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성수동이 영국의 유명 여행·문화 정보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다. 성수동은 25일(현지시간) 타임아웃이 공개한 올해의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 38곳 명단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아웃은 2018년부터 매년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를 선정해왔다. 타임아웃은 성수동이 "한때 가죽, 인쇄, 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서울의 가장 창조적인 동네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라고 평가하며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이어 “성수동은 붉은 벽돌로 된 창고와 오래된 공장,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하며 이제는 최신 유행 카페와 부티크, 갤러리들이 자리했다"라며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키스(KITH)의 첫 번째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와 K-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등이 오픈하면서 패션 중심지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타임아웃은 성수동을 방문하려는 사람에게 추천 코스로 "'비아트 성수'나 '슈퍼 말차'에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 뒤 수많은 빈티지·중고 상점과 부티크를 둘러보고, '할머니의 레시피'에서 점심을 먹고, '맥파이 앤 타이거'에서 차를 마셔보라"라고 권했다. 이어 "서울숲에서 신선한 공기를 즐긴 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서 수제 맥주를 마셔보라. 하룻밤 묵는다면 '호텔 포코'를 추천한다"라며 "성수동 인근 뚝섬 한강 공원에서 화려한 조명 행사인 '서울 드론 쇼'가 매년 봄과 가을에 몇 주간 열린다"라고도 소개했다. 한편 올해의 1위는 프랑스 마르세유의 '노트르담 뒤 몽'이 차지했다. 예술가들이 거주하던 이 동네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골목길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타임아웃은 평가했다. 2위에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메르스 술탄', 3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페레레난이 이름을 올렸다. 타임아웃의 여행 에디터 그레이스 비어드는 "올해 목록에 오른 동네들에는 먹고 마시기 좋은 장소와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 거리, 번성하는 공동체 등 여러 공통점이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 도시를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09-27 08:18:06[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8>] 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7월말 한국을 떠나 조지아 트빌리시까지 5개월이 걸려서 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된 "하차푸리"를 드디어 원조의 나라에서 먹을 수 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위치의 한 호텔 레스토랑을 구글링으로 찾아갔다. 식당은 식물이 우거진 플랜트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였고 탑층에 있어 시내뷰를 보기에도 좋았다. 음식 주문 전에 고수를 빼달라는 조지아어를 찾아놨다. "낀지아라" 라고 하니 종업원이 못알아듣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앱으로 글자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웃으며 주문서에 무얼 적어갔다. 샐러드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요리를 주문했다. 드디어 조지아에서 맛보는 아자리안 하차푸리 창밖을 보며 조금 기다리자 샐러드가 나왔는데 "엥 이게 뭐야?" 빼달라고 부탁한 고수가 샐러드에 잔뜩 들어있다. '이런, 못 알아들었나?' 다시 종업원을 불러 고수가 안들어간 샐러드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다행히 이번엔 제대로 왔다. 종업원이 직접 하차푸리의 계란과 치즈를 포크로 섞어주었다. "전에 먹었던 그 맛인지 먹어봐바." 탄이 크게 한입 먹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한다. 이야~ 역시 원조 하차푸리이다. 호텔에서의 식사는 우리에게 드문 일이지만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날이라 둘이서 특별한 기념식사를 오붓하게 했다. 식사 후 식당에서 새해선물이라며 종이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미니머핀을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조지아의 거리에는 모던한 이미지의 은색 원통조형물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쓰레기통이었다. 탄이 페달을 밟자 뚜껑이 활짝 열렸는데 안을 굳이 들여다본 탄이 "안이 엄청 깊어!"라며 놀랜다. 트빌리시에 얻은 숙소는 약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근처에 폐가도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집들이며 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그래도 저렴하면 다 용서가 된다. 화려한 빌딩이 있는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이런 낡은 동네가 있는 것이 의아하다. 약간 서울의 달동네같은 곳인가 싶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교제를 나눌 수도, 차 모임이나 와인 한잔 등 모임을 만들 수도 있는데 트빌리시의 이벤트 중 New year's party가 눈에 띄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둘이서만 조용히 보낸 것이 아쉬워서 새해는 여러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맞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하늘에 떠 있는 기구도 보고 새해 맞이를 위한 공연장도 구경하는 등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 골목골목마다 조명이 환하게 켜있어서 밤에 다니는 것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름답게 된 불빛들에 언덕길도 힘든 줄 모르고 걸어 드디어 모임 장소인 2ton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오늘 스케줄은 저녁 8시쯤 만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얼굴을 익히고 트빌리시 명소를 함께 걷다가 새해가 되는 0시에는 광장에서 함께 불꽃놀이와 행사를 구경하는 것이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벌써 20명 이상 모여있었고 식당이 너무 분주해 음식 주문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저녁은 그냥 포기하고 맥주 2잔만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된 소개같은게 어려워 그냥 자리만 겨우 마련해 껴 앉았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해서 한동안 뻘쭘해했다. 맥주가 오고 옆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집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어 압둘과 왓앱을 교환하고 이집트 입국과 이집트에서 꼭 가볼 곳 등을 폭풍 질문했다. 압둘은 매우 친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 모임의 주선자는 트빌리시에 사는 프란츠란 친구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각자 계산을 하고 나와 시내를 함께 걷기 시작했다. 30명 가까이 되는 꽤 큰 모임이다. 도시 곳곳의 조명이 화려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막 따라가기만 해도 즐겁다. 프란츠는 스마트폰에 카우치 서핑 글자를 네온으로 써서 높이 들고 다니며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올 수 있도록 했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꾸며놓은 조명이 머리위에서 반짝였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 맞이를 위해서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런 축제 분위기로 새해를 맞는 것은 우리에게는 처음이었다. 새해를 맞는 가장 멋진 곳이 조지아 트빌리시인 것 같다. 친구들의 안내로 도시 곳곳의 멋진 명소들을 다닌다. 우리끼리라면 엄두도 못냈을텐데 너무너무 안심되고 즐겁다. 시청같은 곳 앞의 거대한 트리도 보고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유럽풍 건물들도 지난다. 