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성수동이 영국의 유명 여행·문화 정보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다. 성수동은 25일(현지시간) 타임아웃이 공개한 올해의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 38곳 명단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아웃은 2018년부터 매년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를 선정해왔다. 타임아웃은 성수동이 "한때 가죽, 인쇄, 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서울의 가장 창조적인 동네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라고 평가하며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이어 “성수동은 붉은 벽돌로 된 창고와 오래된 공장,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하며 이제는 최신 유행 카페와 부티크, 갤러리들이 자리했다"라며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키스(KITH)의 첫 번째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와 K-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등이 오픈하면서 패션 중심지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타임아웃은 성수동을 방문하려는 사람에게 추천 코스로 "'비아트 성수'나 '슈퍼 말차'에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 뒤 수많은 빈티지·중고 상점과 부티크를 둘러보고, '할머니의 레시피'에서 점심을 먹고, '맥파이 앤 타이거'에서 차를 마셔보라"라고 권했다. 이어 "서울숲에서 신선한 공기를 즐긴 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서 수제 맥주를 마셔보라. 하룻밤 묵는다면 '호텔 포코'를 추천한다"라며 "성수동 인근 뚝섬 한강 공원에서 화려한 조명 행사인 '서울 드론 쇼'가 매년 봄과 가을에 몇 주간 열린다"라고도 소개했다. 한편 올해의 1위는 프랑스 마르세유의 '노트르담 뒤 몽'이 차지했다. 예술가들이 거주하던 이 동네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골목길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타임아웃은 평가했다. 2위에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메르스 술탄', 3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페레레난이 이름을 올렸다. 타임아웃의 여행 에디터 그레이스 비어드는 "올해 목록에 오른 동네들에는 먹고 마시기 좋은 장소와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 거리, 번성하는 공동체 등 여러 공통점이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 도시를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09-27 08:18:06<40> 이집트 '아스완' ②알 와디 알 가디드 사막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부심벨에 다녀온 아스완의 마지막 날, 배낭족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를 찾아갔다. 네비를 따라 심상치 않은 골목골목을 들어갔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서 차를 어렵게 돌려야했다. 쓰레기가 가득한 험해 보이는 동네에서 겨우 빠져나와 헤메다가 겨우 예약한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숙소는 4층 건물에 옥상에 설치한 텐트에서 잘 수도 있었고 1층 야외 공간에는 히피족들이 좋아할듯한 알록달록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고 각층의 도미토리도 깨끗한 편으로 나름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하지만 같은 방 건너 침대의 손님이 늦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메세지를 주고받고 있어서 무음이나 진동이 아닌 소리로 계속 알림음이 띵동띵동 울려 많이 불편했다. 참다참다 다가가서 무음모드로 해달라고 부탁하니 그제서야 핸드폰을 놓는다. 일찍 잠을 자서 인지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조용히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 새벽 5시에 출발한다. 아스완을 떠나 이제부터는 카이로를 향해 북쪽으로 올라간다. 남쪽으로 내려올때는 도로상태며 주행시간에 감이 안와 넉넉잡아 룩소르까지를 2박3일에 걸쳐 내려왔다. 하지만 갈때는 이집트 고속도로가 대략 파악이 되었으니 아스완에서 카이로까지 약 911km(12시간)의 훨씬 긴 거리지만 중간에 소하그에서 하룻밤 머물고 이틀에 나눠 이동할 계획이다. 소하그까지는 약 400km(5시간)걸리는데 이번에는 웨스트뱅크, 나일강 서쪽의 안가본 길로 가기로 했다. 모랫빛 사막에서 뜨는 일출은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알 와디 알 가디드(Al Wadi Al Gadid)사막을 통과한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앞쪽에 낮은 사암 언덕들이 보인다. 가까와질수록 구불구불 이어진 언덕들에서 범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도로 상태는 갑자기 안좋아져서 아스팔트에 난 구멍을 요리조리 피해야했지만 길 양옆에 인디아나 존스가 나오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협곡이 펼쳐지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와, 여기 뭐야?" 몇 천년 전의 고대문서나 유물들이 숨겨진 동굴들을 품고 있는 협곡 같았다. 기기묘묘한 지형들을 보니 옛 이집트 성전 건축가들이 왜 그런 형태의 신전과 기둥과 스핑크스들을 만들었는지 알것 같았다. 자연이 조각한 사암협곡의 형상에서 바로 고대의 건물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저런 많은 나라를 다니고 멋진 장소들을 많이 다녀봐서 웬만한 장면엔 쉽게 감탄이 나오지 않는 우리지만 이곳은 정말 도로가 좀 안좋다는 것 외엔 모래언덕과 세월과 바람이 만든 걸작을 감상하며 다닐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탄이는 이전까지 최고로 꼽았던 흑해 남부의 해안도로도 잊어버렸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기가 일등이라고 했다. 굽이굽이 커브를 돌때마다 새로운 볼거리가 펼쳐진다. 이쪽은 패키지여행으로 오면 절대 올 수 없는 곳으로 우리말고는 거의 화물차들만 지나다닌다.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를 싣고 나르는 트럭들이 옆을 지나간다. 이 근처에서 채석을 해서 이집트 각지로 나르는 것 같았다. 자유여행은 책임질 일이 많아 스트레스도 크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선물같은 풍경도 종종 만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길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마음껏 감상을 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신전이 될수도, 성벽이 될수도, 파라오 석상이나 스핑크스 석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멋진 협곡, 세월이 만든 걸작이다. 이런 멋진 볼거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강 동쪽에 있는 룩소르가 워낙 유명해서 이쪽으로는 관심갖는 사람이 없나보다.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본 많은 신전들도 볼만했지만 신이 만든 자연 그대로의 성전의 느낌이 드는 이곳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히 이 곳을 보러 이집트에 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30여분을 우와, 우와 감탄을 하며 협곡 드라이브를 했다. 오후 5시쯤 소하그에 도착했다. 인구 14만명의 제법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포장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관광지가 아닌 곳은 정부의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었다. 길가에 야채와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내렸는데 말이 안통한다. 가지고 있는 이집트 돈을 내밀고 사고싶은 것을 가리켰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작은 단위의 지폐를 내밀었었는데 딸기 400원, 오렌지 400원어치가 비닐봉투 2개 가득 묵직하다. 오렌지를 세어보니 8개나 된다. 한개에 50원? 말도 안된다. 완전 득템한 기분으로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갔다. 시장 골목을 지나고 이런 곳에 호텔이 있을리가~ 의심을 하며 찾아간 곳에 거짓말처럼 떡하니 예약한 호텔이 있었다. 다행히 주차도 가능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아 하룻밤 잘 쉬었다 갈 수 있었다. 혹시나 또 아침에 경찰이 대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긴장했지만 이곳은 민야보다 훨씬 큰 도시라서 그런지 그런 일은 없었다. 단지 시장상인들의 커다란 화물차가 우리차 앞을 막고 잔뜩 주차를 해놓아 출발이 조금 늦어졌다. 차를 빼느라 조금 애를 먹었지만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카이로를 향해 출발한다. 사막 고속도로를 달려 카이로에 도착했다. 스모그로 뿌연 공기와 공중에 날아다니는 쓰레기들을 보니 카이로에 다시 왔구나 싶다. 카이로에서의 숙소는 탄의 바람대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곳을 예약했다. 