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는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뒤 인기몰이에 나서며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역대 공개 첫 주 최다 시청수를 기록, 공개 18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3번째로 인기 있는 작품에 등극했다. 폭발적인 화제성은 현실로 끄집어 낸 드라마 속 소품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시즌2의 4화에서 참가자들에게 식사로 제공된 도시락이다. 전 세계 유튜브 구독자 수만 약 1030만명인 유튜브 채널 바비시컬리너리유니버스(BCU)는 이달 초 '오징어게임2 스페셜'이라는 제목으로 김밥과 도시락 만들기 영상을 올렸다. 이 채널은 미국의 요리사이자 영화 제작자인 앤드류 레아가 운영하고 있다. 김밥 속 재료인 단무지는 '산미를 더해 주는 노란 무', 도시락 반찬인 분홍 소시지 부침은 '생선이 가득 든 엄청 큰 소시지'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식재료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도 양철 도시락 만들기를 알려주는 숏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영상을 본 외국인들은 도시락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시락이 더 풍성해졌다"거나 "남편이 한국에서 근무했을 때 먹어본 게 떠오른다" 등의 글을 올렸다. 단순히 음식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교류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xoy라는 닉네임으로 인스타에 올라온 숏츠 영상은 양철 도시락을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뚜껑을 덮고 신나게 흔들면 반찬과 밥이 자연스럽게 비벼진 모습이 나온다. 댓글에는 한 네티즌이 "가난하던 시절 한국에선 분홍 소시지가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게 흥미롭다.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고 한국에서 수천 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BCU 채널 운영자가 쇠젓가락으로 김밥을 먹는 걸 두고 "금속 젓가락을 사용한 게 좋다. 보통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속 도시락의 인기는 유통가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성수동 ‘도어투성수’ 매장에서 운영한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에 총 3만명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특히 매출액이 가장 높은 상품이 ‘영희네 추억의 도시락’이라고 했다. 시즌2 속 도시락을 구현한 상품으로 GS 측은 구매자들에게 콘텐츠와 연결되는 경험과 재미를 주는 것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2-07 15:39:30[파이낸셜뉴스] 10살밖에 안 된 어린 딸을 잔혹한 방법으로 학대한 계부(36)와 친모(29)에 대한 1심 선고가 18일 실시된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20분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부·친모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딸 A양을 쇠사슬로 묶거나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신체 일부를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학대를 견뎌야 했던 A양은 지난 5월 잠옷 차림으로 아파트 4층 높이 옥상 지붕을 타고 탈출해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검찰은 사건 중대성과 수법의 잔혹성 탓에 피해 아동에게 신체·정신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지난 9월 계부에게 징역 10년을, 친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상습 특수상해 외에 감금, 상습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첫 공판에서 심신미약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2020-12-18 09:00:12식당에서 쇠젓가락으로 옆 좌석 손님 이마를 찌른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술에 취해 쇠젓가락 5개를 들고 옆 좌석에 있던 손님 이마를 한 차례 찍은 혐의(특수상해)로 A(5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오전 3시 35분쯤 부산진구의 한 식당에서 술에 취한 채 쇠젓가락 5개를 들고 옆 좌석에 있던 20대 남성 B씨의 왼쪽 이마를 한 차례 내려찍어 상해를 입혔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현장 CCTV영상 및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A씨가 욕설을 하면서 B씨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반응하지 않자 격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를 폭력 삼진아웃제 대상이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식당 #술 #이마 #손님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2019-04-26 09:27:27형법상 특수강도죄에서 규정된 흉기에는 