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열린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에 총 361건이 접수됐다고 4일 밝혔다. 예비문화유산은 제작되거나 형성된지 5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선정·관리하는 제도로, 오는 9월 15일부터 새롭게 도입된다. 지난달 열린 공모전에는 과거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를 포함해 산업·문화예술 등 다양한 유산이 참여했다. 그중에는 경북 의성의 성광성냥공업사에서 축목(성냥개비)에 초(파라핀)와 두약(화약)을 찍고 건조해 만들었던 자동 성냥 제조기도 있었다. 1982년 제작된 이 기기는 전국에 유일하게 남은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산업 유산으로 꼽힌다. 과거 '연탄 배달차'로 불렸던 삼륜 화물차도 예비문화유산 공모에 참여했다. 1967년부터 1974년까지 생산됐다가 단종된 기아 T-2000 모델로, 과거 자영업자나 용달회사 등에서 주로 사용한 화물차다. 현재 국내에서는 1대가 남아 있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한 고 한창기 대표(1936∼1997)가 1976년 3월 창간한 잡지 '뿌리깊은나무'의 친필 원고 등이 공모에 참여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정기구독자가 최대 6만5000명에 달했던 월간 종합 교양지다. 이번 접수된 친필 원고는 한 대표가 창간호부터 직접 쓴 원고로 보존 상태가 양호해 당시 잡지 발간사와 제작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국가유산청은 공모를 통해 접수한 문화유산을 조사한 뒤 각 분야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 보존과 활용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04 13:21:49[파이낸셜뉴스] 높이 7.19m로 세계 최고이긴 하지만 성냥 개비에 유황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기네스북 등재가 거부됐던 에펠탑 모형이 결국 기네스북에 등재되는데 성공했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기네스북은 프랑스의 모형 제작가 리샤르 플로씨가 성냥으로 쌓은 에펠탑을 최고 기록으로 인정했다. 이 에펠탑은 8년간 약 4200시간을 들여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냥개비 70만6900여개와 접착제 23㎏를 사용해 7.19m 높이로 완성됐다. 종전 기네스 신기록은 지난 2009년 레바논인이 세운 6.53m 높이의 에펠탑이다. 앞서 플로씨는 지난해 12월 에펠탑 모형을 완성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성냥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재를 거부했다. 성냥의 유황을 제거하는 시간을 아끼려고 머리가 없는 성냥 몸통을 구입한 게 문제가 됐다. 다만 이를 두고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확산되자 기네스북은 성명을 통해 이전 결정을 뒤집고 플로씨를 세계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4-02-10 13:05:45[파이낸셜뉴스] 프랑스의 한 모형 제작자가 8년의 세월을 들여 제작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냥개비 에펠탑'이 기네스북 등재에 실패했다. 에펠탑 모형을 쌓는데 성냥에 유황 머리가 없는 성냥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샤랑트마리팀에 사는 리샤르 플로는 지난달 초 7.19m 높이의 성냥 에펠탑을 완성했다. 이는 종전 기네스 신기록인 6.53m보다 약 70㎝ 높다. 플로는 성냥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펠탑을 만들기 위해 지난 8년간 4200시간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당연히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생각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성냥 에펠탑'을 제작하면서 유황 머리가 없는 성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앞서 플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프랑스의 한 성냥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성냥을 공급받았다. 그는 모형 제작 과정에서 성냥 머리의 유황을 일일이 긁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당초 머리가 없는 성냥 몸통만 구입했다. 기네스북 심사위원단은 플로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성냥으로 에펠탑을 만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기록을 무효로 처리했다. 이에 플로는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속상한 건 그들이 제 작품과 그 작품에 들어간 시간,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플로는 심사위원단 결정에 이의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네스북 측이 이에 대응할 의무는 없어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2-07 08:15:17부산시가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유도하고 창의적인 도시 건축·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20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시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2030 부산 건축·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시는 혁신방안의 3대 핵심 분야로 세계로 향하는 부산다운 건축,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경관 조성, 건축·도시디자인 활성화 기반 구축을 제시하고, 9가지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 운영을 통해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유도한다. 