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양계 밖 124광년 거리에 있는 외계 행성 대기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16일(현지시간) 뉴스위크,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영국 과학자들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지구에서 124광년 떨어진 사자자리 행성의 대기에서 유기체의 생물학적 활동과 관련된 분자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웹 관측 결과 K2-18b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행성의 대기에서는 디메틸 설파이드(DMS)와 이황화메틸(DMDS)이라는 물질이 발견됐다. 이 두 가지 물질은 지구에서 주로 해양 환경의 식물 플랑크톤에 의해 생성된다. 그 동안 태양계 밖 행성의 생물학적 활동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처음 확인된 K2-18b는 질량이 지구의 9배, 지름이 2.6 배에 달해 지구보다는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질량을 지칭하는 이른바 '슈퍼지구'에 해당한다. 사자자리의 적색왜성 'K2-18'을 33일의 공전 주기로 돌고 있고 별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표면의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생명체 '서식가능 지역(habitable zone)' 안에 있다. 2023년 제임스웹 망원경은 K2-18b의 대기 구성을 관찰한 결과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것도 발견했다. DMS와 DMDS의 존재까지 파악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 결과가 K2-18b에 미생물이 풍부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발견은 실제 생명체를 발견한 게 아니라 생물학적 과정의 지표를 발견한 것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을 이끌며 주 연구자인 니쿠 마두수단 케임브리지대학 천체물리학 교수는 "현재 제임스웹으로 얻은 모든 자료를 설명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K2-18b가 생명체가 풍부한 하이시언(hycean) 행성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개방적인 자세로 다른 시나리오를 계속 탐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행성에 다세포 생물이나 지적 생명체가 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두수단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인 가정은 단순한 미생물"이라고 답했다. K2-18b와 관련한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천문학회가 발행하는 국제전문학술지인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17일 자에 게재됐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4-17 19:41:54[파이낸셜뉴스] CJ CGV가 3년만에 서울에 신규 영화관을 선보인다. 17일 CJ CGV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에 있는 강동아이파크 더 리버몰 3, 4층에 CGV고덕강일을 오픈했다. 스크린X, 4DX관 포함 총 8개관 CGV고덕강일은 리클라이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SCREENX관 등 5개관에 리클라이너를 도입했으며 4DX관을 포함해 총 8개관 827석 규모다. 고덕비즈밸리 상업지구에 새롭게 선보이는 CGV고덕강일은 강동구, 하남시 고객들에게 ‘어반 테라리움(Urban Terrarium)’이라는 공간 콘셉트로 도심 속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CGV만의 새로운 감성 공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테라리움 플랜트 작가인 비오토프갤러리의 아티스트 삭(SAC)과의 협업을 통해 특별한 공간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CGV고덕강일 오픈을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도 선보인다. 오픈 당일인 오늘(17일) ‘야당’,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사회를 진행한다. 17~20일엔 일부 2D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또 팝콘과 탄산음료, 장바구니 등으로 구성된 오픈 기념 매점 콤보를 20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SCREENX, 4DX 등 특별관에서 특가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17일~24일 ‘탑건: 매버릭’, ‘위키드’, ‘퇴마록’, ‘와일드 로봇’ 등 SCREENX에 최적화된 영화를 1만원에 선보이는 ‘SCREENX 만만위크’를 진행한다. ‘모아나2’, ‘수퍼소닉3’, ‘페라리’ 등은 4DX로 1만원에 관람 가능하다. CGV고덕강일 정유진CM(Culture Mediator)은 “서울에 3년만에 선보이는 신규 영화관으로 고덕강일지구 인근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며 "’어반 테라리움’을 콘셉트로 해 편안한 감성의 공간을 선사할 예정이니 CGV고덕강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17 11:07:43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이 에너지의 날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에너지의 날을 기념해 일상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했다. 에너지의 날은 매년 8월 22일로, 에너지의 중요성과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촉구하기 위한 날이다. 