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재금에 손대는 일은 은행원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드라마 속 범죄가 제가 다니는 은행에서 현실로 벌어지니 참담하고 부끄럽다."(A은행 21년차 부장) #. "동기들과 얼마나 챙기면 '감옥에 가도 괜찮을까, 100억? 20억?' 농담을 하던 중 문득 웃으며 할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B은행 5년차 대리) 은행권이 금융사고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횡령·유용 사고는 155건, 배임은 35건 발생했다. 총사고금액은 2781억원에 달했으나 회수율은 9.1%(252억원)에 불과했다. 연이은 사고에 은행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은행원 개인의 일탈'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현직 은행원들이 스스로 금융사고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일탈과 해이에서 찾고 있을 만큼 금융의 본질인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22일 현직 은행원 100명에게 '횡령, 비리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복수응답 가능)고 물었다. 절반이 넘는 55명이 '구성원의 도덕적해이'를 지목했다. B은행의 대리는 "그 어떤 시스템도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속이려고 들면 막기 쉽지 않다"면서 "은행권 사건·사고는 직업적 윤리의식의 문제"라고 짚었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A은행 감사는 "디지털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하게 마련하고 현금이나 거액을 다루는 업무에는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는 절차를 만들었지만 사고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궁지에 몰린 사람이나 도덕적 마음이 흐트러진 사람이 마음먹고 치는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은행에서 발생한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동료 은행원들에게 돌아간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점장은 물론 지역본부장부터 동료들까지 인사평가에서 영향을 받는다"면서 "사고자의 면직은 당연하고, 지역본부장이 옷을 벗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31명이 '성과(KPI) 중심의 조직문화가 금융사고로 이어졌다'고 답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부실한 여신심사가 부당대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지점이나 팀의 성과를 위해 부실한 대출신청 서류에도 '눈감아주는 문화' '못본 척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수원 성수용 금융감독원 파견교수는 "금융회사는 국민의 소중한 재산으로 상품을 만드는 만큼 금융회사 직원이라면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단기적으로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윤리의식 재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KPI 중심의 성과급 구조를 손질해 재무적 성과 이외의 성과를 인정해주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성원의 도덕적 재무장과 조직문화 개선으로도 우선은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은행원들은 금융사고 대책으로 '감사를 위한 감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방안이 아니라 포상(인센티브)을 통한 사전예방, 안전한 내부고발 통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이주미 기자
2024-10-22 18:17:04#OBJECT0# #OBJECT1# #OBJECT2# [파이낸셜뉴스] #. "시재금에 손대는 일은 은행원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드라마 속 범죄가 제가 다니는 은행에서 현실로 벌어지니 참담하고 부끄럽다." (A은행 21년차 부장) #. "동기들과 얼마나 챙기면 '감옥에 가도 괜찮을까, 100억? 20억?' 농담을 하던 중 문득 웃으며 할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B은행 5년차 대리) 은행권이 금융사고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횡령·유용 사고는 155건, 배임은 35건 발생했다. 총 사고금액은 2781억원에 달했으나 회수율은 9.1%(252억원)에 불과했다. 연이은 사고에 은행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은행원 개인의 일탈’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현직 은행원들이 스스로 금융사고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일탈과 해이에서 찾고 있을 만큼 금융의 본질인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22일 현직 은행원 100명에게 '횡령, 비리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복수 응답 가능)고 물었다. 절반이 넘는 55명이 '구성원의 도덕적해이'를 지목했다. B은행의 대리는 "그 어떤 시스템도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속이려고 들면 막기 쉽지 않다"면서 "은행권 사건 사고는 직업적 윤리의식의 문제"라고 짚었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A은행 감사는 "디지털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하게 마련하고 현금이나 거액을 다루는 업무에는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는 절차를 만들었지만 사고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궁지에 몰린 사람이나 도덕적 마음이 흐트러진 사람이 마음먹고 치는 사고를 막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은행에서 발생한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동료 은행원들에 돌아간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점장은 물론 지역본부장부터 동료들까지 인사평가에서 영향을 받는다"면서 "사고자의 면직은 당연하고, 지역본부장이 옷을 벗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31명이 '성과(KPI) 중심의 조직문화가 금융사고로 이어졌다'고 답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부실한 여신심사가 부당대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지점이나 팀의 성과를 위해 부실한 대출신청 서류에도 '눈감아주는 문화' '못본 척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수원 성수용 금융감독원 파견교수는 "금융회사는 국민의 소중한 재산으로 상품을 만드는 만큼 금융회사 직원이라면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단기적으로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윤리의식 재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KPI 중심의 성과급 구조를 손질해 재무적 성과 이외의 성과를 인정해주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성원의 도덕적 재무장과 조직 문화 개선으로도 우선은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은행원들은 금융사고 대책으로 '감사를 위한 감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방안이 아니라 포상(인센티브)을 통한 사전예방, 안전한 내부고발 통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이주미 기자
2024-10-21 13:51:55"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1987년 현행 헌법 전문(前文)에 처음 들어간 부분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9차 개헌 당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계승의 의미' 논문). 장 교수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탄생 자체를 임시정부로 소급시키는 것보다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대한민국이 계승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고, 그런 의미에서 1919년 건국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정신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주장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임시정부가 '임의 단체'라거나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탄생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등불이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의 위상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승만과 김구 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해석·재해석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제 에서 벗어난 지 80여년이 된 지금도 갈등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듯하다. '엄밀한 역사적 사실'과 '합리적 해석'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된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골이 더 깊어진 현실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두고 "친일 매국 정권" 운운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영일 전 의원은 '건국사 재인식'(동문선)에서 "(대한민국)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948년 이래 집요하게 되풀이해 온 김일성 패거리들의 건국사 왜곡 담론을 그대로 믿고 옮기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은 빼놓고 "이승만이 통일을 바라는 전 민족의 염원을 외면하고 미국의 힘을 끌어들여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것이 민족분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승만을 격하해야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사 출신, 중앙정보부 근무, 민정당 사무총장, 국정원장 등을 역임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결과적으로 좌파의 선동에 따라 국론분열에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다. 