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경험들에 대하여 공유해보고자 한다. 경한 처분을 받기 위한 임신?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매년 말 소년보호협의회에 참석하였다. 소년보호협의회는 소년재판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 즉 가정법원, 소년원, 6호 아동복지시설, 보호관찰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소년분류심사원 등의 기관장 또는 소속 직원이 참여하여 소년재판과 그 집행에 관하여 서로의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그 소년보호협의회의 중간에 6호 아동복지시설장님 한 분으로부터 소년재판 시 가벼운 처분(예를 들어 소년원 등 시설에 가지 않고 보호관찰 처분 등 인신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는 사회 내 처분)을 받기 위해 일부러 임신을 하는 여자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얘기인즉슨 “비행소년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년재판을 받으면서 얻게 된 여러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소년재판이 끝나면 바로 그 처분 결과를 다른 비행소년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판사가 처분이 센지 어떤 판사가 온정적인지 각 가정법원 소년부 판사의 성향을 비교하여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비행소년들은 그들의 표현으로 소년원 처분을 많이 하는 판사를 ‘10호 천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떤 소년부 판사가 비행의 중함이나 가정의 보호력으로 보았을 때는 응당 10호 처분을 받아야 할 임신한 비행소년에게 사회 내 처분(보호관찰 등)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 소문이 SNS를 통해 전국의 비행소년들에게 퍼지게 되자, 중한 비행을 저지르고 소년원 처분을 받을까 봐 도망다니고 있는 여자 비행소년들 중 일부가 가벼운 처분을 받기 위해 자기 주변에 있는 아무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임신한 뒤에 소년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10대라 하더라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임신을 이 정도까지 가벼이 생각할 줄은 몰랐다. 사실 소년원이나 6호 시설은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임산부가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행소년이 단지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행의 수준과 보호력이 같은 아이들에게 서로 다른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오히려 아이를 키울 의사와 능력이 전혀 없는 미성년인 소년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 아이의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행소년들은 소년심판을 받을 당시에는 법정에 출석하여 울면서 출산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말하면서도 사회 내 처분이 내려지면 낙태시술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나는 위와 같은 충격적인 얘기를 듣자마자 소년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다른 판사님들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비행소년이 임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에 대한 처분을 약하게 하거나 조정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임신한 비행소년이 소년원에 입소하게 되면 소년원에서 관리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고 임신한 소년에 대해 소년원 처분을 했을 때 소년원으로부터 여러 애로사항을 전달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향을 알게 된 나를 비롯한 동료 소년부 판사들은 비행소년이 임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년원 처분을 사회 내 처분으로 변경해 주지는 않았고, 그 결과 몇 년 뒤에는 임신 꼼수(?)를 부리는 비행소년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비행소년들이 보내는 편지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형을 선고하고 그 형이 확정되면 검사가 형을 집행하게 되지만 소년재판의 경우 1, 6, 7호 처분에 대해서는 판사가 처분의 집행감독 권한을 갖게 된다. 집행감독이 시작되면 새로운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집행감독이 종료될 때까지 소년부 판사는 비행소년들이 자신이 내린 처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한다. 집행감독은 아동복지시설의 방문이나 퇴소 전 법관 면담 등 능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비행소년들이 보내온 편지를 통해 그 소년들의 심리 변화와 생활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일기처럼 써서 보내는 소년들도 있었고, 나에 대한 원망을 담은 편지도 있었다. 가끔은 자신의 가정사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자신이 왜 그런 비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하소연하는 변론요지서 같은 내용의 편지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편지는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서서히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편지이다. 보통 비행소년들은 항상 바깥으로 돌면서 친구들을 만나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기에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자신의 인생이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그런데 소년재판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자유가 제한되고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문득 자신이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깨닫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성찰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쓰는 친구들은 대체로 시설 퇴소 후에도 비행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판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바라는 비행소년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집행감독 하고 있는 아이들과 편지로 교류하다 보면 왠지 그 비행소년들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나 자세를 잃을 것 같기도 하고, 편지를 보내지 않는 친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따로 답장은 하지 않았다. 