이벤트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한국후지필름BI 공식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후, 에너지의 날 이벤트 게시글에 각자의 에너지 절약 방법을 댓글로 작성하면 된다. 친구를 소환할 경우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당첨자에게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경품을 제공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후지필름BI는 에너지 절약과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기업인 후지필름 홀딩스 그룹의 CSR 계획 'SVP2030(Sustainable Value Plan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제조 시 발생하는 탄소(CO2) 배출을 50%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CO2) 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한국후지필름BI는 저온 정착 기술로 전력 소비를 줄이고 복합기의 CO2 배출량을 54% 낮춘 ‘수퍼 EA-에코 토너’를 제품에 장착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무용 복합기 및 프린터 모델인 '아페오스' 시리즈는 수퍼 EA-에코 토너는 물론 공간 및 에너지 절약 설계가 가능한 LED 프린트 헤드, 스마트 절전 기능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면서 고품질 이미지를 제공한다. 한국후지필름BI 하토가이 준 대표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많은 분들께서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한국후지필름BI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에 동참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8-22 09:10:29시세이도 코리아는 4월 한 달간 ‘다다익선 기부 캠페인’으로 조성된 기부금과 사내 컴퍼니 샵 판매 수익의 일부를 합하여 총 2,000만 원을 환경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시세이도 그룹의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임직원들의 생활 속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독려하고, 탄소 흡수원인 도심 숲 조성 사업 기금 모금을 위한 Green CSR 활동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기부금을 조성하는 데 다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시세이도 코리아는 지난 2022년부터 사내 카페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텀블러 사용을 사내 제도로 정착하여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4월 한 달 동안 사내 카페 플라스틱 빨대 미사용, 지구의 날 재택근무, 계단 이용하기 캠페인 등 다양한 저탄소 활동들을 독려하였고, 직원들 개개인이 저탄소 활동 참여를 인증할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방식의 ‘다다익선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또한 사내 컴퍼니 샵에서도 지구의 달을 맞이하여 ‘지구의 날 수퍼 세일(Earth Day Super Sale)’과 ‘지구의 날 위크 패밀리 세일(Earth Day Week Family Sale)’을 진행해 도심 숲 조성 사업 기금 확대에 기여했다. 시세이도 코리아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금한 기부금 전액을 28일 환경재단에 전달했다. 기부금은 벌의 주요 먹이원인 밀원수를 포함한 다양한 식수종을 도심내 식재해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며 건강한 환경 생태계를 보전하는 ‘꿀숲벌숲 캠페인’에 쓰일 계획이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한 가지 테마에 대해 전사적 차원에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임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라 가능한 일”이라며 “그 테마가 환경이었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기부 캠페인 기획 시 예상했던 참여 규모에 비해 훨씬 많은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더욱 감명 깊었다. 도심 숲 조성 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던 임직원을 꼭 초대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양근혜 시세이도 코리아 대표는 “시세이도 코리아는 이번 지구의 날 행사를 통해 전 직원이 탄소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라며 “시세이도 코리아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환경과 사회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임직원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세이도 코리아는 이번 캠페인을 비롯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혁신’이라는 목표 아래, ‘사회’와 ‘환경’분야에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2018년도부터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한 사내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망애재단과의 업무협약 그리고 강원도 산불, 코로나 기금,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지진을 