제품종을 블렌딩하는 보들보들한 와인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와인을 열자마자 입안에 조금 머금어도, 오랜 시간 디캔팅을 거쳐 마셔도 누그러지지 않는 독특한 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구부러지지만 무너지지 않는 등산모자 속 얇은 철사같은 그런 강단이랄까요. 혹시 주변에 새로운 도전에 맞서 새 출발을 하는 지인이 있나요.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담긴 와인을 선물해 응원하면 어떨지요. kwkim@fnnews.com
2023-02-05 21:19:47[파이낸셜뉴스]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는 라벨에 멋진 범선이 그려진 와인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 보르도 생 줄리앙 지역의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샤또 베이슈빌(Chateau Beychevelle)'과 그라브 뻬삭-레오냥 지역의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샤또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Chateau Malartic Lagraviere)'입니다. 베이슈빌은 1600년대 초 프랑스의 유명한 해군 제독이자 공작 지위를 가진 에페르논(Epernon)이 소유했던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당시 배들은 그의 영지 옆을 지날때 배의 돛을 절반 정도 내려 존경과 충성심을 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돛을 내리다'라는 뜻의 '바수 부아(Baisse Voile)'에서 와인의 이름 베이슈빌이 왔습니다.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 라벨에도 노란색 바탕에 멋진 범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1700년대 영국 해군을 상대로 연승을 했던 마우레스 드 말라르틱 백작의 범선입니다. 말라르틱 백작은 캐나다와 모리셔스 제도의 식민 총독을 지낸 프랑스의 저명인사였습니다. 당시 식민도시였던 캐나다의 말라틱(Malartic)시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입니다. 베이슈빌과 말라르틱 라그라베이르는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의 국력을 상징하던 귀족들이 소유했던 유명 와이너리였지만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 일반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비운의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사실 프랑스 시민혁명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프랑스 시민혁명, 근대 세계사를 바꾸다 근대 이후 바다의 주인을 떠올리면 누구나 영국의 '로열 네이비(Royal Navy)'를 먼저 꼽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시민혁명 이전에는 프랑스 해군이 영국 해군 못지 않게 강했습니다. 프랑스 해군은 1690년 영국 앞바다 비치헤드(Beachy Head)에서 영국 해군에게 궤멸적인 패배를 안겼으며, 1700년대 후반에는 미국 독립전쟁을 도와 체서피크(Chesapeake) 해전에서 영국 해군을 대파합니다. 영국은 이 패전으로 미국을 놓아주게 됩니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은 나폴레옹 황제 시대인 1805년 트라팔가(Trafalgar) 해전에서 영국의 명장 넬슨이 이끄는 영국 해군에게 전멸을 당하게 됩니다. 거의 '학살을 당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의 뼈저린 패전이었습니다. 이 단 한번의 패전으로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나폴레옹 시대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영국 해군을 쉽게 물리쳤던 프랑스 해군에게 불과 십여 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789년 프랑스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정부가 들어섭니다. 이들 혁명세력은 귀족을 악마처럼 여겨 닥치는대로 단두대에 올렸습니다. 어느 나라나 왕정시대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과 장교들은 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모조리 처형당하거나 지위를 잃게 되자 프랑스 해군의 전투력이 급락했던 것이었습니다. 트라팔가 해전은 프랑스 해군과 영국 해군이 맞붙은 게 아니라 프랑스 해군이 전투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다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학살당한 전투였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양으로 나오며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지배한다는 것은 바로 '세계의 주인'을 의미했습니다. 1492년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고 바다를 지배했던 시기에는 '아르마다(Armada)'가 있었습니다. 펠리페 2세가 편성한 무적의 해군 아르마다는 이름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1588년 자만에 넘친 모습으로 영국을 침범한 아르마다는 영국의 화공과 갑작스런 태풍에 생각지도 못한 참패를 당하고 주요 식민지이던 네덜란드마저 독립을 허용하게 되면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스페인이 사라진 이후 1600년대 초 대양 해권을 쥔 나라는 네덜란드였습니다. 인도양과 대서양을 오가는 향신료 무역과 해양 물류를 휩쓸며 바다를 경제적으로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항해조례'를 만들어 네덜란드에 전쟁을 걸고 결국 160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립니다. 