다만 공식적으로 6호 아동복지시설에 방문할 경우 ‘네가 보내준 편지를 잘 받아 읽고 있다’고 격려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형사재판을 하면서 그리고 소년재판을 하면서 수많은 반성문을 읽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점은 글씨체가 정돈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어휘력이 좋든 나쁘든, 글이 길든 짧든 간에 진심이 담긴 글은 어떻게든 그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15 09:54:07소년재판의 특징 소년재판은 비행성(범행 보다 더 넓은 개념)이 있는 소년에 대하여 처벌보다는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비행소년의 비행에 대해서 조사하지만, 이와 더불어 소년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가정환경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조사한다. 형사재판의 경우 기본적으로 범행의 죄질에 따라 법정형이 정해져 있지만 소년재판의 경우 비행의 죄질에 따라 정해진 처분은 없고, 소년부 판사가 비행의 죄질에다가 소년의 주변환경(보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행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정한다. 따라서 같은 비행을 저지른 두 비행소년이 각자의 보호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처분을 받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아이스크림 1개를 편의점에서 절취한 같은 형태의 절도 범행을 저지른 소년이라도 보호력에 따라서 1호 처분을 받을 수 있고, 10호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행소년이 받는 보호처분은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처분전력은 범죄경력(전과)으로 남지 않는다. 나아가 비행소년에게 처분을 내리면서 그 소년의 부모에게 수십 시간의 특별교육을 명하는 등 보호자에게 부가처분을 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소년부 판사는 범죄소년(범행을 저지른 소년) 뿐만 아니라 범행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소년(이를 ‘우범소년’이라 한다)에 대해서도 소년재판을 할 수 있다. 즉 다시 말하면 꼭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소년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년재판 사건으로 접수되는 경우 만 14세 이상의 소년이 비행을 저지른 경우 경찰이 먼저 비행소년에 대해 조사한 후 불송치하지 않은 한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비행소년을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부 송치할 수도 있고, 형사재판을 받도록 비행소년을 기소할 수도 있고,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할 수도 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를 ‘촉법소년’이라고 한다)이 비행을 저지른 경우 경찰이 먼저 비행소년에 대해 조사한 후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부 송치한다. 또한 형사재판을 받는 비행소년이 법원의 소년부 송치 결정으로 소년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 선생님, 보호시설의 장 등은 말썽을 피우는 소년으로 하여금 소년재판을 받도록 가정법원에 통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년재판으로 사건이 접수되는 경로는 검찰의 소년부 송치, 경찰의 소년부 송치, 법원의 소년부 송치, 보호자 등의 통고 등 총 4가지 루트가 있다. 내가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우범소년에 대한 보호자 통고가 점차 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범소년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소년을 말하는데, 보호자가 자신의 자녀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다는 이유로 통고하는 사건들이 꽤나 많았다. 특히 가출한 자녀의 가방에서 발견된 담배나 피임도구 사진들이나 다액의 현금이 자녀의 계좌에 입금된 내역들이 소명자료로 자주 제출된 바 있다. 보호자 통고가 필요할 때 요즘에는 아동학대 사건과 소년심판 사건이 같이 연관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주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하고, 그러면 아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모의 체벌에 대항하여 부모에게 욕을 하거나 부모를 폭행한다. 이런 상황으로 신고가 되면, 부모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이면서 존속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아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존속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리적인 폭력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쉽지 않더라도 부모는 대화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이 어려서 체구가 작은 경우 체벌을 통한 훈육이 쉬울 수도 있고, 그래서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물리적인 행위로 자녀를 제압한다. 그러나 체벌이나 물리적인 제압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그러한 제재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결국 반항하고 사고 치는 아이들에게 이전과 똑같은 체벌로는 훈육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부모들은 선을 넘어 자녀들에게 훈육을 위한 체벌이 아닌 감정이 실린 폭력까지 저지르게 된다. 폭력적 체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정폭력 또는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대체로 커서 다른 사람을 상대로 폭행, 학대, 협박 등 물리적인 가해행위를 저지르거나 자해를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비행소년의 가정환경을 조사해 보면 폭력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오랫동안 부모의 가정폭력 또는 아동학대에 노출되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단 한 번의 자녀에 대한 폭행이 자녀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더라도 자녀와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범죄나 비행을 계속해서 저지르면서 대화와 설득에 전혀 응하지 않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는 부모가 자녀를 직접 체벌하기보다는 차라리 보호자 통고제도를 이용해 자녀로 하여금 소년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안전할 수도 있다. 