광복회는 이른바 뉴라이트 판별기준이라는 것도 제시했다. 임시정부 및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입장, 일제하 우리 국민의 국적 등 9가지가 그것이다. 기준 자체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잣대로 뉴라이트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국민 누구도 광복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합리적 해석을 벗어난 과거사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다. 파리올림픽에서 일본 선수에게 지고도 축하를 건네며 실력 차이를 쿨하게 인정한 신유빈 선수.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한일전, 친일파 운운하는 미숙한 어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사 선동 외에 내놓을 미래 비전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에게 일본과 일본인은 외국과 외국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철 지난 과거사 선동에 발목 잡히지 않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자유로이 누벼야 한다. 문제는 광복 후 80여년이 된 지금도 '친일파' 운운하며 독립운동을 하는(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지만 그들이 끼치는 해악은 국론 분열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각 독립운동가들은 알아야 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음을. 아니 그대로 걸어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것은 열등감의 반영이라고 한 아들러의 말이다. 일본 논문을 통째로 베끼는 사람이 친일파 선동에 앞장서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08-19 18:04:49[파이낸셜뉴스] ‘임시정부법통’은 정신 계승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 질곡 탈출 열쇠는 자신에게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1987년 현행 헌법 전문(前文) 에 처음 들어간 부분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9차 개헌 당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계승의 의미’ 논문). 장 교수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탄생 자체를 임시정부로 소급시키는 것보다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대한민국이 계승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고, 그런 의미에서 1919년 건국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정신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주장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임시정부가 ‘임의 단체’라거나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탄생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등불이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의 위상만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승만과 김구 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해석·재해석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80여년이 된 지금도 갈등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듯하다. ‘엄밀한 역사적 사실’과 ‘합리적 해석’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된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골이 더 깊어진 현실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두고 “친일 매국 정권” 운운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영일 전 의원은 ‘건국사 재인식’(동문선)에서 “(대한민국)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948년 이래 집요하게 되풀이해 온 김일성 패거리들의 건국사 왜곡 담론을 그대로 믿고 옮기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은 빼놓고 “이승만이 통일을 바라는 전 민족의 염원을 외면하고 미국의 힘을 끌어들여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것이 민족분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승만을 격하해야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사 출신, 중앙정보부 근무, 민정당 사무총장, 국정원장 등을 역임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결과적으로 좌파의 선동에 따라 국론분열에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다. 광복회는 이른바 뉴라이트 판별기준이라는 것도 제시했다. 임시정부 및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입장, 일제하 우리 국민의 국적 등 9가지가 그것이다. 기준 자체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잣대로 뉴라이트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국민 누구도 광복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엄밀한 사실과 합리적 해석을 벗어난 과거사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에게 지고도 축하를 건네며 실력 차이를 쿨하게 인정한 신유빈 선수.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한일전, 친일파 운운하는 미숙한 어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할 수 있는 게 과거사 선동 외에 내놓을 미래 비전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발랄한 젊은이들에게 일본과 일본인은 친하게 지내야 할 외국과 외국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철지난 과거사 선동에 발목 잡히지 않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자유로이 누벼야 한다. 문제는 광복 후 80여년이 된 지금도 ‘친일파’ 운운하며 독립운동을 하는(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임을 알지만 그들이 끼치는 해악은 국론 분열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각 독립운동가들은 알아야 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음을. 아니 그대로 걸어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것은 열등감의 반영이라고 한 아들러의 말이다. 일본 논문을 통째로 베끼는 사람이 친일파 선동에 앞장서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08-19 13:16:52[파이낸셜뉴스]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발생한 ‘삼례나라슈퍼 사건’은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왜 굳이 영화로 만들었나? 지난 23일 영화 ‘소년들’ 언론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지영 감독이 답했다.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한 번 더 잘 들여다보자, (죄가 없는) 세 소년이 감옥을 가는데 우리가 동조한 게 아닌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다시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행사 말미에 이런 말도 보탰다. “우리 스스로 마음은 약자 편인데, (대다수가) 침묵을 지킨다. 강자는 그 침묵을 이용해서 약자를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이 영화의 제목을 ‘고발’이라고 할까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의 창인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기란 쉽다. 하지만 그 분노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행동으로 연결 짓는 것은 쉽지 않다. 삼례나라 슈퍼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년들’은 한국사회의 초상과 같다. 힘없는 자들은 쉽게 짓밟히고, 불의에 저항하던 소시민은 불이익을 당하며, 권력자들은 지난 과오가 드러나도 그 어떤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미친 개’로 통하던 수사반장 황준철(설경구)은 의문의 제보전화를 받고 우리슈퍼 강도치사 사건을 재수사한다. 세 소년이 경찰의 폭행과 강요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하고 복역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분노하며 진실을 밝히려 하나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였던 '최우성'(유준상)과 담당 검사(조진웅)의 방해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황반장은 좌천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젊은 시절과 사뭇 달라진 황준철 앞에 피해자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성인이 된 소년들이 나타난다. ‘소년들’은 허구의 인물 황준철을 중심으로 사건이 발생한 1999년과 재심을 청구하는 2016년을 오가며 이사건을 다시금 면밀히 들여다본다. 