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가치중립적인데, 딥페이크 자체가 자칫 범죄로만 인지될 수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리걸테크(법+기술) 서비스가 국내 법률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적절한 가이드라인, 법률 데이터의 투명성과 접근성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개최한 'AI월드 2024'에서 열린 'AI in Life' 세션에서는 딥페이크, 리걸테크, 인공지능(AI) 기반 문화예술 등 일상생활 속 AI 현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딥페이크, 범죄인가 혁신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 현장에선 딥페이크의 양면성과 향후 전망을 다뤘다.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은 "과거엔 '재밌다'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성범죄 등 심각한 사례가 쏟아지면서 관련 문화나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도 "보이스피싱이 생겼다고 전화를 못하게 하거나, 악플이 생겼다고 댓글을 없애버리지 않았듯이 AI 기술 또한 자율에 맞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딥브레인AI 이사는 "신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쁜 기술도, 좋은 기술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양면을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임대근 한국외대 학장은 "딥페이크를 범죄 또는 혁신 등 이분법적으로 정의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규정돼 갈 텐데, 순기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탐지기술의 발전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 이사는 "새로운 AI 기술이 나오면 탐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만 1%라도 범죄를 막을 수 있고, 좋은 점이 있다면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리걸테크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선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와 이진 엘박스 대표가 리걸테크 서비스 현황과 미래 필요한 요소들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리걸테크 서비스가 있으면 효율성과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다"며 "미네소타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 도입으로 로펌들은 인력 대비 고소장 작성 시간을 24% 줄였다. 주니어 변호사는 건당 74달러 드는 비용도 LLM은 24센트밖에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률정보는 정확도가 중요시되는데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현상(환각)을 겪지 않도록 관련 법규 및 가이드라인의 중요성 또한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검색증강생성(RAG)을 통해서 환각을 낮추는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비용도 낮출 수 있다"며 "법률AI, 법률전문가, 소비자가 공존하는 세상이 열렸다. 법률 전문가와 스타트업이 함께 방법을 모색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그룹 총괄은 "리걸테크가 보편화되면 로펌들은 지금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젊은 변호사들은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AI와 만난 문화예술'을 주제로 진행된 문화예술 세션에선 콘텐츠 창작에 대한 AI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윤석관(활동명 킵콴) AI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AI 기술 발전은 곧 표현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는 "AI로 예술의 민주화가 생겼다"며 "AI는 영화계가 겪는 새 변곡점 중 하나로, 이미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안전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4-09-05 18:43:21[파이낸셜뉴스]"딥페이크는 2011년부터 논란이 돼 왔고 그 때마다 가십거리 정도로 치부됐지만, 최근에서야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인데, 딥페이크 자체가 자칫 범죄처럼 인지될 수 있는 게 우려스럽다." -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4'에선 '딥페이크, 범죄인가 혁신인가'를 주제로 딥페이크 기술의 양면성을 다루는 세션이 진행됐다. 해당 세션 발표에 나선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은 "과거에는 딥페이크에 대해 단순히 '재밌다'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최근에는 성폭력과 같은 심각한 사례가 쏟아지면서 관련 문화나 현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도 "보이스피싱이 있다고 전화를 못하게 하거나, 악플이 생겼다고 댓글을 아예 없애버리지 않았듯이 AI 또한 자율에 맞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사례에만 초점을 맞춰 신기술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정수 딥브레인AI 국내사업개발그룹 영업총괄 이사는 "신기술은 나왔을 때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기술도 나쁜 기술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양면을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좌장으로 나선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놀로지융합대학장은 "'딥페이크는 범죄 또는 혁신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설정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딥페이크는 그 자체가 범죄일 수 없고,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규정돼 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순기능이 부각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기술 발전 속도에 버금가는 악용 사례 탐지 역량 확보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학장은 "도구가 발전하면 악용 사례 추적 기술도 발전해야 한다"고 짚었고, 이 이사는 "생성형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탐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다만 1%라도 범죄를 예방하고 좋은 점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만족시키면서 보완하려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추후 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이동혁 이해람 기자
