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은#세입자책임#사생활헌납 두 달 후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 갈 예정인 세입자 A씨.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달라”는 중개업소의 요구가 못마땅하다. 갑작스러운 낯선이의 방문은 항상 부담스럽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제날짜에 무사히 받아야 할 보증금이 볼모로 잡혔다. 괜히 건물주 심기를 건드리는 것보다 불편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남의살림#보고싶지않아 B씨(男)는 이사를 위해 월세방을 보러 다녔다. 대학 주변 임대인 아주머니는 “원래 보여 줄 방이 공사 중이다“라며 구조가 같은 옆집의 현관을 거칠게 두드렸다. 여성으로 보이는 이름을 부르며 “XX 학생 안에 있어?” 하더니 아무 반응이 없자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다. 여학생은 나가고 없었다. B씨는 불편한 마음에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발길을 돌렸다. 세입자 방에 함부로 들어가는 자기중심적인 집주인과 엮이면 골치 아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계약만료 전, 임대인이 물건을 내놓으면 임차인은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공실 기간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세입자의 사생활 헌납이 필요합니다.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은 불쾌와 불편을 가져옵니다. 집주인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언가 개운치 않습니다. 집주인이 '집 보여주기'를 두고 협의를 요구하면 난감합니다. 사생활을 침해 받는 게 싫어서 거절했다가 혹시나 트집 잡히면 보증금 환수에 문제 생길까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다음에 들어올 사람을 못 구해서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으름장을 늘어놓는다면 골치가 아픕니다.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법과 상식은 세입자 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일이 복잡해집니다. 께름칙하더라도 사생활을 헌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무단으로 들어갔다면 더욱 불쾌합니다. “주거침입으로 주인을 고소하라”는 충고는 무책임하게 들릴 뿐입니다.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갈등을 키우기는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다음 임차인도 살림이 가득 찬 집을 보는 건 불리합니다. 꼼꼼히 살피기에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면적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가구가 가린 벽지와 바닥도 볼 수 없습니다. 결로 상태를 보자고 남의 집 장롱을 옮기고 장판을 들춰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이런 관습은 어떤 외국인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작년 8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일본인 오오기 히토시 씨는 한국에서 집을 구한 경험담을 선보입니다. 그는 “일본은 살던 사람이 나온 후 등록해서, 빈집만 볼 수 있다”며 “한국은 사람 사는 집에 찾아가서 집 구경을 한다. 그게 일본에서는 엄청 민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행한) 아저씨가 문을 (거칠게) 두드려 매우 놀랐다. 이는 일본 야쿠자가 돈 받으러 갈 때 쓰는 방법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야쿠자 이야기는 농담조가 섞였지만, 그는 한국 문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위와 같은 거래 문화들에 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거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2017-10-11 21:39:19대한지적공사 부산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팀 대한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정성규 주임(왼쪽)과 박흥식 팀장이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사업 현장에서 측량작업을 하고 있다. 【 부산=윤경현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는 30년 넘게 살아온 단독주택이 낡아 새로 짓기로 마음먹었다. 집을 지으려고 측량을 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땅의 경계가 옆집을 2m가량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옆집 역시 그 옆집을 똑같이 침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악의 경우 집을 못 짓거나 소송까지 벌여야 할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김씨는 이웃과 원만하게 합의했다. 토지를 재정비하거나 택지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땅의 주민등록이라할 수 있는 '지적(地籍)공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적이 잘못돼 김씨와 같이 낭패를 겪는 경우가 각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11일 대한지적공사(LX) 등에 따르면 전국의 3710만8000필지 가운데 553만6000필지(14.8%.2009년 기준)가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토지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 불부합지'다. 이 때문에 연간 수만건에 이르는 토지분쟁이 일어나고,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을 웃돌아 막대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100년 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낡은 종이지적도를 사용해온데 있다. 