길가의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몇번은 바로 옆에서 펑터져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오늘은 다 용서해야 할 것 같다. 온 도시가 온통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듯하다. 한참 걷다가 잠시 멈추어 쉬면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국, 인도, 일본, 러시아, 벨기에,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 치킨이야기를 하거나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코리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다. 우리와 이야기해보려 차례를 기다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참 희안한 경험이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90년대에는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동양인이라 무시당하고 왕따당하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달라졌는지 참 놀랍고 기분 좋았다. 우리 일행들은 그래피티가 가득한 지하통로를 지나고 강위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우리 숙소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곳으로 아까 약속장소로 갈때 지나갔던 곳이었기에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는 것이 완전 다행이라 생각했다. 새해까지는 아직 1시간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폭죽소리가 전쟁난것처럼 터진다. 새해가 되기 30분전 광장이 온통 인산인해다. 우리 일행들은 한쪽에 모여서 자리를 잡고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한 폴란드 친구가 한국사람과 통화하고 싶어하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부탁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준비해온 샴페인을 나누기도 하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준비했다. 이곳 풍습에 새해에 소원적은 종이를 태워 샴페인에 섞어 마시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소원을 적을 종이를 받았다. 이번 여행이 사고없이 무사히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빌어 태우고 샴페인에 재를 넣었다. 엄청난 폭죽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것을 바라만 봐도 황홀하고 행복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폭죽이 터지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드디어 새해가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카운트다운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어 조금 아쉬웠다. 새해가 되자 폭죽은 절정에 다다랐고 다들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며 서로에게 해피 뉴이어를 빌어주었다. 나는 감격에 차서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수 있게 해준 프란츠에게 감사를 전했는데 이미 많이 취해버려서 이친구가 내 이야기를 기억할까 싶었다. 정말 생애 최고의 새해맞이로 기억에 남았다. 트빌리시에서 새해를 맞은 후 우리는 조지아까지 바쁘게 긴 거리를 이동한 피로를 풀고싶었지만 트빌리시는 숙박비도 비싸고 까브리를 잘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지아에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바투미라는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기로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45hHD8rK8VU?si=6mdhY-xF1QZItYn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05 15:36:1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우리가 비슈케크에 도착했을 때는 9월초였다. 원래 우리는 이곳에 일을 하려고 잔뜩 각오를 하고 왔던터라 관광에 대한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만나는 현지에 사시는 분들마다 키르기스에 왔는데 이슥쿨 호수는 꼭 가야한다고, 그것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추워지니 수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어서들 가라고 재촉을 하셨다. 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하며 궁금증이 생겼고 올해는 여름이 지나도록 물가에 한번 가본 일이 없던 차에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여행때마다 항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 투명튜브를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사 제쳐두고 또 함께 일하실 분들의 환송을 받으며 "얼른 다녀올께요~!" 하며 이슥쿨호수로 출발했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의 이슥쿨 호수. 내륙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휴양지라고 한다. 간만의 물놀이 생각에 설레어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했다. 가는 길 길가에는 마치 과일도매시장같이 수박이며 각종 여름과일들이 가득가득 진열된 노점상들이 길게 줄지어 있어 과일귀신인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몇일전 현지분과 시장에 갔던 경험을 살려 맛있다고 들은 복숭아와 그나마 알고있는 귤처럼 보이는 과일을 무지 저렴하게 샀다. 좋아하는 과일까지 가득 싣고 물놀이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한참을 달리니 인가는 사라지고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오 이제 시작인건가?' 하고 생각했다. 이슥쿨 호수가 유명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해발 1600m 높이에 있는 산정호수라는 것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0m정도이니 호수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금기가 많은 짠물 호수라고 한다. 이미 카자흐스탄의 발하슈 호수에서 짠물의 호수를 한번 겪어봐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처음엔 호숫물이 짜다는 것이 매우 이상했었다. 길이 험해지고 오르막이 계속되자 곧 호수가 보일것 같이 두근두근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빨리 김칫국을 마셨나보다. 호수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길옆으로 옥색빛이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살이 매우 세차게 흘러서 래프팅하면 딱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산과 산 사이 계곡옆길을 가다보니 보이는 것은 민둥산 밖에 없다. 기후가 건조해서 나무가 잘 못 자라는 건가 왜 식물이 거의 없는지 궁금했다. 산지를 한참 지나자 다시 평지가 나왔다. 역시 호수는 아직도 멀었다. 공사 중인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드디어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올라 호수의 첫번째 목적지인 선착장에 도착했다. 하루에 2번 배가 뜨는데 혹시나 했던 11시 배는 이미 놓쳤고 3시 배는 출발 30분 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어차피 놓친거 "에잉, 그냥 잘 되었다." 하고 차에서 여유 있게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고 좀 쉬다가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배에 가져갈 튜브 등을 준비했다. 약간 동네장사 느낌으로 간이매점같은 곳 앞 파라솔아래 앉은 사람이 종이로 대충 만든 표를 팔고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착장에 배가 여러대가 있었는데 우리가 탈 배가 무언지 몰라 또 어리버리하다가 남들 가는대로 따라가 표를 내밀어 탈 수 있었다. 작지 않은 배에 우리말고도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 좋았다. 오랜만의 뱃놀이, 물놀이에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배가 출발하자 끝없이 펼쳐진 호수가 호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넓어 마치 바다같다. 물빛도 맑고 아름다와 어서 뛰어들고만 싶어진다. 이 맑고 깨끗한 물이 제발 오염되지 않기를 저절로 바라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에 다다르자 배가 멈추었다. 이제 수영 타임! 배에서 나눠주는 빨간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가지고 물에 퐁당 뛰어들었다. 