쇠젓가락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형법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재물을 빼앗으면 강도죄로,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함께 강도짓을 한 경우는 특수강도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쇠젓가락을 들고 ‘눈을 찌르겠다’고 위협,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50)에 대한 특수강도혐의 부분을 무죄 판단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쇠젓가락은 일반인이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이며 범행에 사용된 것이 특별히 연마되거나 변형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사용방식에 따라 위험한 물건에는 해당할 수는 있지만 흉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흉기는 그 특성상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기구이며 살상용으로 제조된 것에 국한되지 않고 쓰는 방식에 따라 죽이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물건을 포함하지만 적어도 일반인이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여야 한다”며 “흉기인지 여부는 소지자의 주관이 아닌 물건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씨가 피해자를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강도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는 유죄로 인정,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구씨는 지난 2005년 5월 서울의 한 주택에 침입, 길이 23㎝가량의 쇠젓가락을 집어들고 “나를 쳐다보면 눈을 찌르겠다”고 A씨를 위협, 1차례 성폭행하고 현금 5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쇠젓가락이 위험한 물건으로는 인정되지만 형법이 정한 흉기로 볼 수 없다’며 특수강도 대신 강도죄를 인정,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검찰은 특수강도죄 적용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2010-11-17 08:47:23[파이낸셜뉴스] 한 여자중학교 급식실에서 90도 직각으로 휜 젓가락이 다수 발견되자 학교 측이 재치 있는 경고문을 붙여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학교의 여장사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찍은 사진이 확산됐다. 이 공고문에는 'ㄱ' 자로 휜 젓가락을 테이프로 붙인 뒤 "요즘 급식 후 중학생 여러분의 식사 후 위와 같이 90도 이상 휘어져 있는 젓가락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라며 "엄청난 힘이다. 위 학생을 찾아내 국가대표 역도 선수로 발굴하고자 한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이어 "위 현장을 목격하셨거나 아는 학생은 신고 부탁드린다. 또는 자진해서 체육과 선생님께 오시면 국가대표로 키우도록 하겠다"라며 젓가락을 휜 학생을 수소문했다. 해당 공고문은 실제 선생님이 국가대표를 육성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이 같은 장난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 위해 붙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딱딱한 경고성 멘트 대신 유머로 재치 있게 풀어내 웃음을 준다. 공지를 본 누리꾼들은 "자수해서 다시 펴놔라", "각도가 예술이다", "공지 센스 있네", "도대체 어떻게 휘게 만든 걸까", "선생님들의 저런 위트가 학교 다닐 맛 나게 해줌" 등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빈정대는 게 아니라 진심 국대로 키울 생각인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도 보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5-15 14:40:10[파이낸셜뉴스]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난 주동자가 아니다"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밀양 사건에 조사받고 나왔던 ○○○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서 지목한 밀양 사건 가해 남성이다. 유튜버는 A씨에 대해 "현재 개명 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외제 차 3대를 보유하고 있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는 등 호화롭게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또 고통 당할까 너무 죄송" 운 뗀 가해남성 이에 A씨는 "사건이 재조명돼 피해자가 2차 피해 또는 옛날 생각이 날까 봐 너무 죄송스럽다"면서 "현재 제 입장을 믿어주시는 분들이 단 한 분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전 숨은 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8시쯤 '나락 보관소' 유튜버로부터 "네 신상 다 털었고 연락 많이 갈 거니 전화 잘 받아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전화가 몇백 통 왔고 문자,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곳에서 험한 말을 들었다"며 "그다음 날엔 회사에 항의가 들어와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전화 오는 분들께 일일이 설명해 드리기 어려웠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SNS 계정을 삭제하고 연락처를 바꿨다"고 털어놨다. "44명에 포함된 건 맞지만 강간 안해" 영상 사실 아니다 주장 밀양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전 조사 받고 재판 결과 1, 3호를 받고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을 받고 나왔다. 