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그 중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건들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오피깨기일명 ‘오피깨기’란 범행이 있다. 오피스텔에서 은밀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이용하여 비행소년이 성매수자로 위장하여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오피스텔에 들어간 뒤 그 곳에서 성매매하는 여성을 협박하여 그 여성이 가지고 있는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피해 여성은 성매수남들로부터 받은 다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므로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질러도 피해 여성의 신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주로 이런 범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정의의 사도를 가장한 강도상해 이와 반대로 성매매를 가장한 공갈 범행도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보통 소년심판 사건으로 아주 중한 사건이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강력 사건 중 꽤 흔한 유형이 성매매를 할 듯이 성매수남을 유인한 다음 성매수남을 협박·폭행하여 그로부터 돈을 빼앗는 강도상해 사건이다. 비행소년들 중 여자 아이는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하여 성매수남과 연락을 취한 뒤 모텔에서 만난 후 성관계를 가질 것처럼 하다가 성매수남이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가면 다른 남자 비행소년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러면 남자 비행소년들이 모텔로 들어와 성매수남에게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여동생인데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려고 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각목 등으로 성매수남을 폭행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성매수남들은 자신의 범법행위가 밝혀질까 봐 또는 폭행을 견디지 못하여 그 자리에서 비행소년들이 요구한 현금을 주든지 아니면 근처 현금인출기까지 가서 현금을 뽑아 주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비행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여 역할을 분담하고, 그 과정에서 강력한 유형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이와 같은 범행은 그 범행이 계획대로 잘되지 않았을 때 더 큰 피해 발생이 가능하다. 실제로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모텔 방문을 열라고 요구했던 모텔 여주인을 비행소년들이 심하게 폭행했던 사건도 있었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강도·공갈 사건을 저지르는 비행소년들이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매수남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성매수남들을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나쁜 범행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이 성매수남들을 혼내주고 벌주는 ‘정의의 사도’라고 착각하는 비행소년들도 있었다. 두 범죄집단의 충돌그런데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유형의 범죄 집단이 서로 맞부딪치는 사건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과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이 만나게 된 것이다.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은 자신의 계획대로 오피스텔에 있는 여성이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인지도 모르고 그 여성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성매수남과 달리 성매수남이 자신을 협박하자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은 어쩔 수 없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몰래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 비행소년들에게 SOS 전화를 건다. 성매매 여성으로 가장한 비행소년의 전화를 받고 출동한 일당을 보게 된 성매수남으로 가장한 비행소년 역시 무언가 꼬여버린 사태를 파악하고 자기 쪽 무리에게 전화를 건다. 이에 성매수남 측 공범들도 대거 등장하면서 마치 조폭 행동대원들의 결사 항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 측 무리들의 규모가 더 커서 싸움의 승산의 없다고 판단한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은 모두 도망쳐 미리 준비했던 차량으로 피신했다. 그 일당을 끝까지 쫓아간 성매매 여성 측 무리들이 각목 등으로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부서트릴 기세를 취하자 성매수남을 가장한 일당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조사받을 것까지 각오하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충돌한 경찰관들에 의해 두 범죄 집단의 멤버들은 모두 체포되어 각각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다. 위 각 범행을 저지른 주범들은 형사재판을 통해 중한 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가담정도가 경미한 소년들의 경우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그 아이들은 소년재판 당시 위와 같은 강력 범행에 이르렀던 이유에 대하여 ‘선배들이 바람잡이 역할만 하거나 성매수남 협박 시 그냥 옆에 병풍처럼 서 있기만 해도 많은 돈을 준다고 했고, 이건 성매매를 하는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 것이어서 나중에 혹시 걸려도 중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말해서’ 였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강도상해 범행은 매우 중한 범죄여서 이러한 범행에 연루될 경우 소년들은 대부분 시설처분(소년원, 6호 처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범생으로 착실하게 살아 온 학생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못된 선배들의 잘못된 꾀임에 빠져 중한 비행에 연루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중·고생자녀를 둔 부모는 항상 자신의 자녀가 현재 누구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자녀들이 잘못된 준법의식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24-09-03 14:28:08[파이낸셜뉴스] 재판 진행 연습의 필요성 나는 200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17년간 재판 업무를 하다가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치게 되었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재판 업무를 담당하였지만 아무리 재판 준비를 잘하더라도 재판 당사자의 심정을 100%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재판은 법정이라는 곳에서 재판 당사자가 어떠한 주장을 하고, 그 주장에 대해 재판 당사자들끼리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면 증거를 통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사실 확정 단계)을 거친 후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령과 판례를 적용하여 그에 맡는 결론(판결, 결정 및 심판 등)을 내는 과정이다. 