다른 숙소보다 가격이 비싸고 방 상태는 별로지만 방에서 창문을 열면 피라미드가 너무도 바로 앞에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면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앉아서 피라미드를 손에 닿을듯이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니 중동식 차와 편의점에서 팔것같은 비닐포장의 빵을 주었는데 뭐 안주는 것보다 낫다하며 피라미드 뷰를 감상하며 잘 먹었다. 저녁때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신 황선생님을 만나러 카이로 시내로 찾아갔다. 이집트에서 가장 불안하고 힘들었던 순간에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을 알려주신 고마우신 분을 실제로 뵈니 너무너무 반갑고 좋았다. 40년간 카이로에서 현지인들을 위한 좋은 사업을 하시는 사라선생님과 다른 여러 한인교민분들을 만나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카이로 국제공항에 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튀르키예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안녕 이집트. 2주간 많은 것을 보여줘서 고마워. 바쁜 일정으로 부지런히 다닌 이집트의 한달같은 12일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pTGs6PPtQb0?si=1InNLeJINEEt9501>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1 16:17:13"서울이 왜 투자하기 좋은 도시인지 해외 투자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서울의 우수혁신 기업과 벤처 생태계의 매력을 세일즈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 서울시가 지난 9월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글로벌 투자자와 서울의 혁신기업을 연계해 해외자본 유치를 지원하는 '2024 서울투자자포럼(SIF)'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4조원이 넘는 자산을 관리하는 노라 패밀리 오피스, 싱가포르 투자회사 파빌리온 캐피탈, 일본 민영방송국 TBS 산하 TBS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등 일명 '큰손 투자자'라 불리는 해외 주요 투자자 70명을 비롯해 330여명의 국내외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이해우 서울시 경제실장(사진)을 만나 지난해와 달라진 올해 서울투자자포럼의 색깔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서울시의 노력에 대해 들어봤다.이해우 실장은 10일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서울의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라며 "이에 서울투자자포럼도 이전까지는 투자운용사(GP·General Partner)와 투자기업 간의 기업설명회(IR)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해외 LP(LP·Limited Partner)까지 초청해 벤처업계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적극 지원함과 동시에 투자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LP는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으로 투자 생태계에서 가장 상위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서울투자자포럼에서는 이와 함께 투자자와 기업 간 설명·청취 방식의 단순 IR에서 벗어나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프로그램 다각화를 꾀했다. 이 실장은 "서울의 가장 창조적인 동네 중 하나로 탈바꿈한 성수동이 최근 영국의 유명 여행·문화 정보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순위에서 4위에 선정됐다"며 "포럼에 참여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K-뷰티 분야의 미래 전망 세미나와 함께 성수동 투어를 제공해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서울의 현주소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노력은 실제 외국인 투자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147억달러로 지난 2002년 107억3000만 달러 대비 37%(39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이해우 실장은 "서울의 FDI가 주로 서비스업에 집중된 가운데, 서울투자자포럼과 같은 투자전문행사는 서울의 창업·투자 생태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홍보효과 또한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설영 기자
2024-10-10 18:23:36<33> 이집트 '카이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마흐멧 가족은 늦은 밤 도착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마흐멧의 가족은 아파트의 3층에 살고 있었고, 우리에게는 6층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선 우리는 3층 마흐멧의 집으로 가서 거실에서 차를 대접받고 소개를 하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태어난지 6개월 되었다는 누나의 아들인 아기 모하메드가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안기고 무척 순한 아기였다. 눈이 신기할 정도로 크고 까매서 정말 인형같았다. 물고기 니모인형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친구와 길게 이야기도 못하고 곧 6층으로 가서 잠자리를 안내받았다. 사람이 사용한지 좀 되보이는 공간인 듯해서 치우고 정리한 후 대충 이부자리를 깔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해서 바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 조심조심 집을 나섰다. 카우치서핑에서 함께 피라미드를 보자고 제안한 미국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6시반에 출발했는데 동네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어젯밤 무서워하며 찾아온 동네가 밝을 때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혀 정비라고는 안되있는 맨 흙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낡은 아파트 건물들이 황량하게 서있는 모습에 이곳이 우범지역은 아닐까 싶어 어젯밤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멘붕상태였다. 그래도 친구가 생겼고 하룻밤 잘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피라미드를 향해 갔다. 친구의 집은 카이로 북쪽이고 남쪽의 피라미드를 가기 위해서는 카이로를 관통해서 2시간 반 가량 가야한다. 카이로에 가까이 가자 집이나 사람들이 잘 안보일 정도로 뿌옇게 보이는 것이 안개라기보다는 스모그가 아닐까 싶었다. 운전도 쉽지 않았던 것이 왕복 8차로의 도로 갓길에 사람들이 태연하게 걸어다니고, 차선이 없는 길도 많았으며 차선이 있어도 다들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자기 가고싶은 대로 차선을 무시해 달리고 있었다. 카이로의 건물들은 누런 흙색으로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는데 매우 낡아서 지은지 30~40년은 되보였다. 이와중에 탄이는 "지은지 3천년된 아파트는 아니겠지 뭐."라며 농담을 한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저 멀리 피라미드의 실루엣이 동트는 여명 속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차를 가져온 경우에는 일단 표를 먼저 구입하고 동승자는 내려서 도보로 입장하고 운전자는 따로 주차권과 함께 본인표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무래도 피라미드를 처음 보는 탄은 많이 신난 모습이다. 사실 나는 28년 전에 이미 와본적이 있어 크게 오고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탄이 꼭 가보고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 당시 카이로 시내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피라미드에 간다며 출발했는데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얼마 안가 피라미드에 금방 도착한 것이 무척 이상했었는데 이제 카이로시가 점점 커져서 아예 피라미드는 시내 번화가 안에 있게 되었다. 탄은 이런저런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주차장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데 스모그에 덮여 뿌옇기는 했지만 지대가 높아 카이로가 잘 보였다. 우리는 약속시간인 9시를 맞추기 위해 6시에 일어나 2시간반 전에 출발했는데 미국부부인 타냐와 존은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조금 늦겠다고 왓앱으로 연락을 하더니 10시 30분이 지나서 나타났다. 와서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게 끝이었다. 뭐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우리도 그냥 웃으며 지금부터의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근데 오자마자 사전에 이야기가 없던 이집트여성 가이드를 소개하며 20달러를 줘야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녀가 피라미드를 안내하며 유적에 대한 설명을 해줄거라고 했다. 우리랑 사귀고 함께 여행을 즐기려는 것 보다는 가이드비 나눠 낼 사람이 필요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많이 찜찜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한시간 반만에 비로소 입구를 벗어나 피라미드 가까이 이동을 했는데 중간에 이 부부는 또 사라져버렸다. 