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헌법을 위반했다며 유족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유족들이 제기한 신속한 구호조치 등 부작위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지난달 30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청구 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부적합할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하는 절차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배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국민의 생명을 구호할 의무를 진 국가가 신속하고도 유효·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작위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세월호 사고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했고, 구호조치는 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에 종료됐다"며 "이 심판청구는 구호조치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사유는 이미 종료됐으므로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봤다. 또 위헌성이 아닌 위법성 문제로 봐야 한다며 예외적 심판청구 이익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법원은 형사적으로 세월호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난구호법 위반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죄 등에 대해 판단했고, 민사적으로 대한민국이 희생자와 유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판단했다"며 "이를 통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구호조치의 위법성에 관한 구체적 판단이 이뤄졌고, 이에 관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반대의견으로 예외적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해 위헌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로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국가의 보호의무 이행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확립된 결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 심판은 "세월호 사고에 관한 형사판결과 민사판결이 확정됐으나, 이는 사고 관련자의 형사법상 범죄 성립 여부 및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라며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 되는 이 사건 심판청구와는 서로 다른 헌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6-02 19:35:51[파이낸셜뉴스] 국회가 민주유공자법과 세월호 참사 피해 지원 특별법 등 총 4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처리 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불참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4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민주유공자법은 앞서 특별법으로 제정된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이외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본인과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오는 2029년 4월 15일까지 5년 연장하는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농가를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농어업인 대표조직 설립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이 함께 통과됐다. 다만 이날 같이 본회의에 부의됐던 '가맹사업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 등 3개의 법안은 여야 및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커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날 상정되지 않은 세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시 내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표결에 국민의힘은 이 법안들이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이 본회의 부의를 강행처리 했다며 반발의 뜻으로 불참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4-05-28 18:35:06【파이낸셜뉴스 안산=장충식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16일 오후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기억식'이 진행됐다. 이번 10주기 기억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로, 유가족과 일반시민 등 2000여명이 참여해 "잊지 않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참여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상징인 노란 리본과 나비를 든 모습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은 안산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호명식으로 시작됐다. 이어 97년생 동갑내기 김지애씨의 편지가 낭독됐으며, 지애씨는 "안녕, 나는 너희와 같은 동갑내기 지애라고 해. 나는 2014년 봄 이후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어. 금방이라도 진실을 찾겠구나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라며 "너희가 왜 사라져야 하는지, 찾지도, 알지도 못하고 결국 2022년 이태원 참사가 터졌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늘이 맑을 때 너희를 기억하고 꽃이 피면 너희를 기억하며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 그곳에서 노래도, 그림도 많이 만들기를 바랄게.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억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해줘"라고 전했다. 지애씨는 단원고교 학생도, 희생자 유족도 아니지만 숨진 친구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1997년생 동갑내기다. 일반시민 4160명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추모 공연도 진행됐으며, 기억식 내내 유가족은 물론 참가자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특히 이날 기억식에는 보라색 옷을 입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 30명 등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기억식은 오후 4시 16분 울려 퍼진 추모사이렌과 함께 묵념으로 마무리됐다. 기억식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열 번째 봄이 왔지만 우리는 잊지 않겠다. 희생자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아이들이 돌아오기로 했던 금요일은 어느덧 520번이나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을 본다. 한없이 부끄럽다. 공직자라 더 부끄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역에서 유가족 등 90여명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선상 추모식을 열렸고, 진도항으로 이름이 바뀐 팽목항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 행렬이 이어졌다. 