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가 많은가? - 특히 외도가 많이 일어나는 스포츠 동호회가 있는가? -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와 이유는 무엇인가? - 어떤 조건이 형성될 때 외도가 잘 발생하는가? - 결혼 전 바람 필 사람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면? 관상, 성격상 특징이 있는가? - 유부남, 유부녀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여자, 남자의 유형은? - 바람을 잘 피는 직업, 불륜이 많은 직업 순위도 혹시 있는가? - 바람 피우는 남편, 아내의 사전 징조 같은 것은 무엇인가? - 불륜을 들킨 사람들의 공통적인 핑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배우자가 불륜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된다고 보는가? - 외도를 막는 방법 및 외도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면?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이혼 소송 전문가인 필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하여 여러 실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답해 보고자 한다.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가 많은가? 먼저 여행지이다. 부부 일방이 남편이나 부인을 두고 혼자 여행할 때 불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환경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 자연스럽게 이성과의 새로운 만남이 생기고 안 그랬던 사람도 여행지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끌려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는 헬쓰장이나 수영장, 골프클럽 등 운동공간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남성이나 멋진 몸매의 여성들과 계속 접촉하다 보면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를 같이 치게 되면 카트를 타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동반자의 드라이버샷을 관찰하게 되는데 이때 동반자의 성격과 몸매 등을 자세히 스캔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회사이다. 사내 불륜 케이스가 꽤 많으며 다른 장소에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으면서도 극도의 스릴을 추구하며 사내 복도나 화장실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모습들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음으로는 집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전통적이면 흔한 장소는 호텔이나 모텔이다. 특히 외도가 많이 일어나는 스포츠 동호회가 있는가? 전통적으로는 산악회에서의 불륜이 많았다. 긴 시간 동안 함께 등산 코스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고 때로는 가파른 구간에서 손도 잡아주고 하면서 스파크가 일어난다고 한다. 수영동호회나 골프동호회도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마라톤동호회, 테니스동호회 및 배드민턴동호회도 자주 등장한다. 동호회에서 운동을 마친 후 회식 자리에서 불륜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동호회는 아니지만 와인동호회 역시 불륜이 자주 발생하는 동호회다. 다만 이는 필자가 사건을 통해 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이어서 객관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와 이유는 무엇인가? 단 한가지 심리나 이유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우선 첫 번째 유형은 단순한 욕망형이다. 애초에 성욕이 매우 강해 배우자 한 사람과의 관계로는 만족이 안되는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지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한다. 특히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부부 사이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은 정서 결핍형이다.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 가치관 차이, 인생관 차이 등으로 오랫동안 대화가 단절되면서 배우자와의 정서적 교류가 점점 없어지고, 그러면서 외로움을 느끼던 사람이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누군가에게 자신 또한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에 불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로부터의 사랑의 결핍이 있는 사람이 비슷한 나이 또래 남자와 결혼했다가 나이 많은 남자와 바람이 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유형은 복수형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 또한 홧김에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다. 어떤 조건이 형성될 때 외도가 잘 발생하는가? 배우자와 정서적 교감이 결여되었을 때, 속궁합이 안 맞아 성적 욕구 불만족이 심화되었을 때, 배우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거나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오랜 기간 억압당했을 때, 갱년기에 도달하여 갑자기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을 때 지속적으로 자주 접촉하던 주변 사람이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접근하면 외도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일상적인 분위기(여행지 등)를 맞이하면 자주 접촉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불륜이 시작될 때 보통 알코올 섭취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길어지면서 친밀감이 생기면 술자리는 필요 없어진다. 또한 부정행위에 대해 관용적인 환경, 예를 들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외도를 하고 있거나 외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 때 부정행위로 나아가기 쉽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결혼 전 바람 필 사람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면? 관상, 성격상 특징이 있는가? 첫 번째로 자기 중심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능 충족이 최우선인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받을 상처나 상대방의 감정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외도의 유혹이 있을 때 머뭇거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은 성향의 사람도 피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사랑을 갈망하며 자신의 가치를 외도를 통해 확인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형 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 금방 사랑에 빠지는 이른바 ‘금사빠형’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충동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 지루한 것을 못 참는 사람도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외도의 유혹에 약한 관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수많은 케이스를 경험했지만 바람피우는 관상을 따로 유형화할 만큼 의미 있는 데이터는 없었다. 유부남, 유부녀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남자, 여자의 유형은? 먼저 남자 유형을 살펴보면, 정서적인 교감을 잘 해주는 남자이다.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이해와 위로 그리고 공감을 받을 때 이성적으로 끌린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감 있고 안정감 있는 남자이다. 이러한 남자는 자신을 보호해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취미가 같고 ‘티키타가’가 잘되는 유머러스한 남자이다. 여자 유형을 살펴보면 남자를 존중해주고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대해주는 여자이다. 다음으로는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늘 밝은 에너지를 주는 여자이다. 마지막으로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여자라고 한다. 일부 남성들은 항상 자신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여성을 갈구한다고 한다. 바람을 잘 피는 직업, 불륜이 많은 직업 순위도 혹시 있는가? 많은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행위에 연류되는 일이 많다는 것은 체감상 느끼고 있으나 특정 직업군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불륜이 자주 일어나는 직업군의 요소만을 언급하면, 권력, 지위 등 매력 어필 요소가 많은 직업, 불규칙한 스케쥴이 많은 직업, 업무상 대인 접촉 기회가 많은 직업군에서 외도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바람 피우는 남편, 아내의 사전 징조 같은 것은 무엇인가? 우선 휴대폰 비밀번호 변경, 통화기록 삭제, 갑자기 휴대폰을 꺼두는 등의 이상 행동이 잦아진다. 다음으로 평소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갑작스럽게 패션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안 그러던 사람이 몰래 혼자 쇼핑을 하기도 한다. 잦은 야근, 출장, 운동 등의 핑계로 갑자기 일정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한다. 