그 복잡하고 긴 과정을 하나하나 논리적 순서에 맞게 풀어나가는 것이 재판장이 할 일이다.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재판 당사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어떤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등은 당연히 재판에 앞서 재판장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와 같은 재판 준비만으로는 좋은 재판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기록을 잘 숙지하고 있어도 재판 당사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재판장은 미숙한 재판장이 된다. 예를 들어 법정 내에서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재판 당사자는 재판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또한 말이 너무 빨라도 그렇다. 나아가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했더라도 재판 당사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기록만 보면서 재판을 진행한다면 재판 당사자들의 절차적 만족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재판 기록의 숙지 못지않게 소통 기술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재판 당사자들에게 명확하게 의사 전달이 될 수 있도록 호흡과 발성 연습도 필요하고, 자연스런 눈 맞춤도 연습도 필요하다. 그냥 본인이 편한대로 습관대로만 진행하다보면 재판 절차 진행은 점점 더 부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나의 경우 예전에 방송을 한 경험이 있어 발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재판 진행 중 기록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었고, 재판 당사자의 발언 시 눈맞춤 시간이 너무 짧았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나서는 이를 고치기 위해 사무실에서 혼자 재판 진행을 연습해 보기도 했었다. 간접경험의 한계이러한 재판 진행 연습이 빛을 발했던 때가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재판·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부끄럽지만 2020년 경기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정법원은 다른 법원과 달리 재판 당사자들에 대한 법원의 후견적·복지적 기능이 꼭 필요한 법원이다. 사실 간접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최소한 어느 정도의 혼인 기간을 거쳐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 책임감 및 고단함 등 각종 희노애락을 겪어 보아야만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특수한 사건들의 내용 그리고 그 재판 당사자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리지 스토리(Marriage Story)란 영화를 보면 이혼을 경험한 여자 변호사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에게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여자 주인공은 그 변호사 역시 이혼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속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오픈하게 된다. 주인공 남성 역시 중간에 등장한 4번의 이혼을 겪은 새로운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야 이제야 정말 자신의 상황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안도한다.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이혼사건, 상속재산분할심판, 후견사건, 가정보호사건, 아동보호사건 및 소년심판 등은 법률이 적용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부분이 다른 재판보다 훨씬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법 이론은 이해하고 적용하면 그만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영역은 공감을 느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크다. 그런 면에서 아동보호재판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판사가, 소년재판은 청소년기 이상의 자녀들을 두고 있는 판사가, 가정보호재판은 적어도 배우자와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본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적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소년재판의 단상소년부 판사가 2명밖에 없었던 2019년 수원가정법원의 경우 한 해에 소년재판 사건만 6000건이 넘었으므로 소년부 판사 한 명당 1년간 30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따라서 소년부 판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들에 등장하는 비행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했다. 다만 소년부 판사로서 그 소년에 대한 조사, 처분 및 집행감독을 통해 그 소년의 인생에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 줄 수는 있었다. 일단 각 비행소년에게 알맞은 길(Path)을 선별하여 주고, 실제 소년이 그 길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는 보호자, 위탁보호위원, 6호 시설 또는 소년원 등 각 집행기관이 확인하고 도와줘야 했었다. 