튜브를 준비해온 건 우리밖에 없지만 창피해 하지 않고 뻔뻔하게 놀기~ㅎㅎ 햇살이 따가와 파라솔 대신 준비한 양산도 있었지만 차마 그것까지 펼 용기는 나지 않아 그냥 넣어뒀다. 하루라도 더 일찍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이야기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따사로운 햇살과 수온이 물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맑고 파란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고 거기에 더 기가 막힌 것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멋진 산맥이 만드는 풍경. 푸르른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들 아래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맥을 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다른 어떤 곳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탄과 붙잡기 놀이며 장난을 치고 또 풍경을 보고 놀다보니 배에서 이제 올라오라고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쉬운 마음에 늑장을 부리다가 민폐는 안될 정도로 제일 늦게 배에 올랐다. 배에서 젖은 옷을 간단히 갈아입고 이때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그것! 수영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캔! 크아~ 주변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출발 전 현지분들이 지도를 보며 열심히 알려주신 차박하기 좋은 곳을 찾아갔다. 들어가는 길이 좀 울퉁불퉁 험했지만 도착해보니 주차할만한 장소도 잘 정비되어있고 호수변에 모래사장이 있어 물놀이 온 현지인들도 적당히 있고, 평화롭게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안심이 되고 좋았다. 마치 바닷가처럼 모래사장도 있고 수심도 얕아 물놀이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물속 모래에서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조개라도 사는 것일까? 물가에서 발만 조금 담그고 놀다가 오전에 네댓시간 운전하고 온데다 낮에 배타고 한 물놀이가 힘들었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 더 재미있게 놀자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엔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일어나 호수를 보며 아침을 먹고 어제의 짧은 물놀이가 아쉬워 본격적으로 물을 즐겨보기로 했다. 남들처럼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고 캠핑용 의자도 펴고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튜브침대를 가지고 물에 들어갔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낌 없이 원하는 대로 튜브에 누워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물위에 동동 떠있으니 따뜻한 공기에 시원한 바람에 둥실둥실 기분이 최고였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호강이다 싶다. "시로표 워터파크 개장이요!" 하며 튜브 위에 앉은 탄이를 뱅글뱅글 돌려주었더니 얼른 교대해서 나에게도 해줄 생각은 안하고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고 있다. 이번엔 내차례라고 탄이를 밀어내니 착하게도 열심히 놀이기구가 되어주었다. 탄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담고싶다며 드론을 띄웠고 하늘 위에서 보는 이슥쿨호수의 광경은 더욱 더 아름답게 보였다. 어제부터 호수에서 물놀이 하고나서 씻지를 못한 것이 계속 찝찝했는데 근처에 온천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개운하게 씻을겸 찾아갔다. 입구에서 이용료를 내야하는데 러시아어로 된 가격표가 A4용지에 한가득이다. 대체 뭘 선택해야하는 거야? 번역앱을 통해 보아도 무슨 닥터피쉬나 마사지 등 옵션이 다양하게 있는것 같긴한데 확실히 어떻게 되는 건지 파악이 안된다. 결국 가장 저렴한 기본가격인 350솜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보니 닥터피쉬 같은건 보이지 않아서 기본으로 들어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온천이라고 해서 한국의 워터파크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들어가보니 야외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탕이 여러개 있는 것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온도가 너무 뜨거운 탕이 많아서 한곳에 오래 있기가 힘들었고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썬배드에서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한국은 이런 썬배드 이용도 다 따로 돈을 받는데 다행히 여기는 안에서 추가금을 받는 건 없어서 좋다. 충분히 온천욕을 했다 싶어 이제 씻고 나가려고 하는데 헐.. 목욕시설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워터파크 생각을 하고 야외 온천탕과는 별개로 여탕, 남탕이 있을테니 뜨끈한 물에 머리도 감고 옷에 소금기도 좀 빼고 개운하게 씻어야지 했는데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써있는 야외에 찬물만 나오는 샤워기 6개가 끝이었다. 기대와 너무 달라서 좀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소금기없는 맑은 물로 씻은 것이 어디냐 하고 나왔다. 씻고나자 노곤하고 출출해져서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임페리얼이란 근사한 카페였는데 참 키르기스스탄이 특이한 것이 관공서며 학교, 상점, 웬만한 빌딩들은 다 낡고 허름하고 어딘가 갈라져있거나 부서져있고 우리나라 30~40년전 모습인데 "카페"들만은 현재 한국의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별차이없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한 인테리어로 멋지게 꾸며져 마치 다른 나라에 온것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내내 이 점은 참 희안하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며 조명이 매우 훌륭한데다 음식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꽤 맛있다. 아마 우리에겐 저렴하지만 현지 사람들에겐 크게 부담되는 가격일 듯 하다. 물놀이와 온천 후 먹는 피자와 치킨과 생맥주는 아주 꿀맛같았다. 비슈케크로 돌아오는 길에 까브리도 들어갈만큼 큰 세차장을 발견했다. 사실 세차장은 매우 자주 눈에 띄인다. 키르기스스탄의 차들이 낡고 오래된 차가 많지만 사람들이 차를 매우 좋아해서 세차를 아주 열심히 한다고 한다. 우리는 원래 차가 좀 지저분해야 도둑들도 눈길을 안줄거라 생각하며 여행 떠난 후 여태껏 한번도 세차를 안하고 지내왔는데 벌레사체때문에 차가 부식될까 걱정도 되고 또 이곳에서 만날 분들께 깨끗한 인상을 드리고 싶어 드디어 세차를 하기로 했다. 글자도 모르면서 떡하니 차를 대놓고 셀프세차기 앞에서 헤메는데 다행히 옆칸에서 세차하시던 현지분이 와서 도와주신다. 몰라도 부딛치면 다 된다. 덕분에 묵은때를 깨끗이 벗겨내니 까브리가 오랜만에 뽀얀 자태를 뽐내게 되었다. "이야 너 원래 이렇게 깨끗한 차였구나?" 탄이도 시로도 까브리도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온 즐거운 이슥쿨여행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o7692AmJx0A?si=mKRolx8pcp0ox58h>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0 10:19:29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차에서만 지내기 5일째, 러시아 카우치 서핑 친구 문코네서 겨우 샤워는 한번 했지만 제대로 된 숙소에서 건강도 회복하고 쉬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다음 도시에서는 꼭 편히 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치타를 떠나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라는 울란우데를 향해 간다. 넓은 초원에 풀 뜯는 말들.. "여기는 몽골 같네" 울란우데가 가까와지자 도로옆을 따라 "셀렝가"라는 예쁜 강이 흐른다. 넓은 초원에 풀을 뜯는 말들도 여러마리 보인다. 도로면도 좋아져 운전하기가 한결 편해졌고 지금껏 보아온 작은 마을들과는 다르게 잘 사는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니 과연 큰 도시였다. 중심가에는 꽤 높은 빌딩도 여럿 보이고 몽골풍의 건물과 육교, 벽화 등이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길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 같아보여 여기가 러시아라는 사실이 잘 안 믿겨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제대로 된 숙소를 잡아 하루이틀 푹 쉬어보기 위해 검색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에어비앤비나 구글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슈퍼스타의 장사장님이 알려준 "오스트로복(Ostrovok)"이라는 숙박앱으로 주차가능, 와이파이, 주방이 있는 숙소를 찾았다. 