창의적인 디자인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맞는 건축물 디자인을 제안하면 건축물 높이제한과 아파트 동 간 거리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또 특별건축구역을 공모해 세계적 건축가의 기획 설계 등으로 창의성이 인정되면 법정 용적률의 120%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공공기여 협상을 진행할 때도 디자인 특화 사전 컨설팅과 국제 설계 공모를 추진하는 등 공공기여형 개발사업의 디자인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 3종 모두 패스트트랙 및 통합심의로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부산도시공사는 선도적으로 창의적 디자인의 고품질 공공주택을 건립함으로써 민간 공동주택의 디자인 혁신을 유인할 계획이다. 이런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가 정착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로 연간 지역 내 총생산이 8500억원 정도 증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이를 위해 부산형 도시혁신 공간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하고 시내 경관유형별 39개 지역에 입체적인 3D 도시 건축 마스터 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해운대구, 북구 화명동, 강서구 가덕도에 대해 국제 설계공모로 미래상을 먼저 제시하기로 했다. 시는 또 과감한 도시비우기 사업으로 가로 시설물을 최소화하고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간판과 입간판을 정비하기 위해 옥외광고물 특정 구역 기준을 강화한다. 부산형 공공디자인 개발을 확산하고, 디자인 특화거리도 조성 매년 3곳씩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도시계획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총괄 디자이너를 위촉해 도시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도시디자인 정책을 총괄기획하고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앞서 이날 오전 세계적인 건축사인 MVRDV 위니 마스, 독일 하펜시티 항만공사 사장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미래혁신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박 시장은 "2030년까지 건축·도시디자인 혁신을 통해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시민들에게 자부심 넘치는 도시, 세계인에게는 매력 넘치는 도시 부산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3-09-20 18:26:32[파이낸셜뉴스] 부산시가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유도하고 창의적인 도시 건축·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20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시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2030 부산 건축·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시는 혁신방안의 3대 핵심 분야로 세계로 향하는 부산다운 건축,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경관 조성, 건축·도시디자인 활성화 기반 구축을 제시하고, 9가지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 운영을 통해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유도한다. 창의적인 디자인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맞는 건축물 디자인을 제안하면 건축물 높이 제한과 아파트 동 간 거리 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또 특별건축구역을 공모해 세계적 건축가의 기획 설계 등으로 창의성이 인정되면 법정 용적률의 120%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공공기여 협상을 진행할 때도 디자인 특화 사전 컨설팅과 국제 설계 공모를 추진하는 등 공공기여형 개발사업의 디자인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 3종 모두 패스트트랙 및 통합심의로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부산도시공사는 선도적으로 창의적 디자인의 고품질 공공주택을 건립함으로써 민간 공동주택의 디자인 혁신을 유인할 계획이다. 이런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가 정착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로 연간 지역 내 총생산이 8500억원 정도 증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이를 위해 부산형 도시혁신 공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고 시내 경관유형별 39개 지역에 입체적인 3D 도시 건축 마스터 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해운대구, 북구 화명동, 강서구 가덕도에 대해 국제 설계공모로 미래상을 먼저 제시하기로 했다. 시는 또 과감한 도시비우기 사업으로 가로 시설물을 최소화하고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간판과 입간판을 정비하기 위해 옥외광고물 특정 구역 기준을 강화한다. 