예민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대체로 외도 상대방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거나 잘 지내면 아무 일 없어도 괜히 흥얼거리며 혼자 들떠 있고, 외도 상대방과 싸우거나 문제가 생기면 괜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흡사 조울증 환자처럼 지내기도 한다. 불륜을 들킨 사람들의 공통적인 핑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처음엔 불륜이 아니라 그냥 지인이나 친구, 동료라고 둘러댄다. 만약 불륜의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면 불륜을 인정하되 그 기간이나 횟수를 축소한다.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지면 그제서야 외도 상대방과 진즉에 끝내려고 했다거나 정리 중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며 ‘내가 순간 미쳤었나봐. 상대방이 먼저 나를 유혹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말한다. 불륜 피해자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태세를 바꾸어 ‘당신이 날 외롭게 하고 안 챙겨줘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라고 하며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배우자가 불륜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함·비난·분노로 상대를 몰아세우면 대화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이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주변사람들을 회유해 거짓 정황을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감정적 폭발은 피하고, 침착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신의 냉정함은 상대방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불륜을 확신하더라도 우선 상대방의 메시지, 카톡내역, 통화기록, 차량 위치기록, 호텔 예약 등 명백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 법원이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권을 근거로 증거신청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여서 증거수집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증거를 충분히 수집한 뒤에도 그 증거들을 상대에게 한꺼번에 들이대지 말고, 일부 증거만 제시하면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불륜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조금씩 증거를 들이밀며 침착하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며 그 변명의 모순이나 비일관성을 지적하기 시작하면 결국 상대방은 불륜 전체를 자백할 것이다.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된다고 보는가? ‘바람을 안 피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바람피운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격언도 있다. 많은 케이스를 통해 살펴보면 다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륜을 저지른 사람과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불륜을 발견했음에도 여전히 배우자를 사랑해서, 나아가 여러 가지 부부공동재산이 얽혀 있어 당장 이혼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계속 같이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불륜 피해자뿐만 아니라 불륜을 저지른 사람도 꼭 전문가와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나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 모두에게 길고 험난할 것이다. 외도를 막는 방법 및 외도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늘 배우자와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 표현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공동의 목표나 취미를 세워서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방의 작은 변화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부부간의 정서적 교감이 고갈된 상태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외도를 발견한 후 이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라면 충격, 분노, 배신감 등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니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변명이나 부인, 피해자 코스프레는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 신뢰 회복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양쪽 모두 인지해야 한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신뢰 회복을 위해 불륜 피해자가 안심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상당한 기간 동안 투명한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하고 작은 약속도 잘 지켜야 한다. 불륜 피해자는 외도 경험 후 트라우마, 불안, 우울 증세를 겪을 수밖에 없으니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륜 피해자뿐만 아니라 불륜을 저지른 사람도 함께 상담을 받으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필요하면 재발 방지 계획을 함께 세워보는 것도 좋다. 외도를 유발한 원인이 있다면(소통 부족, 외로움, 환경 등)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면? 우선 불륜의 발견은 교통사고처럼 결혼한 사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았던 경우라면 이 기회에 정리하고 위자료라도 왕창 받으면서 이혼하면 된다. 그러나 배우자를 사랑하고 신뢰하였던 사람이라면 그 충격, 분노와 배신감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에 불륜을 저지른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만약 이혼을 결심한 경우라면 오히려 잘 된 것이다. 그 사람은 과거에도 외도를 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피웠을 것이며, 평생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오히려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일찍 해방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외도를 발견했음에도 여전히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드물지만 그 불륜이 ‘원타임 이벤트’로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용서하고 그 기회에 불륜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하다 보면 부부관계가 더욱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불륜을 저지를 사람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매우 길고 고통스럽겠지만 사실 부부가 오래 살아도 서로의 내면을 깊이 있게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신뢰 회복 과정을 통해 상대방 내면의 깊은 곳을 관찰하고 그의 또는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면서 더 충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6-11 09:34:21[파이낸셜뉴스] 약 20년 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폭로한 유튜버 '전투토끼'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송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유튜브 '전투토끼' 채널 운영자 3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782만3256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아내 30대 B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에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이들 중 일부 에게는 사과 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 신상까지 공개할 것이라고 협박·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충북 소재의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성폭행 사건 가해자 등 수십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남편인 A씨에게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상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가해자를 특정하고 이들을 중대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해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우리 법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 상당수는 밀양 성폭행 사건과 무관함에도 신상이 알려져 사회·경제적으로 매장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명확한 기준과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고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이들의 범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의 불충분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이 발단됐다는 점과 이들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한편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약 20년 전인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으며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냈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일부 유튜버들이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5-23 14:07:06[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래서 그런지 변호사로 나와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많은 소년재판 사건과 학교 폭력에 관련된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고 있다. 