러시아에서 우리끼리 숙소를 예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앱을 통해 숙박비까지 지불하고 나니 달랑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준다. "헉, 상세주소도 없이 전화번호만 나오네?" 좀 당황했지만 제발 주인이 영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해보니 자동응답 러시아어만 반복해서 나온다. 아마도 없는 번호라는 듯하다. 돈은 이미 지불되었는데 날린걸까, 여기서도 못쉬고 또 차에서 자야하나 낙심해서 어쩔줄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하바롭스크의 이반이 생각났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메신저 '왓츠앱(whats)으로 예약한 스샷과 전화번호를 보내며 "이게 어떻게 된건지 좀 알아봐달라"고 도움을 청해보았다. 고맙게도 이반이 바로 답을 보내주었다. 역시나 잘못된 번호란다. 아마도 집주인이 숙소등록을 할때 번호를 잘못 입력한게 아닐까 싶었다. 기다리라고 한 후 한참을 알아봐주더니 너무 반가운 답이 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예약은 잘되서 주인이 우리 문자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반의 도움으로 체크인시간보다 이른시간에 잘 안내받아 숙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8층 높이의 아파트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인듯 일반 아파트에 주방, 테이블, 소파, 침대, 넓은 방과 거실,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멋진 욕조까지!!! 아파트의 넓은 발코니에서는 울란우데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바로 옆에는 1965년에 지어진듯한 전차 종점이 있었는데 아직도 사용되는듯 전차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에서 '풀충전'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꽤 큰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듯 행복했다. 이틀간 잘 쉬고 풀충전을 하고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카우치 친구네집에 묵는 것이 좋은 경험과 인연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쁜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문화차이가 큰, 처음만난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서로 마냥 쉬운일은 아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배려하느라 신경쓸 일이 아주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숙소를 잡는 것은 누구 눈치볼 것 없이 우리끼리 편안하게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이튿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한국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비빔밥과 국수로 기분좋게 배를 채웠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고 오히려 넘쳤던 울란우데에서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 시간변경선을 두세개 지나온 듯하다. 한참 이동하다보면 스마트폰 시간이 자동차의 시계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비행기여행과는 달리 이동하며 한시간씩 시간이 빨라지는 경험이 희안하다. 시차는 걱정할 일이 없다. 바이칼 호수가 점점 가까워 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바이칼. 유명한 이름만큼 기대가 컸다. 드디어 나타난 바다같은 커다란 호수를 발견하고 "와!"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절대 호수라는 상상도 못할듯한 끝없는 수평선. 우리가 바이칼에 왔구나! 이것이 세계 최대호수 바이칼! 우리는 바이칼 호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어 호수 남쪽에 있는 "바이칼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시간변경선 덕으로 한시간을 벌었고 꽤 늦은 7시까지 한다고 해서 여유있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중에 방문하게 될 유일한 관광지일듯 싶었다. 입장료는 인당 200루블(약 4000원). 박물관에는 바이칼에 사는 동-식물들, 구전되는 이야기들, 환경생태등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고 특히 안쪽에 '사람들과 바이칼(People and Baikal)'이라는 전시공간에는 바이칼의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안내하는 직원분이 본인 휴대폰으로 영어번역을 해가며 열심히 시범도 보이고 우리가 그곳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주셨다. 사람이 살게되면 자연은 오염될 수밖에 없는걸까? 깨끗하다고만 알고있던 바이칼이 이렇게 심각한 오염이 진행중이고 수중생물들이 위협을 받고있다니 마음이 착잡했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박물관 시설이 여태껏 우리가 러시아에서 봐온 모든 것과 너무도 수준차이가 났던 것이었다. 서울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의 최첨단 관람시설에 화장실도 고급스럽고 청결하고 휴지와 비누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박물관 2층에 쇼파와 로비공간이 있어서 엄청난 바람에 거센 파도가 치는 바이칼호를 한동안 편하게 바라보았다. 야외에도 어린이들이 놀수있는 시설들이 공원처럼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친 우리는 그곳의 시설수준에 반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루 머물 생각으로 멋진 주차장에서 차박준비를 다 하고 저녁을 먹고있는데 누가 차를 두드린다. 관리하시는 직원이 이곳에서 차박은 안된다고 하시는듯ㅠㅠ... 서둘러 먹던것을 정리하고 차를 이동하니 마지막으로 나가는 우리차 뒤에서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간다. 쫓겨나 풀이 죽은 나는 여기서 멀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탄이 나가자마자 있는 호수옆 작은 공터에 차를대면 어떻겠냐고 한다.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고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어 그러기로 했다. 그날밤 거센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대비와 호수의 파도소리는 귓가를 때렸고 그 와중에 또 누가 여기서도 자면 안된다며 차를 두드리는 건 아닌가 신경이 곤두서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죽은듯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최고의 뷰라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다음날 깨어보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있었다. 바다같은 호수에 아침해가 떠서 구름사이로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박의 진수를 맛보았다. 바이칼 호수위를 해리포터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고싶은 내마음을 담아 드론을 띄웠다. 최대한 낮게 띄워달라고 탄에게 부탁했다. 대리만족이었지만 찍힌 영상을 보니 어떤 느낌일지 생생히 상상이 되어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이칼호수의 두번째 목적지인 레드샌드를 향해 출발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0PgyJHksak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15 10:14:33[파이낸셜뉴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나가사와는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손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고전 외에는 신용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인생은 짧아." (상실의 시대 中) 하지만 살아있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 좋은 점도 있다. 바로 그 작가가 아직 죽지 않고 펜을 들 힘이 남아 있다면 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언젠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다 우연히 하루키의 장편 소설 신작이 이달 6일에 한국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6일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가까운 교보문고에 들렸다. 