소년재판을 받는다고 무조건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가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비행행위가 중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자녀가 아무 이유 없이 장기간 가출하거나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잘못된 성행을 개선하는 것이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정법원 근무 당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이 보호자 통고를 통해 조사를 받고 심리를 위해 법정 앞에 서는 것만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행 또는 우범행위 등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청소년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국민의 보호자로서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기대할 수 없는 소년에 대해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서 소년을 보호한다’는 국친사상(國親思想)이 절실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04 11:45:48[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그 중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건들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오피깨기일명 ‘오피깨기’란 범행이 있다. 오피스텔에서 은밀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이용하여 비행소년이 성매수자로 위장하여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오피스텔에 들어간 뒤 그 곳에서 성매매하는 여성을 협박하여 그 여성이 가지고 있는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피해 여성은 성매수남들로부터 받은 다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므로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질러도 피해 여성의 신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주로 이런 범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정의의 사도를 가장한 강도상해 이와 반대로 성매매를 가장한 공갈 범행도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보통 소년심판 사건으로 아주 중한 사건이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강력 사건 중 꽤 흔한 유형이 성매매를 할 듯이 성매수남을 유인한 다음 성매수남을 협박·폭행하여 그로부터 돈을 빼앗는 강도상해 사건이다. 비행소년들 중 여자 아이는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하여 성매수남과 연락을 취한 뒤 모텔에서 만난 후 성관계를 가질 것처럼 하다가 성매수남이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가면 다른 남자 비행소년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러면 남자 비행소년들이 모텔로 들어와 성매수남에게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여동생인데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려고 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각목 등으로 성매수남을 폭행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성매수남들은 자신의 범법행위가 밝혀질까 봐 또는 폭행을 견디지 못하여 그 자리에서 비행소년들이 요구한 현금을 주든지 아니면 근처 현금인출기까지 가서 현금을 뽑아 주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비행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여 역할을 분담하고, 그 과정에서 강력한 유형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이와 같은 범행은 그 범행이 계획대로 잘되지 않았을 때 더 큰 피해 발생이 가능하다. 실제로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모텔 방문을 열라고 요구했던 모텔 여주인을 비행소년들이 심하게 폭행했던 사건도 있었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강도·공갈 사건을 저지르는 비행소년들이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매수남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성매수남들을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나쁜 범행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이 성매수남들을 혼내주고 벌주는 ‘정의의 사도’라고 착각하는 비행소년들도 있었다. 두 범죄집단의 충돌그런데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유형의 범죄 집단이 서로 맞부딪치는 사건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과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이 만나게 된 것이다.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은 자신의 계획대로 오피스텔에 있는 여성이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인지도 모르고 그 여성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성매수남과 달리 성매수남이 자신을 협박하자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은 어쩔 수 없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몰래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 비행소년들에게 SOS 전화를 건다.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의 전화를 받고 출동한 일당을 보게 된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 역시 무언가 꼬여버린 사태를 파악하고 자기 쪽 무리에게 전화를 건다. 이에 성매수남 측 공범들도 대거 등장하면서 마치 조폭 행동대원들의 결사 항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 측 무리들의 규모가 더 커서 싸움의 승산의 없다고 판단한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은 모두 도망쳐 미리 준비했던 차량으로 피신했다. 