필자는 수원지방법원 소년부와 수원가정법원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가정법원의 법정은 변호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법원에 근무할 당시 학회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가정법원, 대전가정법원 및 광주가정법원 등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법정에는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변호사로 소년재판 사건을 수임하여 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각지의 가정법원 법정을 드나들게 되었고 그제야 각 가정법원마다 법정의 크기나 구조가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년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상 재판 공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에(소년법 제24조 제2항) 외부인의 법정 방청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보호소년에 대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 처분도 외부에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소년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는 소년부 판사와 법원 직원, 보호소년과 보호자 그리고 필자와 같은 보조인만 입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자 측이 심리 방청을 요청한다 해도 소년부 판사는 피해자 측으로 하여금 보호소년에 대한 심리 전에 잠깐 들어와 재판부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뿐이다. 소년재판의 경우 소년부 판사가 결정 고지 기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심리를 마친 후 보호소년과 보호자 그리고 보조인이 입정해 있는 상태에서 바로 처분을 고지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10종류의 처분이 있는데 대체로 높은 번호일수록 중한 처분으로 인식된다. 1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하는 위탁보호위원에게 소년의 지도·감독을 맡기는 처분이다. 기간은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이 소년의 생활을 감독하고 그 경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위탁보호위원은 보호자가 따로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소년과 만나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 신병불인수 위탁보호위원과 보호자가 따로 없거나 보호자의 감호에 두기에 부적당한 소년을 인수하여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주로 그룹홈 등에서 같이 생활)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나눈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보호관찰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십 시간의 상담을 받게 하는 처분이다. 3호 처분은 사회봉사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80시간(10일) 또는 160시간(20일) 등 일정 시간 동안 봉사하게 한다. 4호와 5호 처분은 보호관찰처분인데 4호는 1년, 5호는 2년으로 그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처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말 것, 야간 외출을 하지 말 것,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할 것” 등 특별준수사항을 부가하기도 한다. 6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과 마찬가지로 시설 내 처우이기 때문에 6개월간 비행소년의 신체적 자유는 제한된다. 다만 6호 시설은 소년원과 달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시설 내의 생활은 기숙사 학교와 유사한 형태이다. 7호부터 10호는 모두 소년원 처분이다. 7호 처분은 의학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소년을 6개월 동안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8호 내지 10호 처분은 모두 소년원 처분인데 그 기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8호 1개월, 9호 6개월, 10호 2년). 그런데 소년부 판사는 법정에서 “비행소년을 00호 처분에 처한다”라고 하면서 해당 처분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할 뿐 해당 처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분이고, 그 집행기관은 어디에 있고 어떠한 역할을 하며, 처분 후 보호소년이 어디에서 무슨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사실 각 가정법원의 소년재판 사건 수를 고려한다면 소년부 판사가 이러한 절차적인 부분을 법정에서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소년부 판사가 매 사건마다 보호소년이나 보호자에게 그 절차의 의미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주는 열정을 보이더라도 소년재판이 처음인 보호소년과 보호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장소인 법정에서 짧은 시간에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은 소년재판이 익숙하지 않은 변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 역시 가정법원으로 전보되어 소년부 판사로 몇 개월 근무하면서 여러 사건을 처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각 처분의 의미와 그 처분의 실질적 효과 및 각 집행기관의 구체적인 역할을 알게 되었다. 소년재판 과정이 매주의 루틴으로 익숙해진 소년부 판사와 그 과정이 처음이어서 낯선 보호소년 측이 겪는 소통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보통 소년재판 법정 바깥에 마련된 보호소년 대기실에는 해당 처분과 그 처분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하여 비교적 천천히 설명해 주는 법원 직원이 따로 있다. 보통 두 명의 경위 실무관들이 역할을 나누어서 하는데 한 명은 법정 안에서 소년부 판사의 처분을 미리 준비한 서식(각 처분뿐만 및 자주 내려지는 특별준수사항까지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어 체크만 하면 됨)에 체크한 뒤 법정 밖 보호소년 대기실에 있는 다른 실무관에게 그 메모를 전달하고, 그 메모를 전달받은 다른 경위 실무관이 처분을 받고 나온 보호소년과 보호자에게 보호소년이 몇 호 처분을 받았고 그 처분의 집행을 위해서는 어느 기관에 연락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집행을 받는지 등에 관하여 설명해 준다. 필자가 소년부 판사로 처음 근무할 당시에는 법원 내 인력이 모자라 법원 직원이 아닌 민간 자원봉사자가 위와 같은 집행 절차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여러 문제점(과도한 훈계, 사적인 감정 개입 및 부적절한 연락 등)으로 인하여 모든 절차에 법원 직원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예전에는 보호소년 대기실에 소년재판 절차에 익숙한 일부 변호사들이 상주하면서 처분을 받고 나온 보호소년 보호자들에게 위와 같은 집행 절차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면서 자신의 명함을 돌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거나 사건을 수임하곤 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명 과정에서 비행소년에 대한 처분이 노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법정과 달리 보호소년 대기실에는 다른 사건으로 온 비행소년들과 보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법원 직원의 개별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에 관한 설명이 대기실 내 다른 사람들에게 다 들릴 수밖에 없다. 사실 소년재판을 받으러 온 보호소년과 보호자들은 다른 소년이 누구이고 그 소년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더구나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있어 다른 소년에 대한 처분이나 그에 관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기실에서 만난 다른 보호소년이 같은 중학교 또는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거나 예전에 알고 있었던 친구였던 경우에는 해당 보호소년의 처분은 다른 소년에게 확실히 인지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어 심리기일이 속행된 소년들의 경우에는 3주 내지 4주 동안 소년분류심사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인적사항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소년재판의 속행기일이 진행될 때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들은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에 함께 기다리게 되는데 이때 먼저 처분을 받은 다른 보호소년이 대기실에 들어와서 자신의 처분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시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법무부 호송 직원이 처분을 받은 보호소년을 대기실로 인도하면서 “이 친구는 00호!”