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범죄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변화의 중추였습니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면, ‘대한민국의 형사 사건은 성범죄와 성범죄 아닌 범죄로 양분된다’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로 성범죄는 2000년대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좌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2005년 7월28일 “노래방 도우미 강간치상 사건을 통하여 피해자의 ‘범행현장 이탈 가능성’과 ‘사력을 다한 반항이 없었음’은 강간죄 성립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정립하였습니다. (대법원 2005도3071 판결) 그러나 위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일반적 판단 기준까지 설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성범죄는 증거 확보가 어렵고, 종종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 적합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배제결정이 이뤄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같은 성적 행위일지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강제가 될 수도 있고, 자유로운 성관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 객관적인 사후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8년 10월25일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고 판시하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진술 증명력 판단 기준을 과감하게 선언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도7709 판결) 이 판결은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수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대립되고,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증거가 규명되지 않는다면,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피해자의 처한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지 않아야 함을 명시적인 일반 판단 기준으로 정립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형사 재판의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소극적 태도’, ‘거부에 대한 의사표시의 부존재’가 모두 피해자의 사후 진술의 신빙성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평가에 관한 일반화의 오류, 자유심증의 제한 그리고 실질적 유죄추정의 함정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고통스럽지만 버릴 수 없는 기본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모든 형사 절차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할 책임’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물리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대법원 2018도7709 판결'의 법리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로서 신빙성을 의심받지 않는 특별한 지위에 놓이게 됨으로써 ‘합리적 의심’을 배제한다는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는 형해화 되는 문제와 수사기관의 성범죄 유죄 추정의 관행이 성립될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였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라는 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결 이유를 설시하며, ‘성인지 감수성’에 따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의존에 대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제한과 ‘합리성의 평가’가 필수적임을 선언하였습니다. (대법원 2023도13081 판결) 성인지 감수성은 전세계적인 개념이지만, 이를 사법적으로 진술 신빙성 척도로 반영한 것은 대한민국 법원이 유일무이 합니다. 인권은 존중돼야 하겠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포기할 수 없으며,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배제’라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이 감수성이라는 불분명한 이념에 의하여 훼손돼서는 안된다 할 것입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0-25 13:51:44[파이낸셜뉴스 김포=노진균 기자] 경기 김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경기도당에서 2월 한 달간 경기도당 소속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gender sensitivity)’에 참여했다이번 교육은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김포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서현옥 경기도당 여성위원회위원장이 주관하는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대상 교육은 '성희롱 무관용(Never!) 문화 만들기'를 주제로 지난 2020년 경기도당 여성위원회에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교재를 자체 개발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김계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희롱, 성폭력 원인은 세뇌된 습관에서 오는 성차별적 인식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성희롱, 성폭력, 성폭행 방지의 기본 책으로 교육을 통해 일상 속 성인지 감수성을 자가 진단해보는 기회가 필요했다"며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장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위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3-02-07 22:27:00[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민의힘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성인지 감수성 부재가 참담하다"면서 "뼛속까지 꼰대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지성 작가는 이날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특강을 하던 중 "많은 국민이 국민의힘에는 젊음, 여성의 이미지가 부족하다고 얘기한다"면서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아내에게 그랬다. '당신이 들어가서 국민의힘에 젊은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자기가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냐'고 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마저 꼰대 정당"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외부 강연자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부재한 성 인식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신 대변인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고상하게 민심을 얻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국민의힘의 고상한 정치냐"라며 "장관, 차관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여 이런 구태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국민의힘이 뼛속까지 꼰대정당임이 드러난 안타까운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전문성이나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젊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필요해서 여성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냐"며 "성별로, 나이로 갈라치고 폄하하는 정치, 그리고 여성을 단지 이미지로만 소모하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라"고 나무랐다. 아울러 신 대변인은 "국민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는 진정성 있는 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여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여성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작가가 자신과 배현진 의원,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에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지성 작가의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 운운하는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다"며 "그런 언급과 접근이 바로 우리 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고 했다. 이어 "위 발언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아름다운'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한 것이고, 둘째,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잘생긴 남자정치인이란 언급은 우리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유독 여성정치인에게만 이를 붙이는 것이 바로 특정성별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이 작가 본인은 배우자인 차유람 선수의 입당권유를 설명하면서 나쁜 의도가 아닐 수 있지만, 결국 국민에게는 그리 읽힌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작가가 안타깝게도 부적절한 말씀을 남기고 갔다"며 "대통령 부인과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 대처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전민경 김해솔 기자
