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량의 마약을 밀수하고 하급심에서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은 10대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검은 대법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향정) 위반 혐의를 받는 A군(18)에 대한 상고심에서 소년부 송치 결정을 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4~5월 공범들과 공모해 독일에서 케타민 약 2.96㎏을 밀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 등이 밀수한 케타민의 가격은 도매가로 환산할 경우 약 1억9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밀수한 케타민이 대량이고 범행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으며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군에게 장기 6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A군에게 엄벌이 필요하다는 원심 취지에는 동의하나 고등학생인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보호처분을 통해 품행 교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서울고검은 소년부 송치 결정이 A군 죄질에 상응하는 결정이 아니고 공범들 사이 형평성과 균형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대법원은 서울고검의 재항고 이유 대부분을 받아들여 서울고등법원의 소년부 송치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같은 10대 공범이 A군과 같은 형량을 받고 항소 기각돼 대법원에서 재판 중이고, 30대 공범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계속 중"이라며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고 A씨와 공범들이 수입하려고 한 케타민 양의 규모와 위험성이 심대하다"고 했다. 이어 "A군은 범행 당시 약 17세 10개월로 비교적 성인에 가까운 판단능력을 갖춰 가는 나이였고, 범행 전반을 계획하고 공범들을 섭외해 실행행위를 지시했다"면서 "A군과 공범들 사이 형평성과 균형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충실한 심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3-20 16:20:02[파이낸셜뉴스] 인터넷 중고서점 '알라딘'을 해킹하고 전자책 100만권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10대를 법원이 강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 데 대해 검찰이 항고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공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 혐의를 받는 박모군(18)에 대한 1심 결정에 불복해 6일 항고했다. 검찰은 "범행 수법, 피해액 등 죄질이 불량하고 계획범죄로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법원 양형기준으로도 중형 선고 대상이고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공범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점 등에 비춰 정식 형사재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박군에 대해 소년부 송치를 결정하면서 "재능을 잘 발휘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0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년범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될 수 있다. 소년부에서 1~10호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받지만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박군은 지난해 5월 알라딘을 해킹해 전자책 약 5000권을 무단 취득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배포한 뒤 알라딘 측에 전자책 100만권을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비트코인 약 0.319BTC와 현금 752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군은 또 다른 인터넷 서점과 입시학원 시대인재, 메가스터디를 해킹해 얻은 강의 동영상 자료 약 700개를 무단 유포하고 비트코인을 요구했으나 돈을 받지는 못했다. 박군과 공모해 알라딘으로부터 갈취한 현금을 수거하고 세탁한 박모씨(31)와 정모씨(26)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 공범에 대해 지난달 22일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2-07 12:23:20[파이낸셜뉴스] 인터넷 중고서점 '알라딘'을 해킹하고 전자책 100만권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10대가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군(18)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고 2일 밝혔다. 10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년범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될 수 있다. 소년부에서 1~10호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재판부는 "영화에나 나오는 갈취 행위를 실행하고 비트코인으로 흔적을 자르는 시도를, 이 어린 학생이 서슴없이 범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전도돼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군이 가진 재능을 잘 발휘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군의 부모에게는 "(박군을) 잘 양육하고 교육해서 책임감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군은 지난해 5월 알라딘을 해킹해 전자책 약 5000권을 무단 취득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배포한 뒤 알라딘 측에 전자책 100만권을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비트코인 약 0.319BTC와 현금 7520만원을 갈취했다. 박군은 또 다른 인터넷 서점과 입시학원 시대인재, 메가스터디를 해킹해 얻은 강의 동영상 자료 약 700개를 무단 유포하고 비트코인을 요구했으나 돈을 받지는 못했다. 박군과 공모해 알라딘으로부터 갈취한 현금을 수거하고 세탁한 박모씨(31)와 정모씨(26)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2-02 17:53:08【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부장판사는 30일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A양(본을 소년부로 송치했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A양은 지난해 6월 울산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자신이 낳은 영아를 버린 혐의로 재판받았다. 당시 영아 시신은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영아는 미숙아로 추정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A양은 시신 발견 닷새 만에 자수했다. 