단지 실화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사건이 갖고 있는 함의를 다층적으로 보려고 애쓴다. 전반부가 수사극의 형식을 띄며 이 사건이 어떻게 조작됐는지 보여주면서 안타까움과 분노, 무기력함을 안겨준다면 후반부는 재심 재판과정을 다룬 법정극을 통해 권력에 맞서 연대한 소시민의 용기로 희망의 기운을 전한다. 극중 설경구 아내 역 염혜란은 이날 사건을 접하고 "엄혹한 시절이 아니라 내가 평화롭게 대학을 다니던 1999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국가는 무릇 국민을 보호해야 하나, 정지영 감독 작품 중 ‘남영동 1985’처럼 그 반대의 일을 자행하기도 한다. 살인자로 몰린 세 소년과 진범 3인이 대질신문을 하는 장면에서, 소년들도 울고, 진범들도 우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지영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소년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이 세상 또 다른 ‘소년들’의 고통을, 힘없는 약자들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실화 소재라 마냥 무겁고 진지할 것 같으나 딱히 그렇진 않다. 사건과 무관한 영화적 인물 중 설경구 아내 역 염혜란과 후배 역 허성태가 소소한 웃음을 전한다. 요즘 뉴스 속 현실과 달리 죄책감을 느끼는 가해자,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인물들을 보는 것은 반갑다. 다만 인물이 관객보다 앞서 분노하거나 극중 소년들이 밀실에서 폭력을 당하는 장면처럼 감독의 연출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오히려 감정의 온도를 낮춰 아쉽다. 11월 1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24 22:35:36[파이낸셜뉴스] 오는 31일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할로윈 데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할로윈은 서양권에서 주로 즐기던 행사지만,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큰 축제의 날로 자리 잡았다. 이에 부킹닷컴이 생각만 해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한 오싹한 여행지 6곳을 소개한다. 이집트의 미라와 슬로바키아의 흡혈귀부터 한국의 K좀비까지, 특색 있는 호러 콘텐츠를 보유한 이들 여행지는 할로윈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스릴 넘치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여겨진다. ■ 흡혈귀의 기원을 찾아서, 슬로바키아 차흐티체 슬로바키아 차흐티체에서는 차흐티체성의 유적을 만날 수 있는데, 원래는 ‘피의 백작부인’이라고 불리는 바토리 에르제베트의 저택이었다가 이후에는 감옥으로 바뀐 곳이다. 흡혈귀 전설의 모델로 알려진 에르제베트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실 여부에 대해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차흐티체를 미스터리로 가득한 여행지로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흐티체는 멋스러운 교회 등 유서 깊은 장소들로 가득하고 아름다운 중세 유럽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여행지로서 매력 만점이다. ■ K좀비 전성시대, 한국 서울 할로윈 시즌에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테마 중 좀비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의 K좀비는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훨씬 빠르고 영리하며 진화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K좀비의 흔적을 확인하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서울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조선시대 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유명한 사극 좀비 드라마에서 왕의 거처로 자주 등장한 촬영지는 바로 경희궁이다. 들어서는 순간 죽은 왕이 좀비로 변해 이곳에 갇혀 있는 모습 등 드라마 속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또한, 좀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 서울 시내를 탐방할 수 있는 서울 좀비 게임 투어도 할로윈을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경희궁, 북촌 등 주요 관광지로 둘러싸인 목시 서울 인사동은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며,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 심령 체험, 영국 플러클리 영국 남동부 켄트에 위치한 플러클리는 구천을 떠도는 유령과 한 번쯤 마주치고 싶은 공포 마니아라면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령이 출몰하는 마을’로 1989년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현재까지도 12명 이상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유령으로는 진흙더미에 파묻혀 죽은 ‘소리 지르는 남자’와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장 선생님’, 칼에 찔려 죽은 노상강도 ‘하이웨이맨’이 있다. ■ 미라 무덤 대탐험, 이집트 왕가의 계곡 파라오 미라의 안식을 방해하면 불행 혹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파라오의 저주’는 고고학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미라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여행객이라면, ‘왕가의 계곡’을 필히 방문해 보아야 한다. 왕가의 계곡은 고대 이집트 시대 수도였던 룩소르를 거쳐 흐르는 나일강의 서안에 위치해 있다. 이 고대 유적지에는 투탕카멘을 포함해 아주 오래전 이집트를 다스렸던 왕들이 잠들어있는 묘지가 60기 이상 조성되어 있다.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에 참여한 여러 사람이 불가사의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는 만큼, 이곳을 둘러볼 때는 약간의 경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 상어와 나란히 수영하기,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서쪽 연안에 자리한 항구 도시 케이프타운은 전 세계에서 상어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유령이나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실체가 있는 대상에 겁을 내는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상어 케이지 다이빙’과 같은 근접한 거리에서 안전하게 상어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가 운영되고 있어,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상어와 조우한 후에는 케이프타운 중심가에 들려 새우, 오징어, 홍합, 굴 등 신선한 재료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해산물 요리를 맛보길 권한다. ■ 늑대인간의 전설, 프랑스 로제르 늑대인간 목격담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프랑스에는 그 수가 유달리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제보당의 괴수’로, 늑대인간으로 의심되는 이 괴수는 18세기에 수십 명의 사람을 살해하고 식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제보당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로제르 지역의 과거 지명이다. 오늘날의 로제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주로 중세의 낭만적인 풍경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하이킹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동화 속의 마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생떼에니미 마을과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인 카르스 대성당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26 08:27:18[파이낸셜뉴스] ‘빈센조’ 송중기가 금가프라자를 지키기 위해 돌아왔다. 시청률 역시 최고 15.6%까지 오르며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25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18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13.9% 최고 15.6%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전국 기준에서도 평균 12.3% 최고 13.4%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수도권 기준 평균 7.7% 최고 8.7%, 전국 기준 평균 6.9% 최고 7.8%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특히, 전국 기준 1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남녀 전 연령층에서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석권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방송에서는 빌런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빈센조(송중기 분)의 ‘빅픽처’가 소름을 유발했다. 괴한들의 공격에 위기를 감지한 장준우(옥택연 분)는 목숨을 지키고자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지만, 이는 마피아 빈센조가 그린 큰 그림이었다. 