만약 그 길이 그 비행소년에게 맞지 않는 경우 소년부 판사는 직권으로 또는 관계기관의 요청으로 처분변경을 통해 비행소년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곤 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년부 판사가 소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비행소년 및 보호자도 소년부 판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신뢰는 법정에서 소년부 판사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너무나 많은 사건 수 때문에 결국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사라 해도 소년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은 판사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환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때의 불편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소년재판 진행 당시 짧은 시간이더라도 항상 법정에 선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비행소년이나 보호자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더라도 일단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다. 아직까지 소년재판 사건을 수임하여 보조인으로 법정에 서 보지는 못했는데 훗날 소년재판 사건을 맡게 된다면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재판장을 만나고 싶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8-08 15:09:25[파이낸셜뉴스] 스페인 소년법원 작년에 다른 나라의 소년심판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 소년법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스페인 소년법원 판사님들은 대부분 20년 내지 30년 동안 소년심판 업무만 계속해서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일반 법관으로 임용된 후 소년법원 판사가 되기 위한 특별 시험을 본 다음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나서야 소년법원 판사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관이 다른 일반 재판 업무를 담당하다가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 배치되어 길어야 2년 정도 근무하고 또다시 다른 재판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마저도 작은 지방법원의 경우 소년부 판사가 형사재판장이나 민사재판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령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되더라도 소년심판 업무만 3년을 초과하여 전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K-콘텐츠의 위력 또 하나 놀랐던 점은 그라나다 소년법원 판사님들 모두 김혜수가 소년부 판사로 출연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애청자였다는 점이다. 항상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오토바이로 출퇴근하신다는 그라나다 소년법원의 에밀리오 판사님은 “정말 김혜수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판사가 직접 수사관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느냐?”고 나에게 묻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만 가는 식당에서도 BTS와 뉴진스의 노래가 흘러 나와 깜짝 놀랐고,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김치를 찾는 스페인 현지인들에 또 한 번 놀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얘기를 들으니 K-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뭔가 모를 뿌듯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사실 나는 법원 근무 당시 소년심판을 꽤 오래 한 편이다. 수원지방법원 근무하면서 1년, 수원가정법원에 근무하면서 3년 총 4년 동안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하였다. 아마 법원에 나보다 소년심판을 오래 담당했던 분은 천종호 부장판사님을 비롯하여 몇 분 안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향후 몇 회차의 칼럼은 소년심판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소년전문법관의 필요성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소년심판은 일반 법관들이 순환하면서 담당하는 구조다. 가사소년전문법관이라 해도 길어야 2-3년이다. 사실 나의 경우에도 소년심판의 구조와 관계기관의 구체적 역할, 비행소년들의 특성, 처분이 가져오는 효과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거의 2년 정도가 소요되었다. 우리나라는 소년심판 제도를 이해하고 적절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 쌓이자마자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구조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소년심판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스페인처럼 소년법원을 설치하고 일반 법관 중 소년전문법관을 따로 선발하여 정년까지 소년심판 업무만을 계속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년심판의 효용 소년심판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년심판이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비행소년들에게 판사가 약한 처분을 내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만 보면 일견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4년간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해 본 결과 소년심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절대 비행소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아니다. 소년들이 저지른 비행 중 언론에서 보도되는 대부분의 강력범죄 사건들은 결국 소년심판으로 끝나지 않고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검찰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하더라도 소년부 판사는 다시 이 사건을 검찰로 보낼 수 있다. 같은 유형의 범행을 저지른 공범들 중 형사재판을 받은 소년의 경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소년재판을 받은 소년의 경우 2년간의 소년원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형사재판에서는 벌금으로 끝날 수 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이 소년재판을 받을 경우 160시간의 사회봉사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비행소년이 아이스크림 1개를 훔쳐 먹어서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 간 입소되는 6호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아이스크림 1개 절취했다고 6개월의 실형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부 비행소년은 소년심판을 받는 경우 형사재판을 받도록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년심판 폐지론보다는 개선으로 소년원에서의 6개월 생활과 교도소에서의 6개월 생활이 다르듯이 소년심판의 처분과 형사재판의 형벌은 그 목적과 효과가 전혀 다르다. 