늦게와서 입구며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느긋하게 찍고 한참 뒤에 합류했다. 가이드분이 우리에게 이 사람들 어디갔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겨우 다 모여서 드디어 가이드분이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상한 영어 발음을 탄이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나는 웬만한 이집트에 대한 것은 다큐멘터리며 책 등을 통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녀의 이야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시간만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잠시 끊겼을 때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신께 사례를 하고 우리는 따로 다니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타냐가 말한 20달러를 줘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양심적인 가이드는 자기가 한 것이 없다며 받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약간의 사례를 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오전에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런 일로 오늘 전체의 기분을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평생 다시오기 힘든 이집트 피라미드인데, 저 사람들 따라다니며 계속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결단을 내리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우리끼리 기분좋게 피라미드를 구경하며 즐기기로 했다. 제일 큰 푸쿠왕의 피라미드에는 돈을 추가로 더 내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 들어가본적이 있는 나는 탄에게 "들어가봤자 안에 유물이라곤 다 가져가서 볼거 하나도 없고 무지 낮은 통로를 생고생하며 들어가야해."라고 얘기해주었더니 미련없이 포기한다. 두번째 피라미드로 가는 길에 있는 낮은 건물유적이며 길가에 쌓여있는 돌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게 보인다. 피라미드 공원에는 큰 피라미드가 3개, 스핑크스가 하나 있는데 조금 힘들긴 하지만 걸어서 찾아가보기로 했다. 도보가 어려운 사람들은 낙타나 마차를 타기도 했다. 날씨가 매우 맑고 겨울이라 낮에도 햇빛아래에서 걸을 만 한 기온이라 피라미드 사이를 산책하는 것은 매우 기분 좋고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한참 걷다가 언덕위에 뭔가 현대적인 건물과 광장같은 것이 있어 궁금해서 가보았다. 피라미드와 잘 어울리는 멋진 석조건물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었다. 많이 걸어서 피곤하던 차에 커피한잔 하며 쉬기 좋겠다 싶어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인테리어가 너무 예쁘고 메뉴를 보자 가격이 예상보다 그리 비싸지 않아 우리는 아예 점심식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안내된 자리는 피라미드 3개가 한눈에 보이는 야외테라스였다. 날씨도 좋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의자에 앉아 편안히 피라미드를 보며 이집트 음식을 먹다니 이거야말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최고의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주문한 이집트 정식은 빵을 주식으로 하고 콩과 감자, 계란등으로 간단하게 요리한 것들이었는데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에 취해 먹을만 했다. 손님도 많지 않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종업원들도 모두 매우 친절해서 오전에 상했던 기분이 모두 날아가버리는 듯 했다. 이곳에서의 식사와 피라미드를 앉아서 편히 구경한 기억은 평생 남을 것 같다. 식사 후에는 공원이 생각보다 많이 넓어 계속 걸어다닐 엄두가 안나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도로도 있고 군데군데 주차할 곳도 있어 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공원 내부를 차로 타고 다니는 것을 파악했다. 피라미드를 실컷 구경했으니 이제 스핑크스를 찾아볼 차례. 조금 헤메다가 드디어 어떤 언덕을 내려가는 중 스핑크스 뒤통수를 발견했다. 스핑크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마무리를 했다. 다음 목적지는 어젯밤 마흐멧이 반드시 가보라고 추천해준 2017년 개관한 이집트국립문명박물관이다. 이곳은 나도 한번도 안가본 곳이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지하 주차장이 잘 되어있다. 이집트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현대적인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서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자 조형물이며 조경이 너무너무 이집트스럽고 멋지게 잘 되어있는 박물관 광장이 나왔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기프트샵 앞의 파라오 상이 나를 유혹했지만 나올때 가기로하고 일단 전시를 구경하러 들어갔다. 내국인과 외국인 표값이 많이 차이가 난다. 외국인은 약 1만원 정도 했고 이집트사람들은 4분의 1가격이었다. 주차비도 함께 계산했다. 터널같은 복도를 지나 드디어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박물관에 들어가면 촬영을 못하게 하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이야, 개꿀!"하며 마음껏 촬영을 했다. 매우 깨끗하고 훌륭한 전시장에는 내가 정신못차릴 정도로 아름답고 역사적인 고대 이집트 유물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무덤에서 나온 각종 인형, 장신구, 토기 등 하루종일 보라고 해도 질리지 않을 흥미진진한 물건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구경했다. BC1000년경의 어떤 공주의 천 발다킨(제단이나 왕좌 위에 덮어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데 사용되는 독립형 캐노피)은 그 색과 질감이 크게 삭지 않고 남아있어 당시의 화려함에 감탄이 나왔고, 나무관, 석상, 부장품등에 섬세하게 조각되고 채색된 그림과 상형문자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문명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지하의 미이라관이었다. 인기 장소답게 줄을 서서 천천히 들어갔는데 어두운 전시실에 유리관에 누워있는 실제 파라오와 왕비들의 미이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책으로 영상으로 들어온 유명한 몇천년전 이집트왕들의 미이라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놀랍고 신기한 한편,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최고의 기술로 미이라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을 지나왔는데 결국은 전세계 사람들의 구경거리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착잡했다. 카이로 관광을 마치고 다시 마흐멧네로 돌아왔다. 저녁에 친구와 함께 외출을 했다. 마흐멧의 핸드폰을 우리 렌트카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그가 좋아하는 이집트 음악을 함께 들었다. 내가 영화에서 본 이집트 옷을 사고싶다고 말하자 마흐멧은 우리를 옷가게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몇군데를 가보았지만 내가 보았던 옷위에 걸칠만한 샤방샤방 얇은 천으로 된 아랍식 드레스는 찾을 수 없고 매우 두껍고 무거워보이는 긴 원피스만 보였다. 마흐멧에게 이야기하니 보통 아랍여자들은 절대 그런 샤방한 옷을 안입는단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판타지같은거라며 그런 것을 일반적으로 사기는 힘들거라고 했다. 옷구입은 포기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마흐멧은 어디서 배웠는지 "환.영.하.다."라는 한국말을 우리에게 자꾸 한다. 스마트 폰 번역기를 활용한 듯 하다. 이집트 시골동네에서도 한국말을 한마디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는 타진(작은 도기그릇에 고기, 야채, 소스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음식)과 마흐멧의 추천음식 몇가지를 시켰다. 현지친구가 있으면 식당에서 헤메지 않아 너무 좋다. 끈적끈적한 초록색 스프가 나왔는데 공중에서 길게 늘이며 섞는다. 이렇게 하면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뭔가 메생이같기도 하고 좀 생소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꽤 입맛에 맞았다. 탄은 비둘기요리에 도전했다. 통째로 들고 망설임없이 중간을 '앙' 뜯어먹는 모습이 산적같다. 한입 뜯으니 속이 노란 밥알로 채워져있는 것이 보였다. 맛있게 잘 먹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차와 흘러내리는 듯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었다. 너무 달지않을까 걱정했지만 따뜻하고 찬 온도차와 크게 달지 않은 맛이 조화롭게 느껴져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희안한 담배같은 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우리가 궁금해하자 마흐멧은 주문을 했다. 