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남미 아르헨티나 대선에 출마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빅토리아 비야루엘(48)이 과거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을 두고 "성병 이름 같다" 등의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BTS 팬클럽(BTS 엔 아르헨티나)에 따르면 내달 19일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는 자유전진당 빅토리아 비야루엘(48) 부통령 후보는 과거 2020년 BTS를 조롱하는 듯한 트윗을 올렸다. 그는 한 트윗에 답글 형식으로 "'BTS'는 성병 이름 같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는 분홍색 머리를 한 한국인을 싫어해요"라고 쓴 트윗도 발견됐다. 현지 BTS 팬들은 해당 트윗이 BTS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RM은 2015년, 2017년, 2021년 핑크색 머리를 고수한 바 있다. 특히 성병 이름 같다고 발언한 내용은 지난 22일 대선 본선 투표에서 밀레이 후보와 함께 2위로 결선에 오르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트윗 당시에도 비야루엘 후보는 팬들의 지적과 항의를 받았었는데, 또 재점화 된 것이다. 그러나, 비야루엘 후보는 "1000년 지난 재밌는 트윗 채팅 알람이 이렇게 쏟아지게 돼 미안하다"라고 하는 등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BTS 팬들은 성명을 통해 "BTS가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자신과 다른 모든 이에 대한 존중이었다. 비야루엘 후보의 BTS를 향한 혐오적인 제노포비아(외국인 또는 타 민족 집단을 배척하거나 증오하는 것) 언급을 규탄한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그분(비야루엘)의 최근 발언들로 미뤄 그의 적절한 사과는 기대하지 않는다. 유사한 트윗이 발견되면 도발 조장에 넘어가지 말고 아미(BTS 팬클럽)에게 신고해 달라"라고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0-27 09:05:51【파이낸셜뉴스 경기=노진균 기자】 경기 동두천시 소재 성병관리소, 일명 '몽키하우스'의 문화유산 임시지정 계획 철회와 함께 철거를 촉구하고 나선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위원회)'가 본격 행동에 나섰다. 22일 위원회측이 주최한 성병관리소의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는 동두천 소요산 주차장에서 약 500여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와 동두천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성병관리소 철거가 과거 기지촌 이미지 개선과 시민들의 자부심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부 시민단체의 역사 왜곡과 거짓 발언에 대한 강하게 반발했다. 김용일 공동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시민에게 오랜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으며, 더 이상 우리 지역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외부 단체들이 동두천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왜곡된 사실로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억되고 보존해야 할 것은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대다수 시민이 반대하는 사안을 외부 단체가 강행하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발족을 공식화했다. 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성병관리소 철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성병관리소가 동두천의 불명예스러운 과거를 상징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한옥 공동위원장은 "더 이상 동두천 시민들이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살아갈 수 없다"며, "성병관리소 철거는 단순히 건물을 철거하는 것에서 벗어나 동두천이 자랑스러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두천시에 성병관리소의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와 경기도에 성병관리소의 문화유산 지정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 대해서는 동두천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철거 방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의 성병 관리를 위해 운영됐던 시설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를 "여성인권 침해 역사의 산물"이라며 보존을 촉구하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동두천시에 따르면 1973년 설립돼 1996년까지 운영된 성병관리소는 '낙검자 수용소' 또는 '몽키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를 사실상 허용하고 성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을 이곳에 수용해 관리했다. '몽키하우스'라는 이름은 철창 안에 갇힌 여성들의 모습이 원숭이 같다는 데서 유래됐다. 이곳에서는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감금되고,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10-22 15:33:02[파이낸셜뉴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진 첼리스트 A씨 측이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사람법률사무소 이제일 변호사는 유튜버 B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지난 22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 A씨 측은 소장에서 "A씨가 지난해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하면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허위임이 드러났음에도 B씨는 A씨의 이름과 얼굴, 주민등록번호, 여성의원 진료기록, 과거 소송 기록 등 개인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여러 차례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병을 앓은 적 없는 A씨가 성병에 걸렸고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등의 취지로 매우 치욕적인 허위의 사실 등을 적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범했다"며 "첼로 연주자로서 경제적 수입이 많이 있었으나 더 이상 이를 득 할 수 없게 되었고, 여성으로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돼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담동 술자리'는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당시 김 의원은 제보자로부터 받은 통화 녹음을 국감에서 재생했다. 