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산업은 현재 전쟁터입니다. 국가 대항전이죠. 그리고 전쟁엔 장수가 필요하죠. 네이버는 그 전쟁의 선봉에서 싸우는 장수와 같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영화배우 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AI 산업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올해 AI를 주제로 한 외부 강연은 800건이 넘는다. 하 센터장은 8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글로벌 3위권 정도지만, 선두권과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국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제하고, 외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AI를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주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토록 주도권을 가지는 AI 전략을 말한다. 그는 "AI 기술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이 될 것"이라며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아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젠다다. 새로운 수출 아이템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 진전이 매우 빠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떤가. ▲생성형AI 기준으로 보면 3위권 정도다. 그런데 AI는 모델 만으로 다가 아니다. 전력을 비롯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이 기술을 각 산업에 확산시키는 것 등 이런 전체 밸류체인이 중요하다. 이같은 밸류체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있다. 특히 자체 클라우드를 가진 곳이 생각보다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다. 자국 클라우드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건 기술을 담는 '밥그릇'이다. 클라우드가 있어야 AI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데이터가 거기서 쌓이고, 그걸로 다시 AI를 만들고 인프라를 깐다. 일종의 도로와 같다. -3위권이라면 상당히 높은 수준 아닌가. ▲물론 그렇다. 정확히는 '3등군'이다. 여기에 싱가포르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AI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중국이 54 정도, 한국은 약 30 정도다. 3등군에 포함된 나라는 1~2점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위 밖으로 밀릴 수도 있고, 혹은 3등군 안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만들 수 있는 자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AI 기술이 월등하니까 기술보단 확산에 중점을 둬 보자'라는 말도 있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AI 밸류체인에서 AI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게 없으면 (밸류체인이) 존재할 수 없다. AI 기술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AI 기술이 종속된 상태에서 독점 업체가 가격을 높여버리면 방법이 없다. 앱 생태계를 봐라.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나. 그래서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AI는 앞으로 모든 산업에 도구로, 녹아 든다는 점에서 기술 종속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버린 AI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자국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결국 데이터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쓴 글이나 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데이터가 되고, 여기에는 그 지역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가치관을 반영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오픈AI 등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가치관 중심으로 가게 된다. 지금은 수정됐지만 챗GPT가 동해를 일본해로 쓰지 않았나. 이런 문제는 수정도 가능하다고 치자. 미국의 경우 총기가 합법이다. 주에 따라서는 마리화나도 합법이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긍정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가치관에 계속 노출되면 자국의 정체성과 문화 고유성도 바뀔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소버린 AI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소버린 AI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자국 역량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면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인재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자체 역량이 약한 곳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는 기술 전수를 안 하니까, 종속 우려가 크다. 중국은 여러 변수들이 있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좋게 보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그래서 소버린 AI가 수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걸 네이버가 혼자서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아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 아젠다로도 본다. 기업들을 모아서 중동이나 동남아 등을 가서, 어느 나라는 이 기업이, 어느 나라는 저 기업이 하고 할 수 있지 않겠나. AI는 전쟁이다. 전쟁은 국가가 하는 거지만, 장수가 꼭 필요하다. 네이버가 플레이어의 하나로, 선봉에 서겠다. -AI 기술 경쟁이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다보니 거품론도 나온다. ▲섣부른 예단이다. '거품론'은 투자 대비 수익(ROI)의 문제다. 현재 AI 기업들의 수익이 크지 않았으니까. 이른바 '겨울론'도 나오는데, 저는 반대로 본다. 원가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고 AI 기업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챗GPT가 나온지 이제 약 2년밖에 안됐다는 사실이다. 검색 서비스가 수익이 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년이 되지 않은 기술에 거품을 말하면 안된다. -AI 등장으로 노동시장의 변동에 대한 말들도 많다. ▲어떤 직업이든 앞으론 AI를 잘 활용하는게 중요하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계속 변하는 만큼, AI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타자기로 일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컴퓨터가 등장했다고 그 분들의 역할이 사라졌나. 직업의 형태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처럼 AI가 업무 일부분으로 자리잡을거다. 