2024-09-05 14:00:11[파이낸셜뉴스] 청년층과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에 순기능을 하는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피스텔 거주 대부분 2030, 1·2인 가구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2021년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거주가구 특성을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 거주 가구의 69.1%가 20~30대 청년층이며, 92.9%가 1·2인 가구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거주형태는 82.9%가 전월세였다. 거주하는 면적은 79.8%가 40㎡ 이하에 해당했는데, 1인 가구는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 거주비율이 90.3%, 2인 가구는 50.4%다. 전반적 거주 만족도는 다른 주택유형 대비 가장 높았다. 특히 상업・준주거지역과 역세권에 공급되는 특성상 상업시설 및 대중교통 접근 용이성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소유주의 60%가 50대 이상이며 평균 8.8년을 보유하고 있고, 자가점유 비중 2.5%로 대부분 임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자본수익률은 2.5%, 소득수익률은 5.6%다. 소유자 특성 분석에는 표본추출을 통한 1500개 서울 오피스텔의 등기부등본 열람 및 시세(매매·전세·월세) 조사가 활용됐다. 협회는 오피스텔이 양질의 주거공간으로, 청년층과 1·2인 가구의 주거수요에 대응해 주거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또 오피스텔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상품보다 안정적 월세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상품의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풀어 활성화해야협회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인 지난 2020년 오피스텔은 투기성 재화로 간주돼 지난 주택 수 산입대상에 포함되면서 매입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10대책에서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오피스텔을 구입하거나 기축 오피스텔을 구입해 등록임대할 경우 해당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세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1일 준공되거나, 구축 오피스텔을 구입한 경우 주택 수 제외에 인정받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협회는 “임대인에게는 안정적 임대수익을 제공하고, 임차인에게는 도심 속 양호한 주거공간에 거주할 수 있는 오피스텔 공급과 임대차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승배 협회장은 “그동안 규제정책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축소됐다는 점에서 신규 공급을 확대하려면 세제완화 대상을 ‘2년 내 준공’ 제한을 완화해야한다"며 "형평성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기축 구입시점 제한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4-02-15 14:56:26[파이낸셜뉴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R&D(연구·개발) 카르텔 타파’ 지시에 따라 불요불급한 주요 R&D 예산을 33년 만에 대폭 축소키로 했다. 하지만 카르텔의 주축으로 지목되는 컨설팅업체들은 제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규모와 자금면 등에서 열악해 R&D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에게는 필요한 만큼 부정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과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기업 보조금인 나눠주기식 사업들을 걸러내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3조8000억원 가량 줄이고, R&D 사업 미흡 평가 비율을 현 10% 권고에서 20% 의무화로 강화함으로써 추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게 골자다. 과기부는 이와 함께 진행 중인 R&D 사업들도 조사해 ‘카르텔 요소’가 있을 경우 처분한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영세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컨설팅업체들은 조사·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잘못된 R&D 사업 사례들을 살펴서 제도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지, 컨설팅업체들을 조사해서 사법 처리하는 건 쉽지 않다”며 “이번 R&D 제도혁신 방안도 계속 늘어나는 R&D 예산을 앞으로 제대로 쓰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른 한 참석 의원도 “순수하게 컨설팅을 하는 업체들도 있어서 (브로커 업체와)구분을 해야 하는데 R&D 사업 건별로 모두 조사하는 건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살펴서 비합리성을 제거할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컨설팅업체들을 가급적 건들지 않으려는 이유는 영세 중소기업들에게는 필요한 존재라는 점, 또 브로커라 규정할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에 “브로커라고 부정적으로 말하긴 하지만, R&D 사업 수주를 위한 제출 서류 준비도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들을 돕는 순기능이 분명 있다”며 “이런 컨설팅업체의 활동을 두고 어디까지를 불법이나 탈법으로 보고 걸러낼 지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대신 앞으로 탈·불법적인 브로커 활동이 생기지 않도록 R&D 사업 기획·선정·관리·평가를 맡는 17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역량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 예산 삭감과 하반기 성과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과 함께 전문기관의 전문성 제고와 투명성 강화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식 의원은 최근 “기관과 부처별 벽을 없앨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칸막이가 있는 이상 좋은 연구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커서 서로 자기 예산을 많이 가져오려고 하다 보니 중복이 생기게 된다”며 “범부처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부처들이 같이 들어와 예산 배분을 하도록 하면 중복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3-08-23 16:22:03[파이낸셜뉴스] 오늘(20일) 7회 방송을 앞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가 우리사회에 끼친 파장이 거세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있는 신참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백하게 그린 작품. 지난주 방송된 6회 시청률이 전국 9.6%, 수도권 10.4%, 분당 최고 11.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1위를 지켰다. OTT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돼 넷플릭스 TV쇼 8위(18일 기준)에 랭크됐다. '우영우'는 첫 방송 이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호평 세례부터 여러 장면에 대한 ‘깨알’ 해석 그리고 자폐 아동에 대한 관심까지 드라마 안팎으로 다양한 관심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 판사 출신 작가 문유석, 배우 김혜수, RM도 애청자 판사 출신으로 저서 ‘판사유감’ 드라마 ‘악마판사’의 문유석 작가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영우’의 리뷰를 올려 눈길을 모았다. 