집안도 저를 도와줄 상황이 아니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며 "저에게 죄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이 있던 당시에 제가 44명에 포함돼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잘못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주동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씨는 "채팅을 통해서 제가 (피해자를) 불러냈다고 하는데 단 한 번도 연락이나 문자를 한 적이 없다. 쇠 파이프로 때린 적도 없다. 쇠젓가락으로 고문했다는데 그러지 않았다. 전 밖에서 피해자를 봤을 뿐이다. (주동자의) 오른팔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4명이 다 친하진 않다. 일부와 주로 친하고 매번 다 만나는 사이 아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전 강간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제 차 3대 보유도 사실 아냐.. 가족들 너무 고통" 또 A씨는 "외제 차 3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SNS에는 차량을 판매해 출고했던 사진을 올려놨을 뿐"이라며 "주말에 가끔 골프를 친 건 맞다. SNS에서 저를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전 SNS 계정을 탈퇴했으니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글로써 해명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제 가족,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고 있다. 저 하나 때문에 몇십명, 몇백명이 피해받고 있다"며 "3일 동안 물 한 모금 안 넘어가고 심정지 온 것처럼 있다.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제가 죄가 있다면 한 번 더 죗값을 치르겠다. 평생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베풀고 살겠다. 유튜브 영상은 과장돼 있고 아닌 내용은 신고하고 온 상황"이라며 "더 이상 피해자분들과 제 가족, 지인들이 고통받지 않길 바란다. 제 잘못이니 저만 질타해달라"고 부탁했다. "진심으로 사과..재수사 받을 의향 있다"... 글 올렸다 1시간도 안돼 삭제 마지막으로 A씨는 "재수사한다는 자체가 피해자에게 있어 말도 못 하게 힘들겠지만, 만약 괜찮다고 하면 전 재수사받을 의향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피해자가 다시 받을 고통이 더욱 커질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 재수사를 요청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피해자분들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해당 글은 1시간이 되기도 전에 삭제됐다. 글 작성자가 실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A씨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또 '나락보관소' 채널에도 A씨 영상이 내려간 상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6-07 08:58:5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도로를 달려 드디어 치타에 도착했다. 4일간의 횡단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우리 카우치요청을 받아준 문코의 집에서 쉴 생각에 기대가 컸다. 4일 간의 시베리아 횡단.. 우릴 맞아준 건 카우치 친구 문코 약속시간인 오후 6시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간만에 패스트푸드를 먹기로 했다. 러시아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대신 찾아간 곳은 마스터(Master)버거. 케찹 가득 뿌려 크게 한입 베어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햄버거는 여행에 지치고 힘들 때 먹으면 힘이 솟는 나의 소울 푸드가 되었다. 요기를 하고 시내의 창고형 할인매장 같은 곳에 가서 물과 식료품 등을 샀다. 특히 고기는 시원한 별도의 공간에 커다란 덩어리째 진열돼 있었는데 한국처럼 썰어주거나 포장해주는 서비스가 없어 약간 당황했지만 있는 게 어디야 하며 친구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통 크게 구입했다. 마트안엔 참새 여러마리가 날아다니는 등 매우 친환경적인 곳이었다. 아마도 쌓여있는 곡식을 먹으러 들어온 것일 듯 싶었다. 장을 보고 문코를 만나기로 한 부자바오라는 카페에 갔는데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문코는 카페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보여주었고 우리는 매장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칭찬했다. 우리에게 만두 등 카페음식을 시켜주려 했지만 하필 오기 바로 전 커다란 햄버거를 배불리 먹은 상태여서 감사하다고 마음만 받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 중 가고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봐서 치타에 커다란 호수가 있는 것을 지도에서 봤는데 가보고 싶다고 했다. 