그 일당을 끝까지 쫓아간 성매매 여성 측 무리들이 각목 등으로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부서트릴 기세를 취하자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조사받을 것까지 각오하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충돌한 경찰관들에 의해 두 범죄 집단의 멤버들은 모두 체포되어 각각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다. 위 각 범행을 저지른 주범들은 형사재판을 통해 중한 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가담정도가 경미한 소년들의 경우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그 아이들은 소년재판 당시 위와 같은 강력 범행에 이르렀던 이유에 대하여 ‘선배들이 바람잡이 역할만 하거나 성매수남 협박 시 그냥 옆에 병풍처럼 서 있기만 해도 많은 돈을 준다고 했고, 이건 성매매를 하는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 것이어서 나중에 혹시 걸려도 중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말해서’ 였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강도상해 범행은 매우 중한 범죄여서 이러한 범행에 연루될 경우 소년들은 대부분 시설처분(소년원, 6호 처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범생으로 착실하게 살아 온 학생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못된 선배들의 잘못된 꾀임에 빠져 중한 비행에 연루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중·고생자녀를 둔 부모는 항상 자신의 자녀가 현재 누구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자녀들이 잘못된 준법의식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24-09-03 14:28:08[파이낸셜뉴스] 재판 진행 연습의 필요성 나는 200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17년간 재판 업무를 하다가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치게 되었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재판 업무를 담당하였지만 아무리 재판 준비를 잘하더라도 재판 당사자의 심정을 100%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재판은 법정이라는 곳에서 재판 당사자가 어떠한 주장을 하고, 그 주장에 대해 재판 당사자들끼리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면 증거를 통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사실 확정 단계)을 거친 후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령과 판례를 적용하여 그에 맡는 결론(판결, 결정 및 심판 등)을 내는 과정이다. 그 복잡하고 긴 과정을 하나하나 논리적 순서에 맞게 풀어나가는 것이 재판장이 할 일이다.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재판 당사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어떤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등은 당연히 재판에 앞서 재판장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와 같은 재판 준비만으로는 좋은 재판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기록을 잘 숙지하고 있어도 재판 당사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재판장은 미숙한 재판장이 된다. 예를 들어 법정 내에서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재판 당사자는 재판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또한 말이 너무 빨라도 그렇다. 나아가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했더라도 재판 당사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기록만 보면서 재판을 진행한다면 재판 당사자들의 절차적 만족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재판 기록의 숙지 못지않게 소통 기술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재판 당사자들에게 명확하게 의사 전달이 될 수 있도록 호흡과 발성 연습도 필요하고, 자연스런 눈 맞춤도 연습도 필요하다. 그냥 본인이 편한대로 습관대로만 진행하다보면 재판 절차 진행은 점점 더 부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나의 경우 예전에 방송을 한 경험이 있어 발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재판 진행 중 기록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었고, 재판 당사자의 발언 시 눈맞춤 시간이 너무 짧았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나서는 이를 고치기 위해 사무실에서 혼자 재판 진행을 연습해 보기도 했었다. 간접경험의 한계이러한 재판 진행 연습이 빛을 발했던 때가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재판·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부끄럽지만 2020년 경기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정법원은 다른 법원과 달리 재판 당사자들에 대한 법원의 후견적·복지적 기능이 꼭 필요한 법원이다. 사실 간접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최소한 어느 정도의 혼인 기간을 거쳐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 책임감 및 고단함 등 각종 희노애락을 겪어 보아야만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특수한 사건들의 내용 그리고 그 재판 당사자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리지 스토리(Marriage Story)란 영화를 보면 이혼을 경험한 여자 변호사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에게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여자 주인공은 그 변호사 역시 이혼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속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오픈하게 된다. 주인공 남성 역시 중간에 등장한 4번의 이혼을 겪은 새로운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야 이제야 정말 자신의 상황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안도한다.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이혼사건, 상속재산분할심판, 후견사건, 가정보호사건, 아동보호사건 및 소년심판 등은 법률이 적용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부분이 다른 재판보다 훨씬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법 이론은 이해하고 적용하면 그만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영역은 공감을 느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크다. 