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버전을 오픈소스로 풀었다. 누구나 이 소스를 이용해 상업적으로 쓸 수 있다. 국내 업체 중 생성형 AI 오픈소스를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하게 푼 곳은 네이버가 최초다. 이를 통해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진영을 구축하고, 국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구심점이 되겠다는 목표다. 해외에선 메타가 '라마'를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생태계 활성화 위해 경량 모델 공개…추론 모델 다음달 출시"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 '테크 밋업'을 열고 하이퍼클로바X 경량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 3B △시드 1.5B △시드 0.5B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등은 오는 24일부터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를 통해 3종 모델을 연구 및 상업용으로 쓸 수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사진)는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 전략에 따라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경량 모델을 개발해왔다"며 "국내 오픈소스 소버린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 부담이 적은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모델별 특징은 크기에 따라 나뉜다. 3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시드 3B 모델은 영상과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됐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드 3B의 절반 크기인 시드 1.5B 모델은 언어 텍스트 지시와 이행 능력에 강점을 보이고, 가장 가벼운 시드 0.5B 모델은 온 디바이스 AI 구도 가능해 실질적인 국내 AI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 플래그십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추론 모델도 이르면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측은 벤치마크 결과 추론 모델의 성능이 해외 빅테크의 추론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향후 기업들이 AI 전환을 할 때 경량 모델 뿐 아니라 고성능 추론 모델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추론 모델의 오픈소스 공개와 관련해서는 상업성과 생태계 활성화 등의 요소를 따져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도 개발도 진행 중이다. ■'소버린 AI' 구축 위해선 '국가적 총력전' 필요 이날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사의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가 기술 주권을 뜻하는 '소버린 AI' 기조 아래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AI 기술 패권 갈등 속에 우리나라의 보안·안보·금융 등 중요 인프라를 책임질 소버린 AI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필수가 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선 기술적·사업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AI 모델,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요소를 갖춘 사업자"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 대표는 해외 빅테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소버린 AI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단순히 외산 기술에 우리 것이라고 상표만 붙인 것을 소버린 AI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역시 기술적으로 엔비디아 등 해외 빅테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특히 공공 인프라 등에 있어 AI 기술 주권을 보다 주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소버린 AI 전략이 적용된 사례로 △초고령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네이버 케어콜 서비스 △한국수력원자력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특화 AI 모델 제공 △한국 은행의 보안 AI 구현 등을 제시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4-23 18:23:45[파이낸셜뉴스] 네이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버전을 오픈소스로 풀었다. 누구나 이 소스를 이용해 상업적으로 쓸 수 있다. 국내 업체 중 생성형 AI 오픈소스를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하게 푼 곳은 네이버가 최초다. 이를 통해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진영을 구축하고, 국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구심점이 되겠다는 목표다. 해외에선 메타가 '라마'를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생태계 활성화 위해 경량 모델 공개...추론 모델 다음달 출시"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 '테크 밋업'을 열고 하이퍼클로바X 경량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 3B △시드 1.5B △시드 0.5B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등은 오는 24일부터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를 통해 3종 모델을 연구 및 상업용으로 쓸 수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 전략에 따라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경량 모델을 개발해왔다"며 "국내 오픈소스 소버린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 부담이 적은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모델별 특징은 크기에 따라 나뉜다. 3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시드 3B 모델은 영상과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됐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드 3B의 절반 크기인 시드 1.5B 모델은 언어 텍스트 지시와 이행 능력에 강점을 보이고, 가장 가벼운 시드 0.5B 모델은 온 디바이스 AI 구도 가능해 실질적인 국내 AI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 플래그십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추론 모델도 이르면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측은 벤치마크 결과 추론 모델의 성능이 해외 빅테크의 추론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향후 기업들이 AI 전환을 할 때 경량 모델 뿐 아니라 고성능 추론 모델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추론 모델의 오픈소스 공개와 관련해서는 상업성과 생태계 활성화 등의 요소를 따져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도 개발도 진행 중이다. ■'소버린 AI' 구축 위해선 '국가적 총력전' 필요 이날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사의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가 기술 주권을 뜻하는 '소버린 AI' 기조 아래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AI 기술 패권 갈등 속에 우리나라의 보안·안보·금융 등 중요 인프라를 책임질 소버린 AI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필수가 