또 세월호가 출항했던 인천에서는 일반인 희생자 44명의 영정이 안치된 추모관 옆에서 추모식이 진행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4-16 16:42:28【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교육청은 16일 이정선 교육감을 비롯해 박지영 부교육감, 국·과장 등 본청 직원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 행사는 본청 1층 현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직원들은 1층 현관에 마련된 '안전한 광주교육, 행복한 사회 만들기 실천 다짐 선언문'에 304명의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붙이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언문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온 마음을 다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을 다짐하는 4개의 선언으로 이뤄졌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소중한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 아이들이 삶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학생이 중심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슴 따뜻한 세계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 실시 등이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가 별이 된 아이들에게 보내는 노래 '너를 보내고'가 흐르면서 직원 모두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선 교육감은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면서 "안전한 학교,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를 포함한 계기교육이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내실 있게 추진되도록 촘촘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광역시교육청은 15~19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계기교육 주간을 운영해 학교 현장에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아픔을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추모 글쓰기 및 문화예술 공연, 세월호 참사 사이버 추모관에 메시지 전하기 등 추모 행사가 이뤄지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교육 실시 등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4·16 의미 찾기 교육 활동이 전개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4-16 10:55:09[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권고사항들이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전히 참사는 되풀이 되고, 정부는 희생자들을 보듬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10년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며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며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다짐했다"고 운을 뗐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여전히 참사는 되풀이 되고, 정부는 희생자들을 보듬지 못한다"며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그날의 다짐과 약속이 더욱 굳건한 교훈으로 자리잡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별이 된 아이들을 가슴 속 깊이 묻은 유족들께 마음을 다해 위로를 전한다"며 "우리는 언제나 아픔에 공감하며 희망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프고 슬프기만 한 기억을 넘어 서로 손잡고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4-16 09:28:05【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오는 17일까지 일주일간 추모 기간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7일간 광교 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 국기게양대에 세월호 추모기를 게양할 예정이다. 세월호기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와 함께 노란색 바탕에 검은 리본 그림을 담고 있다. 또 도는 '1400만 경기도민 모두 별이 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탠드형 배너를 각 청사 출입구와 로비 등에 설치하고 광교 청사 지하 1층 입구와 광교중앙역 4번 출구에도 추모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사 출입구에서 노란 리본 배지를 직원들에게 배부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 1월부터 경기도 누리집 '기억과 연대' 포털 내에 세월호 10주기 온라인 추모관을 운영 중이며, 추모 기간 웹 배너를 누르면 바로가기로 연동돼 누구나 방문해 추모글을 작성할 수 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4-11 10:37:46【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오는 16일까지 세월호 희생자 추모 주간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 기간 추모 전시회와 '4·16 국민 안전의 날 안전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교육청 1층 로비에 추모 기억 공간을 마련하고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세월호 기억 작품을 전시한다. 회화 작품 15점, 솟대 조형 1점, 관객이 같이 참여하는 설치미술 1점이 전시된다. 또 이곳에는 ‘2024 기억 희망 그림 울산 학생 공모전’ 학생 당선작도 같은 기간 전시된다. ‘2024 기억 희망 그림 울산 학생 공모전’은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울산위원회’가 주관한 행사로, 울산지역 초·중·고등학생과 같은 연령대 학교 밖 청소년이 참여했다. 지난달 5일~ 이달 3일 우편으로 작품을 접수했다. 울산교육청은 이어 오는 16일 오전 9시 30분 시교육청 1층 로비와 각 사무실에서 추모 묵념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4·16 국민 안전의 날 안전 문화행사'와 관련해 각급 학교는 안전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교육과정 연계 학생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울산안전체험관에서는 학교별 안전 체험 교육을 실시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해 기억과 평화의 마음을 담아 세월호 희생자 추모·안전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4-10 18:31:37【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시민배우들이 함께 만든 수원 영통시민뮤지컬의 창작뮤지컬 '갈매기가 건져올린 소문'이 오는 14일 오후 1시와 4시 두 차례 울림터 소극장무대에 오른다. 문화공간 꿈꿈(단장 정혜영)은 창작 예술 프로젝트 영통시민뮤지컬 '갈매기가 건져올린 소문'을 공연한다고 8일 밝혔다. 수원 영통뮤지컬은 시민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예술 프로젝트 공연으로, 이번 공연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념해 제작됐다. 연출을 맡은 임오섭 작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지난 10년 동안 악의적으로 보일 만큼 은폐하고 왜곡하려 한 이유를 우리가 계속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극을 쓰게 됐다"고 작품 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수원 영통시민뮤지컬은 시민배우들이 주체가 돼 지역이야기를 창작뮤지컬로 꾸준히 공연해온 단체다. 지난 2019년 '애기똥풀꽃'을 시작으로 오백년된 영통느티나무의 이야기인 '나무아이(2020~2021)', '아파트'(2022~2023)을 등을 통해 이 시대의 더불어 사는 이웃에 관한 고민을 뮤지컬로 그려내고 있다. 