녹취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9~20일에 윤석열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고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제보자와 통화한 상대방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A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1-23 09:57:36알렉산드르 6세(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프랑수아 1세(프랑스 왕), 파가니니,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 때의 왜장), 톨스토이, 나폴레옹, 하이네, 카사노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독에 걸렸거나 매독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매독은 중세에 전 유럽 인구의 20%가 걸렸을 정도로, 당시 창궐한 페스트만큼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원인을 매독으로 보기도 한다. 나폴레옹군의 40%가 매독에 걸렸기 때문이다. 매독에 걸린 여성들은 2기가 되면 목덜미를 돌아가며 멜라닌 색소가 나타나는데, 이를 '비너스 목걸이'라고 불렀다. 르네상스 말기에 유행한 레이스 주름 양식의 거대한 칼라는 매독에 걸린 여성들의 목덜미 자국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페스트는 정복됐지만 매독은 지금까지도 인류를 괴롭히는 재앙적 전염병이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매독 감염자가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사정이 심각해졌다. 특히 20대 여성 감염자가 많은데 채팅 앱을 통한 즉석 만남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일본과 가까이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매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9년 5954명에서 2021년 629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잉카제국의 골칫거리였던 매독을 서양으로 옮긴 사람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다. 매독균은 목동들이 기르던 라마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매독(梅毒)'의 '매(梅)'는 매화나무 매자다. 매독으로 생기는 피부 궤양의 형상이 매화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언제 처음 들어왔을까.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따르면 조선에서 '천포창(天疱瘡·매독)'이 처음 발견된 것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10년 무렵이다. 서양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고 하니 속도가 참 빠르다. 19세기 후반이 되어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급속히 퍼졌고, 일제강점기에는 공창(公唱)이 매독을 퍼뜨린 진원지가 됐다. 매독이나 임질과 같은 성병은 화류계에서 비롯된다 하여 화류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매독에는 특효약이 없어 수은을 치료제로 쓰기도 했는데 부작용이 심각했다. 인육이 좋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돌아 매독에 걸린 딸을 위해 아버지가 묘지를 파헤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20세기 들어서야 '살바르산' 등의 치료제가 개발돼 광고에 자주 실렸다(동아일보 1959년 6월 14일자·사진). 환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매독 치료의 신기원' '최신 특효약' '신발명' 등의 문구가 이채롭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3-06-29 18:44:53[파이낸셜뉴스]알렉산드르 6세(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프랑수아 1세(프랑스 왕), 파가니니,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 때의 왜장), 톨스토이, 나폴레옹, 하이네, 카사노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독에 걸렸거나 매독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매독은 중세에 전 유럽 인구의 20%가 걸렸을 정도로, 당시 창궐한 페스트만큼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원인을 매독으로 보기도 한다. 나폴레옹 군의 40%가 매독에 걸렸기 때문이다. 매독에 걸린 여성들은 2기가 되면 목덜미를 돌아가며 멜라닌 색소가 나타나는데 이를 '비너스 목걸이'라고 불렀다. 르네상스 말기에 유행한 레이스 주름 양식의 거대한 칼라는 매독에 걸린 여성들의 목덜미 자국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페스트는 정복됐지만 매독은 지금까지도 인류를 괴롭히는 재앙적인 전염병이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매독 감염자가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사정이 심각해졌다. 특히 20대 여성 감염자가 많은데 채팅 앱을 통한 즉석 만남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일본과 가까이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매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9년 5954명에서 2021년 629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잉카 제국의 골칫거리였던 매독을 서양으로 옮긴 사람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다. 매독균은 목동들이 기르던 라마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매독(梅毒)'의 '매(梅)'는 매화나무 매자다. 매독으로 생기는 피부 궤양의 형상이 매화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언제 처음 들어왔을까.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따르면 조선에서 ‘천포창(天疱瘡·매독)’이 처음 발견된 것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10년 무렵이다. 서양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고 하니 속도가 참 빠르다. 19세기 후반이 되어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급속히 퍼졌고 일제강점기에는 공창(公唱)이 매독을 퍼뜨린 진원지가 됐다. 