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선 기술적·사업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AI 모델,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요소를 갖춘 사업자"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 대표는 해외 빅테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소버린 AI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단순히 외산 기술에 우리 것이라고 상표만 붙인 것을 소버린 AI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역시 기술적으로 엔비디아 등 해외 빅테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특히 공공 인프라 등에 있어 AI 기술 주권을 보다 주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소버린 AI 전략이 적용된 사례로 △초고령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네이버 케어콜 서비스 △한국수력원자력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특화 AI 모델 제공 △한국 은행의 보안 AI 구현 등을 제시했다. 한편, 해외 빅테크 클라우드들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클라우드 보안 기준(CSAP)의 규제 수준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 대표는 "외산 CSP들이 CSAP의 보안 규정과 프로토콜에 맞춰야지, 그들의 상황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라고 하는 것은 도를 넘은 요구"라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4-23 15:45:20【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LG AI연구원 배경훈 원장(사진)은 "엑사원(EXAONE)을 한국의 대표 '소버린(주권) 인공지능(AI)'으로 키우고 싶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LG AI 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엑사원 3.5를 선보인 후 국내 첫 AI 추론 AI 모델인 '엑사원 딥'(Deep)을 공개한 가운데서다. 배 원장은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글로벌 기업의 대형 모델을 완전히 넘을 수는 없지만 이번 추론 모델로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통합 AI 모델을 선보이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엑사원 딥'은 글로벌 추론 AI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첫 모델이다. 기본 모델인 '엑사원 딥-32B'(매개변수 320억개)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R1(6710억개 매개변수) 등 미국과 중국 모델들과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3.5의 차기 버전인 4.0을 업그레이드된 추론 모델 '엑사원 딥'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배 원장은 "오는 5∼6월 많은 글로벌 기업이 통합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통합 모델을 내놓고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 원장은 "엑시원 딥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 GTC에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챗엑사원'은 현재 LG 내부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LG 계열사 임직원의 40%가 챗엑사원을 이용하고 있다. 배 원장은 "챗엑사원을 앞으로 B2B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면서 "LG 계열사를 주요 고객으로 바이오와 소재 분야에서 제약회사 등 해외 기업 10여곳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5-03-20 18:24:48LG유플러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을 위한 'AX얼라이언스' 전략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 개발 △AI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 △AI 컨설팅 등 분야에서 협업을 약속했다. AX얼라이언스 전략의 첫 단계로 국내 공공·금융·첨단 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소버린 클라우드는 특정 국가의 법률과 규제를 준수하며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의 저장·처리·운영 등을 해당 국개 내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국내 기업은 소버린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 통제권과 자주성을 강화할 수 있다. 양사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소형언어모델(sLLM)인 '익시젠(ixi-GEN)'과 AWS의 대형언어모델(LLM) '노바'를 최적화하고 국내 기업 고객들이 AI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워크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한다. 워크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AI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기업도 빠르게 AI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AI 기반 예측 추천 알고리즘과 AWS의 플랫폼을 활용해 AI컨택센터(AICC)를 한층 고도화한 '커스터머 에이전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AWS 내 AI 컨설팅 조직인 생성형 AI 이노베이션 센터(GenAIIC)의 국내 전문 파트너로 참여할 방침이다. 양사는 AI 분야 파트너를 넘어 향후 데이터 보안 등 소버린에 특화된 클라우드 전문 컨설팅 파트너사로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다. 장민권 기자
2025-03-10 18:11:00지난해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인 양대 인터넷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는 각각 다른 인공지능(AI) 전략을 내세우며 'AI 기반 플랫폼'으로 도약을 꾀한다. 두 기업 모두 AI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방향성은 같은 듯 다르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AI를 엔진 삼아 검색, 커머스 등의 카테고리 영향력을 높이고, 후발주자 카카오는 오픈AI와 협업해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카카오의 카나나'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은 별도 앱으로 분리 출시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이퍼클로버 기반 독자AI 미는 네이버1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AI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한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중이다. 소버린 AI는 독자적인 AI 기술과 데이터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술 주권을 갖춘 AI 체계를 의미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네이버는 핵심 AI 원천기술과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대규모 서비스를 동시에 보유했다"며 "네이버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질문과 답변, 생활의 지혜가 담긴 글 등을 바탕으로 축적된 콘텐츠를 다시 사람을 위한 일상의 도구인 'AI'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AI 키워드는 '온 서비스 AI'다. 모든 서비스에 AI를 붙인다는 의미다. 