부산형 공공디자인 개발을 확산하고, 디자인 특화거리도 조성 매년 3곳씩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도시계획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총괄 디자이너를 위촉해 도시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도시디자인 정책을 총괄기획하고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앞서 이날 오전 세계적인 건축사인 MVRDV 위니 마스, 독일 하펜시티 항만공사 사장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미래혁신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박 시장은 “2030년까지 건축·도시디자인 혁신을 통해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시민들에게 자부심 넘치는 도시, 세계인에게는 매력 넘치는 도시 부산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3-09-20 13:50:16【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가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해 도시를 살릴 수 있는 특화된 공동주택을 조성한다. 광주시는 민선 8기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경관·건축물 디자인 향상 방안의 하나로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운영 규정'을 제정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운영 규정'은 획일적이고 특색 없이 병풍화된 광주 도심 공동주택을 창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민간주택건설사업은 주택법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개별 심의 절차를 이행했다. 이는 사업 장기화,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자 부담이 가중되고, 심의 과정에서 심의내용 상충, 이미 의결된 내용의 재심의 등으로 우수 디자인 반영이 어려웠다. 또 이 같은 심의 절차는 수익성 위주의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를 양산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새롭게 도입된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운영 규정'은 도시경관에 영향을 미치는 600세대 이상 중대형 주택건설사업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한다. 특히 '공동주택 디자인 향상 프로세스'를 통해 특화된 우수 디자인 공동주택은 통합심의를 적용해 운영 규정에 따라 건축·경관·교통·개발행위 등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디자인 향상 프로세스'는 △설계공모 △디자인 특화 등으로 접수된 주택건설사업에 대해 '공동주택 디자인지원단'이 도시경관 향상, 디자인 우수, 공공적 측면에서의 가치증대 등을 종합 자문·지원하고, 심의위원 검토를 거쳐 통합심의공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동주택 디자인지원단'은 광주시 도시공간국장을 단장으로, 광주시 총괄건축가, 도시계획·건축·경관위원회 위원장(위원장이 당연직인 경우 부위원장), 교통·환경·녹지분야 전문가, 관련 기관 및 협회 추천 전문가, 도시디자인 또는 도시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자 등 12명으로 구성·운영된다. 통합심의를 받고자 하는 사업주체는 도시경관과 건축물 디자인 향상을 위한 디자인 향상 계획서를 수립해 '공동주택 디자인향상 프로세스'를 이행하면 된다. 광주시는 타 지역의 경우 주택 공급만을 목적으로 통합심의 규정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광주는 '디자인 향상 프로세스'를 통해 매력적인 도시경관 창출 유도, 신속한 주택공급 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사업 장기화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주체가 수준 높은 디자인 건축물을 제시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는 공동주택의 계획(안)이 창의적이고 우수한 디자인으로 향상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종호 광주시 도시공간국장은 "통합심의 운영 규정은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도시경관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우수 공동주택을 계획하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시범운영을 통해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7-05 16:35:04[파이낸셜뉴스] '골초'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10)가 성냥갑을 들고 아버지 곁에 선 모습이 포착됐다. 4년 전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재떨이 수행'을 연상시킨다. 19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사진에 등장한 김주애는 손에 초록색과 붉은색이 섞인듯한 작은 물건을 쥔 채 아버지와 나란히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주애가 손에 쥔 물건은 김 위원장이 간부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때 책상에 놓인 성냥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는 브리핑을 받는 김 위원장 앞에 놓인 이 물체의 사진만 공개했지만 노동신문은 같은 장면에서 그 옆에 놓인 재떨이와 김 총비서의 흡연 모습도 공개했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북한의 중요한 행사 등에서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참모들의 브리핑을 받을 때도 담배를 피우는데 이는 그의 조부 김일성을 흉내 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과거에도 김 위원장 혈족의 '담배 시중'이 회자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김 총비서 일행이 베트남 하노이로 열차로 이동하다 중국의 한 기차역에서 휴식을 취할 때 기차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 총비서 옆에 김여정 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총비서의 '생체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족에게만 담배 수행을 시킨다고 해석한다. 