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성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비동의 강간죄(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를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안을 준비했다"며 "성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 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일부"라고 밝혔다. 류 의원은 개정안이 단순히 몇 가지 구성요건과 형량을 고치는 것이 아닌,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재정비하는 법률임을 강조했다. 개정안은 먼저 강간죄 구성 요건을 상대방 동의가 없는 경우,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인 경우로 유형화해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게 했다. 류 의원은 "반박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업무상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죄'라는 조항의 경우 문화·예술·체육계 등 특수고용관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기본 강간죄 구성 요건에 위계·위력을 추가해 법의 사각지대를 없앴다. 류 의원은 법안에서 '간음(姦淫)'이라는 표현을 모두 '성교(性交)'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간음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자 간(姦)은 계집 녀(女) 자를 세 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여성혐오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간과 추행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사문화된 규정을 정리해 법의 실효성을 제고했다. 해당 법안에는 심상정 대표·배진교 원내대표를 비롯해 류호정·장혜영·강은미·이은주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양이원영·윤재갑·이수진(비례)·정춘숙 민주당 의원,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도 동참했다. 앞서 류 의원은 개정안을 소개하는 대자보 100장을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붙였다.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대자보에서 류 의원은 "의원님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도록, 한 번 더 챙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2020-08-12 16:31:11청소년 성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쿨 미투와 청소년 성착취 등 새로운 유형의 성폭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교육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행 중·고등학교 성교육은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표준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표준안은 공개 당시 '남자의 성욕은 여자보다 강하다' '여성의 바른 옷차림은 치마다' '이성 친구와는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등의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비판을 받았다. 성교육 표준안은 2017년에 일부 수정됐지만, 바뀐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성폭력 예방 교육이 피해자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가해자를 줄이기 위한 교육보다, 피해자가 '알아서 피해야 하는' 예방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관계자는 "성관계에 있어서 자의와 타의를 구분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훈련시켜야 한다"라며 "현행 교육은 성적 의사소통 안에서의 과정이 생략돼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교육을 넘어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남녀의 신체구조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녹아있는 성적인 일들에 대한 교육을 원한다"며 "방송강연이나 영상으로 대체되는 단편적인 성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3422명)로 나타났다.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였다. 이 가운데 피임실천율은 59.3%에 그쳤다. 3209명 중 약 1307명은 피임을 실천하지 않는 셈이다. 앞서 최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교육 수업 시간에 바나나에 '콘돔 끼우기 시연'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해당 학교는 '콘돔과 바나나까지 준비하면서 자세하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며 해당 수업을 취소시켰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0-07-10 14:25:51"미투 운동은 여성들이 자기 아픔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깨닫고 말할 수 있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한편으론,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관련 법규가 따라가지 못한 부분들도 있다." 성범죄 피해자 측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 온 장경아 변호사(42·사법연수원 41기·사진)는 9일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장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다.■"성범죄 민사소송도 가명조서 필요"이 전 감독의 재판에서 증언대에 선 피해 여성단원들은 증인신문 내내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감독이 아니라 수의를 입은 피고인에 불과했지만, 얼마 전까지 연극계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던 그의 존재감에 짓눌렸다. 장 변호사는 "피고인과 증인 사이에 가림막이 쳐졌지만, 이윤택 전 감독이 기침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증인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변호인과 메모를 주고받는 모습조차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증인들은 한 때 존경했던 선배이면서 고통을 주는 가해자이기도 한 이윤택 전 감독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며 "정신적인 충격이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실만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장 변호사는 전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교도소에 갇혔더라도 가해자에게 자신이 노출되는 게 무서운 것이다. 장 변호사는 "형사 사건에선 수사기관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조사할 때 인적사항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명조서'를 쓸 수 있다"며 "다만 성폭력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가명을 쓰지 못하고, 실명으로 소송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민사적 책임까지 물리고 싶지만,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적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소송을 포기하기도 한다.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 민사소송의 소멸시효가 지나기도 한다. 장 변호사는 "이는 결국 피해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윤택 사건에서도 소멸시효가 지나 소송에 나서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의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현행법 체계를 바꿔야하는 만큼 섣부른 도입보다 국민의 인식 변화를 거쳐 입법논의를 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변호사는 "강간죄의 범위가 너무 좁다는 점에서 '비동의 간음죄'는 피해자를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며 "다만 현행 법규상 처벌조항과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의 경우 비동의 간음죄처럼 없었던 개념이 아니라 과거부터 존재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한 후에야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비동의 간음죄는 현행법을 전체적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여건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부터 필요하다"고 밝혔다.■"회복하는 피해자 모습에 큰 보람"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질문에 장 변호사는 "초안산 사건"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서울 도봉구 초안산에서 고등학생 22명이 여중생 2명을 집단성폭행한 사건이었다. 