바로 물담배였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물담배가 좀 두렵기도 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랴 싶어 한모금 훅 들이켰는데 뭔가 희안한 향과 거부감이 들어 두번은 사양했다. 탄이도 별로 안맞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마흐멧 덕분에 현지체험을 제대로 잘한 즐거운 저녁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AcZAm4-qGqI?si=tWg9xvjqo3vg2O9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03 16:44:22"성수동은 영국 문화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고, 우리 식문화를 이끌어 가는 곳이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이곳에서 미래 고객들에게 한돈의 우수성을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겠다." 매년 10월 1일은 우리 돼지인 한돈을 알리는 '한돈데이'다. 10월 1일을 뜻하는 '1001'이 돼지코를 닮았다해서 2014년부터 시작된 기념일이다. 올해 11살을 맞은 한돈데이가 변했다. 지난해까지 주로 가격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면 올해는 유행을 선도하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10월 1~9일까지 MZ세대와 소비자를 만난다. 팝업스토어 오픈을 하루 앞둔 9월 30일 언론에 공개된 이날 행사에는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손세희 한돈자조금 위원장을 포함해 한돈 명예홍보대사인 '뽀식이 아저씨' 이용식, 배우 이세창씨 등이 참석했다. 박범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한돈 산업은 총 10조원으로 성장했다"며 "한돈은 국내 농림축산 품목 중 가장 큰 단일 품목인 만큼 이 자리가 한돈 산업이 또 한번 변화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2022년 이후로 1인당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은 60.6㎏으로 50㎏ 후반대인 쌀 소비량을 앞선다. 육류 소비 중 약 절반(30.1㎏)은 돼지일 정도로 우리 국민은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62.3%), 목심(21.3%), 갈비(9.5%), 앞다리·뒷다릿살(3.6%) 등 순이었다. 연구원이 지난 2012년 조사한 '돼지고기 속성별 소비자 선호도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를 구매할 때 △원산지 △보관형태 △신선도 △브랜드 중에서 신선도에 가장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이어 △원산지 △보관형태 △브랜드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국내산 돼지고기거나 20~30대 및 3~4인 가족 구성일 때 더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이날 팝업스토어 한 켠에는 QR코드를 통해 축산물의 추생부터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이 밖에 OX퀴즈, 한돈 수입육 레이스,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시식 거리가 다양했다. 또 하이트진로, 도드람, 팔도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마련한 시식 코너, 푸드 트럭 등에서 시식 및 체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9-30 18:08:47[파이낸셜뉴스] "성수동은 영국 문화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고, 우리 식문화를 이끌어 가는 곳이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이곳에서 미래 고객들에게 한돈의 우수성을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겠다." 매년 10월 1일은 우리 돼지인 한돈을 알리는 '한돈데이'다. 10월 1일을 뜻하는 '1001'이 돼지코를 닮았다해서 2014년부터 시작된 기념일이다. 올해 11살을 맞은 한돈데이가 변했다. 지난해까지 주로 가격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면 올해는 유행을 선도하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10월 1~9일까지 MZ세대와 소비자를 만난다. 팝업스토어 오픈을 하루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이날 행사에는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손세희 한돈자조금 위원장을 포함해 한돈 명예홍보대사인 '뽀식이 아저씨' 이용식, 배우 이세창씨 등이 참석했다. 박범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한돈 산업은 총 10조원으로 성장했다"며 "한돈은 국내 농림축산 품목 중 가장 큰 단일 품목인 만큼 이 자리가 한돈 산업이 또 한번 변화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2022년 이후로 1인당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은 60.6㎏으로 50㎏ 후반대인 쌀 소비량을 앞선다. 육류 소비 중 약 절반(30.1㎏)은 돼지일 정도로 우리 국민은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62.3%), 목심(21.3%), 갈비(9.5%), 앞다리·뒷다릿살(3.6%) 등 순이었다. 연구원이 지난 2012년 조사한 '돼지고기 속성별 소비자 선호도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를 구매할 때 △원산지 △보관형태 △신선도 △브랜드 중에서 신선도에 가장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이어 △원산지 △보관형태 △브랜드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국내산 돼지고기거나 20~30대 및 3~4인 가족 구성일 때 더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이날 팝업스토어 한 켠에는 QR코드를 통해 축산물의 추생부터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이 밖에 OX퀴즈, 한돈 수입육 레이스,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시식 거리가 다양했다. 또 하이트진로, 도드람, 팔도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마련한 시식 코너, 푸드 트럭 등에서 시식 및 체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9-30 15:07:40[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8>] 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7월말 한국을 떠나 조지아 트빌리시까지 5개월이 걸려서 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된 "하차푸리"를 드디어 원조의 나라에서 먹을 수 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위치의 한 호텔 레스토랑을 구글링으로 찾아갔다. 식당은 식물이 우거진 플랜트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였고 탑층에 있어 시내뷰를 보기에도 좋았다. 음식 주문 전에 고수를 빼달라는 조지아어를 찾아놨다. "낀지아라" 라고 하니 종업원이 못알아듣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앱으로 글자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웃으며 주문서에 무얼 적어갔다. 샐러드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요리를 주문했다. 드디어 조지아에서 맛보는 아자리안 하차푸리 창밖을 보며 조금 기다리자 샐러드가 나왔는데 "엥 이게 뭐야?" 빼달라고 부탁한 고수가 샐러드에 잔뜩 들어있다. '이런, 못 알아들었나?' 다시 종업원을 불러 고수가 안들어간 샐러드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다행히 이번엔 제대로 왔다. 종업원이 직접 하차푸리의 계란과 치즈를 포크로 섞어주었다. "전에 먹었던 그 맛인지 먹어봐바." 탄이 크게 한입 먹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한다. 이야~ 역시 원조 하차푸리이다. 호텔에서의 식사는 우리에게 드문 일이지만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날이라 둘이서 특별한 기념식사를 오붓하게 했다. 식사 후 식당에서 새해선물이라며 종이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미니머핀을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조지아의 거리에는 모던한 이미지의 은색 원통조형물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쓰레기통이었다. 탄이 페달을 밟자 뚜껑이 활짝 열렸는데 안을 굳이 들여다본 탄이 "안이 엄청 깊어!"라며 놀랜다. 트빌리시에 얻은 숙소는 약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근처에 폐가도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집들이며 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그래도 저렴하면 다 용서가 된다. 화려한 빌딩이 있는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이런 낡은 동네가 있는 것이 의아하다. 