문코는 내가 거길 왜 가고싶어 하는지 의아해 하는 것 같았지만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가보니 왜 그런 태도였는지 알만했던 것이 정말 호수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오리배라던가 호수옆 공원 산책로 같은걸 기대했었나보다. 하지만 나는 강이건 호수건 물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항카호수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너른 호수를 바라보며 석양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치타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함께 올라가 보았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인 듯한 예쁜 탑이 있는 전망대에서 치타를 내려다보니 러시아식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시내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길에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했었는데 엄청 길어서 나중에 세어보니 자그마치 76량이나 되었다. 전망대에서도 선로와 기차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주요 길목인가보다. 컨테이너 박스들도 무척 많이 보이고 마치 공업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문코의 집으로 함께 갔다. 문코는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에 살고 있었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니 완전 시골이다. 대문이 높고 커다린 판넬같은 것이었는데 활짝 열고 까브리를 안쪽 마당에 주차하도록 해주었다. 지금까지 길가에 러시아집들의 이런 담을 많이 봤는데 안쪽이 어떻게 되있는지 처음 보게되어 신기했다. 탄의 멋진 주차실력으로 쏙 들어왔다. 쇠젓가락이 신기했던 문코.. "두벌 뿐이지만 하나는 너에게 줄게" 알고보니 오늘이 마침 문코의 생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깜짝 놀라 가족이나 다른 친구와 약속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잘되었다 싶어 오늘 장본 고기와 음료로 문코의 생일축하 파티를 해주기로 했다. 문코의 집에 주방이 없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수돗가에서 상추를 씻고 우리 휴대용 가스버너를 꺼내 돼지고기를 한국 삼겹살처럼 맛있게 구웠다. 햇반도 데우고 쌈장과 양파까지 차려놓으니 그럴듯했다. 식사는 항상 밖에서 사먹어서 집에서 밥을 먹는건 처음이라고 한다. 탄이 문코에게 한국식 쌈 싸먹는 법을 알려주자 따라해보더니 맛있다며 너무 좋아한다.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쌈을 싸서 먹었다. 좋아하는 모습에 우리도 마냥 흐뭇하고 기뻤다. 식사 중에 문코는 우리가 가져온 쇠젓가락을 보고는 나무젓가락은 많이 봤는데 쇠로 만든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그래서 단 두벌 밖에 없는 귀한 쇠젓가락이었지만 과감히 한벌을 문코에게 선물했다. 생일선물로 꽤 괜찮겠다 싶었다. "해피버스데이~투유~" 생일축하송도 불러주고 서로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문코를 만나 알게된 것은 러시아가 다민족 국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만났다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을만큼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러시아 안의 몽골계 민족이 많이 모여사는 부랴트 공화국사람이라고 한다. 인구는 약 100만명이고 다음 목적지인 울란우데가 수도라고 한다. 러시아인 하면 레닌이나 스탈린같은 서양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인종이 있었다. 문코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를 초대한 그 집을 사옥개념으로 지어 우즈벡 노동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카페가 있는 시내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우즈벡 사람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기 위해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외곽에 집을 지은거라고 했다. 마당에서 돼지고기를 구우려 할때도 냄새가 안나게 방에서 먹자고 하는 문코의 말에서 그의 세심한 배려심이 느껴졌다.(우즈벡 사람들은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안먹음) 그가 카우치 친구를 초대하면 자신의 여권과 친구의 여권을 같이 찍곤한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좋은 생각이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붉은 색에 멋있는 문장이 박혀있는 러시아 여권도 꽤 근사해보였다. 야외에 공용으로 샤워하는 곳이 있어 오래간만에 씻을 수 있어 좋았다. 샤워커튼 외에 문 같은 것이 없어 탄이 앞에서 지켜주었다. 작은 세탁기도 있어 옷가지도 조금 세탁을 부탁했다. 울타리 하나 있다고 마음이 푸근.. 깊고 달콤한 '꿀잠' 문코가 방에서 함께 자자고 권했지만 싱글침대 하나에 이부자리도 없어 작은 방에서 셋이 자기보다는 우리차가 낫겠다 싶어 오늘도 그냥 차에서 자기로 했다. 