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디딤돌소득' 실험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해외 유수 석학들이 각국의 소득보장 제도 및 디딤돌소득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10월 7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오세훈 시장의 약자동행정책의 핵심이다. 기준에 비해 소득이 부족한 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을 채워주는 소득보장모형으로,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빈곤과 소득격차 완화 방안 모색-소득보장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개회식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 교수가 특별대담을 진행한다. 이어 기조연설과 3개 세션이 열릴 예정이다. 특별대담 연사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는 20년 넘게 불평등을 연구한 소득보장제도 전문가다. 대표 저서 '21세기 불평등'은 계급·인종·성별 등 다양한 불평등 이론을 엮은 도서로, 계층이동을 막는 기회의 불평등을 분석하고 있다. 기조 연사는 최근 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진학자로, 세계불평등연구소장이자 파리정치대 부교수로 재직 중인 뤼카 샹셀이 나선다. '21세기 불평등과의 싸움'에 대한 발표를 들어볼 수 있다. 세션1 '서울 디딤돌소득 2차년도 성과평가' 발표에 이어 세션2에서는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샘 올트먼 기본소득 실험'을 총괄한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세션3에서는 미시간대 루크 쉐퍼 사회복지학 교수, 영국 알마이코노믹스 로버트 조이스 부소장,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파시 모이시오 연구교수가 미국·영국·핀란드의 소득보장제도 사례를 발표한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실장은 "글로벌 불평등이 심화되고 복지제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에 해외 전문가들과 각국의 소득보장 제도 및 서울 디딤돌소득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서울 디딤돌소득의 보완점을 짚어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복지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9-29 13:36:37[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취약계층을 위한 기초보장제도 선정기준을 4월부터 대폭 완화한다. 근로·사업소득 공제율을 40%로 확대하고 주거용 재산도 추가로 공제해 '약자와의 동행'에 힘쓴다는 포부다. 서울시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다양한 빈곤 사례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선정기준을 완화한다고 2일 밝혔다. 우선 근로·사업소득 공제율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했다. 선정 대상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소득평가액 감소로 인한 급여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주거용 재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주거용 재산에 한해 9900만원을 추가 공제한다. 기존에는 재산 기준 1억5500만원 이하인 가구까지 지원을 받았지만, 기준 완화를 통해 최대 2억5400만원 이하인 가구까지 기초보장제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재산의 경우 만 19세 이하 자녀 양육가구에 한해 1인당 최대 1000만원의 공제를 지원한다. 그동안 엄격한 금융재산 기준으로 인해 수급 가능성이 있는 수급권자의 저축을 저해하고 자산형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는 자녀를 양육하는 중·장년층의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소득기준을 기준중위소득 46% 이하에서 47% 이하로 완화했다. 생계급여액도 5.47% 인상해 경제위기 상황속에서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최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상황을 반영하기로 했다"며 "근로빈곤층 지원강화, 재산기준 완화를 통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기조에 맞춰 빈곤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23-04-02 10:10:09[파이낸셜뉴스] 30인 이하 중소기업 사용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용자부담금’의 일부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의 관리·운용 방안, 정부의 재정지원 등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30인 미만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4%로, 대기업(90.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지원해 취약계층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를 운영한다. ■부담금은 얼마?…사업주·근로자 장점은 사용자는 사용자부담금계정에 가입자(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해야 하고, 가입자는 가입자부담금계정에 연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부담금을 납입하면 된다.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용자부담금’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월 230만원 미만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 10%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최저임금 120% 미만 근로자에 대한 부담금 10%를 지원받을 수 있고 최저 수준의 수수료(0.2% 이하)를 통해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근로자는 전문가들이 안정성과 수익률을 함께 고려해 근로자 몫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운용해주고,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적립되니 체불 위험이 사라진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이 중소퇴직기금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퇴직급여 제도는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중소퇴직기금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해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다만 "중소퇴직기금 도입에 따라 퇴직연금 도입이 저조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직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퇴직급여 수령…"노후소득 보장 강화" 기금제도 운영은 근로복지공단이 맡는다. 공단은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기금 운용계획 및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공단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국민연금과 유사하게 금융기관에 대한 예입·신탁, 증권의 매매·대여 등을 규정했다. 기금의 관리·운용 업무는 자본시장법 상 집합투자업자와 투자일임업자가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전문자산 운용기관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의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 혹은 의견을 들어 근로복지공단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설정한다. 가입자의 퇴직 등 급여 지급사유 발생 시 사용자가 '급여지급 신청서'를 작성해 근로복지공단에 급여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 퇴직급여는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퇴직 등으로 급여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를 통해 지급신청을 하면 퇴직급여는 IRP계정 및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가입자계정으로 이전된다. 