빈센조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금괴와 기요틴 파일을 차지하려는 자들이 금가프라자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지하밀실은 텅 비어있었고, 이탈리아로 떠났던 빈센조가 컴백하며 반전을 안겼다. 악당들을 막아 세운 빈센조의 모습은 또 한 번 이어질 통쾌한 전개를 예고했다. 이날 장한서(곽동연 분)는 장준우와 최명희(김여진 분), 한승혁(조한철 분)에게 링크장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빈센조는 매복시킨 부하들과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시켰고, 인터폴들을 죽인 뒤 형사들을 협박해 현장을 정리하고 떠났다. 장한서의 팔에 경고의 의미로 총을 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달랐다. 모든 일은 빌런들을 속이기 위해 빈센조와 장한서가 꾸민 일이었다. 한승혁이 인터폴을 끌어들였다는 걸 안 장한서는 바로 빈센조에게 상황을 공유했고, 두 사람은 함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연극을 벌였다. 인터폴들은 빈센조로부터 파올로의 불법행위에 관한 자료를 받았고, 형사들 역시 빈센조를 놓아주는 대신 장준우의 페이퍼컴퍼니에 관한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다크 히어로들은 장준우의 ‘말’을 없애는 작업과 바벨타워 소송을 동시에 진행했다. 대외안보정보원 태국장(권태원 분)을 투입해 장준우의 집에서 있었던 은밀한 거래를 촬영해둔 빈센조. 다크 히어로들은 당일 장준우와 있었던 인사들을 한곳에 모아 현장 녹음본을 들려주고, 마치 장준우가 이를 이용해 그들을 협박하는 것처럼 상황을 꾸몄다. 빈센조의 속임수에 제대로 당한 인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장준우를 몰아세웠다. 그 후로 장준우를 향한 테러가 계속됐다. 괴한들이 장준우의 집에 들이닥쳤다. 복면을 쓴 괴한들은 “어르신들을 함부로 대한 대가”라며 장준우를 위협했다. 위기를 느낀 장준우에겐 해결책이 필요했다. 이에 한승혁은 뜻밖의 수를 냈다. 바로 장준우를 감옥에 보내는 것. 그곳이라면 마피아인 빈센조도 장준우를 죽이러 올 순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장준우는 계획대로 감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빈센조가 장준우를 찾아왔다. 빈센조는 “그 안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분위기 깨서 미안하지만, 이 모든 게 너희들 계획대로 인 것 같아? 널 그 안에 가둔 건 바로 나야”라며 진실을 말해줬다. 장준우를 향한 테러부터 그를 감방에 넣는 일까지, 모든 것은 빈센조의 계획이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널 살려둔 이유는 쥐처럼 갖고 놀기 위해서야. 잡아먹기 전 마지막으로 갖고 노는 단계. 네가 유리방 안에서 바벨타워가 무너지는 걸 보게 하는 거”라며 여유롭게 말했다. 빈센조가 그린 그림에 놀아났다는 걸 알게 된 장준우는 분노로 이글거렸다. 이탈리아에서 빈센조의 손님 루카가 찾아왔다. 그는 까사노 패밀리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해 몇몇이 죽었지만, 보스인 파올로는 자기 혼자 살기 위해 재산을 정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현재 까사노 패밀리는 콘실리에리인 빈센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빈센조는 패밀리를 구하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로 들어가기로 했다. 같은 시각 조사장(최영준 분)은 기요틴 파일을 차지하려는 김실장(유태웅 분) 손에 붙들린 상태였다. 금가프라자 지하밀실에 금괴와 기요틴 파일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김실장은 조사장을 가두고,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보안 전문가와 해커들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김실장이 가족을 들먹이며 협박하는 통에 조사장은 꼼짝없이 그의 명령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장은 해커들의 정보를 추려 김실장에게 넘겼고, 그 안에는 서미리(김윤혜 분)의 정보가 껴있었다. 서미리의 현주소가 금가프라자인 것을 확인한 김실장은 단번에 그가 지하밀실을 만든 보안설계자라는 걸 알아챘다. 프라자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빈센조를 배웅했다. 위험한 전쟁에 뛰어드는 걸 알기에 금가패밀리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리고 빈센조가 떠나자마자 금가프라자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김실장이 난약사를 기습한 것. 스님들은 이미 김실장 무리에게 당한 뒤였고, 서미리도 그의 손에 이끌려 난약사에 붙들려 왔다. 서미리는 명령대로 지하 밀실의 문을 열었고, 김실장과 조사장은 밀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으로 꽉 차 있어야 할 밀실은 텅 비어있었다. 서미리는 김실장이 당황한 틈을 타 3층으로 도망쳐 홍차영에게로 갔다. 스님들은 그가 도망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서미리의 뒤를 쫓은 김실장과 부하들은 지푸라기 앞에 도착했다. 홍차영이 막아 세웠지만 두 사람이 그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홍차영이 위기에 빠진 순간, 빈센조가 나타났다. 마치 처음 만난 그날처럼 깜짝 등장한 빈센조는 폭력을 행사하려던 부하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김실장 무리 앞에 섰다. 다크 히어로 빈센조의 컴백은 짜릿한 쾌감을 안기며 결말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마피아 본색을 드러낸 빈센조는 장준우를 더 강하게 압박했다. 분양권 파티를 엉망으로 만드는 작전부터 빌런들의 움직임을 계산해 장준우를 몰아넣는 것까지, 자비 없는 마피아식 복수가 뜨겁게 휘몰아치며 몰입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결정적 변곡점을 지나 더 살벌해진 빈센조의 모습을 탁월한 액션과 감정 연기로 표현해낸 송중기의 연기도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에 ‘히든 히어로’로 거듭나며 반전을 선사한 장한서도 극의 재미를 이끌었다. 곽동연은 변화무쌍한 연기를 통해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또 다크 히어로들과 똘똘 뭉친 금가패밀리의 활약은 뭉클하고도 짜릿했다. 내면의 강함을 끌어올려 진정한 ‘강자’가 된 소시민 히어로들의 통쾌한 한 방은 다른 어떤 복수보다도 흥미진진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4-26 08:19:18[파이낸셜뉴스] EBS는 신축년(辛丑年) 설날을 맞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편성했다. 설 연휴 기간인 2월 11일 목요일부터 2월 14일 일요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총 5편의 명작 영화가 안방극장에 풍성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배우 유승호의 데뷔작으로 2002년 개봉 당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대종상 최우수작품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을 받는 등 크게 화제가 되었던 가족 영화 <집으로...>를 비롯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할 수 있는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 뉴욕의 화려한 패션계를 배경으로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열연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서부영화의 전설적인 두 배우 존 웨인과 커크 더글러스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웅장한 스케일의 서부극 <워 웨건>, 대한민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국내 블록버스터로는 이례적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부산행> 등이 방송된다. 2월 11일 (목) 낮 1시 : 설 특선 영화 <집으로...> 2월 12일 (금) 낮 1시 : 설 특선 영화 <캐스트 어웨이> 2월 13일 (토) 밤 10시 45분 : 세계의 명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월 14일 (일) 낮 1시 30분 : 일요시네마 <워 웨건> 2월 14일 (일) 밤 10시 35분 : 한국영화특선 <부산행> ------------------------------------------------------------------------------------- 프로그램명: 설 특선 영화 <집으로...> 방송일: 2021년 2월 11일 (목) 13:00 감 독: 이정향 출 연: 김을분, 유승호 제작: 2002년 방송길이: 87분 나이등급: 전체관람가 줄거리: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엄마와 7살 상우가 할머니의 집으로 가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는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답게 ‘빳데리’도 팔지 않는 시골가게와 사방이 돌 투성이인 시골집 마당과 깜깜한 뒷간은 생애 최초의 시련이다. 하지만, 영악한 도시 아이답게 상우는 자신의 욕구불만을 외할머니에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짓궂은 상우를 외할머니는 단 한 번도 나무라지 않는다. 같이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우의 할머니 괴롭히기도 늘어만 간다. 빳데리를 사기 위해 잠든 외할머니의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양말을 꿰매는 외할머니 옆에서 방구들이 꺼져라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그러던 어느 날,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은 상우는 온갖 손짓발짓으로 외할머니에게 닭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가 싶지만,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닭으로 요리한 것은 “물에 빠트린” 닭. 백숙이었다. 