당시 일본은 토지 수탈과 세금 징수를 위해 대나무 줄자, 연필, 한지 등 전근대적인 측량장비와 기술을 사용해 지적도를 제작했다. 경제성에 따라 500분의 1부터 6000분의 1까지 여러 종류의 축척을 사용했고, 서울도 지역별로 축척이 달라 지적도를 연결하면 맞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이후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상당수의 지적도가 소실됐고, 종이도면이 훼손되기도 했다. 또 재작성으로 인한 정확도의 한계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많은 건물이 무단으로 신.증축돼 지적 불부합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1990년대 지적도의 전산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초기 지적도의 오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부터 '지적재조사' 사업을 시작, 오는 2030년까지 1조3000억원을 들여 잘못된 땅의 경계를 바로 잡을 계획이다. 첨단 장비를 이용해 기존의 지적공부를 새로운 디지털 지적공부로 대체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 보호는 물론 국토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지난 해까지 전국 493개 지구, 14만8885필지에 대해 지적재조사를 이미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6일 지적재조사 작업이 한창인 금련산 아래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2지구를 찾았다. 대한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박흥식 팀장(왼쪽)과 민종대 담당관이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사업 현장에서 측량작업을 하고 있다. ■한치의 오차 없는 지적도 만들기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산지하철 3호선 배산역에서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낡은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서울 같으면 벌써 재개발이 됐을 법한 동네다. 느릿한 걸음으로 20여분이 지나서야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현장에 도착했다. 새로 건설하려다 공사가 중단된 2차선 도로가 현지 사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연산2지구는 10여년 전에 지적 불부합지로 지정돼 그동안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중단된 도로공사 역시 지적재조사가 마무리돼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적불부합지로 지정되면 각종 인.허가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토지거래도 제한을 받게 된다. 동행한 지적공사 김성수 팀장이 "특히 집을 신축할 때 옆집이 내땅을 점유하고 있어도 그만큼 짓지 못하고 점유 현황대로 지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쪽 토지의 경계를 정리해주려 해도 '도미노'식으로 인접한 토지소유자 사이에서 경계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법적 근거가 없어 지금까지는 토지소유자 간의 합의가 유일한 해결방안이었다. 지난 해 1월 지적재조사가 시작된 연산2지구는 151필지에 전체 면적은 3만3843㎡, 토지소유자는 모두 142명이다. 김 팀장은 "원래는 주민동의를 얻는 게 가장 힘든데 연산2지구는 오랜 기간 불편을 겪어온 터라 2∼3개월 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측량이 끝나면 오는 7월까지 경계를 확정하고, 조정금 산정·지급 과정을 거쳐 연내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측량은 지난 해 12월부터 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박흥식 팀장(57)과 민종대 담당관(58), 정성규 주임(32)이 맡아서 하고 있다. 연제·동래·금정·해운대·수영구가 관할인 이들 셋은 6개 지구의 측량 작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연산2지구가 가장 힘든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팀장은 "다른 지구는 모두 평지지만 연산2지구는 고저차가 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힘들다"며 "부산 지역이 산비탈에 집을 많이 짓긴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하루에 측량하는 양(?)은 보통 7∼8가구 정도에 그치고, 경사도가 심하면 더 줄어들기도 한다. 박 팀장은 "우리가 측량한 것을 토대로 경계가 설정되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얼마나 많이 하는가'가 목적이 아니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일의 핵심"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들이 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지적기술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박 팀장과 민 담당관은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었고, 정 주임 역시 7년째 측량을 하고 있다. 옆에 있던 민 담당관이 "논두렁은 하단부, 평지와 담장은 중앙 등으로 경계설정 기준이 지형지물에 따라 달라지는 탓에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박 팀장은 "1+1은 2가 되는 것이 맞지만 종이 지적도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여건에 맞춰서 조정해야 하는 사례도 있어 베테랑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낡은 지적도와 실제 면적이 보통은 10∼20㎡, 많게는 60㎡ 전후로 차이가 난다. 특히 임야는 면적차이가 크다고 했다. 