하지만 해당 점포에는 아직 하루키의 신간이 진열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서, 하루키의 신간(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는 3분1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필자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언제나 성큼성큼 걸어가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계단의 오른편에 얌전히 서서 하루키의 책 첫장을 넘겨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사는 동네에 도착해서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페의 이름은 '카페동네 심곡점'으로 살이 너무 쪄서 손님이 만져도 귀찮아서 피하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 멋진 곳이다. 책을 읽다 마음속에서 문득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수많은 기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리뷰를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사람의 평론이나 리뷰를 만에 하나 먼저 보게될 경우 내 자신의 온전한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작가 후기가 있는 마지막 페이지는 '767p'였다. 밤을 새서 읽으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아마추어인 나보다 평론을 전공하거나 훨씬 더 훌륭한 리뷰를 써줄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각을 잡고 본격 리뷰를 쓰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상과 하루키와 연결된 나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7일 오후 10시 33분 현재 필자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767p 중 275p까지 읽기를 마쳤다. ■하루키와 04학번의 고양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4년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같이 수강신청을 하고 어울려 다니던 무리 중에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최초로 읽은 하루키의 글은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였던 것 같다. 하루키의 장편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댄스 댄스 댄스'였다. 그때 당시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동기 중에 어떤 사연으로 나보다 2살인가 3살이 많았던 여자 동기가 있었다. 다른 동기 여자아이들과 달리 확실히 화장이 능숙하고 진했다. 또 묘한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어서 다른 여자 동기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걸 그어 놓고 '용건이 없다면 굳이 말 걸지 말아 줄래. 그리고 용건이 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접근은 삼가주라'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런 눈치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그 애와 조심성 없이 말을 섞게 됐고, 그 친구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있으며, '댄스 댄스 댄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그 책을 빌려서 읽어보게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그 아이의 인상은 당시 자우림이란 그룹의 보컬이었던 가수 김윤아씨와 비슷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댄스 댄스 댄스'를 읽은 후에 나는 도서관에 있는 하루키의 소설들을 하나씩 독파해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상실의 시대'를 최고로 꼽고, 그 다음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실한데 세 번째는 조금 애매하다. 3위 후보로는 '해변의 카프카', '양을 쫓는 모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등등이 있다. 대학 신입생 당시 필자는 영문학과, 통번역학과, 영어학과 3개 과가 합쳐진 영어학부의 학부지 편집 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학기마다 한 번씩 200~300여 명 정도되는 학부생을 위해 학부지를 펴냈다. 당시 동아리를 같이 했던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어느날 내게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마광수 작가(교수)의 소설 몇 권인가를 선물로 줬었다. 마광수 작가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음란물로 간주되며 구속이 돼 감옥살이를 한 비운의 천재 작가로 유명하다. 선배가 주신 책 중에 '즐거운 사라'도 있었다. 시대를 앞서 파격적인 성애 묘사를 과감히 시도한 마광수 작가의 천재성은 느낄 수 있었지만 당시엔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문체를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성애 묘사를 하더라도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훔쳐보기와 상상하기의 줄타기 속에서 윤리적 죄의식과 거리낌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마광수 작가의 그것은 너무나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지나서 김기덕 감독의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도 마광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더 강하게 느꼈다. 인간 심연의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날 것'을 퍼다 독자의 눈 앞에 들이미는 것은 그 자체로 파괴적 예술 행위이긴 하나, 그만큼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날 것'을 '레어'가 아닌 '웰던'으로 푹 익혀서 낼 경우 예술적 충격이 줄어들게 되므로 별로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역시나 예술은 어렵다.) 1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마광수의 책을 내게 선물해준 선배는 학교 교지에 실을 원고를 청탁 받았는데 그것을 한번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내게 제안해 왔다. 별도의 원고료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과 내용은 제한이 없었고 나는 짧은 단편 소설을 하나 쓰기로 했다. 대학 1년 내내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왔으므로 알게 모르게 하루키의 문체를 흉내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당시 200매 원고지 한 장당 7000원 인가를 받았던 것 같다. 글을 써서 상금이 아닌 원고료를 받았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썼던 단편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부제는 '학교 가는 지하철의 두 고양이 소녀에 대해'였다. 소설의 첫 문단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째서 하필 고양이인가? 하지만 그건 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양이라는 말은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과 함께, 고양이적 신비스러운 힘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솜털이 반짝거리는 소녀의 하얀 목선이나, 부드럽고 적당하게 솟은 봉긋한 가슴,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는 투명 에나멜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과 같은 말처럼 고양이란 말은 나를 묘한 기분이 되게 만든다. 그렇다고 고양이란 말에 발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cat이나 ねこ라는 말도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페니스와 그것의 우리말 번역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듯이. 그리고 지금 나는 두 명의 고양이 소녀적 옆모습을 가지고 있는 소녀들의 사이에 있다. (계속)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9-07 23:13:45【파이낸셜뉴스 의정부=강근주 기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1일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민 삶이 바뀌려면 도시가 바뀌어야 한다. 