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잠을 못 자는 상태가 아닌데도 환자가 불면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0년 경력 신경 과학자인 크리스 윈터가 수면 습관을 개선한 경험과 진료실에서 마주한 임상사례를 소개한 책 '수면의 뇌과학'을 출간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는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라며 열정과 성실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는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삶과 건강을 지키고 일상을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 소홀히 하는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잘못된 수면 습관과 단편적인 정보로 인한 오해, 불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수면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수면 문제를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12 08:45:05[파이낸셜뉴스] 젬백스앤카엘은 최근 GV1001의 항우울 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 ‘Behavioural Brain Research’에 게재됐다고 14일 밝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유성운 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로 유발된 우울증 유사 행동과 기억력 저하를 완화시키는 GV1001의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논문의 제목은 ‘만성 억제 스트레스 동물모델에서 인간 텔로머라제 유래 펩타이드 GV1001의 항우울 효과’이다. GV1001의 항우울 효과는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의 기능 회복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HPA 축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중추 내분비 시스템이다. 이 축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기분 저하, 수면장애, 식욕 변화, 인지기능 저하 등 우울 증상이 유발된다. 논문에 따르면 스트레스 조건에서 시상하부 내 c-Fos 발현 세포 수가 유의하게 증가했지만 GV1001을 투여한 동물모델에서는 c-Fos 발현 세포 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c-Fos는 신경세포 자극 시 빠르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초기 반응 유전자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 민감도를 보여주는 분자 지표다. 연구 결과 GV1001은 HPA 축 기능의 균형 회복에 기여했으며,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코스테론) 수치를 정상화해 우울증에 의한 다양한 증상을 개선했다. 연구진은 “본 연구는 GV1001이 시상하부 내 신경세포의 과활성을 억제하고, HPA 축 기능을 안정화함으로써 스트레스 기반 우울증의 병태생리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젬백스 관계자는 “이번 논문은 다양한 신경 보호 효과를 보이는 GV1001에 대한 항우울 효능의 과학적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한 연구이자, 주요 신경내분비 시스템인 HPA 축의 과활성화를 GV1001이 조절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GV1001의 다양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5-07-14 14:48:04[파이낸셜뉴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에이프로젠 자회사 앱트뉴로사이언스는 뇌질환치료제 사업부 정종경 사장이 파킨슨병 원인이 되는 당 대사물질을 밝혀내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 공개된 세계적인 학술지 몰레큘라셀(Molecular Cell)에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여 파킨슨병 연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않아 도파민 신경 세포가 죽게 되고 이로 인해 운동 및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작용하는 핵심 단백질이 정종경 사장이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로 그 기능을 규명한 ‘파킨(Parkin)’이라는 단백질이다. 이번에 정종경 사장이 이끄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내에 존재하는 ‘푸마레이트(fumarate)' 수치가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이 푸마레이트가 숙신산(succinate)으로 바뀌면서 파킨 단백질에 결합하게 되고 파킨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하게 돼 이로 인해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는다. 즉, 노화로 인한 신체 대사 변화가 푸마레이트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못해 결국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로 촉발되는 파킨슨병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도파민 신경세포의 점진적인 소실이 주요 원인이다. 운동장애 외에도 우울, 수면장애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유발하며 65세 이상 인구의 약 1% 확률로 발생한다. 정종경 사장은 이미 전세계 파킨슨병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아왔다. 국내에서도 파킨슨병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호암상과 과학기술 진흥유공훈장을 연달아 수상하는 등 그 공로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한편, 현재 앱트뉴로사이언스의 뇌질환치료제 사업부 대표로 재직중인 정종경 사장은 에이프로젠과 공동으로 개발중인 파킨슨병 신약 프로젝트에서 머지않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5-06-12 09:07:18[파이낸셜뉴스] 유니시티코리아는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슬립 에센셜’을 2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은 잠들기 어려운 입면 장애, 수면 도중 자주 깨는 수면 유지 장애, 원치 않게 일찍 잠이 깨는 조기 각성, 그리고 충분히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은 비회복성 수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제품이 특정 수면 문제에 국한되어 있는 반면, 유니시티코리아는 입면 장애부터 비회복성 수면까지 복합적인 수면 문제를 겨냥한 ‘토탈 수면 건강 솔루션’으로 슬립 에센셜을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슬립 에센셜의 가장 큰 특징은 고대 인도 아유르베다에 기록되어 6000년 이상 사용된 전통 원료 아쉬아간다를 활용한 점이다. 