도면을 만들 때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임야의 경우 대부분 지적도 축척이 6000분의 1에 달한다"면서 "1m는 돼야 지적도에 나타나는데 1m가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장비보다 힘든 건 빈집 정 주임이 차에서 장비를 내리는 동시에 측량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치를 잡아주는 장비인 네트워크 RTK를 땅에 박힌 지적기준점에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제일 먼저다. 박 팀장은 "위성측량시스템(GNSS)를 사용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위치를 잡는 거라 상공 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며 "큰 건물 옆 등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거리와 방향을 재는 토털스테이션으로 멀리 있는 약 2m 길이의 폴을 조준하니 모니터에는 그대로 선이 그려졌다. 이처럼 첨단장비로 측량을 한 것은 10년이 채 안 된다. 민 담당관은 "옛날에는 줄자·분도계·연필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측량을 하고, 지적도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첨단장비를 이용하니 경사가 있어도 자동으로 수평거리를 측정해주니 아주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는 기존의 지적도를 나타내는 검은선과 새로 측량한 빨간선이 뒤섞여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검은선과 빨간선이 일치하는 게 거의 없다. 그만큼 기존의 지적도가 현실 경계와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모니터에서는 오차가 1㎝도 안 되지만 실제로는 3∼5m씩 차이가 난다"며 "연산2지구는 다른 지역보다 오차가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거운 장비를 들쳐 메고 비탈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한참 계단을 올라가더니 이번에는 한 사람이 지나기에도 벅찬 좁은 골목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골목 여기저기에 임시경계점 표지가 박혀 있다. 민 담당관은 "지구에 따라 수천수백개의 임시경계점 표자를 박는데 이를 연결하면 실제 지적도가 된다"며 "이후 토지소유주와의 협의를 거쳐 경계를 확정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앞장 서서 가던 박 팀장이 어느 집 옥상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장비를 설치했다. 뒤를 따르던 정 주임은 "이 집은 그래도 골목에서 옥상이 바로 연결돼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장비의 무게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빈집이란다. 측량을 위해 무시로 집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하는 일이지만 세입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민 담당관은 "대문 앞에서 '계십니까' 하고 큰 소리로 몇 번 외쳐도 답이 없으면 불가피하게 담을 넘어가기도 한다"면서 "간혹 경찰에 신고하는 주민이 있어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연지구에서 기준점 측량을 할 때였습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어 폴을 들고 담을 넘어갔는데 경찰차가 출동하고 아주 난리가 났더라구요. 하필이면 그 집이 여자 둘이서 사는 집이었답니다. '어떤 남자가 방망이를 들고 침입했다'고 신고가 들어간거에요. 결국 파출소까지 가서 구청에 확인을 한 뒤에야 오해를 풀었습니다." 옆에 있던 박 팀장이 "슬레이트 지붕에 올라갔다가 지붕이 무너지고, 담을 넘어가다 담장이 무너지고 해서 물어준 사례도 있지 않느냐"며 "과거 신창원이 탈주했을 때는 가방을 메고 몽둥이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니까 한 주민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이달 말이면 1차 측량은 모두 끝난다"며 "측량을 토대로 한 경계확정, 조정금 산정·지급 등 새로 지적공부를 작성하기까지는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2015-03-11 16:51:02대한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박흥식 팀장(가운데)과 민종대 담당관(오른쪽), 정성규 주임이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사업 현장에서 측량작업을 하고 있다. 대한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박흥식 팀장(가운데)과 민종대 담당관(오른쪽), 정성규 주임이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사업 현장에서 측량작업을 하고 있다. 【 부산=윤경현 기자】#.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는 30년 넘게 살아온 단독주택이 낡아 새로 짓기로 마음먹었다. 집을 지으려고 측량을 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땅의 경계가 옆집을 2m가량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옆집 역시 그 옆집을 똑같이 침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악의 경우 집을 못 짓거나 소송까지 벌여야 할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김씨는 이웃과 원만하게 합의했다. 토지를 재정비하거나 택지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땅의 주민등록이라할 수 있는 '지적(地籍)공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적이 잘못돼 김씨와 같이 낭패를 겪는 경우가 각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11일 대한지적공사(LX) 등에 따르면 전국의 3710만8000필지 가운데 553만6000필지(14.8%·2009년 기준)가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토지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 불부합지'다. 