7살 소년과 77세 외할머니의 기막힌 동거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해설: 2002년 4월 5일 개봉, 450만 명을 동원하며 같은 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감동 대작 <집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흥행을 예측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당시 인기를 끌던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에 스타 배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영화의 힘 덕분에 입소문은 시작됐고 <집으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화제가 됐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대종상 작품상, 관객이 뽑은 올해의 영화상(CJ CGV 주최), 모스크바 청소년영화제 대상, 산세바스찬영화제 특별언급,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뽑은 ‘좋은 영상물’, 북미 파라마운트사 배급, 아르헨티나에서 개봉한 최초의 한국 영화 등 다양한 기록들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된 <집으로…>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집으로…>의 백숙 에피소드가 실리며 영화를 보지 못한 이후 세대들에게까지 레전드가 됐다. <집으로…>는 <미술관 옆 동물원>에 이은 이정향 감독의 두 번째 영화지만, 사실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의 시나리오를 먼저 완성했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준 사랑을 기억하며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영화의 말미에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할머니=자연’이라는 연출 공식을 세웠던 이정향 감독에게 로케이션은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였다. 제작진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뒤진 끝에 충북 영동군 깊숙한 자락의 마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정향 감독은 그곳에서 김을분 할머니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또한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을 동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제 주민들로 설정했고 5개월 여의 촬영 기간 동안 마을에서 동고동락하며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연출,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아주 진정성 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미안하다’라는 손짓과 ‘보고 십다’라는 삐뚤삐뚤한 글씨 하나로 할머니와 손자의 정을 이야기하는 <집으로…>는 힐링이라는 말조차 없었던 2000년대 초반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추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할머니의 집에 가 그 푸근한 사랑을 받으며 잠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진짜 ‘힐링’을 선물할 것이다. 감독: 이정향 1964년생. 서강대학교 불어불문과 졸업하고 한국영화 아카데미를 4기로 수료했다. 뮤지컬과 단편 영화, 다큐멘터리에 이어 <오늘 여자>, <천재선언>, <비처럼 음악처럼>의 조감독을 거쳤다. 19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 비평과 관객 양쪽 모두 대성공을 거두며, 대종상, 청룡상, 영평상, 춘사영화제 등 그 해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2002년 <집으로...>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대종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작품으로 송혜교 주연의 <오늘>(2011) 등이 있다. ------------------------------------------------------------------------------------- 프로그램 명: 설 특선 영화 <캐스트 어웨이> 방송일: 2021년 2월 12일 (금) 13:00 원제: Cast Away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헬렌 헌트 제작: 2000년 / 미국 방송길이: 143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일 분 일 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택배회사의 간부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자신의 직원들에게도 시간을 아껴 쓸 것을 강조한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에게 소중한 물건을 제때 배달해주는 것만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토록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는 그가 정작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는 하루를 내주는 것도 힘겨워한다는 것이다. 연인 켈리(헬렌 헌트)를 몹시 사랑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시간에조차 척은 호출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브 파티 중 급한 출장 건으로 심야 비행을 하게 된 척. 켈리에게 청혼하려던 그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촉박한 탓에 포장을 풀지 못한 반지 상자만 켈리 손에 쥐어주고 아쉽게 켈리로부터 등을 돌린다. 척은 켈리에게 선물받은 시계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심야 비행을 하던 중 갑작스레 조종석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듣는다. 대기 상황이 좋지 않은 까닭에 비행기가 항로를 잃고 하늘을 헤매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관제탑과의 연락도 끊긴 긴박한 순간, 결국 비행기는 바닷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척은 켈리가 준 시계와 구명보트백만 들고 추락을 경험한다. 천운으로 척은 구명보트 덕에 목숨을 건지지만 어디에 놓인지도 모를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다. 사람과 동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그저 무성한 나무뿐인 섬에서 척은 생존을 고민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에 빠지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굶주림과 갈증은 지독하게 척을 옥죈다. 척은 하루하루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섬 생활에 적응해간다. 오로지 켈리를 다시 만날 것만 꿈꾸며 4년이 흐르고, 고독과 자연에 웬만큼 단련된 척은 배구공 윌슨을 벗삼아 섬으로부터의 탈출을 계획한다. 어디로부턴가 떠내려온 문짝과 섬의 나무들로 튼튼한 뗏목을 만들어낸 척은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가까스로 민간 화물선과 조우해 극적으로 구조된다. 하지만 고향 멤피스로 돌아가보니, 모든 사람들은 이미 척을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척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만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와 가족을 만든 뒤다. 척은 더욱 깊은 고독에 빠지지만 섬을 탈출해낸 초인적인 의지로 좌절을 견디고 생의 다른 의지를 찾아 또다시 표류한다. 주제: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 할 수 있는 <캐스트 어웨이>는 살아남겠다는 의지와 특정 대상을 향한 사랑과 희망이 인간에게 얼마나 거대한 힘을 부여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 시계추처럼 기계적인 삶을 살던 남자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뒤 필사적인 힘으로 환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준다. 망망대해 섬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척에게 고독은 견디기 힘든 것이다. 시간이 막연하게 많다는 것은 빈틈없는 일과를 보내온 척에게는 굶주림과 외로움만큼이나 지독한 공포다. 이때 인간을 버티게 만드는 것은 희망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꼭 만나리라는 강력한 의지가 척을 살아가게 만든다. 4년 뒤 고향 멤피스로 돌아온 척은 최악의 항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훨씬 젊고 건강해보인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겨내온 덕에 척은 이미 ‘초월’을 학습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감상 포인트: 미국인의 가장 대표적이고 이상적인 얼굴, 톰 행크스의 명연기가 인상적인 작품. <캐스트 어웨이>는 당시 오스카를 겨냥한 기획영화였지만 인간의 생사고락에 관한 장대한 서사시이기도 했다. 그 서사시를 완성한 것은 전적으로 톰 행크스다. 톰 행크스는 두 시간여의 러닝타임을 일인극을 하듯 사색과 고뇌, 혼잣말로 가득 채운다. 그는 생물이라고는 자신밖에 없는 섬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어내는 인간의 실존 투쟁을 온몸으로 그린다. <캐스트 어웨이>는 피지섬에서 촬영되었는데 영화 초반부부터 조난된 직후까지 102kg이었던 톰 행크스의 몸무게는 영화 속에선 4년, 실제 프로덕션 과정 중에선 8개월이 흐른 뒤 77kg으로 줄었다. 척이 그러했던 것처럼, 실제로 코코넛과 해산물만으로 급속으로 체중을 감량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캐스트 어웨이>는 영화가 제작되기 7년 전 톰 행크스가 직접 폭스사에 가져온 <정글의 척>이라는 시나리오로부터 기획된 영화라고 한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스필버그 사단의 대표적인 후배 감독이지만 명작을 숱하게 내놓은 비등한 명감독이다. 영화 <대탈주>(196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등에 영향받은 시네키드였고, 고등학생 때부터 8mm 영사기로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다. 유명 제작자 밥 게일과 친구이며, 학생시절 밥 게일과 함께 쓴 <1941>의 시나리오는 존 밀리어스 감독에 의해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로 제작되었다. 