2022-08-25 20:12:1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9일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위'를 구성,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장을 맡은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성추행 피해자의 절망에 대한 대통령 반응은 일관성이 없다"며 "대통령의 성인지 감수성이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0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위 수여식 및 1차 회의를 열고 위원장과 위원에 임명장을 수여한 후 공군 성추행 사건 피해자 추모를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공군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은 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 열악한 복무환경, 낮은 성인지 감수성, 군 기강 해이 등 우리 군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동 수사를 하는 단계에서 마저도 성희롱성 발언이 나왔다고 하고, 조롱 회유 협박이 지속적으로 계속됐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공군의 양성평등 센터장은 신고 받고서도 즉각적으로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상관, 심지어 국선 변호인으로 선정된 사람 마저도 피해자 보호에 매우 소홀하고 때로는 공범 관계가 아닌가 짐작될 정도로 터무늬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맹폭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합동국회청문회,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르면 오는 10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행은 "정부여당에서 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촉구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캠프 출신의 민간인을 센터장으로 임명한 결과가 성범죄 은폐라니 분노가 치민다"며 "국방부는 사태 엄중함을 깨닫지 못한채 꼬리자르기에 급급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진석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군 성범죄 피해자 보호 시스템도 바로잡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진석 특위 위원장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피해자의 절망을 생각해보라며 진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원순·오거돈 사건에 대해선 진노하지 않았다"며 "성추행 피해자의 절망에 대한 대통령 반응은 일관성이 없어, 성인지 감수성이 의심스럽다. 그때 그때 다르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사회 전반의 도덕적 회의가 커지는 것이 아닌가"라며 "역대 최다 성추행 정권 문 정권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간판을 당장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면피성 사과와 군 참모총장의 경질만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라며 "한점 의혹없이 진상규명하고, 썩어빠진 군 문화를 뜯어고치겠다. 그런 차원에서 국방부, 여가위, 법사위 참여하는 합동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현장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조사 차원에서 다음주 화요일(15일) 오전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서산에 있는 제20 전투비행단을 시작으로 현장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1-06-09 10:17:23[파이낸셜뉴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3일 외교부의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외교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K-성추행 국가라는 부끄러운 오명, 청와대의 낮은 성인지감수성 눈치보다 무능외교 자초한 외교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처럼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한 경우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청와대와 외교부의 대처가 한심스럽다”며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답변을 전했다. 김기현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질의 답변에 따르면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에 대해 △가해자가 30년간 성비위 문제가 없었다는 점 △사실관계가 중하지 않다는 점 등을 따져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의결했다. 당초, 성문제 전문가 의견서에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안만 성희롱으로 보았고, 사타구니와 가슴 부위를 만진 사안에 대해서는 성희롱으로 보지 않았지만,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보다 보수적으로 해석해 3가지 사안 모두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현재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인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뉴질랜드 국적의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성희롱이냐 아니냐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가해자가 일관되게 친한 남자직원에 대한 친밀함의 표시였다고 억울해하였고, 조사결과 일부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보아 경징계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라며 저는 국제사회와 국민적 인식에 한참 뒤처져 있는 외교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고, 이 문제가 이렇게 곪아터지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그 무능함에 또 한번 놀랐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저는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외교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때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성 관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박원순 시장 사건에선 가해자만 애도하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위로의 말도, 진상규명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청와대가 안이하고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외교부도 사태를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가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이미 지난 2017년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는 당시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을 경우 수위와 관계없이 공관장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기 때문에 그 매뉴얼대로 처리하면 될 문제였는데,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또 다시 성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애써 덮으려다 국가 망신만 초래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와대와 외교부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반성과 함께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개입이 됐는지 등 그 진상을 낱낱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0-08-03 11:06:03국가승인통계에도 성인지 감수성이 녹아들고 있다. 성차별적 여지가 있는 표현은 수정·삭제되고, 성별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시행됐던 조사방법을 바꿔 성별에 따라 분리하는 경향(성인지 통계)은 뚜렷해졌다. 국가정책의 밑거름인 국가승인통계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일 통계청,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국가승인통계 가운데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문항·답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 속에서 성별 간 차이로 인해 생기는 유불리나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이 같은 통계는 양성평등 정책의 밑거름이 된다. ■여성취업 장애요인 일부항목 삭제통계청은 2019년 사회조사부터 '여성취업 장애요인'을 묻는 답지 가운데 '여성의 직업의식, 책임감 부족' '일에 대한 여성의 능력 부족' 항목을 삭제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받고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현실과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삭제 이유를 밝혔다. 여가부는 매년 성별 영향평가를 통해 국가승인통계에 성차별적 표현이 있는지 점검한다. 최근 여가부는 2017년 서울시 은평구와 2016년 경기도 연천군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제시된 답지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 대신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일·가정 양립 환경 미흡 △자녀 양육부담 가중 등의 답지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저출산의 원인이 여성만의 문제인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며 "오히려 최근 연구는 여성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가부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2017년 실시한 '일자리인식실태조사'의 '직장(일)을 그만둔 사유'의 답지 '개인 또는 가정사정으로'에 대해서도 수정을 권고했다. 괄호 안에 '건강, 가사, 육아, 학업, 군복무' 등이 한데 묶여 제시됐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사나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므로 개인과 가정 전체를 전부 묶어서 조사해선 안 된다"며 "답지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성 분리 통계, 국가승인통계의 75.8%양성평등 정책의 바탕이 되는 성인지 통계도 늘어나고 있다. 성인지 통계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해 조사하는 방식의 통계를 의미한다. 2008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에 따라 국가승인통계 중 인적 통계는 성별을 주요 분석 단위에 포함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료 지원 현황을 단순히 행정구역별로만 파악했지만, 2009년부터 성별에 따라서도 집계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가승인통계 1200개 가운데 성별 구분이 이뤄진 통계는 75.8%(지난 9일 기준)에 달했다. 조사 주체별로 지방자치단체 92.6%, 연구기관 78.7%, 중앙행정기관 60.7%, 공사·공단 53.3% 등이 높은 성인지 통계 작성률을 보였다.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성인지 통계는 양성평등정책의 수립 근거를 제공하고, 각 정책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국가승인통계 가운데 성인지 통계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승인통계 내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차별,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넓게는 성평등 의식, 실천의지 등도 포함한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을 깨면서 화제를 모았다.