위한 자발적 모금활동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서포트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2024-06-18 10:34:02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쫓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철저하게 도려내버린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7 19:50:27[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쫒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깔끔하게 도려낸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5 15:37:11[파이낸셜뉴스]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코람코더원리츠’가 주주권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전면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코람코더원리츠는 국내 민간리츠 1위 운용사 코람코자산신탁이 코스피에 상장시킨 리츠사다.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의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투자자에게 공모가 기준 연 6%대 수익을 매 분기별 배당해 왔다. 최근 이 빌딩 임대율을 100%로 끌어올리며 하반기부터는 연 7%를 넘는 배당을 예정하고 있다. 코람코의 이번 전자투표제 전환은 주주들의 의견개진 편의성을 높여 주요 경영판단 시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상대적으로 오류발생 가능성이 높은 서면투표의 폐해를 차단하고 서면결의서 인쇄 및 우편발송 등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아껴 실질적인 주주효익을 제고하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 제도다. 서면투표 시 필요했던 까다로운 절차도 없고 주주가 해외에 있거나 수퍼 주총데이 등으로 직접 참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편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전자투표제를 실시한 기업이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ESG 경영 확산에 따라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주간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이 제도 도입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코람코는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 ESG 평가기구인 GRESB(Global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에서 국내 최고점으로 ‘5스타 등급’ 평가를 받았다. 코람코더원리츠 총괄운용역 윤장호 부사장은 “하나증권빌딩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의 직접적인 수혜와 함께 임대율 100% 달성을 통해 배당확대의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며 “이제 수익 외적인 주주와의 긴밀한 소통, 환경 친화적 자산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3-07-05 08:35:44[파이낸셜뉴스] 2023년 8월에는 1일과 31일 두번 보름달을 볼 수 있으며, 31일에는 지구와 가장 가까워져 수퍼 블루문이 뜬다. 또한 2월에는 2022년 3월 천문학자들이 새로 발견한 혜성을 직접 보게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7일 2023년도 주요 천문현상을 발표했다. ■다시 보는 별똥별과 새로운 혜성 우선 1월에는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현상인 유성우, 금성과 토성이 가까워지는 것도 볼 수 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함께 3대 유성우 중 하나이다. 사분의자리라는 별자리는 사라졌지만, 예전부터 부르던 관습에 따라 사분의자리 유성우로 부른다. 올해 사분의자리 유성우 관측 최적기는 1월 3일 밤을 넘어 1월 4일 새벽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사분의자리 극대시간은 1월 4일 5시 40분이고, 시간당 최대 관측 가능한 유성수(ZHR)는 약 120개다. 극대시간이 새벽이고 달도 밤새도록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관측 조건이 좋은 편이다. 또 1월 23일 저녁 남서쪽 하늘에서 금성과 토성은 약 0.5도 내로 근접한다. 두 행성에서 약 4도 떨어진 곳에는 초승달이 있다. 같은 시각 목성과 화성도 한 하늘에서 볼 수 있다. 2월 2일에는 C/2022 E3(ZTF) 혜성이 지구 가장 가까운 곳(근지점)을 지나간다. 이 혜성은 2022년 3월 초 츠비키 과도 트랜션트 퍼실리티에 있는 광시야 카메라를 활용해 천문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근지점 통과 무렵 천구 북극 근처에 위치해 관측 조건은 매우 좋다. 예상 밝기는 4~5등급으로 올해 혜성 중 가장 밝을 전망이다. 다만 근지점 전후로 달이 있어 관측 시점을 달이 진 후나 뜨기 전이 적합하며, 2일의 경우 달이 뜨기 전 새벽이 관측 환경이 좋다. ■달이 지구 그림자속으로 3월 2일에는 금성과 목성이 가까워지고, 24일에는 금성이 달 뒤로 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5월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볼 수 있다. 3월 2일에는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두 행성 금성과 목성이 근접한다. 