매독이나 임질과 같은 성병은 화류계에서 비롯된다 하여 화류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매독에는 특효약이 없어 수은을 치료제로 쓰기도 했는데 부작용이 심각했다. 인육이 좋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돌아 매독에 걸린 딸을 위해 아버지가 묘지를 파헤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20세기 들어서야 '살바르산' 등의 치료제가 개발돼 광고에 자주 실렸다(동아일보 1959년 6월 14일자· 사진). 환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매독 치료의 신기원' '최신 특효약' '신발명' 등의 문구가 이채롭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2023-06-28 08:46:19'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샤또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 Spleen)은 '보들레르의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는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현대 시의 출발점이 된 시인입니다. 1800년대 중반 황금기를 맞았던 프랑스 시단이 보들레르의 시를 중심으로 두 시대로 나뉠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집은 단 한권 뿐입니다. 그 유명한 '악의 꽃(Les fleurs du mal)'. 보들레르는 타고난 천재 예술가였지만 그의 삶은 온갖 기행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매음굴에 빠져 살더니 성년이 되자마자 술, 도박, 마약으로 상속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탕진합니다. 가족에 의해 금치산자로 지정받은 그는 죽을때까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을 살던 그에게 순간순간 빛을 보여준 와인이 바로 샤스 스플린입니다. 샤스 스플린은 또 미술사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1863년, 130*190cm, 캔버스에 유화, 오르세 미술관)' 탄생에 간접적이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나아가 현대 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데 일조를 하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큐비즘(cubism)' 등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샤스 스플린 이 와인이 보들레르, 마네, 피카소와 어떻게 얽혀있을까요. ■ 어둠에 빠진 보들레르에 순간순간 빛이 되어 준 와인 1821년 파리에서 태어난 보들레르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정말 손꼽히는 자유분방한 기인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때도 천재성과 독특한 기행으로 유별났지만 21살 성년이 된 뒤에는 불과 25개월 만에 그의 친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10만 프랑이 넘는 돈의 절반을 탕진합니다. 술, 매음, 마약, 도박 중독에 빠진 결과였습니다. 화가 단단히 난 그의 가족들은 보들레르에 대해 금치산자 지정을 요청하고 남은 돈 모두를 법정후견인에 맡겼습니다. 덕분에 그는 죽을 때까지 경제적 미성년자로 살았습니다. 사실 보들레르는 이미 대학 입학 한참 전부터 유대인 매춘부에 빠져 사창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때 걸린 성병은 그가 죽던 46살 때까지 지독하게 괴롭힙니다. 그는 또 단역 배우 출신 잔느 뒤발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3대가 창녀 집안인 여성이었습니다. 보들레르는 그녀를 '검은 비너스'라 부르며 무려 14년간 치명적인 사랑을 합니다. 1857년 그의 나이 36살에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 '악의 꽃'이 출간됩니다. 성년 이후 15년 간 살아온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었지만 시집의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두가 매춘, 성행위, 동성애, 시체, 죽음 등에 대한 묘사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평론가 중 극히 몇몇은 "열정과 예술이 가득 찬 대작"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절대 다수는 "그냥 타락한 쓰레기"라며 조롱했습니다. 결국 보들레르는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형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이후 보들레르는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우울증과 성병에 마비 증세까지 겹쳐 더 힘든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내리던 시기, 보들레르가 즐겨 마셨던 와인이 샤스 스플린입니다. 어쩌면 우울증으로 자칫 삶을 내려놓을수도 있던 그 때 그를 지켜주고 일으켜 세운 와인입니다. 하지만 이 와인은 보들레르가 즐겼던 당시에는 그냥 저렴하고 품질 좋은 이름조차 없는 와인이었습니다.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은 1700년대 말 영국 시인 바이론이 샤스 스플린 집안에서 와인을 비롯한 환대를 받은 후 "우울증(Spleen)을 쫒는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했다는 것에 착안해 1800년대 중반 이 와이너리의 오너가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매년 샤스 스플린 라벨에는 해마다 싯구절 한 문장이 붙습니다. ■ 보들레르를 스승으로 모시던 마네 '올랭피아'를 그리다 1865년 파리의 한 살롱에 걸린 그림 하나가 프랑스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누런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낸 전라의 여인이 침대에 누워 무표정한 얼굴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는 이 그림에 프랑스 사회는 마치 치부를 들킨 듯 불쾌감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합니다. 심지어는 갑자기 우산을 들고 그림을 찢으려 달려드는 사내도 있었습니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었길래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경찰이 그 앞을 지키고,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사람들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걸리기까지 했을까요.