수사기관은 영아가 태어났을 당시 상태 등을 조사했으나, 살아있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지만,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아직 어리다. 부모가 피고인 교화를 다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라고 소년부 송치 이유를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1-30 14:05:59[파이낸셜뉴스] 모르는 20대 여성의 사진을 구해 재미 삼아 노출 사진으로 합성하고, 신상정보까지 기재해 유포한 고교생이 소년부에 송치됐다. 고교생은 유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음란 문구 등을 함께 게시했는데, 1심 법원은 고심 끝에 소년부로 송치했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도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A군(18)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했다. A군은 지난해 7월 11일 오후 10시 20분경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누군가로부터 원피스를 입고 촬영한 20대 여성 B씨의 사진을 제공받은 뒤, 가슴과 배 등이 비쳐 보이는 노출 사진으로 합성하고 성명·나이·학교 등 신상정보를 기재해 SNS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누구든지 얼굴이나 신체,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합성 또는 가공한 것을 의사에 반해 반포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A군에 대해서는 학생 신분인 점과 초범인 점, 현재까지 범행이 1건에 그친 것과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소년법에 따르면 소년부에 송치될 경우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한편 A군이 받은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는 일명 지인능욕으로도 불린다. 현행법상 얼굴이나 신체, 음성 등이 담긴 영상물 등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 합성, 가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포 역시 동일하게 처벌되며, 영리 목적으로 반포(판매)할 경우 벌금형 없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9-07 09:10:17[파이낸셜뉴스] 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일으켜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살인 혐의를 받는 남성 조모씨(33)를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2시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다른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에 찔린 남성 4명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대 피해자 1명은 끝내 사망했다. 나머지 3명 중 1명도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누군가 사람을 찌르고 도망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발생 13분 만인 이날 오후 2시 20분께 현장에서 조씨를 체포했다. 한국 국적인 조씨는 과거 폭행 등 범죄 전력 3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외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는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현재 관악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이진혁 기자
2023-07-21 18:28:21또래 친구에게 자위 행위를 하도록 강요해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 여고생들의 10대 공범이 소년부로 송치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 )는 8일 오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A(18)군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소년부에 가게 되면 징역 등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주범 혐의를 받는 B(18)양 등 3명은 코로나19 집단 확산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돼 있어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내려질 예정이었던 B씨 등에 대한 선고는 연기됐다. 재판부는 "A군에게는 형사처벌보다는 교화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조사관이 재범을 예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B양은 지난해 9월 중순께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피해학생에게 토사물을 핥아 먹게 하고 자위 행위를 강요해 이를 촬영한 혐의 등을 받는다. B양 등은 경찰에 신고할 경우 이 영상을 부모, 가족, 친구 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은 영상을 촬영한 다음날 이 영상을 총 28명에게 전송한 혐의도 받는다. 또 피해학생을 옥상에서 1시간30분 동안 감금하거나 폭행하며 돈을 뺏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A군은 이 같은 행각에 동조해 피해학생을 감금하고 공갈한 혐의를 받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1-01-08 11:56:51[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소년재판의 프로세스와 소년분류심사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소년재판의 과정과 특징지난 칼럼에서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재판 사건이 접수되는 경로는 검찰의 소년부 송치, 경찰의 소년부 송치, 법원의 소년부 송치, 보호자 등의 통고 등 총 4가지 루트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위와 같이 4가지 경로로 접수된 소년재판 사건의 기록은 수일 내에 소년부 판사에게 인계된다. 소년부 판사의 기록 검토 결과 사안이 아주 경미하거나 그 사안이 이미 다른 사건으로 처분을 받은 소년이 그 처분을 받기 전에 저지른 사안(이른바 ‘처분 전 범행’)에 해당하고 기존의 처분만으로도 소년의 성행 교정에 문제가 없다면 심리불개시결정을 한다. 또한 소년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소년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도 심리불개시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불개시결정을 하게 되는 극소수의 사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들은 모두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 해당하여 심리개시결정을 하게 된다. 