우영우가 동료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과 우영우와 최수연을 이끄는 팀의 리더, 정명석 변호사가 공익사건(탈북여성의 강도상해 사건)에 집중하다 의도치 않게 회사의 대형 클라이언트를 놓치게 된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숱한 천만영화 감성과 차별화되는 이 담백함과 절제가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도 자신의 SNS에 “우영우 역의 박은빈이 너무 매력적이다”라며 “놀랍게도 매력은 우영우의 장애에서 나온다"고 평했다. "사실 장애는 잘못이 아니다.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단지 다수와 조금 다를 뿐이다. 약간의 배려만으로도 장애가 만든 차이는 대부분 사라진다.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장애를 배려해주기로 마음 먹은 순간, 장애는 오히려 매력이 된다”며 “드라마 다음회를 기다리며 보내는 여름이 될 것 같다”라며 애청자임을 밝혔다. 배우들의 SNS 인증샷도 이어졌다. 소녀시대 출신 윤아는 ‘귀여운 현영이’라는 글과 함께 극중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 역할의 주현영과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게재했다. 배우 김혜수는 별다른 코멘트 없이 ‘우영우는 그냥 나온게 아니다, 박은빈의 청춘 24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해 게재했다. 방탄소년단 RM은 공식 팬커뮤니티 위버스에 ‘탑건:매버릭’을 보고 왔다는 한 팬의 글에 댓글로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역삼역”이라며 우영우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인증마크처럼 사용하는 대사를 언급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서 우영우 ‘깨알’ 해석 시청자들도 ‘우영우’에 푹 빠져있다. 한 시청자는 커뮤니티 더쿠에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주현영)의 이름이 동그라미인 이유로 “자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린 시절에 유난히 동그란 물건에 집착한다”며 작가가 이를 고려해 작명했을지 궁금해하면서도 동시에 감탄했다. 다른 시청자는 우영우 명함에 있는 휴대폰 번호에 주목했다.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5252인데, '52Hz 고래(52 헤르츠 고래)'를 떠올리게 한다. 북태평양 일대에 거주하는 '52 헤르츠 고래'는 고래의 평균 의사소통 음역대인 12~25Hz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인 52Hz로 소리를 낸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불린다. 우영우 아빠가 운영하는 김밥집의 실제 촬영지가 화제인 가운데 '왜 해필 김밥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그중 "검은 김밥 속 다양한 색채의 재료들이 각자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밥과 김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린다"고 말한 한 네티즌의 해석이 눈길이 간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고 사는 사회를 꿈꾸는 작가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 자폐 부모 반응 "현실과 괴리...수면 위로 올려줘 반갑다" ASD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반응도 관심을 모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자폐 아이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한 시청자가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면 눈물이 너무 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아이는 천재는 아니지만 우영우와 겹치는 게 너무 많아서 한 회 한 회 엄청 울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자폐 유병률이 2위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점점 더 숨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립되어가는 것 같다”며 “옆에 자폐인이 있다면 특별하게 대하지도 말고 그냥 똑같이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우영우보다 (우영우의 직장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가 더 판타지 같은 캐릭터"라고 지적했다. 우영우처럼 전문가로 성장한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 극소수지만 현실에 존재하나, 그런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보통 사람처럼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ASD 아동 부모는 "현실과 괴리를 크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댓글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순기능에 주목하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1, 2화보면서 와 우영우 정도면 진짜 부럽다 생각하다, 3화에 나오는 자폐장애인 보며 그래 대부분은 저게 현실이지 하면서 봤다”면서도 “(자폐장애인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수면 위로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순기능이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이 반향어, 상동행동 등 우리만 알고 있는 단어들이나 특징을 조금이나마 알고 이해하더라”며 드라마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주목했다. 자신을 "자폐 스펙트럼 아이 재준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유튜버 동주C는 아예 '우영우'를 매개로 ‘자폐아 엄마가 설명하는 우영우 반향어, 상동행동’ 등의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했다. 그는 “재준이를 키우면서 자폐인들의 상동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불편한 감각을 느끼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인생깊었던 장면으로 우영우가 헤드폰을 끼고 출근하는 장면을 꼽으며 "기능이 좋은 영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불편함을 낮추기 위해 좋아하는 고래 소리를 들으며 출근한다. 나는 영우가 참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며 자폐아를 키워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통찰력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편하자고 만든 모든 것들, 밝은 불빛, 핸드폰 소리...이런 건 모든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을 견딜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자폐인들은 이 모든 것을 참는다. 재준이는 눈을 감으며 참고, 영우는 고래소리를 들으며 참고, 어떤 자폐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며 참고....참아낸다"고 했다. "자기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달래가며 다 참아낸다. 우리는 자폐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진짜 우리를 배려하고 있는 것은 자폐인이다. 그들은 비자폐인들을 위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참는다. 참을수 없는 것들도 참아가며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라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 유인식 감독 "앞으로도 영우에겐 많은 미션...사랑의 기쁨과 슬픔 경험" 우영우는 '52Hz 고래'처럼 외로운 고래였다. 그런 외로운 고래를 키운 그녀의 아버지도 남모를 외로움이 컸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우영우 옆에서 그녀와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 때문이다. 