올해 하이퍼클로바 X를 고도화해 검색·광고·쇼핑 등 주요 영역에 새 AI서비스를 내거나 내부 AI 기능을 높인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될 'AI 브리핑'은 검색 결과를 AI가 요약하고 출처를 표기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검색에 이어 커머스나 블로그나 카페 등 서비스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2·4분기에는 쇼핑 영역을 분리해 AI 추천 서비스 등을 접목한 '네이버 플러스스토어 앱'을 별도 출시한다. 지난 1월 출시된 AI 기술 적용 광고 플랫폼 'AD 부스트(AD VOOST)'도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아울러 기업용 AI 솔루션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해외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등 기술력을 국제 무대에 알리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오픈AI기술 붙이는 카카오카카오는 거대 빅테크와 발빠른 협업을 통해 속도를 붙인다는 전략이다. 연내 선보이는 AI 서비스에 세계 1위 AI 업체 '오픈AI'와의 협업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에는 AI 후발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최근 정신아 대표가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하면서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카카오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통해 여러 AI 모델을 유기적으로 결합, 상황에 맞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오픈AI와 카카오의 공동 목표는 한국 시장에서 AI를 대중화해 국내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AI를 널리 쓰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자체적인 기술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카카오는 상반기에는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를 시작으로 카카오 생태계 전반에 분야 특화된 'AI 메이트'를 출시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연내에는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한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저비용·고효율 AI 개발 가능성이 입증돼 업계는 국내 AI 산업이 해외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7일 컨퍼런스콜에서 딥시크에 대해 "후발주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투자로 선두 업체를 추격한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고, 네이버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딥시크가 저비용 개발 가능성을 확인시켜줬고, 국내 플랫폼 업체는 그간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2-16 18:37:51[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산업은 현재 전쟁터입니다. 국가 대항전이죠. 그리고 전쟁엔 장수가 필요하죠. 네이버는 그 전쟁의 선봉에서 싸우는 장수와 같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영화배우 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AI 산업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올해 AI를 주제로 한 외부 강연은 800건이 넘는다. 하 센터장은 8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글로벌 3위권 정도지만, 선두권과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국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제하고, 외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AI를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주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토록 주도권을 가지는 AI 전략을 말한다. 그는 "AI 기술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이 될 것"이라며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아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젠다다. 새로운 수출 아이템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 진전이 매우 빠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떤가. ▲생성형AI 기준으로 보면 3위권 정도다. 그런데 AI는 모델 만으로 다가 아니다. 전력을 비롯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이 기술을 각 산업에 확산시키는 것 등 이런 전체 밸류체인이 중요하다. 이같은 밸류체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있다. 특히 자체 클라우드를 가진 곳이 생각보다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다. 자국 클라우드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건 기술을 담는 '밥그릇'이다. 클라우드가 있어야 AI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데이터가 거기서 쌓이고, 그걸로 다시 AI를 만들고 인프라를 깐다. 일종의 도로와 같다. -3위권이라면 상당히 높은 수준 아닌가. ▲물론 그렇다. 정확히는 '3등군'이다. 여기에 싱가포르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AI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중국이 54 정도, 한국은 약 30 정도다. 3등군에 포함된 나라는 1~2점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위 밖으로 밀릴 수도 있고, 혹은 3등군 안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만들 수 있는 자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AI 기술이 월등하니까 기술보단 확산에 중점을 둬 보자'라는 말도 있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AI 밸류체인에서 AI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게 없으면 (밸류체인이) 존재할 수 없다. AI 기술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AI 기술이 종속된 상태에서 독점 업체가 가격을 높여버리면 방법이 없다. 앱 생태계를 봐라.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나. 그래서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AI는 앞으로 모든 산업에 도구로, 녹아 든다는 점에서 기술 종속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버린 AI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자국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결국 데이터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쓴 글이나 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데이터가 되고, 여기에는 그 지역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가치관을 반영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오픈AI 등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가치관 중심으로 가게 된다. 지금은 수정됐지만 챗GPT가 동해를 일본해로 쓰지 않았나. 이런 문제는 수정도 가능하다고 치자. 미국의 경우 총기가 합법이다. 