그렇게 스필버그와 연을 맺었고 비틀즈의 동명의 곡을 소재로 삼은 코미디 영화 <당신 손을 잡고 싶어(I Wanna Hold Your Hand)>(1978)로 감독 데뷔했다. 액션 어드벤처 <로맨싱 스톤>(1984)으로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최고 흥행 감독 중 하나로 인정받은 저메키스는 오랫동안 다듬어온 SF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스필버그에게 가져간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다. 그 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백 투 더 퓨처> 후속작들, <죽어야 사는 여자>(1992)가 줄줄이 흥행에 대성공했고, <포레스트 검프>로 당시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를 휩쓸었다. 이후에도 <콘택트>(1997) <왓 라이즈 비니스>(2000) <캐스트 어웨이>(2000) <폴라 익스프레스>(2004) <크리스마스 캐롤>(2009) <플라이트>(2012) <하늘을 걷는 남자>(2015) <얼라이드>(2017) <웰컴 투 마웬>(2018) <마녀를 잡아라>(2020) 등의 수작들을 멈추지 않고 내놓고 있다. ------------------------------------------------------------------------------------- 프로그램 명: 세계의 명화 방송: 2021년 2월 13일 (토) 밤 10시 45분 부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제: The Devil Wears Prada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출연: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스탠리 투치, 에밀리 블런트 제작: 2006년 / 미국 방송길이: 109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명문대학을 졸업한 소도시 출신의 앤디 삭스는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뉴욕에 상경한다. 그리고 모든 여자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장인 패션 잡지사 ‘런웨이’에 취직한다. 사수인 에밀리와의 첫 대면부터 앤디는 이곳이 자신과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닫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1년만 꾹 참고 일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는 악마라고 불리는 런웨이의 실세인 편집장 미란다로부터 자신이 뽑힌 이유에 대해 듣게 되며 충격을 받는다. 이날 이후 앤디는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소원해지며 오로지 자신의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 새 미란다의 눈에까지 쏙 들게 된다. 그런데 과연 앤디는 지금 이대로 행복할까?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자신의 진짜 꿈을 위해 런웨이를 떠날 것인가? 주제: “나는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 초년생은 물론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실수 연발의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 신입 앤디, 수다스럽지만 귀여운 사수 에밀리, 표정 하나로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 지옥 같은 직장 생활에 한 줄기 오아시스가 되어주는 직장 선배 나이젤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화려하지만 때론 고독한 패션계 직장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감상 포인트: 화려한 뉴욕을 배경으로 패션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원작은 작가인 로렌 와이스버거가 실제로 <보그>지 편집장 비서로 지냈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어디까지가 실제인지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될 텐데, 미란다의 실제 모델이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밝혀지면서 패션계 인사 등 유명인들은 그녀와의 관계를 생각해 영화 출연 섭외를 거절했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협찬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하였으며, 나중에 안나 윈투어는 미란다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훌륭했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메릴 스트립을 필두로 그녀와 완벽 케미를 선보인 앤 해서웨이, 동료로 출연한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등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영화를 빛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선 그 인기를 입증하듯 2017년 5월에 재개봉된 바 있다. 감독: 1959년 4월 2일생인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은 실제로 뉴욕 출신이고,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86년에 ABC 시트콤 <The Ellen Burstyn Show>에서 작가로 데뷔하여 작가, 감독, 프로듀서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이후 역시 뉴욕 배경의 유명한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1998)>와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로 연출력을 인정받고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특히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무려 1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최고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4년에 연출했던 <안투라지> 역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됐었다. 최근작으로 <말리와 나>(2008), <호프 스프링즈>(2012), <원챈스>(2013), 윌 스미스 주연의 인생 치유 스토리를 담은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2016)> 등이 있다. ------------------------------------------------------------------------------------- 프로그램 명: 일요시네마 방송일: 2021년 2월 14일 (일) 오후 1시 30분 부제: 워 웨건 원제: The War Wagon 감독: 버트 케네디 출연: 존 웨인, 커크 더글러스 제작: 1967년 / 미국 방송길이: 100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감옥에 갔던 토 잭슨(존 웨인 분)은 3년 만에 가석방되어 뉴멕시코 에밋으로 돌아온다. 잭슨은 자신을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땅을 빼앗은 프랭크 피어스(브루스 캐봇 분)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잭슨이 돌아온 사실을 안 피어스는 그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그를 죽이기 위해 부하 둘을 시켜 로맥스를 찾으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잭슨의 목숨 값으로 그에게 1만 달러를 주기로 한다. 하지만 잭슨 역시 로맥스를 찾아가 그의 몫으로 10만 달러를 주겠다며 함께 금을 수송하는 피어스의 무장 마차를 탈취하자고 제안한다. 로맥스뿐만 아니라 국경 근처에 있는 인디언 친구 리바이, 감방 동료로 폭탄 전문가인 빌리 하야트, 피어스 밑에서 일하는 웨스까지 동원해서 잭슨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탈취한 금은 6개월 후에 나눠 갖기로 한다. 결국 잭슨의 계획은 성공하고, 금 수송 마차를 탈취해서 금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잭슨 일당을 돕기로 했던 인디언들이 그들을 배신하고 그들이 탈취한 금을 다시 훔쳐가려고 한다. 빌리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금을 실은 마차의 말들이 달아나기 시작한다. 금가루를 넣어둔 마차 위의 통들이 모두 땅으로 떨어지는데, 그것을 발견한 무지한 인디언들은 금가루를 위장하려고 함께 넣어 둔 밀가루를 보며 기뻐한다. 인디언들에게 조금 뺏기긴 했지만 금가루를 손에 쥔 잭슨은 6개월 후에 훔친 금을 나누겠다고 고집하고, 로맥스는 당장 자기 몫을 달라며 분을 참지 못한다. 주제: 이 영화는 복수심에 불타는 전과자 토 잭슨(존 웨인 분)이 명사수 로맥스(커크 더글러스 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땅을 빼앗은 프랭크 피어스(브루스 캐봇 분)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원작은 클레어 허페이커의 ‘악당(Badman)'이라는 소설이며, 허페이커가 직접 각본도 썼다. 이 영화는 여느 서부극과 마찬가지로 황야를 가로지르는 말과 마차, 대평원을 질주하는 인디언들, 돈과 황금을 위해 총을 쏘는 총잡이가 등장하지만 악한을 물리치는 영웅이 등장하는 서부극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서부영화의 단골 소재인 골드러시 현상이 극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으며,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갔지만 자신의 땅에서 채굴한 금을 되찾으려는 주인공과 그를 죽이려는 악한의 극명한 대립 등 서부영화 특유의 단순명료한 플롯을 보여 준다. 감상 포인트: 경쾌한 주제가와 함께 펼쳐지는 오프닝의 금 수송 마차 행렬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주제가를 비롯한 음악을 맡은 디미트리 티옴킨은 아카데미 작곡상을 3번이나 수상한 뛰어난 음악가다. 오프닝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금을 수송하는 마차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규모와 웅장함은 45년이 지난 지금 봐도 압도적이다. 마을 술집에서 로맥스와 피어스가 다 모인 가운데 집단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의 스케일 역시 굉장하다. 또한 거기에 전설적인 두 배우 존 웨인과 커크 더글러스의 명연기만으로도 서부영화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영화일 것이다. 