다만 어떤 직업군이든 신입이나 초급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초급 인력이 사라지면 상위 직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이들 인력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 시대에는 국가와 사회가 진입 단계의 인재들을 어떻게 전문가로 육성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0-08 14:02:00'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적극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부터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던 이 GIO는 향후 주요 글로벌 회사들과 만나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5월에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 국가의 언어, 문화 등을 고려한 다양한 AI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AI 기술의 특성상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했을 때 다양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GIO는 "네이버가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각 국가별 '소버린 AI'의 구축을 위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 강조했다. 이 GIO는 2019년에는 '디지털 주요 2개국(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경쟁력'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해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한글로 된 우리의 데이터를 우리의 손으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우리의 문화 데이터를 네이버가 잘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GIO는 소버린 AI 확산을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논의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이 GIO가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팀네이버 주요 경영진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일찍부터 직접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양사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긴밀한 협업 시너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GIO가 5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데이터 주권', '소버린 AI' 전략을 적극 알리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실제 이 GIO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진심은 네이버 AI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네이버는 지난 25년 간 국내에서 검색 엔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공동심포지엄에서 이 GIO는 "어떤 언어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비스를,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GIO는 선제적인 투자도 이끌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구축했다. 당시 설립 비용은 물론, 대규모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에 막대한 운영 비용 소요가 예상됐지만 이 GIO가 적극 추진해 '각 춘천'이 설립됐고, 현재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IT)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7-09 18:13:59[파이낸셜뉴스] 네이버가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자주적인)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 디지털’과 사우디 포함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아람코 디지털은 글로벌 에너지 및 화학 통합기업인 아람코의 디지털 및 기술 전문 자회사로, 다양한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약식에는 타레크 아민 아람코 디지털 최고경영자(CEO), 채선주 네이버 대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1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사우디 담맘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 방문했을 당시 아람코 디지털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 두 달만에 그 결실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팀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전학습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사우디 포함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 클라우드와 슈퍼앱을 구축하고, 아랍어 LLM 기반의 소버린 AI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팀 네이버는 ‘소버린AI’라는 큰 방향성 하에 자체 LLM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AI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사는 팀 네이버가 보유한 클라우드, 로봇, 디지털트윈 등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도시 건설에도 힘을 합칠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LEAP 2024’ 키노트에서 공개한 팀 네이버 기술력 기반의 스마트시티 청사진이 아람코 디지털과의 협업으로 실제 구현될 예정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는 “아람코 디지털은 팀 네이버가 보유한 클라우드, AI, 디지털 트윈 등의 첨단 기술 포트폴리오를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 구현하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로, 세계적인 기업에게 네이버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람코 디지털과 만들어 낼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 사례를 기반으로 네이버의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도 적극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3-06 11:20:10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제2 엘리엇, 소버린 사태가 우려된다. 헤지펀드가 상식 밖의 배당제안을 하고, 기업이 받아주지 않으면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3%룰'로 보복할 수 있다. 이사회의 이사인 '감사위원'이 헤지펀드의 손에 넘어가면 기업의 영업비밀도 노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일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 등 회사가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어야 어려워졌을 때도 다시 일어날 기반이 된다"며 "배당성향을 상식 밖으로 높이지 않았다고 3%룰을 활용, 감사 선임에 관여한다면 정상적인 주주권 행사보다는 보복성에 가깝다. 회사 경영을 망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주식을 대주주 20%, 일반주주 60%, 외국인 20%씩 가지고 있다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지분은 20%가 아닌 3%로 줄어든다. 일반주주가 침묵할 경우 외국인이 잔여 지분을 합쳐 연합하면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다. 3%룰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보다 헤지펀드들의 보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주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을 강행할 수 있다. 