금성과 목성은 0.5도로 근접해 거의 붙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 3월 24일에는 제주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금성 엄폐 현상이 있다. 21시 14분에 달 오른쪽 밤 지역으로 들어간 금성은 21시 23분에 빠져나온다. 엄폐 현상이 시작되는 고도가 약 4도, 끝날 때는 2.5도에 불과해 지평선이 완전히 열린 곳에서만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역에서는 초승달과 금성이 매우 근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19시 28분에는 달과 금성이 0.9도로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5월 6일의 반영월식은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를 통과하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달이 약간 어두워지는 정도에 그친다. 이번 반영월식은 6일 0시 12분부터 시작되며, 식의 최대 시간은 2시 22분 54초이며, 4시 33분에 종료된다. 이번 월식은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유럽에서 볼 수 있다. ■슈퍼 블루문이 뜬다 8월에는 보름달이 두번 뜬다. 1일에 한번 뜨고, 31일에는 한해중 가장 큰 슈퍼 블루문이 뜬다. 또한 8월 13일에는 한여름 밤하늘에 페르세우스자리 방향에서 많은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 가장 큰 달은 정월이나 추석 보름달이 아닌 8월 31일에 뜨는 달이다. 이때 지구와 달의 거리는 약 35만7300㎞로 지구-달간 평균 거리인 38만4400㎞보다 약 2만7100㎞ 이상 가까워진다. 이 달은 31일 밤부터 9월 1일 새벽까지 볼 수 있는 달이다. 8월 31일 달은 서울 기준 19시 29분에 떠서 1일 오전 7시 1분에 진다. 이와 반대로 가장 작은 달은 2월 6일에 뜨는 달이다. 또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109P/스위프트-터틀' 혜성에 의해 우주 공간에 흩뿌려진 먼지 부스러기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서 일어난다. 이때의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시간은 13일 16시 29분이며,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꽤 많은 유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추석에 뜨는 9월 29일 한가위 보름달은 서울 기준 18시 23분에 뜬다. 달이 가장 높게 뜨는 시각은 다음날 0시 37분이며, 7시 2분에 진다. ■월식과 유성우가 한해 마지막 장식 10월 부분월식으로 가을 하늘을 장식하며,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한해 천문 이벤트를 마무리한다. 우선 10월 29일 새벽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일부 가려지는 부분월식 천문현상이 일어난다. 이날 부분식이 4시 34분 30초에 시작되며, 5시 14분 6초에 최대, 5시 53분 36초에 종료된다. 이후 식의 전 과정은 7시 28분 18초에 끝이 난다. 이번 월식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인도양에서 볼 수 있다. 또,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소행성 3200페톤(3200 Phaethon)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부서지고 그 잔해가 남은 지역을 지구가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유성우이다. 올해 쌍둥이자리 유성우 극대시간은 12월 15일 4시이며, 시간당 최대 관측 가능한 유성수(ZHR)는 약 120개이다. 새벽 시간이고 밤새도록 달이 없는 하늘이기 때문에 관측에 좋은 환경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12-27 11:03:07[파이낸셜뉴스] 2004년 1월 22일 독일 베를린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 유럽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칠레 유명 와이너리 비냐 에라주리즈(Vina Errazuriz) 회장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이 초청한 사람들로 다음날 칠레 와인 6종, 프랑스 와인 6종, 이탈리아 와인 4종 등 총 16종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예정돼 있었다. 행사 당일 이들 패널 36명에게 주어진 정보는 단 두가지로 평가할 와인이 2000년, 2001년 빈티지라는 것과 초특급 와인이라는 것 뿐이었다. 이윽고 패널들의 신중한 평가가 끝나고 와인이 공개되자 장내엔 적잖은 긴장감이 흘렀다. 행사 와인에는 칠레 와이너리 비냐 에라주리즈의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 세냐(Sena), 돈 막시미아노(Don Maximiano) 등을 비롯해 프랑스 보르도 특급와인 샤또 라피트 로췰드(Chateau Lafite Rothschild),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 샤또 마고(Chateau Magaux), 이탈리아 수퍼투스칸 솔라이아(Solaia), 티냐넬로(Tignanello) 등 정말 쟁쟁한 와인이 포함돼 있었다. "설마, 파리의 심판(1976년)처럼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때쯤 결과가 발표되자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보르도 특급와인들이 뒤로 쭉 밀린 것이다. 샤또 라피트 로췰드(2000년)는 3위, 샤또 마고(2001년) 5위, 샤또 라뚜르(2000년), 샤또 마고(2000년)은 6위였다. 1위는 놀랍게도 비네도 채드윅(2000년), 2위도 세냐(2001년). 모두 칠레 와인이었다. 보르도 특급 와인들은 역대 최고 빈티지로 꼽히는 2000년과 2001년이어서 놀라움은 더 컸다. 이탈리아 수퍼투스칸 솔라이아(2000년)은 샤또 라뚜르(2001년)과 함께 10위에 머물렀다. 