존 웨인은 서부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만은 알 정도로 서부영화에 자주 출연하였다. 하지만 서부극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도 출연하였으며 직접 연출이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1970년에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커크 더글러스 역시 연기뿐 아니라 연출, 제작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특유의 매력적인 턱 보조개는 이 영화 속에서 유머러스한 대사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감독: 특히 서부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겸 감독 버트 케네디(Burt Kennedy)는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기병대 장교로 복무했으며, 종전후에는 <패서디나 커뮤니티 플레이하우스 (Pasadena Community Playhouse)>라는 극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리허설에 불참한 이유로 한 편의 연극을 끝으로 쫓겨났다.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쓰다가 군대에서 훈련받은 경험을 살려 몇몇 영화에 스턴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TV 작가로 뽑혀 13개의 각본을 썼지만, 제작은 무산됐다. 그러나 케네디는 계속 배트잭(Batjac) 제작사에 남아 프로듀서 존 웨인을 위한 작품을 썼다. 그리고 작가로서 그의 처녀작 <7인의 무뢰한(Seven Men from Now) (1956)>라는 최고의 서부영화가 탄생했다. 이 영화는 버드 보티커가 감독을 맡았고, 랜돌프 스콧이 주연을 맡았다. 1960년에 케네디는 라는 서부영화로 감독 데뷔를 했지만 참패했다. 그는 다시 TV로 돌아와 그리고 가장 유명한 <전투(Combat!) (1962)> 등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1965년에는 다시 영화계로 돌아가 을 성공시켰고, 이후 이 영화는 같은 이름으로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케네디는 TV와 스크린 양쪽에서 다수의 서부극을 히트시킨 것으로 유명하지만, 서부극이 아닌 장르의 영화도 많이 썼으며, 케네디 특유의 유머와 스타일리시한 대사가 특징이다. 1936년에서 1952년에는 팻 오브라이언의 스턴트 대역으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 프로그램 명: 한국영화특선 방송일: 2021년 2월 14일 (일) 밤 10시 35분 부제: 부산행 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제작: 2016년 영화길이: 118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 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42KM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 해설: 대한민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블록버스터. 제작 단계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전대미문의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그간 국내에서 선보였던 재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과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부산행>.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한민국 전역에 걸쳐서 진행되는 스토리는 국내 관객들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지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KTX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보는 이들에게 긴박감과 짜릿함을 전달한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감정과 이기심, 사회적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한 각 캐릭터들의 사투는 관객들로 하여금 각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부산행>은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었다. 기존에는 홍상수 감독, 김기덕 감독, 박찬욱 감독 등 대한민국 예술 영화를 표방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데 비해, 국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의 초청은 이례적이다. <부산행>은 <괴물>(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에 초청받은 대한민국 대표 상업영화로서, 국내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영화로 주목 받았다. 감독: 연상호 감독은 전작 <돼지의 왕>, <사이비> 두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강렬한 묘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담아내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나갔고, 완벽한 비주얼과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크리에이티브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1년 <돼지의 왕>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 감독 주간 부분에 초청받았으며, 시드니 영화제,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뉴욕 아시아 영화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등 세계 36개국에 소개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의 전작 <사이비>(2013)는 “올해 손에 꼽을만한 걸작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제 38회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서울역>은 제 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되는 실버 크로우(Silver Crow)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서울역>은 이 외에도 제 40회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및 제 20회 몬트리얼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제 49회 스페인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의 주요 경쟁 부문에 모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인 <부산행>에서 그의 빛나는 크리에이티브와 디테일한 연출력은 다시 한번 전세계를 사로잡았고, 69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섹션과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최근작으로 <염력>(2017), <반도>(2020) 등이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21-02-09 18:20:52▲ 사진= 쇼박스 제공 천만 배우 주지훈이 흥행 3연타에 나선다. 주지훈은 올해 상반기 '신과함께2'로 쌍천만 배우에 등극한 이후 하반기 '암수살인'으로 다시 도약에 나선다. 그는 희로애락을 오가는 입체적인 얼굴과 표현력으로 내재되어 있었던 전인미답의 영역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전망이다. 먼저 '암수살인'을 개봉 앞둔 소감으로 주지훈은 "작품의 의도 전달이 잘 됐다. 본분을 지키는 사람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잘 표현됐다. 그러면서도 상업 영화로서 긴장감도 괜찮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나리오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낸 주지훈은 작품이 주는 영향에 대해 깊은 고찰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만큼 긍정적인 방향성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 그는 주연의 사명감을 충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 사건을 더욱 알길 바란다며 그는 '좋은 재생산'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암수살인'은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참신했고, 좋은 이야기다. 캐릭터적으로 장단점이 같았다. 연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고 강렬하다는 점. 사실 너무 강렬해도 천편일률적으로 보인다. 이 강렬함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데 저도 거기에 빠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이번 작품에서 주지훈은 살인범 강태오 역을 맡아 새로운 캐릭터적 변신에 도전한다. 극 중 강태오는 수많은 형사 중 김형민(김윤석 분)을 골라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진술을 던진다. "살인범 캐릭터를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아주 무서웠다. 살인이라는 큰 일을 저지를 때 충동적이라는 것이 무서웠다. 이는 아주 특별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일이다. 그것이 무섭다라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 강력범죄들이 참 많다. 특히 묻지마 범죄는 예방책도, 해결책도 없다." 그간의 꽃미남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삭발과 부산 사투리까지 감행하며 강태오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관객들이 잔혹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주지훈은 같이 공분하고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주지훈은 위경련까지 겪었다며 남다른 고충을 밝혔다. "리허설처럼 예습을 두달을 넘게 했다. 