주 기능성 원료인 아쉬아간다 추출물 120mg을 중심으로 테아닌, 그리고 비타민 및 미네랄 3종(비타민D, 마그네슘, 아연)을 균형 있게 담았다. 과학적인 7단계 제조공정을 통해 추출한 핵심 성분 위타노사이드가 함유된 아쉬아간다 추출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다. 인체적용시험 결과, 아쉬아간다 추출물은 총 수면시간, 수면 효율, 입면 후 각성시간, 회복성 수면 설문 점수, 세계보건기구(WHO) 삶의 질 평가 중 신체 및 심리 건강 부문 등 5가지 주요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녹차잎에 미량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은 인체적용실험을 통해 뇌의 알파파 생성을 증가시키고, 심박수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유니시티 인터내셔널의 기술력과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슬립 에센셜은 하루 한 번, 취침 전 2정을 섭취하면 된다. 유니시티코리아 관계자는 “수면 부족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슬립 에센셜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 원료들이 함유된 제품으로, 많은 분들이 이를 통해 건강한 수면 습관을 되찾고 활기찬 일상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6-02 16:34:43[파이낸셜뉴스] 구글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가 올해 7주년을 맞았다. 구글은 창구를 통해 선정된 국내 유수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해 기술 고도화와 네트워킹, 시장 맞춤 전략을 지원해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캐런 티오 구글 아시아태평양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부사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오피스에서 열린 '창구 프로그램 7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한국은 AI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창의성과 기술력을 발휘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앱 및 게임 개발자들이 사업 확장하고 글로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창업'과 '구글플레이'의 앞 글자를 딴 구글 '창구' 프로그램은 국내 모바일 앱·게임 개발사를 발굴해 성장,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중소벤처기업부 민관 협력 창업지원 사업 중 하나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시작된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6기까지 누적된 660개의 스타트업 누적 투자액은 1772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120% 증가했고, 평균 6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수출액은 무려 130% 증가했다. 구글 측은 이제 AI 기술의 고도화로 스타트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선정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유망한 AI 스타트업 23개 중 7개가 한국 기업이고, 이중에는 창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업도 있다. 티오 부사장은 "이제 일반적인 AI 기능을 도입하는 것에서 이제는 벗어나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AI 솔루션 개발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창구 프로그램 선정된 100개 기업 중에서 46%가 AI에 집중된 기업이고,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는 이번 창구 프로그램 7기에 선정된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권서현 무니스 대표, 김준배 아이클로 대표가 참석해 AI 기술을 통한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잼잼테라퓨틱스는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대상으로 AI 동작 인식 기술이 활용해 개인 맞춤형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모바일 게임 '잼잼400', '핑크퐁과 잼잼 프렌즈' 등을 개발했다. 재활 과정에서 겪는 치료 기관 방문 부담과 반복 치료의 지루함 등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무니스는 AI 기반 초개인 맞춤형 뇌과학 수면 솔루션 '나이틀리' 앱 개발·운영사다. AI가 사용자 수면 패턴과 생체 리듬을 정밀 분석해 최적의 수면 솔루션을 제공한다. 나이틀리는 국내 앱 1위뿐만 아니라 일본 앱 마켓 건강 관련 부문에서 인기 다운로드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클로는 AI 기반 구강검진 앱 '홈덴'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진 촬영만으로 간편하게 충치 등 주요 구강 질환을 살필 수 있다. 의료 취약계층 구강검진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1월 광주광역시와 AI구강검진 실증사업을 체결했다. 이들은 △꾸준한 도전 △구글의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성장에 대한 설득력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전 가능성 등이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비결이였다고 꼽았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5-28 15:24:55[파이낸셜뉴스] 평균 수면 시간보다 조금만 자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특별한 비밀이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연구팀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짧은 수면 시간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선 염분 유도 키나제3(SIK3)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SIK3는 뇌 속 뉴런 사이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활성화되는 효소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다. 