소년심판에서는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범행)의 죄질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소년의 가정환경이나 주변 환경도 세심하게 살핀다. 그래서 아무리 가벼운 비행을 저질러도 비행소년의 주변환경(보호력)이 취약한 경우 무거운 처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거운 처분은 소년의 보호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일반인들이 접하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많은 강력 소년사건들은 결국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고, 설령 촉법소년이어서 결국 소년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더라도 형사재판을 받을 때보다 결코 유리한 처분이 나오지 않는다. 소년심판을 하면서 처리한 대부분의 소년사건은 매우 경미한 경우가 많은데 조사해 보면 그 사건을 저지른 소년들의 가정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열악한 가정환경이었더라면 그 누구라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소년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소년들로 하여금 형사재판을 받게 하고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그 소년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그들은 잠깐의 형사재판을 받고, 전과자가 된 후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정말로 범죄자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 든다.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극소수의 촉법소년(이러한 촉법소년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소년부 판사와 법무부가 협의하여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범죄소년의 연령을 낮추어 많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촉법소년을 범죄소년화하자는 의견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방황하는 소년들로 하여금 소년심판 절차를 통해 위탁보호위원, 상담사,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 나아가 소년부 판사의 도움을 받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 그래서 그들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4-07-26 14:35:02[파이낸셜뉴스] 스튜디오드래곤(대표이사 김영규, 김제현)이 길픽쳐스 지분을 100% 인수, 자회사로 영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15일, 우수한 기획개발 능력을 보유한 드라마 제작사 ‘길픽쳐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주식회사 길픽쳐스는 박민엽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제작사로, 박재범(빈센조), 김윤(원더우먼, 프로듀사), 김민석(소년심판) 등 우수 작가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스토브리그', 2021년 '원더우먼', 2022년 '소년심판'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올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공개가 예정돼있다. 이로써 스튜디오드래곤은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KPJ, 지티스트에 이어 길픽쳐스까지 국내 5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게 됐다. 일부 지분을 확보한 무비락, 메리카우, 넥스트씬까지 3개의 관계사도 보유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전 세계가 K컨텐츠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지닌 양질의 컨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훌륭한 크리에이터 그룹과 탁월한 제작능력을 지닌 길픽쳐스와의 협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9-15 14:51:55[파이낸셜뉴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혐오,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는 위와 같이 말한다. 심 판사는 극중 옥상에서 벽돌을 던진 촉법소년에 의해 아이를 잃는다. 그 소년은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고 이후에도 또 다른 강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기준 조정나선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촉범소년은 현행 소년법상 만 10~14세로 규정됐으며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처럼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을 받게된다. 보호처분은 감호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 등이다.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강하게 처벌하기 보다 교육과 재사회화를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은 현재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촉법 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명확하게 찬반 입장을 내지는 않고, 구체적 연령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갈수록 늘어나고 흉포화 되는 소년 범죄로 인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지난 5년간 58% 증가했다. 2017년 7896건, 2018년 9049건,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1건이다. 