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는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년, 165*119cm, 캔버스에 유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를 오마주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림 구도는 물론이고 옷을 벗고 누워있는 여인의 자세, 다른 등장인물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그런데 누워있는 비너스가 이전의 비너스와 너무 달랐습니다. 마네가 그린 비너스는 신화 속 우아한 비너스가 아니었습니다. 창녀였습니다. 그녀의 목을 장식한 '초커 목걸이'는 매춘부를 상징하는 장신구였습니다. 그림 제목 '올랭피아(Olympia)'도 당시 매춘부들이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었습니다. 그림 속 흑인 여성이 들고 있는 꽃다발은 스폰서가 그녀에게 보낸 선물입니다. 이 그림은 신화의 한 장면이 아닌 당시 프랑스 도시 곳곳에서 성행하던 매춘의 현장을 사진처럼 담아낸 그림이었습니다. 마네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미술 천재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 작가로부터 그림을 배운 고전주의를 신봉하는 화가였습니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비너스를 창녀로 둔갑시키며 당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을 그렸을까요. 그건 보들레르 때문이었습니다. 마네는 11살 위인 보들레르를 정신적 스승으로 흠모했습니다. 그런 보들레르는 늘 "각 시대는 자신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그 말은 "신화나 과거 사회의 모습이 아닌 현대사회 지금 그대로의 생활상을 그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에 마네가 고전적 화풍을 버리고 시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는 정말 파격이었습니다. 당시엔 과거의 명작을 오마주할 경우 그림 속 인물은 반드시 신화, 성서 속 인물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신화, 성서 속 이야기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그에 가깝게 그렸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마네의 그림 속 인물들은 1860년대 자신과 함께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앞서 1600년대 카라바조가 성화 속 이야기에 그가 일상에서 만난 하층민을 그려넣었던 것처럼 파장이 못지 않았습니다. 마네가 이에 앞서 1863년 발표한 '풀밭위의 점심식사(1863년, 208*264㎝,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도 이 때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티치아노의 '전원음악회'와 라파엘로의 원작을 모사한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동판화 '파리스의 심판'을 일부 재해석 한 작품으로 마네의 그림 속에서 옷벗은 여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누드 모델이었고, 두 남자는 마네의 동생과 그의 매제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랭피아가 왜 미술사의 걸작으로 꼽힐까요. 사실 이 그림은 덧칠이 거의 없어 그리다 만 것 같은데다 원근법조차 적용되지 않아 밋밋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여인을 그릴 때 살결을 붓질 하나 보이지 않게 하얗게 칠하고, 드레스도 실제 모습보다 훨씬 더 빛나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신의 모습을 그렸던 것이죠. 그러나 올랭피아의 여인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습니다. 더구나 올랭피아는 회화의 절대 진리이던 원근법마저 파괴했습니다. 매춘부와 침대, 배경 등이 입체감 없이 그냥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모든 비평가들은 "마네의 실력이 형편없어졌다"고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마네의 이같은 파격적인 그림으로 인해 프랑스 젊은 화가들이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본대로 느낀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 현대미술로 가는 문을 연 것입니다. ■ 현대 미술로 가는 문을 열다…피카소도 여기서 나왔다 마네는 1882년 '폴리베르제르바(1882년, 96*130㎝, 캔버스에 유채)'를 발표하며 또 한 번 미술계에 '거대한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파리의 유명 술집이던 폴리베르제르의 여성 바텐더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런데 어딘지 그림이 좀 이상합니다. 그림 속 여성 바텐더는 정면을 보고 있는데 뒤의 거울에 이 여성의 뒷모습이 비쳐져 있습니다. 사물의 원리대로라면 이 여성의 모습은 가려져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뒷모습이 그림에 나온 것입니다. 이 작품은 마네가 임질에 걸려 마비 증세로 고생하다 죽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입니다. 병마에 시달리던 마네가 실수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나의 그림에 두 개의 '시점'이 적용된 것입니다. 이 그림은 '복수의 시점'을 적용한 최초의 그림으로 나중에 '큐비즘(cubism)'의 시작점이 됩니다. 큐비즘은 3차원적으로 구성된 사물을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마치 여러 각도에서 그린 그림 여러 개를 가위질 해 하나로 붙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네가 그린 복수의 시점 그림은 훗날 야수파의 원조로 불리는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등을 거쳐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 243*233 cm, 캔버스에 유채, 뉴욕현대미술관)'이라는 걸작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샤스 스플린을 마셔보니…가난한 자의 라뚜르 샤스 스플린 와인으로 시작해 보들레르, 마네, 피카소까지 멀리도 왔네요. 이처럼 보들레르의 목숨을 구하고, 현대미술 탄생에 간접적인 역할을 한 샤스 스플린은 보르도 와인 중에 저평가 된 대표적 와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품질을 가졌음에도 가격이 저렴해 이른바 '가성비 와인'이라는 것이죠. 시중에서 올드 빈티지만 아니라면 7만원 안팎에 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가난한 자의 라뚜르(Chateau Latou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샤스 스플린 2017을 열어봅니다. 뽑혀 올라온 코르크에서는 좋은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삼나무 향과 블랙 커런트 향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짙은 루비빛입니다. 