도시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내 삶을 바꾸는 도시, 의정부를 만들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국회의원, 도-시의원, 각급 기관-단체장, 일반 시민, 의정부시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1부 공식행사는 김동근 시장이 ‘10년 후, 의정부는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나’를 주제로 △걷고 싶은 도시 △일자리 도시 △문화도시 △복지도시 등 의정부시정 비전을 제시했다. 김동근 시장은 단상 앞에서 취임사를 읽는 의례적인 진행방식 대신 PPT 자료 화면을 직접 넘기며 참석자에게 도시 비전을 전달했다. 김동근 시장은 “의정부시장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온 내용을 시민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전 발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1부 공식행사가 끝나고 31명 시민 참여로 만들어진 ‘의정부시민의 꿈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다양한 계층-연령으로 구성된 의정부시민이 희망하는 의정부 미래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2부에선 시민 MC(소풍가는길 신미희 단장)와 공무원 MC(자치행정과 김준영 주무관) 사회로 진행된 ‘시장에게 바란다’에서 취임식 참석자와 공무원이 적은 메시지를 소개하고 김동근 시장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신미희 단장은 “딱딱한 취임식이 아니라 시민과 소통하고 함께 의정부를 희망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달랐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장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평소 불필요한 의전과 의례적인 관행을 거부해온 김동근 시장은 시장실에 명패를 없애고 관용차도 SUV로 바꾸는 등 혁신행정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근 시장은 “도시를 혁신하려면 행정부터 혁신돼야 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관행에 질문을 던지겠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필요한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나부터 바꾸고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1일 발표한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의정부시민 여러분, 민선8기 의정부시장 김동근입니다. 도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17%을 넘어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전염병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일상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이 90%을 넘었습니다. 10명 국민 중 9명 이상이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의 각종 인프라는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개인 노력만으로는 삶이 나아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시민 삶이 바뀌기 위해서는 도시가 바뀌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정부시민 여러분, 도시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성장 위주 관점에서 벗어나 시민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합니다. 세월 흔적과 기다림으로 이루어진 성숙한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시민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의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이며’ ‘시민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의정부를 살기 좋은 도시, 멋진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지난 몇 년간 동료들과 의정부 곳곳을 다니며 현장공부를 하였습니다.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며 수많은 주민과 만났습니다. 의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현안 해결방안과, 향후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도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진지한 논의도 진행했습니다. 존경하는 의정부시민 여러분, 이제 의정부에는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경제와 사회 패러다임, 시민이 지향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등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내 삶을 바꾸는 도시, 의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첫째, 우리 집 앞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시민이 원하는 도시는 시민이 안전한 도시, 건강한 도시, 문화도시, 생태도시, 일자리가 많은 도시입니다. 걷고 싶은 도시가 그런 도시입니다. 거리와 공원 등이 안전해야 걷고 싶습니다. 생태자원이 훌륭해야 걷고 싶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연결돼야 걷기 편합니다. 볼 것이 많은 도시라야 걷고 싶습니다. 도시 디자인이 잘 된 도시가 걷고 싶습니다. 걸으면 건강해집니다. 걷고 싶은 도시는 소상공인을 위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의정부를 자동차보다 보행자가 우선인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둘째, 청년이 떠나지 않는 일자리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현재 의정부가 당면한 큰 문제는 도시 활력 감소입니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의정부 미래는 청년에게 달려 있습니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일자리가 최고 복지입니다. 질 높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듭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용현산업단지를 스마트 산업단지로 전환시키고, 도봉차량기지를 이전해 장암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습니다. 캠프 레드클라우드에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해 의정부를 경기북부 디자인 허브도시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캠프 스탠리는 IT캠퍼스로 조성해 IT대기업을 유치하겠습니다. 반환되는 미군공여지는 의정부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겠습니다. 셋째, 일상에서 삶을 향유하는 문화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의정부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문화예술 일자리 500개를 만들고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문화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겠습니다. 공공성을 갖고 활동하는 민간영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민간 예술공간 운영을 지원하고 예술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의정부시민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동네에서 전시와 콘서트를 경험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넷째, 복지가 촘촘한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의정부에 살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건강권은 더욱 확대돼야 합니다. 장애인이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온종일 돌봄체계를 완성해 아이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아이돌봄플랫폼을 구축하고 긴급돌봄-일시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습니다. 시장직속 시니어위원회를 설치해 어르신 정책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체육시설을 확대하고 시민 체육활동을 적극 지원해 남녀노소 건강한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정부시민 여러분, 의정부를 멋진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시민이 지향하는 가치와 생활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의정부시민이 원하는 도시는 ‘회색물류도시’가 아닙니다. 