강력범죄로 소년부 송치 건수도 2017년 6286건에서 2021년에는 8474건으로 35% 증가했다. ■국회서도 촉법소년 연령하향 추진 국회 차원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지난달 23일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12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살인·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만 19세 미만 소년은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영교(서울 중랑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 1월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낮추는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8년 제정 당시 만 12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정해졌다. 이후 1988년 하한선만 만 10세로 낮아졌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6세에서 13세 사이로 정하고 있다. 조병선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상한은 독일, 일본이 우리와 같은 만 14세, 프랑스 13세, 영미권은 10세도 많다"며 "미국의 경우 주별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년범 엄벌주의 범죄 예방 효과 미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가 됐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 올라왔으나 모두 폐기됐다. 특히 전문가들의 경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 엄벌주의가 소년 범죄 예방과 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외국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 확대·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병선 교수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했다거나, 일부 강력범죄 사례만 보지 말고 성인범죄와 촉법소년 범죄의 증감 추이와 상관성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기존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촉법소년 담당 인력, 예산 등이 충분하고 제대로 실행됐는지 등을 전문가들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현장의 소년부 판사도 강력범죄 사건의 경우도 가능한 소년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소년원에 가서 잘되는 경우보다 또 다른 범죄를 배워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4-03 14:18:05[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지난 한주간 비영어권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TV시리즈에 올랐다. 10일 넷플릭스가 공식집계한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3월 첫째주(2월28~3월6일) 소년심판은 시청시간 4593만 시간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월 25일 공개 첫주인 2월 넷째주(2월21일~27일)엔 3위에서 두계단 껑충 뛰어올랐다. ‘소년심판’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2402만 시간)이 3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멜로물도 강세다. ‘스물다섯, 스물 하나’(1372만시간)가 5위, ‘기상청 사람들’(1079만 시간)이 7위 그리고 ‘서른, 아홉’(1049만 시간)이 9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3-11 10:04:38"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 작품이 제게 와서 기뻤다. 그 어떤 작품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배우 김혜수가 단호하고 냉철한 판사로 분한 '소년심판'이 지난달 25일 공개 후 넷플릭스 톱10에 오르며 화제다. '소년심판'은 '소년법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 논쟁으로 대표되는 우리사회 소년범죄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 엄벌주의·온정주의로 이분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 사회시스템까지 다각도로 그린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김혜수 역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은 나오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정말 제대로, 잘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소년부 판사의 인력, 시간 부족에 놀라" '소년심판'은 지난 10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를 다룬다.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던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부터 여중생집단 성폭행사건, 렌터카 사망사고, 쌍둥이자매 시험지유출사건, 그리고 아파트 벽돌투척 사망사건까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했다. 사건의 디테일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각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적 재미와 주제 전달을 위해 '소년형사합의부'도 새로 만들었다. 현재 소년재판은 판사 혼자 단독재판으로 이뤄지나, 이 드라마에서는 기존 가정법원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로 설정했다. 이에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을 모두 담당한다. 김혜수는 극중 소년범을 혐오하는 냉철한 '우배석' 심은석 판사를 맡아 소년범의 갱생을 믿는 다정한 '좌배석' 차태주 판사(김무열 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극중 엄중한 목소리로 소년범을 꾸짖거나 "혐오한다"고 발언하는 등 시종일관 날선 모습이다. 김혜수는 4일 인터뷰에서 "실제로 큰 소리로 야단치는 판사의 모습에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판사 정원 3300여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는 약 20여명. 김혜수는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판사의 재판을 참관하거나 면담했다. 그는 "호통치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나, 때로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더라"고 부연했다. 역대 최장기간 소년부 판사를 역임한 천종호 판사도 '호통판사'로 유명했다. 사건당 배당되는 시간이 3분에 불과해 호통을 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이 법정에 다시 서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수는 "천종호 판사님 동영상과 책도 봤다"면서 "다만, 연기함에 있어 특정인물을 떠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부 판사의 팍팍한 현실도 짚었다. 