그날 밤 까브리에서 깊이 푹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다른날과 같이 차에서 잤지만 울타리 안 마당에 있다는 것이 안심되고 편안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빈 20리터 청수통에 물을 채울 수 있냐고 물어보니 마을 공동 우물로 안내해주었다. 작은 집같은 낡은 건물에 파이프 두개가 튀어나와있다. 시설이 낡아 수질이 어떨지 조금 불안했지만 있는게 어디냐 싶다. 아래쪽 파이프를 당기자 위쪽에서 물이 콸콸 나온다. 지하수인가 했는데 파이프로 수돗물을 공급해준다고 한다. 덜마른 빨래를 캐빈 빨랫줄에 널고 문코와 작별인사를 했다. 사실 몇일 더 있을 생각을 하고 온 것이었지만 사정을 보니 우리도 편히 쉬기 힘들고 그 친구에게도 폐가 많이 될듯해 바로 떠나기로 했다. 문코도 이해한다며 웃는 얼굴로 그러나 아쉬워하며 우리를 보내주었다. 돈을 많이 벌면 여권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우리는 문코에게 꼭 한국에도 오라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표트르도 그랬지만 문코도,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우즈벡 사람들을 품고 또 우리같은 여행자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것이 참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문코로 인해 치타라는 도시에 좋은 추억이 생겼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TZiM3yo9fZs?si=J1vYswp_pXMPTPa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01 15:14:24[파이낸셜뉴스]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넘어져서 사망했다"고 주장하다 5개월 만에 체포된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전직 권투선수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권투선수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1월 3∼4일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심각하게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2018년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한 A씨는 2021년 1월 술에 취해 귀가해 평소 쌓였던 불만을 터트리며 아버지를 주먹과 발로 수십차례 폭행했다. 넘어진 아버지의 몸통 부위를 심하게 밟고 걷어찼고 결국 아버지는 다음날 장기파열과 근육층 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사건 발생 당일 "아버지가 숨졌다"며 스스로 112에 선고했고, 경찰은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아버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 시신 곳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되자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진데다 여러 장기도 파열된 사실이 드러나자 5개월간의 내사 끝에 A씨를 검거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 병변으로 장애가 있던 아버지와 2020년 9월부터 단둘이 지내면서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갈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유로 주거지 현관문 밖에 걸쇠를 달고 쇠 젓가락을 구부려 꽂아두는 등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A씨는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심지어 살해당하기 직전 15일 이상 집 밖에 나온 적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를 사망 당시까지 단 한 번도 씻기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며 사고사를 주장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라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존속살해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8-25 10:29:11[파이낸셜뉴스] 소방청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기(영아)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18일 소방청은 지난해 영아(0세) 구급출동 건수는 총 8014건으로, 이 중 30.7%(2485건)이 생활 안전사고였다고 밝혔다. 사고는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92.2%)했다. 사고 유형은 떨어짐(낙상) 사고가 가장 많았다. 기도폐쇄, 넘어짐, 부딪힘, 화상, 손·발 끼임 순이었다. 지난해 영아 안전사고 중 낙상사고가 총 1170건(48%)으로 가장 많았다. 침대(611건), 보호자가 업거나 안고 가다 떨어지는 사고(239건), 소파(76건), 의자(70건), 유모차 (30건) 등에서의 낙상사고들이다. 특히 자다가 떨어지거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아이를 놓고 기저귀나 물수건을 가지러 간 사이 혼자 둘 경우 많이 발생했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는 2개월부터 시작해 5개월부터 증가한다. 6~8개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점을 보면 침대 난간 설치, 낮은 곳에서 기저귀 갈기 등으로 보호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영아는 발달단계에서 입으로 물체를 확인하는 구강기에 해당하는데, 이와 관련한 안전사고 또한 많았다. 