변화 흐름을 읽고 시민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행정혁신을 이뤄내겠습니다.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시민에게 신뢰받는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 시스템을 갖추겠습니다. 시민을 섬기는 행정을 펼치고 시민과 협치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협치를 가장 잘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의정부는 자부심 있는 도시입니다. 의정부는 경기북부 행정, 교통, 문화, 교육, 의료 중심지입니다. 도봉산-수락산 등 명산이 있고 중랑천-백석천이 흐르는 생태도시입니다. ‘의정부’ 지명 자체에서부터 의정부는 이미 역사문화도시입니다. 경기북도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의정부를 새롭게 도약시키겠습니다. 경기북부 번영을 이끄는 중심 도시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정부시민 여러분, 열심히 뛰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에게 약속드린 도시 혁신을 하나씩 지켜나가겠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현장행정을 통해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끊임없이 경청하고 설득하겠습니다. 늘 초심을 잊지 않고, 시민을 위해 밤낮없이 달리겠습니다. 2022년 7월1일 민선8기 의정부시장 김동근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7-03 13:09:59[파이낸셜뉴스] 바디프랜드가 안마의자 체험과 아트를 접목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22일 바디프랜드는 경기 남양주 전시장에서 헬로 아트 프로젝트 그 다섯 번째 전시인 '헬로 아트 위드 장세일&김경원展'을 오는 10월 말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장세일, 김경원 작가는 동물을 주제로 현대 사회의 이면을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표현으로 다채롭게 그려내는 부부 작가다. 특히 인천 영종대교 휴게소에 설치된 장세일 작가의 '포춘베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재 조각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는데, 그 미니어처 작품이 남양주 전시장 입구에 설치돼 고객을 맞는다. 전시장 곳곳에서 그들만의 생태 환경에 적응하여 존재하는 멋진 동물들을 주제로, 장세일 작가의 'STANDARD ANIMAL' 시리즈 감상이 가능하다. 김경원 작가는 동물을 무수히 반복시킨 후 다른 형상을 만들어 내면서 대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이끄는 데 탁월하다. 바디프랜드는 '우리동네 미술관'을 콘셉트로 기존 안마의자 전시장을 아트 갤러리로 탈바꿈하는 '헬로 아트(Hello Art)' 전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하는 것은 물론, 작가가 진행하는 아트 클래스, 언택트 사생대회 등 고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이달 말 서울 대치 전시장에서는 1000개의 풍선 작품으로 이름을 펼쳤던 이동욱 작가와의 헬로 아트 콜라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특히 미공개 신작들을 최초 공개하는 동시에 소품전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서 도슨트로서 고객을 만나 작품을 설명하는 아트 클래스는 고객 반응이 뜨겁다. 일산점, 해운대점, 청담점, 송파점까지 헬로 아트 전시가 열렸던 전시장에서 진행한 아트 클래스에 참석한 고객만도 도합 100명이 훌쩍 넘는다. 10명 내외 소수 정예로 진행되는 아트 클래스에서는 작가의 강의를 토대로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져 고객 만족도가 높다. 바디프랜드 공식 캐릭터 '금손이'를 그려보는 '제 2회 키즈 아티스트' 언택트 사생대회도 진행 중이다. 바디프랜드 도곡 본사서 진행되는 금손이 도슨트 투어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드로잉 클래스를 수강한 후 집으로 돌아가 그린 본인만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면 된다. 시상은 7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미국 예술전문매체 아트넷 및 영국의료저널 BMJ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정기적인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의 조기 사망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1% 낮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바디프랜드는 고객들의 예술 참여를 통한 건강수명 10년 연장과 가치 있는 아트라이프 실현을 위한 연구소 '아트랩'을 운영 중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2-06-22 16:52:48【파이낸셜뉴스 부산=조용철 기자】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때마침 부산에선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 콘텐츠들이 여행객의 발길을 모은다. 밤이 되면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마린시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이나 상하이도 부럽지 않은 야경을 가졌다. 마린시티의 야경을 보고 있다보면 야경으로 유명한 외국의 어느 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리마다 외국 음식점은 물론이고 고풍스러운 카페와 주점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부산의 도심을 감싸며 시원하게 뻗어내린 산맥이 여행객들에게 울창한 숲을 선물처럼 내어주는 황령산은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등산객들에겐 숲과 바람과 하늘을 제공하고, 야경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겐 황홀한 빛의 세계를 선사한다. ■천마산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 부산 서구에 있는 천마산로에 오르면 하늘과 바다를 아우르는 풍경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천마산로에는 도심을 아득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이 '하늘산책로', '천마산하늘전망대', '누리바라기전망대', '부산항전망대' 등 4곳이나 된다. 지난 2019년 '천마산 산복마을 흔적길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천마산로는 여행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산복도로의 옛 정취는 간직하되 말끔한 모습을 더했다. 현재 천마산로 일대에는 조명과 보행 데크 등이 설치돼 있어 안전한 밤 산책이 가능하다. 천마산 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산동네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감정이 일렁인다. 천마산하늘전망대의 풍경은 천마산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천마산하늘전망대는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로도 쓰였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조형물이 여행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천마산하늘전망대는 부산 원도심과 부산항 일대를 굽어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에게 '사진 맛집'으로 평판이 높다. 천마산하늘전망대의 정면에선 영도 봉래산과 이기대수변공원이, 왼쪽으로는 영도대교, 부산항대교, 부산타워(용두산공원)다, 오른쪽으로는 남항대교의 풍경이 펼쳐진다. 낮이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함께 펼쳐지는 풍경으로, 밤이면 별빛처럼 반짝이는 야경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천마산하늘전망대뿐 아니라 천마산로에 있는 다른 전망대에도 전망대마다 풍경이 다른 만큼 느낌도 새롭다. 사실 어느 곳이라도 천마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시선을 뺏기다보면 밤이 깊어 가는줄도 모른다. ■별빛처럼 쏟아지는 야경, 마린시티 요트투어 부산의 시그니처이자 도시의 화려함을 응집시킨 마린시티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광안대교, 푸른 바다가 조화롭게 만들어낸 풍경이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든다. 사시사철 마린시티 앞바다를 유유자적 오가는 요트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관광객을 태우고 요트투어를 하는 배들이다. 요트투어는 마린시티를 꼭 방문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요트를 타고 가다보면 육지에서 멀리 바라보던 광안대교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요트투어에서 대체로 인기 있는 시간은 오후 7시께에 있는 '선셋타임'이다. 