약간 서울의 달동네같은 곳인가 싶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교제를 나눌 수도, 차 모임이나 와인 한잔 등 모임을 만들 수도 있는데 트빌리시의 이벤트 중 New year's party가 눈에 띄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둘이서만 조용히 보낸 것이 아쉬워서 새해는 여러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맞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하늘에 떠 있는 기구도 보고 새해 맞이를 위한 공연장도 구경하는 등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 골목골목마다 조명이 환하게 켜있어서 밤에 다니는 것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름답게 된 불빛들에 언덕길도 힘든 줄 모르고 걸어 드디어 모임 장소인 2ton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오늘 스케줄은 저녁 8시쯤 만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얼굴을 익히고 트빌리시 명소를 함께 걷다가 새해가 되는 0시에는 광장에서 함께 불꽃놀이와 행사를 구경하는 것이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벌써 20명 이상 모여있었고 식당이 너무 분주해 음식 주문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저녁은 그냥 포기하고 맥주 2잔만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된 소개같은게 어려워 그냥 자리만 겨우 마련해 껴 앉았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해서 한동안 뻘쭘해했다. 맥주가 오고 옆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집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어 압둘과 왓앱을 교환하고 이집트 입국과 이집트에서 꼭 가볼 곳 등을 폭풍 질문했다. 압둘은 매우 친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 모임의 주선자는 트빌리시에 사는 프란츠란 친구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각자 계산을 하고 나와 시내를 함께 걷기 시작했다. 30명 가까이 되는 꽤 큰 모임이다. 도시 곳곳의 조명이 화려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막 따라가기만 해도 즐겁다. 프란츠는 스마트폰에 카우치 서핑 글자를 네온으로 써서 높이 들고 다니며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올 수 있도록 했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꾸며놓은 조명이 머리위에서 반짝였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 맞이를 위해서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런 축제 분위기로 새해를 맞는 것은 우리에게는 처음이었다. 새해를 맞는 가장 멋진 곳이 조지아 트빌리시인 것 같다. 친구들의 안내로 도시 곳곳의 멋진 명소들을 다닌다. 우리끼리라면 엄두도 못냈을텐데 너무너무 안심되고 즐겁다. 시청같은 곳 앞의 거대한 트리도 보고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유럽풍 건물들도 지난다. 길가의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몇번은 바로 옆에서 펑터져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오늘은 다 용서해야 할 것 같다. 온 도시가 온통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듯하다. 한참 걷다가 잠시 멈추어 쉬면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국, 인도, 일본, 러시아, 벨기에,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 치킨이야기를 하거나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코리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다. 우리와 이야기해보려 차례를 기다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참 희안한 경험이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90년대에는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동양인이라 무시당하고 왕따당하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달라졌는지 참 놀랍고 기분 좋았다. 우리 일행들은 그래피티가 가득한 지하통로를 지나고 강위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우리 숙소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곳으로 아까 약속장소로 갈때 지나갔던 곳이었기에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는 것이 완전 다행이라 생각했다. 새해까지는 아직 1시간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폭죽소리가 전쟁난것처럼 터진다. 새해가 되기 30분전 광장이 온통 인산인해다. 우리 일행들은 한쪽에 모여서 자리를 잡고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한 폴란드 친구가 한국사람과 통화하고 싶어하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부탁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준비해온 샴페인을 나누기도 하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준비했다. 이곳 풍습에 새해에 소원적은 종이를 태워 샴페인에 섞어 마시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소원을 적을 종이를 받았다. 이번 여행이 사고없이 무사히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빌어 태우고 샴페인에 재를 넣었다. 엄청난 폭죽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것을 바라만 봐도 황홀하고 행복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폭죽이 터지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드디어 새해가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카운트다운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어 조금 아쉬웠다. 새해가 되자 폭죽은 절정에 다다랐고 다들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며 서로에게 해피 뉴이어를 빌어주었다. 나는 감격에 차서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수 있게 해준 프란츠에게 감사를 전했는데 이미 많이 취해버려서 이친구가 내 이야기를 기억할까 싶었다. 정말 생애 최고의 새해맞이로 기억에 남았다. 트빌리시에서 새해를 맞은 후 우리는 조지아까지 바쁘게 긴 거리를 이동한 피로를 풀고싶었지만 트빌리시는 숙박비도 비싸고 까브리를 잘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지아에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바투미라는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기로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45hHD8rK8VU?si=6mdhY-xF1QZItYn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05 15:36:1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우리가 비슈케크에 도착했을 때는 9월초였다. 원래 우리는 이곳에 일을 하려고 잔뜩 각오를 하고 왔던터라 관광에 대한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만나는 현지에 사시는 분들마다 키르기스에 왔는데 이슥쿨 호수는 꼭 가야한다고, 그것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추워지니 수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어서들 가라고 재촉을 하셨다. 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하며 궁금증이 생겼고 올해는 여름이 지나도록 물가에 한번 가본 일이 없던 차에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여행때마다 항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 투명튜브를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사 제쳐두고 또 함께 일하실 분들의 환송을 받으며 "얼른 다녀올께요~!" 하며 이슥쿨호수로 출발했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의 이슥쿨 호수. 내륙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휴양지라고 한다. 간만의 물놀이 생각에 설레어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했다. 가는 길 길가에는 마치 과일도매시장같이 수박이며 각종 여름과일들이 가득가득 진열된 노점상들이 길게 줄지어 있어 과일귀신인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몇일전 현지분과 시장에 갔던 경험을 살려 맛있다고 들은 복숭아와 그나마 알고있는 귤처럼 보이는 과일을 무지 저렴하게 샀다. 좋아하는 과일까지 가득 싣고 물놀이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한참을 달리니 인가는 사라지고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오 이제 시작인건가?' 하고 생각했다. 이슥쿨 호수가 유명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해발 1600m 높이에 있는 산정호수라는 것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0m정도이니 호수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금기가 많은 짠물 호수라고 한다. 이미 카자흐스탄의 발하슈 호수에서 짠물의 호수를 한번 겪어봐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처음엔 호숫물이 짜다는 것이 매우 이상했었다. 길이 험해지고 오르막이 계속되자 곧 호수가 보일것 같이 두근두근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빨리 김칫국을 마셨나보다. 