고용부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도입에 따라 퇴직연금 도입이 저조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2-04-12 09:39:00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금액 산정 방식을 변경키로 하면서 내년부터 관련 복지사업 수당이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소한 1조원 이상 예산이 늘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수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기준중위소득값 선정 개편 과정에서 파생되는 재정충격 문제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중위소득은 개인 혹은 가구의 소득을 크기 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간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뿐 아니라 78개 복지사업의 지원 기준이 된다. 정부는 그동안 이 기준중위소득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표본규모는 2만가구로 가계동향조사(8000가구)에 비해 훨씬 크고, 국세청 과세자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 납부액 자료 등 행정자료를 보완해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한 중위소득이 가계동향조사의 중위소득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기준으로 봤을 때 가계동향조사의 중위소득은 3인가족 기준으로 443만원인 데 비해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은 503만원이었다. 이렇게 중위소득이 오르게 되면 그 이하로 지원받는 가구 수도 많아지게 되고, 복지재정이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충격을 우려해 연착륙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시간을 충분히 두고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제도뿐 아니라 다른 복지사업까지 모두 고려하면 추가로 필요한 예산만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녹실회의 땐 (기준중위소득 변경으로) 재정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번에 모든 기준을 옮기긴 부담스럽다는 문제의식 정도만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정충격이 없도록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을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오는 7월 3일 특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7월 말에 있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내년 기준중위소득과 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2020-06-28 18:03:517월1일부터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분야별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복지 3법'을 제·개정해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는 지원 대상 확대와 유리한 급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중위 소득'을 도입해 급여별로 선정 기준 등을 달리 정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기존에는 단일 기준(최저생계비)으로 운영해 왔다. 이로써 4인가구를 기준으로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28%(118만원), 의료급여는 40%(169만원), 주거급여는 43%(182만원), 교육급여는 50%(211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 예방을 위해 부양 의무자의 소득기준도 완화된다. 수급자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4인 가구 기준 297만원 이상일 경우 제도의 혜택을 못받았는데 앞으로 485만원으로 확대된다. 다만, 교육 급여의 경우 빈곤의 대물림 방지 및 교육기회 균등 차원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긴급복지 지원제도의 대상자 선정 절차도 간소화돼 더 신속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된다. 긴급복지지원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조차 힘든 저소득 위기가구에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시설비, 전기료, 해산장례 보조비, 연료비, 교육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법 개정에 따라 지원자는 관련 서류를 불가피한 경우 사후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대상자 선정 요건인 '위기상황' 사유에 대해 지자체장이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하고, 신고의무자에 이·통장,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장 등을 추가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에 대한 신청은 언제든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가능하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콜센터(129)에 문의하면 된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15-06-30 14:51:25[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는 올해가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연금개혁을 위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보건복지 분야 주요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연금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정부는 연금개혁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 논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21년 만에 단일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이번 개혁안에는 △모수 개혁(보험료율13%·소득대체율42%), 기금수익률 제고(4.5→5.5%),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 담겼다. 정부안이 마련되면서 국민연금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여야가 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안정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올해 안에 연금개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차관은 "이른 시일 내 (국회에서) 논의기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 결과가 나오면 법률 개정을 통한 후속 조치도 빠르고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년은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정부는 연금개혁이 된다고 하면 무슨 일이라도 다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 차관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성과도 높이고 있다"며 "8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140조원이다. 우수인력 유치, 대체투자 확대를 통해 지난해는 기금수익률 13.59%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지원사업도 도입했다"며 "기초연금은 정부 임기 내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11-14 15:16:08최근 필자는 이일규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관의 북한 경제실상 특강을 들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1970년대엔 안정적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았다. 일제 때 건설된 주요 산업 기반의 북한 편재, 소련 등의 후원, 무궁무진한 자원,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정상적 무역뿐만 아니라 주민 사상통제와 외부와의 소통 차단 속 정부 내각에 의한 경제운영과 대안의 사업체계도 중요한 성장 원동력이었다. 