그런 면에서 아동보호재판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판사가, 소년재판은 청소년기 이상의 자녀들을 두고 있는 판사가, 가정보호재판은 적어도 배우자와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본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적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소년재판의 단상소년부 판사가 2명밖에 없었던 2019년 수원가정법원의 경우 한 해에 소년재판 사건만 6000건이 넘었으므로 소년부 판사 한 명당 1년간 30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따라서 소년부 판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들에 등장하는 비행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했다. 다만 소년부 판사로서 그 소년에 대한 조사, 처분 및 집행감독을 통해 그 소년의 인생에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 줄 수는 있었다. 일단 각 비행소년에게 알맞은 길(Path)을 선별하여 주고, 실제 소년이 그 길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는 보호자, 위탁보호위원, 6호 시설 또는 소년원 등 각 집행기관이 확인하고 도와줘야 했었다. 만약 그 길이 그 비행소년에게 맞지 않는 경우 소년부 판사는 직권으로 또는 관계기관의 요청으로 처분변경을 통해 비행소년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곤 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년부 판사가 소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비행소년 및 보호자도 소년부 판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신뢰는 법정에서 소년부 판사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너무나 많은 사건 수 때문에 결국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사라 해도 소년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은 판사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환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때의 불편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소년재판 진행 당시 짧은 시간이더라도 항상 법정에 선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비행소년이나 보호자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더라도 일단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다. 아직까지 소년재판 사건을 수임하여 보조인으로 법정에 서 보지는 못했는데 훗날 소년재판 사건을 맡게 된다면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재판장을 만나고 싶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8-08 15:09:25[파이낸셜뉴스] 스페인 소년법원 작년에 다른 나라의 소년심판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 소년법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스페인 소년법원 판사님들은 대부분 20년 내지 30년 동안 소년심판 업무만 계속해서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일반 법관으로 임용된 후 소년법원 판사가 되기 위한 특별 시험을 본 다음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나서야 소년법원 판사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관이 다른 일반 재판 업무를 담당하다가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 배치되어 길어야 2년 정도 근무하고 또다시 다른 재판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마저도 작은 지방법원의 경우 소년부 판사가 형사재판장이나 민사재판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령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되더라도 소년심판 업무만 3년을 초과하여 전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K-콘텐츠의 위력 또 하나 놀랐던 점은 그라나다 소년법원 판사님들 모두 김혜수가 소년부 판사로 출연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애청자였다는 점이다. 항상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오토바이로 출퇴근하신다는 그라나다 소년법원의 에밀리오 판사님은 “정말 김혜수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판사가 직접 수사관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느냐?”고 나에게 묻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만 가는 식당에서도 BTS와 뉴진스의 노래가 흘러 나와 깜짝 놀랐고,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김치를 찾는 스페인 현지인들에 또 한 번 놀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얘기를 들으니 K-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뭔가 모를 뿌듯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사실 나는 법원 근무 당시 소년심판을 꽤 오래 한 편이다. 수원지방법원 근무하면서 1년, 수원가정법원에 근무하면서 3년 총 4년 동안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하였다. 아마 법원에 나보다 소년심판을 오래 담당했던 분은 천종호 부장판사님을 비롯하여 몇 분 안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향후 몇 회차의 칼럼은 소년심판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소년전문법관의 필요성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소년심판은 일반 법관들이 순환하면서 담당하는 구조다. 가사소년전문법관이라 해도 길어야 2-3년이다. 사실 나의 경우에도 소년심판의 구조와 관계기관의 구체적 역할, 비행소년들의 특성, 처분이 가져오는 효과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거의 2년 정도가 소요되었다. 