너무 어린 와인이라 1시간 정도 디캔팅을 진행해 숨을 불어넣습니다. 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블랙 계열의 아로마와 삼나무 향, 젖은 나뭇잎, 젖은 이끼 등 서늘한 향이 지배적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블랙 커런트 아로마와 매력적인 산도가 일품입니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모습을 드러내는 타닌은 다소 두껍고 거칩니다. 세월이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입속을 제대로 말려버립니다. 이어 비강으로 들어오는 삼나무, 커피, 초콜릿, 연유, 바닐라 향이 좋습니다. 피니시도 두 숨 이상 이어지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삼나무향입니다.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중략)...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의 앞 부분과 마지막 부분으로 한참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이기도 합니다. 오늘 샤스 스플린 한 잔 어떤가요. 보들레르처럼 지치고 힘든 날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에도 샤스 스플린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09-04 18:20:57[파이낸셜뉴스]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샤또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 Spleen)은 '보들레르의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는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현대 시의 출발점이 된 시인입니다. 1800년대 중반 황금기를 맞았던 프랑스 시단이 보들레르의 시를 중심으로 두 시대로 나뉠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집은 단 한권 뿐입니다. 그 유명한 '악의 꽃(Les fleurs du mal)'. 보들레르는 타고난 천재 예술가였지만 그의 삶은 온갖 기행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매음굴에 빠져 살더니 성년이 되자마자 술, 도박, 마약으로 상속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탕진합니다. 가족에 의해 금치산자로 지정받은 그는 죽을때까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을 살던 그에게 순간순간 빛을 보여준 와인이 바로 샤스 스플린입니다. 샤스 스플린은 또 미술사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1863년, 130*190cm, 캔버스에 유화, 오르세 미술관)' 탄생에 간접적이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나아가 현대 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데 일조를 하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큐비즘(cubism)' 등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샤스 스플린 이 와인이 보들레르, 마네, 피카소와 어떻게 얽혀있을까요. ■ 어둠에 빠진 보들레르에 순간순간 빛이 되어 준 와인 1821년 파리에서 태어난 보들레르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정말 손꼽히는 자유분방한 기인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때도 천재성과 독특한 기행으로 유별났지만 21살 성년이 된 뒤에는 불과 25개월 만에 그의 친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10만 프랑이 넘는 돈의 절반을 탕진합니다. 술, 매음, 마약, 도박 중독에 빠진 결과였습니다. 화가 단단히 난 그의 가족들은 보들레르에 대해 금치산자 지정을 요청하고 남은 돈 모두를 법정후견인에 맡겼습니다. 덕분에 그는 죽을 때까지 경제적 미성년자로 살았습니다. 사실 보들레르는 이미 대학 입학 한참 전부터 유대인 매춘부에 빠져 사창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때 걸린 성병은 그가 죽던 46살 때까지 지독하게 괴롭힙니다. 그는 또 단역 배우 출신 잔느 뒤발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3대가 창녀 집안인 여성이었습니다. 보들레르는 그녀를 '검은 비너스'라 부르며 무려 14년간 치명적인 사랑을 합니다. 1857년 그의 나이 36살에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 '악의 꽃'이 출간됩니다. 성년 이후 15년 간 살아온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었지만 시집의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두가 매춘, 성행위, 동성애, 시체, 죽음 등에 대한 묘사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평론가 중 극히 몇몇은 "열정과 예술이 가득 찬 대작"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절대 다수는 "그냥 타락한 쓰레기"라며 조롱했습니다. 결국 보들레르는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형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이후 보들레르는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우울증과 성병에 마비 증세까지 겹쳐 더 힘든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내리던 시기, 보들레르가 즐겨 마셨던 와인이 샤스 스플린입니다. 어쩌면 우울증으로 자칫 삶을 내려놓을수도 있던 그 때 그를 지켜주고 일으켜 세운 와인입니다. 하지만 이 와인은 보들레르가 즐겼던 당시에는 그냥 저렴하고 품질 좋은 이름조차 없는 와인이었습니다.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은 1700년대 말 영국 시인 바이론이 샤스 스플린 집안에서 와인을 비롯한 환대를 받은 후 "우울증(Spleen)을 쫒는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했다는 것에 착안해 1800년대 중반 이 와이너리의 오너가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매년 샤스 스플린 라벨에는 해마다 싯구절 한 문장이 붙습니다. ■ 보들레르를 스승으로 모시던 마네 '올랭피아'를 그리다 1865년 파리의 한 살롱에 걸린 그림 하나가 프랑스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누런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낸 전라의 여인이 침대에 누워 무표정한 얼굴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는 이 그림에 프랑스 사회는 마치 치부를 들킨 듯 불쾌감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합니다. 