2020-01-12 17:39:18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및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도 확정됐다.■대법,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 인정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으로 비서를 성관계에 응하게 했는지가 쟁점이 된 하급심 재판에선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유무죄를 갈랐다. 1심은 "간음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과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대해서도 "간음사건 후 전임 수행비서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고 하지만 통화한 내역이 없는 등 피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도 믿기 힘들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안 전 지사가 신분상 특징 때문에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김씨의 처지를 이용해 간음했다고 본 것이다. 2심은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성인지감수성 적극 반영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성인지감수성은 지난해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대법원은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한 2심 판결이 이른바 성인지감수성을 결여한 판단이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1, 2심 재판부 모두 성인지감수성을 적용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거쳤지만 성범죄 피해자로서 김씨의 행동에 대해선 의견 차가 뚜렷했다. 즉 '위력'의 행사 여부와 '피해자다움'에 대한 시각차였다. 1심은 성인지감수성 측면에서 해당 사건을 "정상적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김씨가 안 전 지사 지시를 따라 식당을 알아보는 등 범행 뒤 보인 행동이 성범죄 피해자가 도저히 보이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명시적 거부의사 표시가 없더라도 피해자가 정황상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 피감독자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9-09-09 18:05:32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웹툰, 방송 등 일부 문화콘텐츠에 쓰이는 표현을 지나친 '성인지감수성'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 및 일부 산하기관이 최근 문화콘텐츠를 성평등 위주로만 바라보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19일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이 기관은 지난 1월 발간한 '2018년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웹툰)'를 통해 다음 웹툰 'N번째 연애'의 한 장면을 문제삼았다. 보고서가 지적한 것은 남자 혼자 사는 집을 찾은 한 여성이 정리정돈이 잘 된 집 내부를 둘러보고, '우와, 엄청 깔끔하네', '남자 집 맞아?'라며 독백하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집안일을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성별 고정관념이 바탕이 된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또 보고서는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에서 한 여성이 태블릿 PC를 통해 "지금 온 세상이 우리 때문에 시끄럽네요", "어머, 이 장면은 좀 이쁘게 나왔네"라고 말한 장면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가 혼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외부 상황에 상관없이 SNS로 사진을 감상한다"며 "이는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외모에만 신경쓴다는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 10월 펴낸 보고서를 통해선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다뤘다. 보고서는 MBC 에브리원 채널의 '비디오스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연인과 사귀기 전 첫 고백을 거절당했으나 이후 계속해 고백한 일을 문제가 있는 장면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상대의 거듭된 거절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 달라고 요구하며 따라다니는 행동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TV조선 프로그램인 '아내의 맛'에서는 한 출연자가 헤어롤을 말고, 얼굴에 팩을 하는 이유로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언급한 부분이 문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외모 관리의 목적은 항상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행위의 목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 될 때 행위 주체는 자율성을 상실한다"면서 "여성의 외모 관리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남성을 위한 것이 될 때 이러한 행위는 꾸미기 노동이 된다. 따라서 '남편을 위해 꾸민다'는 발언은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 의존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여가부는 지난 13일 각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가부는 안내서에서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 항목을 통해 방송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음악방송 출연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며 음악방송을 사례로 들었다. 여가부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면서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가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성평등 표현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문화가 국민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정부가 제작에 개입해 지침을 내리는 건 시대착오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9-02-19 12:39:07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19-02-01 14:43:53【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2024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기초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워크숍은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수원시갑), 조정식·추미애·홍기원·김기표·김남희·김현정·양문석·윤종군 의원, 김보라 안성시장, 이재준 수원시장, 임병택 시흥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이재명 당대표 축전 낭독과 함께 대통령 부부 국정농단 의혹 특검을 촉구하는 결의문 낭독으로 시작, 추미애 의원이 '윤정권의 실태, 윤건희의 공천개입과 검은 카르텔'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어 강시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가 '성인지감수성 향상교육'을, 김승원 위원장이 '윤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조기종식'을 주제의 특강이 이어졌다. 김승원 위원장은 "지역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활동하는 기초의원이야말로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파수꾼"이라며 "기초의원이 전해주는 현장목소리를 반영하여 경기도를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번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방분권 발전과 기초의회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11-13 14:5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