네덜란드가 운영하던 북아메리카 대륙 등 모든 식민지와 대양의 헤게모니를 차지한 영국은 이 때부터 제국주의 틀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유럽대륙에는 프랑스가 있었습니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강력한 영국의 경쟁자로 등장해 제국주의 패권을 놓고 1688년부터 100년 넘게 전쟁을 벌이지만 프랑스는 갑작스런 시민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주저앉고 맙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유럽 이전엔 명나라가 바다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유럽이 대항해시대를 열며 바다를 지배한 것 같지만 앞서 바다를 호령한 '바다의 왕자'는 명나라 였습니다. 명나라는 3대 황제 영락제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28년 동안 '정화 함대'를 띄워 인도양과 남아프리카 지역까지 샅샅이 훑고 다닙니다. 8000톤급 초대형 선박 60여 척과 소선 100여 척을 거느린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함대의 중심이 되는 기함은 '서양보선', '서양취보선' 등으로 불렸는데 그 크기가 길이 150m, 넓이 60m에 달했습니다.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할 당시 탔던 배의 길이가 30m 정도였고, 1800년대 세계 최강이던 영국 해군의 배가 2000톤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큰 배였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항공모함 수십 척과 구축함 등이 인도양 앞바다를 휩쓸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충격일겁니다. 가히 명나라 제국은 진정한 바다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인도양은 세상의 모든 부와 물산과 기술이 집약돼 있던 중국과 인도가 있는 말 그대로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유럽이 1400년대 말 대양으로 나온 것도 바로 명나라가 지배하는 인도양으로 향하는 뱃길을 찾아 나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도양을 호령하던 압도적인 제국 명나라는 돌연 1433년 이런 헤게모니를 다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가 다시는 바다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헤게모니가 서양으로 넘어가며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게 됩니다. 대양을 나와 아시아에 도착한 유럽 세력들은 주인없는 인도양 바다를 서서히 유린하며 제국주의의 꽃을 피웁니다. ■바다의 무법자 해적선, 그 안에는 민주주의 꽃이.. 근대 바다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습니다. 해적입니다. 바다에서 다른 선박을 공격해 재물을 탈취하는 무법자들이지만 해적은 18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가 돈 받고 면허를 내주며 관리하던 합법적인 군사조직이었습니다. 해양 경쟁이 시작되던 당시 어느 나라도 영토는 통제했지만 영해까지는 국가 권력이 닿을 수 없었습니다. 민간조직인 해적이 다른 나라 선박을 공격해 약탈을 해오니 정부는 수익금의 일부를 챙길 수 있는데다 상대국의 군사적, 경제적 힘을 약화시킬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해적들도 사익을 추구하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즉, 국가가 직접 권력을 휘두르면 해군이 되고, 사적인 집단이 폭력을 휘두르면 해적이었던 것입니다. 앞서 1588년 당시 스페인 아르마다를 패퇴시킨 영국 해군 지휘관이 그 유명한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였습니다. 드레이크는 당시 세계 최강의 해상국가이던 에스파냐 선박과 항구를 공격해 이름을 날린 해적입니다. 1579년에는 아메리카에서 금은보화를 싣고 오던 에스파냐 상선을 약탈하고 선장에게 약탈명세서까지 써줬을 정도로 대담한 인물입니다. 당시 영국은 백년전쟁에서 패한 후 변방의 작은 섬나라로 살던 시기입니다. 훗날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드레이크에게 기사 작위를 내리고 스페인이 영국을 쳐들어오자 그를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해 스페인 아르마다 함대를 막아냅니다. 영국을 '신사의 나라'가 아니라 '해적의 나라'라 비아냥 대는 말이 여기서 나온듯 합니다. 해적들은 바다에서는 정말 무서운 무법자였지만 그 내부에서는 어느 집단보다 민주주의를 중시하고 잘 지키는 조직이었습니다. 배 안에서 어떤 현안이 발생하면 늘 모든 승무원이 표결을 통해 처리했습니다. 또 약탈을 통해 재물이 생기면 n분의 1로 나눴습니다. 다만 선장과 조타수만 2배로 가져갔습니다. 또 전투 중 부상을 당하면 절대 버리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해주고 배당도 똑같이 했습니다. 만약 죽게되면 그 부인에게 배당을 했습니다. 일반 배의 선원들은 해적선에 약탈을 당하게 되면 너도나도 해적이 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해적선은 인원이 많아 노동 강도가 훨씬 덜했고 민주주의와 평등주의가 지켜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식회사, 보험의 시작도 배였다 대항해 시대 길이 30m의 작은 배에 의지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누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모험이었습니다. 대양의 거친 파도에 맞서 막막한 두려움을 안고 거친 바다로 전진한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겁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배 안에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테니스 코트 크기보다도 작은 좁은 공간에 수 개월 동안 갇혀있다 보니 괴혈병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괴혈병은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해 비타민C가 부족하면 생기는 병입니다. 배가 출발할 때는 깨끗한 식수와 여러 식자재를 가지고 나가지만 불과 몇 주가 지나면 모두 동나고 선원들은 그 이후엔 염장고기, 말린 생선을 먹었습니다.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하니 대개 4주 정도가 지나면 입천장이 헐고 붓기 시작해 피가 나고 이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혈변을 보며 고열과 심한 갈증에 시달리다 갑자기 죽게 됩니다. 