이 때문에 연간 수만건에 이르는 토지분쟁이 일어나고,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을 웃돌아 막대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100년 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낡은 종이지적도를 사용해온데 있다. 당시 일본은 토지 수탈과 세금 징수를 위해 대나무 줄자, 연필, 한지 등 전근대적인 측량장비와 기술을 사용해 지적도를 제작했다. 경제성에 따라 500분의 1부터 6000분의 1까지 여러 종류의 축척을 사용했고, 서울도 지역별로 축척이 달라 지적도를 연결하면 맞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이후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상당수의 지적도가 소실됐고, 종이도면이 훼손되기도 했다. 또 재작성으로 인한 정확도의 한계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많은 건물이 무단으로 신·증축돼 지적 불부합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1990년대 지적도의 전산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초기 지적도의 오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부터 '지적재조사' 사업을 시작, 오는 2030년까지 1조3000억원을 들여 잘못된 땅의 경계를 바로 잡을 계획이다. 첨단 장비를 이용해 기존의 지적공부를 새로운 디지털 지적공부로 대체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 보호는 물론 국토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지난 해까지 전국 493개 지구, 14만8885필지에 대해 지적재조사를 이미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6일 지적재조사 작업이 한창인 금련산 아래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2지구를 찾았다. ■한치의 오차 없는 지적도 만들기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산지하철 3호선 배산역에서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낡은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서울 같으면 벌써 재개발이 됐을 법한 동네다. 느릿한 걸음으로 20여분이 지나서야 연산2지구 지적재조사 현장에 도착했다. 새로 건설하려다 공사가 중단된 2차선 도로가 현지 사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연산2지구는 10여년 전에 지적 불부합지로 지정돼 그동안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중단된 도로공사 역시 지적재조사가 마무리돼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적불부합지로 지정되면 각종 인·허가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토지거래도 제한을 받게 된다. 동행한 지적공사 김성수 팀장이 "특히 집을 신축할 때 옆집이 내땅을 점유하고 있어도 그만큼 짓지 못하고 점유 현황대로 지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쪽 토지의 경계를 정리해주려 해도 '도미노'식으로 인접한 토지소유자 사이에서 경계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법적 근거가 없어 지금까지는 토지소유자 간의 합의가 유일한 해결방안이었다. 지난 해 1월 지적재조사가 시작된 연산2지구는 151필지에 전체 면적은 3만3843㎡, 토지소유자는 모두 142명이다. 김 팀장은 "원래는 주민동의를 얻는 게 가장 힘든데 연산2지구는 오랜 기간 불편을 겪어온 터라 2∼3개월 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측량이 끝나면 오는 7월까지 경계를 확정하고, 조정금 산정·지급 과정을 거쳐 연내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측량은 지난 해 12월부터 지적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박흥식 팀장(57)과 민종대 담당관(58), 정성규 주임(32)이 맡아서 하고 있다. 연제·동래·금정·해운대·수영구가 관할인 이들 셋은 6개 지구의 측량 작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연산2지구가 가장 힘든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팀장은 "다른 지구는 모두 평지지만 연산2지구는 고저차가 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힘들다"며 "부산 지역이 산비탈에 집을 많이 짓긴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하루에 측량하는 양(?)은 보통 7∼8가구 정도에 그치고, 경사도가 심하면 더 줄어들기도 한다. 박 팀장은 "우리가 측량한 것을 토대로 경계가 설정되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얼마나 많이 하는가'가 목적이 아니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일의 핵심"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들이 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지적기술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박 팀장과 민 담당관은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었고, 정 주임 역시 7년째 측량을 하고 있다. 옆에 있던 민 담당관이 "논두렁은 하단부, 평지와 담장은 중앙 등으로 경계설정 기준이 지형지물에 따라 달라지는 탓에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박 팀장은 "1+1은 2가 되는 것이 맞지만 종이 지적도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여건에 맞춰서 조정해야 하는 사례도 있어 베테랑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낡은 지적도와 실제 면적이 보통은 10∼20㎡, 많게는 60㎡ 전후로 차이가 난다. 특히 임야는 면적차이가 크다고 했다. 