김혜수는 "20여명의 소년부 판사가 연간 3만명 이상의 소년범죄를 다룬다"며 "인력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재판 때 피해자 사진, 내 아이디어" 소년범에게 가장 엄한 10호 처분을 많이 줘 별명이 '천십호'였던 천종호 판사처럼, 극중 김혜수의 별명은 '십은석'이다. 극중 김혜수는 '전과자를 만드는 게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상사의 지적에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며 '죄의 무게'를 강조한다. 동시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려고 고군분투한다. 법정신에서 심은석은 늘 피해자의 사진을 붙여놓는데, 이는 김혜수의 아이디어였다. 김혜수는 "심은석의 대사 중에 '오늘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가해자는 반성하는가'가 있는데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소품팀에게 사진을 구해달라고 했고, 감독님이 적절하게 잘 활용해줬다"고 말했다. "갈수록 영약하고 악랄해지는 소년범죄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그 1%에 가려진 소년범죄에 대해선 나 역시 잘 모르고 무관심했다. 소년범죄는 재범율이 높지만,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화도 잘된다더라." 실제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격했다.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었는데, 부모와 함께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서 인성뿐 아니라 성적도 전국 상위 3%에 들 정도로 개과천선한 경우였다. 그때 법관이 울먹이면서 세 번이나 (달라져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내가 소년범죄에 너무 감정적이었구나.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 어른들이 소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책임감 있게 이끌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인 지점과 직접 연결되는 드라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소년심판'의 공개를 반긴 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둘러싼 법률과 교화의 문제를 잘 다뤘다. 문제는 부모에서 시작하지만, 국가의 책임이 크고,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3-07 18:12:35배우 송덕호가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곽도석 역으로 열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극본 김민석/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덕호는 극 중 7, 8화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사고 에피소드에서 운전자 곽도석 역을 맡았다. 그는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하여 차를 렌트한 뒤,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을 감행했다. 이후 경찰에 적발되어 쫓기던 도중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게 되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태로 병원에 입원하지만 결국 사망한다. 더불어 운전한 자신 또한 중태로 입원한 뒤 식물인간 판정을 받는다. 도석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였지만, 백미주(정수빈 분)의 몰카 사진을 지워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무리 내 지속적으로 폭행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태권도 선수 출신이었지만 이미 보호 처분을 받은 전략이 있었고, 차태주(김무열 분) 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서지 않고 참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가해자들은 소년원 송치 처분으로 끝이 났고, 법이 모든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의미를 전했다. 이처럼 송덕호는 '소년심판'을 통해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복잡한 인과관계 속 곽도석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또한 사건의 표면적 진실만 비쳤을 때, 그리고 점차 사건의 본질을 알아갈 때의 상황에서 곽도석이라는 인물을 마치 다른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서사를 탄탄히 이끌었다. 한편 송덕호는 영화 '스프린터', ‘차인표’, ‘해치지 않아’, ‘변산’, ‘버닝’,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호텔 델루나’, '관종', '모범택시', 'DP', '트레이서' 등을 비롯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최근 tvN 드라마 '링크'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활약을 예고했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 방송 캡처
2022-03-03 11:42:35[파이낸셜뉴스] 비행소년이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 불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한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10종류의 처분이 있는데 대체로 높은 번호일수록 중한 처분으로 인식된다. 1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하는 위탁보호위원에게 소년의 지도·감독을 맡기는 처분이다. 기간은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이 소년의 생활을 감독하고 그 경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위탁보호위원은 보호자가 따로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소년과 만나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 신병불인수 위탁보호위원과 보호자가 따로 없거나 보호자의 감호에 두기에 부적당한 소년을 인수하여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주로 그룹홈 등에서 같이 생활)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나눈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보호관찰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십 시간의 상담을 받게 하는 처분이다. 3호 처분은 사회봉사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80시간(10일) 또는 160시간(20일) 등 일정 시간 동안 봉사하게 한다. 4호와 5호 처분은 보호관찰처분인데 4호는 1년, 5호는 2년으로 그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처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말 것, 야간 외출을 하지 말 것,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할 것” 등 특별준수사항을 부가하기도 한다. 6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과 마찬가지로 시설 내 처우이기 때문에 6개월간 비행소년의 신체적 자유는 제한된다. 