수면 시간과 수면 깊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에게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현하도록 하고 수면 패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한 결과 돌연변이가 발현된 생쥐는 일반 생쥐보다 하루 평균 약 31분 수면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생쥐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12시간이라는 점에서 수면 시간이 약 4.3% 줄어든 게 된다. 또 해당 생쥐의 뇌 시냅스에서는 SIK3와 관련된 효소 활성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소 활성이 뇌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촉진해 수면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우리 몸은 수면 중에도 해독, 손상 회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돌연변이 유전자로 수면 시간이 길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능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08 08:45:36[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30대 여성 두 명이 음부에 필러를 맞았다가 숨진 사례가 국내 학회지를 통해 공개됐다. 'Y존 필러' 시술은 질 내부 볼륨을 키워 성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시행된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료진은 지난 2월 한국법의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Y존 필러'를 맞고 사망한 38세 여성 A씨와 35세 여성 B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산부인과에서 Y존 필러 주사를 맞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 입원했다. 그는 실신 전 심장이 과도하게 뛰는 심계항진과 현기증 등을 호소했다. A씨는 7개월 간 필러 총 47mL를 4차례로 나눠 같은 부위에 주사한 상태였다. 응급실에 실려온 A씨는 호흡곤란이 왔고, 발작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의료진은 기관 삽관을 실시하고 혈관수축제 및 강심제를 투여했지만 심장 기능이 점차 저하되면서 결국 입원 열흘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질에는 큰 혈전(피떡)이 발견됐다. 또한 폐에서는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해 혈액량이 증가하는 ‘울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필러가 질 주변 혈관으로 퍼지면서 혈관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씨와 똑같은 Y존에 필러를 맞은 35세 여성 B씨는 시술 4분 만에 심장마비가 왔다. 당시 B씨는 케타민, 미다졸람, 프로포폴 등으로 수면마취 된 상태에서 필러를 맞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다. 부검결과 B씨의 질 점막하층 등 일부 혈관에 필러로 인한 색전증(혈관 안이 덩어리에 의해 막힌 것), 비혈전성 폐색전증이 생긴 상태였다.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지방, 공기 등 정상 혈관에 거의 없는 물질이 폐순환을 따라 이동해 혈관을 막는 것이다. 질, 광범위한 정맥총으로 둘러싸여 있어 필러를 주입하기에 위험한 부위 의료진은 “드물지만 필러가 정맥에 직접 주입되거나, 높은 국소 압력으로 인해 정맥으로 이동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Y존 필러 주입 후 발생한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유사한 사례가 여럿 보고된 바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의 환자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필러를 얼굴, 가슴, 엉덩이 등에 주입할 경우에도 비혈전성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질에 주입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은 광범위한 정맥총(정맥이 가늘하게 나눠져 입체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 필러를 주입하기에 위험한 부위"라며 "게다가 질은 좁은 공간에 위치해 많은 양의 필러를 주입하거나, 필러를 빠르게 주입하면 압력이 쉽게 높아진다"고 했다. A씨와 B씨 모두 부검에서 많은 양의 필러가 검출됐고, A씨에게는 육안으로도 색전증이 확연히 보였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의료진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전세계 많은 산부인과 학회가 여성 생식기 미용시술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며 “질 필러 시술을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03 07:55:42[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한때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약물을 먹고 온몸에 심각한 발진과 물집이 생겨 9명이 병원에 입원한 사례가 싱가포르에서 발생했다. 14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024년 2월부터 2025년 2월 사이 싱가포르에서 18~57세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모다피닐이나 아르모다피닐 복용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다피닐과 아르모다필은 주로 수면 무호흡증, 기면병, 교대근무 장애 등으로 인한 수면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졸음을 퇴치하고 에너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환자들이 아니더라도 수험생,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모다피닐과 아르모다필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지만 복용할 수 있다. 9명의 환자들은 길거리 노점상이나 지인으로부터 해당 약물을 구해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환자 중 6명이 스티븐슨-존슨 증후군에 걸려 피부가 벗겨졌으며, 구강에도 영향을 미쳐 며칠 동안 먹거나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3명은 스티븐슨-존슨 증후군보다 심각한 ‘독성 표피 괴사’를 앓아 얼굴, 가슴, 팔, 생식기, 다리, 발바닥 등 몸의 60%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을 겪었다. 