심지어는 갑자기 우산을 들고 그림을 찢으려 달려드는 사내도 있었습니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었길래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경찰이 그 앞을 지키고,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사람들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걸리기까지 했을까요.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는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년, 165*119cm, 캔버스에 유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를 오마주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림 구도는 물론이고 옷을 벗고 누워있는 여인의 자세, 다른 등장인물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그런데 누워있는 비너스가 이전의 비너스와 너무 달랐습니다. 마네가 그린 비너스는 신화 속 우아한 비너스가 아니었습니다. 창녀였습니다. 그녀의 목을 장식한 '초커 목걸이'는 매춘부를 상징하는 장신구였습니다. 그림 제목 '올랭피아(Olympia)'도 당시 매춘부들이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었습니다. 그림 속 흑인 여성이 들고 있는 꽃다발은 스폰서가 그녀에게 보낸 선물입니다. 이 그림은 신화의 한 장면이 아닌 당시 프랑스 도시 곳곳에서 성행하던 매춘의 현장을 사진처럼 담아낸 그림이었습니다. 마네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미술 천재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 작가로부터 그림을 배운 고전주의를 신봉하는 화가였습니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비너스를 창녀로 둔갑시키며 당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을 그렸을까요. 그건 보들레르 때문이었습니다. 마네는 11살 위인 보들레르를 정신적 스승으로 흠모했습니다. 그런 보들레르는 늘 "각 시대는 자신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그 말은 "신화나 과거 사회의 모습이 아닌 현대사회 지금 그대로의 생활상을 그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에 마네가 고전적 화풍을 버리고 시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는 정말 파격이었습니다. 당시엔 과거의 명작을 오마주할 경우 그림 속 인물은 반드시 신화, 성서 속 인물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신화, 성서 속 이야기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그에 가깝게 그렸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마네의 그림 속 인물들은 1860년대 자신과 함께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앞서 1600년대 카라바조가 성화 속 이야기에 그가 일상에서 만난 하층민을 그려넣었던 것처럼 파장이 못지 않았습니다. 마네가 이에 앞서 1863년 발표한 '풀밭위의 점심식사(1863년, 208*264㎝,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도 이 때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티치아노의 '전원음악회'와 라파엘로의 원작을 모사한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동판화 '파리스의 심판'을 일부 재해석 한 작품으로 마네의 그림 속에서 옷벗은 여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누드 모델이었고, 두 남자는 마네의 동생과 그의 매제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랭피아가 왜 미술사의 걸작으로 꼽힐까요. 사실 이 그림은 덧칠이 거의 없어 그리다 만 것 같은데다 원근법조차 적용되지 않아 밋밋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여인을 그릴 때 살결을 붓질 하나 보이지 않게 하얗게 칠하고, 드레스도 실제 모습보다 훨씬 더 빛나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신의 모습을 그렸던 것이죠. 그러나 올랭피아의 여인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습니다. 더구나 올랭피아는 회화의 절대 진리이던 원근법마저 파괴했습니다. 매춘부와 침대, 배경 등이 입체감 없이 그냥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모든 비평가들은 "마네의 실력이 형편없어졌다"고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마네의 이같은 파격적인 그림으로 인해 프랑스 젊은 화가들이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본대로 느낀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 현대미술로 가는 문을 연 것입니다. ■ 현대 미술로 가는 문을 열다…피카소도 여기서 나왔다 마네는 1882년 '폴리베르제르바(1882년, 96*130㎝, 캔버스에 유채)'를 발표하며 또 한 번 미술계에 '거대한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파리의 유명 술집이던 폴리베르제르의 여성 바텐더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런데 어딘지 그림이 좀 이상합니다. 그림 속 여성 바텐더는 정면을 보고 있는데 뒤의 거울에 이 여성의 뒷모습이 비쳐져 있습니다. 사물의 원리대로라면 이 여성의 모습은 가려져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뒷모습이 그림에 나온 것입니다. 이 작품은 마네가 임질에 걸려 마비 증세로 고생하다 죽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입니다. 병마에 시달리던 마네가 실수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나의 그림에 두 개의 '시점'이 적용된 것입니다. 이 그림은 '복수의 시점'을 적용한 최초의 그림으로 나중에 '큐비즘(cubism)'의 시작점이 됩니다. 큐비즘은 3차원적으로 구성된 사물을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마치 여러 각도에서 그린 그림 여러 개를 가위질 해 하나로 붙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네가 그린 복수의 시점 그림은 훗날 야수파의 원조로 불리는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등을 거쳐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 243*233 cm, 캔버스에 유채, 뉴욕현대미술관)'이라는 걸작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샤스 스플린을 마셔보니…가난한 자의 라뚜르 샤스 스플린 와인으로 시작해 보들레르, 마네, 피카소까지 멀리도 왔네요. 이처럼 보들레르의 목숨을 구하고, 현대미술 탄생에 간접적인 역할을 한 샤스 스플린은 보르도 와인 중에 저평가 된 대표적 와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품질을 가졌음에도 가격이 저렴해 이른바 '가성비 와인'이라는 것이죠. 