주에 따라서는 마리화나도 합법이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긍정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가치관에 계속 노출되면 자국의 정체성과 문화 고유성도 바뀔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소버린 AI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소버린 AI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자국 역량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면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인재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자체 역량이 약한 곳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는 기술 전수를 안 하니까, 종속 우려가 크다. 중국은 여러 변수들이 있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좋게 보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그래서 소버린 AI가 수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걸 네이버가 혼자서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아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 아젠다로도 본다. 기업들을 모아서 중동이나 동남아 등을 가서, 어느 나라는 이 기업이, 어느 나라는 저 기업이 하고 할 수 있지 않겠나. AI는 전쟁이다. 전쟁은 국가가 하는 거지만, 장수가 꼭 필요하다. 네이버가 플레이어의 하나로, 선봉에 서겠다. -AI 기술 경쟁이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다보니 거품론도 나온다. ▲섣부른 예단이다. '거품론'은 투자 대비 수익(ROI)의 문제다. 현재 AI 기업들의 수익이 크지 않았으니까. 이른바 '겨울론'도 나오는데, 저는 반대로 본다. 원가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고 AI 기업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챗GPT가 나온지 이제 약 2년밖에 안됐다는 사실이다. 검색 서비스가 수익이 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년이 되지 않은 기술에 거품을 말하면 안된다. -AI 등장으로 노동시장의 변동에 대한 말들도 많다. ▲어떤 직업이든 앞으론 AI를 잘 활용하는게 중요하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계속 변하는 만큼, AI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타자기로 일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컴퓨터가 등장했다고 그 분들의 역할이 사라졌나. 직업의 형태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처럼 AI가 업무 일부분으로 자리잡을거다. 다만 어떤 직업군이든 신입이나 초급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초급 인력이 사라지면 상위 직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이들 인력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 시대에는 국가와 사회가 진입 단계의 인재들을 어떻게 전문가로 육성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0-08 14:02:00'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적극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부터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던 이 GIO는 향후 주요 글로벌 회사들과 만나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5월에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 국가의 언어, 문화 등을 고려한 다양한 AI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AI 기술의 특성상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했을 때 다양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GIO는 "네이버가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각 국가별 '소버린 AI'의 구축을 위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 강조했다. 이 GIO는 2019년에는 '디지털 주요 2개국(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경쟁력'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해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한글로 된 우리의 데이터를 우리의 손으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우리의 문화 데이터를 네이버가 잘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GIO는 소버린 AI 확산을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논의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이 GIO가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팀네이버 주요 경영진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일찍부터 직접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양사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긴밀한 협업 시너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GIO가 5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데이터 주권', '소버린 AI' 전략을 적극 알리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실제 이 GIO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진심은 네이버 AI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네이버는 지난 25년 간 국내에서 검색 엔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공동심포지엄에서 이 GIO는 "어떤 언어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비스를,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GIO는 선제적인 투자도 이끌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구축했다. 당시 설립 비용은 물론, 대규모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에 막대한 운영 비용 소요가 예상됐지만 이 GIO가 적극 추진해 '각 춘천'이 설립됐고, 현재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IT)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7-09 18:13:59[파이낸셜뉴스] 네이버가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자주적인)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 디지털’과 사우디 포함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아람코 디지털은 글로벌 에너지 및 화학 통합기업인 아람코의 디지털 및 기술 전문 자회사로, 다양한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약식에는 타레크 아민 아람코 디지털 최고경영자(CEO), 채선주 네이버 대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1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사우디 담맘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 방문했을 당시 아람코 디지털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 두 달만에 그 결실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팀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전학습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사우디 포함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 클라우드와 슈퍼앱을 구축하고, 아랍어 LLM 기반의 소버린 AI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팀 네이버는 ‘소버린AI’라는 큰 방향성 하에 자체 LLM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AI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사는 