장 변호사는 당시 피해 여중생의 법률대리인을 담당했다. "해바리기 센터에서 피해자 첫 진술을 듣고 나오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변호사님 저 괜찮을까요?'라는 피해자의 물음에 마음이 아팠다"며 "피해자가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행이다 싶었다. 피해자 사건을 맡을 때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가 특히 뿌듯하다"고 장 변호사는 털어놨다. 장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며 "오히려 '내가 고소당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생각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겹치면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미성년자 사건에선 피해자의 신상이 털리거나 피해 영상을 애들끼리 돌려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을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제가 시급하다"며 "또 해바라기센터나 법무부 스마일센터 등 성범죄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제도를 홍보하고, 피해자들이 회복될 수 있는 사회적 지원도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20-02-09 17:01:47수행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증거부족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안 전 지사는 판결 직후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1심 혐의, 2심서 유죄로 뒤집혀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지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2017년 8월 중순 경 안 전 지사의 집무실에서 이뤄진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 차기 대권주자인 피고인은 자신의 수행비서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업무상 위력으로 네 차례 간음, 한 차례 추행 및 네 차례 강제추행을 했다”며 “피해자가 도지사의 비서라는 관계로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상황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점을 이용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이 상당기간 반복됐고,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는 지위와 관련으로 인한 압박감에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채 생방송 뉴스에 출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피해자는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돼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도의적·정치적·사회적 책임외에 법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피해자 진술 결정적 증거로 인정 사건의 쟁점은 김씨에 대한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거나 행사됐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항시 행사해 왔다거나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으로 (피해자를) 억압해 왔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기본적인 위력관계가 존재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 대해 간음 및 추행행위를 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2심은 위력에 의한 간음이 비밀리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불리한 진술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한 불명확한 진술로 보이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성폭행·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법원이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가해자 중심의 인식구조로 피해자가 진실을 알리고 문제삼는 과정에서 여론에 의해 불이익 처분을 받는 등 피해를 입는 점을 보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는 논리는 경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최용준 기자
2019-02-01 16:15:07지난 1990년대 이후 숱한 논란을 빚어왔던 간통죄가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위헌): 2(합헌)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나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사람(상간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간통죄 처벌 규정을 말한다. 이로서 지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근대 형사법 체계상 '간통죄'는 6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간통죄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들이 모두 4가지의 견해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공식적인 결정'으로 인정되는 '법정의견'은 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이 냈다. 5명의 재판관들은 법정의견을 통해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간통죄는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밝혔다. 또'간통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적 수단으로 제재와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죄를 계속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각각 다른 이유로 위헌의견을 냈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의 존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혼의 상간자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며 "모든 간통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별도 위헌의견을 냈다. 간통죄가 '혼인의 순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기혼자만 처벌하면 되는데 미혼인 상간자까지 처벌하면 위헌이라는 의견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벌금형 등 다른 처벌규정을 두는 경우 합헌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2015-02-26 15:22:55지난 1990년대 이후 숱한 논란을 빚어왔던 간통죄가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위헌): 2(합헌)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나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사람(상간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간통죄 처벌 규정을 말한다. 이로서 지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근대 형사법 체계상 '간통죄'는 6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간통죄는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밝혔다. 이들 5명의 재판관(다수 의견)은 '간통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적 수단으로 제재와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죄를 계속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각각 다른 이유로 위헌의견을 냈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의 존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혼의 상간자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며 "모든 간통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별도 위헌의견을 냈다. 강일원 재판관은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벌금형 등 다른 처벌규정을 두는 경우 합헌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2015-02-26 15:04:28[파이낸셜뉴스] 13년간 의붓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7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감정 기복이 심한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 없이 의붓아버지와 같이 살던 A 씨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다가오는 방식의 '그루밍'을 통해 의붓아버지 B 씨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는 상태에 빠졌다. B 씨는 A 씨가 12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3년 동안 2092차례 준강간, 강제추행, 유사 성행위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A 씨의 고소로 B 씨는 구속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A 씨를 지원해 진행한 재판에서 B 씨는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공단은 민사 손해배상 소송도 지원했다. 