라고 크게 소리쳐 사실상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 내용이 대기실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소년부 판사로 오래 근무했던 필자는 소년재판 사건의 보조인으로 여러 가정법원에 입정하면서 수원가정법원 이외에 다른 가정법원은 현재 어떻게 절차를 운용하고 있는지 위와 같은 상황은 이전보다 개선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데 어떤 가정법원은 보호소년에 대한 처분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는 반면 일부 가정법원은 아직도 심리나 처분의 비공개 보다 절차의 편의를 더 중시하고 있는 듯하다. 각 가정법원마다 법정의 구조와 분위기가 다르듯 각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라 한다) 역시 위원장, 간사, 위원의 역량 및 심의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필자는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학폭위 심의에 참석한 바 있는데 법정과 유사한 수준의 품위있고 절도 있는 절차 진행을 하는 위원장, 긴장한 학생들로 하여금 솔직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며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인 질문을 하는 위원들도 많지만 법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리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 하며 일부러 학생을 꾸짖거나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수사관 같은 위원들도 더러 있다. 여러 가정법원을 다니면서 어떤 재판부가 합리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는지 어떤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지고 사건을 단편적으로만 본 채 형식적인 재판 진행을 하는지 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기품 있는 재판장의 재판에 참석할 경우 재판의 결과를 떠나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입정하지만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편협한 사고방식을 지닌 재판부를 상대해야 할 때는 늘 마음이 무겁다. 마찬가지로 학생과 보호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후 학생에게 꼭 필요한 적절한 처분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학폭위에 출석할 때는 역시 사건의 결과를 떠나 편안한 마음이 든다. 마침 지난주에 진행한 학폭위에서 사건을 떼는 것이 아닌 사건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정확히 파악한 뒤 학생의 성행 개선을 위해 가장 적절한 처분을 찾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 듯하다. 앞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가정법원 법정과 학폭위에서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5-16 08:34:46[파이낸셜뉴스]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여학생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가 법원의 선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는 15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10대 A군의 사건을 소년부로 보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지면서 A군은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됐다. 이 재판은 19세 미만 소년이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경우, 소년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성품과 행동을 바르게 하기 위한 보호처분을 행하는 재판이다. 형사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라 소년부로 보내 반성의 마음을 갖고 피해자에게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 앞으로 성인이 돼서 어떻게 인격을 형성하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사회와 국가가 좀 더 가르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A군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모 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4∼5월 같은 학교 여학생 11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다른 여성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식으로 허위 사진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게 제작한 성 착취물을 또래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다. 같은 시기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그해 5월 피해자들로부터 범행 사실을 들은 학교 측 신고로 A군을 학교에서 체포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소년이긴 하나 같은 학교 재학생을 상대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고 불법 촬영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장기 7년 및 단기 6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취업제한 명령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정에 선 A군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유사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15 14:48:09약 20년 만에 법복을 벗은 정혜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47·사법연수원 35기·사진)는 법정 밖에서도 보호소년(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만 19세 미만의 소년)과 인연을 이어가며 진정성을 보여준 법관으로 꼽혔다. 그는 보호소년에 대해 아동복지시설 등에 감호를 위탁하는 6호 처분을 내린 뒤 보호시설의 아이들을 찾아가 작은 변화를 함께 기뻐했다. 가사·소년 전문 법관 출신인 정 변호사는 "소년 사건에서 보호처분을 내리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면, 자신을 가둬 둔 판사임에도 엄청 기다린다"며 "아이들한테는 좋은 어른을 만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정 변호사는 법정에서 마주한 가정폭력 피해 아동, 이혼 가정의 혼란 속 소년들을 보며 이들이 성인이 돼 또 다른 가정폭력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끊고자 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가사소년전문법관의 길을 걸었고,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구조적 문제 개선에도 힘썼다. 실제로 그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규정 제정과 양육비 산정기준표 개정 작업에 참여했고, 후견제도 등 가족법 제도의 정비에도 적극 나섰다. 2006년 임관해 올해 초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할 때까지 그는 소년과 노인 등 사회에서 가장 목소리가 약한 이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가사 사건은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 변호사는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일"이라며 당사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년 재판 중 아이들이 보여준 사소한 긍정적 변화도 그냥 넘기지 않고 칭찬하며, 아이들 스스로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정 변호사에겐 늘 아쉬움이 있었다. 판사는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개입할 수 있고, 그 시점엔 이미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변호사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고민 끝에 법원을 떠나 지난달 태평양 가사분쟁팀장으로 합류했다. 이제는 사건 발생 전 단계에서 갈등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법관 시절과 가장 달라진 점은 일하는 방식이다. 법관은 혼자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쓰는 고독한 직업이지만, 로펌 변호사는 협업이 기본이다. 그는 "사건 하나를 두고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모이는 과정이 새롭고 흥미롭다"며 팀워크 속에서 더욱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태평양에 합류해보니 전문가간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며 "한 사건에 가사, 조세, 형사, 민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회의하고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평양의 장점은 대형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 사건 등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정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오너가 혹은 대주주의 이혼과 재산분할, 상속분쟁은 경영권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태평양 전문가들과 기업법과 가족법이 중첩되는 영역에서 예측가능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선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로펌 업계에서 가사 분야는 고액 자산가의 이혼, 재산 분할, 상속 등 민감한 사안이 증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성년후견(질병·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성인을 보호하고자 후견인을 정하는 일) 사건이 늘고, 상속을 둘러싼 분쟁도 복잡해졌다. 