호수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길옆으로 옥색빛이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살이 매우 세차게 흘러서 래프팅하면 딱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산과 산 사이 계곡옆길을 가다보니 보이는 것은 민둥산 밖에 없다. 기후가 건조해서 나무가 잘 못 자라는 건가 왜 식물이 거의 없는지 궁금했다. 산지를 한참 지나자 다시 평지가 나왔다. 역시 호수는 아직도 멀었다. 공사 중인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드디어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올라 호수의 첫번째 목적지인 선착장에 도착했다. 하루에 2번 배가 뜨는데 혹시나 했던 11시 배는 이미 놓쳤고 3시 배는 출발 30분 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어차피 놓친거 "에잉, 그냥 잘 되었다." 하고 차에서 여유 있게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고 좀 쉬다가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배에 가져갈 튜브 등을 준비했다. 약간 동네장사 느낌으로 간이매점같은 곳 앞 파라솔아래 앉은 사람이 종이로 대충 만든 표를 팔고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착장에 배가 여러대가 있었는데 우리가 탈 배가 무언지 몰라 또 어리버리하다가 남들 가는대로 따라가 표를 내밀어 탈 수 있었다. 작지 않은 배에 우리말고도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 좋았다. 오랜만의 뱃놀이, 물놀이에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배가 출발하자 끝없이 펼쳐진 호수가 호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넓어 마치 바다같다. 물빛도 맑고 아름다와 어서 뛰어들고만 싶어진다. 이 맑고 깨끗한 물이 제발 오염되지 않기를 저절로 바라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에 다다르자 배가 멈추었다. 이제 수영 타임! 배에서 나눠주는 빨간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가지고 물에 퐁당 뛰어들었다. 튜브를 준비해온 건 우리밖에 없지만 창피해 하지 않고 뻔뻔하게 놀기~ㅎㅎ 햇살이 따가와 파라솔 대신 준비한 양산도 있었지만 차마 그것까지 펼 용기는 나지 않아 그냥 넣어뒀다. 하루라도 더 일찍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이야기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따사로운 햇살과 수온이 물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맑고 파란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고 거기에 더 기가 막힌 것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멋진 산맥이 만드는 풍경. 푸르른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들 아래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맥을 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다른 어떤 곳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탄과 붙잡기 놀이며 장난을 치고 또 풍경을 보고 놀다보니 배에서 이제 올라오라고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쉬운 마음에 늑장을 부리다가 민폐는 안될 정도로 제일 늦게 배에 올랐다. 배에서 젖은 옷을 간단히 갈아입고 이때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그것! 수영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캔! 크아~ 주변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출발 전 현지분들이 지도를 보며 열심히 알려주신 차박하기 좋은 곳을 찾아갔다. 들어가는 길이 좀 울퉁불퉁 험했지만 도착해보니 주차할만한 장소도 잘 정비되어있고 호수변에 모래사장이 있어 물놀이 온 현지인들도 적당히 있고, 평화롭게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안심이 되고 좋았다. 마치 바닷가처럼 모래사장도 있고 수심도 얕아 물놀이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물속 모래에서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조개라도 사는 것일까? 물가에서 발만 조금 담그고 놀다가 오전에 네댓시간 운전하고 온데다 낮에 배타고 한 물놀이가 힘들었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 더 재미있게 놀자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엔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일어나 호수를 보며 아침을 먹고 어제의 짧은 물놀이가 아쉬워 본격적으로 물을 즐겨보기로 했다. 남들처럼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고 캠핑용 의자도 펴고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튜브침대를 가지고 물에 들어갔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낌 없이 원하는 대로 튜브에 누워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물위에 동동 떠있으니 따뜻한 공기에 시원한 바람에 둥실둥실 기분이 최고였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호강이다 싶다. "시로표 워터파크 개장이요!" 하며 튜브 위에 앉은 탄이를 뱅글뱅글 돌려주었더니 얼른 교대해서 나에게도 해줄 생각은 안하고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고 있다. 이번엔 내차례라고 탄이를 밀어내니 착하게도 열심히 놀이기구가 되어주었다. 탄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담고싶다며 드론을 띄웠고 하늘 위에서 보는 이슥쿨호수의 광경은 더욱 더 아름답게 보였다. 어제부터 호수에서 물놀이 하고나서 씻지를 못한 것이 계속 찝찝했는데 근처에 온천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개운하게 씻을겸 찾아갔다. 입구에서 이용료를 내야하는데 러시아어로 된 가격표가 A4용지에 한가득이다. 대체 뭘 선택해야하는 거야? 번역앱을 통해 보아도 무슨 닥터피쉬나 마사지 등 옵션이 다양하게 있는것 같긴한데 확실히 어떻게 되는 건지 파악이 안된다. 결국 가장 저렴한 기본가격인 350솜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보니 닥터피쉬 같은건 보이지 않아서 기본으로 들어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온천이라고 해서 한국의 워터파크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들어가보니 야외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탕이 여러개 있는 것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온도가 너무 뜨거운 탕이 많아서 한곳에 오래 있기가 힘들었고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썬배드에서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한국은 이런 썬배드 이용도 다 따로 돈을 받는데 다행히 여기는 안에서 추가금을 받는 건 없어서 좋다. 충분히 온천욕을 했다 싶어 이제 씻고 나가려고 하는데 헐.. 목욕시설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워터파크 생각을 하고 야외 온천탕과는 별개로 여탕, 남탕이 있을테니 뜨끈한 물에 머리도 감고 옷에 소금기도 좀 빼고 개운하게 씻어야지 했는데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써있는 야외에 찬물만 나오는 샤워기 6개가 끝이었다. 기대와 너무 달라서 좀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소금기없는 맑은 물로 씻은 것이 어디냐 하고 나왔다. 씻고나자 노곤하고 출출해져서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임페리얼이란 근사한 카페였는데 참 키르기스스탄이 특이한 것이 관공서며 학교, 상점, 웬만한 빌딩들은 다 낡고 허름하고 어딘가 갈라져있거나 부서져있고 우리나라 30~40년전 모습인데 "카페"들만은 현재 한국의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별차이없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한 인테리어로 멋지게 꾸며져 마치 다른 나라에 온것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내내 이 점은 참 희안하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며 조명이 매우 훌륭한데다 음식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꽤 맛있다. 아마 우리에겐 저렴하지만 현지 사람들에겐 크게 부담되는 가격일 듯 하다. 물놀이와 온천 후 먹는 피자와 치킨과 생맥주는 아주 꿀맛같았다. 비슈케크로 돌아오는 길에 까브리도 들어갈만큼 큰 세차장을 발견했다. 사실 세차장은 매우 자주 눈에 띄인다. 키르기스스탄의 차들이 낡고 오래된 차가 많지만 사람들이 차를 매우 좋아해서 세차를 아주 열심히 한다고 한다. 우리는 원래 차가 좀 지저분해야 도둑들도 눈길을 안줄거라 생각하며 여행 떠난 후 여태껏 한번도 세차를 안하고 지내왔는데 벌레사체때문에 차가 부식될까 걱정도 되고 또 이곳에서 만날 분들께 깨끗한 인상을 드리고 싶어 드디어 세차를 하기로 했다. 글자도 모르면서 떡하니 차를 대놓고 셀프세차기 앞에서 헤메는데 다행히 옆칸에서 세차하시던 현지분이 와서 도와주신다. 몰라도 부딛치면 다 된다. 덕분에 묵은때를 깨끗이 벗겨내니 까브리가 오랜만에 뽀얀 자태를 뽐내게 되었다. "이야 너 원래 이렇게 깨끗한 차였구나?" 