기도폐쇄 534건(22%) 중에 비닐종류가 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스티커, 테이프, 빨대 비닐, 과자봉지 조각 순이었다. 특히 보호자가 복용하는 약을 포함한 해충제(바퀴벌레약, 개미약 등) 14건, 수은 건전지 13건, 담배 5건 등 중독 위험이 높은 것도 있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 주변에 입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물체를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잡고 서기가 가능한 9개월이 되면 넘어짐과 부딪힘 등이 발생한다. 지난해 총 438건으로 날카로운 모서리에 안전보호대를 부착하는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 화상은 217건으로 전기주전자 37건, 국 36건, 뜨거운 물 34건, 목욕 18건으로 나타났다. 화상사고 예방을 위해선 아이 손이 닿는 곳에 뜨거운 것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 화상의 경우 물의 온도가 바뀌거나 수도꼭지의 뜨거운 부분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줄을 씹거나 연결부위를 입으로 가져가서 발생한 전기화상도 3건이 있었다. 이같은 전기화상은 2세가 되면 쇠젓가락을 콘센트에 넣는 것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손발이 끼이는 사고는 63건으로 대부분은 방 문(42건)인데, 문닫힘 보호대를 설치해 예방이 필요하다. 물에 빠지는 사고는 욕조 19건, 풀장 2건으로 나왔다. 침대와 벽사이에 아이가 끼어 신고한 것도 4건이다. 배로 호흡하는 아이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고다. 자다가 아이가 뒤척이다 틈사이에 끼는 사고는 틈을 없애거나 쿠션 등으로 메우는 것으로 사고예방이 가능하다. 소방청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보호자가 중요한 안전상식을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아기가 자거나 기저귀를 가는 곳이 안전한지 확인하기-침대 난간설치 또는 낮은 곳에서 재우기와 기저귀 갈기 △아기 주변에 입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물체는 치워 놓기 △아이가 부딪힐 수 있는 모서리에 보호대 설치 △아기가 잡아당기거나 쓰러질 수 있는 물체-뜨거운 물건(국그릇·커피·컵라면·전기 주전자 등), 쓰러질 수 있는 물건(전신거울·화분 등)-는 없는지 확인하기 △문닫힘 방지 패드 설치이다. 이상무 소방청 생활안전과장은 "영아 안전사고는 부모들의 관심과 작은 실천으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예비 부모 및 영유아 보호자가 가정 내 안전점검표를 확인하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소방청은 영유아 보호자를 위한 가정 내 안전점검표를 내달부터 소방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도 전개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22-05-18 11:29:30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맛 가운데 하나가 '추억의 맛'이다. 엄마의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 으뜸이지만 학창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면서 먹던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다. 화학조미료 MSG가 많이 들어갔으리라 짐작하지만 '쇠도 씹어 먹을' 청춘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초딩 입맛'의 아내와 함께 '추억음식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메뉴는 떡볶이, 김밥, 쫄면, 우동, 돈가스, 튀김 등 누구나 좋아할 법한 국민 간식들이다. 프리미엄 분식으로 손꼽히는 스쿨푸드에서 주문하기로 한다. '분식도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고급 요리가 될 수 있다'는 상상력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니 기대가 된다. 메뉴를 쓰~윽 훑어본 딸아이가 우정출연을 자청한다. 전부 딸아이도 즐기는 음식이다. 셋이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르는 와중에 뜻밖의 손님들이 등장했다. '평소 스쿨푸드를 좀 먹어봤다'는 처제들과 조카딸이 냄새를 맡은 것이다. 졸지에 추억여행은 '추억파티'가 될 운명에 놓였다. 내 지갑이 가벼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날치알·스팸·통새우… 골라먹는 재미 마리'마리' 시리즈는 스쿨푸드의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다. '톡톡 날치알 마리' '통새우마리' '김치마리' 등 모두 14가지나 된다. 다시마를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위에 햄(스팸), 새우, 김치, 돈카츠, 참치 등 각종 식재료를 넣어 유기농 김으로 감쌌다. 김밥과 비슷하지만 얇게 만들어져 한 입에 쏙~ 먹기 편하다. 입이 작은(?) 딸아이에게 딱이다. 주인이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우리 세 식구가 먼저 입맛대로 하나씩 고른다. 딸아이가 돈가스 마니아답게 제일 먼저 '통살등심 돈카츠 마리'를,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매니아 고추멸치 마리', 나는 내용물이 가장 풍부해 보이는 '모짜렐라 스팸 계란 마리'를 각각 선택했다. 비주얼 만으로도 나의 판단은 정확했다. 스팸 마리 위에 치즈를 말고, 그 위에 다시 계란을 말았다. 단무지도 없는데 약간 짭짤하다. 부드러운 계란과 치즈가 전체적인 맛을 살려낸다. 