기획을 맡은 김동민씨는 "진실을 외면해온 어른들을 향해 바다의 별이 된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과 눈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석 무료인 이번 공연은 13세 이상 관람 가능하고, 예매는 오는 13까지 문화공간 꿈꿈으로 신청하면 된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4-08 13:28:56[파이낸셜뉴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아버지가 미디어 활동가와 함께 직접 만든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이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오는 4월 3일 극장 개봉한다. 배급사 시네마 달과 연분홍 프로덕션에 따르면 '바람의 세월'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10년의 세월과 간절한 바람을 담은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경,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여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그중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위해 배에 탑승했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알려져 시민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그러다 세월호 침몰 이후 알려진 사실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분노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고,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세월호 참사를 말미암아 표면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생명권과 안전권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촉발하며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변화를 불러왔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됐고 저마다의 의미를 갖고 관객들과 스크린에서 만났다. '바람의 세월'은 피해자 가족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한층 뜻깊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문종택 감독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을 잃은 아버지다. 그는 2014년 여름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고,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거의 모든 일정을 카메라로 기록해 왔다. 이렇게 모인 아버지의 3654일, 5000여 개의 영상이 '바람의 세월로 재탄생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20 09:19:55[파이낸셜뉴스]재난조사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난조사기구 설치 필요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정하고 투명한 재난조사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태원참사 이후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런 요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조사과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원인조사실이 신설됐다. 하지만 포항지진, 이태원 참사 등 대형재난 발생 시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도입 이후 최근까지 사상자가 5명 이상 발생한 재난 86건 가운데 23건만 원인 조사가 이뤄졌다. 그나마 정부 합동으로 조사가 이뤄진 건 2014년 경주 리조트 붕괴와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단 2건이다. ■재난조사기구 독립성 미흡 우리나라는 각 부처별로 총 25개의 재난(사고)조사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설 재난조사기구는 항공기・철도・지하철사고를 담당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국토교통부 소속)와 해양선박사고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심판원(해양수산부 소속) 2개이며, 나머지 비상설 조사기구 등 조사기구가 분산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형태의 조사기구는 해당 사고조사의 전문성・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개별 조사기구가 각 부처에 소속되면서 조사의 객관성 및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조사기관의 독립성을 법으로 최대한 보장하고, 정책당국이나 규제당국과 완전히 분리하는 등 여러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배재현 입법조사관은 "재난조사기구를 관련 부처를 포함해 관계기관이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시키고,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난조사기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조사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등 사고조사 분석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경우에 있어서도 독립성의 문제는 늘 논쟁거리였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는 해양수산부가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시행령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는 등 위원회의 업무 수행에 있어 핵심 수단이 되는 조직 구성이 정부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독자적 인력·예산 운영기관 필요 우리나라 재난조사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상설 재난조사기구들을 부처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처음에는 부처소속 기관으로 운영하다가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점차 다양한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도 부처로부터 독립시켜 총리실 소속으로 하거나 아예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재난조사기구가 관련 부처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규제당국과 완전히 분리돼 이해충돌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 기관 및 예산 등의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의 경우 의회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확보해 조사결과의 수용성을 확보하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해외 다수의 국가들은 항공・철도・선박사고 등 교통사고, 화학사고 등 재난유형별로 별도의 조사기구를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단일한 조사기구가 모든 사건・사고를 조사하는 통합기관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대부분 관련 부처로부터 독립했거나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의 형태로 운영하는 등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재난에 대한 상설 총괄조사기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대안모델로 꼽힌다. 또 기술적 조사와 사법적 조사의 분리를 통해 조사 자체에 역량을 집중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형재난사고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적 조사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사법적 조사가 혼재돼 책임규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고와 관련된 피조사자들이 민・형사상 책임의 부담으로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다만 조사기구의 역할은 사실을 바탕으로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2024-02-18 10: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