탄이도 시로도 까브리도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온 즐거운 이슥쿨여행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o7692AmJx0A?si=mKRolx8pcp0ox58h>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0 10:19:29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차에서만 지내기 5일째, 러시아 카우치 서핑 친구 문코네서 겨우 샤워는 한번 했지만 제대로 된 숙소에서 건강도 회복하고 쉬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다음 도시에서는 꼭 편히 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치타를 떠나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라는 울란우데를 향해 간다. 넓은 초원에 풀 뜯는 말들.. "여기는 몽골 같네" 울란우데가 가까와지자 도로옆을 따라 "셀렝가"라는 예쁜 강이 흐른다. 넓은 초원에 풀을 뜯는 말들도 여러마리 보인다. 도로면도 좋아져 운전하기가 한결 편해졌고 지금껏 보아온 작은 마을들과는 다르게 잘 사는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니 과연 큰 도시였다. 중심가에는 꽤 높은 빌딩도 여럿 보이고 몽골풍의 건물과 육교, 벽화 등이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길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 같아보여 여기가 러시아라는 사실이 잘 안 믿겨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제대로 된 숙소를 잡아 하루이틀 푹 쉬어보기 위해 검색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에어비앤비나 구글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슈퍼스타의 장사장님이 알려준 "오스트로복(Ostrovok)"이라는 숙박앱으로 주차가능, 와이파이, 주방이 있는 숙소를 찾았다. 러시아에서 우리끼리 숙소를 예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앱을 통해 숙박비까지 지불하고 나니 달랑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준다. "헉, 상세주소도 없이 전화번호만 나오네?" 좀 당황했지만 제발 주인이 영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해보니 자동응답 러시아어만 반복해서 나온다. 아마도 없는 번호라는 듯하다. 돈은 이미 지불되었는데 날린걸까, 여기서도 못쉬고 또 차에서 자야하나 낙심해서 어쩔줄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하바롭스크의 이반이 생각났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메신저 '왓츠앱(whats)으로 예약한 스샷과 전화번호를 보내며 "이게 어떻게 된건지 좀 알아봐달라"고 도움을 청해보았다. 고맙게도 이반이 바로 답을 보내주었다. 역시나 잘못된 번호란다. 아마도 집주인이 숙소등록을 할때 번호를 잘못 입력한게 아닐까 싶었다. 기다리라고 한 후 한참을 알아봐주더니 너무 반가운 답이 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예약은 잘되서 주인이 우리 문자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반의 도움으로 체크인시간보다 이른시간에 잘 안내받아 숙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8층 높이의 아파트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인듯 일반 아파트에 주방, 테이블, 소파, 침대, 넓은 방과 거실,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멋진 욕조까지!!! 아파트의 넓은 발코니에서는 울란우데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바로 옆에는 1965년에 지어진듯한 전차 종점이 있었는데 아직도 사용되는듯 전차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에서 '풀충전'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꽤 큰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듯 행복했다. 이틀간 잘 쉬고 풀충전을 하고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카우치 친구네집에 묵는 것이 좋은 경험과 인연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쁜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문화차이가 큰, 처음만난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서로 마냥 쉬운일은 아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배려하느라 신경쓸 일이 아주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숙소를 잡는 것은 누구 눈치볼 것 없이 우리끼리 편안하게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이튿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한국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비빔밥과 국수로 기분좋게 배를 채웠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고 오히려 넘쳤던 울란우데에서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 시간변경선을 두세개 지나온 듯하다. 한참 이동하다보면 스마트폰 시간이 자동차의 시계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비행기여행과는 달리 이동하며 한시간씩 시간이 빨라지는 경험이 희안하다. 시차는 걱정할 일이 없다. 바이칼 호수가 점점 가까워 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바이칼. 유명한 이름만큼 기대가 컸다. 드디어 나타난 바다같은 커다란 호수를 발견하고 "와!"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절대 호수라는 상상도 못할듯한 끝없는 수평선. 우리가 바이칼에 왔구나! 이것이 세계 최대호수 바이칼! 우리는 바이칼 호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어 호수 남쪽에 있는 "바이칼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시간변경선 덕으로 한시간을 벌었고 꽤 늦은 7시까지 한다고 해서 여유있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중에 방문하게 될 유일한 관광지일듯 싶었다. 입장료는 인당 200루블(약 4000원). 박물관에는 바이칼에 사는 동-식물들, 구전되는 이야기들, 환경생태등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고 특히 안쪽에 '사람들과 바이칼(People and Baikal)'이라는 전시공간에는 바이칼의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안내하는 직원분이 본인 휴대폰으로 영어번역을 해가며 열심히 시범도 보이고 우리가 그곳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주셨다. 사람이 살게되면 자연은 오염될 수밖에 없는걸까? 깨끗하다고만 알고있던 바이칼이 이렇게 심각한 오염이 진행중이고 수중생물들이 위협을 받고있다니 마음이 착잡했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박물관 시설이 여태껏 우리가 러시아에서 봐온 모든 것과 너무도 수준차이가 났던 것이었다. 서울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의 최첨단 관람시설에 화장실도 고급스럽고 청결하고 휴지와 비누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박물관 2층에 쇼파와 로비공간이 있어서 엄청난 바람에 거센 파도가 치는 바이칼호를 한동안 편하게 바라보았다. 야외에도 어린이들이 놀수있는 시설들이 공원처럼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친 우리는 그곳의 시설수준에 반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루 머물 생각으로 멋진 주차장에서 차박준비를 다 하고 저녁을 먹고있는데 누가 차를 두드린다. 관리하시는 직원이 이곳에서 차박은 안된다고 하시는듯ㅠㅠ... 서둘러 먹던것을 정리하고 차를 이동하니 마지막으로 나가는 우리차 뒤에서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간다. 쫓겨나 풀이 죽은 나는 여기서 멀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탄이 나가자마자 있는 호수옆 작은 공터에 차를대면 어떻겠냐고 한다.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고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어 그러기로 했다. 그날밤 거센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대비와 호수의 파도소리는 귓가를 때렸고 그 와중에 또 누가 여기서도 자면 안된다며 차를 두드리는 건 아닌가 신경이 곤두서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죽은듯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최고의 뷰라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다음날 깨어보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있었다. 바다같은 호수에 아침해가 떠서 구름사이로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박의 진수를 맛보았다. 바이칼 호수위를 해리포터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고싶은 내마음을 담아 드론을 띄웠다. 최대한 낮게 띄워달라고 탄에게 부탁했다. 대리만족이었지만 찍힌 영상을 보니 어떤 느낌일지 생생히 상상이 되어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이칼호수의 두번째 목적지인 레드샌드를 향해 출발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0PgyJHksak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15 10:14:33[파이낸셜뉴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나가사와는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손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고전 외에는 신용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인생은 짧아." (상실의 시대 中) 하지만 살아있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 좋은 점도 있다. 