이 날은 칠레 와인이 세계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기며 데뷔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충격적인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한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976년 미국 나파밸리 와인들이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코를 눌러버린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에 빗대 '베를린의 심판(The Judgement of Berlin)'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후 '베를린 테이스팅(The Berlin Tasting)'은 2014년까지 10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도시를 돌며 18회나 같은 방식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개최했다. 결과는 늘 칠레 와인이 최상위권을 휩쓰는 압승의 반복이었다. 칠레 와인이 9번이나 1등을 차지했으며 특히 돈 막시미아노는 5번이나 1위에 올랐다. 지난 11월 말 서울 강남구 레스토랑 도멘 청담에서 일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베를린 테이스팅의 주인공 '비네도 채드윅'을 빈티지별로 경험해보는 '버티컬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 비네도 채드윅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는 와인으로 이날 행사에는 2009 빈티지, 2011 빈티지, 2015 빈티지, 2018 빈티지 4종의 와인이 준비됐다. 비네도 채드윅은 비냐 에라주리즈의 3대 오너 알폰소 채드윅 에라주리즈(Alfonso Chadwick Errazuriz)에 헌정된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로 만들어진다.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해발 670m의 안데스 산맥의 산자락에 위치한 15ha 규모의 이 포도밭은 폴로 국가대표를 지냈던 알폰소 채드윅의 개인 폴로 경기장이었다. 그러나 그가 고령으로 폴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1992년 그의 아들인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아버지의 폴로경기장을 갈아엎고 포도밭으로 조성해 만드는 와인이다. ■2009 빈티지, 햇볕에 그을린듯한 독특한 아로마에 스모키함까지 비네도 채드윅 2009는 2시간 정도 더블 디캔팅을 진행한 뒤 서빙됐다. 13년이나 지난 올빈 와인임에도 더블디캔팅을 진행할 정도로 강건하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루비빛에 테두리만 약간 가넷빛이 돈다. 그만큼 아직 숙성력이 더 있다는 얘기다. 잔을 가까이 하면 아주 잘 졸여낸 카시스 향이 올라온다. 아주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그런 심연한 향이다. 이어 검은 과실의 아로마와 붉은 꽃향, 가죽 향, 오크 향이 스쳐가는데 초콜릿 향과 복잡한 향신료 향도 섞여있다. 잔을 기울이지 못하고 계속 코를 들이밀게 만드는 복합적인 향이 진짜 인상적이다. 입에 살짝 흘려봤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기막힌 산도다. 턱밑을 자극하기 시작해 눈시울까지 올라올 정도로 강력한 산도는 와인에 발랄함을 더한다. 검은 과실 위주의 아로마도 아주 독특하다. 출렁이는 과즙의 아로마가 아닌 가을 햇볕에 바싹 그을린듯 마른 골격의 아로마다. 잘게 쪼개져 얇게 퍼지는 스모키 한 느낌의 타닌과 함께 이어지는 초콜릿 향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질감은 미디엄 풀바디로 시간이 지날수록 풀바디로 변해간다. ■2011 빈티지, 과즙 출렁대는 아로마에 살집이 장난 아니네 2011 빈티지는 보랏빛이 살짝 도는 루비빛 와인이다. 잔을 가까이 하면 검은 과실 향이 지배적으로 들어오며 감칠맛 나는 향도 있다. 대부분 산도가 좋은 와인에서 나는 냄새다. 입에 넣어보면 역시 산도가 굉장히 좋다. 쨍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산도가 높다. 아로마는 검은 과즙이 가득 들어차 있다. 바싹 마른 듯한 아로마의 2009 빈티지와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질감도 풀바디로 상당히 무거우며 타닌도 제법 두껍다. 와인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살집이 좋다는 느낌이 든다. 같은 포도밭의 와인이지만 이처럼 다르게 나온다는 것도 신기하다. 와이너리 관계자는 "2009 빈티지는 따뜻한 해였고 2011 빈티지는 굉장히 서늘해서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와인이 나왔다"며 "2009 빈티지까지는 새 오크를 통해 숙성했지만 2011빈티지부터는 새 오크 사용을 줄이고 더 큰 배럴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네도 채드윅은 2011 빈티지부터 와인 스타일을 다르게 바꾸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와인이 무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확시기를 좀 더 일찍 가져가고 알코올 도수도 낮춰가고 있다고 했다. 2009 빈티지는 알코올 도수가 14.5%이며 2011 빈티지는 14.0%, 그 이후 빈티지는 13.5%로 낮춰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네도 채드윅은 산도가 더 높아지고 엘레강스하게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 빈티지는 역대급..부드럽고 진한 아로마에 기막힌 산도 감동적 2015 빈티지는 검은 빛이 돌 정도의 진한 루비빛의 와인이다. 잔에서도 검은 과실 아로마가 지배적으로 올라온다. 약간의 허브향과 매콤한 향신료 향도 있다. 입에서는 굉장히 부드러운 과즙이 들어오는데 산도까지 좋아 와인이 상당히 발랄하다. 아로마는 그냥 검은 과실이다. 타닌은 초기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질감은 미디엄이나 미디엄 플러스로 무겁지 않다. 와이너리 관계자는 "2015 빈티지는 약간 더운 해였지만 과실의 아로마와 집중도가 좋고, 타닌이 아주 이상적으로 발현돼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 빈티지는 2009 빈티지와 함께 특별한 와인이다. 