심리개시결정과 동시에 소년부 판사는 소년의 교우관계 및 가정환경 등 소년의 보호력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소년조사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관 또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소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조사 결과가 도착하면 소년부 판사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소년조사관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고민하며 법정에서 소년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사유가 밝혀져 소년에 대한 심리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심리개시결정을 취소하고 심리불개시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리불개시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사건을 심리하게 위해 심리개시결정을 하는 경우 대부분은 소년의 소재가 불명이었다가 추후 소재가 밝혀지는 경우이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1호 내지 10호 처분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처분을 내린다. 조사 결과와 수사 결과를 종합하여 소년을 심리한 결과 만약 소년에 대해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불처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소년부 판사는 처분 이후에도 비행소년이 소년부 판사가 내린 처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만약 처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거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기존 처분을 변경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4호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이 보호관찰을 제대로 받고 있지 않는 경우 또는 6호 아동복지시설 처분을 받은 아이가 당해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기존 4호나 6호 처분을 소년원 처분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렇듯 소년부 판사가 재판 뿐만 아니라 재판 전후의 과정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 형사재판과 다른 소년재판의 특징이다. 소년분류심사원소년의 비행(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자세히 수사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소년의 주변환경(학교생활, 가정환경, 친구관계, 성장배경 등)이 상세히 조사되기는 여러 여건상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년부 판사는 소년의 주변환경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소년조사관, 보호관찰소 등에 조사를 의뢰한다. 소년에 대한 조사에는 그 소년의 보호자에 조사도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그런데 한두 번의 면담만으로는 소년의 환경 파악이 제대로 안 되기에 그 소년의 24시간 생활을 일정 기간 동안 깊이 있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죄질이 매우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매우 열악할 때(장기간 이유 없는 가출을 반복하는 경우, 지속적인 성매매에 연루된 경우 상습적으로 자해하는 경우 등) 소년부 판사는 비행소년의 안전과 심층적인 조사를 위해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게 된다. 소년재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년부 판사의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피고인을 구치소에 구속하는 것과 유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제도는 사실 완전히 다르다.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의 주요 목적은 구속과 달리 소년의 신병 확보보다 소년에 대한 밀도 있는 조사를 위해서다. 또한 그 기간은 원칙적으로 비행소년의 성행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인 3주 내지 4주로 한정되어 있어 구속기간보다 훨씬 짧다. 나아가 비행소년이 학생인 경우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하여 조사를 받는 기간은 모두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소년재판을 하던 시절 비행소년을 심리하다 고심 끝에 내린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결정에 비행소년과 보호자 모두 깜작 놀라 당황하면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소년부 판사는 비행의 죄질이 아주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일반적인 조사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열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하고 있다. 즉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조사 외 다른 조사로는 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없는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그 위탁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비행성이 심화된 소년들의 경우 3-4주간의 위탁을 통해서도 보호처분과 같은 성행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결정을 받고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절망을 느끼며 걱정했던 많은 보호자들이 소년분류심사원 퇴소 후 바뀐 자녀의 모습을 보고 안도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러므로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소년부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결정을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거나 억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1-13 09:35:01[파이낸셜뉴스] 친구 여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중학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된 A군(14)에 대해 징역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군은 지난 4월 친구 B군과 함께 친구 여동생을 자기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사건 발생 2달 전부터 피해자를 성추행하고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 피해자를 집으로 오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군은 만 14세가 된 지 열흘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A군의 4월 이전 범행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공소 제기되지 않았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B군은 범행 당시 촉법소년에 해당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재판부는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든 폭력을 행사한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의 어린 나이 때문에 형을 정하는데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의 경우 소년법상 촉법소년으로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형사 미성년자 여부는 범행 일시 기준으로 판단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1-12 09:22:00[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지난 칼럼에 이어 오늘도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경험들에 대하여 공유해보고자 한다. 