바로 그 작가가 아직 죽지 않고 펜을 들 힘이 남아 있다면 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언젠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다 우연히 하루키의 장편 소설 신작이 이달 6일에 한국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6일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가까운 교보문고에 들렸다. 하지만 해당 점포에는 아직 하루키의 신간이 진열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서, 하루키의 신간(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는 3분1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필자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언제나 성큼성큼 걸어가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계단의 오른편에 얌전히 서서 하루키의 책 첫장을 넘겨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사는 동네에 도착해서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페의 이름은 '카페동네 심곡점'으로 살이 너무 쪄서 손님이 만져도 귀찮아서 피하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 멋진 곳이다. 책을 읽다 마음속에서 문득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수많은 기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리뷰를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사람의 평론이나 리뷰를 만에 하나 먼저 보게될 경우 내 자신의 온전한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작가 후기가 있는 마지막 페이지는 '767p'였다. 밤을 새서 읽으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아마추어인 나보다 평론을 전공하거나 훨씬 더 훌륭한 리뷰를 써줄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각을 잡고 본격 리뷰를 쓰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상과 하루키와 연결된 나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7일 오후 10시 33분 현재 필자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767p 중 275p까지 읽기를 마쳤다. ■하루키와 04학번의 고양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4년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같이 수강신청을 하고 어울려 다니던 무리 중에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최초로 읽은 하루키의 글은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였던 것 같다. 하루키의 장편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댄스 댄스 댄스'였다. 그때 당시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동기 중에 어떤 사연으로 나보다 2살인가 3살이 많았던 여자 동기가 있었다. 다른 동기 여자아이들과 달리 확실히 화장이 능숙하고 진했다. 또 묘한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어서 다른 여자 동기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걸 그어 놓고 '용건이 없다면 굳이 말 걸지 말아 줄래. 그리고 용건이 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접근은 삼가주라'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런 눈치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그 애와 조심성 없이 말을 섞게 됐고, 그 친구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있으며, '댄스 댄스 댄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그 책을 빌려서 읽어보게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그 아이의 인상은 당시 자우림이란 그룹의 보컬이었던 가수 김윤아씨와 비슷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댄스 댄스 댄스'를 읽은 후에 나는 도서관에 있는 하루키의 소설들을 하나씩 독파해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상실의 시대'를 최고로 꼽고, 그 다음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실한데 세 번째는 조금 애매하다. 3위 후보로는 '해변의 카프카', '양을 쫓는 모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등등이 있다. 대학 신입생 당시 필자는 영문학과, 통번역학과, 영어학과 3개 과가 합쳐진 영어학부의 학부지 편집 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학기마다 한 번씩 200~300여 명 정도되는 학부생을 위해 학부지를 펴냈다. 당시 동아리를 같이 했던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어느날 내게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마광수 작가(교수)의 소설 몇 권인가를 선물로 줬었다. 마광수 작가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음란물로 간주되며 구속이 돼 감옥살이를 한 비운의 천재 작가로 유명하다. 선배가 주신 책 중에 '즐거운 사라'도 있었다. 시대를 앞서 파격적인 성애 묘사를 과감히 시도한 마광수 작가의 천재성은 느낄 수 있었지만 당시엔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문체를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성애 묘사를 하더라도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훔쳐보기와 상상하기의 줄타기 속에서 윤리적 죄의식과 거리낌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마광수 작가의 그것은 너무나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지나서 김기덕 감독의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도 마광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더 강하게 느꼈다. 인간 심연의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날 것'을 퍼다 독자의 눈 앞에 들이미는 것은 그 자체로 파괴적 예술 행위이긴 하나, 그만큼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날 것'을 '레어'가 아닌 '웰던'으로 푹 익혀서 낼 경우 예술적 충격이 줄어들게 되므로 별로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역시나 예술은 어렵다.) 1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마광수의 책을 내게 선물해준 선배는 학교 교지에 실을 원고를 청탁 받았는데 그것을 한번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내게 제안해 왔다. 별도의 원고료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과 내용은 제한이 없었고 나는 짧은 단편 소설을 하나 쓰기로 했다. 대학 1년 내내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왔으므로 알게 모르게 하루키의 문체를 흉내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당시 200매 원고지 한 장당 7000원 인가를 받았던 것 같다. 글을 써서 상금이 아닌 원고료를 받았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썼던 단편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부제는 '학교 가는 지하철의 두 고양이 소녀에 대해'였다. 소설의 첫 문단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째서 하필 고양이인가? 하지만 그건 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양이라는 말은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과 함께, 고양이적 신비스러운 힘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솜털이 반짝거리는 소녀의 하얀 목선이나, 부드럽고 적당하게 솟은 봉긋한 가슴,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는 투명 에나멜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과 같은 말처럼 고양이란 말은 나를 묘한 기분이 되게 만든다. 그렇다고 고양이란 말에 발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cat이나 ねこ라는 말도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페니스와 그것의 우리말 번역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듯이. 그리고 지금 나는 두 명의 고양이 소녀적 옆모습을 가지고 있는 소녀들의 사이에 있다. (계속)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9-07 23: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