우리나라는 소년심판 제도를 이해하고 적절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 쌓이자마자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구조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소년심판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스페인처럼 소년법원을 설치하고 일반 법관 중 소년전문법관을 따로 선발하여 정년까지 소년심판 업무만을 계속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년심판의 효용 소년심판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년심판이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비행소년들에게 판사가 약한 처분을 내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만 보면 일견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4년간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해 본 결과 소년심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절대 비행소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아니다. 소년들이 저지른 비행 중 언론에서 보도되는 대부분의 강력범죄 사건들은 결국 소년심판으로 끝나지 않고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검찰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하더라도 소년부 판사는 다시 이 사건을 검찰로 보낼 수 있다. 같은 유형의 범행을 저지른 공범들 중 형사재판을 받은 소년의 경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소년재판을 받은 소년의 경우 2년간의 소년원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형사재판에서는 벌금으로 끝날 수 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이 소년재판을 받을 경우 160시간의 사회봉사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비행소년이 아이스크림 1개를 훔쳐 먹어서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 간 입소되는 6호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아이스크림 1개 절취했다고 6개월의 실형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부 비행소년은 소년심판을 받는 경우 형사재판을 받도록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년심판 폐지론보다는 개선으로 소년원에서의 6개월 생활과 교도소에서의 6개월 생활이 다르듯이 소년심판의 처분과 형사재판의 형벌은 그 목적과 효과가 전혀 다르다. 소년심판에서는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범행)의 죄질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소년의 가정환경이나 주변 환경도 세심하게 살핀다. 그래서 아무리 가벼운 비행을 저질러도 비행소년의 주변환경(보호력)이 취약한 경우 무거운 처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거운 처분은 소년의 보호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일반인들이 접하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많은 강력 소년사건들은 결국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고, 설령 촉법소년이어서 결국 소년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더라도 형사재판을 받을 때보다 결코 유리한 처분이 나오지 않는다. 소년심판을 하면서 처리한 대부분의 소년사건은 매우 경미한 경우가 많은데 조사해 보면 그 사건을 저지른 소년들의 가정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열악한 가정환경이었더라면 그 누구라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소년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소년들로 하여금 형사재판을 받게 하고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그 소년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그들은 잠깐의 형사재판을 받고, 전과자가 된 후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정말로 범죄자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 든다.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극소수의 촉법소년(이러한 촉법소년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소년부 판사와 법무부가 협의하여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범죄소년의 연령을 낮추어 많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촉법소년을 범죄소년화하자는 의견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방황하는 소년들로 하여금 소년심판 절차를 통해 위탁보호위원, 상담사,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 나아가 소년부 판사의 도움을 받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 그래서 그들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4-07-26 14:35:02[파이낸셜뉴스] 스튜디오드래곤(대표이사 김영규, 김제현)이 길픽쳐스 지분을 100% 인수, 자회사로 영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15일, 우수한 기획개발 능력을 보유한 드라마 제작사 ‘길픽쳐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주식회사 길픽쳐스는 박민엽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제작사로, 박재범(빈센조), 김윤(원더우먼, 프로듀사), 김민석(소년심판) 등 우수 작가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스토브리그', 2021년 '원더우먼', 2022년 '소년심판'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올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공개가 예정돼있다. 이로써 스튜디오드래곤은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KPJ, 지티스트에 이어 길픽쳐스까지 국내 5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게 됐다. 일부 지분을 확보한 무비락, 메리카우, 넥스트씬까지 3개의 관계사도 보유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전 세계가 K컨텐츠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지닌 양질의 컨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훌륭한 크리에이터 그룹과 탁월한 제작능력을 지닌 길픽쳐스와의 협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9-15 14:51:55[파이낸셜뉴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혐오,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는 위와 같이 말한다. 심 판사는 극중 옥상에서 벽돌을 던진 촉법소년에 의해 아이를 잃는다. 