치매 등 인지능력 저하로 부모에 대한 후견 신청이 상속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정 변호사는 "이런 갈등을 예방하려면 유언장 작성, 유언신탁, 임의후견 계약 등이 필요하다"며 "인지장애가 생긴 이후에도 자기결정권이 보호받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갈등 예방을 위한 자산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갈등의 예방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산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의사대로 자산을 승계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준비해 가족 간의 분쟁을 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4-24 19:07:40[파이낸셜뉴스] 지난 주에 한국범죄학회소년범죄예방특별연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그 행사에 참여하느라 정부과천청사에 다녀왔다. 한국범죄학회는 범죄실태와 원인, 국내외 법제도 및 실무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무부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은 조직이다. 위촉 행사 직후 이어진 오찬에서 소년분류심사관, 소년재판 집행을 직접 담당하는 법부부 직원들 뿐만 아니라 소년범죄예방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애쓰고 있는 전문가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비행소년이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 불처분이 아닌 이상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10종류의 처분이 있는데 대체로 높은 번호일수록 중한 처분으로 인식된다. 1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하는 위탁보호위원에게 소년의 지도·감독을 맡기는 처분이다. 기간은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이 소년의 생활을 감독하고 그 경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위탁보호위원은 보호자가 따로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소년과 만나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 신병불인수 위탁보호위원과 보호자가 따로 없거나 보호자의 감호에 두기에 부적당한 소년을 인수하여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주로 그룹홈 등에서 같이 생활)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나눈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보호관찰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십 시간의 상담을 받게 하는 처분이다. 3호 처분은 사회봉사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80시간(10일) 또는 160시간(20일) 등 일정 시간 동안 봉사하게 한다. 4호와 5호 처분은 보호관찰처분인데 4호는 1년, 5호는 2년으로 그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처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말 것, 야간 외출을 하지 말 것,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할 것” 등 특별준수사항을 부가하기도 한다. 6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과 마찬가지로 시설 내 처우이기 때문에 6개월간 비행소년의 신체적 자유는 제한된다. 다만 6호 시설은 소년원과 달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시설 내의 생활은 기숙사 학교와 유사한 형태이다. 7호부터 10호는 모두 소년원 처분이다. 7호 처분은 의학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소년을 6개월 동안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8호 내지 10호 처분은 모두 소년원 처분인데 그 기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8호 1개월, 9호 6개월, 10호 2년). 필자는 2016. 2.부터 1년간 그리고 2019. 3.부터 2022. 2.까지 3년간 총 4년 동안 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했는데 형사재판에서 판결에 해당하는 위와 같은 처분을 정함에 있어 힘든 점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판사가 형사재판을 하면서 판결의 집행을 신경쓰는 경우는 드물다. 예들 들어 교도소가 아무리 과밀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을 고려해 징역형 선고 비율을 낮추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년재판은 다르다. 필자가 소년재판을 담당할 당시 다른 처분은 몰라도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에게 비행소년을 맡기는 1호 처분의 경우 그리고 6호 처분으로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와 7호 처분으로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미리 꼭 위탁보호위원과 협의하거나 해당 시설 측에 미리 연락해 비행소년의 위탁이 가능한 지 확인했어야 했다. 물론 판사가 위와 같은 확인 절차 없이 막바로 처분하고 집행절차에 대해 나몰라라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법적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확인 절차나 협의없이 마음대로 처분하게 되면 각 집행기관은 위탁되는 아이들의 수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소년재판을 처음 담당하는 판사가 사전에 각 집행기관과 협의 없이 무더기로 6호, 7호 처분을 내려 집행기관 측에서 전임 판사였던 나에게 항의성 하소연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국 가정법원과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지방법원에서 6호 또는 7호 처분을 받고 각 해당기관에 입소하여야 할 소년들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6호 아동복지시설과 7호 소년의료보호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소년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특히 필자가 근무할 당시 7호 처분으로 위탁이 가능한 곳은 대전소년원 부속의원뿐이었는데 수용인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처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물남용 등으로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비행소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설이 수탁기관으로 지정되는 일은 없었고 기존 시설의 수용인원도 그대로였다. 필자가 매 재판 전 7호 처분을 해야 할 비행소년들 때문에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에 전화하여 비행소년을 위탁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죄송합니다. 현재 자리가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고 있었던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의료보호시설에 보내야 할 비행소년을 9호 처분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많다. 그러자 당시 서울소년원 측의 불만이 증가하였다.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비행소년들은 일반 소년원에서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당 처분이 꼭 필요한 비행소년들은 넘쳐나는데 이를 수용할 기관들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은 각 법원에서 쏟아지는 수용 요구를 다 감당하지 못하여 각 법원에서 위탁된 비행소년이 퇴소하는 경우 그 빈자리에 해당하는 만큼만 그 해당 법원에 다시 수용인원을 할당하는 방침을 원칙으로 정하여 시설을 운용하였다. 다른 지역의 가정법원이 일반 병원을 7호 처분 수탁기관으로 지정했다가 비용 문제, 호송 문제, 인력난 및 기존 환자들과의 충돌 문제 등으로 사실상 위탁을 중단, 철회하기도 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관이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비행소년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긴 하다. 이러한 문제는 6호 처분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 6호 처분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에 소년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환경과 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소년보호시설에 소년의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이다. 6호 처분은 수용 처우를 명하는 보호처분인 점에서 1호 내지 5호 처분과 구별되나 수용시설이 소년원이 아닌 민간 시설이라는 점에서 7호 내지 10호의 소년원 처분과도 구분된다. 6호 처분은 국가시설 수용이 소년에게 주는 충격과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비행소년의 수용을 통하여 일탈을 일시적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많은 처분이어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과 더불어 소년부 판사가 비행소년의 성행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핵심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7호 수탁기관과 마찬가지로 6호 처분으로 위탁될 비행소년의 수는 아동복지시설의 수용인원을 항상 초과했다. 