법원 청사의 중요성내가 근무했던 수원가정법원은 2020년까지는 수원지방법원 가사과가 사용하던 동수원 등기소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그 좁은 동수원 등기소 건물에 비행소년들, 소년의 보호자들, 보조인들까지 모두 모여들어 매우 혼잡스러웠고, 사건이 많은 경우 청사 복도에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진행하는 소년재판을 통해 오전에 소년원 처분을 받은 비행소년들을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나가다 다시 마주치기도 하였다(소년원 처분을 받은 비행소년들은 청사 내 일정 장소에 대기하다가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소년원으로 호송되었는데 동수원 등기소 건물처럼 청사가 열악한 경우 호송 동선과 판사의 이동 동선이 겹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동수원 등기소 건물 일층 공터에서 겁 없이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소년재판을 받는 비행소년을 응원해 준답시고 법원 근처에서 시끄럽게 몰려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시장 한복판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어수선한 모습들은 수원가정법원이 2021년 새롭게 지어진 10층짜리 웅장한 건물로 들어서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청사로 이전하게 되면서 법원 직원 출입구와 재판 당사자가 출입하는 통로가 완전히 분리되었고, 비행소년들은 외부와 차단된 별도의 공간에서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오가는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하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무너질 듯한 초라한 건물에서 재판할 때보다 웅장한 10층 건물에서 재판할 때 재판 당사자들이 법원의 권위를 더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느낌은 나뿐만 아니라 그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 판사들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크고 세련된 건물에서 근무할 때보다 작고 열악한 건물에서 근무할 때 더 좋았던 점도 있었다. 일단 구청사에는 판사실까지 연결된 승강기가 없어서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게 되면서 하체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체 운동량이 채워졌다. 또한 판사실과 법정이 같은 층에 있는 데다가 그 거리가 채 10m가 되지 않아 미국처럼 판사의 법정 접근이 매우 용이했다(대부분의 법원 청사에는 법정과 판사실이 다른 층에 위치하고 있어 판사가 법정까지 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나아가 법원 직원 사무실도 판사실과 같은 층에 있어 종이기록으로만 되어 있는 소년사건 재판기록의 이동이 매우 빠르고 편리했고, 접수된 문건 역시 수시로 빠르게 판사에게 전달되었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직원들이 같은 층에 근무하게 되면서 서로 얼굴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래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한번은 동료 판사님들과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면서 법원 청사 근처에서 우연히 내가 1년 전에 6호 처분을 내렸던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 적이 있었다. 아마 소년재판을 받는 다른 비행소년을 보러 온 것 같았다. 나는 그 소년이 6호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든지 아니면 이제껏 미뤄왔던 자신의 꿈을 위해 한창 노력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소년은 다른 비행소년의 재판을 보기 위해 법원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여학생이 그 소년 옆에 있었고, 그 소년의 뺨에는 빨간색 립스틱 자국까지 묻어 있었다. 그 소년은 6호 아동복지시설 입소 당시 워낙 성실하고 성격도 밝아 시설 내 칭찬이 자자한 아이였다. 그 소년의 어머니가 보호자 특별교육을 받고 나서 작성한 소감문을 읽은 기억이 난다. 둘째 아이였던가 보다. ‘아이가 어렸을 적 너무나 밝아 항상 가정에 웃음을 주곤 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반항과 탈선을 반복하다가 여러 비행을 저질러 소년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아이의 웃음기도 사라지고 눈빛도 차가워져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판사님의 처분으로 6호 아동복지시설을 다녀온 뒤 다시 예전과 같은 환한 웃음을 되찾았고 따듯한 눈빛도 되돌아왔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의 처분으로 인해 그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한 소년이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다시 가정법원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다른 비행소년을 격려 내지 응원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 나는 그 소년에게 법원 근처에서 절대 서성거리지 말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호관찰관을 통해 계속 감독하겠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그 소년은 나의 바람과 달리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내가 진행하던 소년재판에 비행소년으로 서게 되었고, 결국 나는 그 소년을 소년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소년재판을 하던 당시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을 할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지만 위와 같이 내가 처분했던 비행소년을 다시 법정에서 마주하게 될 때는 소년재판이 매우 힘들게 느껴졌다. 현재도 많은 소년부 판사님들이 단 한 명의 비행소년이라도 비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에게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1-01 12:4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