약간 서늘한 기후에서 만들어진 와인으로 와이너리에서 아주 예외적일 정도의 베스트 빈티지로 꼽는 와인이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진하지 않은 루비빛을 띤다. 잔을 가까이 하면 잘 졸인 카시스를 마주한듯 진한 검은 과실 아로마가 일품이다. 2009 빈티지에서 마주했던 아주 먼곳에서 몽글몽글 덩어리져 피어오르는 그런 진한 아로마다. 좋은 삼나무 향에 오크 향, 가죽 향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향이 휘몰아친다. 입에 넣어보면 기막힌 산도에 감동한다. 그러나 여기가 다가 아니다. 다시 치솟기 시작하는데 눈물샘까지 자극할 정도로 아득하다. 아로마는 검은 과실향으로 살집이 아주 좋다. 아직 한참 어린 와인인데도 타닌이 잘게 쪼개져 얇게 깔리는게 마치 성품좋은 미국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을 만난 착각도 든다. 그만큼 굉장히 부드럽다. 질감은 미디엄에서 미디엄플러스로 무겁지 않다. 왜 예외적인 빈티지라 하는지 먹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12-08 10:33:58[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인간은? 30만년전 인류가 탄생하고 현재까지 단일 개체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리스토 텔레스, 소크라테스, 유클리드, 레오나르도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리처드 파인만 등 여러 후보가 있을 것이다. 똑똑함(지능)을 정량화해 순위를 매기기 위한 여러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IQ(지능지수)다. 2012년 비영리단체 수퍼스칼라는 당시 기준 현존하는 가장 똑똑한 사람 10명을 꼽았다. 순위에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IQ 160), IQ 210으로 10년간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던 한국인 김웅용씨도 포함됐다. 2위는 IQ 225의 미국 천채물리학자 크리스토퍼 히라타, 대망의 1위는 IQ 230인 호주의 수학자 테렌스 타오가 이름을 올렸다. 수퍼스칼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는 IQ가 90~110사이며 하위 2.5%는 IQ 70 이하다. 상위 2.5%는 IQ 130 이상, 0.5%는 IQ 140 이상에 속한다. IQ 테스트 방식이 알려지며 현대로 올수록 최고 IQ가 높아진다는 점, 이미 죽었기 때문에 IQ 테스트를 할 수 없는 과거의 사람에게 가산점을 소량 준다고 가정했을 때 개별 인간으로서 가장 똑똑한 'X'의 IQ는 넉넉하게 240정도 될 것 같다. 30만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평균적인 인류의 약 2배 정도 IQ수치가 되는 것이다. 개별 개체 간에 2배라는 IQ 차이는 엄청 커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같은 '종' 내에서의 이야기다.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으로 비교를 확대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인류와 가장 흡사한 원숭이나 고릴라의 경우 두 종간에는 넘을 수 없는 지적 장벽이 존재한다. 인간은 시멘트와 나무와 철로 거대한 건물을 만들고 수도와 전기, 불을 사용하며 건물에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원숭이 역사상 가장 똑똑한 원숭이를 데려와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평균적인 아이보다 지능이 떨어질 것이다. 원숭이는 종의 차원에서 개나 고양이보다 똑똑하고, 개나 고양이는 닭이나 비둘기 보다 똑똑하다. 비둘기는 물고기 보다, 물고기는 지렁이나 플라나리아 보다 더 똑똑하다. 원숭이, 개와 고양이 등은 IQ 측정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점점 더 그 층위를 내려가면 IQ 측정이 불가능한 생물도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부터 IQ가 아닌 '종'별 층위라는 다른 단위를 하나 더 만들어 보자.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종간 층위를 임의로 10으로 설정한다. 그 아래인 원숭이는 9, 돌고래는 8, 개는 7 이런 식으로 내려간다. 2단계 쯤은 단세포 생물, 1단계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종간 층위는 1단계 뿐일지라도 서로 간에 넘을 수 없는 지적 능력 차이가 존재한다. ■'양자역학'만큼 충격적이었던 '특이점' 2014년 6월 14일, 필자는 양자역학 이론을 처음 접했던 날 만큼의 큰 지적 충격을 받았다. 우연히 참석하게된 한 시민교양 강좌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로부터 처음으로 '인공지능과 특이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종별 지적 층위' 개념은 그날 강의에서 따왔다. 김대식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 곡선은 2차 함수를 따른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선형적(1차 함수)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을 계기로 급속하게 속도가 증가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를 통해 인간(호모 사피엔스) 6세 정도에 해당하는 AI를 개발하는데 약 2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가정하자. 그 이후에 인간 성인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는 1년, 그것을 뛰어 넘는데는 1달, 또 그것을 뛰어넘는데는 1시간, 다시 그것을 뛰어넘는데는 1분이 걸린다는 식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층위를 10으로 정의했을 때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시점을 '특이점(싱귤래러티)'이라고 부른다. 