필자가 처음 소년재판을 할 당시 수원가정법원의 수탁기관으로 지정된 특정 아동복지시설에 빈 자리가 없어 6개월 동안 비행소년을 단 한번도 위탁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당시 그 수탁기관은 수원가정법원 뿐만 아니라 서울가정법원과 인천가정법원으로부터도 6호 수탁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필자의 소년재판부는 목요일이 재판 기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 재판을 하는 소년재판부가 항상 먼저 비행소년을 그 수탁기관에 위탁하여 목요일에는 빈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나아가 재판하기 며칠 전에 미리 특정 6호 수탁기관에 전화를 하여 잔여 수용인원을 미리 확보하는 이른바 ‘6호 처분 예약’을 시전하는 재판부도 있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소년부 판사가 6호 처분을 하게 되면 그 비행소년은 법원에 대기하고 있다가 각 지방에 있는 6호 시설로 가야한다. 그런데 처분 당일 재판을 마치고 6호 시설에 처분 결과를 알려주면 그 기관의 직원이 저녁이나 되어서야 법원에 도착할테고 그 비행소년을 인수하여 6호 시설로 데려가면 늦은 밤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6호 처분을 하기 전에 미리 6호 시설에 연락하여 비행소년을 적절한 시간에 인수하게 할 현실적인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처분 전날도 아니고 처분 며칠 전에 6호 시설 위탁을 예약해 놓는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다 6호 시설의 수용인원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있었던 위촉식 행사에서 법무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원가정법원이 몇 개의 아동복지시설과 의료기관을 수탁기관으로 추가 지정하여 현재 집행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만 추가 지정된 7호 수탁기관은 6호 수탁기관처럼 그 기관의 직원이 법정까지 나와 비행소년을 인수해갈 여력은 안되는 듯하다. 그래서 법무부 쪽에서 사실상 호송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기존에 운영되던 아동복지시설이 재정적인 문제로 폐쇄되거나 일부 직원의 비위로 행정처분에 의해 운영이 일시 정지되는 경우가 있었다. 안그래도 비행소년을 위탁할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누가 나쁜 짓을 한 소년들이 모여 사는 시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하면서 6호 시설, 7호 시설을 운영하려고 할까? 더구나 적지 않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신경쓸 일도 많아 아무리 잘해도 좋은 소리는 듣기 힘든 일인데 말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탁기관이 늘어났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쪼록 현재의 수탁기관이 아무 문제 없이 오래 운영되었으면 좋겠고 새로운 수탁기관들도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비용 문제가 제일 큰 난관인 것 같다. 소년범죄예방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이나 재력있는 단체가 제발 소년재판 집행기관의 확충에 도움의 손길을 주었으면 좋겠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4-19 11:14:24[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6. 2.부터 1년간 그리고 2019. 3.부터 2022. 2.까지 3년간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전국에 배치된 3,000명이 넘는 판사 중에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는 20명 내외였다. 형사재판 등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판사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소년심판 업무만 전담했던 판사들만 추려보면 그 수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더라도 보통 1년 아니면 2년 정도 담당하다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4년간의 재판 경험을 가진 필자의 경우 소년심판 업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하여 변호사가 된 현재도 다양한 소년 사건 또는 학폭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이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소년심판에서 가벼운 처분을 받는 방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하나 필자가 보기엔 수박 겉핧기 식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학부모들이 그런 광고성 콘텐츠에 현혹될까봐 걱정된다. 소년심판은 형사재판 보다도 직권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다가 소년부 판사가 조사절자, 심리절차 및 집행절차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인으로 몇 차례 소년심판을 보조한 경험만으로는 소년심판에서 각 절차와 최총 처분이 가지는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기 어렵다. 필자도 소년부 판사 2년 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각 기관의 역할, 처분의 효과 및 절차가 가지는 의미 등을 알게 되었다. 제일 무서운 사람들이 어설프게 알면서 그런 지식을 파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10년 정도 일선 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하다가 처음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을 때 놀랐던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반 재판 업무를 하면서는 현장 검증을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외부 출장이 없었는데 소년부 판사가 되니 부임 초기 6개월 간 1주일에 하루씩 외부 출장이 있었다. 왜냐하면 조사기관이나 처분을 집행하는 기관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소년부 판사사 제대로 조사를 명할 수 있고 적절한 처분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비행예방센터, 각종 6호 시설, 수강명령 및 사회봉사 집행기관 등 대략 40곳이 넘는 기관을 방문하였다. 소년원 등은 1년에 한번 정도 방문하였지만 6호 시설 등은 집행감독 차원에서 6개월에 한번씩 방문하였으니 사실 1년 내내 일주일에 하루는 외부 기관 방문 일정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소년심판 업무를 맡기 전 10년 동안 해왔던 판사 생활과는 너무나 다른 다이내믹한 업무가 당시엔 꽤나 생소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늘 꽉 짜여진 틀속에서 햇빛도 보지 못한채 1주일 내내 기록 속에 파묻혀 생활했던 기존 생활과 달리 동료 소년부 판사 그리고 조사관과 함께 소년들이 조사받거나 수용되어 있는 기관들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그 지방 토속 음식점도 탐방하는 등 좋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또 하나 놀랐던 것이 청소년 참여법정 제도였다. 관내 여러 학교 학생들 중에 모범생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선정하여 그들로 구성된 참여인단이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비행소년의 심리에 참석하여 소년부 판사에게 적합한 부과과제를 건의하는 일종의 참여재판 제도였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참여인단의 스펙쌓기에는 좋은 제도였지만 뭔가 금수저 학생이 흙수저 학생을 망신주는 느낌이 들었고, 그러한 형태의 심리를 받는 과정에서 비행소년이나 그 보호자의 프라이버시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제도로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다른 소년부 판사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현재는 거의 사문화된 제도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웠던 제도는 보호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문화제였다. 서울가정법원, 수원가정법원, 인천가정법원, 춘천지방법원 등은 해마다 돌아가면서 아동복지시설에 위탁된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화제를 개최하였다. 이 문화제는 보호소년들로 하여금 문화제를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전의식, 열정 및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왜냐하면 아동복지시설에 위탁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아 본 적이 없어 대부분 자존감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던 수원가정법원에서 주최한 제8회 청소년문화제는 원래 2019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상 2020년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도 여러 제약을 받는 상황이었다. 청소년 문화제를 준비하기 시작하던 시기인 2020. 5.경에는 이 행사가 열리게 될 2020. 11.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도 6개월 뒤에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오프라인 행사를 전제하고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까지 대관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당초 예상과 달리 쉽게 잡히지 않았고 2020. 7.