팀 네이버가 보유한 클라우드, 로봇, 디지털트윈 등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도시 건설에도 힘을 합칠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LEAP 2024’ 키노트에서 공개한 팀 네이버 기술력 기반의 스마트시티 청사진이 아람코 디지털과의 협업으로 실제 구현될 예정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는 “아람코 디지털은 팀 네이버가 보유한 클라우드, AI, 디지털 트윈 등의 첨단 기술 포트폴리오를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 구현하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로, 세계적인 기업에게 네이버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람코 디지털과 만들어 낼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 사례를 기반으로 네이버의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도 적극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3-06 11:20:10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제2 엘리엇, 소버린 사태가 우려된다. 헤지펀드가 상식 밖의 배당제안을 하고, 기업이 받아주지 않으면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3%룰'로 보복할 수 있다. 이사회의 이사인 '감사위원'이 헤지펀드의 손에 넘어가면 기업의 영업비밀도 노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일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 등 회사가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어야 어려워졌을 때도 다시 일어날 기반이 된다"며 "배당성향을 상식 밖으로 높이지 않았다고 3%룰을 활용, 감사 선임에 관여한다면 정상적인 주주권 행사보다는 보복성에 가깝다. 회사 경영을 망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주식을 대주주 20%, 일반주주 60%, 외국인 20%씩 가지고 있다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지분은 20%가 아닌 3%로 줄어든다. 일반주주가 침묵할 경우 외국인이 잔여 지분을 합쳐 연합하면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다. 3%룰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보다 헤지펀드들의 보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주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을 강행할 수 있다. 이 감사위원은 이사회의 이사인 만큼 기업의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을 기업들이 무시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의 감사위원(사외이사 겸직 포함) 중 30% 가량은 이달 임기가 끝난다. 해당 기업은 세계 최초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제한받는 가운데 감사위원 최소 1명을 분리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감사위원 102명 중 이달 임기만료되는 감사가 최소 1명 이상인 곳은 22개사, 31명에 달한다. 삼성전자(1명), SK하이닉스(1명), LG화학(1명), 네이버(1명), 현대자동차(2명), 카카오(3명), 기아자동차(1명) 등 시총 상위 10개사 중 7개사가 포함됐다. 실제 미국계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은 최근 대신증권에 보통주 1주당 2019회계연도 1000원 대비 50% 늘린 1500원을 요구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으로는 약 60%에 달한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의될 대신증권의 2020회계연도 배당성향은 업계 최고 수준인 47.2%로, 기존 배당성향 가이드라인인 30~40%를 이미 초과했다. SC펀더멘털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증권사가 배당을 과도하게 늘리면 자기자본을 충분히 쌓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910억원이다. 발행어음 사업자인 초대형 투자은행(IB)의 4조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헤지펀드에 자금과 주식을 빌려주는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 업무를 할 수 있는 3조원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배당성향이 충분히 높은 수준이지만, SC펀더멘털의 과한 요구는 결국 회사 본연의 가치를 낮추게 된다"고 봤다. 대신증권이 증권사 중에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하위권인 점도 과한 요구를 방증한다. 문제는 과도한 요구 등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이 앞으로 폭증한다는 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주제안은 2016년 31건에 그쳤지만 2020년 3월 추정치가 119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외국 투기자본이 3%룰을 우회해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아 기업들로서는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조윤진 기자
2021-03-03 18:30:59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국내 기업이 기업지배구조 등에서 허점을 보이면 나타나 이를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주주이익을 내세운 탓에 '행동주의 헤지펀드'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으나 이들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서는 유유히 떠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 간섭은 지난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와 SK텔레콤의 대결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타이거펀드는 지분 6.66%를 취득한 다음 경영진 교체 등을 시도했으며, 이듬해 SK 계열사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시세차익 6300억원을 남겼다.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4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소버린은 사외이사 추천을 비롯해 자산 매각, 주주배당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소액주주와 노조, 시민단체 등을 끌어들여 대기업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SK 측은 백기사 모집에 적극 나서는 등 홍역을 치르고 나서야 어렵사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소버린은 경영권 장악에는 실패했으나 9000억원 넘는 차익을 챙겨 2005년 한국을 떠났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삼성생명(지분 4.67%)보다 많은 지분(5%)을 사들였다. 헤르메스는 그러나 공언한 것과 달리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팔아 38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나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2006년 초 같은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KT&G 지분 6.59%를 매입해 1년여 동안 회사 측과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당시 칼 아이칸 측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한국인삼공사 상장을 포함해 계열사와 공장용지 등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요구했었다. KT&G는 국민연금의 도움으로 경영권을 지켜냈으나 칼 아이칸은 15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16-10-06 17:5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