이 감사위원은 이사회의 이사인 만큼 기업의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을 기업들이 무시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의 감사위원(사외이사 겸직 포함) 중 30% 가량은 이달 임기가 끝난다. 해당 기업은 세계 최초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제한받는 가운데 감사위원 최소 1명을 분리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감사위원 102명 중 이달 임기만료되는 감사가 최소 1명 이상인 곳은 22개사, 31명에 달한다. 삼성전자(1명), SK하이닉스(1명), LG화학(1명), 네이버(1명), 현대자동차(2명), 카카오(3명), 기아자동차(1명) 등 시총 상위 10개사 중 7개사가 포함됐다. 실제 미국계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은 최근 대신증권에 보통주 1주당 2019회계연도 1000원 대비 50% 늘린 1500원을 요구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으로는 약 60%에 달한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의될 대신증권의 2020회계연도 배당성향은 업계 최고 수준인 47.2%로, 기존 배당성향 가이드라인인 30~40%를 이미 초과했다. SC펀더멘털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증권사가 배당을 과도하게 늘리면 자기자본을 충분히 쌓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910억원이다. 발행어음 사업자인 초대형 투자은행(IB)의 4조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헤지펀드에 자금과 주식을 빌려주는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 업무를 할 수 있는 3조원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배당성향이 충분히 높은 수준이지만, SC펀더멘털의 과한 요구는 결국 회사 본연의 가치를 낮추게 된다"고 봤다. 대신증권이 증권사 중에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하위권인 점도 과한 요구를 방증한다. 문제는 과도한 요구 등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이 앞으로 폭증한다는 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주제안은 2016년 31건에 그쳤지만 2020년 3월 추정치가 119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외국 투기자본이 3%룰을 우회해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아 기업들로서는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조윤진 기자
2021-03-03 18:30:59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국내 기업이 기업지배구조 등에서 허점을 보이면 나타나 이를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주주이익을 내세운 탓에 '행동주의 헤지펀드'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으나 이들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서는 유유히 떠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 간섭은 지난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와 SK텔레콤의 대결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타이거펀드는 지분 6.66%를 취득한 다음 경영진 교체 등을 시도했으며, 이듬해 SK 계열사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시세차익 6300억원을 남겼다.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4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소버린은 사외이사 추천을 비롯해 자산 매각, 주주배당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소액주주와 노조, 시민단체 등을 끌어들여 대기업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SK 측은 백기사 모집에 적극 나서는 등 홍역을 치르고 나서야 어렵사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소버린은 경영권 장악에는 실패했으나 9000억원 넘는 차익을 챙겨 2005년 한국을 떠났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삼성생명(지분 4.67%)보다 많은 지분(5%)을 사들였다. 헤르메스는 그러나 공언한 것과 달리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팔아 38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나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2006년 초 같은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KT&G 지분 6.59%를 매입해 1년여 동안 회사 측과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당시 칼 아이칸 측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한국인삼공사 상장을 포함해 계열사와 공장용지 등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요구했었다. KT&G는 국민연금의 도움으로 경영권을 지켜냈으나 칼 아이칸은 15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16-10-06 17:50:42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제 2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 참여를 선언한 엘리엇은 운용자산 약 260억달러(28조8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헤지펀드다. 부실 채권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내는 벌쳐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엘리엇은 합의에 불응해 다른 헤지펀드 한곳과 소송을 냈고 미국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에 내몰렸다. 엘리엇은 특히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기업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꼽힌다. 이번 합병처럼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소액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더 높은 주가를 받아내는 것도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국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지난 2003년 SK그룹이 겪었던 소버린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등 장기간의 고강도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2015-06-04 13:48:47선진국의 소버린 위기는 스페인 구제금융 이후에도 해결 가닥이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국의 부채청산은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와 은행부실, 정권교체 등의 잡음은 재정건전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내년에 선진국의 소버린 이슈는 스페인의 국채 매입(OMT) 신청 이후에도 위기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부채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 둔화와 정치적 자본 약화, 통합 지연 및 분리 요구는 내년에 선진국 소버린의 테일리스크(tail risk) 요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글로벌 소버린 신용등급 동향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현재의 부정적 전망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재정절벽 문제와 채무 상한 증액 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는다면 추가 등급 하락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신용등급은 구제금융 신청여부, 경기침체와 재정개혁 속도 등에 따라 투기등급으로 강등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은 경제 성장과 정치적 요인에 따라 등급 방향이 달라진다. 