그 소년은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고 이후에도 또 다른 강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기준 조정나선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촉범소년은 현행 소년법상 만 10~14세로 규정됐으며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처럼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을 받게된다. 보호처분은 감호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 등이다.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강하게 처벌하기 보다 교육과 재사회화를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은 현재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촉법 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명확하게 찬반 입장을 내지는 않고, 구체적 연령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갈수록 늘어나고 흉포화 되는 소년 범죄로 인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지난 5년간 58% 증가했다. 2017년 7896건, 2018년 9049건,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1건이다. 강력범죄로 소년부 송치 건수도 2017년 6286건에서 2021년에는 8474건으로 35% 증가했다. ■국회서도 촉법소년 연령하향 추진 국회 차원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지난달 23일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12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살인·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만 19세 미만 소년은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영교(서울 중랑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 1월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낮추는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8년 제정 당시 만 12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정해졌다. 이후 1988년 하한선만 만 10세로 낮아졌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6세에서 13세 사이로 정하고 있다. 조병선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상한은 독일, 일본이 우리와 같은 만 14세, 프랑스 13세, 영미권은 10세도 많다"며 "미국의 경우 주별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년범 엄벌주의 범죄 예방 효과 미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가 됐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 올라왔으나 모두 폐기됐다. 특히 전문가들의 경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 엄벌주의가 소년 범죄 예방과 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외국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 확대·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병선 교수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했다거나, 일부 강력범죄 사례만 보지 말고 성인범죄와 촉법소년 범죄의 증감 추이와 상관성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기존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촉법소년 담당 인력, 예산 등이 충분하고 제대로 실행됐는지 등을 전문가들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현장의 소년부 판사도 강력범죄 사건의 경우도 가능한 소년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소년원에 가서 잘되는 경우보다 또 다른 범죄를 배워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4-03 14:18:05[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지난 한주간 비영어권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TV시리즈에 올랐다. 10일 넷플릭스가 공식집계한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3월 첫째주(2월28~3월6일) 소년심판은 시청시간 4593만 시간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월 25일 공개 첫주인 2월 넷째주(2월21일~27일)엔 3위에서 두계단 껑충 뛰어올랐다. ‘소년심판’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2402만 시간)이 3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멜로물도 강세다. ‘스물다섯, 스물 하나’(1372만시간)가 5위, ‘기상청 사람들’(1079만 시간)이 7위 그리고 ‘서른, 아홉’(1049만 시간)이 9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3-11 10:04:38"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 작품이 제게 와서 기뻤다. 그 어떤 작품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배우 김혜수가 단호하고 냉철한 판사로 분한 '소년심판'이 지난달 25일 공개 후 넷플릭스 톱10에 오르며 화제다. '소년심판'은 '소년법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 논쟁으로 대표되는 우리사회 소년범죄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 엄벌주의·온정주의로 이분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 사회시스템까지 다각도로 그린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김혜수 역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은 나오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정말 제대로, 잘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소년부 판사의 인력, 시간 부족에 놀라" '소년심판'은 지난 10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를 다룬다.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던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부터 여중생집단 성폭행사건, 렌터카 사망사고, 쌍둥이자매 시험지유출사건, 그리고 아파트 벽돌투척 사망사건까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했다. 사건의 디테일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각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적 재미와 주제 전달을 위해 '소년형사합의부'도 새로 만들었다. 