시중에서 올드 빈티지만 아니라면 7만원 안팎에 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가난한 자의 라뚜르(Chateau Latou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샤스 스플린 2017을 열어봅니다. 뽑혀 올라온 코르크에서는 좋은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삼나무 향과 블랙 커런트 향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짙은 루비빛입니다. 너무 어린 와인이라 1시간 정도 디캔팅을 진행해 숨을 불어넣습니다. 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블랙 계열의 아로마와 삼나무 향, 젖은 나뭇잎, 젖은 이끼 등 서늘한 향이 지배적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블랙 커런트 아로마와 매력적인 산도가 일품입니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모습을 드러내는 타닌은 다소 두껍고 거칩니다. 세월이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입속을 제대로 말려버립니다. 이어 비강으로 들어오는 삼나무, 커피, 초콜릿, 연유, 바닐라 향이 좋습니다. 피니시도 두 숨 이상 이어지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삼나무향입니다.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중략)...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의 앞 부분과 마지막 부분으로 한참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이기도 합니다. 오늘 샤스 스플린 한 잔 어떤가요. 보들레르처럼 지치고 힘든 날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에도 샤스 스플린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09-04 10:15:53영국 10대들이 성병을 감지하면 색깔이 변하는 콘돔을 발명해 화제다.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동부에 있는 아이작 뉴턴 아카데미에 다니는 무아즈 나와즈(13), 다아냘 알리(14), 시라그 슈아흐(14)가 성병 박테리아를 감지하면 색깔이 변하는 콘돔 '에스 티 아이(S.T.EYE)'를 개발해 청소년 과학 경시대회 '틴테크'에서 보건혁신 부문 1등을 차지했다. 만약 상용화 되면 성병 감염 여부를 자가진단할 수 있게 된다.영국의 사회적 기업인 틴테크(TeenTech)는 지난 24일 '2015 틴테크상'에서 '성병 병원균과 접촉하면 색깔이 바뀌는 콘돔' 아이디어가 보건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틴테크는 2008년 청소년들의 스템(STEM,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부문에 대한 흥미와 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혁신적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틴테크상'을 주최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영어로 '성접촉 감염'을 뜻하는 에스티아이(STI)를 감시하는 눈이란 뜻으로 '에스티아이(S.T.EY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이 개발한 콘돔의 원리는 콘돔 표면의 병원균 감지 물질이 성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접촉할 경우 엷은 형광색을 띠도록 했다. 클라미디아에는 초록색, 헤르페스에는 노랑색, 유두종 바이러스에는 보라색, 매독균에는 파랑색으로 변한다.다아냘 알리는 "위험한 성병을 더 안전하게 진단하는 방법을 창안했다"며 "사람들이 병원에서 불편한 진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집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즉각 (치료) 행동에 나설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콘돔이) 사용자들에게 더 편안한 마음을 주며 이전보다 더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틴테크 측에 따르면 이미 한 콘돔회사가 학생들의 열정에 감명받아 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15-06-26 17:00:22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신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여성 성 건강을 위한 피임 정책 토론회-피임약 재분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국민들에게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과 피임교육이 우선된 후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피임연구회 회장이자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여성 성 건강을 위한 피임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여성 성건강을 위한 피임정책과 피임약 재분류 문제에 관해 주제 발표에 나섰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시기상조” 이 교수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3일 이내에 복용하는 피임약으로 성폭행 등에 의한 무방비 성관계나 피임에 실패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피임약이다.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했을 때에는 피임 성공률이 85%로 99%의 피임률을 보이는 경구피임약과는 피임률에서 차이가 크다. 이 교수는 “응급피임약은 피임 효과가 낮으며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더 떨어지며 오심, 구토, 어지러움, 무기력, 두통, 하복통 등의 부작용만 증가한다. 그러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약사회, 녹색소비자연대, 경제실천연합 등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응급피임약은 안전하며 ▲일반약품으로 전환하면 접근성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찬성의 이유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응급피임약은 고함량의 황체호르몬이 함유돼 있으며 1회 복용에도 출혈과 오심, 복통 등의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은 의약품이며 계획 피임법에 비해 피임 효과가 떨어지고 반복적으로 복용할 경우 원하지 않는 임신을 경험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도 대부분 밤 9시 이후와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데 접근성이 해소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임 실천율이 높은 선진국도 응급피임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한 후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몇 