지난해 기준으로 스쿨푸드 딜리버리 전체 메뉴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데는 이유가 있다. (작은 처제의 권유에 따라)동봉된 마요소스에 찍어 먹으니 두 배로 맛있어진다. ‘분식’ 하면 OOO… 추억의 길거리표 떡볶이하지만 떡볶이 국물이라면 맛은 세 배, 네 배가 된다. 어묵으로 살포시 감싼 후 떡볶이 국물에 푸~욱 담궜다가 입 안으로 직행한다. 말이 필요 없다. 두 손 모두 엄지척이 아깝지 않다. 스쿨푸드의 떡볶이 가운데 '길거리표 떡볶이'보다 어묵이 많은 '의성마늘떡볶이'가 제격이다. '통살등심 돈카츠 마리'는 식감을 더해주는 짠지에 상큼한 무순이 들어 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구성이다. 통째로 씹히는 돈가스와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의 조화가 굉장히 좋다. '매니아 고추멸치 마리'는 의외다. ('알싸하게 맵다'는 후기를 여럿 봤는데)생각보다 맵지 않다. '맵찔이'도 거부감이 전혀 안 생긴다. '초깔끔한 맛'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특히 '모짜렐라 스팸 계란 마리' 이상으로 마요소스와의 궁합이 좋다. 세 가지 마리 가운데 제일 매력적이다. 떡볶이 맛으로만 치자면 '길거리표 떡볶이'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적당히 맵고 달달한 것이, '내가 아는' 떡볶이 맛에 가장 가까워서다. 이건 2인분을 사왔어야 했다. 달랑 어묵 3개, 떡 하나를 집어 먹었을 뿐인데 그릇이 깨끗하다. '매운 까르보나라 떡볶이'도 젓가락을 부르는 마법이 있다. 매콤함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가운데 달콤함이 더해졌다. 떡볶이에 간이 잘 배어 풍미가 작렬한다. 2008년 출시 이후 600만 그릇 넘게 팔렸다니 이미 맛은 검증된 셈이다. 이쯤되면 '맥주 한 잔'을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든든한 한끼로 손색없네… 덮밥·비빔밥‘미나리 제육덮밥'은 오늘의 메뉴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를 내줄 만하다. '혼밥하는 이들에게 이 만한 메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 인기 많은 제육덮밥에 상큼한 미나리를 더해 맛도, 식감도 한층 깊어졌다. 첫 인상은 짙은 소스의 색깔 때문에 짜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냥 '딱'이다. 양파, 당근도 실하게 들었다. 반숙으로 올려진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서 쓱~쓱~ 비비면 고소함이 추가된다. 밥알 하나하나가 아주 부드럽게 다가온다. '매콤한 김치가 생각난다'고 하니 작은 처제가 "김치까지 넣은 '미나리 제육김치덮밥'도 있다"고 알려준다. 스쿨푸드를 한 번 더 맛볼 핑계가 생겼다. '장조림 버터 비빔밥(간장맛)'은 계란프라이가 비빔밥을 살포시 덮고 있는데 그 위에 후리가케(혼합분말조미료)가 뿌려져 있어 첫 인상은 별로다. 하지만 맛은 평타 이상이다. 달달하면서도 고소하다. 밥은 고슬고슬하고, '오도독' 씹히는 장아찌가 식감을 한 단계 높여준다. '장조림 버터 비빔밥'은 딱히 어른이든, 아이든 호불호가 갈릴 일은 없을 성 싶다. 무엇보다 버터 맛이 강하지 않아 느끼함은 1도 없다(아내는 버터 맛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매콤한 맛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하얀 쫄면·아삭한 식감 듬뿍야채 쫄쫄면·매콤 시원 냉면까지'어간장 육감쫄면'은 딸아이가 사실상 독차지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돈까스(통살등심 돈가츠 마리)에도, 떡볶이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기사 작성을 핑계로 통사정한 다음에야 겨우 한 젓가락 얻어 먹었다. 빨간 소스의 쫄면에 길들여진 탓에 '하얀 쫄면'의 비주얼 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처음 접하는)제주어간장과 불맛 가득한 구운 돼지고기, 부추가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낸다(현실은 돼지고기 한 점과 쫄면 한 젓가락에 부추는 '몽땅'이라 부추맛이 조금 강했다). 하지만 담백한 듯하면서도, 단맛과 감칠맛의 절묘한 조화는 감탄사를 부른다. 특히 고기가 부드럽고 양념이 잘 됐다. 고기만 따로 팔아도 자주 사 먹을 성 싶다. 이 맛을 글로는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직접 맛을 보면 안다'고 할 수밖에. '듬뿍야채 쫄쫄면'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메뉴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그 맛은 마성의 새콤달콤이다. 콩나물, 오이 등 각종 야채가 이름처럼 듬뿍 들어 있어 식감도 아주 그만이다. 얼음 덕분인지 면이 뭉쳐지지 않아 더욱 좋다. 아차, '매니아 냉면'을 빼먹을 뻔 했다. (먹어 보지 못한 탓에)여전히 그 맛이 궁금하다. '냉면 애호가'로 손꼽히는 아내가 골랐다. 외모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중간인데 아내도 첫 만남이란다.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고, 빨개서 놀랐다"면서도 한 젓가락 나눠줄 아량은 없어 보인다. "처음 먹는 데도 익숙한 맛이다" "짜거나 달거나 하는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살짝 매콤하면서 시원하다" "입맛을 돋궈 주는 그런 맛이다. 스쿨푸드는 정말 양념이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아내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스쿨푸드를 자주 찾아야 할 듯 싶다. blue73@fnnews.com
2022-05-12 17:5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