현재 환자 9명 모두 회복 중이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HSA는 싱가포르에서 모다피닐과 아르모다피닐이 공식 승인되지 않은 약물임을 강조하며,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수면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최근 남용 사례 증가 모다피닐과 아르모다피닐은 원래 기면증, 수면무호흡증,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비암페타민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분류되며, 졸음을 방지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부나 업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과 직장인들이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두통, 메스꺼움, 식욕 감소 등의 부작용이 흔하게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독성 표피 괴사’와 같은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심장병, 고혈압, 두통, 구역감, 불안·환각·조증과 같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기면증 방치 땐 우울증 올수도 기면증은 낮 동안의 참을 수 없는 졸림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심한 졸림증과 함께 ▲수면발작 ▲탈력발작 ▲입수면기의 환각 ▲수면마비 증상도 있을 땐 '기면증'일 수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며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호르몬인 '하이포크레틴'의 부족 등이 기저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중 약 0.02~0.18%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낮에 졸리는 기면증 증상을 치료하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학업성취가 심하게 떨어지고, 성년이 되면 직장생활이나 일상 활동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낮 동안 과다졸음은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면증은 약물을 이용해 치료한다. 낮 동안의 졸음 증상에는 각성제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심하게 졸음이 올 때는 20분 정도 낮잠을 자도록 한다. 탈력 발작, 수면 마비에는 항우울제 계통의 약을 쓴다. 기면증과 주간졸림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잠자리의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는 게 좋다. 카페인 음료와 흡연도 피해야 한다. 평소 낮 시간에 졸음이 밀려올 땐 얼굴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이나 손가락과 발부터 전신까지 스트레칭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14 05:52:07[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77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한 맹인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사례 보고 논문이 실렸다. 직업이 있어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이 남자는 심각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그의 체온, 긴장상태, 업무수행 능력,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분비 패턴, 소변 속 전해질 분비량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그의 서캐디언 리듬이 24.9시간으로 일반 사람들보다 상당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로 맹인들의 서캐디언 리듬과 수면장애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1987년 일본 연구진이 지적장애가 있는 4~12세 맹아 4명의 수면장애에 대해 연구했다. 3명은 서캐디언 리듬이 24시간에서 벗어나 있었고, 나머지 1명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했다. 연구진은 시각장애와 지적장애가 서캐디언 리듬을 형성하는 데에 방해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999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는 맹인 20명의 혈중 멜라토닌과 수면 상태를 연구했다. 그 결과 절반가량이 24시간 리듬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중 상당수가 밤에는 잠들지 못하고 낮에는 심하게 조는 증상을 앓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수면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그들에겐 빛을 인지할 시각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망막에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어둠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멜라토닌을 분비하고 서캐디언 리듬을 형성한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망막에 들어오는 빛이 없기 때문에 밤인지 낮인지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이로 인해 일반인보다 수면장애에 시달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1977년의 논문은 맹인 50명의 수면 패턴을 조사해보니 76%가 수면 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또 1992년 일본 연구진은 맹인 청소년 73명의 수면 패턴을 조사하였는데 40%가 수면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맥락에서 지적장애인도 수면장애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지적장애인은 시각은 정상이지만 뇌가 빛과 어둠의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013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지적장애를 가진 50세 이상 성인 551명의 수면 패턴을 같은 나이대의 일반 성인 58명과 비교해본 결과 지적장애인들의 수면 패턴이 훨씬 불안정했고 심지어 짧은 조각 수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에게 잠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낮 동안 햇빛을 받는 활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아침에 환한 태양빛을 보아야 밤에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해지고 더 쉽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잠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기억했으면 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2-14 15:52:20[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멜라토닌을 생명체 최초의 호르몬, 고대 호르몬(ancient hormone)이라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주요 세포기관이 미토콘드리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르몬으로서의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지만, 사실 체내 모든 세포가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자체적으로 멜라토닌을 합성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체 대부분의 장기와 근육, 피부에서도 멜라토닌이 검출된다. 