김 총비서가 라이터가 아닌 성냥을 쓰는 이유도 안전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4-20 08:28:59"인~천의 성냥 공장, 성냥 공장 아가씨~"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군가풍의 구전가요가 있다. 1940년대 일본 해군 군가가 해방 후 가사만 바뀌어 군대 내에서 불려졌다는 설이 있지만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노래 가사를 통해 과거 인천 지역에 성냥 공장이 많았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 공장은 1917년 일본인들이 인천 제물포(지금의 금곡동)에 세운 조선인촌회사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만든 쌍원표(雙猿票·성냥곽에 원숭이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성냥은 한때 국내 성냥 소비량의 3분의 1을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인천에 성냥 공장이 밀집해 있던 이유는 주로 수입에 의존했던 인(燐)과 목재의 수송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경성(서울)이라는 거대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주로 여공들이 성냥 제조에 동원됐기 때문에 '인천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노랫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 이전 최고의 성냥 브랜드가 조선인촌회사의 쌍원표였다면 해방 후엔 대한성냥과 유엔성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특히 유엔성냥은 당시 네모 반듯했던 사각형 성냥곽의 틀을 깨고 외형을 팔각형으로 바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밖에도 아리랑(조일산업), 향로(성광성냥), 기린표(경남산업), 비호표(대림성냥), 비사표(남성성냥), 비마표(조양성냥) 같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다. 그 시절 팔각형 유엔성냥은 양초 세트와 함께 집들이·개업식 선물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당신의 앞날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길 기원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유엔성냥의 전성기는 길게 잡아봐야 1980년대 초반까지다. 80년대 이후 일회용 가스라이터 '불티나'가 시중에 나오면서 (좀 과장하자면) 성냥은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생산 물량을 줄여가면서 근근이 버티던 성냥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지난 2017년 기린표 성냥을 생산하던 경남산업이 마지막으로 폐업하면서 국내 성냥 생산은 완전 중단됐다. 지금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유엔성냥을 포함한 모든 성냥은 100% 중국산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3-24 23:42:26혁신적 디자인이 적용된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최고 50층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창의적인 건축물에는 용적률, 건폐율 등 규제를 완화하는 각종 인센티브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는 이 같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내놨다.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위한 2.0 버전으로 불합리한 규제개혁과 행정지원 등 개선방향을 마련, 서울 시내에 다양한 디자인과 상징성을 갖춘 건축물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기준에 부합하면 용적률은 최대 120%로 상향된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을 수변이 아름답고 건축물들도 아름답다, 그곳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하나를 짓더라도 디자인 먼저 생각하도록 공사비 위주의 건축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초고층 아파트는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해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등 공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거지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 주거지도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키로 했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기획담당관은 "여의도 시범부터 압구정 현대, 잠실 주공 5단지, 은마 아파트 등 재건축을 앞둔 곳에서 50층 이상 초고층을 요청할 경우 (혁신적) 디자인이 적용되면 가능하다"며 "저층부 공간 활성화, 주민 편의시설 등까지 다 감안해 50층 이상을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5층 높이규제를 폐지했지만 50층 초고층의 경우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허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객관성 높은 가이드라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3-02-09 18:29:37【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1927년 울산 언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울산대곡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 울산 한 산골의 숯장수가 성냥개미 하나가 발단이 돼 어이없게도 일본인의 발에 차여 죽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까지 번졌다. 