배로 증가했지만 인공임신중절률은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피임 실패율이 높은 응급피임약은 인공임신중절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일반적인 피임방법으로 오인돼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성에 대한 도덕적 해이로 오히려 낙태나 성병을 줄이지 못할 것이며 ▲응급피임약 복용자를 위한 피임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고 ▲성의 홍수 속에서 피임과 성교육이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이유 등을 들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교수는 “각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우리나라에 맞는 피임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단체, 정부, 의료인 등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교육과 피임교육을 한 후 피임약 복용률이 외국과 비슷해지고 성문화가 성숙된 후에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식약청 “사용연령 제한 등 보완대책 검토할 것” 이 같은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피임제 재분류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소화계약품과 신원 과장은 “응급피임약은 OECD 국가 중 26개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도 없다. 다만 사용연령에 제한을 둘 예정이며 복약지도를 강화하고 피임 및 성교육 등의 범부처 대국민 캠페인을 강화해 보완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피임제의 재분류는 의약품 세부 분류기준에 따라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과학적 분류결과이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므로 향후 각계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과정을 거쳐 최종 분류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w.ka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강석우 기자 베이비뉴스 '핫뉴스 베스트' * 전생의 내이름 찾기…아이유 이름은? * 세균 면봉 충격...기준치보다 2,000배 세... * 허민 로빈 열애 인정 “1년째 열애 중” * '장동건보다 낫다' 심혜진 남편, 누구길... * 김보연 이혼심경 “위장이혼 아니다”
2012-06-28 09:35:34본격적인 가을 결혼 시즌을 맞아 혼수 가전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에서부터 최고 69%의 할인율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디지털 전자제품까지. 가전업계는 현재 성수기를 맞아 봇물 터지듯 경품과 할인판매를 무기로 예비 신랑신부를 유혹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외에도 결혼 예물, 신혼여행, 침구, 가구 등의 혼수박람회가 줄지어 열려 각 업계가 불황을 탈출하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동시에 알뜰한 혼수 구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윈윈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을 위한 준비, 과연 혼수뿐일까?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예비 ‘엄마’라는 이름을 갖는다. 미래의 어느 날 열 달을 고이 품어 두 사람을 꼭 닮은 건강한 2세 출산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현명한 예비신부라면 ‘산전검사’ 잊지 마세요. 산전검사는 상대방을 위한 최대한의 배려인 동시에 엄마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따라서 건강한 내 아이를 위한 산전검사를 통하여 미리 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소중한당신산부인과 김지운 원장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당뇨, 고혈압, 신장 질환 등 건강 이상과 혼전관계로 인한 자궁 및 난관의 균 감염으로 태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이는 산모에게도 영향을 끼치므로 향후 태어날 아기와 배우자를 위해서 산전검사를 통해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산전검사는 임신 중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산모검진과 더불어 결혼 전에 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웨딩검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전검사, 이렇게 하고 있어요. 산전검진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부인과검진을 통해 이뤄진다. 먼저 기본적인 혈액형과 빈혈, 간 기능,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한 후 풍진항체, 갑상선기능, 당뇨, 에이즈, 매덕혈청, B형간염 검사 후 소변검사를 하게 된다. 과거력, 가족력에 맞춰서 검사를 하게 되며 검사 전 금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 풍진은 예비신부라면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질환으로써 선천성 기형, 백내장, 심장 질환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빈혈은 혈구 생성에 장애를 일으키고 산소를 원활하게 운반하지 못해, 철분이 부족하면 태아에게도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없다. 또한 임신 전 간기능 장애나 갑상선이상은 유산이나 조산, 태아발달장애를 유발 할 수 있고, 산모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산전검사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치료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한다. 기본적인 검사를 마친 후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자궁, 난소 등에 혹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그리고 자궁경부암검사와 골반 및 외음부의 정상여부를 살피고 성병,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를 하게 된다. 결과는 약 1주일 정도가 지나면 확인할 수 있다. 만약을 위한 준비는 아무리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산전검진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보는 것이 어떨까. /과학기술부
2009-09-09 18:3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