대안의 사업체계란 생산의 말단인 공장과 기업소가 부분적으로 독자적 경영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이는 사회주의 사회의 무책임성, 형식주의, 낭비, 노동의 비효율 등을 제거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윤 일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절약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촉진한 것인데, 김일성 시대부터 사회주의 병리 제거를 위하여 시장경제 기능을 일부 도입했어야만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피폐는 심화했고, 1990년대 동구권 붕괴 이후엔 극도로 악화했다. 김정일은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막대한 자금 확보를 위해 내각 중심 경제체제를 당과 무력기관 중심 특수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뇌물, 횡령, 비효율 등이 극단에 이르러 수백만명이 아사했다. 특히 88서울올림픽 대응책으로 세계 청년축전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고를 바닥내고 절대 위기에 처한다. 이 상황에서 장마당 등 일부 시장경제 기능이 승인되어 경제는 어느 정도 돌아갔으나, 김정일 입장에선 주민 충성심 약화와 개인주의 확산이 문제로 대두됐다. 김정일 뒤를 이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생산형 경제를 제시하면서 다시 장마당 통제를 강화한다. 장마당은 중국산 등의 수입품을 거래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새 정책으로 인해 원자재, 설비 등은 중국산이었지만 식품, 생필품 등은 북한 브랜드로 전환됐고 공장도 어느 정도 활성화됐다. 그러나 북한은 또 위기를 맞는다. 국영기업 위주 계획경제 체제 재건과 장마당의 완전한 몰락을 추진했으나, 당과 무력기관 등 특수단위가 경제 운영을 독점하고 있어 국영기업은 활성화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북한은 매년 20개 군에 공장을 세워 주민들의 기초생활 수준을 안정시킨다는 20×10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은 어렵다고 그는 강조했다. 공장용 설비·원료·자재 조달도 불가능하지만, 노동에 대한 보수가 보장되지 않아 노동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고 특수 경제체제로 인해 정상적 경제 운영은 불가능하다. 국제관계 정상화, 특수 경제체제 정리, 사경제 활성화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나 이는 독재체제 유지 위협요인이므로 개혁은 어렵다. 이념적·구조적 변화가 없이는 북한 경제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경제는 1) '이기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사회주의의 근본적 한계 속에서 2) 내각이 아니라 당과 무력기관 등 특수단위가 경제를 장악하고 3) '대안의 사업체계' '장마당' 등 일부 시장경제 기능마저 무력화하고 4) 국제관계가 무너지면서 파국에 처한 것이다. 물론 근본 원인은 사회주의 일인 독재체제 유지에 있을 것이다. 교훈도 있다. 우리로서는 사회주의 체제 실험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라도 이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편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정책이 도입되는 것은 아닌지, '이기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경계할 필요도 있다. 우리 체제의 장점인 자유, 창의, 성취동기를 촉진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2024-11-12 18:28:42[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상법 개정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을 내린 이후 후속 조치로 상법 개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개정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 재계와 자산운용업계,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정기국회 내 입법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대한민국 자본시장 활성화 TF는 이날 국회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과거 법무부가 상법 개정을 준비하고, 금융감독원이 최근까지 관련 논의를 했었다는 점을 들며 정기국회 내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정부나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는 부처에서도 논의가 있었다"며 "지금은 (상법 개정 관련) 논의들의 성과물들을 확인하고 공통분모를 최대화해서 현실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은 "민주당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필요하고 선진화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 보호와 투명한 지배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입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고 당론 수준으로 할 것이다. 지도부에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의원은 "저는 (민주당 공개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팀에 있었기에 아쉽다는 말을 한 마디 드린다"면서도 "자본시장이 합리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언젠가 또다시 들어야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고견들이 합쳐져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G20과 OECD의 기업지배구조 원칙에는 지배주주의 권한 남용 통제가 거버넌스의 핵심이라고 나오며, 이를 대응하기 위한 방안은 일반 주주 보호 장치 마련이 필수라고 한다"며 "보호 장치로는 회사 및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것이 글로벌하게 제기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도 주주 충실 의무가 가장 중요하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현재 상법에 '이사회가 회사 이익을 위해 충실하면 된다'고 돼 있어 소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행 상법으로는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사회의 충실 업무에 대해 지금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개정될 법안의 내용이 불명확해 업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할 경우 불명확성, 불확실성의 확대"라고 짚었다. 김 본부장은 "주주에게까지 충실 의무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주주와 이사의 이해가 상충될 때 이사에게 선관의무와 충실 의무 중 무엇이 먼저인지 분명해져야 한다"며 "회사의 손해 안에 주주의 손해가 일부 들어가 있는 중복적인 형태도 있는데, 단지 그 조문 하나로 모든 규모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있다"고 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11-08 14:54:39국민연금이 폰지사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지금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세대는 살아 있는 동안 받는 연금 총수령액이 평생 낸 돈의 두 배 이상이다. 누군가 당신도 그렇게 받게 해줄 테니 가입하라고 한다면 폰지사기라는 의심이 갈 만도 하다. 나중에 국민연금을 수령할 사람들이 약속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시기가 올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현행대로라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 요즘 거론되는 소위 모수개혁의 요지이다. 그래 봐야 고작 기금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정도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이럴 경우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현재의 네 배 수준은 되어야 한다. 30년 후의 생산활동인구가 받아내야 하는 타격이다. 