울산대곡박물관은 당시 이 사건이 “민족 차별 사건이다” 또는 “민간에서 흔히 일어난 싸움이다”라는 이견으로 사회·민족적 이슈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이진 것일까? ■ 담뱃불 좀 달라는데 발로 차 죽여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10월 17일(음력 9월 22일) 오후 3시 월요일 울주군 언양읍 언양장터에서 발생했다. 울주군 상남면 등억리(현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에서 숯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던 34세의 김경도 씨는 언양 장날을 맞아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장터를 찾았다. 김씨는 일본인 가리야(刈屋·예옥·당시 53세)의 점방 앞에서 숯을 모두 팔고 난 뒤 담뱃불을 붙이려고 점방 안에 있던 가리야의 부인에게 성냥불 하나를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가리야의 부인은 거절하면서 돈을 주고 사라고 했다. 김씨가 돈이 없다며 재차 부탁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인의 욕설이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실랑이가 오가던 중 갑자기 가리야가 뛰어나와 김씨의 뺨을 때리고 밀어 넘어트렸다. 그리고 게타(일본의 나무 신발)를 신은 발로 불알을 걷어차 버렸다. 급소를 맞은 김씨는 극심한 고통에 현장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조선인들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걷지도 한 채로 이웃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 몇 차례 일본인 의사의 치료를 받고도 계속 배가 부풀어 올라 결국 사건발생 5일 만에 숨졌다. ■ 언론보도 잇따라.. 사실왜곡 가짜뉴스도 등장 이후 조선일보는 1927년 10월 24일자 지면에 “일본인이 조선인을 발로 차 죽여(축살·蹴殺)‘, 동아일보는 10월 25일자 지면에 “포악한 일본인이 조선인을 때려 죽여”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됐다. 신한민보, 중외일보, 부산일보 등도 이 사건을 다뤘다. 신문들은 속보를 통해 사건의 발생 원인과 분노한 조선인들이 일본인 집을 부수다 경찰에 잡혀갔다는 내용 등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언양청년회와 울산 동면(현 방어진 일대) 오월청년동맹 등 울산지역 청년회가 앞장서 지역사회에 일본인의 만행을 알리고 살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 일 등을 보도했다. 당시 청년회를 중심으로 울산지역 사회단체들은 사건의 전말을 알리고 만행을 성토하는 합동집회(성토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일본경찰의 금지 조치로 열지 못했다. 이 성토대회에서 울산청년회 등 7개 단체는 부산의 A신문사가 가짜뉴스를 통해 “우연히 발생한 싸움”이라며 살인을 저지른 일본인 가리야를 옹호하는 기사를 썼다며 이를 대중에 알리려고도 했다. 대회가 무산되자 청년회는 방법을 바꿔 A신문 사장과 기자에게 경고문을 보내고 기사 취소와 울산지국장에 대한 사직을 요구했다. ■ 살인자 일본인 본국으로 돌아가 이에 대한 A신문사의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A신문은 이후에도 이 사건을 계속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인 가리야에 대한 첫 공판은 사건 다음해인 1928년 1월 21일에 열렸다. 가리야는 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가리야는 “싸웠지만 찬 기억은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속행 재판은 닷새 뒤 2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검사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1월 31일 열리기로 됐다. 보도는 여기서 잠심 중단됐다가 약 5개월 뒤인 5월 31일자 신문을 통해 피해자 김씨의 처와 자녀가 가리야를 상대로 당시 금액으로 8,540원의 위자·손해료 청구소송이 있었고, 가리야는 이에 불복, 항소를 하고 대구형무소에 복역 중이라고 전했다. 가리야는 향후 학계의 연구를 통해 형량을 마치고 한동안 울산과 부산에 머물렸으며 1935년 부인과 모친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울산 언양에는 가리야를 포함 일본인 9가구 36명이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 아무도 기억 못하는 숯꾼 김경도 울산대곡박물관 측은 “일본인 가리야에 대한 정보는 재언양일본인제호부를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으나 김경도 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상북면행정복지센터와 등억리 이장에게 문의, 주민들을 탐문했으나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경도 씨가 살았던 곳은 영남알프스 9봉 중 하나인 신불산이었다. 당시 숯꾼들이 살았던 집터와 숯을 만들었던 가마터가 현재까지 여러 곳 남아 있다. 울산대곡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사건 외에도 숯가마, 언양장 등을 통해 생활상과 일제강점기 울산지역 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민간사회단체들의 저항 활동과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상을 전해주고 있다. 한편 울산대곡박물관 특별전 ‘응답하라 1927 언양사건 - 일제강점기 언양 지역사회 이해’는 오는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2-01-21 13:5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