유인식 감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응에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준비한 소박한 이야기에 이토록 크게 공감해줘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었다 가는 꽃밭 정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온 들판 가득히 꽃이 피어나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아마도 시청자분들의 마음의 밭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고 비옥하게 마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자폐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 착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보다 훨씬 크게 대중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또한 기쁜 일이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7회 이후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앞으로도 영우에겐 많은 미션이 닥친다.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큰 산과 같은 존재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이 '우당탕탕' 씩씩하게 문제 앞에 설 것이고 '훌륭한 변호사란 무엇일까?'라는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홀로 찾아 나갈 것이다. 영우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라고 귀띔했다. 우영우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예고했다. "영우와 준호의 기발한 데이트, 한바다 식구들 각자의 성장기, 아버지가 숨겨둔 옛이야기, 영우에게 던져주는 동그라미의 엉뚱한 꿀팁들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껏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고래들도 여기저기 깜짝 등장할 예정이니, 반갑게 맞아달라. 끝까지 사랑해주길 바란다"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7-20 00:42:42【 진천=김원준 기자】 "인류의 마지막 도로포장 방식은 투수블록 포장이 될 것입니다" 투수(透水)블록 제조·설치 전문기업 ㈜대일텍 백원옥 대표. 그는 투수블록이 지구 환경에 순기능으로 작용,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전세계에 몰아닥친 기후변화는 결국 물순환의 문제로,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백 대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은 빗물을 땅 속으로 흘려 보내지 못해 도심 지하수 고갈 등 환경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면서 "도심 지하수 고갈은 결국 해수면 상승과도 연결되며 이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투수블록, 빗물투과해 땅으로 환원 '홀블록(Hole Block)'이라고도 불리는 투수블록은 말그대로 물을 투과시키는 특수한 보도 및 차도 블록을 말한다. 비가 오면 블록이 스폰지처럼 빗물을 흡수해 땅바닥으로 내려 보낸다. 빗물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우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과는 달리 투수블록은 빗물을 투과시켜 땅 속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투수블록이 친환경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빗물을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만큼 도시형 홍수방지 기능과 함께 열섬현상 완화 및 지하수 수위 상승 등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지녔다. 블록 표면에 물이 고이지 않아 비가 오는 날에도 보행자가 부담없이 길을 걸을 수 있고 자동차 주행소음과 빗물튀김 걱정도 덜수 있다. ■투수성·강도 높이는게 핵심기술 수 년간 건축자재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던 백 대표가 투수블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지난 2008년. 우연히 접하게 된 투수블록이 빗물을 흡수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이 제품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 국내산 투수블록은 강도가 낮아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던 상황. 물을 통과시키는 투수블록의 특성상 주재료인 골재 입자간 밀도가 낮아 강도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게 공정상 최대 난점이었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제품의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투수블록 생산과정의 핵심 노하우로 꼽는다. 블록분야에서 완전 '초짜'였던 백대표는 블록의 투수성과 강도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개발에 나섰다. 연구개발에 몰두하던 백 대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만족할 만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한 투수블록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생산설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지난 2010년 경기도 안산에 있던 본사를 충북 진천으로 옮기고 투수블록 생산라인을 구축,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는 음성 생극산업단지에 제2공장도 가동중이다. ■ 세계 최고 강도 투수블록 완성 대일텍이 생산하는 투수블록은 국내외 제품을 통틀어 가장 강도가 높다는 게 백대표의 설명이다. 백 대표는 "대일텍의 보·차도용 투수블록은 서울시의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에서 1등급을 받았다"면서 "블록의 하단부에 강도 강화층이 있어 차도에도 깔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대일텍 제품의 강도가 뛰어난 것은 원터치 생산방식으로 3개 층(Layer)을 하나로 일체화하는 공법을 적용했기 때문. 인장강도가 약한 콘크리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3개 층으로 이뤄진 블록의 맨 아래 층에 일반 콘크리트보다 2.5배 강한 슈퍼콘크리트 층을 만들었다. 슈퍼콘크리트 층은 시멘트와 골재를 강력하게 달라붙게하는 특수물질을 사용, 인장강도를 극대화했다. 이 특수물질은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받아 대일텍이 개발한 특허등록 성분으로, 블록의 밀림과 박리·깨짐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대일텍 제품은 한국표준협회의 한국산업표준(KS)인증은 물론, 한국건설생활연구원의 Q마크 및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데 이어 조달청 조달우수제품으로도 지정됐다. 최근엔 투수블록 제품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다. 대일텍은 그간 전국 수 많은 주요 차·보도에 투수블록을 시공했다. 대표적인 시공현장은 세종시 조치원역앞 왕복 4차선 차도. 대일텍은 연장 390m에 제한속도 시속 60㎞인 이 도로에 지난 2017년 11월 투수블록을 깔았다. 백 대표는 "버스가 오가는 차도에 투수블록을 시공한 것은 조치원역 앞도로가 세계 첫 사례"라면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투수블록을 시공하면서 여름철 지열이 사라지고 물고임 현상도 없어 인근 상인들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통해 기술공유·인식확산 백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블록협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협회에서 투수블록에 대한 인식확산과 기술공유 노력을 펼치고 있다. 