칠레와 페루, 필리핀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경제 성장성을 보여줘 긍정적 전망으로 조정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인도는 성장 둔화와 정치적 리더쉽 약화로 인해 등급 하향 압력이 높다, 중국도 성장 둔화에 따라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12-11-09 09:16:32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4일 "미국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타결되었지만, 신용등급 하향조정 및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부채한도 상향으로 디폴트는 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향압력을 견뎌낼 만한 의미 있는 수준의 재정긴축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결국 긴축재정으로 주요 경기부양책이 사라지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국채 등급이 하락할 것인지, 만약 등급이 하향 조정(AA급) 된다면 미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그리고 중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미국 소버린에 대한 이슈는 유럽 소버린 이슈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화두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크레딧 시장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 미국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일단락되었으나, 미국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8월 국내 크레딧 시장은 높아진 물가 상승압력으로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기매수세가 위축되며 제한적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 크레딧 채권 상단의 금리수준 역시 상당히 좁혀진 가운데 발행 강세로 인한 금리 축소 요인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금리 메리트가 있는 종목별로 선별적 축소 기조는 유지하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레벨이 상당히 올라간다면 은행채 AAA, 공사채 AAA, 회사채 AAA 순으로 강보합, 여전채 AA, 회사채 AA 순으로 약보합을 예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2011-08-04 07:08:45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4일 "그리스의 의회가 긴축안과 민영화 프로그램을 담은 ‘중기 재정 계획’을 통과시키면서 그리스는 국가 디폴트의 위기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그리스의 채무상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리스의 채무는 계속 증가해서 2011년에는 GDP 대비 1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확대는 긴축에 대한 그리스 사회 및 정치적 자본의 약화가 예상된다. 그리스 사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등으로의 전이 가능성과 처리 방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복적으로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이외에도 미국채 등급에 대한 우려,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민주화 이슈 등이 반복적으로 재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주화된 신흥국의 경우 견조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소버린 환경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다변화 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국내 크레딧 시장은 은행의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가 마무리되고,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철회 등에도 불구하고 중견 건설사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7월에도 은행, 증권 등의 보수적인 태도가 계속되면서 건설PF론과 PF ABCP 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국내 건설PF와 잠재적인 가계부채 이슈에도 불구하고, 국내 크레딧 시장은 하반기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2011-07-04 06:45:10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느 20일 "그리스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유럽 소버린 이슈가 재부각되고 있다. 유로존이 고집했던 유동성 지원을 통한 2012년 자체 자금조달 능력 개선 시나리오는 사라지고, 추가적인 구제금융 또는 채무재조정 등이 가시화되면서 기타 국가로의 확산과 유럽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디스가 그리스 사태와 관련하여 BNP파리바와 소시에떼 제네랄, 크레딧 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Review for possible downgrade)하면서 유럽 중심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프랑스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 투자, 그리스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공여, 자회사를 통한 신용공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 그리스 문제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평사들의 조치는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른 유럽은행들로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각 은행별로 익스포저 규모와 구성에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유럽 대형은행들의 그리스 채무재조정에 대한 부담은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가정 하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리스 채무재조정 이슈는 단순히 유럽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주변국의 소버린 이슈가 재확산되고 이것이 유럽 중심국 은행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자발적 만기 연장, 원리금 감면 등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이뤄진다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정치적 또는 국가간 이해관계 등에 따라 정부 의지가 흔들리고 결국 이와 유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엄격한 재평가가 진행된다면 금융시장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금시장의 경우 유럽계 은행을 통한 외화차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리스 채무재조정에 따른 글로벌 자금시장 혼란과 유럽은행권의 급격한 자금 회수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2011-06-20 06:5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