경에 이르러서는 과연 이 행사가 가능할지, 가능하다 해도 과연 실행하는 것이 적절할지 등에 관한 많은 고민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청소년 문화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청소년 문화제가 6호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이 큰 무대를 경험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니 예년처럼 강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진행 가능한 온라인 방식의 행사를 제안했다. 당시 제안한 방식은 모든 6호 시설에 카메라가 투입되는 다원생중계 방식이었는데, 이런 방식의 온라인 행사를 처음 제안했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설령 실행되더라도 매우 조잡한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행사를 준비하다가 업체와의 갈등으로 무의미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녹화 방송 형식으로 진행하자는 등 여러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다원생중계 방식의 온라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던 박종택 전 수원가정법원장님 덕분에 우리 기획 의도에 맞게 행사를 준비해 줄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업체 선정도 쉽지 않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업체를 선정한 뒤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거의 매주 실무단 회의를 진행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여러 난관들에 부딪쳐 좌절하기도 했었지만 최선의 옵션을 준비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택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그 결과 당시 행사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제가 끝난 후 오프라인 행사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았다(나아가 행사장에서의 비행소년의 이탈 문제 등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았다)는 의견을 내주어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 살레시오에 입소했던 아이들이 라디의 “엄마”라는 노래를 불러 다른 시설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문화제에 참여한 판사들, 조사관들 등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였다. 60여 명의 아이들의 목소리도 제각각, 음정도 제각각이었지만 노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목 놓아 외치는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대부분이 엄마를 알지 못하거나 현재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그 아이들의 목청에 더 큰 울림을 느꼈다. 필자도 그 경연을 본 후 참았던 눈물을 몰래 훔친 뒤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 직접 가수 ‘라디’를 만나 이 날의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요즘같이 화창한 봄날이면 문득문득 소년부 판사 시절이 생각난다. 2019년 당시 소년1단독 판사님이셨던 존경하는 윤웅기 부장판사님과 소년2단독 판사였던 필자는 법원 승합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는데 첫 기관 방문 때의 날씨가 지금과 비슷했다. 두 판사가 경기 남부 전체의 소년 사건을 처리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가 법관 인생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보람찬 순간이었다. 가끔 법원 판사님들과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소년심판 업무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특히 집행기관과의 공조가 잘 안되고 6호 아동복지시설의 수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해야 될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처분에 애로 사항이 많다고 한다. 늘어나는 업무량과 점점 각박해지는 각 기관과의 관계 속에서도 묵묵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년부 판사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4-05 10:03:10[파이낸셜뉴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고 어떤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게 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될 것이다. 예전에 소년재판을 했던 경험을 되살려 보면 많은 사건들이 유독 학기 초에 일어난다. 학폭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학기 초에 아이들이 서로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해가 발생하거나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다가 학폭이나 소년사건에 연류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필자는 법원에 근무할 당시 2016년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4년간 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하였다. 변호사 중에 필자처럼 많은 소년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다. 가정환경이 매우 열악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부유하고 부모와 유대관계가 좋은 대치동 인근 학교 학생들도 학폭사건이나 소년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많은 상담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자녀가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에 대하여 알려주려 한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소년재판은 ‘처벌’보다는 ‘교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년부 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판사의 역할과 매우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의사나 선생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소년부 판사가 비행소년에 대한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행사실 그 자체보다 소년에 대한 보호력을 더 중점적으로 살핀다. 그래서 똑같은 비행을 저지른 소년이라 하더라도 소년에 대한 보호력이 다른 경우 다른 처분이 내려진다.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 당사자의 부모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양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소년재판의 경우 비행소년의 교우관계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결손 가정인지 아닌지 등)는 처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소년재판을 받는다면 그 아이의 주변환경의 안정성, 즉 보호력이 높다는 점을 재판부에 반드시 어필하여야 한다. 비행사실 자체는 과거의 문제이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보호력은 미래의 문제이고 충분히 바꿀 수가 있다. 어떤 비행을 저지른 소년이 또다시 같은 환경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면 같은 비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주변 환경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주변 환경을 말로만 바꿔준다고 하는 것으로는 소년부 판사를 설득하지 못한다. 비행 이후에 보호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비행소년의 주변환경이 이미 변경되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바꾸기 위한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대로 실행 중임을 소명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준비해서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소년이라면 사회 내 처분을 받을 만한 사건에서 여러분의 자녀가 시설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심리개시결정 후 조사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보호력을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의 교우관계 및 가정환경 등 소년의 보호력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소년조사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관 또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소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그 후 조사 결과가 도착하면 소년부 판사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소년조사관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고민하며 법정에서 소년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소년부 판사가 법정에서 심리를 진행하며 부모의 보호력이나 소년의 주변환경을 탐문하고 파악할 수도 있지만 사건 수가 워낙 많아 그 짧은 시간에 보호력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래서 소년부 판사는 조사 결과에 상당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조사 결과는 소년부 판사가 처분을 함에 있어서 의지하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되므로 비행소년의 부모들은 심리 전 모든 조사 과정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간혹 법원이 아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관소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조사를 대충받거나 회피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소년에 대한 보호력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어 소년부 판사에게 보고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소년사건 심리에 부모가 모두 함께 출석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비행소년의 부모는 소년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비행소년의 보호력을 판단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된다. 