민사 소송의 핵심 쟁점은 위자료 액수였다. 보통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가 1억 원 수준인 관행에 비춰,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도 1억 원 이하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 공단은 "B 씨의 반복적이고 잔혹한 범행은 A 씨의 신체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A 씨와 그의 어머니가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은 B 씨에게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B 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지식 변호사는 "이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 인정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5-27 10:32:54[파이낸셜뉴스] 13년간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딸이 법률구조를 통해 3억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로서는 높은 액수가 인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가해자인 의붓아버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감정 기복이 심한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 없이 자라던 중 의붓아버지 B씨로부터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다가오는 '그루밍' 수법으로 심리적으로 종속됐다. B씨는 A씨가 만 12세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3년에 걸쳐 총 2092회의 준강간, 강제추행, 유사성행위 등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가 범행 사실을 고소했고,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3년을 확정받았다.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추가로 제기했다. A씨 측은 "B씨의 반복적이고 잔혹한 범행은 A씨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불법행위로 A씨와 그의 어머니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고액 위자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의붓아버지로서 원고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할 책임이 있음에도 12세에 불과했던 원고를 지속적으로 간음, 추행, 성적 학대행위 등 반인륜적인 범행을 해 그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크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B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7일 확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자료 액수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통상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1억원 수준인 관행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도 1억원 이하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신지식 변호사는 "위자료는 법원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성폭력처럼 중대한 불법행위에는 보다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우리 법원도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 및 예방과 제재의 관점에서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5-27 09:34:16[파이낸셜뉴스]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가해 남성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승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A씨는 지난해 9월 중순 강원 원주의 한 주택에서 피해자 B씨(23)를 간음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가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여동생으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A씨는 과거 연인을 만나기 위해 해당 주택을 찾았다가 잠들어 있던 B씨를 발견하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지적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이를 이용해 범행한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유사 전과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심리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5-23 21:42:13"성착취물 수사 단서는 휘발성이 높아요. 초기 신고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3대 1팀장(사진)은 11일 성착취물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주저 없이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과 올해 초 검거된 '자경단' 사건의 총책 김녹완 등의 범행을 파헤친 사이버성폭력 수사 전문가다. 조 팀장이 이끄는 성폭력전담수사팀은 최근 또 다른 성착취물 범죄자를 붙잡았다. 텔레그램에서 '판도라' '다이진' 등 닉네임을 사용한 A군(17)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또래 목록이 팔로우(구독)되도록 설정한 뒤 무작위로 DM(메시지)을 보내 10대 초·중반 여학생 20여명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호기심을 보이면 "몸을 보여달라"며 사진을 요구했고,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텔레그램에 딥페이크(허위 영상물)가 유포됐다"고 속이고 피해자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 검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자칫 조주빈, 김녹완처럼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범행을 사전에 차단한 이유로 조 팀장은 초기 신고가 주효했다고 꼽았다. 피해자 2명은 지난 2월 중순 피해를 당한 직후 경찰서에 알렸다. 방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부모님이 이상하게 여긴 덕분이다. 신속한 추적이 중요한 사이버범죄 특성상 신고가 늦어지면 범행 초기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조 팀장은 "자료가 많을수록 프로파일링(범죄자 분석)이 정교해지고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 2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A군을 붙잡았다. 텔레그램 협조 없이 주범을 잡은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자경단 주범을 쫓으며 텔레그램으로부터 처음 수사정보를 회신받았다. 이번에도 텔레그램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A군은 이미 탈퇴해 자료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그 대신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인스타그램이 보유한 가입정보와 로그기록(자동 저장되는 이용기록) 등을 전달받았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미국은 성인 영상물 관련 수사 협조에 소극적인 데 비해 아동사건은 중요범죄로 보고 적극 공조한다. 조 팀장은 "플랫폼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거나 VPN(가상사설망), 다크웹 등을 사용하더라도 사건 특성에 맞는 수사기법을 개발하는 등 추적 방법이 있다. 텔레그램 협조가 안 될 때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했다"며 "자료를 확보하면 단서가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협조 전 김녹완에 대해서도 날씨, 지역, 대화내용 등을 분석해 '경기 성남에 사는 30대 남성'이라는 정보를 특정했다. 1999년 경찰에 입직한 조 팀장은 국제범죄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강력반 등 소위 '몸을 쓰는' 부서에 있었다. 승진 후 사이버수사대로 발령받았지만 친정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를 붙잡은 건 2013년 강간 모의 등이 발생한 '소라넷 사건'이다. 국제범죄수사대 시절 친분을 쌓은 HSI 미국 수사관들의 도움을 받아 서버를 추적한 뒤 사이트 폐쇄까지 이끌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5-05-11 18:5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