다만 6호 시설은 소년원과 달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시설 내의 생활은 기숙사 학교와 유사한 형태이다. 7호부터 10호는 모두 소년원 처분이다. 7호 처분은 의학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소년을 6개월 동안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8호 내지 10호 처분은 모두 소년원 처분인데 그 기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8호 1개월, 9호 6개월, 10호 2년). 6호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 위 각 처분에 대해서 할 얘기들이 많지만 오늘은 6호 처분에 대하여 얘기해 보고자 한다. 6호 처분을 받고 아동복지시설에 가게 된 소년들은 거의 99% 자신이 6호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1 내지 5호 처분과 달리 6호 처분부터는 시설에 입소하게 되므로 소년들의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불만의 주된 이유는 대체로 자신들은 6호 처분을 받을 만큼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판사가 잘못 판단해서 자신에게 너무 무거운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년들은 6호 시설 입소 후 2개월 정도 지나게 되면 시설 선생님들의 진심 어린 교육과 규칙적인 생활의 긍정적인 면을 맛보고, 소년원에 보내지 않고 6호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판사에게 감사하게 된다. 소년부 판사는 법정에 서게 되는 소년들 한명 한명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비록 그 소년들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소년이기 때문에 그 소년이 교화되어 바르게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대부분의 소년부 판사들은 소년재판을 통해 단 한 명의 소년이라도 비행의 늪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길 바랄 것이다. 6호 시설 방문과 퇴소 전 면담 내가 소년부 판사로 근무했던 수원가정법원은 6호 시설 퇴소 1달 전 무렵에 입소했던 소년들과 식사를 하는 형식으로 퇴소 전 법관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 제도는 수원가정법원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엄상섭 변호사님이 시작하셨다고 한다. 처음 소년부 판사가 되었을 때 이러한 형식의 면담은 그야말로 나에게 충격적 사건이었다. ‘판사가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비행소년과 같이 식사를 한다고?’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는 재판장과 재판 당사자가 식사를, 그것도 재판 전후에 사석에서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년부 판사는 자신의 처분을 받은 소년들이 모여 사는 6호 시설을 직접 방문하여 소년들의 생활을 자세히 살펴본 후 이들을 혼내거나 격려하기도 한다. 형사재판을 하는 판사가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의 피고인이 복역하는 교도소에 찾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기에 위와 같은 방문 절차 역시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소년부 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판사의 역할과 매우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의사나 선생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소년재판에서의 처분(1호~10호 처분)은 형벌이 아니다. 소년재판에서의 처분은 비행소년을 교화하고 성행을 개선하여 그들을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만드는 과정 중에 필요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퇴소 전 비행소년들과 함께 하는 식사 역시 업무의 연장이고 위에서 언급한 과정에 필요한 수단이다. 소년부 판사는 자신이 처분했던 비행소년들과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소년들의 변화된 모습과 재비행 방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관찰하고 평가한다. 수줍은 고백의 여운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나로부터 6호 처분을 받은 소년 중 어떤 소년은 내가 내린 처분에 화가 났는지 6호 시설을 방문했을 때 내 눈을 피하며 인상을 쓰고 있었고, 판사와의 면담 시간에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6호 시설 선생님들로부터는 그 소년이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만 만나면 영 표정이 밝지 않아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퇴소를 며칠 앞두고 그 소년을 판사실에서 면담하였는데 그때도 좀 어색할 정도로 대화가 자주 끊겼다. 그렇게 어색하게 면담을 마치려는 찰나 그 소년이 판사실을 나가며 수줍게 입을 열었다. “판사님. 처음에 6호 처분하셨을 때 굉장히 화가 나고 미웠어요. 그런데 여기서 6개월 생활해 보니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저는 예전의 나쁜 습관을 모두 없앨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전혀 예상치 못한 그 소년의 고백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여운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소년재판을 하면서 가장 불편할 때는 법정에서 만난 소년의 교정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처분이 별 효과가 없었을 때이다. 법정에서 처분을 받고 밖으로 나간 소년이 또 다른 비행을 저질러 다시 법정에 서게 되면 나의 처분이 그 소년에게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한 것 같아 괴로웠다. ‘어떤 처분을 해야만 이 소년이 변할 수 있을까? 어떤 처분이 이 소년에게 가장 도움이 될까?’ 