나중에 영국의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실어 선원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면서 괴혈병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그 이전까지 선원들에게 괴혈병은 수시로 마주하는 폭풍우와 거센 파도보다도 무서웠습니다. 먼 바다로 나가는 선원들이 온갖 위험에 시달렸지만 이를 뒤에서 후원하는 투자자들도 매우 큰 위험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유럽에서 출발한 배는 대서양으로 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가 있는 인도양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너무도 길고 위험한 항로여서 배가 한 번 출항해 돌아오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물론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수익률이 적어도 400%가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서양으로 떠난 배 중 절반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큰 돈을 들여 무역 선단을 꾸려 바다로 보냈는데 풍랑을 만나 배가 좌초되거나, 돌아오는 길에 해적에 약탈을 당하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투자금을 다 날리게 되는 일 이었습니다. 이런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주식회사입니다. 출항에 앞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예치금 증서를 나눠준 후 나중에 배당을 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게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 회사입니다. 이어 해상무역의 손실 위험을 다수에게 분산시키는 보험이 등장합니다. 이렇듯 거친 대양을 떠 다니던 범선 속에는 대항해 시대 패권 전쟁과 온갖 경제사가 다 담겨 있습니다. ■와인에서도 대항해 시대의 강단이 느껴져 와인셀러에서 크리스토퍼 콜롬부스(Christopher Columbus),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와 함께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주인공의 얼굴이 새겨진 라벨의 와인을 꺼내듭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 끼안티 클라시코(Castello di Verrazzano Chianti Classico)'입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근엄한 얼굴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베라짜노 성의 주인이자 위대한 탐험가인 '지오반니 다 베라짜노(Giovanni da Verrazzano)'로 지금의 뉴욕과 북미대륙 동해안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낮선 이름이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평가가 완전히 다릅니다. 1964년 뉴욕 브루클린과 스테이튼 섬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만들어졌는데 시민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베라짜노 대교'로 이름 지을 정도로 베라짜노에 대해 각별히 생각합니다. 매년 개최되는 뉴욕마라톤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95%, 까나이올로(Canaiolo) 5%를 섞어 만드는 베라짜노는 잔에 따라보면 산지오베제 와인의 전형적인 루비빛을 띠며, 감칠맛 나는 붉은 계열의 과실향이 아주 좋습니다. 입에 넣어보면 산미가 아주 좋으며 타닌이 적절하게 무게를 잡아줍니다.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등 국제품종을 블렌딩하는 보들보들한 와인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와인을 열자마자 입안에 조금 머금어도, 오랜 시간 디캔팅을 거쳐 마셔도 누그러지지 않는 독특한 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구부러지지만 무너지지 않는 등산모자 속 얇은 철사같은 그런 강단이랄까요. 혹시 주변에 새로운 도전에 맞서 새 출발을 하는 지인이 있나요.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담긴 와인을 선물해 응원하면 어떨지요.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2-05 13:03:22【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시민 만족을 최우선 하는 인천하늘수’ 를 목표로 4대 전략 20개 사업과제에 대한 상수도사업본부의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상수도 시민참여 홍보 캠페인 및 시민평가단·서포터즈 운영, 찾아가는 무료 수질검사 연중 시행, 수돗물 생산공급과정 시민투어를 활성화해 인천하늘수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시는 단수 불편 없는 안정적 급수공급을 위해 현 정수장 권역별 급수체계를 거점배수지로 전환해 특정 정수장 가동이 일시 중지돼도 수계전환이 불필요한 ‘정수권역 통합급수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또 수질·수압이 불안정한 직접 급수지역을 단계적으로 간접배수로 전환하고, 검암역세권과 경서지구의 안정적 급수를 위해 검암 배수지를 건설(2025년 준공)키로 했다. 아울러 영종지역의 해저송수관로 복선화(2024년 준공)로 비상시 급수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만성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섬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수담수화시설 확대(서구 세어도 1개소, 덕적면 3개소), 북도면 상수도시설 설치(2023년 준공), 강화·옹진군 섬 지역 6개소 식수원 개발, 섬 지역 주민 해수담수화 이용 부담 완화를 위한 조례 개정, 강화군 노후상수도관 정비(2024년 준공) 등 인프라를 확충한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언제·어디서나 안심하고 편리하게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도록 정수시설을 고도화하고 안정적 급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12-30 14:3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