회원사 가운데 투수블록 생산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으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대일텍의 기술을 전수받아 투수블록을 생산하는 업체는 모두 3곳이다. 4~5곳은 생산설비를 준비중이다. 백 대표는 국제 블록업계에서도 유명인사다. 그는 해외 신기술 발표회는 물론 도시 친환경 빗물관리 국제세미나 등 국제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지난 2018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 콘크리트블록 컨퍼런스(ICCBP)에서는 투수블록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인 탄소중립 문제를 블록에서 찾아 해결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시멘트 사용을 최소화한 시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며 이를통해 도시포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2-05-18 18:11:51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고강도 구조 개혁'이 예고돼 있다. 옛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쪼개지는 '해체' 수준의 격변 보다는 '기능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 2·4 공공 주도 공급 대책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위해 LH 핵심 기능인 토지개발과 주택공급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조직 해체'는 말 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순기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LH의 탄생으로 거슬러 가 보자. LH는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된 조직이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다. 개발 경쟁에 따른 비효율과 난개발을 해소하고,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였다. 기대 효과는 컸다. 신도시 조성부터 도시 정비와 재생, 혁신도시, 공공주택 분양, 취약계층과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등 국가 주택 정책 전반을 관장하며 국가 발전을 선도했다. 실제, LH는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공공임대 168만2000호 중 74%인 124만9000호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영구임대 등 임대주택 128만호를 운영·관리 중이다. 물론 '청백리 정신'과 '공복'의 자세를 망각한 채 일부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토 발전의 최일선에서 역할을 공고히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LH 사업 상당수가 교차 보전 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도 봐야 한다. 이 방식은 택지개발 사업에서 이익을 내 임대사업의 손실을 보전한다. 또 수도권 개발 사업의 수익으로 지역개발 사업의 손실도 메꿔준다. 즉, 개발 이익은 우선적으로 임대주택 건설·운영 등 주거 복지에 재투자하고, 잔여분은 지역개발사업, 산업단지 조성 등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 재원으로 활용한다. 공기업으로서 부채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정책 목표를 완수해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손실 사업과 수익사업 교차 보조를 통한 안정적 부채·손익 관리는 필수적이다. 자칫 LH 조직 해체를 포함한 기능 분화 등 무리한 개혁으로 교차보조 구조가 깨질 경우 당장 임대사업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국민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 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든, 기능 조정을 하든 조직만 바뀔 뿐 일하는 사람은 그대로라는 점은 잊어선 안된다. '환부'만 도려내야지, 공공개발의 순기능을 망각하는 것도 바람직 않은 듯 싶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21-03-25 17:46:40"공매도 세력과 개인, 양측 모두에게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있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세계 증시에 큰 파란을 일으켰던 게임스톱 사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게임스톱 사태는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개인들의 반란'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패자는 대다수의 개인으로 끝나가는 모양새다. 게임스톱 주가는 한때 483달러까지 치솟으며 일부 헤지펀드들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으나 이후 주가는 90% 넘게 폭락했다. 이 센터장은 "일부 헤지펀드가 과도한 이득을 노리고 공매도를 친 부분이 있는 반면, IT의 발달에 따른 실시간 정보 확산 기능을 통해 '쏠림현상'을 일으켜 이득을 본 세력도 있다"며 "분노한 개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피해를 끼치는 일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불만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제도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특히 주식을 빌리지 않고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난 뒤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피해의식'이 커졌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막는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도록 과도한 공매도 비율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매도 폐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센터장은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거나 경영진에 대한 감시 등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며 "실례로 엔론의 분식회계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루이싱커피 회계부정 사건 등은 금융당국보다 헤지펀드들이 먼저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를 풀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등도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허용한 뒤 재개했지만 주가는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국내 증시를 움직일 변수로는 백신 접종 속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중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연말이나 내년 초 미국 테이퍼링 가능성이다. 올해는 안한다고 했으니 넘어가겠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며 "이외에 중국의 통화정책 가능성 등 하반기에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눈여겨볼 업종으로는 언택트, 반도체, 모빌리티, 녹색산업 등을 거론했다. 언택트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이 반도체이고, 모빌리티는 테슬라와 애플 효과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고 봤다. 