현재 세대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간 만큼 미래 세대는 낸 것보다 덜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도입되었던 1988년의 20세 청년은 자신의 노후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어떤 것에 대비하지 못했을까. 1988년의 20세 청년은 기대여명이 53년이었고, 자신이 약 40년 일하고 60세에 은퇴하면 퇴직금을 받고 자식들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아 약 13년간의 여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었을 수도 있고, 2008년 금융위기로 사업이 실패했을 수도 있다. 개인연금은 있지도 않았고, 직장에서는 이미 은퇴했으며, 2024년 현재 56세인 그는 기대여명이 30년이다. 대학을 졸업한 자녀는 몇 년째 취준생이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할 듯하다. 그나마 몇 년 후부터 수령하게 될 국민연금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2024년 현재의 20세 청년은 어떨까. "기대여명은 65년인데, 과거 세대처럼 40년간 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인공지능이 발달해 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으니 따로 개인연금도 들고 저축도 해서 종잣돈을 마련한 후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재산을 불려야 한다. 자녀를 갖는 것은 좀 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나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이런 그에게 자신이 50세가 될 때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 한다면 국민연금에 낼 보험료로 차라리 개인연금을 들겠다고 하지 않을까. 국민연금은 살려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 개인의 삶이 무너져내릴 수 있고, 실업급여나 건강보험으로 노후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금고갈이 예정된 국민연금으로는 보험료를 납부할 젊은 세대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수개혁으로 기금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춘다고 얻을 수 있는 신뢰가 아니다.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반드시 낸 만큼만 받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개인이나 한 세대가 운이 나빠서 보험료를 충분히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이는 다른 개인과 세대가 십시일반으로 보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사회부조이다. 하지만 2024년 현재 609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재정부족분(2029년에는 869조원이 된다)은 2023년 한 해의 연금보험료 총수입액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기에는 너무 크다. 현재 세대가 직면했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조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세대가 누렸던 부의 축적 기회를 미래 세대는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단순히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는 것을 넘어 재정부족분을 어떻게 줄여나가겠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예정된 고통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4-11-05 18:36:14키오스크 대중화 시대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계산한다. 디지털 사회가 실감 난다. 식당 주인은 인건비가 줄고 손님은 간편주문이 가능해졌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법하다. 이런 식당에 한 장애인이 방문했다. 그는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전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지만, 키오스크 설치 이후엔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사무총장의 경험담이다. 디지털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아우르는 개념은 '디지털 포용'이다. 한때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엔 그 열기가 식었다. 인공지능(AI) 이슈에 밀린 탓으로 돌리는 건 변명에 가깝다. 디지털 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이 협소했는지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디지털 포용을 바라본 탓에 처음부터 꼬였다. 고령층·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 등 4대 정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좁게 보려는 시각을 말한다. 이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시혜적 접근에 불과하다. 디지털 변혁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누구든 디지털 정보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디지털 포용의 본질적 취지인데 말이다. 디지털 포용을 산업적 관점에서 진흥할 것이냐 규제할 것이냐로 접근하는 이분법 역시 후진적 발상이다. 이런 논쟁은 이미 국내에서 모바일 플랫폼법과 AI기본법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디지털 포용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경제적 실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부감만 낳는다. 마찬가지로 시혜적 복지의 하나로 간주한다면 재정부담만 늘리는 포퓰리즘으로 낙인 찍힌다. 디지털 포용은 큰 틀에서 보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포용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존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해외 선진국이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형평성법은 지역·인종·계층과 상관없이 평등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영국의 평등법은 기존 평등임금법, 성차별금지법 등을 평등법으로 통합하면서 디지털 접근 개념으로 확장했다. 일본의 디지털 사회형성 기본법 역시 사람 중심의 디지털화를 주요 정책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유럽 접근성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물리적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의 평등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모두 이행해야 한다. 적용대상은 정보통신기술 제품 외에 금융 서비스와 출판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 법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실용적으로 조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특히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법이다. 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법은 처벌과 같은 압박 대신 시정조치를 통해 유연하게 접근한다. EU 기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 차별과 배제 없는 디지털 포용의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디지털 포용의 넓고 깊은 취지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요 기관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새 길을 모색 중이다. 다만 디지털 관련 법안들은 기존 법들 간 중복과 충돌 문제 및 실행방안에 대한 보강작업이 더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포용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기회를 얻고 싶은가. 우리가 올라타려는 게 혹시 소인의 어깨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jjack3@fnnews.com
2024-11-04 18:4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