만약 AI가 특이점을 돌파해 종간 지적 수준 10에 도달하는 순간 그 다음날 11단계, 그리고 1시간 뒤에는 20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은 시간이 지나 AI는 지적 층간 레벨 1000단계, 10만단계를 초월해 쭈욱 발전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를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미래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메트릭스' 등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물론 인간이 바퀴벌레를 유해한 생물로 보지만 멸종시키는데 총력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인류를 초월한 초지능적 존재도 인류를 그냥 바퀴벌레 취급하며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대식 교수는 그날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과 자유의지를 가진(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로봇에게는 인간에게 가장 큰 질문이었던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답이 주어져 있습니다. 미래 로봇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 생각이 과연 진짜 내 생각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의심과 '불완전한 인간이 왜 지구에 존재해야 하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책임자이자 뇌공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과 2045년을 AI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029년쯤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특이점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0~40대 젊은 남녀 과학자 300명을 대상으로 특이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약 90%가 2050년에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역사학자 유발하라리 역시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공학, 빅데이터, 나노기술, AI의 발달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수만년간 이어져 온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자체에 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현재는 사람에게 오늘의 날씨나 주요 뉴스를 정리해주고,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데 불과한 인공지능이 30년 뒤에는 실연당한 인간을 위로해 주거나, 최신 '끈이론'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설명해 주고, 모차르트와 피카소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결함에 대해 강의를 할지도 모른다. ■'이환주의 아트살롱'은 회화, 조각, 음악,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의 전시, 시사회 등의 후기와 리뷰, 각종 문화 관련 칼럼을 쓰는 코너입니다. ▶관련 기사 보기 “미래엔 존재 고민하는 로봇 나올 것”..김대식 KAIST 교수 파이낸셜뉴스입력 2014.06.15 16:34 "언젠가는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AI)과 자유의지를 가진(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로봇에게는 인간에게 가장 큰 질문이었던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답이 주어져 있습니다. 미래 로봇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 생각이 과연 진짜 내 생각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의심과 '불완전한 인간이 왜 지구에 존재해야 하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과학하는 철학자, 혹은 철학하는 과학자. 지난 14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에서 진행된 문화과학 석강 프로젝트 '문화의 안과 밖' 강연장에서 본 김대식(47)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의 인상이다. 그는 이날 '뇌, 현실, 로봇'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철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뇌과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만약 오늘 강연을 듣고 나서 제가 반바지를 입고 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제 강연에 집중하지 않은 겁니다"라고 말해 모든 청중이 그의 반바지(강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 8일 영국 레딩대에서 처음으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AI) 컴퓨터 유진 구스트만을 언급하며 자아를 가진 로봇의 출연 가능성 대해 말했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영국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 고안한 것으로,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테스트다. 심사위원이 컴퓨터와 5분간 대화하고 인간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본다. "생각은 내면적인 현상으로 우리는 타인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의식하는지 알 수 없다. 