주간보다는 야간 요트투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밤바다에서 바라보는 마린시티와 광안대교는 황홀하다. 요트가 광안대교를 향해 나아갈수록 눈 앞의 풍경도 점점 화려해진다. 부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사진' 찍기는 필수 코스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인싸'의 느낌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감성 레포츠 여행인 요트 투어에서 별빛처럼 쏟아지는 도시의 밤 풍경과 광안대교를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보자. ■부산 야경의 백미, 황령산 전망대 '황령산 전망대'는 사랑을 키우는 연인들이라면 한 번씩은 가본다는 부산의 명소다. 황령산은 부산진구, 연제구, 수영구, 남구 등 부산의 4개 구에 걸쳐져 있는 만큼 부산의 중심부에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황령산은 산행의 상쾌함을 즐기는 사람에겐 나무와 바람을 내어주고 여행의 낭만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송신탑과 전망대를 밝히고 있는 아늑한 불빛은 산 아래로 펼쳐진 부산을 매혹적으로 포장한다. 발 아래에 세상을 둔 느낌과 눈 앞에 펼쳐진 해운대, 광안리, 연산동, 동래의 모습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황령산 전망대에서 나무 데크를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봉수대 전망대가 나온다. 봉수대 주변에는 산책로 및 탐방로도 잘 정비돼 있다. 봉수대는 조선시대 때 군사적 목적의 통신 시설이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신호를 보냈다. 이제는 많은 커플이 이곳에서 호감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특히 황령산 전망대는 부산 야경의 백미라고 불릴 수 있는 명소이자 부산의 화려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F1963' 와이어공장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옛것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탄생한 'F1963'도 부산의 또다른 핫플레이스다.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공간으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탄생했다. 원래는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었으나 2016년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F1963의 낮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밤에 와서 가장 놀라는 장소는 '1963 브릿지'다. 고려제강 본사 주차장에서 F1963 스퀘어로 연결되는 다리로 낮과는 상이한 반전매력을 가졌다. 바람이 댓잎에 부딪히는 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다시 나가본다. 맹종죽 숲 '소리길' 앞에 서자 신비로운 길 하나가 열린다. 소리길 양옆으로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서 대나무의 향긋함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테라로사 수영점은 F1963 내 입점해있는 커피숍으로 독특한 내부 분위기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06-16 18:05:31내가 살고 싶은 곳은 강남이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강북도 아니다. 최근 집값 때문에 벌어진 난리 법석을 보면서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해 봤다.내게는 한살 아래 외사촌 동생이 있다. 그는 20대 초반에 어찌어찌 저 스위스 취리히로 이민을 갔다. 그의 타국 생활 15년쯤 되던 1990년, 스위스에 갈 일이 생겨 그를 만났다. 영세중립국, 알프스로 상징되는 스위스에 사는 아우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는 세계적인 회사에 다녔고, 간호사 아내에 아들과 딸을 둔 행복한 가장이었다. 20년 만에 만나 회포를 풀던 중에 아우가 불쑥 내게 물었다. "형, 서울 아파트 값이 1억이 넘는다며, 그게 정말이야?" "그럼, 내가 사는 쪼그만 것도 1억이 훨씬 넘을 걸."갑자기 아우가 울기 시작했다."형! 나 이제 서울로 못 돌아가겠네. 아파트 값이 1억이 넘는다니 이제 영원히 못 돌아가겠네." 황당했다. 멋진 융플라우산도,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유럽 생활도 그의 향수를 잠재우진 못한 모양이다. 나는 아우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그곳의 삶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취리히는 이사를 가려면 그 동네 주민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의 평(評)과 가족들의 신상명세서를 보내면 주민들이 그걸 본 후 찬반투표를 한다고 했다. 이웃 사람들 평에는 이 동네 살면서 술 취해 전봇대에 방뇨한 적은 없는지, 자동차로 동네를 질주하거나 빵빵 크락슨 울린 적은 없는지, 층간소음으로 다툰 적은 없는지 온갖 행동거지를 기록하는 모양이다.하지만 혹독한 심사와 황당한 텃세를 통과해 일단 한 동네 사람이 되면 그 다음 날부턴 180도로 달라진다고 한다. 혹시 이사 온 집 아이가 시내에서 불량배들에게 해코지 당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에 달려가 막으며 자기 조카라며 난리를 치고 정말 친척처럼, 이웃사촌처럼 살아간다고 했다.무수한 전쟁을 겪어 영세중립을 선언한 스위스인들. 그들은 그 참혹한 전쟁을 통해서 자신이 이웃을 지켜줄 때 이웃도 자기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지켜준 역사의 가르침을 잊지 않은 듯했다. 이웃이 있어야 자신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그들의 세계관을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에야 깨닫는다.나는 지금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인사를 나누는 동네 주민은 채 열사람도 안 된다. 아파트 같은 열에 누가 사는지, 아래층 사람의 직업도, 위층 사람의 취미도 모른다. 이사 허락이나 이사 떡은 안 돌리더라도 새로 이사 온 가족의 신상명세서는 돌리는 동네,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모르지만 직업과 취미는 아는 동네, 살아가면서 이웃사촌이 되는 그런 동네에 살고 싶다. 말 나온 김에 오늘 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우리 식구 신상명세서라도 붙여놓을까 보다.이응진 한국드라마연구소장
2018-10-03 16:39:55▲ 사진=영화 '버닝' 스틸컷 배우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강렬한 만남이 담긴 영화 '버닝'이 예비관객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칸이 사랑하는 이창동 감독은 올해 열리는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또 한 번 초청되며 남다른 저력을 입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2일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임을 공고히 한 '버닝'에는 놓칠 수 없는 배우 두 명이 있다. 바로 유아인과 스티븐 연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조합이자, 2018년 가장 강렬한 만남이다. '완득이'의 고등학생, '베테랑'의 재벌 3세, '사도'의 사도세자까지 청춘의 각기 다른 얼굴들을 남다른 연기력으로 소화해온 유아인은 '버닝'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젊은이 종수로 분했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남자 벤 역을 맡은 스티븐 연 또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주얼로 등장한다. 멋진 차, 고급빌라에 살고 세련된 음식과 지적인 대화를 즐기는 벤은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담은 스틸에서는 두 캐릭터의 대비가 확연히 느껴진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의 종수(유아인 분)와 여유로운 표정의 벤(스티븐 연 분)의 대비는 '버닝'에서 느껴질 기류를 짧게나마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배우 모두 믿고 보는 연기력의 소유자인데다, 이창동 감독의 세밀한 디렉팅이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연기가 나올지 모두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유아인은 ""버닝' 현장이야말로 연기자로서 큰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전하며, 이창동 감독을 향한 신뢰를 밝혔다. 스티븐 연 역시 “과연 '버닝' 촬영 같은 경험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드는 현장이었다. 정말 끝내줬다”고 회상했다. '버닝'은 내달 개봉 예정이다.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
2018-04-17 11: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