늘 고민하는 것이 소년부 판사의 숙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처분이 도움되었다고 인정하는 위 소년의 수줍은 고백은 잠시나마 소년재판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9-21 13:22:23[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그 중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건들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비행소년들의 성매매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비행소년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비행소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요즘 소년들이 어떠한 유형의 범죄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지, 어떤 녀석이 사건을 주도하는지, 소년재판을 통해 처분을 받은 소년이 현재는 어떻게 지내는지, 나아가 그들만이 쓰는 용어 등에 대한 정보까지 듣게 된다. 내가 면담한 어떤 소년은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자기가 속해있는 여자 중학교 학급 내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보다 더 적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여자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로 받은 돈을 갈취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의 피해자였던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나중에 자기 후배(초등학생)나 자기보다 약한 아이에게 똑같이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갈취하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사실 대부분 비행소년들의 문제는 가정의 미흡한 보호력에서 기인한다. 어떠한 이유로 비행소년들이 장기간 가출하게 되면 생활비가 필요하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자 아이들은 주로 절도 범행을 저지르고 여자 아이들은 성매매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절도나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갈 데 없는 그런 아이들의 곤궁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나쁜 어른들이 아이들을 유혹해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성년 성매매 범행의 성매수자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노예놀이중·고등학교 남자 아이들 중에 어린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이른바 ‘노예놀이’라는 것을 하는 것을 사건으로 접한 적이 있었다. 비행소년들은 처음엔 피해 아동에게 “프로필을 보니까 예쁘다. 같이 게임하자”며 접근한다. 그러다가 친해지면 조금씩 여자 아이들을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하면서 피해 아동의 약점을 찾기 시작한다. 비행소년들이 피해 아동의 약점을 잡게 되면 본색을 드러내고 피해 아동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비행소년은 항상 반말로 피해 아동에게 명령하는 반면 피해 아동에게는 항상 존댓말을 쓰고 말대꾸도 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또한 자신을 ‘주인님’으로 부르라고 한다. 비행소년은 피해 아동에게 나체 사진이나 자위 동영상을 촬영하여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즉시 보내지 않으면 피해 아동의 약점을 다른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런 유형의 비행을 사건으로 접하였을 때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 번째는 사실 비행 소년의 협박이라는게 내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피해 아동들이 너무 쉽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 놀라운 점은 이런 유형의 범행을 저지르는 비행 소년을 실제 법정에서 만나보면 매우 소심하고 왜소한 타입이라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범행의 피해 아동들은 어린 경우(초등학생)가 많기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협박에도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만약 자신의 자녀가 초등학생 여자 아이인데 핸드폰을 보여주기를 꺼리면서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면 한번 즈음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몰카 비행또 다른 비행의 유형은 타인의 신체를 허락 없이 불법촬영하는 이른바 ‘몰카범행’이다. 특히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여 여자가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비행을 많이 접했는데, 어떤 비행소년은 여자 화장실에 시선을 끌지 않고 잠입하기 위해 여성용 가발을 준비하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비행을 저질렀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모범생인데다가 가정환경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몰카 비행을 저질러 소년 재판을 받게 된 아이들을 조사해 보면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매번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죄의식을 느끼며 그만두고 싶었으나 자신의 의지로는 그 비행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단속되었을 때 ‘이제는 이 비행을 멈출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안도하였다고 했다. 소년 재판 당시 느낀 바로는 몰카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단속되기 전에 스스로 그 비행을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몰카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적절한 처분을 통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재비행의 유혹을 이겨낼 만큼의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성인이 돼서도 계속 그 범행의 습벽을 끊지 못할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유명 아나운서나 스포츠 스타, 심지어 판사까지도 몰카 범행에 연루되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노력의 결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많다. 차라리 이러한 습벽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조기에 그 비행 또는 범행이 발각되어 처분이나 처벌을 통해 그 습벽의 씨앗이 제거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비정상적으로 풀지 말고 좋아하는 취미나 운동 등을 통해 적절히 해소하는 경험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주 선사해 주어야 할 것이다.
2024-08-23 09: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