촬영 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결국 위경련까지 일었다. 여건 상 타이트하게 찍어야 했다. 적은 쉬는 시간과 촬영 후 예습까지 계속 논의했다. 사실 나는 리허설에 쏟는 배우가 아니다. 슛이 들어갔을 때 던지는 타입이다. 안 맞는 것을 계속 해야했다. 막히지 않게 나와야 하니까 정말 고됐다." ▲ 사진= 쇼박스 제공 앞서의 천만배우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주지훈은 캐릭터를 연습하던 한 달을 '절망'이라 표현했다. 숱한 연습의 시간이 지난 후 자신감이 생겼다는 주지훈은 겨우 입에 붙은 강태오 만의 말투를 수정해야 했고 또 다시 '절망'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액션도, 추격도 없다는 것이 약점일 수 있다. 우리 영화는 리얼 톤을 자처한다. 손짓 하나 하나 모두가 계산한 것이다. 오로지 심리로만 대신한다는 것이 상업영화로서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심했다. 점점 신경쓰고, 조율해야할 것이 더 많아진다. 해야할 것이 많다. 배우는 극한직업이다." 그렇다면 잘생긴 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뒤로 한 채 삭발까지 감행한 주지훈. 아무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주지훈이 스스로 삭발을 감행하도록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했을 때 강태오는 교도소라는 짐승의 우리에서 남들보다 더 세보이고 싶었을 거다. 시각적으로 더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삭발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고민을 감독님께 전하니 사실은 삭발이라는 설정이 배우가 부담스러울까봐 못 했다고 하시더라. 머리를 기르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차기작 '킹덤'은 통가발을 쓰고 촬영했다. 요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 올해 벌써 세 번째 작품으로 극장가를 찾아온 주지훈. 그의 하반기 활동 역시 쉴틈이 없다. 다작에 대한 부담감은 어떨지 물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대중의 기대감을 채워야한다는 부담감이 사실은 조금 무섭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열 두번 한다는 의외의 답변이 놀라웠다. "이 모든 것을 만드는 건 관객들이다. 황정민 형이나 하정우 형이 아주 많은 작품을 했다. 관객들이 받아들여준다면 구축되지 않는다. 요즘 후배들은 3, 4작품을 연달아 한다. 이제는 '대중들이 다작을 괜찮게 생각하나보다' 싶어서 놀랐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후배들의 체력이다. 영화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밤샘 드라마 촬영을 하지? 후배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건 올해 '신과 함께' '공작' '암수살인'이 너무 장르도 캐릭터도 달라서 다르기 때문에 감사하다. 비슷한 구석이 없다." 한편 '암수살인'은 지난 2012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김태균 감독이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직접 만나 약 6년간 취재 끝에 재구성했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와 그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내달 3일 개봉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2018-09-26 15:23:03올해 설 연휴는 주말과 대체휴일까지 합하면 최대 5일까지 쉴 수 있다. 긴 연휴, 고향으로 갈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고향집에 누워서 책과 함께 하는 명절은 어떨까. 파이낸셜뉴스와 예스24는 설 연휴 기간 '휴식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책들을 엄선했다. ■휴식을 주는 힐링 도서 노르웨이 작가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이름을 딴 현상이 생겨날 정도로 화제가 된 문제작 '나의 투쟁' 제1권이 최근 한국에서 발간됐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어야 하는 무수한 전투들에 대한 마음을 리얼하게 읊조리고 있는 한 남자의 고백에 수없이 공감하게 된다. 무려 총 6권, 3622쪽에 달하는 이 작품은 1권부터 독자를 압도한다. 스웨덴 소설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범죄소설이지만 유머러스하다. 스웨덴 작가들은 왜 이렇게 재치가 넘칠까. 녹초가 된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재미 만점의 소설이다. 4일 개봉하는 화제의 영화 '캐롤'의 동명 원작소설도 한번 읽어볼 만하다.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으로 한 번 쉬어가고 싶을 때 떠올릴 만한 책이라는 평가다. 김용택 시인이 101편의 동시를 골라서 필사할 수 있도록 만든 책 '내가 아주 작았을 때'는 머릿속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착해지는 '힐링북'이다. 또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소설 '라플라스의 마녀'도 긴 연휴를 즐겁게 해줄 만하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쓰기 노하우가 모두 녹아든 작품이기 때문에 재미는 이미 검증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굴지의 문학상 후보로 거듭 거론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소설가 윤이형의 세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도 눈길이 가는 책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순간들과 인간 내면의 사소한 변화들을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달 15일 세상을 떠난 우리시대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1941~2016)의 마지막 강의를 담은 책 '담론'도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가르침이 그득 담겨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멋진 인생공부가 시작된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과 사회학자 엄기호의 '공부 중독'은 우리 사회에서 공부가 왜곡되는 다양한 사례를 꼬집으며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묻는다. 무릇 공부란 삶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공자가 죽을 때까지 배움의 자세를 견지했던 것도 날마다 자라가는 삶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의 블랙홀에 빠진 사회에서 공부 중독의 해독제 역시 공부다. 공부의 식민지가 된 삶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성장하는 사람을 위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 2016년 새해, 지난해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진짜 공부를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설날이 힘든 사람도 있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널리 루퍼스의 '외톨이 선언'은 설 연휴만큼은 외톨이로 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추천한다. 흔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 책은 그런 모든 편견을 향해 "외톨이가 뭐 어때"라고 외친다. 온통 남의 눈치만 보면서 살아가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의미 있는 삶은 자기만의 삶의 가치를 찾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람의 가치가 사회에서 그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로 결정된다고 여기는 사회 속에서 자유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한의 '삶은 왜 의미 있는가'에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철학의 여정이 시작된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넛지' 이후 7년 만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저자 리처드 탈러는 행동경제학에 주목하며 일상과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왜 인간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이번 설 연휴를 이 책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업무는 물론 옷도 늘 단순한 스타일만 고집하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점이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소개한다.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고 믿는 우리에게 권하는 최소의 삶과 행복을 만나보자. 지난 30여년간 전국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의 여러 고민에 대해 통쾌한 답변을 주었던 법륜스님의 신간 '행복'도 눈 밝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결국은 행복과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된 법륜 스님은 참행복의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지금까지는 수행 차원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강조했다면 이 책에서는 행복의 수레를 끄는 또 다른 바퀴인 사회문제도 함께 다룬다. 재테크는 가계부 쓰기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연초에 한번쯤 시도했던 가계부 쓰기는 중도에 포기하기가 다반사. '1일1줄 돈버는 습관'은 이 같은 번거로운 가계부 쓰기의 단점을 없애고, 불필요한 지출 항목 중 딱 한 가지만 골라 기록하는 초간단 재테크다. 알뜰한 생활습관을 만들고, 새어나가는 돈을 막고 싶은 재테크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6-02-03 18:43:47