혈액에서 검출되는 양보다 조직에서 검출되는 양이 오히려 더 많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의 세포 안에서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아데노신3인산으로 알려진 ATP가 유일하다.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을 통해 ATP를 합성해서 세포 안에 저장한다. 그리고 모든 생명활동에 이 에너지를 사용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일부 원생생물이나 기생충을 제외하고, 모든 생명체는 미토콘드리아의 ATP 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멜라토닌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원이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진핵생물의 탄생이 기원전 27억년인 신시생대이므로 멜라토닌도 그만큼 오래된 분자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고대의 멜라토닌은 생명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과학자들은 고대의 멜라토닌은 항산화제로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고대의 대기에는 산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량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져 생명체에 위협이 되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가 멜라토닌을 합성하여 활성산소를 상쇄시키는 진화를 했을 거라는 가설이 성립한다. 이후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면서 24시간 주기에 맞춰 생체 리듬을 만들고 염증을 억제하고 다른 분자와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멜라토닌이 지금처럼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척추동물의 탄생 이후인 4억5000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이후 1억7800만년 전 포유류가 탄생하면서 더 구체화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진화했지만 멜라토닌은 고대의 분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항산화, 항염 등 하등생물에서 가졌던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서캐디언 리듬, 혈압, 체온, 면역, 비만억제 등의 복잡한 기능까지 수행한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멜라토닌 분비량, 괜찮을까? 이제 우리는 멜라토닌이 호르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걱정에 빠지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 부족한 잠에 시달리는 현대인, 특히 잠들기 직전까지 TV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보는 도시인들은 그만큼 수면의 질이 낮기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안타깝게도 비타민 부족에 대해서는 자료가 많지만 호르몬 부족에 대해서는 자료가 많지 않다. 비타민은 인간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해서 반드시 음식을 통해 몸에 공급해야 하는 영양소다. 그래서 각 나라 정부들은 연령별, 지역별, 소득별로 비타민 섭취 상태를 조사하여 특정 집단에서 비타민 부족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국민 보건 차원에서 관리한다. 그런데 호르몬은 이런 관리가 없다. 호르몬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내분비 물질이라서 관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특별히 호르몬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체로 정상범위 내에서 분비되고 조금 부족해도 자각증상이 별로 없는 것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수면부족과 불면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 과거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멜라토닌 부족 상태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 2021년 미국수면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수면 장애를 겪는 미국인이 5000~7000만명에 이르고 3분의 1 이상의 미국 성인이 7시간 이하로 잠을 잔다고 한다. 또 불면증에 대한 조사를 리뷰한 2020년의 논문에 따르면 매년 일시적 혹은 만성적 불면증을 호소하는 미국 성인이 전체 인구의 30~40%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 통계도 비슷한 상황을 말해준다. 2019년 필립스 글로벌 수면 조사를 보면 44%의 성인이 지난 5년 동안 수면의 질이 나빠졌고, 67%가 매일 밤 한 번 이상 잠을 설친다. 10명 중 8명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길 원하지만 60%는 의학적 치료법을 시도하지 않는다. 수면 부족은 성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4년 미국가정의협회의 조사에따르면 50%의 아동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고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겪는 아동이 1~5%에 이른다. 2015년 미국질병예방센터의 조사에서는 미국 고등학생의 거의 4분의 3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대학생의 60%가 수면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수면장애 환자가 매년 8%씩 증가해서 2021년 거의 80만 명이 진료를 받았다. 특히 60대와 20~30대 남성에서 환자의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2-06 14:4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