현재 소년재판은 판사 혼자 단독재판으로 이뤄지나, 이 드라마에서는 기존 가정법원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로 설정했다. 이에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을 모두 담당한다. 김혜수는 극중 소년범을 혐오하는 냉철한 '우배석' 심은석 판사를 맡아 소년범의 갱생을 믿는 다정한 '좌배석' 차태주 판사(김무열 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극중 엄중한 목소리로 소년범을 꾸짖거나 "혐오한다"고 발언하는 등 시종일관 날선 모습이다. 김혜수는 4일 인터뷰에서 "실제로 큰 소리로 야단치는 판사의 모습에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판사 정원 3300여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는 약 20여명. 김혜수는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판사의 재판을 참관하거나 면담했다. 그는 "호통치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나, 때로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더라"고 부연했다. 역대 최장기간 소년부 판사를 역임한 천종호 판사도 '호통판사'로 유명했다. 사건당 배당되는 시간이 3분에 불과해 호통을 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이 법정에 다시 서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수는 "천종호 판사님 동영상과 책도 봤다"면서 "다만, 연기함에 있어 특정인물을 떠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부 판사의 팍팍한 현실도 짚었다. 김혜수는 "20여명의 소년부 판사가 연간 3만명 이상의 소년범죄를 다룬다"며 "인력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재판 때 피해자 사진, 내 아이디어" 소년범에게 가장 엄한 10호 처분을 많이 줘 별명이 '천십호'였던 천종호 판사처럼, 극중 김혜수의 별명은 '십은석'이다. 극중 김혜수는 '전과자를 만드는 게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상사의 지적에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며 '죄의 무게'를 강조한다. 동시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려고 고군분투한다. 법정신에서 심은석은 늘 피해자의 사진을 붙여놓는데, 이는 김혜수의 아이디어였다. 김혜수는 "심은석의 대사 중에 '오늘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가해자는 반성하는가'가 있는데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소품팀에게 사진을 구해달라고 했고, 감독님이 적절하게 잘 활용해줬다"고 말했다. "갈수록 영약하고 악랄해지는 소년범죄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그 1%에 가려진 소년범죄에 대해선 나 역시 잘 모르고 무관심했다. 소년범죄는 재범율이 높지만,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화도 잘된다더라." 실제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격했다.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었는데, 부모와 함께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서 인성뿐 아니라 성적도 전국 상위 3%에 들 정도로 개과천선한 경우였다. 그때 법관이 울먹이면서 세 번이나 (달라져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내가 소년범죄에 너무 감정적이었구나.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 어른들이 소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책임감 있게 이끌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인 지점과 직접 연결되는 드라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소년심판'의 공개를 반긴 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둘러싼 법률과 교화의 문제를 잘 다뤘다. 문제는 부모에서 시작하지만, 국가의 책임이 크고,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3-07 18:12:35배우 송덕호가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곽도석 역으로 열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극본 김민석/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덕호는 극 중 7, 8화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사고 에피소드에서 운전자 곽도석 역을 맡았다. 그는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하여 차를 렌트한 뒤,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을 감행했다. 이후 경찰에 적발되어 쫓기던 도중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게 되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태로 병원에 입원하지만 결국 사망한다. 더불어 운전한 자신 또한 중태로 입원한 뒤 식물인간 판정을 받는다. 도석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였지만, 백미주(정수빈 분)의 몰카 사진을 지워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무리 내 지속적으로 폭행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태권도 선수 출신이었지만 이미 보호 처분을 받은 전략이 있었고, 차태주(김무열 분) 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서지 않고 참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가해자들은 소년원 송치 처분으로 끝이 났고, 법이 모든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의미를 전했다. 이처럼 송덕호는 '소년심판'을 통해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복잡한 인과관계 속 곽도석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또한 사건의 표면적 진실만 비쳤을 때, 그리고 점차 사건의 본질을 알아갈 때의 상황에서 곽도석이라는 인물을 마치 다른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서사를 탄탄히 이끌었다. 한편 송덕호는 영화 '스프린터', ‘차인표’, ‘해치지 않아’, ‘변산’, ‘버닝’,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호텔 델루나’, '관종', '모범택시', 'DP', '트레이서' 등을 비롯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최근 tvN 드라마 '링크'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활약을 예고했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 방송 캡처
2022-03-03 11: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