도면을 만들 때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임야의 경우 대부분 지적도 축척이 6000분의 1에 달한다"면서 "1m는 돼야 지적도에 나타나는데 1m가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장비보다 힘든 건 빈집 정 주임이 차에서 장비를 내리는 동시에 측량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치를 잡아주는 장비인 네트워크 RTK를 땅에 박힌 지적기준점에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제일 먼저다. 박 팀장은 "위성측량시스템(GNSS)를 사용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위치를 잡는 거라 상공 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며 "큰 건물 옆 등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거리와 방향을 재는 토털스테이션으로 멀리 있는 약 2m 길이의 폴을 조준하니 모니터에는 그대로 선이 그려졌다. 이처럼 첨단장비로 측량을 한 것은 10년이 채 안 된다. 민 담당관은 "옛날에는 줄자·분도계·연필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측량을 하고, 지적도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첨단장비를 이용하니 경사가 있어도 자동으로 수평거리를 측정해주니 아주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는 기존의 지적도를 나타내는 검은선과 새로 측량한 빨간선이 뒤섞여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검은선과 빨간선이 일치하는 게 거의 없다. 그만큼 기존의 지적도가 현실 경계와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모니터에서는 오차가 1㎝도 안 되지만 실제로는 3∼5m씩 차이가 난다"며 "연산2지구는 다른 지역보다 오차가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거운 장비를 들쳐 메고 비탈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한참 계단을 올라가더니 이번에는 한 사람이 지나기에도 벅찬 좁은 골목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골목 여기저기에 임시경계점 표지가 박혀 있다. 민 담당관은 "지구에 따라 수천수백개의 임시경계점 표자를 박는데 이를 연결하면 실제 지적도가 된다"며 "이후 토지소유주와의 협의를 거쳐 경계를 확정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앞장 서서 가던 박 팀장이 어느 집 옥상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장비를 설치했다. 뒤를 따르던 정 주임은 "이 집은 그래도 골목에서 옥상이 바로 연결돼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장비의 무게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빈집이란다. 측량을 위해 무시로 집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하는 일이지만 세입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민 담당관은 "대문 앞에서 '계십니까' 하고 큰 소리로 몇 번 외쳐도 답이 없으면 불가피하게 담을 넘어가기도 한다"면서 "간혹 경찰에 신고하는 주민이 있어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연지구에서 기준점 측량을 할 때였습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어 폴을 들고 담을 넘어갔는데 경찰차가 출동하고 아주 난리가 났더라구요. 하필이면 그 집이 여자 둘이서 사는 집이었답니다. '어떤 남자가 방방이를 들고 침입했다'고 신고가 들어간거에요. 결국 파출소까지 가서 구청에 확인을 한 뒤에야 오해를 풀었습니다." 옆에 있던 박 팀장이 "슬레이트 지붕에 올라갔다가 지붕이 무너지고, 담을 넘어가다 담장이 무너지고 해서 물어준 사례도 있지 않느냐"며 "과거 신창원이 탈주했을 때는 가방을 메고 몽둥이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니까 한 주민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이달 말이면 1차 측량은 모두 끝난다"며 "측량을 토대로 한 경계확정, 조정금 산정·지급 등 새로 지적공부를 작성하기까지는 앞으로 남은 일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2015-03-11 10:47:12[파이낸셜뉴스] 세입자가 집을 비운 사이에 건물주가 무단침입해 화장대 서랍, 냉장고까지 열어본 후 옷까지 훔쳐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대 세입자 A씨는 개인사정으로 두달간 집을 비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을 비추는 홈캠을 설치했고, 집을 비운 지 2주째인 지난 8일 오후 8시53분 여성 B씨가 침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B씨가 아무도 없었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와 집안 곳곳을 배회하는 장면이 담겼다. B씨는 집을 둘러보다가 냉장고로 향해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잔뜩 꺼내 들었고 화장대 서랍까지 열어보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A씨는 바로 B씨에 전화를 걸어 따졌으나 B씨는 “가스 검침 때문이었다”고 둘러댔다. 이에 A씨가 “그럼 왜 서랍과 냉장고를 열어봤느냐”고 묻자 “들어간 김에 열어봤다”라고 대답했다. 또 손에 들려있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에 대해서는 “화장품 파우치를 잘못 본 것이다”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B씨의 침입은 한 번이 아니었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새벽에도 B씨는 A씨 집에 들어왔다. 9일 새벽 2시46분 촬영된 영상에는 불을 켜지 않고 옷을 손에 쥔 채 들어온 B씨의 모습이 담겼다. A씨가 “가져간 옷은 왜 다시 가져왔냐”고 추궁하자, B씨는 “너무 미안해서 갖다 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사건 이후 B씨는 한 달 치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A씨는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며 B씨를 야간주거침입절도, 상습 절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7-12 06:4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