데카르트 역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 했지, '너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즉 우리는 상대의 뇌 안에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의식이 존재할 거라고 단순히 믿어 주는 것이다." 그는 19세기 남부 미국인들이 자신과 다른 흑인을 영혼이 없다고 여겨 학살한 사례를 언급하며 로봇인 인간과 동일한 행동을 함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종 차별'과 같은 '기계 차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과학의 발달로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한다면 그들에게 투표권을 줘야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임의대로 로봇의 스위치를 끄는 일도 해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과 동일한 로봇을 개발하는 일은 요원하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로봇일지라도 불쌍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걷고, 초당 10의 15승의 숫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전자의 경우 인간의 뇌가 예측을 통해 움직이는 것과 달리 로봇은 물리적인 반응 이후에 빠른 계산을 통해 사후 대응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컴퓨터는 정보를 쪼개고 분석해 순차적으로 빠르게 처리하지만 인간의 뇌는 느린 속도로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과 인공 지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1년 미국의 유명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 2명을 물리치고 우승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올초 구글의 로봇회사 '보스톤 다이나믹스' 인수, 아마존의 수송기 '드론' 역시 이런 로봇 기술 선점을 위한 노력들이라고 김 교수는 언급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지금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더 길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며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시간의 착시에도 맞대응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함께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최근 현대 과학의 많은 실험들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말해 모든 행동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뇌'라는 것. 실험을 통해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은 그에 앞서 이미 뇌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의 변화가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준 사례도 다수 관찰됐다. 일례로 미국에서 과거 한 기업의 임원이 갑자기 아내를 살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 당시 변호사는 성격을 담당하는 임원의 뇌에 있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겼고 그 살인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망가진 전두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 판사는 "뇌 과학에서 주장하는 자유의지의 부재가 사실이며 설령 비과학적이라도, 우리는 인간이 여전히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다'는 착시를 믿으며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과거 자신을 담당했던 지도교수가 했던 말을 소개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시다. 다만 '자유의지(free will)'는 없을 지라도 인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free unwill)의지'는 있다. 부정적인 행동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김 교수는 흔히 말하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시간의 착시 역시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정보전달 속도가 느려지고 외부 세상에 대한 업데이트의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기억에 저장되는 영화필름의 프레임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과 같다. 김 교수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나와 세상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다 정해져 있습니다. 세상이 '갑'이고 인간이 '을'인 상황이죠. 나라는 자아를 '갑'으로 바꾸는 것, 우리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합니다. 미래의 내가 갖게 될 기억을 지금의 내가 의식적인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도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5분에 불과하죠."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8-13 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