회사에 연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부모가 함께 깔끔한 차림으로 매 심리 때마다 법정에 나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행소년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죄질이 매우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매우 열악한 경우(장기간 이유 없는 가출을 반복하는 경우, 지속적인 성매매에 연루되어 상습적으로 자해하는 경우 등)라면 소년부 판사는 비행소년의 안전과 심층적인 조사를 위해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게 된다. 이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탁된 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성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칭찬카드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꾸중카드를 받게 된다. 소년부 판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칭찬카드를 많이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칭찬카드를 많이 받는 것보다 꾸중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소년부 판사는 항상 비행소년의 과거 보다는 미래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비행소년이 주변의 안 좋은 요소와 환경을 모두 제거한 소년분류심사원에서조차 사고를 치거나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사회 내에서는 다시 사고를 칠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하게 된다. 따라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비행소년의 부모는 비행소년과의 면담 시 심사원 생활하는 동안 절대 꾸중카드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타일러야 한다. 다음으로 유념해야 할 점은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비행사실에 대해 다투는 것에 대하여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년재판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판사들은 다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소년이 비행사실을 다투는 경우 소년법정에서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 14세 이상의 소년이 비행사실에 대해 다투게 되면 소년부 판사는 대부분 그 사건을 다시 검찰로 송치하게 된다. 다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그 사건에 대해 보완 조사해서 불기소하거나 기소하여야 하는데 대부분 기소로 이어지고 결국 비행소년은 형사재판을 받다가 다시 소년부로 송치되는 경우를 꽤 보게 된다. 이렇게 검찰 조사와 형사재판을 거쳐 다시 소년부 송치되는 경우 그 기간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거니와 비행사실을 다투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뒤 기소가 되어 형사재판을 받다가 소년부로 다시 넘어오게 되면 그 비행소년은 사실 중한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확실히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형사재판에서 확실히 무죄를 받을 사안이 아니라면 섣불리 비행사실을 다투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일부 비행소년이 비행사실을 다투어 검찰로 사건을 송치시켰더니 나중에 다시 비행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면서 계속 소년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탄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일단 검찰 송치 처분을 하게 되면 소년부 판사도 그 처분을 다시 번복할 수는 없으므로 비행사실을 다툴 때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는 새 학기에 특히 걱정이 많을 것이다. 항상 자신의 자녀가 현재 누구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자녀들이 잘못된 준법의식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3-07 11:00:35[파이낸셜뉴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10여차례 둔기로 내려쳐 상해를 입힌 중학생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13일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군(1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번 내리쳐 상해를 가한 점을 고려할 때 범행 방법과 상해 부위 정도를 비춰보면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또 A군이 심신상실 상태가 아닌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 변호인은 심신상실을 주장하지만,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가게 된 경위와 당시 진술 내용 등을 비춰보면 심신상실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심신상실 상태란 사물을 변별하거나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경우를 의미하며, 심신미약은 그 정도가 덜한 상태를 뜻한다. 다만 A군이 나이가 어린 점, 가족들이 A군의 정신질환 등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검찰 측이 요청한 치료감호 청구는 A군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상당 부분 상태가 개선된 점을 고려해 기각됐다. 치료감호는 죄를 범한 심신장애자가 재범 위험성이 있을 때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A군은 지난해 1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1층에서 돌을 들고 배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배 의원은 두피가 찢어져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건 당시 A군은 만 14세로,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범죄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2-13 14:49:04[파이낸셜뉴스] 중학교 동창들과 간 여행 숙소에서 이성 친구를 폭행해 식물인간을 만든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20)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부모는 딸을 잃을까 봐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 참담한 삶을 살고 있지만 피고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나서야 반성문을 여러 차례 낸 점으로 미뤄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월 6일 부산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B씨(20)를 밀치고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테이블 다리에 머리를 부딪혀 목을 크게 다쳤다. 이후 3∼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식물인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A씨에 대한 혐의를 ‘중상해’에서 ‘상습 특수중상해’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예비적 공소사실로 중상해 혐의도 적용해 징역 17년을 구형했다. A씨가 과거 여러 차례 폭행과 상해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과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고, 테이블이 방 안에 있는 점을 알면서도 B씨를 그쪽으로 밀쳤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거 폭행과 이번 범행의 유사성을 찾기 어렵고,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인 중상해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의 어머니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 딸의 피해 관련 글을 올려 “건장한 남자가 44㎏의 연약한 딸아이의 머리를 가격해 사지마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며 “그런데도 가해자와 그 가족은 사과 한마디 없이 변호사부터 선임했다. 돈 없고 빽없는 나약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세상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항소심에서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딸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한 뒤 “주변에서 그만 딸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게 딸을 보낼 수 없다”고 오열하며 엄벌을 요구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2-19 06:2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