또 녹색산업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리서치센터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향후 운영 방침으로 "글로벌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언택트 리서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리서치센터의 인원도 기존보다 30% 보강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21-02-14 18:11:33[파이낸셜뉴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의료자문에 대한 규제 강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 강화는 보험사기 적발 등 의료자문의 순기능을 저해시킬 수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시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9일 보험연구원 백영화 연구위원은 '의료자문 관련 규제 강화 시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의료자문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있어서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함께 정상적인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결정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의료자문 결과가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자문의는 보험사의 의뢰를 받아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지급 받기 때문에 그 의견의 객관성.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의료자문 관련 설명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보험금 심사에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보험의 경우 보험수익자와 보험회사 간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제3의 전문가(종합병원 소속 전문의)를 정해서 그 의견에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자문의의 실명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백영화 연구위원은 "의료자문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고 의료자문에 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보다 장기적으로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보험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기구나 자문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의료자문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있어서는 실제로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까지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보험에 있어 의료자문은 보험사의 보험금 심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절차인데, 특히 허위 또는 과다 입원. 진단 등으로 인한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자문은 과잉 진료나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와 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의료자문에 응한 의사의 실명까지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자문의가 정상적인 의료자문 제도 운영 및 보험금 심사 관련 업무 집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백 연구위원은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자문의 순기능을 인정해 정상적인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20-02-08 08:59:20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부상한 전염병 소재 게임 '전염병주식회사'가 도넘은 게임 혐오 시각으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이 게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을 얻어 개발한 게임으로 해외에선 전염병 전파 과정을 익힐 수 있는 유용한 시뮬레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게임이 심각한 상황을 단순한 흥미와 오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염병주식회사' 게임이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맞물려 모바일 양대 마켓(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급상승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 게임은 PC, 콘솔판도 판매량 및 동시 접속자 수에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이 게임은 영국의 독립 게임 스튜디오 엔데믹 크리에이션의 제임스 본이 개발한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인류 멸망을 획책하는 입장이 된 플레이어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변형 단백질, 생화학 무기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게 골자다. 그러나 최근 한 매체가 전염병을 다룬 내용의 영화들의 시청횟수가 평소의 200배 가까이 늘었다며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예방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관련 소재를 다룬 게임은 전염병을 단순한 흥미나 오락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여기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여실히 반영된게 아니냐는 게 게임업계의 지적이다. 이 게임은 위생과 보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주는 순기능을 인정받아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연계한 업데이트를 진행한 데다, 한국에서도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기능성 게임으로 분류됐는데도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게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과거 국내에서 한 언론이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PC방 전원을 차단해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던 뉴스를 내보내 논란이 됐다. PC방 전원이 차단되자 아이들이 짜증을 내며 욕하는 장면을 비추며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정서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PC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사건의 원인을 게임에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이와관련,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가혹할 정도로 변하지 않고 있다"라며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게임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도구임을 알리고 있지만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20-02-05 19: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